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ousand years old Heavenly Demon RAW novel - Chapter 158
158화
쩌저정! 쩡!
카가가각.
강기를 머금은 단아란의 검과 사무현의 도가 맞부딪치며 기이한 마찰음을 만들어 낸다.
중병기 중에서도 상당한 무게를 자랑하는 천마도가, 단아란의 얇디얇은 검신에 밀려 세차게 흔들린다.
일검 일검을 버텨 내는 것조차 손아귀가 저려올 정도였지만, 사무현은 그럼에도 물러나지 않았다.
도리어 어금니를 악물고 더더욱 단아란에게 몸을 날려 거리를 좁힌다.
쩌저저정!
“크으읍……!”
“……흠.”
침음성을 흘리면서도 있는 힘을 다해 자신을 밀어붙이려는 사무현의 모습에 단아란이 두 눈을 가늘게 뜬다.
어찌 보면 자살 행위처럼 보이겠지만 사실 이것은 정답에 가깝다.
그녀가 쓸 수 있는 수단을 최소화하고 다른 변수를 만들어 내겠다는 것이니까.
다만…….
‘이전까지는 볼 수 없었던 호전성인데?’
제 한 몸 사리느라 급급하던 녀석이 왜 이제 와 이렇게 투지를 불사르는지 이해하기 힘들다.
그렇게 의아해하는 단아란의 귓가에 힘에 부쳐하는 사무현의 음성이 들려온다.
“크으읍……! 사, 사실입니까……!”
“뭐가?”
“당신…… 오라버니……!”
“음? 아아, 왜 갑자기 열 내며 달려드나 했더니 그것 때문이었어?”
그제야 사무현의 심경 변화의 이유를 눈치챈 단아란이 짓궂은 미소를 머금으며 말을 잇는다.
“맞아, 너. 우리 오라버니 제자. 대산에서 만났지?”
“대, 대체…… 언제부터 안 겁니까!”
“처음 봤을 때부터.”
“…….”
“기운 자체가 오라버니랑 똑같았거든.”
“이이……! 그럼 지금까지 날 두들겨 팬 것도 전부!”
“아, 그것도 네가 오라버니 제자라서. 실력 좀 보려고. 겸사겸사 단련도 시켜 주고.”
까드드득.
단아란의 대답을 들으며 사무현의 어금니가 다시 한번 소리나게 갈린다.
“이런 제엔자앙! 오빠라는 인간이나 동생이라는 인간이나!”
쩡!
분노에 찬 사무현의 도가 처음으로 단아란의 검을 밀쳐 낸다.
“나하고 대체 무슨 원한을 져서!”
쩌저저정!
“뭐? 원한?”
분노에 찬 사무현의 도격에 뒤로 밀려나던 단아란이, 돌연 미간을 꿈틀하더니 순식간에 거리를 좁힌다.
그러고는 사무현의 머리를 향해 거침없는 일 검을 내려친다.
쐐액!
쩌저저정!
“큭……!”
최대한 전력으로 검격을 가로막았으나 도리어 그의 도신이 뒤쪽으로 밀려난다.
이대로는 버틸 수 없다는 생각에, 사무현이 드물게도 두 손으로 천마도를 움켜쥐고 버틴다.
그런 그를 내려다보며 단아란이 말을 잇는다.
“원한이 아니라.”
콰드드득.
단아란이 제대로 힘을 쓰자, 사무현의 허리가 꺾일 듯이 휘며 천마도가 그의 이마 앞까지 밀려난다.
“은혜라고 해야지. 오라버니가 직접 무공도 가르쳐 주셨는데.”
“윽……! 은혜는 무슨……!”
싫다는 사람 붙잡아 놓고 심심할 때마다 두들겨 팬 인간에게 은혜를 받았다고 한다면, 밤낮으로 무공을 가르쳐 주며 몇 번이나 목숨을 구해 준 천마한테는 대체 무엇을 받았다는 말을 해야 한다는 말인가?
그렇게 사무현이 죽을힘을 다해 단아란의 검격을 버텨 내고 있는 그때.
파밧!
“아미타부우울!”
우렁찬 일성을 내지르며 신불이 단아란의 뒤를 노리고 달려든다.
우수에 커다란 수강을 머금은 신불의 일장이 단아란의 등으로 뻗어진다.
부웅.
“쯧.”
