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ousand years old Heavenly Demon RAW novel - Chapter 157
157화
타닷.
탓.
“……고문님, 이게 대체 무슨 일입니까?”
신불, 단아란, 사무현. 이들 셋이 대치중인 지붕에 도착한 권존이 딱딱하게 굳은 얼굴로 묻는다.
신불과 단아란이 만들어 내는 전투 음을 듣고, 무언가 일이 터져도 제대로 터졌음을 직감한 그는 곧장 맹주를 찾아 이곳으로 달려왔다.
단아란과 신불이 난동을 부리는 상황이라면 그 혼자만으로 중재하기에는 무리가 있었으니까.
그리고 지금 이 순간, 권존은 자신의 생각이 옳았음을 확신했다.
“어째서 두 분이 소란을 부리고 계시는지…… 설명을 해 주셔야겠습니다.”
거기까지 말을 마친 권존이 한쪽에 서 있던 사무현에게도 슬쩍 시선을 던진다.
그들보다 먼저 전장에 도착한 또 다른 화경급 고수.
그 정체가 누구일까 의아했더니, 설마 그 사도관의 대표 아이라니……!
‘어제의 소문이 사실이었다는 말인가?’
사도관의 대표가 환골탈태를 이루었다는 소문.
하지만 권존은 이를 단순한 헛소문으로 치부했다.
화경이라는 경지가, 이립도 되지 않은 나이에 이룰 만큼 만만한 경지가 결코 아니니까.
고금을 논하는 천재라 평가받는 천무신녀 단아란조차도 이립을 꼭 채우던 해에 화경의 경지에 올랐을 정도다.
그렇게 권존이 천무신녀의 대답을 기다리는 사이, 그와 함께 이곳으로 온 섬천검제는 경악스러운 얼굴로 사무현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럴 수가…… 자, 자네의 정체는 대체 무엇인가? 어찌 우리를 제외한 화경급 고수가 이곳에…….”
“……사무현이라고 하는데요, 지금 저한테 신경 쓰실 때는 아닌 것 같은데요?”
“크흠흠……! 크흠!”
권존이 헛기침을 하며 섬천검제에게 눈치를 주자, 그제야 상황을 자각한 섬천검제가 다급히 단아란에게 고개를 돌렸다.
“아아…… 본의 아니게 성대한 외출이 됐네.”
순식간에 자신에게 모두의 시선이 집중되자, 단아란이 뒷머리를 긁적이며 짜증스레 중얼거렸다.
이에 권존이 의아한 듯 미간을 좁히며 반문한다.
“외출이라 하셨습니까? 아니, 이 상황이 외출과 무슨…….”
“아미타불……. 그녀는 지금, 무신을 찾기 위해 대산으로 향하려 하고 있소이다.”
“뭐, 뭐라고요? 사실입니까!”
신불의 한 마디에 상황을 파악한 권존이 두 눈을 치켜뜨며 단아란에게 묻는다.
“어찌 그러십니까? 고문님. 분명 아까 회의 때까지만 해도…….”
“오라버니가 거기 안 계시다며.”
“그, 그거야 물론…….”
“그래서 찾아보러 가는 거야. 대체 어디에 가셨는지.”
“…….”
“신불 스님은 그걸 막고 있는 중이고…… 저기 저 녀석은 갑자기 끼어든 놈이고.”
단아란의 설명에 권존이 어두워진 얼굴로 입술을 깨문다.
“……무슨 상황인지 알겠군요. 고문님께서 직접 대산까지 가실 필요는 없습니다. 개방에서 무신님의 행방을 찾아볼 것이니…….”
“걔들이 무슨 재주로? 우리 오라버니 얼굴 아는 애도 몇 없을 텐데.”
“그, 그것은…….”
“하아…… 뭘 알면서 그래? 어차피, 오라버니 찾을 수 있는 사람 나밖에 없어. 안 그래?”
“…….”
“그리고 누가 마교랑 싸우러 간대? 오라버니만 찾아보고 오겠다잖아. 그러니까 짜증 나게 하지 말고 비켜. 신불 스님이야 나를 꼭 막아서야 하는 이유가 있으시다지만, 너희는 아니잖아?”
거기까지 말한 단아란이, 그녀답지 않은 무심한 눈으로 모두를 빙 둘러본다.
“어차피 너희들이 막는다고 막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고, 고문님. 진정하십시오. 대산은 위험합니다.”
