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ousand years old Heavenly Demon RAW novel - Chapter 172
172화
‘이놈이……!’
있는 대로 내력을 끌어올려 공격을 퍼부었음에도 좀처럼 무너지지 않는다.
보통 어지간한 녀석들도 이쯤이면 방어가 열리기 마련이거늘!
‘버텨 낸다고?’
일격일격이 자신의 목숨을 끊어 놓을 수 있는 공세 속에서 버텨 낸다는 것은 상당한 심력을 소모하는 일이다.
이대로 있다가는 아무것도 해 보지 못하고 죽을지도 모른다는 초조함과 공포.
이것은 노련한 무인이라 해도 쉽게 극복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한데 이 어린놈은, 그 중압감을 조금의 흔들림도 없이 버텨 내고 있다.
“이……!”
공세를 이어 가는 적룡채주의 이마에도 어느새 굵은 땀방울이 맺히고 있다.
이대로 계속해서 의미 없는 공격을 퍼붓다가는 그의 내력이 먼저 떨어질지 모른다.
결국 열리지 않는 막휘의 방어에 조바심이 난 적룡채주가, 균일하게 이어가던 공세를 늦추고 조금 더 큰 동작으로 주먹을 치켜들었다.
그 순간.
스윽.
지금껏 철옹성처럼 들려 있던 막휘의 팔 한쪽이 아래로 내려가며, 방어 속에 숨어 있던 막휘의 얼굴이 온전히 모습을 드러낸다.
흘러내린 식은땀이 턱 끝에 맺혀 있었지만, 막휘의 눈빛에는 여전히 투지가 살아있다.
그 순간 알 수 없는 오싹함을 느낀 적룡채주가 황급히 그의 안면으로 주먹을 내지른다.
그러자.
스윽.
단단한 방어에만 전념하던 막휘가 앞으로 반장을 내뻗어 적룡채주의 공격을 흘려 낸다.
그리고 텅 빈 그의 흉부를 향해, 준비되어 있던 반대편 주먹을 내뻗었다.
부웅.
쩌저저정!
“읍……!”
아슬아슬한 순간.
이전에 사무현의 일각을 받아냈던 것처럼 반대편 팔을 이용해 막휘의 주먹을 받아 내는 적룡채주.
하지만 곧이어 생각지도 못한 무게감과 함께, 적룡채주의 팔에서 끔찍한 통증이 느껴졌다.
뚜두둑.
“크윽……!”
팔이 부러진 것일까?
고통으로 두 눈이 부릅떠졌지만, 적룡채주는 어금니를 꽉 깨물며 반대편 팔을 휘둘러 막휘를 밀쳐냈다.
부웅.
촤지지직.
“크윽……! 이 빌어먹을 놈이!”
안정되게 바닥에 안착한 막휘가 또다시 방어 자세를 취하려 하자, 적룡채주가 그대로 자리를 박차며 막휘를 향해 접근한다.
“죽어라 이노옴!”
부웅.
쩌저저정!
“크으읍……!”
수강을 머금은 일장으로 적룡채주의 주먹을 받아 냈지만, 결국 거기에 실린 힘을 이겨 내지 못한 막휘가 침음성을 흘린다.
조금씩 뒤쪽으로 밀려나 가는 막휘의 손을 바라보며 적룡채주가 희열에 찬 미소를 머금는 그때.
스륵.
부드럽게 몸을 회전시키며 적룡채주의 주먹을 흘려 낸 막휘가, 그의 옆구리로 일각을 내뻗었다.
쩌저정!
우드드득.
“크악……!”
갈비뼈가 통째로 부러지는 충격과 함께 그의 입에서 검붉은 피가 터져 나온다.
처음과는 달리, 이는 확실히 자신을 죽이기 위한 살수다!
“이익!”
다급히 팔을 굽혀 막휘의 관자놀이에 팔꿈치를 휘두르는 적룡채주.
하지만 그의 공격을 예상한 막휘는 이미 그의 공격 범위에서 벗어나고 있다.
부웅.
타닷.
“……쿨럭!”
팔꿈치로 보기 좋게 허공만을 가른 적룡채주가, 옆구리를 부여잡고 바닥에 안착한다.
입가에서 검붉은 피가 쉴 틈 없이 쏟아지자 적룡채주의 눈에 처음으로 공포심이 어린다.
“이…… 이런……!”
저벅.
“자, 잠깐! 잠깐만……!”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막휘의 발소리에, 당황했는지 다급히 고개를 들며 한쪽 손을 들어 보이는 적룡채주.
