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ousand years old Heavenly Demon RAW novel - Chapter 19
019화
‘역시…… 저게 천마도인가.’
손잡이 부분은 정체불명의 흰색 천으로 칭칭 동여매어 있고, 도신의 크기는 성인 남성의 상반신만큼이나 커 보였다.
그리고 어쩐지, 이공간에서 천마가 만들어 내는 태도와 묘하게 닮아 있는 듯 보였다.
“어찌 그러십……?”
스윽.
아무런 행동도 취하지 않는 사무현의 모습에 화상장로가 의아한 듯 운을 떼는 순간, 사무현이 무언가에 홀린 듯한 얼굴로 천마도를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어느새 사무현보다도 먼저 천마도에 다다른 칠 대 천마는, 마치 오랜 연인을 보는 듯한 눈빛으로 천마도를 살피고 있었다.
저벅저벅.
스윽.
“실로 오랜만이구나……. 잘 지냈느냐?”
대답 없는 천마도의 도신을, 만질 수 없는 손으로 부드럽게 쓸어 보이며 애틋한 미소를 머금는 칠 대 천마.
어쩐지 방해할 수 없는 그의 낯선 분위기에, 사무현은 잠시 천마도의 앞에 멈추어 서서 그와 천마도의 재회가 끝나기를 기다렸다.
하지만 다행히 천마와 천마도의 재회는 그리 길지 않았고, 천마도의 도신을 유심히 살피던 천마가 이윽고 천천히 몸을 일으키며 한마디를 내뱉는다.
“……과연 본좌의 애병이다. 수백 년의 시간이 지났으나, 예기(銳氣)가 조금도 녹슬지 않았구나.”
“…….”
“자, 어서 쥐어라. 더 이상 기다려 봐야 의심만 살 터이니. 이제부터 네게 맡길 것이다.”
말을 마친 천마가 천마도에서 한 걸음 물러서자, 천천히 고개를 한 번 끄덕인 사무현이 무심히 천마도의 손잡이를 움켜쥐었다.
‘과연, 신병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묵직한…… 묵직?’
어라?
이거 좀 이상하다.
두꺼운 철문에 깔렸을 때에도 별다른 무게감을 느끼지 못했던 사무현인데, 이 빌어먹을 도에서는 상당할 정도의 무게가 느껴진다.
한 손으로 드는 것은 별문제가 없겠지만, 이걸 이공간에서처럼 자유자재로 휘두르는 모습은 쉽사리 상상이 가지 않는다.
‘이, 이 미친놈이……! 이런 건 빨리 말을 해 줬어야지!’
애써 태연한 미소를 유지하기 위해 어금니를 꽉 깨물며, 천마도의 도신을 집어 들어 한쪽 어깨에 걸쳐 매는 사무현.
그런데 그 순간, 어딘지 모르게 딱딱하게 굳어 있는 화상장로의 얼굴이 사무현의 눈에 들어왔다.
‘뭐야? 왜 저러…….’
“야야! 좌수! 좌수!”
‘……좌수?’
……아!
맞다.
저 칠 대 천마 녀석은 좌수 잡이.
아마 놈과 천마도에 대한 이야기가 후대에 전해졌다면, 오른손으로 도를 쥐는 단순한 행동으로도 충분히 의심을 살 수 있다.
아니, 이건 이미 의심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저 심상치 않게 흔들리는 화상장로의 눈빛…….
한순간 등에 식은땀이 주르륵 흘러내리는 듯했지만, 사무현은 최대한 평정심을 유지했다.
그래, 왼손으로 고쳐 잡기만 하면 된다. 고쳐 잡기만 하면…….
그렇게 생각을 정리한 사무현이, 오른 어깨에 멘 천마도의 손잡이를 왼손으로 고쳐 쥐었다.
“흐음…….”
“…….”
어…… 근데 모양새가 좀 이상한가?
……별수 없지 뭐.
“워, 원래 그렇게 도를 메십니까?”
혼란과 당혹스러움이 반반 섞인 화상장로의 물음.