권존의 말로도 단아란이 설득될 기미가 보이지 않자, 섬천검제가 포권을 해 보이며 말을 보탠다.
“저희가 고문님의 심정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 아닙니다. 굳이 무신님을 찾으셔야겠다면 무림맹의 입장에서…….”
“야.”
싸늘하게 섬천검제의 말을 끊은 단아란이 미간을 찌푸리며 말을 이었다.
“얘가 웃기는 소리하네. 누가 누굴 이해한다고?”
“……!”
“너희들이 어떻게 날 이해해?”
뼈가 있는 단아란의 물음에 섬천검제가 지그시 입술을 깨물었다.
사실이다.
그들은 결코 그녀를 진심으로 이해할 수 없다.
아니, 이해하려 노력을 한 적도 없다.
그들이 바라보는 단아란은, 그들과는 완전히 다른 존재니까.
‘……세상에 혼자이신 기분이겠지.’
화경의 경지에 오르면, 성취감 이후 곧바로 고독감이 따라붙는다고 한다.
처음 자신과 함께 길에 들었던 이들과 떨어져 혼자가 된 기분.
인외(人外)의 반열에 들어서면서, 대중이 그들에게 보내오는 것은 동경과 경외, 두려움의 시선뿐이다.
중원에서 손에 꼽힌다는 화경의 경지에 오른 이들만 해도 이럴진대, 단아란은 어떤 기분이겠는가?
기(氣)를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고 전해지는, 고금을 논할 만한 무의 재능.
그런 그녀가 바라보는 세상을, 그녀에 비하면 백치나 다름없는 그들이 어찌 이해할 수 있겠는가?
아마도 무신 단월혁이라는 존재는, 그녀가 혼자가 아님을 자각하게 만드는 유일한 존재였을 것이다.
이 모든 생각을 정리하며 침묵을 지키던 섬천검제가, 이윽고 어두운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고문님의 말씀이 옳습니다. 저희는 결코 고문님의 심정을 이해할 수 없을 것입니다.”
“다행히 넌 알아듣는구나. 그럼 비켜.”
“하나…… 저희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고문님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뭐?”
“저희는 나약합니다. 만에 하나 고문님의 행방마저 묘연해진다면, 저희를 포함한 중원 무림은 부모를 잃은 아이처럼 두려움에 떨게 될 것입니다.”
쓰윽.
말을 이어 가며 허리춤의 검을 뽑아 든 섬천검제가 단아란을 향해 방어 자세를 취한다.
“파마불제께서 그러하듯, 천무신녀께서 그러하듯, 제게도 입장이 있습니다. 고문님께는 너무도 죄송스럽지만, 고문님과 중원을 지키기 위해 저는 결코 비켜설 수 없습니다.”
“……저 역시, 맹주와 같은 의견입니다.”
섬천검제와 마찬가지로 함께 자세를 취하는 권존.
평소와는 달리 망설임 없이 자신에 맞서는 저들을 바라보며 단아란이 쓴웃음을 머금는다.
‘……진심이네.’
신불도, 권존도, 섬천검제도.
결국은 한 가지를 말하고 있다.
중원을 지키겠다.
그리고 거기에 앞서 단아란을 지키겠다.
셋이 힘을 합쳐도 자신에게 될 리 없다는 것은 저들이 더 잘 알 텐데, 이건 말 그대로 물러서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의 표현이리라.
“의지의 싸움이라…….”
가만히 저들을 바라보던 단아란이, 곧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허리춤의 검을 뽑아 든다.
쓰윽.
“……그런 거라면야, 이쪽도 놀아 주듯 상대해 줄 수는 없지.”
단아란이 검을 뽑아 들어 자세를 취하자, 사무현을 포함한 모두가 어금니를 드러낸 맹수와 마주한 듯한 공포에 휩싸이기 시작한다.
손 하나 까딱하기 힘들 정도의 압도적인 위압감.
이것을 이겨 내기 위해 권존과 섬천검제가 발버둥을 치고 있는 그때, 신불이 입을 열어 항변한다.
“아, 아미타불……. 아란 시주, 검은 안 쓰겠다고 하지 않았소이까?”
“그거야 신불 스님이랑 둘이 싸울 때 얘기고요. 화경급 넷이서 모든 걸 걸고서 저를 막겠다는데, 그 각오를 생각해서라도 진지하게 상대해 줘야죠.”
