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ousand years old Heavenly Demon RAW novel - Chapter 182
182화
‘걸렸구나……!’
이제야 자신과의 거리를 좁힐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을 것이다.
그리고 한번 잡은 기회를 놓쳐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결의에 찬 눈빛으로 달려오는 막휘를 바라보며, 거우산악이 쇠사슬을 끌어당기며 크게 몸을 회전시킨다.
부우웅.
촤르르륵.
쇠사슬을 빠르게 안쪽으로 감으며 몸을 회전시키고 나자, 철퇴는 어느새 회수되어 막휘보다도 빨리 거우산악의 거리 안에 들어와 있었다.
“죽어라, 이놈!”
쐐애액!
원심력이 고스란히 실린 철퇴가, 순식간에 궤적을 바꾸어 막휘를 향해 일자로 쏘아져 날아든다.
속도로 보나, 거리로 보나 피하는 것은 불가능.
그것을 알고 있기 때문인지, 막휘도 돌진하는 속도를 늦추지 않는다.
‘뭐지? 포기한 건가?’
만에 하나를 생각해 철퇴의 궤도를 한 번 더 바꾸는 것까지 계산하고 있던 거우산악이다.
하지만 상대는 어리석게도 정면으로 그의 철퇴를 받아 내는 길을 택했다.
‘어리석은 놈.’
거우산악의 입가에 비릿한 조소가 머금어지던 그때.
촤좌좌좍!
내달리던 것을 멈추고 돌연 급정지한 막휘가 있는 힘껏 허리를 비튼다.
그리고 거대한 철퇴가 그의 코앞까지 날아든 그 순간, 강기를 머금은 막휘의 일장이 전력으로 철퇴의 옆면을 후려친다.
“으아아아!”
쩌저저정!
뚜둑!
무시무시한 기세로 날아드는 철퇴의 옆면을 후려치며 최대한 상체를 비트는 막휘.
이 순간을 위해 모든 내력과 집중력을 쏟아부었음에도, 강기를 넘어서 전해지는 무게감에 손목뼈가 부러지는 것이 느껴진다.
하지만…….
촤좍!
무모해 보였던 시도가 아주 무의미 했던 것은 아니었다.
닿는 모든 것을 파괴해 버릴 것만 같던 무시무시한 철퇴의 궤도가, 아슬아슬하게 막휘의 귓가를 스치고 허공을 갈랐다.
“이, 이런……!”
거의 곡예에 가까운 막휘의 대처에 거우산악의 눈이 경악으로 물든다.
조금만 계산이 틀어졌다면 도리어 안면이 박살 났을 것인데, 그 모든 것을 각오하고 저런 과감한 짓을 해내다니!
하지만 경악 어린 두 눈을 부릅뜨는 것도 잠시. 거우산악은 이내 냉정함을 되찾았다.
저 거리에서 철퇴를 쳐낸 것은 대단하지만 그것으로 뭐 어쨌다는 말인가?
어차피 상대의 발은 멈춰 섰고, 다시 철퇴를 회수하는 동안 그는 자신에게 접근하지 못할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며 거우산악이 다시 철퇴를 당기려는 순간.
텁!
생각지도 못한 무게감이 전해지자 거우산악의 눈이 가늘어진다.
“……이놈이?”
“흐으…… 빌어먹을 새끼. 드디어 잡았다.”
“하……! 설마 지금, 나와 힘 대결이라도 해 보자는 말이냐?”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 코웃음을 흘린 거우산악이 막휘가 잡고 있는 쇠사슬을 잡아당긴다.
하지만 이게 어찌 된 일인지, 마치 커다란 바위를 끄는 것처럼 쇠사슬은 도무지 요지부동이다.
“이놈이!”
생각보다 힘깨나 쓰는 녀석인가?
타고난 신력으로, 지금껏 누구와의 힘 대결에서도 밀려 본 적이 없는 거우산악이다.
아무래도 본격적으로 힘을 써야겠다 마음먹은 그가, 두 발의 자세를 바로하며 쇠사슬을 잡은 손아귀에 힘을 더한다.
“크흐음……!”
턱.
“끄으으응……!”
턱.
“끄이이이이!”
이마에 굵은 힘줄이 솟아나고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오를 정도로 힘을 주어 봤지만 쇠사슬은 여전히 꿈쩍도 하지 않는다.
결국 한참동안 힘을 쏟던 거우산악이 결국 호흡을 내뱉으며 힘을 푼 그때.
콰곽!
