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ousand years old Heavenly Demon RAW novel - Chapter 156
156화
스팟!
이형환위의 신법을 펼친 단아란이 신불의 앞에 모습을 드러낸다.
단아란의 주먹이 순식간에 그의 눈앞까지 당도했지만, 신불은 반장으로 부드럽게 그녀의 주먹을 흘리며 반대편 손으로 그녀의 복부에 일장을 내뻗었다.
쓰윽.
쾅!
무릎을 들어 신불의 일장을 받아 낸 단아란이 곧바로 몸을 회전하며 그의 안면에 일각을 내뻗는다.
스팟!
아슬아슬하게 고개를 돌리며 직격타를 피했지만, 신불의 한쪽 뺨에서 붉은 피가 흘러내린다.
쩌저저정!
허공에 뜬 단아란과 신불의 일장이 맞부딪치고, 이 충격의 반동으로 그녀와 신불 모두 서로에게서 밀려나 자세를 바로잡는다.
타닷.
촤좍.
“으음…….”
그녀와 일장을 맞부딪쳤던 우수를 붙잡으며 신불이 침음성을 흘린다.
역시 강하다.
두터운 철이나 바위도 어렵지 않게 파괴하는 그의 일장이 도리어 위력에서 밀려난다.
검을 뽑지도 않았는데, 체술만으로도 신불과 호각 이상을 겨루어 낸다.
하지만 신불과 마찬가지로, 단아란도 놀란 얼굴로 조금 전 신불의 반장이 스쳤던 자신의 오른손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욱신.
‘……제법이시네.’
자신의 주먹을 흘리기 위해, 신불의 장(掌)이 그녀의 손목을 슬쩍 누른 정도에 불과했다.
그런데 그 짧은 순간, 부드러운 손짓으로 그녀에게 분명한 타격을 주었다.
‘유술의 일종인가?’
물론 단아란도 하려면 못할 일은 아니건만, 그녀의 마음 한쪽 구석에서 신불을 평가절하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아무래도 그의 행실이나 평소 모습들이 다른 화경급 고수들에 비해 허술해 보이는 면이 많았으니까.
“……매일 술만 드시는데도 이 정도이실 줄은 몰랐네요. 좀 놀랐어요.”
“아미타불……. 아란 시주만큼은 아니지만, 본승도 소싯적에는 소림의 천재로 불려 왔소이다.”
단아란의 순수한 감탄에 자부심이 느껴지는 음성으로 대답하는 신불.
하지만 어투와는 달리 그의 눈빛은 그 어느 때보다도 신중했다.
온몸의 감각을 최대한으로 끌어올렸음에도 순식간에 승기를 내어 줄 뻔했다.
체술 만으로도 이 정도라면, 그녀가 검을 뽑았을 때의 전개는 불 보듯 뻔하다.
“흐음……. 소림의 천재라…….”
한편 신불의 말을 들은 단아란이 고개를 끄덕인다.
소림의 천재.
강호의 북두라 불리는 그들의 전력은 구파일방과 오대세가를 포함해 으뜸이다.
즉, 중원제일의 무력 집단을 꼽는다면 가장 먼저 꼽히는 곳이 소림이라는 것.
그들 사이에서 천재로 불려온 이라면 같은 나이대에서는 최고의 재능을 가졌다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래 봐야 우리 오라버니한테는 안 되셨지만.”
“……그는 좀 예외로 둬야 하지 않겠소이까?”
신불의 항의를 가볍게 무시한 단아란이, 서서히 자세를 낮추며 달려들 태세를 갖춘다.
쓰윽.
“뭐…… 아무튼 다행이네요, 이 정도면 미안한 마음 없이 박살 낼 수 있을 것 같으니.”
“……검은 안 쓸 생각이오?”
신불이 두 눈을 빛내며 묻자 단아란이 흔쾌히 고개를 끄덕인다.
“그 정도는 접어 드리죠.”
“후우……. 그거 듣던 중 반가운 말이외다.”
솔직한 대답과 함께 천천히 호흡을 가다듬는 신불.
검을 든 단아란이 상대라면 그가 무슨 짓을 하던 승산이 없다.
