Thousand years old Heavenly Demon RAW novel - Chapter 152
152화
“윽……!”
“크아아아악!”
왼팔이 끊어져 나가는 듯한 통증에 침음을 흘리는 사무현과, 팔꿈치 아래가 사라져 버린 자신의 오른팔을 내려다보며 괴성을 내지르는 혈마.
자신의 한 팔이 통째로 끊어지려는 그 순간 사무현은 반사적으로 도를 휘둘러 혈마의 오른팔을 베어냈다.
하지만 사무현의 왼팔도 완전히 박살이 났는지, 상상 이상의 통증이 찾아들어 사무현의 호흡을 가쁘게 한다.
“허억……! 허억……!”
“이이……! 이 애송이 놈이 감히!”
노도와 같이 분노한 혈마가 그대로 달려들어 남은 한 팔만으로 사무현을 몰아붙이기 시작한다.
쩌저정! 쩡!
촤좌좍! 촥!
“이노오옴! 내가 혈마다! 너 같은 애송이와 땡중의 법력 따위로 감당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느냐!”
비틀거리는 사무현을 몰아붙이며 쉴 틈 없이 공격을 이어 가는 혈마.
참다못한 사무현의 반격에 허벅다리 살점이 뭉텅 잘려 나갔지만, 혈마는 도리어 과감히 접근해 사무현의 흉부에 일 장을 꽂아 넣었다.
쩌저정!
우드득.
“……큽!”
촤지지지직.
갈비뼈 인근에서 들려오는 심상치 않은 소리와 함께 사무현이 뒤쪽으로 밀려난다.
‘……부러졌나?’
천마가 만든 이공간과는 다르다.
그곳에서는 어떤 상처를 입어도 순식간에 회복이 되었지만, 이곳에서 얻는 상처는 회복되지 않는다.
아니, 오히려 현실의 상처보다 더한 고통으로 그의 정신력을 앗아 간다.
“후우…….”
침착해야 한다.
그래도 처음에 비해서는 훨씬 할 만한 상황이다.
사무현이 엉망인 만큼, 상대도 만만치 않게 엉망이 되었으니까.
그렇게 사무현이 다시금 방어 자세를 취하는 그때.
화르륵, 화르륵.
혈마의 전신에서 붉은 화기가 흘러나오는가 싶더니, 이내 그의 좌수를 감싸기 시작한다.
“저건……!”
“애송이 놈……! 가급적 고통스럽게 끝을 내 주려 했으나, 땡중의 방해 때문에라도 이만 승부를 마무리 지어야겠구나!”
상대의 전신에서 들끓는 화기와 심상치 않은 기의 흐름.
그가 무얼 하려는 것인지 눈치챈 사무현도 이를 악물고 공력을 집중시킨다.
그리고 잠시 후…….
“가거라!”
콰구구구.
혈마의 좌수가 휘둘러지자, 거칠게 뻗어 나온 화기가 거대한 용의 형태를 갖추어 사무현에게 쇄도한다.
화룡진멸공(火龍進滅攻).
십만대산의 괴물이 사무현에게 전수해 주었던 혈교의 최고 절기가 혈마의 손을 통해 전개된다.
‘맞받아서는 안 돼……!’
사무현도 화룡진멸공을 사용할 수는 있다.
하지만 한때 혈교의 수장이었던 자와 혈교의 무공으로 승부를 본다는 것은 오만이다.
무엇보다, 강기와 강기의 싸움이 벌어졌을 때 내력의 절대량이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상식.
결국 방법은 하나뿐이다.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베어야 한다.
과거라면 해낼 수 없었겠지만 지금은 다르다.
어쨌거나 그 또한 이제 화경의 고수니까.
생각을 마친 사무현의 천마도가 머리 위로 올라가더니, 그 끝에서 일곱 자에 이르는 도강이 자라난다.
어느새 혈마가 만들어 낸 화룡은 사무현의 앞까지 접근해 큰 입을 벌리고 있다.
부웅.
사무현의 천마도가 수직으로 낙하하며 화룡의 머리를 베어 낸다.
우선은 이것으로 시작한다.
천마도법의 일 초식 천하양단.
‘그 초식’을 펼치기 위해서는, 아주 조금이라도 더 시간을 벌어야 한다.