겨드랑이에 쇠사슬을 끼고 온몸으로 저항하던 막휘가, 두 눈을 번뜩이며 있는 힘껏 사슬을 잡아당긴다.
부웅.
촤르르륵.
“엇!”
사슬을 잡은 채로 그의 몸이 허공을 날자, 거우산악의 입에서 자신도 모르게 외마디가 흘러나왔다.
그리고 잠시 후, 득의양양한 미소를 머금고 있는 막휘의 얼굴이 거우산악의 눈에 들어온다.
“크윽! 이놈……!”
설마 힘 싸움으로 자신을 이길 수 있는 녀석이 있다는 것은 생각지도 못했다.
하지만 그래도 이 승부는 자신의 승리다.
조금 전 철퇴를 후려치며 잘못된 것인지, 쇠사슬을 잡지 않은 상대의 한쪽 손이 아래로 축 늘어져 있음을 발견한 것이다.
“이놈! 이까짓 쇠사슬은 놓으면 그만이다!”
어느덧 서로 간의 거리가 지근거리까지 좁혀지자, 붙잡고 있던 쇠사슬을 놓아 버린 거우산악이 막휘의 안면에 일권을 휘두른다.
한편 거우산악이 쇠사슬을 놓음과 동시에 함께 쇠사슬을 놓은 막휘가, 멀쩡한 좌수를 반장으로 세워 앞으로 내뻗는다.
부웅.
쓰윽.
안면으로 날아드는 거우산악의 주먹을, 내뻗은 반장으로 부드럽게 흘려내는 막휘.
하지만 거우산악도 이 정도는 예상하고 있던 상황이다.
‘멍청한 놈!’
더 이상 상대에게 방어할 수 있는 수단이 없음을 확인한 거우산악이 쾌재를 지르며 좌수를 뻗으려는데, 조금 전까지 반장으로 뻗어져 있던 막휘의 손이 그의 오른 손목을 움켜쥐었다.
덥석.
부웅.
상대의 손목을 붙잡아 균형을 흐트러뜨리는 막휘의 체술에, 거우산악의 주먹이 힘없이 허공을 가른다.
그리고 그 순간, 텅 빈 거우산악의 복부로 막휘의 섬광 같은 일각이 날아들었다.
쾅!
“……컥!”
머릿속이 새하얗게 변하는 듯한 충격에 거우산악의 입이 떡하고 벌어진다.
그가 이 정도의 충격을 받아 본 것이 얼마만인가?
칠 년 전쯤 적어채주와의 싸움에서 한쪽 눈을 잃은 이후, 그 누구도 그의 몸에 손을 댄 이가 없었다.
하지만 그때도, 눈이 불에 타는듯한 고통은 느꼈을지언정 이렇게 몸 안의 장기들이 통째로 뒤흔들리는 고통은 느끼지 못했다.
“멀리서 철퇴만 휘두를 땐 좋았지?”
“으으…….”
“그런데, 근접전은 내 영역이야.”
“으…… 이이익!”
부웅.
죽을 것 같은 고통을 이겨내고 막휘를 향해 일각을 내뻗는 거우산악.
하지만 그의 손목을 잡고 있는 막휘가 다시 한번 균형을 흔들자, 그의 발은 또다시 허공만을 가를 뿐이었다.
그리고…….
쐐액!
쾅!
“……!”
똑같은 위치에, 똑같은 위력으로 꽂힌 막휘의 일각.
이번에는 비명조차 흘리지 못한 거우산악이, 휘청거리는 두 다리에 힘을 주며 혼신의 힘으로 호흡을 이어 간다.
“후…… 후우…… 후…….”
“괴롭냐?”
창백해진 거우산악의 얼굴을 바라보며 안쓰럽다는 듯 묻는 막휘.
괴로울 것이다.
언뜻 평범해 보이는 일각이지만, 이는 사도관을 밥 먹듯 드나들던 신불에게 배운 소림의 무상각(無上脚)이니까.
“……이만 쉬어라.”
쐐액! 쾅!
싸움의 종지부를 찍기 위해, 거우산악의 턱 끝에 날아와 박히는 막휘의 일각.
그렇게 의식을 잃은 거우산악의 신형이 힘없이 바닥으로 쓰러지고 말았다.
쿵.
***
촤좍! 촤악!
“……!”
타닷.
귀곡혈검의 섬광 같은 찌르기에 무복의 옆구리가 찢겨 나간 살암이, 그와 석 장 정도 거리를 벌리며 방어 자세를 취한다.
“흐음…… 이거, 암천막의 후계자라는 이름이 허명(虛名)은 아니었군.”