하지만 맨손의 단아란은 다르다.
소림의 최고 절학을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자신과는 달리, 단아란이 쓸 수 있는 수는 극히 제한적이다.
물론 그 조차도 만만하지는 않겠지만!
콰드득, 콰득.
“자……! 그럼 괜히 시간 끌 것 없이 시작해 보겠소이다! 하아앗!”
부웅.
쿠구구구.
신불이 일권을 내뻗자 거대한 은백색의 권강이 일직선으로 뻗어져 단아란에게 날아든다.
소림의 칠십이 종 절예 중 하나라는 백보신권(百步神拳)의 발현.
지붕을 부수며 자신에게 날아드는 권강을 바라보는 단아란의 두 주먹에도 푸른 권강이 머금어진다.
“흠!”
콰과과과광!
단아란의 주먹과 소림의 백보신권이 맞부딪치며, 그들 사이에서 밝은 빛을 동반한 폭발이 터져 나왔다.
***
“뭐야, 벌써 끝이야?”
혈무관의 뒤편.
한 명도 빠짐없이 사이좋게 바닥에 드러누운 사도관도들을 빙 둘러보며, 사무현이 어처구니없다는 듯 고개를 가로 꺾는다.
“이것들이 노력 좀 한 줄 알았더니……. 나 없는 사이 빈둥빈둥 놀았나 보네? 뭐 이렇게들 굼떠? 딱 독기만 늘었네, 독기만.”
‘우리가 굼뜬 게 아니라 형님이 빨라진 겁니다!’
‘아아……. 강해지고 싶다. 강해지고 싶은 욕구가 맹렬히 샘솟는다!’
‘……그냥 자퇴할까.’
치밀어 오르는 반발을 속으로 집어 삼키며 패배의 쓴맛만을 만끽하는 사도관도들.
이래저래 따지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자그마치 백 대 일로 두들겨 맞고 나니 부끄러워 따질 엄두도 나지 않는다.
그들과 사무현의 격차가 심각하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옷깃조차 제대로 스치지 못하다니?
심지어 살암은 검강을, 막휘는 권강까지 끌어 올리며 덤벼들었는데 말이다.
“이거…… 안 되겠다. 조만간에 족쇄 무게라도 올리든지 해야지. 이래 가지고 어디 구파일방이랑 오대세가 놈들 때려잡겠어?”
정도관 놈들은 때려잡았으니, 어느새 다음 목표는 구파일방과 오대세가 놈들이 되어 있었다.
그렇게 모두가 스스로의 힘없음을 한탄하며 몸을 떨고 있던 그때.
쿠구구구구.
느닷없이 심상치 않은 폭음과 진동이 전해졌다.
“……음?”
진동을 통해 전해진 힘을 느꼈는지, 사무현이 미간을 찌푸리며 진동이 느껴지는 곳으로 고개를 돌렸다.
‘이건 또 무슨 일이지?’
뭔가 좀 불안하다 생각되는 것은 단순한 기분 탓일까?
의아함에 미간을 좁힌 사무현이 감각을 집중했다.
이 정도 거리에서 이만한 폭발이 느껴지게 만들려면 최소한 화경급 고수들의 절기 정도는 되어야…….
쿠구구궁. 쿠구궁…….
“……아니, 뭐야? 저건.”
저 멀리서 격돌하는 두 기운의 정체를 파악하자, 사무현의 입에서 어이가 없다는 듯한 중얼거림이 흘러나온다.
불가 특유의 맑고 정순한, 하지만 거암과도 같이 무겁고 거대한 기운.
이런 기운을 내뿜을 수 있는 이는 이곳 연무학관 내에 단 한 명밖에 없다.
그리고 그런 기운을 가볍게 상회하는, 터무니없이 거대한 저 난폭한 기운은…….
‘……저 인간들은 대체 또 왜 저러는 건데?’
신불과 천무신녀.
둘 다 연무학관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운 사고뭉치들.
마침 둘의 죽이 은근히 잘 맞는다는 것을 알고 있으니 그들이 함께 대형 사고를 치는 것은 그리 이상한 그림이 아니다.
하지만…….
‘……대체 왜 둘이서 싸우고 있느냐고?’