우수로 사무현의 도를 밀어붙이던 단아란이, 그대로 반대편 손을 뻗어 신불의 일장을 받아 낸다.
쩌저저정!
“……!”
검격을 전개하는 와중에 다급히 받아 낸 까닭인지 단아란의 왼손이 처음으로 뒤로 밀려난다.
그러나 그 순간 가볍게 몸을 회전시킨 단아란이, 사무현과 신불을 각각 반대 방향으로 내던져 버린다.
휘릭.
타닷.
촤지직.
“……큭!”
한쪽 무릎을 꿇으며 바닥에 안착한 사무현이 침음을 흘리며 고개를 든다.
그와는 달리 안전하게 방어 자세를 취하고 있는 신불이, 사무현의 반대편에서 목소리를 높인다.
“아미타불……. 괜찮소이까? 시주!”
“뭐…… 그럭저럭요.”
하마터면 허리가 부러질 뻔했지만, 어떻게든 버텨 내긴 버텨 냈다.
예전 같았다면 버텨 내지 못하고 천마도를 놓치고 말았을 텐데, 확실히 이전보다는 해볼 만하다.
그러는 사이, 어느새 합류한 권존과 섬천검제가 단아란에게 맹렬한 협공을 퍼붓고 있었다.
퍼벅!
쩌저저정!
“큽……!”
“윽……!”
촤지직.
타닷.
단아란의 일각에 복부를 가격당한 권존은 좌측으로, 그녀의 검강을 검강으로 맞받았던 섬천검제는 우측으로 밀려난다.
그렇게 단아란의 사방이 자연스레 네 명의 화경급 고수들로 포위된다.
‘이거…… 잘 하면 되겠는데?’
사무현의 눈에 한 줄기 희망이 반짝인다.
일대일로는 상대도 되지 않는다.
하지만 지금은 이쪽도 화경급 고수들이 무려 넷이다.
물론 그래도 결코 쉽진 않겠지만, 이 정도면 조금은 승산을 기대해 봐도……!
“……재밌네.”
자신을 포위한 넷을 빙 둘러본 단아란이, 한쪽 입꼬리를 끌어 올리며 검신을 치켜세운다.
쓰윽.
“이만하면 적당히 힘 좀 쓴다고 죽지는 않겠어.”
드드드드.
말을 마친 단아란의 몸 주위로 심상치 않은 기파가 흘러나온다.
그녀의 머리칼이 허공으로 솟구치고 무복이 거칠게 펄럭이며 유형화된 푸른 기가 거대한 불길처럼 치솟아 오른다.
어…… 잠깐만.
이러면 좀 불안한…….
“그럼…… 오랜만에 좀 놀아 볼까?”
말을 마친 단아란이 그대로 허공을 향해 일검을 휘두른다.
부웅.
콰구구구구.
그녀의 몸 주위로 유형화된 푸른 기가 세 줄기로 갈라져 신불과 권존, 섬천검제를 향해 쏟아진다.
잠시 후 그 강기는, 순식간에 모습을 바꾸어 거대한 푸른 용의 형태로 화했다.
“……염병, 저게 사람이야?”
혼밖에 남지 않은, 그조차도 반쯤은 미쳐 있었지만 그 혈마조차도 한번에 한 마리의 화룡을 만들어 내는 게 전부였다.
그런데 그걸 세 마리씩 만들어 날려 버린다고?
‘적당히 힘쓴다며!’
그렇게 할 말을 잃어버린 사무현에게, 푸른 검강이 머금어진 검을 치켜세운 단아란이 섬광같이 쇄도한다.
파밧!
젠장, 이건 못 이기……!
“지금 뭘 하고 있느냐?”
……어?
“베어라. 도를 쥐었으면 그밖에 도리가 없으니.”
……망할 새끼.
자신도 모르게 긴장감이 턱 하고 풀어지며 입가에 실소가 머금어진다.
너무도 익숙한 오만한 음성.
그 음성이 귓가에서 들려오는 순간, 사무현의 마음속을 잠식해 가고 있던 절망과 두려움이 순식간에 사라져 버렸다.
“……안 그래도.”
뒤쪽에서 들려오는 음성에 고개조차 돌리지 않은 채, 사무현이 천마도를 머리 위로 치켜세운다.
쓰윽.
“그러려고 했다 이 새끼야!”
쩌저저저정!
