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ousand years old Heavenly Demon RAW novel - Chapter 176
176화
“끄으으…… 파, 팔백팔십팔……!”
“팔…… 팔백팔십구우우……!”
“사…… 사람 살려…….”
거의 죽어가는 신음 소리와 함께 새벽부터 천마보 수련을 이어가는 사도관도들.
평소라면 익숙하게 해냈을 수련이건만, 이들의 얼굴은 평소와 달리 처참하게 일그러져 있었다.
그것은 바로 그들이 사낭을 대신해 들고 있는 새로운 훈련 도구(?) 때문이었다.
‘사낭이 없으면 그냥 맨몸으로 하는 게 상식이지……!’
‘누가 바윗돌을 가지고 이 짓을 하냐 누가!’
조금 전 아침 수련을 위해 모두가 모인 자리에서 사무현이 내뱉은 한 마디.
‘사낭이 없어? 에이, 뭘 그런 걱정을 해? 주위에 널리고 널린 게 돌덩인데. 적당히 자기 상반신만 한 거로 하나씩 들고 와. 양심적으로.’
‘…….’
‘양심 없는 놈은 내가 특별히 하나 더 얹어 줄 테니까 참고하고.’
……결국 비양심자로 분류된 마우평이 자신의 상반신만 한 바윗돌 하나와 머리통만 한 바윗돌 하나를 더 들게 되자, 다른 이들은 별다른 불만을 토하지 못하고 결과에 순응하는 수밖에 없었다.
“치, 칠백…… 칠백팔십…….”
금방이라도 쓰러질 듯 숨을 헐떡이는 마우평의 모습에, 사도관도들 모두 안쓰러운 눈빛을 보낸다.
‘……난 저렇게 안 된 게 어디냐.’
‘가늘고 길게 가자. 욕심 없이, 욕심 없이.’
마우평이라는 본보기를 통해 잠시나마 생긴 불만들을 지워 버리는 사도관도들.
그렇게 그들이 여느 때처럼 대세에 순응하고 있는 그때…….
“후웁……! 이처어어언!”
쿵.
우렁찬 소리와 함께, 안고 있던 커다란 바위를 내려놓은 막휘가 이마의 땀방울을 닦아 낸다.
“크으……! 상쾌하구나!”
바위를 들고 이천 번의 천마보를 마친 막휘가 주위를 둘러보자, 아직 천 번을 채우지 못한 다른 관도들이 경악 어린 얼굴로 막휘를 바라본다.
‘저 인간이 밤중에 산삼이라도 삶아 먹었나?’
반신반의한 모두의 시선을 한 몸에 받으면서도, 막휘는 스스로의 몸 상태에 경탄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렇게나 힘이 넘치다니……!’
단순히 활력만 넘치는 것이 아니라 거의 새로운 몸을 얻은 기분이다.
심지어 어제의 부상도 모조리 회복되어 버렸다.
‘대체 내가 어제 뭘 먹은 거지?’
아무리 생각해도 시중에서 구할 수 있는 일반적인 영단의 효과가 아니다.
그가 무공을 막 익히기 시작하는 이도 아니고, 명색에 절정에 오른 고수가 아니던가?
그런 그에게 이 정도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을 정도라면, 대문파에서도 구하기 힘든 최상급 영단 즈음은 되어야…….
“일만(一萬)!”
쿵.
“후우……. 이제야 몸에 열이 좀 나네.”
막휘가 든 것의 두 배쯤 되는 바위를 휙 하고 던져 버린 사무현이 웃옷을 벗어 던지고는 바닥에 내려놓은 천마도를 들었다.
그러고는 머리 위에서부터 수직으로 천천히 그어 내리기 시작한다.
“하나…… 둘…….”
‘……저게 인간이냐?’
막휘를 포함한 모든 사도관도들의 머리에 떠오른 공통된 생각이었다.
그렇게 멍하니 사무현을 지켜보던 막휘가, 주섬주섬 바닥에 내려놓은 바위를 다시 안아 든다.
쓰윽.
“어? 뭐야? 너 끝난 거 아니었어?”
“아…… 예, 그렇긴 한데…….”
“…….”
“……좀 더 하겠습니다.”