쩌저저정!
파악!
사무현의 도강을 이겨 내지 못한 화룡의 머리가 갈라지고, 갈라진 화기가 사무현의 사방을 포위하듯 감싸 안는다.
하지만 사무현의 도신을 타고 뻗어나간 강기가 사무현과 화룡 사이에 약간의 빈 공간을 만들어주었다.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사무현의 두 번째 초식이 전개된다.
과거에는 완벽하게 전개할 수 없었던
휘릭.
스스슥.
사무현의 천마도가 어지럽게 돌아간다.
정면, 좌우, 후면, 머리 위.
눈으로 좇을 수 없을 만큼 빠르게, 거기에 사무현의 몸까지 회전하기 시작하자 그를 중심으로 한 삼십육방의 모든 곳이 화려한 도초에 감싸인다.
그리고 점차, 사무현의 모습마저 도초 속에 감추어진다.
스스스스.
바람이 인다.
사무현의 몸 주위로 심상치 않은 바람이 일어난다.
만마참풍과는 다르다.
그물 위에 그물이 덮어지고 그 위에 또 그물이 덮이듯, 선의 형태로 시작했던 강기가 조금씩 면의 형태를 띄우기 시작한다.
화룡의 화기가 계속해서 사무현에게 다가갔지만, 닿기 무섭게 면의 형태를 띈 도강에 찢기듯 소멸해 버린다.
그렇게 점점 도강의 반경이 넓어지기 시작한다.
사무현을 감싸 안던 화룡이 내부에서부터 파괴되어 가던 그때.
난데없이 사무현의 움직임이 거짓말처럼 멈추었다.
쿵!
콰과과과.
크게 발을 디디며 사무현이 움직임을 멈추자, 그를 감싸 안고 있던 강기가 그를 중심으로 퍼져나간다.
하나하나 예리하기 그지없는 강기가 모이고 모여 만들어진, 언뜻 보기에는 부드러워 보이는 면 형태의 강기가 화룡을 소멸시키며 나아간다.
천마도법의 십이(十二)초식 멸세천마도(滅世天魔刀).
이윽고 화룡이 완전히 소멸하자, 사무현의 강기가 경악 어린 눈을 부릅뜬 혈마에게까지 나아간다.
“감히이이이이!”
자신의 절기가 파훼된 것을 믿을 수 없다는 듯 혈마가 괴성을 내지른다.
그리고 그의 좌수에 일곱 자에 이르는 수강이 뿜어져 나온다.
부웅.
콰과과과광!
혈마의 수강이 그를 향해 날아드는 사무현의 강기를 베어 내기 시작한다.
미처 상쇄하지 못한 여파가 그의 몸 곳곳을 훑고 지나갔지만 혈마는 고통조차 잊은 듯 앞으로 나오고 있었다.
“또다시……! 또다시 너희가 우리의 앞을 가로막느냐!”
이성을 잃었는지, 그의 눈은 사무현이 아닌 또 다른 무언가를 보고 있는 듯 했다.
파바밧!
“이 지독한 마교 놈들아!”
온 몸이 너덜너덜하게 찢긴 혈마가 산발된 머리카락을 흩날리며 사무현에게 달려든다.
그런 그를 향해 사무현이 전력을 다한 일 도를 휘두르려는 순간이었다.
욱신.
“……!”
천마도를 휘두르려는 순간, 흉부에서 찌를 듯한 통증이 느껴지더니 사무현의 움직임이 잠시 느려진다.
그 틈을 놓치지 않은 혈마의 일 장이 그대로 사무현의 복부와 안면에 연달아 틀어박힌다.
쾅 쾅!
휘리리리릭.
촤지지지직.
“……크헉! 쿨럭!”
다급히 호신강기를 끌어 올려 방어하긴 했지만 이번 공격은 실로 타격이 컸다.
갈비뼈가 완전히 박살 난 듯 극심한 통증이 뒤따르고 시야가 어지럽게 흔들린다.
욱신욱신.
‘……빌어먹을.’
비틀거리며 몸을 일으키려는 사무현을 향해, 더욱 짙은 살기를 피우며 혈마가 다가온다.
“이만…… 끝내도록 하자꾸나. 이 지긋지긋한 악연을!”