이에 막휘가 다가오던 발걸음을 멈추자, 적룡채주가 흔들리는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며 몸을 일으킨다.
“그, 그만…… 내가 졌다.”
“……뭐라고?”
“머, 멈춰라. 내가 졌…….”
주춤.
적룡채주의 말에 막휘의 발이 움찔하자, 그 틈을 놓치지 않은 적룡채주가 바닥을 박차고 몸을 날린다.
“걸렸구나! 애송……!”
막휘의 얼굴을 향해 주먹을 내뻗는 순간 적룡채주는 보았다.
당혹스러움도, 분노도 없이, 그저 담담하게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막휘의 눈빛을.
‘당했……!’
또다시 자신의 주먹을 흘리고 반격이 날아들 것이라 생각한 그때.
앞으로 뻗어져 있던 반장을 내려버린 막휘가 적룡채주의 주먹에 맞서 일권을 내뻗었다.
스팟!
쩌저저저정!
우드득.
“크읍……! 뭐라고!”
팔꿈치와 어깨 관절이 통째로 뒤틀리는 듯한 충격에 적룡채주의 눈이 부릅떠졌다.
그보다도 작은 체구.
그보다도 적게 살아온 세월.
녹림왕의 무공을 이어받았으니 그보다 뛰어난 초식의 연계는 이해할 수 있지만, 대체 자신의 주먹을 밀어 내는 이 무게감은 무어란 말인가?
“이…… 이놈이……! 이런 힘을……!”
쾅!
우렁찬 폭음과 함께, 적룡채주의 주먹이 허공으로 밀쳐졌다.
그렇게 경악 어린 적룡채주의 품 안으로 파고든 막휘가, 그의 턱으로 일장을 올려쳤다.
쩡!
촤좌좍!
적룡채주의 고개가 하늘을 향해 치솟더니, 붉은 피와 함께 부수어진 그의 이빨이 허공에 흩뿌려진다.
그리고 잠시 후, 적룡채주의 거대한 몸이 끈 풀린 연처럼 힘없이 바닥을 나뒹굴었다.
풀썩.
“……아.”
적룡채주가 막휘와의 일대일 대결에서 쓰러지자, 적룡채와 광호채 산적들 모두가 떡하니 입을 벌린 채 두 눈을 끔뻑인다.
적룡채주가 누구인가?
녹림칠십이채의 채주들 중에서도 강자로 인정받는 이이며, 세간에서도 살파신권이라는 별호를 부여받은 이가 아닌가?
그런 그가, 아무리 녹림왕의 아들이라고는 하나 이립도 되지 않은 후기지수에게 패할 것이라고는 누구도 상상치 못했다.
“후우…….”
적룡채주의 의식이 완전히 끊어짐을 확인하자, 비로소 긴 한숨을 내쉰 막휘가 고개를 돌려 적룡채의 산적들을 둘러본다.
“적룡채주는 패했다!”
“……!”
내력이 실린 막휘의 쩌렁쩌렁한 외침에, 굳어 있던 적룡채의 산적들이 움찔한다.
“소녹림왕 막휘의 이름으로 약속하겠다! 지금 당장 무기를 내려놓고 투항하는 자는 녹림의 형제로 인정할 것이다! 하나 적룡채주가 쓰러졌음에도 끝까지 항전하는 이는, 녹림의 배신자로 판단하고 그 어떤 자비도 베풀지 않을 것이다!”
“……아.”
챙그랑. 챙. 챙.
막휘의 외침이 끝나기 무섭게, 광호채 안에 들어서 있던 적룡채의 산적들이 하나같이 무기를 버리고 두 팔을 들어 보인다.
그런 그들의 모습을 덤덤히 바라보던 막휘가, 광호채주에게 고개를 돌리며 입을 연다.
“우선 저들 모두를 포박하십시오. 하나, 저들 또한 적룡채주라는 잘못된 지도자를 만났을 뿐. 결국 같은 녹림의 형제이니, 서로를 상하지 않게 조심해서 제압해 주십시오.”
“예! 명심하겠습니다.”
막휘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그의 얼굴을 바라보는 광호채주.
처음 만났을 때와는 달리, 막휘를 바라보는 그의 눈에는 어느덧 전에 없던 존경심과 경외심이 어우러져 있다.
“적룡채 형제들을 포박하라! 단, 저들 모두 우리의 형제라는 사실을 기억하고 불필요한 폭력과 억압을 자제한다!”