화기까지 머금은 사무현의 일도와 단아란의 일검이 맞부딪치며 거대한 폭음이 울려 퍼진다.
그 순간 그의 도격을 받아 낸 단아란의 눈에 놀라운 기색이 스쳐 지나간다.
‘무거워졌어?’
분노로 눈에 뒤집혀 달려들었을 때보다도 월등히 무거워진 도격.
이는 늙다리 노괴들 사이에서도 보기 힘든 수준의 일도다.
하지만…….
‘……그래도 그때만은 못하네.’
자신의 무복 소매를 베어 냈던 그때와.
놀라움과 아쉬움이 반반 섞인 눈으로 사무현의 도격을 받아 낸 단아란이, 이윽고 두 눈을 번뜩이더니 사무현의 도격을 튕겨 낸다.
쩡!
콰과과광!
“읍……!”
자신의 도격을 밀쳐 내기 무섭게 섬광같이 연공을 펼쳐 오는 단아란.
가까스로 호신강기를 끌어 올려 그녀의 검격을 받아 낸 사무현이, 그대로 몸을 회전해 단아란의 허리를 베어 간다.
하지만 그 또한 이내 단아란의 얇은 검신에 가로막힌다.
쩌저정!
“확실히…… 많이 무거워지긴 했네.”
예전 같았으면 어렵지 않게 받아치고 곧장 반격을 가했을 텐데, 아무리 내력을 끌어 올려도 육체에 부담이 가는 것을 부정할 수는 없다.
사실 애초부터가 검으로, 오직 강맹함만을 추구하는 도격을 정면으로 받아 내는 것은 말도 되지 않는 일이다.
검수가 도객을 상대할 때, 흘림과 회피를 염두에 두어야 하는 것은 기본 중의 기본.
지금까지 단아란이 사무현을 상대로 정면에서 승부한 것은, 그들 사이의 간극이 그만큼이나 극명했던 까닭이다.
‘지금도 작성하고 힘을 쓰면 못할 건 없지만……’
하지만 그렇게 쓰러뜨려서는 재미가 없다.
이제 한 단계 올라선 만큼, 그에 맞는 대우를 해 주는 것이 선배 된 도리일 터.
잠시 후 묘한 미소를 머금은 단아란이, 검신을 비틀어 사무현의 도를 흘려 내고 그와의 거리를 벌린다.
그러고는 바닥에 안착하기 무섭게 사무현을 향해 부드럽게 일 검을 휘두른다.
스스슥.
콰과과과과과.
“……저건!”
수십, 수백에 달하는 푸른 강기가 정면에서 사무현을 향해 쏟아져 날아든다.
저건 그거다!
살암이랑 살천이 사용하던 그 무공!
‘아니, 그런데 왜 암천막의 무공을 저 여자가 사용하지?’
의문점 하나가 사무현의 머릿속에 떠올랐지만 그런 것은 중요치 않다.
피하는 것이 절대 불가능한 강기의 폭우.
이에 사무현이 전력을 다해 도초를 전개한다.
스스스스.
천마도법 십이 초식. 멸세천마도.
사무현의 도초를 따라 몸 주위를 가득 뒤덮은 강기가 면의 형태를 띄고 점점 주위로 퍼져 나간다.
잠시 후, 사무현이 전개한 강기 막 위로 수 없는 강기의 다발이 날아든다.
콰구구구구.
‘크으읍……!’
사무현이 전개한 강기의 면이 점점 그 영역을 넓혀 갈수록, 사무현의 입에서 검붉은 핏물이 흘러내리기 시작한다.
저 여자가 전개하는 강기는 얇은 한 가닥이라도 상식을 초월하는 위력을 가졌다.
죽기 살기로 내력을 끌어 올리고 있기는 한데, 이대로라면 강기가 단아란에게 닿기도 전에 초식이 파훼되고 말거다.
사무현의 강기막을 두드리는 강기다발은 조금도 줄어들지 않고 계속해서 쏟아지고 있었으니까.
그리고 그때…….
쓰윽.
‘……어?’
사무현을 압박하던 강기의 빗줄기가 난데없이 끊어졌다.
이에 당황한 사무현이 고개를 들자, 어느새 전열을 정비하고 단아란을 향해 달려드는 세 사람의 모습이 그의 눈에 들어온다.