“아니……. 굳이 진지하게 할 필요는 없는데…….”
단아란의 말에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중얼거리는 신불.
그 모습을 보며 사무현이 부드러운 미소를 머금는다.
‘……그냥 조용히 하세요, 스님.’
보아하니 어차피 처맞을 것 같은데…… 더 없어 보이잖아요.
‘가만, 그런데 나는 왜 끼어들어서 같이 맞아야 되는 거지?’
난 딱히 저 여자가 오라버니인지 누구인지를 찾으러 가는 거 말릴 생각이 없는데.
그냥 신불 스님 맞아 죽을까 봐 상황 중재나 하러 온 건데…….
‘나랑 관계없이 알아서들 치고받고 할 것 같은데, 이쯤에서 그냥 빠질까?’
그렇게 사무현이 슬쩍 발을 빼는 쪽으로 마음이 기울고 있는 그때.
“자…… 그럼 어차피 다시 돌아오긴 힘들 것 같으니, 마지막 가는 길 가르침 정도나 내려줘 볼까?”
스르르륵.
쩌저저저정!
돌연 단아란의 머리칼이 허공으로 솟구치는가 싶더니, 그녀가 서 있던 곳을 중심으로 지붕의 기와가 파괴되며 갈라진다.
그와 동시에 단아란의 검신에서 일곱 자에 이르는 푸른 검강이 머금어졌다.
“오라버니 제자한테도…… 그리고 파릇파릇한 후배들한테도.”
‘……오라버니의 제자?’
뭐지? 그럼 저 처음 보는 사람이 그 무신의 제자라는 건가?
사무현이 반신반의한 얼굴로 고개를 돌리자, 그의 예상과는 달리 두 눈을 부릅뜬 섬천검제가 단아란을 향해 소리치고 있다.
“무, 무신님의 제자라니……! 고문님 그건 대체 무슨 소리……!”
파밧!
섬천검제의 말은 무시하고 지붕을 박찬 단아란의 신형이 허공으로 치솟는다.
“시작은 가볍게!”
부웅.
콰구구구구.
단아란이 일검을 휘두르자, 그녀의 검신을 타고 흘러나온 푸른 강기가 거대한 용의 형태로 화(化)해 사무현을 포함한 네 명에게 쏟아져 내린다.
‘어……? 뭐야, 저거 분명…….’
경악과 긴장 어린 모두의 얼굴과는 달리, 사무현의 눈은 불신으로 흔들렸다.
‘저 무공은 분명……!’
“아미타부우우울!”
사무현이 상념에 잡힌 순간, 신불의 쩌렁쩌렁한 외침이 인근에 울려 퍼진다.
동시에 거대한 손바닥의 형상을 한 백색 강기가 단아란이 전개한 청룡(靑龍)을 받아 낸다.
쩌저저저정!
“크읍……!”
드드드득.
생각보다 더한 강기의 압력에, 신불의 무릎이 휘청이고 그의 입에서 검붉은 피가 흘러나온다.
그러는 사이 권존과 섬천검제도 각자의 절기를 단아란의 청룡을 향해 쏟아 낸다.
쿵!
“흡……!”
콰과과과과.
강하게 발을 내디딘 권존이 오른 주먹을 뻗자, 은백색의 뇌광(雷光)이 둘러싸여진 푸른 권강이 쏘아져 날아간다.
일전에 황보악이 보여 주었던 벽력신권과는 차원이 다른 크기와 위력.
섬천검제 역시 점창(點蒼) 특유의 쾌속한 찌르기와 함께, 거대한 칼날 같은 강기로 신불과 권존의 뒤를 받친다.
하지만…….
콰과과광!
쿠구구구.
“크으윽……!”
“끄으윽……!”
“큽……!”
세 명의 화경급 고수가 힘을 모았으나 단아란이 전개한 청룡을 받아 내는 것은 역부족이다.
각자가 필사적으로 내력을 끌어 올리며 버티는 사이, 사무현은 여전히 멍하니 서서 저 상식을 초월한 절기의 격돌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리고 이윽고…….
“……씨팔.”
사무현의 입이 열리며 황망함이 느껴지는 욕지거리가 흘러나온다.
이런 빌어먹을 일이 있나.
