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ousand years old Heavenly Demon RAW novel - Chapter 184
184화
“저…… 대인.”
생각지도 못한 사무현의 물음에 초인적인 능력으로 미소를 유지한 상인이, 그를 향해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비싸다니요? 혹여 싸다는 말씀을 잘못 하신 것이 아닌지…….”
“비싸지요. 이런 폐허 같은 곳이 금자 오십 냥이면.”
그러고는 주위를 빙 둘러보며, 사무현이 보란 듯이 말을 잇는다.
“누가 봐도 십수 년 정도는 관리도 안 된 장원이잖아요? 파는 게 아니라 버려 놨다고 해도 믿겠네.”
“…….”
“혹시 저희가 당장 철거해 주면 도리어 고맙다고 하는 거 아니에요? 새 건물 지으려는 데 방해만 됐었다고 하면서.”
움찔.
사무현의 말에 자신도 모르게 몸을 굳히는 상인.
그도 그럴 것이, 이 장원의 실제는 버려진 장원이 맞다.
오래전 이름 모를 사파가 사용하던 장원인데, 다른 세력과의 전쟁 끝에 패하며 건물 대다수가 불에 타 폐허가 되어 버렸다.
정확한 시기도 아는 이가 없을 만큼 오래된 일이지만, 밤만 되면 이상한 소리가 들린다느니 귀신을 보았다느니 하는 소문이 나는 통에 아무도 찾는 이 없는 흉가(凶家)로 남게 된 곳이다.
하지만 이 모든 사실을 솔직하게 털어놓을 수도 없는 노릇이었기에, 상인이 노회한 미소를 지으며 짐짓 태연히 말을 꺼낸다.
“외딴곳이고 관리가 안 되어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래도 이만한 장원에 금자 오십 냥은 거저입니다. 그 아래 가격의 물건을 찾으신다면 저로서도 더 이상 내어 드릴 물건이 없습니다.”
“아, 그래요?”
“당장 거래가 잘 되는 곳은 아니지만, 결국 목적성에 맞는 다른 이가 얼마든지 구입할 수도 있는 장원입니다. 어쨌거나 이런 가격의 장원을 구하는 것은, 남경이 아니라 중원 어디를 가도 쉽지 않은 일이니까요.”
“흐음……. 그래요? 그렇다면야, 뭐.”
상인의 말에 건성으로 고개를 끄덕인 사무현이 그대로 등을 돌려 정문으로 향한다.
“아깝네요. 조금만 깎아 주면 사려고 했는데, 가자.”
“어어? 대, 대인?”
사무현이 예상 외로 미련 없이 돌아서자 상인의 눈이 흔들린다.
설마, 이대로 진짜 돌아가는 건가?
금자 오십 냥에 이 정도 규모의 장원이면 눈이 돌아갈 만도 한데?
‘그것도 아니면 이곳에 대한 소문을 알고 있는 건가?’
아니, 그럴 리는 없다.
바로 어제 남경에 도착했다는 이가 이 외딴곳의 소문까지 들었을 리 만무하니까.
‘그, 그냥 기 싸움이나 해 보려는 건가?’
어떻게 해야 할까?
그냥 세게 나가는 게 맞을까?
아니면 지금이라도 잡아야……?
그렇게 상인이 엉거주춤하게 서서 사무현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그때.
몇 걸음 옮기던 사무현이 막휘에게 고개를 돌리며 입을 열었다.
“막휘야.”
“예, 형님.”
“너 녹림 출신이니까, 산채 만드는 법 대충은 알지?”
“산채요? 뭐…… 알기는 알죠.”
적당히 사람이 살 수 있어 보이는 널찍한 터에 울타리만 두르면 거기가 산채니까.
그렇게 막휘가 무심코 대꾸하자, 사무현이 보란 듯이 미소를 머금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잘됐네. 그럼 자재 사다가 직접 만드는 게 싸게 먹히겠다.”