“존명!”
광호채주의 명을 받은 광호채 산적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여 비무장 상태인 적룡채 산적들을 포박한다.
그럭저럭 상황이 마무리되어 가는 듯 하자, 한쪽에서 저들의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사무현이 천천히 몸을 일으키며 한마디 거들었다.
“산채 밖에도 진을 치고 있는 놈들이 있어요. 아무래도 빠져나가는 이들을 막기 위한 포위망인 것 같은데, 저것들도 처리하셔야 할 거예요.”
“그, 그렇습니까? 하면 저들은 어떻게…….”
“저, 저를 데리고 가 주십시오!”
사무현과 광호채주의 대화를 듣고 있었는지, 막 양팔이 포박된 적룡채의 산적 하나가 그들을 향해 목소리를 높인다.
“저는 적룡채의 단적이라 합니다! 제가 이번 돌격조의 조장이었으니, 채주께서 소녹림왕께 패하고 모두가 항복했다는 사실을 증언하겠습니다!”
“과연…… 하면 생각보다 쉽게 항복을 받아 낼 수 있겠습니다.”
다행이라는 듯 광호채주가 이야기하자, 막휘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발걸음을 옮긴다.
“저도 함께 가겠습니다. 가시지요.”
“알겠습니다. 아…… 한데…….”
막휘의 뒤를 따르려던 그때, 그제야 생각이 미쳤는지 쓰러진 적룡채주에게로 고개를 돌리는 광호채주.
그의 시선을 눈치챘는지 막휘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다.
“그 또한 포박하십시오. 단전을 폐(廢)해 녹림왕께 압송하도록 할 것입니다.”
“존명! 적룡채주도 포박하라!”
“예! 채주님!”
광호채주의 명을 받은 산적 몇몇이 황급히 다가와, 기절한 적룡채주의 손과 발을 포박한다.
부러진 뼈 때문인지 그의 몸이 몇 번인가 짧게 경련했지만, 의식을 잃은 탓에 별다른 저항은 없었다.
그렇게 정리되어가는 상황을 지켜보던 사무현이, 이윽고 산채 밖으로 고개를 돌린다.
“그럼…… 나도 좀 도와줘 볼까?”
“빨리 움직이는 게 좋을 거다. 눈치가 빠른 녀석 같으니.”
사무현이 무엇을 말하는지 알고 있는 듯, 흥미로운 미소를 머금고 그가 바라보는 방향을 함께 응시하는 천마.
잠시 후, 사무현의 신형이 산채의 울타리를 넘어 허공으로 도약했다.
파밧!
***
사사삭.
어두운 산속.
한 치 앞도 분간하기 힘든 숲속을 헤치며, 검은 인형 하나가 빠른 속도로 경공을 전개하고 있었다.
그는 바로, 적룡채주의 머리라고 불리는 두명(頭明)이었다.
‘한심한 놈!’
숲을 빠르게 헤치고 지나가는 그의 눈에 짙은 혐오감이 어린다.
한낱 광호채 따위에게.
그것도 흑풍도도 아닌 녹림왕의 아들 따위에게 일대일 대결로 패하다니!
‘진작에 수하들을 이용해 전쟁을 벌였으면 될 일을……!’
넘치는 자신감은 반드시 일을 그르치기 마련이라고 몇 번을 가르쳐 주었던가?
아무리 산적이라지만, 이쯤 되면 그가 어떻게 채주라는 자리에 오를 수 있었던 것인지 근본적인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수확이 아주 없었던 것은 아니다.’
신분을 숨기고 산적 놈의 수하 노릇이나 한 지난 시간은 아깝지만, 그럼에도 생각지도 못한 훌륭한 정보를 손에 넣었다.
다름 아닌 암천막의 후계자, 살암의 거취에 관한 정보…….
“야.”
“……!”
그의 상념을 한순간에 날려 버린, 정적 속에서 들려온 정체불명의 음성.
자신의 귀에 대고 속삭이는 듯한 그 음성에, 순간 지나치게 놀란 두명이 자신도 모르게 발을 헛디디며 다섯 장 가까이 앞으로 튕겨 날아간다.
탁!
파바바밧.
우지끈.
촤지지직.
“……크어억! 허억! 허억!”
다행히 수풀과 나뭇가지들의 도움을 받아 큰 부상은 면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아직까지도 놀란 가슴이 진정되지 않는다.