야……. 솔직히 세상천지에 이러고 다니는 인간이 어디에 있겠냐?
살려고 이러고 있지……. 살려고…….
하지만 이런 속마음과는 달리, 사무현은 무엇이 그리 이상하냐는 듯 눈썹을 추켜올리며 반문한다.
“뭐, 문제가 있나?”
“……예?”
“…….”
“아, 아닙니다. 문제라니요. 아무런 문제도 없습니다.”
“하면 가지.”
그렇게 오른 어깨에 걸쳐진 태도를 왼손으로 쥔 채로, 최대한 태연한 얼굴로 그곳을 빠져나가는 사무현.
이에 천마는 차마 부끄러워 얼굴을 들 수 없다는 듯, 한 손으로 얼굴을 가리며 고개를 돌리고 서 있었다.
이 새끼야, 너는 그러지 마라.
더 쪽팔리잖아……. 씨팔.
***
“흐음……. 분명 좌수를 사용했다는 말이지?”
“예, 처음 천마도를 쥘 때는 우수를 사용했으나, 최종적으로는 좌수로 천마도를 잡고 있었습니다.”
“흐음…….”
화상장로의 보고에 어느 정도 안도가 되었는지, 천천히 고개를 주억이며 태상장로가 찻잔을 집어 든다.
“……다행이군.”
짧은 한마디를 남기고는, 그대로 차를 입에 가져다 대는 태상장로.
다행이다…… 그 말이 태상장로의 모든 심경을 함축한 한마디다.
어차피 어떤 식으로든 목숨을 부지하기 힘들 칠 대 천마겠지만, 소환 자체가 잘못되었다는 사실이 초대 천마의 귓가에 들어간다면 그 화가 자신들에게 미칠지도 모를 일.
그렇게 겨우 마음의 안도를 찾은 태상장로가 천천히 찻잔을 내려놓는데, 어딘지 모르게 불편한 듯한 화상장로의 얼굴이 그의 눈에 들어왔다.
“왜 그러는가?”
“예? 아……. 그것이 말입니다.”
“무언가 미심쩍은 부분이라도 있었던 겐가?”
어느새 다시금 서늘해진 분위기로 찻잔을 내려놓으며 화상장로를 추궁하는 태상장로.
이에 다소 망설이는 듯하던 화상 장로가, 마음을 먹었는지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전한다.
“단순히 제 기우일지는 모르지만…… 행동이 무언가 자연스럽지 못했습니다.”
“무엇이 말인가? 자세히 이야기해보게.”
“우선 처음 천마도를 쥐던 순간이었습니다. 천마도에 익숙하신 분이라면 그 무게를 익히 알고 계실 텐데, 생전 처음 느껴 보는 무게감에 당황한 듯한 기색이 분명하게 느껴졌습니다.”
“흐음…….”
“그리고 무엇보다 처음 도를 어깨에 파지할 때까지는 분명 우수를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마지막에 손잡이만 좌수로 고쳐 쥐었지만, 역시 그런 방법으로 도를 파지한다는 것은 좀…….”
“……억지스럽다는 말이군.”
“솔직히 말하면 그렇게 느껴졌습니다.”
화상장로의 솔직한 대답에,다시금 찻잔을 내려놓고 침묵을 지키는 태상장로.
그런 그를 향해, 화상장로가 조금 더 강한 어조로 자신의 뜻을 전해 온다.
“실은 줄곧 생각하던 부분입니다만…… 아무래도 강림이 실패로 돌아갔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럴 일은 없네. 칠 대 천마께서 좌수도를 쓰셨다는 것은 교 내에서도 아는 이가 극히 드문 사실이야. 만약 강림이 실패했다면, 한낱 실험체에 불과한 것이 그 모든 정보를 알고 있을 리 만무하지 않은가?”
타당한 의견.
그의 말대로, 평범한 실험체라면 칠 대 천마의 존재에 대해서도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는 것이 옳다.
하지만 화상장로가 의심하는 것은 그런 것이 아니었다.
“만약 칠 대 천마가 아닌…… 다른 혼령이 들어섰을 가능성은 어떻습니까?”
