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ousand years old Heavenly Demon RAW novel - Chapter 161
161화
“뭐? 그게 대체 무슨 소리야?”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듯, 미간을 있는 대로 찌푸리며 고개를 가로 꺾는 사무현.
……뭐지? 기분 탓인가?
어쩐지 그가 평소보다 많이 삐딱해 보인다는 느낌을 받으며 막휘가 말을 이었다.
“말씀드린 대로입니다. 연무학관이 무기한 휴관을 한다는 공문이 내려왔습니다.”
“아니, 그러니까 대체 왜?”
“지난번 암천막 사건 때 마교가 개입했지 않습니까?”
“그랬지.”
“저도 자세한 내막이야 알지 못하지만, 그 녀석들이 중원을 노리는 움직임이 포착되었다는 것 같습니다. 해서 연무학관의 입장에서, 각 문파의 후기지수들을 문파로 돌려보내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고요.”
막휘의 설명에 사무현의 두 눈이 가늘어진다.
십만대산의 괴물…… 그러니까, 그 무신인지 뭔지 하는 인간한테서 도망치고자 연무학관까지 온 사무현이다.
선자님의 말씀에 따라 이곳에서 육 년을 버티려고 마음먹고 있었는데, 갑자기 일 년 만에 연무학관이 무기한 휴관을 한다니?
“……젠장할, 인생이 순탄하게 가는 법이 없구나.”
물론 이곳에는 무신의 여동생이라는 단아란이 있다.
그녀가 자신의 존재를 알고 있으니 이곳도 안전하리라는 보장은 없지만, 아무튼 당장 갈 곳도 없는데 쫓겨나게 되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어떻게 해야 되지?’
병실 침소에 벌러덩 드러누워 사무현이 생각에 잠긴다.
그냥 이 기회에 계획했던 대로 살아 볼까?
아니면 무림맹 무사로라도 취업시켜 달라고 사도관주님한테 부탁을……?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사무현이 고심하고 있는 그때, 막휘가 넌지시 질문을 던져 온다.
“이제 형님은 어쩌실 겁니까? 돌아가실 곳이 있으십니까?”
“있을 것 같냐? 그 망할 인간한테 겨우 도망쳐서 여기까지 온 건데.”
사무현이 말하는 ‘망할 인간’이 누구인지 알게 되었기에, 막휘가 어색한 미소를 머금으며 재차 묻는다.
“하면 형님께서도 자립을 준비하시겠군요?”
“글쎄 그거야……. 근데 그건 왜 물어?”
“실은, 지금 애들이 가장 궁금해하고 있는 것이 형님의 거취입니다. 원래 자신이 속했던 문파로 돌아갈 녀석도 있겠지만, 마땅히 돌아갈 세력이 없는 녀석들도 제법 있거든요.”
“그래서?”
“그래서라니요? 혹여나 형님께서 거두어만 주신다면 다들 좋아할 겁니다. 형님께서도 굳이 모르는 녀석들과 함께하시느니, 저희 애들을 거두어 쓰시는 게 낫지 않으시겠습니까?”
막휘가 두 눈을 반짝이며 다가오자 사무현이 미간을 찌푸리며 한 손바닥을 펼쳐 보인다.
“부담된다. 거기서 얘기해. 그리고 내가 왜 너희를 거두어 써? 내 한 몸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는 판국에.”
“에이…… 솔직하게 말해서, 형님 정도 되시는 고수가 그런 걱정을 하실 필요가 어딨습니까? 어딜 가셔도 한 지역의 우두머리가 되실 텐데요.”
“그거야 내가 계속 싸움박질이나 하면서 살 때 얘기고.”
사무현이 은근히 선을 긋자, 막휘가 어색한 미소를 머금으며 재차 말을 꺼낸다.
“그러지 말고 제 얘기 좀 들어 보십시오. 제 생각에는, 아마 형님께서 강호에 나오시면 난리가 날 겁니다. 너도나도 형님께 줄을 대려고 말이지요.”
“나한테? 왜?”