말을 마친 혈마가 좌수를 치켜세운다.
하지만 그 역시 언뜻 보아도 한계를 넘어선 상태.
이제부터는 정신력의 싸움이다.
고통을 이겨 내며 천마도를 움켜쥔 쥔 사무현이 자리에서 몸을 일으키려는 순간이었다.
저벅저벅.
사박.
“……음?”
혈마의 것과는 조금 다른 발소리가, 돌연 어둠 저편에서 들려오기 시작했다.
사박사박.
“……설마!”
어느새 발걸음을 멈춘 혈마가, 부들부들 몸을 떨며 인기척이 들려온 곳으로 고개를 돌린다.
핏대가 선 그의 두 눈에는 경악과 혼란의 빛이 드리워 있었다.
그리고 잠시 후…….
“이런…… 뭐가 이리 소란스럽나 했더니, 이런 곳에 숨어 있었느냐?”
어둠 저편에서 들려오는 나른한 목소리.
실로 오랜만에 듣는 그 목소리의 주인을 떠올리자, 사무현의 입가에 참을 수 없는 미소가 번지기 시작한다.
“야! 이……! 빨리 안 오냐! 천마 놈아!”
“음……?”
지옥에서 부처님을 만난 듯한 반가움에 목소리를 높이는 사무현.
그러자 어둠 속에서 그들을 향해 다가오던 발소리가 사라진다.
그리고…….
스슥.
무언가 땅을 스치는 듯한 소리가 바로 근처에서 들려오더니, 어느새 사무현의 앞에 놀란 눈으로 그를 내려다보는 천마가 모습을 드러냈다.
“……뭐야, 네가 어찌 이곳에 있는 것이냐?”
아무리 오랜만이라고는 해도 이 녀석의 모습이 이렇게까지 반가울 것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반쯤 탈진 상태였던 사무현이 숨을 헐떡이며 힘겹게 자세를 바로 한다.
“젠장…… 어디 있다 이제 오는 거냐? 뒈지는 줄 알았네.”
“본좌는 본좌의 공간에서 잠을 자고 있었다. 갑자기 기분 나쁜 땡중의 기운이 느껴지기에 눈을 떴는데, 주위가 여간 시끄러운 게…… 가만. 설마 본좌가 그리워 직접 찾으러 온 것이냐?”
천마가 고개를 갸우뚱하며 묻자 사무현이 일그러진 얼굴로 언성을 높인다.
“이건 또 무슨 헛소리야! 정신 차리고 보니 다짜고짜 여기 떨어졌구만!”
“……그래? 하면 저놈이 너를 이리로 데리고 왔다는 말이구나.”
사무현의 말에 흥미로운 미소를 머금은 천마가 느긋하게 혈마를 돌아본다.
한편 그의 등장을 예상치 못했는지, 혈마는 온 몸을 부들부들 떨며 천마와 사무현을 노려보고 있었다.
“이놈……! 봉혼술에 잡혀 있어야 할 네가 어찌하여 이곳에 있는 것이냐!”
“봉혼술?”
그제야 봉혼술의 존재를 떠올렸는지 고개를 반쯤 기울이던 천마가 주위를 둘러본다.
“그러고 보니…… 본좌를 억누르던 기운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구나. 아직 체력이 다 회복된 것은 아닌데…… 무슨 일이라도 생긴 건가?”
“……하! 과연. 환골탈태가 진행되면 육체와 혼의 연결만 약해질 줄 알았는데, 봉혼술까지 약해지는 것이었나.”
“……환골탈태?”
생각지도 못한 혈마의 말에 천마가 사무현을 돌아본다.
“뭐야, 설마 네 녀석 환골탈태를 하던 중이었느냐?”
“……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 저놈이 그렇게 말하니 그런가 보다, 하는 거지.”
“하하, 이거 대단하구나. 동천과의 싸움에서 무언가 깨달음을 얻은 모양이라 생각은 했다만, 설마 정말로 벽을 허물었다는 말이냐?”
사무현의 성취가 정말로 반갑다는 듯 환한 미소를 머금는 천마.
뭐…… 저 녀석의 저런 모습을 보니, 마지막에 명상을 하던 보람이 있기는 하다.
지금은 그런 게 중요한 게 아니지만.