무복은 넝마가 되었을지라도 단 한 번의 치명상도 허용하지 않은 살암을 바라보며, 세검을 늘어뜨린 귀곡혈검이 감탄사를 흘린다.
“내 검을 눈으로 보고 쫓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울 텐데……. 본능인가? 아니면 훈련의 결과물?”
“…….”
“뭐…… 어느 쪽이건 끝까지 가면 결과는 마찬가지겠지만.”
입가에 조소를 머금은 귀곡혈검이 또다시 검 끝을 살암에게 겨누며 거리를 좁혀 온다.
그리고 곧이어.
스팟!
섬광.
그 말로밖에 표현할 길이 없는 일검이 다시 한번 살암이 서 있던 자리를 꿰뚫는다.
완벽이 일(一)자의 궤도로 날아드는 세검은 하나같이 살암의 급소만을 정확하게 노리고 있었다.
타닷.
일보 옆으로 움직이며 결정적인 공격을 피해 낸 살암이, 귀곡혈검을 향해 처음으로 반격을 시도한다.
스팟!
퍼벅!
“……!”
“큭, 결국은 걸렸구나.”
살암의 섬광 같은 검이 허공을 가르고, 어느새 연이은 찌르기를 전개한 귀곡혈검의 세검이 살암의 허벅지에 틀어박힌다.
촤악!
베는 것보다는 찌르는 것에 특화된 검이니 만큼 큰 구멍을 만들지는 못했지만, 세검이 뽑히고 나자 살암의 허벅지가 순식간에 붉은 피로 물들었다.
“하하, 왜. 내가 끝까지 급소만을 노릴 것 같았나?”
“…….”
“승리를 위해 굳이 급소만을 노릴 이유가 없지. 어리석게도…… 실전은 훈련과 꼭 같지 않은 법이란다, 암천막의 애송아.”
아마 암천막의 후계자이니 만큼, 살수들의 방식에 당하지 않도록 특화된 훈련을 받았을 것이다.
그 때문에 여기까지 그의 세검을 피해 낼 수 있었던 것이겠지.
하지만 이제 승부의 추는 한쪽으로 기울었다.
그렇게 생각한 귀곡혈검이 승리의 미소를 머금는 순간.
“……쯧, 얕았군.”
불만족스러움이 묻어나는 살암의 중얼거림에, 귀곡혈검의 눈이 의아함으로 물들었다.
촤좌좍!
“……!”
난데없이 무복 앞섶이 갈라지더니, 귀곡혈검의 흉부가 벌어지며 붉은 피가 터져 나왔다.
“무, 무슨……! 말도 안 되는……!”
보지도 느끼지도 못했다!
아무리 빠른 쾌검이라도 검이 스치고 지나가는 기척 정도는 있어야 하는 법인데?
당황한 귀곡혈검이, 다급히 살암과의 거리를 벌리며 흉부의 피를 지혈한다.
타닷, 탁!
“허억……! 허억……!”
온몸의 털이 곤두서고 소름이 끼친다.
전혀 의식하지도 못하는 사이에 사선(死線)을 넘나들고 말았다.
지금 그가 살아남은 것은, 그야말로 요행에 가까운 기적이었다.
“하…… 하하! 하하하.”
너무도 어처구니가 없어 웃음이 절로 나온다.
내놓으라는 고수들도 피하지 못하는 자신의 세검을 이만큼이나 피해 낸 것도 기가 막힐 지경인데, 쾌검을 추구하는 그의 감각으로도 잡을 수 없는 일검이라니!
저 나이에 저 정도의 재능이라면 훗날 어떤 괴물이 되어 있을지 짐작도 가지 않는다.
하지만…….
“……대단한 놈이란 건 인정하지만, 그래도 승부는 끝났다.”
어느새 웃음을 멈춘 귀곡혈검이 확신에 찬 어조로 입을 열었다.
“상처의 크기는 비슷하지만 내 세검에는 독(毒)이 묻어 있지. 아마 지금쯤 한쪽 다리가 말을 듣지 않기 시작했을 터!”
물론 내력을 운용해 독기를 밀어내면 해결 될 일이지만, 그를 상대로 그만한 틈을 만들어 내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자신만만한 귀곡혈검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살암의 입에서 참지 못한 실소가 터져 나온다.
“큭……. 승부가 끝나?”
“……뭐가 우습지?”
“아니……. 물론 승부는 끝났지. 하지만, 아무래도 착각을 하고 있는 것 같아서 말이다.”
“…….”
“독에 당한 것은 네놈이지.”
“무슨……!”
후두둑.