“……다른 혼령?”
“예. 저희가 강림시키려 한 것은 칠 대 천마이지만…… 그의 과거를 아는 다른 혼령이 들어섰을지도 모를 일이 아닙니까?”
“으음…….”
화상장로의 말에, 천천히 고개를 주억이며 턱 끝을 쓸어 보이는 태상장로.
그러고는 연신 입술을 깨물며 생각에 잠기다, 이윽고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화상 장로의 말을 인정했다.
“그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겠지.”
“하면 어찌해야겠습니까? 지금 당장이라도 추가적인 확인을…….”
“아니, 더 이상 우리가 그를 확인할 방도는 없네.”
“예, 예?”
“만약 자네의 말대로라면, 아니, 지금까지 드러난 움직임으로만 봐도 그렇지. 그는 적어도 우리보다 칠 대 천마에 대해 잘 알았으면 알았지, 모르는 인물은 아닐세.”
“…….”
“그런 이를 상대로 어찌 우리가 정체를 확인한다는 말인가? 도리어 괜한 의심만 사서 경계심만 부추길 뿐이지.”
“그것은…… 그렇습니다만…….”
태상장로의 답에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못내 찜찜하다는 듯 미간을 좁히는 화상장로.
그러나 잠시 후 그런 그의 귓가로, 태상장로의 은밀한 전음이 이어졌다.
태상장로의 말 속에 숨을 뜻을 깨달았는지, 화상장로가 두 눈을 번뜩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럴 것이다.
그들과 같이 인간의 한계를 벗어던진 괴물들이 아니라면, 감히 초대 천마를 상대로 맞서겠다는 생각은 가질 수조차 없을 테니까.
***
“망신도 이런 개망신이 있나! 놈들이 본좌를 대체 무엇이라 생각하겠느냐!”
“……고만해라, 쪽팔린 건 나였으니까.”
“네놈이야 조금 부끄러우면 그만이겠지만, 이것은 후손들에게 전해질 본좌의 위엄에 흠집이 나는 일이다! 누가 그따위 말도 안 되는 자세로 도를 지니고 다닌다는 말이냐!”
“이 새끼가……. 그럼 내 이름 빌려줄 테니까, 네가 한번 그러고 다녀볼래?”
“하! 하라면 못할 것 같으냐!”
서로가 더 쪽팔리다며 기를 올리고 언성을 높이는 사무현과 천마.
그렇게 서로의 눈에 불꽃을 튀겨 가며 얼마나 대치했을까?
결국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 천마가, 한 걸음 뒤로 물러나며 벽에 등을 기댄다.
“끄응……. 아무튼, 네놈의 그 멍청함 때문에 여러모로 곤란해졌다.”
“쪽팔려서 곤란해질 게 있나?”
“쯧쯧. 널 바라보는 놈의 눈치가 심상치 않던 것을 느끼지 못한 것이냐? 네가 우수로 천마도를 쥐는 순간부터 놈과 멀어지던 순간까지, 놈의 눈은 시종일관 네 일거수일투족에서 떨어질 줄 몰랐다.”
……그 정도였다고?
고작 그 작은 실수 하나 때문에?
“설마…… 눈치챘나?”
“확실하진 않지만, 의심의 여지는 생겼다고 보는 게 맞는 것 같다.”
어……. 그러면 곤란한데.
이제 어떻게든 한 달 내에는, 탈출을 해야만 하는 상황인데?
“설마…… 탈출이 머지않은 이 시점에, 저쪽에서 먼저 선수라도 치는 건 아니겠지?”
“가능성을 아주 배제할 수는 없지.”
“야, 이……. 그러면 큰일이잖아!”
천마의 대답에, 그제야 심각함을 인지한 사무현이 벌떡 몸을 일으켰다.
그러고는 입술을 깨물며 빠르게 주위를 살피다, 무언가를 결심한 듯 다급히 창가 쪽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뭐 하냐, 거기서?”
“몰라서 물어? 지금이라도 당장 탈출이 가능한지 확인해 봐야 할 거 아니야.”