“……뭐, 아무튼 그 덕분에 이 꼴이다. 정확히는 네가 처리했다고 호언장담했던 저놈 때문에.”
“아…… 저것 말이냐?”
사무현의 말에 두 눈을 가늘게 뜬 천마가, 혈마를 돌아보며 좌수에 천마도를 만들어 낸다.
스륵.
“본좌는 일격에 소멸시켰다고 생각했는데……. 아무래도 도망을 쳤던 모양이다. 본좌야 봉혼술에 붙잡혀 있었으니, 녀석이 저리 숨어 지내고 있던 것을 알아챌 도리가 없었지.”
“야, 이……. 그걸 변명이라고…….”
“하나…….”
쓰윽.
금방이라도 떨어뜨릴 듯 건성으로 도를 쥔 천마가, 천천히 왼팔을 들어 올려 혈마에게 도 끝을 겨눈다.
“아무려면 어떠하겠느냐? 겁도 없이 모습을 드러냈는데 봉혼술마저 약해져 있으니, 이 기회에 확실히 소멸시켜 두면 그뿐이거늘.”
“날…… 베겠다고? 네가?”
천마의 말에 어금니를 악문 혈마가 하나밖에 남지 않은 주먹을 쥐었다 편다.
금방이라도 달려들고 싶어 견디지 못하겠다는 듯.
하지만 이내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일그러진 조소를 머금으며 혈마가 말을 잇는다.
“……어리석은 놈. 너는 날 베지 못한다.”
“그거야 한번 베어 보면 알겠지.”
“으드득……! 잘 들어라! 나를 벤다면 너는 평생을 봉혼술에 갇혀 있어야 한다!”
“……음?”
금방이라도 도를 휘두르려던 천마가, 움직임을 멈추고 미간을 좁힌다.
“그건 또 무슨 소리더냐?”
“지금 이 육체는 주인이 될 혼을 고르고 있다! 봉혼술에 속하지 않은 두 개의 혼이 공존하고 있기 때문이지! 만일 여기서 네가 나를 베어 낸다면, 육체는 곧바로 남은 하나의 영혼인 녀석을 주인으로 택할 것이다!”
“흐음……. 그게 뭐 어떻다는 거지?”
“모르겠느냐! 환골탈태로 인해 봉혼술이 약해진 지금이라면, 아직 회복되지 않은 네놈의 상태로도 이 몸을 탈출할 수 있을 터! 지금이야 말로 네놈이 새로운 육신을 찾을 수 있는 유일한 기회라는 말이다!”
충격적인 혈마의 말이 이어질수록 사무현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진다.
저게 대체 무슨 말인가?
지금 이 순간만큼은, 천마가 자신의 몸을 떠날 수 있다니?
‘……사실인가?’
다른 건 모르지만 봉혼술의 힘이 약해졌다는 것은 명백해 보인다.
설마…… 정말로 만에 하나 천마가 녀석의 말을 듣는다면…….
사무현이 반신반의한 얼굴로 천마를 바라보자, 묘하게 찌푸려져 있던 그의 얼굴에 보일 듯 말 듯한 미소가 머금어진다.
“과연…… 그러니까 네 말은, 네가 본좌의 전승자를 죽이는 사이 육체를 탈출해 새 몸을 얻으라는 말이로구나.”
“전승자는 얼마든지 새로 구할 수 있는 것이다! 저것을 살리는 대신 이곳에 갇혀 살 바에야, 제대로 마공을 익힌 마교 무사들의 육체를 얻는 편이 훨씬 쓸모 있지 않겠느냐!”
두 눈을 부릅뜬 혈마가 좌수에 화기를 집중시키며 소리친다.
“자…… 물러가라! 평소라면 마교도 따위와 협상을 하지 않겠지만…… 이번만큼은 각자의 최선을 위해 네놈과 협상을 하도록 하겠다!”
혈마의 말이 끝나자, 천마의 입꼬리가 기묘하게 비틀리더니 이윽고 참지 못한 웃음이 터져 나온다.
천마가 보여
지은이 : 보용도
발행인 : 손병태
발행처 : ㈜알에스미디어
주소 : 경기도 부천시 부천로 198번길 18 춘의테크노파크 2차 201동 50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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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6602-6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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