“……아?”
살암의 말에 두 눈을 치켜뜨는 그 순간, 귀곡혈검의 입과 코에서 검붉은 피가 흘러내린다.
자신에게서 흘러내리는 피를 내려다보던 귀곡혈검이, 그제야 믿을 수 없다는 듯 살암을 응시한다.
“서…… 설마……. 네놈도 독을?”
“무통(無痛) 속에서 죽을 수 있는 친절한 극독이다. 암천막의 아량에 감사하도록.”
“이…… 이이……!”
자신이 당했음을 깨달은 귀곡혈검이, 반쯤 베어진 흉부를 부여잡고 빠르게 주위를 둘러본다.
누군가 자신을 도울 수 있는 여력이 있는 이를 찾아서!
그러나 곧이어, 막휘의 일각에 턱을 걷어차이는 거우산악의 모습이 그의 눈에 들어온다.
쾅!
……풀썩.
“거, 거우산악이……!”
거우산악은 강하다.
근거리에서의 전투는 자신이 강하겠지만 철퇴를 활용할 거리를 확보한 그는 쉽게 이길 수 없는 상대다.
한데 그런 그가 고작 저런 애송이에게 패하다니?
믿기 힘든 상황에 당황하는 것도 잠시.
귀곡혈검은 마지막 희망을 안고 적어채주를 찾아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그곳에는…….
“뭘 보냐?”
“…….”
“정신 안 차려? 네 상대는 뒤에 있잖아.”
팔이 잘려 쓰러져 있는 적어채주와 그런 그의 옆에 삐딱하게 서 있는 애송이의 모습.
믿기 힘든 상황에 경악하는 것도 잠시.
더는 자신을 도울 이가 없음을 깨달은 귀곡혈검이, 공포에 질려 그대로 몸을 날렸다.
파밧!
‘도망쳐야 한다!’
조금이라도 빨리 독기를 몰아내지 못하면 그는 죽는다.
하지만 사람을 죽이는 데 저토록 익숙한 괴물이 그에게 그런 기회를 줄 리 만무할 터!
독기가 조금 더 퍼지더라도 우선 거리를 벌려야…….
쐐애애액!
퍼버버버버벅!
“……컥!”
등을 돌려 막 경공술을 펼치려는 순간, 수십 가닥 이상의 수많은 검기가 그의 몸을 관통한다.
끊어져가는 의식을 붙잡고 가까스로 고개를 돌린 그의 눈에, 한심함이 짙게 어린 살암의 얼굴이 들어온다.
“멍청한 놈, 도망이 아니라 공격을 했어야지.”
‘……아.’
그렇구나.
등을 돌려 도망치는 것보다, 상대의 목을 취하는 편이 가능성이 높았겠구나.
죽음을 앞둔 순간에 던져진 가르침에 쓴웃음을 머금으며 귀곡혈검의 숨이 완전히 끊기고 말았다.
털썩.
“……명성에 비해서는 높게 평가된 녀석이군.”
쓰윽.
쓰러진 귀곡혈검의 시신을 내려다보며 자신이 검을 허리춤으로 돌려놓는 살암.
그러는 사이에도 한쪽 다리에서 심상치 않은 통증이 올라오고 있다.
‘운기부터 해야겠군.’
생각을 마친 살암이 막 가부좌를 틀려 자리에 앉으려는데…….
“얼씨구? 또 독을 썼네? 내가 그렇게 쓰지 말라고 했는데.”
“……아.”
갑작스레 들려온 사무현의 목소리에 살암이 고개를 돌리자, 더할 나위 없이 환한 미소를 머금고 있는 그의 얼굴이 살암의 눈에 들어온다.
“일단 독기부터 몰아내고 보자.”
“…….”
“뭐 해? 운기 안 해?”
“……한다.”
……빌어먹을.
독이라는 걸 왜 스스로 밝혔을까?
그냥 피 토하고 있을 때 죽였으면 몰랐을 텐데.
사람이 말이 많아 좋을 것이 없다는 진리를 깨달으며, 조용히 운기에 집중하는 살암이었다.
천마가 보여
지은이 : 보용도
발행인 : 손병태
발행처 : ㈜알에스미디어
주소 : 경기도 부천시 부천로 198번길 18 춘의테크노파크 2차 201동 503호
전화 : 032-651-8576
E-mail : [email protected]
ISBN : 979-11-6602-645-4
이 책의 모든 내용에 대한 편집권은 저자와의 계약에 의해 ㈜알에스미디어에 있으므로 무단 복제, 수정, 배포 행위를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