“예? 저희가 직접이요?”
“뭐, 안 될 거 있냐? 힘 하나는 기가 막히게 잘 쓰는 애들이 몇인데.”
“뭐…… 그거야 그렇지만…….”
사무현의 말에 무심코 사도관도들을 둘러보는 막휘.
확실히…… 평범한 산적들을 데리고도 만들어 내는 산채를 이만한 인력으로 만들어 내지 못할 리는 만무하다.
“되기는…… 하겠네요.”
결국 막휘가 어렵사리 인정하자, 사무현이 미련 없이 장원의 문을 나선다.
“그럼 결정됐네, 내일 당장 자재부터…….”
“대, 대인! 대인!”
타다닷.
결국 저들의 대화를 듣다 못한 상인이 재빨리 뛰어와 사무현의 옷소매를 붙잡는다.
“아니, 문파를 만들고 사업을 하시겠다는 분이 산채를 만드신다니요? 어찌 그런 말씀을 하십니까?”
“뭐, 안 될 거 있나요? 보아하니 여기나 산채나 거기서 거기일 것 같은데?”
“거, 겉으로 보기엔 이래도 담장을 조금만 수리 하고 건물 내부를 치우면 깔끔할 겁니다.”
“흐음……. 그래요? 분위기도 음산하고 흉흉한 것이, 사람깨나 죽어 나간 느낌이 아주 물씬 풍기는 것 같은데.”
“그…… 그것이…….”
마치 상인이 어떤 말을 할지 지켜보겠다는 듯,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바라보는 사무현.
이에 자신도 모르게 식은땀이 흐르는 것을 느끼며 상인이 마른침을 꿀꺽 삼킨다.
어떻게 알고 있는지는 모르지만, 이 장원에 대한 소문을 들은 것이 분명하다.
이렇게 된 이상, 가격을 조금 낮춰서라도 살 의향이 있을 때 어떻게든 팔아 버리는 것이 맞다.
“……좋습니다, 일 할 깎아 드리겠습니다. 마흔다섯 냥으로 하시지요.”
“서른다섯 냥으로 하시지요?”
“아니……! 대인! 아무리 그래도 어떻게 장원을 금자 서른다섯 냥에…….”
“싫으면 마시고요. 아무리 봐도 새로 만드는 자잿값이 그보다는 덜 들어갈 것 같아서요.”
“끄으으응……!”
결국 사무현의 협박에 상인이 머리를 벅벅 긁으며 앓는 소리를 낸다.
어차피 그가 낮출 수 있는 한도는 정해져 있다.
헐값에 장원을 매입했지만, 적어도 손해를 보고 팔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다행인 것은, 상대가 막무가내로 낮춰 부른 가격이 바로 그가 이 장원을 매입한 가격이었다는 것이다.
“후우……. 알겠습니다. 하면 금자 마흔 냥으로 하시지요. 대인, 저도 먹고는 살아야 합니다.”
“크으……. 아직도 좀 비싼 감이 있지만 어쩔 수 없네요. 좋습니다, 금자 마흔 냥으로!”
그렇게 상인의 손을 덥석 잡으며 환하게 웃는 사무현.
그 모습을 보며 상인이 나직한 한숨을 내쉰다.
‘인건비를 빼면 본전치기나 다름없지만, 그래도 회수한 게 어디냐.’
그렇게 스스로를 위로한 상인이 미련을 지우고 품 안에 손을 밀어 넣는다.
“자…… 그럼 장원 증서와 계약서를 이 자리에서 넘겨 드리겠습니다. 이곳과 이곳에 지장 찍으시고…….”
혹여나 마음이 바뀔세라 미리 챙겨 왔던 증서들을 내미는 상인.
잠시 후 서명을 마친 계약서와 증서를 받아 든 사무현이, 전추에게 받았던 전표로 값을 지불한다.
쓰윽.
“여기, 받으세요.”