아무리 부정해 보려 해도, 저 무공을 보고나니 지금까지 했던 저들의 대화와 사무현이 들어왔던 정보들이 머릿속에서 빠르게 맞춰진다.
‘십삼대 천마를 죽인 고수……. 무신……. 천무신녀의 오라버니……. 십만대산의 괴물…….’
“사, 사무현 시주……! 뭐 하시오!”
부들부들 떨며 단아란의 강기를 받아 내던 신불이, 심상치 않은 사무현의 얼굴을 보며 큰소리로 그를 불렀다.
하지만 지금의 사무현에게는 아무 말도 들리지 않는다.
“천무신녀……. 무신……. 오라버니의 제자……. 그리고……!”
까드득.
이해할 수 없는 소리를 빠르게 중얼거리던 사무현이, 돌연 어금니를 악물며 천마도를 머리 위로 치켜들었다.
그리고 그러는 사이, 세 명의 화경급 고수의 기운이 단아란의 청룡에 의해 조금씩 뒤로 밀려나기 시작한다.
쿠구구구.
“저…… 빌어먹을 무공!”
부웅.
콰과과과과.
영문 모를 분노가 섞인 사무현의 한 마디와 함께, 천마도가 휘둘러지며 그의 도신을 타고 붉은 화기가 뻗어 나간다.
강기와 뒤섞인 붉은 화기는, 잠시 후 빠른 속도로 팽창해 거대한 화룡의 형상으로 화(化)했다.
“저…… 저건!”
단아란이 전개한 것과 똑같은, 하지만 강기의 색만 다른 화룡.
저 무공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 모르지 않았기에, 검존과 섬천검제의 얼굴이 동시에 경악으로 물들었다.
잠시 후, 사무현이 전개한 화룡이 세 사람의 기공과 합쳐져 단아란의 청룡을 밀어붙인다.
콰과과과과.
타닷.
“흐음…….”
어느새 바닥에 안착한 단아란이, 자신이 전개했던 청룡과 필사적으로 힘겨루기를 하는 모두를 바라본다.
그 순간 청룡이 그 형태를 일그러뜨리더니 곧이어 그들의 위에서 거대한 폭발을 일으켰다.
콰과과과과광!
***
“형니이임! 저희가 왔……. 흐업!”
콰구구구구구.
후두둑, 후두둑.
“큽……!”
연쇄적인 폭발이 벌어지고 있는 곳으로 달려온 막휘와 사도관도들.
하지만 그들이 도착하기 무섭게 가장 먼저 마주한 풍경은, 거대한 폭발과 그 폭발을 이기지 못해 무너지고 있는 건물의 모습이었다.
지붕 위에 있던 네 명의 인형이 붕괴에 말리지 않기 위해 뿔뿔이 흩어지자, 그들 중 하나에 한 여인의 신형이 달라붙어 접근전을 벌이기 시작한다.
쩌저저정!
쩌정!
쿠구구구.
“……염병, 여길 우리가 왜 왔지?”
툭 하고, 자신도 모르게 한마디를 내뱉는 막휘.
하지만 다른 사도관도들의 생각도 그와 크게 다르지 않은지, 입을 떡 하니 벌리고 멍하니 저 괴물들의 전투를 지켜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과 조금 떨어진 곳에는…….
‘……살암?’
자신보다 더 앞에서 저들의 전투를 바라보고 서 있는 익숙한 뒷모습.
허리춤의 검으로 손을 가져다 댄 채 가늘게 몸을 떠는 그에게서 ‘분함’이라는 감정이 선명히 전해진다.
‘……빌어먹을 놈, 너는 분한 마음이라도 드나 보구나.’
살암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혀를 찬 막휘가 이내 고개를 돌려 사무현을 찾는다.
어느새 권존을 한쪽으로 날려 버린 단아란의 신형이, 화살처럼 사무현을 향해 쇄도하고 있었다.
‘난 그저…… 불안하기만 한데.’
언젠가 저 뒤를 놓쳐 버릴까 봐.
뒤따르는 것조차 할 수 없게 될까 봐.
막휘가 그런 생각을 하는 찰나, 사무현과 천무신녀 사이에서 광폭한 폭음이 터져 나왔다.
쩌저정!
천마가 보여
지은이 : 보용도
발행인 : 손병태
발행처 : ㈜알에스미디어
주소 : 경기도 부천시 부천로 198번길 18 춘의테크노파크 2차 201동 50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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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6602-6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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