신불이 싸움을 걸었을 리는 없다.
질 것이 불 보듯 빤한 싸움을 걸 만큼 그는 아둔한 사람이 아니니까.
그렇다면 결국 천무신녀가 싸움을 걸었다는 말인데…….
‘저 정신 나간 여자가 설마……?’
달에 한 번씩 패던 사람을 못 패서 금단 현상이 온 것일까?
아니, 아무리 그래도 스님까지 패는 건 좀 아니지.
심지어 자기보다 연장자가 아닌가?
“……난감하네.”
아예 눈치를 못 챘으면 모를까, 이 정도 규모의 싸움이 벌어지고 있는데 모르는 척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저 단순한 비무라고 보기에는 신불과 단아란의 기세가 어쩐지 심상치 않았으니까.
더욱이 신불에게는 암천막에서 빚을 진 일도 있지 않은가?
결국 싸움을 중재하는 쪽으로 마음을 정한 사무현이 쓰러진 모두를 둘러보며 입을 열었다.
“끄응……. 어디 보자……. 막휘!”
“예, 형님.”
“애들이랑 다 같이 체력 단련 좀 하고 있어.”
“예? 형님은요?”
“아, 난 아무래도 좀 다녀와야 할 것 같아서.”
“……예?”
“오래 걸리진 않을……. 아니, 설마 오래 걸린다고 해도 따라오지 마. 괜히 다친다.”
파밧!
말을 마친 사무현이 신불과 단아란의 기세가 느껴지는 방향으로 몸을 날렸다.
무어라 말을 할 틈도 없이 순식간에 그가 멀어져 버리자, 당황한 막휘의 귓가로 손익패의 음성이 들려온다.
“형님, 어쩌실 겁니까?”
“글쎄…… 그게…….”
뒷머리를 긁적이며 막휘가 몸을 일으키자, 사무현이 사라진 방향을 오매불망 바라보는 모두의 얼굴이 눈에 들어온다.
무슨 일인지는 모르지만 당연히 따라가야 하지 않겠냐는 의지가 눈빛을 통해 느껴진다.
그들의 모습을 보며 갈등하던 그때…….
“따라간다.”
어느새 몸을 일으킨 살암이 무복의 먼지를 털어 내며 발걸음을 옮긴다.
“뭐, 인마? 체력 단련은…….”
“위험을 회피하며 살다가는, 언젠가 뒤조차도 따를 수 없게 될 거다.”
“야, 이……! 누가 위험해서 그런데? 다 형님이 시킨……!”
“난 가겠다.”
파밧!
타닷.
사삭.
말을 마친 살암이 자리를 박차고 몸을 날리자, 눈치를 보던 적사와 청사도 그 뒤를 따른다.
그런 그들의 모습을 바라보며 멍하니 있는 것도 잠시.
결국 입술을 슬쩍 깨문 막휘가 모두를 향해 소리친다.
“다들 일어나라! 우리도 뒤따른다! 형님께 가자!”
“예!”
조금 전까지 힘없이 쓰러져 있던 모두가 몸을 일으켜 일사불란하게 막휘의 뒤를 따른다.
그러는 사이, 처음 느꼈던 진동의 주기가 점점 더 잦아지고 있었다.
***
타닷.
“후우……. 잠깐만요! 멈춰 보……. 이런 미친!”
쿠구구구궁!
전투의 장소에 도착해 막 목소리를 높이려는데, 사무현의 눈에 충격적인 장면이 들어온다.
지난 일 년간 신불이 머무르던 처소 건물이 금방이라도 무너질 듯 흔들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건물의 지붕에서, 단아란과 신불이 무시무시한 기파를 흩뿌리며 격돌하고 있었다.
쿠르르르르.
“크으읍……!”
단전 앞에 마주한 신불의 두 장심 사이에서, 은백색의 강기가 찬란한 빛과 함께 뿜어져 나와 인근을 뒤덮는다.
그리고 호신강기를 두른 채, 권강까지 끌어 올려 신불의 강기를 뚫어내고 있는 여인.
순수한 투지만이 느껴지는 단아란의 얼굴과는 달리, 전력으로 방어에 임하는 신불의 얼굴은 와락 일그러져 있었다.