조금 전까지의 자신감 넘치던 미소는 온데간데없이, 조용히 한쪽에서 천마보 수련을 이어 가는 막휘.
아직도 갈 길은 아득히 멀었음을 뼈저리게 느끼는 사도관도들이었다.
***
“하룻밤 잘 쉬고 갑니다, 광호채주님.”
“무슨 말씀을…… 광호채를 몇 번이나 위기에서 구해 주시고 그런 말씀을 하시니, 제가 민망하기 짝이 없습니다.”
막휘를 향해 고개를 숙여 예의를 갖춘 광호채주가 멋쩍은 미소를 머금으며 고개를 든다.
“대신이라고 말하기는 뭐하지만, 혹여나 사람이 필요한 일이 있다면 언제든지 말씀해 주십시오. 소녹림왕께서 필요로 하신다면, 강소 끝자락이라 하더라도 달려가겠습니다.”
“채주께서 그리 말씀해주시니 실로 든든합니다.”
미소로 광호채주의 호의에 화답한 막휘가, 곧 진중한 얼굴을 하고 말을 잇는다.
“황룡채에서 사람들이 올 때까지 적룡채주를 잘 부탁드립니다. 단전을 폐하고 재갈을 물리긴 했으나, 식사를 할 때라도 자칫 자진을 한다면…….”
“염려 마십시오. 재갈을 물린 채 미음을 흘려 넣어 식사를 주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다행이군요.”
광호채주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막휘가, 이번에는 전음으로 한마디를 덧붙인다.
그렇게 광호채주와의 전음을 마친 막휘가, 그를 향해 짧게 포권을 하고 사무현 일행에게로 합류한다.
저벅저벅.
“자…… 그럼 가자.”
“예! 형님!”
막휘와 광호채주의 인사가 끝난 것을 확인한 사무현이, 광호채주에게 가볍게 묵례를 한 번 해 보이고는 산 아래로 발걸음을 옮긴다.
육십여 명의 사도관도들도 사무현의 뒤를 따르고, 머지않아 산채에서 보이는 그들의 모습은 점점 더 작은 점으로 변해 갔다.
“가는군요.”
“음.”
“아침 수련을 그렇게 할 때는 오늘 떠나지 못하는 게 아닌가 했습니다만…….”
옆으로 다가온 부채주의 말에 쓴웃음을 머금으며 고개를 끄덕이는 광호채주.
사무현을 위시한 사도관도들의 아침 수련을 지켜보며 그들은 경탄을 금치 못했다.
그런 지독한 육체 단련을 매일같이 하고 있다니…….
만약 그들과 같았다면 얼마 지나지 않아 산채를 빠져나가는 형제들이 줄을 이을 것이다.
‘……그러니 저렇게까지 강해지신 것이겠지.’
광호채도 무림에 속한 녹림의 산채이니 기본적으로 힘을 중시하고 무공을 갈고 닦는다.
하지만 저들처럼 매일같이, 온몸이 땀으로 흠뻑 젖어 탈진할 정도로 수련에 임한 적은 기억조차 가물가물할 정도다.
‘어쩔 수 없는 일이지. 그래봐야 산적이니까…….’
어차피 산적질은 목숨을 내어놓고 하는 것인데, 살아 있을 때 즐기지 않으면 언제 즐기겠느냐는 의식이 그들 사이에 팽배해져 있었다.
이는 단순히 광호채 하나만의 문제가 아닌, 녹림 전체가 겪고 있는 고질적인 문제다.
복잡한 심경이 담긴 얼굴로 저들의 수련을 떠올리던 광호채주가, 이윽고 막휘를 생각하며 입가에 미소를 머금는다.
‘……하나 녹림의 미래는 다르겠구나.’
언젠가 저 막휘가 녹림으로 돌아와 그들의 왕이 되는 그날.
그때부터 녹림은 바뀌게 될 것이다.
머릿수만 많은 사파의 산적 무리가 아닌, 정. 사를 통틀어 가장 강력하다 일컬어지는 거대 세력으로.
그리되면 더 이상 음지 따위가 녹림에 음험한 손을 뻗쳐 오는 일은 벌어지지 않으리라.
“……부채주.”