“아시잖습니까? 사파에서 중시하는 것은 결국 힘입니다. 현 사파 무림에는 공식적인 화경급 고수가 없었는데, 검증된 화경의 고수인 형님께서 등장하시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
“음지는 한때 암천막이 일통(一通)했지만 지금은 분해되어 버렸고, 사파에서 크다고 할 만한 세력은 녹림과 장강수로채 정도입니다. 하지만 그들의 활동 영역은 엄연히 제한적이지요. 하면 그들에 속하지 않은 대다수의 사파들 중 형님께 대항할 이가 누가 있겠습니까?”
“흐음…….”
“녹림과 수로채는 우선 내버려 두고, 거기에 속하지 않은 모든 사파 세력들을 형님께서 통합하는 겁니다! 그리고 결국에는 사도일통(邪道一通)의 길을……!”
따악!
“악! 왜 그러십니까, 형님!”
난데없이 자신의 이마를 강타한 사무현의 딱밤에, 막휘가 욱신거리는 이마를 문대며 소리친다.
그러자 위협적으로 오른손을 들어 올린 사무현이 한쪽 눈썹을 치켜올리며 말한다.
“사도일통은 얼어 죽을……. 너, 녹림 출신 아니야? 그런 놈이 어디서 그런 소리를 입에 올려?”
“아버지의 길은 아버지의 길이고, 저와 형님의 길은 따로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얼씨구.”
“그리고 꼭 다 때려잡아야만 사도일통입니까? 연합을 구축하고 손을 잡아도 결국 하나의 세력이라고 봐야지요. 말이 나왔으니 말인데, 녹림과의 연합 회담은 제가 주선하겠습니다.”
“그건 너랑 뜻 맞는 애들이랑 같이하고. 나는 계속 사파로 살 마음이 없으니까.”
“예? 사파가 아니면, 정사지간의 길을 걸으실 생각이십니까?”
“자꾸 뭐래? 난 무림에서 손 씻을 거야. 사업할 거야, 사업.”
“사업…… 이요?”
생각지도 못한 사무현의 말에 떨떠름한 얼굴로 고개를 갸우뚱하는 막휘.
아니, 세상에 화경의 경지에 올라 놓고도 사업을 하겠다는 인간이 다 있나?
“형님, 설마…… 이 기회에 음지로 발을 들이시려고…….”
따악!
“악!”
아니, 대체 또 언제 때린 거지?
눈에 보이지도 않는 속도로 이마를 타격하고 빠진 사무현의 딱밤에, 눈물이 찔끔 나오는 것을 느낀 막휘가 얼굴을 붉히며 언성을 높인다.
“아니! 왜 자꾸 때리십니까!”
“이게 말이면 단 줄 아나……. 뭐어어? 음지? 암천막에서 뭔 일을 당했는지 그새 잊어버렸냐? 어디서 그딴 말을……. 콱!”
사무현이 위협적으로 주먹을 쥐어 보이자, 찔끔하며 한 걸음 물러선 막휘가 양 손으로 이마를 가리며 대꾸한다.
“아니…… 사실 그렇잖습니까. 왜 그만한 힘을 두시고 사업을 하십니까? 딱히 머리가 비상하신 것도 아니면서.”
“내 머리가 비상한지 안 한지는 네가 어떻게 알아?”
“이거 왜 이러십니까? 제가 형님 모신 게 벌써 일 년인데. 형님 머리가 좋았으면 제가 적어도 한두 번은 감탄을 했겠지요.”
이 자식이…….
……사람 할 말 없게 만드네.
“그러지 마시고, 함께 사도 문파를 차리시는 것이 어떻습니까? 어차피 사파 전체를 통틀어도 형님만한 고수는 없을 텐데, 제자가 되려는 이들이 구름떼처럼 몰려들 겁니다. 그러면 결국 그게 다 돈 아닙니까?”
은근한 어조로 사무현을 꼬드기려는 막휘.
‘돈’이라는 단어를 슬그머니 입에 올리자 사무현의 귀가 자신도 모르게 쫑긋한다.