“헤헤, 예. 감사합니다.”
막상 돈을 받아 들고 나니 기분이 좋아졌는지 함박웃음을 머금던 상인이, 짐짓 진중한 얼굴로 사무현에게 말을 꺼낸다.
“혹여나 말씀드리자면 환불은 절대로 안 됩니다. 계약서에도 명시되어 있는 부분이니 이 부분은 분명히 해 주십시오.”
“아, 물론이지요. 뭐 하러 환불을 하겠어요? 장원을 이렇게나 싸게 샀는데.”
스스로 만족스러운 거래를 했다고 여기는 듯한 사무현의 말에, 상인의 입가에 어쩐지 묘한 미소가 머금어진다.
‘그래, 어디 한번 버텨 봐라.’
이곳이 왜 그 긴 시간동안 흉가로 남아 있었겠는가?
그가 매입하기 이전에는 몇 번이나 주인이 바뀌었던 곳이다.
하지만 결국 하나같이 보름을 넘기지 못하고 뛰쳐나왔기에 지금과 같은 흉가가 되고만 것이다.
‘이번에는 얼마나 버틸지, 궁금하긴 하군.’
하지만 상인이 그런 생각을 하는 사이, 사무현의 입가에도 어쩐지 득의양양한 미소가 머금어져 있었다.
“좋네. 울타리 좀 보수하고, 내부 좀 깨끗이 치우고, 귀신도 같이 싹 다 치우면 살만 하겠네.”
“……에?”
……지금 뭘 잘못 들었나?
뭘 치운다고?
상인이 무심코 질문을 던지려는 그때, 저 멀리 보이던 본당의 문이 돌연 벌컥 열어 젖혀진다.
쾅!
“히…… 히익! 저, 저는 그럼 이만 가 보겠습니다!”
드디어 올 것이 왔구나!
하는 얼굴로 쏜살같이 정문을 빠져나가 줄행랑을 치듯 사라지는 상인.
한편 이 모든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사도관도들의 얼굴도 어느새 딱딱하게 굳어져 있었다.
“혀, 형님……. 여기 어째…….”
“아아, 괜찮아, 괜찮아. 아무 일도 없을 거야.”
“그, 그렇겠지요?”
염려 말라는 듯 환한 미소를 머금어 보이는 사무현의 모습에, 손익패가 다소 어색한 안도의 미소를 머금는다.
그리고 그때.
끼이이익.
쿵.
……털썩.
난데없이 그들의 등 뒤에 있던 장원의 정문이 닫히자, 다리 힘이 풀렸는지 손익패가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아 버렸다.
우르르릉. 콰광.
“형님.”
“응?”
시기적절하게 날벼락까지 치는 하늘을 올려다보며, 막휘가 사뭇 진지하게 말을 이었다.
“오늘은 그냥 밖에서 자면 안 됩니까?”
……제발요.
***
“……좀 어떠냐?”
“흐음……. 글쎄…….”
널찍한 방 안.
사무현 쪽으로는 고개도 돌리지 않은 천마가, 허공에 붕 떠서 천장 위를 살펴보고는 아래로 내려온다.
쓰윽.
“생각보다 잘들 숨어 있구나.”
“하나도 안 보여? 아까랑은 말이 다른데?”
“귀기(鬼氣)가 득실득실하게 느껴지는 것은 맞다. 밤도 되었으니 슬슬 모습을 드러낼 것이라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겁이 많은 놈들인 모양이구나.”
“아까까지만 해도 문까지 닫아 가며 설치던 것들이?”
천마의 말에 어이가 없다는 듯 반문하는 사무현.
처음 그가 이곳 장원에 들어왔던 그때, 주위를 둘러보며 천마가 말을 꺼냈었다.
‘흐음……. 여기 아주 귀신이 득실득실한 것이, 장원이 아니라 흉가나 다름없구나. 본좌 생각에 여긴 사람이 살 수 없는 곳이다.’