“예, 채주님.”
“슬슬 녹림왕께 서신을 보낼 준비를 해야겠네.”
“응당 그러셔야지요.”
“후후, 궁금하구먼. 소녹림왕께서 산채를 뛰쳐나가신 후 오래도록 근심이 많으셨을 것인데…… 서신을 받고 나면 어떤 얼굴을 하실지…….”
즐거이 이야기를 나누며 산채로 돌아가는 광호채주와 부채주의 얼굴에는, 숨길 수 없는 뿌듯함과 자부심이 드러나 있었다.
***
강소(江蘇)의 수도인 남경(南京).
장강을 끼고 발전한 강소의 성도로, 안휘와 강소를 잇는 교통의 요충지에 위치해 있는 도시다.
어업을 주로 하는 어민(漁民)들도 상당수지만, 그보다는 강소와 안휘를 오가는 상인들이 주를 이루는 곳.
그런 남경에서 가장 큰 객잔으로 알려진 위명객잔(位明客棧)에, 초저녁부터 보기 드문 한 무리의 인파가 들이닥쳤다.
“그러니까…….”
하나 같이 흙먼지를 뒤집어쓴 수십 명의 인파를 빙 둘러보며, 위명객잔의 점소이인 표월(杓越)이 두 눈을 끔뻑였다.
“유, 육십 분 전체가 주무실 객실을 필요로 하신다는 말씀이십니까?”
“예, 여기가 남경에서 제일 큰 객잔이라고 들어서요.”
선두에 선, 붕대로 칭칭 감은 커다란 무기를 등 뒤에 매고 있는 사내의 대답.
이에 표월이 안타까운 얼굴로 입을 열었다.
“죄송합니다. 저희 객잔에 남은 객실은 스무 개 남짓밖에 되지 않습니다.”
“아, 그래요? 그러면 근처에 다른 큰 객잔이 있을까요?”
“주변에 작은 객잔이 몇 군데 있기는 하지만 그곳도 사정은 비슷할 겁니다. 근래 들어 남경을 오가는 분들이 많아져서요.”
“흐음……. 그래요? 그러면 어쩌지? 너희들 셋이서 방 하나씩 쓸 수 있지?”
“그냥 서열순으로 스무 명만 안에서 자면 안 됩니까?”
막휘가 기다렸다는 듯 대답하자 살암 일행을 포함해 적월 일행, 손익패까지도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다.
그리고 본능적으로 서열 뒷부분에 속한 이들은 이마에 핏대를 세우며 맹렬히 반대를 표한다.
“그게 뭡니까! 싸움 못 하면 밖에서 자라는 법이 어디 있습니까?”
“차라리 뽑기로 정합시다! 대표 형님이랑 조장 형님들을 제외하면 사실상 다들 서열 동(同) 아닙니까?”
“옳습니다!”
“흐음…… 어쩌지?”
격하게 찬반이 오가는 모두를 바라보며 사무현이 고민하고 있던 그때, 점소이가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박수를 탁 치며 입을 연다.
“가만…… 혹시 전원 모두 객실이 아니셔도 괜찮으시겠습니까?”
“예?”
“단체 손님들을 접객하기 위한 큰 별채가 하나 있습니다. 물론 장기적으로 객실로 쓰시기에는 부족 하시겠지만, 당장 하룻밤 정도를 묶으시는 거라면…….”
“아! 그거 좋네, 그럼 거기로 주세요.”
사무현이 흔쾌히 고개를 끄덕이자 점소이가 밝은 미소를 머금으며 대답한다.
“알겠습니다. 하면 우선 객실을 쓰실 스무 분만 저를 따라오시고, 나머지는 아래에서 기다려 주십시오. 금방 내려와서 별채로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에이, 아니에요. 객실을 뭐 하러 스물씩이나. 하나만 주세요.”
“예?”
한 손을 휘저어 점소이의 말을 막은 사무현이, 엄지로 자신의 뒤를 가리키며 말을 잇는다.
“얘들은 다 별채에서 묶을 거예요.”
“예, 예?”
“그게 무슨 말이냐? 왜 우리가 다 별채에서 묶어?”