“아서라. 지금의 너는, 저것들을 조용히 제압할 수준이 아니다.”
“그러다 저것들이 먼저 선수 치면? 그때는 짱짱한 실력으로 해결되냐?”
“아, 그건 아니지. 그것도 한참은 모자라지.”
……맞는 말이긴 한데 묘하게 기분 더럽네.
아무튼.
“그럼 괜히 토 달지 마라, 심란하니까. 어디 보자……. 둘, 넷, 여섯, 여덟, 열……. 아니, 빌어먹을 뭐 저리 많아?”
“평소에도 열 놈 정도는 있지 않았느냐?”
“지금은 딱 봐도 스무 놈은 있으니 하는 말이지! 빌어먹을 새끼들이 신입이라도 왕창 뽑았나?”
“하하, 과연 본좌의 후손들이로고. 의심의 여지가 생기니, 이토록 빠르게 대응하는구나.”
사태의 심각성과 전혀 무관하다는 듯, 흡족한 웃음까지 흘리며 고개를 끄덕이는 천마.
의리 없는 새끼……. 이미 지는 뒈진 몸이라 이거지.
평소 같았으면 욕이라도 한 바가지 끼얹어 주겠지만, 아쉽게도 지금은 그럴 시간조차 아깝다.
저들의 행동이 시작된 이상, 더 감시가 강화되기 전에 어떻게든 이곳을 빠져나가야 한다.
그렇게 사무현이 막 문 쪽으로 발걸음을 옮기는데, 어느새 한쪽 손을 뻗은 천마가 그의 앞을 가로막았다.
“그만둬라, 지금 나가 봐야 개죽음이다.”
“그럼 그냥 여기서 기다리라고?”
“어차피 정확한 정황증거 없이는, 저놈들도 네놈에게 바로 적대적인 행동을 취할 수 없다. 네가 아무리 의심스럽다고 해도, 너는 이미 그 초대 천마의 먹잇감이니 말이다.”
오호……. 그럴싸하다.
난 이미 저놈들 중 가장 윗대가리의 먹잇감인데, 어디 시건방지게 아랫것들이 젓가락을 들이밀…… 그런데 이걸 좋아해야 되나?
“……그래서, 그냥 평소처럼 지내면서 더 시간을 끌어도 괜찮을 거다?”
“그것은 아니지. 시간이 지날수록, 만에 하나에 대비하기 위해 저들의 감시는 점점 철저해질 거다.”
“그럼…… 뭐 어쩌자고?”
“생각해 둔 방도가 있다. 원래라면 지금의 네 무위로는 불가능했겠지만…… 생각지도 못한 천마도가 수중에 들어왔으니, 오히려 처음 예상보다 나은 환경이 만들어졌다.”
“……저 무겁기만 더럽게 무거운 도가 그 정도의 물건이라고?”
아닌 것 같은데…….
아무리 봐도.
“하하, 그래. 도에 대해 무지한 네 눈에는, 그저 무겁기만 한 물건처럼 느껴질지 모르겠구나.”
“그럼…… 뭐 다른 특별한 게 있어?”
“그럼, 있지. 말하지 않았느냐? 신병이라고.”
신병(神兵).
명검이니, 보검이니 하는 무구들과는 격을 달리하는, 말 그대로 하늘이 내린 무구.
대체 저 무거운 철덩이의 어디가 그렇게 특별하길래, 신병이라는 단어까지 써 가며 저런 자신감을 보이는 것일까?
반신반의한 눈으로 천마도와 천마를 번갈아 보는 사무현의 모습에, 천마가 회심의 미소를 입가에 머금으며 말을 이었다.
“우선 천마도는 아주 무겁다. 그리고…….”
……꿀꺽.
“……아주 단단하다.”
“…….”
“끝이다.”
천마가 보여
지은이 : 보용도
발행인 : 손병태
발행처 : ㈜알에스미디어
주소 : 경기도 부천시 부천로 198번길 18 춘의테크노파크 2차 201동 50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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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6602-6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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