“뭐…… 뭐냐!”
황급히 몸을 일으켜 주위를 둘러보았지만, 두명의 눈에 보이는 것은 그저 어둠이 내려앉은 숲의 풍경이 전부다.
“뭐…… 뭐지?”
바람 소리를 잘못 들었나?
아니, 그러기엔 너무 생생했는데?
설마 진짜로 귀신은…….
“야.”
“흐어억! 뭐냐!”
파밧!
바로 등 뒤에서 들려온 음성에 다급히 등을 돌리며 허리춤의 검을 뽑아 드는 두명.
그리고 잠시 후 그의 눈앞에, 어이가 없다는 듯 고개를 가로 꺾고 있는 사내. 사무현이 모습을 드러냈다.
“아니, 뭘 그렇게 놀래? 무인 맞아?”
“이…… 이놈! 정체가 무엇이냐! 언제부터 내 뒤를 밟은 것이야!”
다행히 상대가 귀신은 아닌 모양이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딱딱하게 굳어진 두명의 얼굴은 좀처럼 풀릴 줄 몰랐다.
이런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나름대로 최대한의 속도로 움직이고 있던 두명이다.
그런 그를 뒤따르면서도 기척도 잡히지 않았을 정도라면, 상대가 자신보다 약할 가능성은 현저히 낮다고 보아야 한다.
‘그것도 아니면 진짜 제대로 된 훈련을 받은 살수거나……!’
하지만 어느 쪽이건, 자신이 무사히 도망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이다.
한 손에 들린 검으로 상대를 겨누며, 반대편 손으로 은밀하게 암기를 꺼내든 두명이 사무현을 향해 입을 열었다.
“당장 정체를 밝혀라. 누구를 모시는 자냐?”
“모시는 사람 없는데.”
“허튼소리 마라! 남천(南天)님이 보내서 왔느냐? 아니면 서천(西天)?”
“오호라…… 남천, 서천?”
두명이 생각지도 못했던 것을 술술 뱉어내자, 사무현이 한쪽 입꼬리를 말아 올리며 그에게 한 걸음 다가간다.
“이야…… 이거 월척이네. 채주보다 강한 놈이 왜 밖에서 설치고 있나 해서 따라와 봤는데.”
“뭐, 뭐라고?”
정말로 자신의 정체를 모르는 듯한 사무현의 반응에, 적지 않게 당황한 두명이 마른침을 삼키며 뒷걸음질을 친다.
스슥.
“정말…… 음지에서 온 이가 아니라고?”
“에헤이, 설마 도망가려고? 괜히 힘 빼지 말고 그냥 있어. 튀다가 잡히면 너 눈물 나게 후회한다?”
“……큭. 헛소리 말고 이거나 받아라!”
샤샤샥!
그 말과 함께, 검을 쥔 반대편 손에 들려 있던 우모침을 사무현을 향해 흩뿌리는 두명.
그와 함께 우거진 숲으로 몸을 날려 재빠르게 나무 하나에 올라탔다.
사삭.
‘……됐다!’
우모침 정도로 저런 고수를 상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지 않았다.
그가 필요했던 것은, 상대의 시선과 주의를 흐트러뜨릴 아주 잠깐의 틈.
이렇게 어두운 나무 위로 몸을 숨기는 데 성공했으니, 이제 상대를 따돌리는 것은 쉬운 일이다.
자신만만한 미소를 머금으며, 두명이 자신을 쫓던 상대의 인기척을 찾아 감각을 집중하던 그때였다.
“야, 다 숨었냐?”
“……뭣!”
덥석.
난데없이 어둠 속에서 목덜미를 잡아채는 우악스런 손아귀.
이에 당황한 두명이 고개를 돌리자, 그야말로 악귀 같은 미소를 머금고 있는 사무현의 얼굴이 그의 눈에 들어온다.
“이게 감히 숲에서 날 피해 도망을 쳐? 뒈지고 싶어서?”
“아, 아니 잠……!”
쾅!
……이게 대체 어쩐 일인가.
어둠 속에서 밝은 빛을 본 것 같다는 생각을 끝으로, 두명은 그렇게 의식을 놓아 버리고 말았다.
천마가 보여
지은이 : 보용도
발행인 : 손병태
발행처 : ㈜알에스미디어
주소 : 경기도 부천시 부천로 198번길 18 춘의테크노파크 2차 201동 503호
전화 : 032-651-8576
E-mail : [email protected]
ISBN : 979-11-6602-6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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