이해할 수 없다는 듯 적월이 두 눈을 휘둥그레 뜨며 묻자, 사무현이 무신경한 얼굴로 그를 돌아본다.
“이 늦은 시각에 남경에 도착한 이유가 뭐지요?”
“그야…… 경공술로 아무리 빨리 달려도 구화산에서 이곳까지는…….”
“아니죠, 아니죠. 그게 아니죠.”
“…….”
“애초에 배를 타고 편안하게 남경에 도착했다면, 이런 일이 있었겠어요?”
“……아.”
그제야 사무현의 얼굴에 들어선 삐딱함이 눈에 들어오자, 적월이 어색한 미소를 머금으며 슬그머니 뒤로 물러난다.
“……노숙에 비하면 별채도 나쁘지 않지.”
“이를 말입니까? 노숙에 비하면 궁궐이죠, 궁궐.”
막휘와 함께 가장 심한 뱃멀미를 하던 장본인인 나혼수가 적월을 도와 슬그머니 상황을 수습한다.
그리고 그때…….
쓰윽.
“난 뱃멀미 같은 거 하지 않았다.”
“…….”
“촌놈들이 아니니까.”
자랑스레 어깨를 쫙 펴고 사무현의 옆에 서는 살암.
그 모습을 지켜보던 사무현이 부드러운 미소와 함께 말한다.
“너도 절로 가.”
“……나도?”
“그럼, 치사하게 너 혼자만 쏙 빠지려고 했냐? 쟤들 중에도 뱃멀미 안 한 애들 몇 놈은 더 있을 텐데?”
“…….”
“네가 여기 숙박비 낼 거 아니면 너도 뒤로 빠져 있어.”
“……그러지.”
어깨를 축 늘어뜨린 살암이 별채 대열에 합류하는 사이, 혀를 끌끌 찬 사무현이 품 안의 돈주머니를 꺼내며 점소이를 돌아본다.
“객실 하나, 큰 별채 하나. 하룻밤 얼마예요?”
“으, 은자 다섯 냥입니다.”
“그리고 애들 저녁도 좀 먹어야 할 것 같은데, 식사도 같이 계산되나요?”
“식사는 어떤 것으로 하실지 모르니 내일 나가면서 계산하시는 게 어떻겠습니까?”
“뭐, 그러죠, 그럼. 받으세요.”
쩔그렁.
“감사합니다, 헤헤. 그럼 별채 먼저 안내해 드릴까요?”
“아뇨, 객실. 객실 먼저.”
“알겠습니다. 이리 따라오시지요.”
그렇게 사무현이 점소이를 따라 위층으로 올라가자, 아래층에 남은 사도관도들이 긴 한숨과 함께 어깨를 늘어뜨린다.
“……오늘은 좀 따듯한 물로 씻고 자는가 싶었는데.”
“……하루만 더 참아야지요, 뭐. 대표 형님께서 내일 날 밝는 대로 장원을 알아보신다 했으니 무슨 수가 생기지 않겠습니까?”
“끄응…….”
손익패의 위로에 고개를 끄덕이며 벽에 기대는 막휘와, 음울한 표정으로 허공을 응시하는 살암.
그렇게 얼마나 기다렸을까?
이윽고 사무현을 안내해 주고 돌아온 점소이가 헐레벌떡 그들을 향해 달려왔다.
“기다리게 해 드려서 죄송합니다. 어서 별채로 가시지요, 위층의 손님께서 요리는 마음껏 시키라고 전하라 하셨습니다.”
“오오……!”
점소이의 말에, 지쳐있던 사도관도들의 얼굴이 환하게 밝아진다.
구화산에서부터 남경까지 제대로 먹거나 마시지도 못하고 전력 질주를 했으니, 사실 그들 모두의 뱃가죽이 등에 들러붙을 지경이었던 까닭이었다.
그렇게 그들이 점소이의 안내를 받아 막 자리를 벗어나려는데…….
딸랑. 딸랑.
“크흠……!”
저벅저벅.
적의 무복에 검은색 용 문양을 새긴 다섯 명의 무인들이, 거들먹거리는 발걸음으로 객잔 안에 들어섰다.
천마가 보여
지은이 : 보용도
발행인 : 손병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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