“크흠……. 그걸 어떻게 장담해? 강호는 와호잠룡(臥虎藏龍)이라는데.”
“물론 소문보다 저평가 된 고수들이나 딱히 평가를 받을 일이 없었던 고수들은 있을지도 모르지요. 하지만 그래 봐야, 그 중에 신불 스님 정도 되는 고수가 있겠습니까? 강하다고 소문난 녀석들도 대부분 살암 녀석 정도거나, 혹여나 예상치 못한 괴물이 튀어나와도 지난번에 형님께 죽은 동천이라는 놈 정도겠지요.”
“흐음…….”
막휘의 말에 사무현이 잠시 생각에 잠긴다.
사실 지난번 동천과의 싸움에서 승리를 거둔 건 사무현이 아니다.
그가 한 일은 동천의 한쪽 팔을 베어 낸 것까지.
그 뒤의 일은 온전히 천마가 해낸 일이다.
‘다시 붙으면 질 것 같지는 않지만.’
사무현도 화경에 올라섰고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해졌으니, 다시 붙으면 호각지세 정도는 다툴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결과는 직접 붙어 봐야 알 수 있는 부분이지만.
한편 사무현이 어느 정도 넘어왔다고 생각했는지, 막휘가 조금 더 은밀한 어조로 설득을 이어 간다.
“제 생각에 형님은 싸움이 적성에 맞으십니다. 괜히 골치 아프게 머리 쓸 생각 마시고, 저희 애들 데리고 같이…….”
“아아, 됐어. 머리 아프니까 얼른 나가.”
“에이, 형님. 그러지 마시고 한번 진지하게 생각…….”
“나가라. 휴관 전에 푸닥거리 제대로 하고 싶은 거 아니면.”
“……예, 형님.”
결국 단호한 사무현의 말에 아쉽다는 듯 입맛을 다시며 병실을 나서는 막휘.
잠시 후 그가 나가고 나자, 사무현의 고개가 한쪽으로 돌아간다.
“넌 어떻게 생각하냐?”
사무현의 물음에, 병실 한쪽에 서서 그들의 대화를 듣고 있던 천마가 고개를 끄덕인다.
“녀석의 말 대로다.”
“……그래?”
진짜로 나보다 센 놈이 없을 거라고?
다른 놈도 아니고 천마가 말을 하니 꽤나 그럴싸한…….
“네 머리는 좋지 못하다. 본좌가 전에도 말했듯이, 너는 그냥 뭐든 몸으로 하는 것이…….”
“거기까지. 뒈지기 싫으면 입 닫아.”
오늘도 어김없이 사이가 좋은 사무현과 천마였다.
***
“예에? 사업이요? 진짜 형님이 그렇게 말하셨습니까?”
사무현의 병실을 다녀온 막휘의 이야기에, 사명관에서 자발적인 석식 수련을 하던 이들이 황당하다는 반응을 연이어 내놓는다.
“……내 평생 들은 말 중에 가장 웃긴 말이군.”
손익패의 뒤를 이어 적월이 한 마디를 내뱉자, 만패와 나혼수도 두 눈을 끔뻑이며 서로를 돌아본다.
“현 중원의 최연소 화경급 고수가 사업을 한다라……. 말이 되나?”
“깊게 생각 마라. 애초에 그 녀석이 한 일들 중에 딱히 말이 되는 것도 없었다.”
“아니, 아무리 그래도 정도라는 게 있는데…….”
만패와 나혼수가 대화를 나누고 있던 그때, 적사가 그녀답지 않게 혀를 내두르며 의견을 내밀었다.
“장난친 거 아닐까요? 아무리 생각해 봐도 진심일 리가 없을 것 같은데요.”
“아니면 모두의 심정을 떠보는 것일지도 모르지.”
청사도 함께 의견을 제시하고 나서자, 지금까지 침묵을 지키고 있는 살암을 향해 막휘가 입을 열어 물었다.
“야, 너는 어떻게 생각하냐?”