가공할 내력을 기반으로 접근하는 모든 것을 소멸시킨다는 소림의 항마백열장(抗魔白熱掌).
근접전에서만큼은 최강의 방어 초식에 가까운 이 무공을, 순수하게 힘으로 뚫어내려 달려들 줄이야……!
“이…… 무식한……!”
정순함을 중히 여기는 탓에 같은 내력의 양으로도 배에 달하는 위력을 낼 수 있는 것이 소림의 무공이다.
심지어 절기 하나하나가 가공할 내력을 소모하기에, 자주 사용하지 못하지만 위력만큼은 일격필살이라 부르기에 부족함이 없다.
한데 아무리 현경의 고수라고 해도 그렇지, 별다른 절기를 쓰지도 않고 단순한 권강만으로 그의 절기를 뚫어내는 것은 좀 과하지 않은가?
“아미타불……! 이건 사기……!”
쿠르르르.
단아란의 힘에 밀려 붕괴하는 지붕 속으로 파묻혀 버리는 신불의 신형.
그런 그를 계속해서 밀어붙이던 그때, 단아란의 감각에 난데없는 섬뜩함이 찾아들었다.
‘……이건?’
단아란이 고개를 들자, 익숙한 묵색 도신과 그에 둘러진 붉은 화기가 그녀의 눈에 들어왔다.
부웅.
쩌저저정!
신불과의 싸움이 마무리되기 직전의 순간, 예상치 못했던 사무현의 난입.
수강을 끌어 올려 그의 기습을 받아 낸 단아란이 미간을 확 찌푸리며 그의 도를 밀쳐 낸다.
쩡!
촤지지직.
타닷.
지붕의 기와들을 박살 내며 뒤쪽으로 밀려나는 사무현.
그를 밀어낸 단아란 또한, 가볍게 몸을 날려 석 장 정도 떨어진 위치에 안착한다.
그러자 지붕에 파묻혀 가던 신불이 다급히 몸을 일으키며 사무현에게 감사를 표한다.
“아미타불……! 역시 사무현 시주, 본승과 함께 싸워주러 오셨구려!”
“아니요, 무슨 소리예요? 싸움 말리러 왔는데.”
“…….”
“뭔진 몰라도 이쯤에서 화해하세요! 일단 끼어들긴 했는데, 별로 두 분 싸움에 휘말리고 싶지는 않거든요?”
신불의 뒤편에서 단아란에게도 들으라는 듯 목소리를 높이는 사무현.
그러자 섬뜩하게 빛나는 단아란의 눈이 사무현을 쏘아본다.
“너…… 많이 컸다?”
“……오해세요, 별로 안 컸는데.”
와…… 마주 보는 것만으로도 살이 떨린다.
사무현 스스로도 믿기 힘들 만큼 강해졌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저 천무신녀와 마주하는 순간 온몸의 감각들이 맹렬하게 경고한다.
죽기 싫으면 절대로 싸우면 안 된다고.
“……사과해요, 스님. 나 여기서 죽기 싫어요.”
사무현이 속삭이듯 이야기하자, 신불이 단호하게 고개를 가로젓는다.
“아미타불……. 그럴 수는 없소이다, 시주.”
“아니, 왜요? 아끼던 술이라도 뺏기셨어요?”
그것도 아니면 머리통을 좀 강하게 맞으셨나?
그래도 겁이라는 게 그리 쉽게 없어지는 그런 게 아닌데?
신불과 사무현이 티격태격하고 있던 그때, 단아란의 시선이 돌연 그들과 다른 방향으로 향한다.
“하…… 조용히 다녀오긴 글렀네.”
“음?”
단아란의 중얼거림이 들려온 잠시 후, 이곳을 향해 빠르게 다가오는 두 기운이 사무현의 감각에 잡힌다.
그 두 기운 모두 화경급 고수임을 깨달은 사무현이 고개를 돌리자, 이윽고 저 멀리서 학관주인 권존과 또 다른 한 명의 신형이 모습을 드러냈다.
천마가 보여
지은이 : 보용도
발행인 : 손병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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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6602-6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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