천마의 그 말을 듣고 사무현은 생각했다.
만약 이 장원의 값이 싼 이유가 그런 것들 때문이라면, 귀신만 몰아내면 깔끔히 해결되는 문제가 아닌가?
하지만…….
“아무래도 쉽사리 모습을 드러낼 것 같지 않다. 이만큼 들쑤시고 돌아다녔는데도 숨어 있을 정도면, 앞뒤 안 재고 달려들 만큼 한(恨)이 깊은 놈들은 아닌 것 같다.”
“……염병할.”
천마 놈 하나만 있으면 귀신들 따위 얼마든지 쓸어 버릴 수 있을 줄 알았는데, 하다못해 귀신들까지도 그의 뜻대로 행동해 주는 법이 없다.
하기야, 승냥이가 전부인 산에 범이 등장했으니, 범의 눈에 띄지 않으려 숨어 버리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일 테지만.
“끄응……. 괜히 힘만 뺐네.”
털썩.
결국 귀신 찾기를 포기한 사무현이 그대로 텅 빈 방 안에 드러누워 버린다.
“차라리 그냥 순순히 떠나 줬으면 좋겠네.”
“뭐, 결국엔 그렇게 되지 않겠느냐? 언뜻 보기에 그리 호전적인 놈들은 아닌 듯하니, 위험을 감수하고 이곳을 지키는 것보다는 떠나는 쪽을 택할 것이다.”
“……그렇게 될까?”
나름대로 일리가 있는 천마의 추측에 반신반의하게 중얼거리는 사무현.
이때까지만 해도 사무현은 잊고 있었다.
천마 놈이 저렇게 자신만만했을 때는, 항상 뒤끝이 좋지 않았다는 사실을…….
***
휙!
쨍그랑!
“으아아아악!”
벌컥!
“뭐, 뭐야!”
“무슨 일이냐!”
난데없는 손익패의 비명에, 십여 명에 이르는 이들이 손익패의 방으로 뛰어 들어왔다.
그리고 작은 방 안에는, 바닥에 주저앉은 손익패가 덜덜 떨리는 손으로 바닥을 가리키고 있었다.
“도, 도자기! 도자기가 깨졌습니다.”
“뭐, 뭐라고? 하아……!”
손익패의 대답에, 달려온 이들 중 하나인 청사가 한 손으로 이마를 짚으며 소리친다.
“야, 이……! 가뜩이나 분위기도 흉흉해서 싱숭생숭한데, 고작 그따위 일로 소란이냐!”
“그, 그게…… 저, 저기를 좀 보십시오.”
청사의 나무람에도 여전히 떨리고 있는 손익패의 음성.
그런 그가 여전히 도자기가 깨진 자리를 가리키며 눈을 떼지 못하자, 청사가 미간을 찌푸리며 그 방향으로 시선을 돌린다.
“아니, 도자기가 뭐 어쨌…….”
……풀썩.
무심코 손익패가 가리키는 곳을 바라보던 청사가, 잠시 후 두 다리에 힘이 풀린 듯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아 버렸다.
그런 그의 반응에 의아함을 느낀 모두가 도자기가 깨진 자리를 가만히 바라보는데…….
“허…… 허억!”
“저, 저거……!”
도자기가 깨지며 만들어진 물 자국으로, 어느새 바닥에 선명하게 사(死)자가 쓰여져 있었다.
소름이 오싹 끼치는 그 광경에 할 말을 잃은 모두가 멍하니 서 있던 그때.
“흐흐흐흐.”
“……!”
적막에 빠진 모두의 귓가에 들려온, 두세 명이 동시에 웃음을 흘리는 듯한 섬뜩한 소리.
곧이어 별채 안에 위치한 손익패의 방에서부터 우렁찬 비명 소리가 쩌렁쩌렁 터져 나왔다.
“으아아아아악!”
천마가 보여
지은이 : 보용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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