“새삼스러울 것은 없다. 녀석은 예전에도 그렇게 말했으니까.”
“뭐?”
“정확하게 말하자면…… 자신은 언제까지고 무림에 발을 담글 생각이 없다고 했지. 작년에 내게 직접 했던 이야기다.”
“아…….”
살암의 말에 모두가 두 눈을 휘둥그레 뜨고 그의 얼굴을 바라본다.
만약 저 말이 사실이라면, 사무현이 막휘에게 했던 이야기는 진심일 가능성이 높다.
“이거…… 예상외의 상황이군. 휴관을 하게 되면, 한동안 녀석과 다니며 경험과 명성을 쌓아 볼 생각이었는데…….”
“실은 저도 비슷한 생각이었습니다.”
적월의 말에 뒷머리를 긁적이며 손익패가 솔직하게 토로한다.
“처음에는 회창으로 돌아갈까도 했지만…… 기왕에 그럴싸한 무공도 익혔으니, 대표 형님과 함께 조금 더 큰 바닥에서 활동해 보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형님의 뜻이 그러시다니…….”
“벌써부터 확정지을 것 없다.”
쓰윽.
난데없이 몸을 일으킨 살암이, 손익패의 말을 끊고 담담한 어조로 말을 꺼낸다.
“……어차피 내일이면 결과가 나올 것이니.”
“예? 내일이요?”
“그건 또 무슨 말이냐?”
손익패와 막휘가 의아한 듯 눈썹을 추켜올리며 묻자, 그들로부터 등을 돌리고 선 살암의 입가에 자조 섞인 미소가 머금어진다.
그리고…….
저벅저벅.
아무런 대꾸도 없이 그렇게 사명관을 벗어나는 살암.
그런 그의 뒷모습을, 적사와 청사는 복잡한 심경이 담긴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
부웅.
“끄으으윽……! 허억! 허억!”
“쯧쯧, 고작 만(萬) 번에 그리 힘들어 하다니. 그간 많이도 게으름을 피운 모양이로구나.”
병실 한쪽 벽에 느긋하게 기대고서 사무현을 바라보고 있는 천마.
그런 그의 음성에, 온몸에 붕대를 칭칭 감고 천마도를 내려치던 사무현이 숨을 헐떡이며 그를 돌아본다.
“후우…… 후우……. 아파서 그래, 이 미친놈아.”
이마를 흥건히 적시고 있는 식은땀.
천마도의 무게가 백 근을 넘는다고 하지만, 처음 무공을 배울 때부터 거의 매일같이 해 오던 수련을 이렇게나 힘들어할 리 만무하다.
더욱이 금강불괴의 육신을 기반으로 환골탈태까지 마친 상황이라면…….
하지만 아직도 몸 곳곳에서 느껴지는 통증 탓에, 조금만 움직여도 식은땀이 줄줄 흐를 지경이다.
쿵.
털썩.
결국 천마도를 한쪽에 내려놓은 사무현이 그대로 병실 바닥에 주저앉아 버린다.
“아고고…… 죽겠네. 사람 몸을 이렇게 기술적으로 망가뜨리다니.”
어디 부러진 곳은 하나도 없는데, 아무리 운기조식을 하고 몸을 쉬어도 몸 상태가 쉽게 나아지질 않는다.
회복력이 빠른 사무현의 육체가 이 정도이니, 다른 사람 같았으면 최소한 보름은 뻗어 있어야 했을 것이다.
‘……그런데 신불 스님은 대체 뭐지?’
맹주님이니 학관주님이니 하는 분들도 끙끙 앓으면서 업무를 보고 계시다고 들었는데, 신출귀몰하게 여기저기 숨어 다니며 술을 드시고 다니시다니.
알면 알수록 대단한 사람이라는 생각을 하며 사무현이 고개를 가로젓고 있는 그때, 그의 병실을 향해 다가오는 난데없는 인기척이 느껴진다.
저벅저벅.
“……음?”
천마가 보여
지은이 : 보용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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