네 사람이 힘을 모아도 호각을 겨우 유지했던 그 공격을 홀로 받아 낸 것을 보니, 아무래도 손속에 사정을 두기는 한 모양이었다.
그것도 아니면, 강기를 여럿으로 나누는 과정에서 위력자체가 떨어졌든지.
‘어찌 되었건……! 기회다!’
물 흐르듯 도초를 마무리 지은 사무현이 자신이 만들어 낸 강기의 면을 삼십육방으로 퍼뜨린다.
단아란을 포함한 세 명마저도 공격 범위에 들어가자, 그것을 힐끔 바라본 단아란이 진각으로 바닥을 찍었다.
쿵!
단아란을 중심으로 세찬 기파가 사방으로 흩어지더니 그녀와 접근전을 벌이던 셋의 움직임을 멈춰 세운다.
스륵.
한 걸음 움직여 신불과 권존, 섬천검제를 정면에 세운 단아란.
잠시 후 그녀가 그들을 향해 검을 휘두르자, 전방을 휩쓰는 복잡한 궤도의 검풍이 만들어 진다.
콰구구구.
촤좌좌좍! 촤좍!
“크읍……!”
“으읍……!”
“아미타불…… 이런 말도 안 되는……!”
헤아리기 힘들 정도로 많은 변화를 담은 광범위한 검풍에, 권존과 섬천검제가 호신강기를 끌어 올리며 뒤로 물러난다.
한편 이 비슷한 공격을 겪어 본 적이 있는 신불은 두 눈을 부릅뜨며 경악성을 흘린다.
그리고 이는 사무현 또한 마찬가지였다.
‘저건……!’
만마참풍이다.
정밀이나 변화의 가짓수에서는 부족해 보이지만, 그래도 저건 분명 만마참풍과 같은 갈래의 초식이다.
경악한 사무현이 두 눈을 부릅뜨자, 검풍으로 저들을 밀어낸 단아란이 등을 돌려 사무현의 강기를 마주한다.
촤좌좌좍!
짧은 순간, 눈으로 쫓을 수도 없는 수십 번의 검초를 어지럽게 전개하는 단아란.
그러자 검로에 따른 수백 궤도의 강기가 비산하며 사무현의 강기를 찢어발긴다.
눈으로 보고도 믿기 힘든 광경에 당황한 사무현이 잠시 굳어 있자, 그 틈을 비집고 접근한 단아란이 사무현의 바로 앞에서 모습을 드러낸다.
스팟!
쩌저저정!
휘리리리릭.
촤지지지직.
“……컥!”
아프다.
이전에도 단아란에게 수도 없이 맞아 보았지만, 지금 그의 안면에 틀어박힌 주먹만큼 아프진 않았다.
뭘 어떻게 맞은 건지 세상이 빙글빙글 돌고 제대로 몸을 가누기도 버겁다.
어금니를 악물고 사무현이 힘겹게 몸을 일으키자, 그에게 날아오는 결정타를 가로막은 신불의 등이 눈에 들어온다.
그리고…….
촤좌좌좍!
쾅!
휘리리릭.
촤지직.
“……쿨럭!”
단아란의 맹공을 견뎌 내다가, 결국 그녀의 검면에 관자놀이를 얻어맞은 신불이 저만치 나가떨어져 검붉은 피를 토해 낸다.
신불이 벌어준 짧은 틈에 사무현이 몸을 일으키자, 대체 어떻게 당한 건지 섬천검제와 권존도 각기 다른 방향으로 나가떨어진다.
촤지지직.
쿠당탕탕탕.
“……아.”
“아미타불……. 인간 자체가 사기로다.”
바닥에 엎드려 신음하는 신불의 중얼거림에, 사무현은 자신도 모르게 멍하니 고개를 끄덕이고 말았다.
무신의 여동생이자 고금을 논하는 재능을 가진 천하제일인.
그녀를 수식하는 수 없이 많은 찬사를 들어 보았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 절실히 느낀 적은 없었다.
가볍기 그지없는 행실과 무신의 잔재에 가려져 있기는 했지만, 그녀가 현 무림을 대표하는 천하제일인이라는 사실을.
천마가 보여
지은이 : 보용도
발행인 : 손병태
발행처 : ㈜알에스미디어
주소 : 경기도 부천시 부천로 198번길 18 춘의테크노파크 2차 201동 50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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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6602-6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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