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ousand years old Heavenly Demon RAW novel - Chapter 193
193화
사무현과 사도관도들이 사천방이라는 이름 아래 하나가 된 후, 이튿날이 되자 어디서 소식을 전해 들었는지 흑룡문주와 사문회주가 사무현을 찾아왔다.
흑룡문주는 개문(開門)의 선물로 금자 백 냥이 든 목함을, 사문회주는 수레 스무 대 분의 식량과 무기들을 실어와 창고를 채워 주었다.
생각지도 못한 그들의 커다란 선물에 사무현은 곧바로 술자리를 마련했고, 자연스레 앞으로의 계획에 대한 이야기들이 흘러나왔다.
그리고 그 시작은 바로…….
“개문식(開門式)이요?”
흑룡문주와 사문회주의 제안에 사무현이 두 눈을 크게 뜨며 물었다.
“그걸 뭐 하러 해요?”
“그야, 이 남경에 사천방의 존재를 알리고 선포하는 자리를 공식적으로 만들기 위함이지요.”
“이는 훗날 사천방(思天房)의 순조로운 사업을 위해서도 필요한 일입니다. 방주께서 어떤 사업을 하려는지 미리 홍보도 되고, 앞으로 마주하게 될지 모를 이들과도 미리 안면을 터 놓을 수 있고요. 하면 불필요한 분쟁도 줄어들지 않겠습니까?”
“흐음…….”
흑룡문주와 사문회주의 말에 사무현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인다.
‘일리는 있네.’
그렇지 않아도 그가 구상한 사업을 어떻게 홍보해야 할지 고심하던 차였다.
그리고 남경에 얼마나 많은 사파가 있는지는 모르지만, 앞으로 일이 생길 때마다 매번 시비가 붙는 것도 골치 아픈 일이다.
흑룡문과 사문회와도 생각보다 순조롭게 관계를 텄던 것처럼, 다른 사파 세력들과도 미리 순탄한 관계를 맺어 두면 여러모로 나쁘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되는 건데요? 그 개문식이란 거는.”
사무현이 흥미를 보이자 서로 맞은편에 앉아있던 흑룡문주와 사문회주가 은밀히 눈을 마주친다.
마치 그들의 의도했던 바가 성공했다는 듯이…….
***
벌컥.
“하면, 한 달 후에 뵙도록 하겠습니다.”
“……정말로 두 분이서 다 준비하실 수 있으시겠어요?”
술자리를 마치고 정문을 나서는 흑룡문주와 사문회주를 배웅하며, 사무현이 물었다.
“그냥 저희랑 다 같이 준비하는 게…….”
“허허, 아닙니다, 방주께서는 신경 쓰지 않으셔도 괜찮습니다. 정말 저희끼리 해도 충분합니다.”
“예예, 동료가 있는 이유가 무엇이겠습니까? 다 이런 잡일들을 믿고 맡기라고 있는 것이지요.”
정말로 염려하지 말라는 듯 웃으면서 손사래를 치는 이들.
아니…… 잡일을 믿고 맡기는 건 동료가 아니라 부하한테 하는 거 아닌가?
사무현이 어이가 없다는 듯 두 눈을 끔뻑이자, 사문회주가 다급히 말을 덧붙인다.
“개문식이라는 것은 본래 그 지역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이 준비해야 하는 법이지요. 얼마나 많은 인파가 올지, 어떤 사람들이 올지. 어느 정도 성향을 알고 있는 이가 준비해야 차질이 없지 않겠습니까?”
“사문회주의 말대로입니다. 말씀드린 대로 잡일은 저희가 할 것이니, 방주께서는 조금 전 당부드린 것들만 신경 써주시면 됩니다.”
“아, 최대한 거드름을 피우며 천천히 도착하라고 한 그거요?”
“예.”
“가급적 위협적으로 보이면 더 좋고?”
“바로 그겁니다.”
기다렸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답하는 흑룡문주와 사문회주.
아니…… 저 인간들이 진짜 누굴 동네 파락호로 만들려 그러나?
사무현의 눈이 슬며시 가늘어지자 사문회주가 재빠르게 말을 덧붙인다.
“이번에 사천방이 저들에게 어떤 인상을 새겨 주느냐가 이후 방주께서 하시는 사업의 흥망성쇠를 결정짓게 될 것입니다. 최대한 강한 인상을 남겨 모두의 기선을 제압하고 나면, 사천방의 사업에 그 누가 감히 제동을 걸려 하겠습니까?”
“옳은 말씀입니다. 전부 사업을 위해 하는 일이지요, 떼돈을 위해!”
“……크흠, 그럼 뭐 어쩔 수 없죠.”
사업과 떼돈이라는 말에 마음이 약해진 사무현이, 결국 못 이기는 척 헛기침을 하며 뒤로 물러난다.
“혹시라도 도울 게 생기면 말씀하시고요.”
“예, 염려 마십시오.”
“하면 개문식 때 뵙겠습니다.”
끼이익.
쿵.
“후우…….”
사천방의 정문이 닫히자 사문회주가 긴 숨을 내쉰다.
이에 혹여나 들릴까 걱정된다는 듯, 턱짓을 해 보이며 흑룡문주가 먼저 발걸음을 옮긴다.
“가세.”
그렇게 몸을 돌려 산길을 내려가기 시작하는 흑룡문주와 사문회주.
그들이 술자리를 시작할 때 이미 수하들을 모두 돌려보낸 터라, 어두운 숲길에는 그들의 발걸음 소리만 가득했다.
저벅저벅.
“다행히 사천방주께서는 허락하셨지만…… 솔직히 일이 잘될지 모르겠습니다.”
사문회주가 먼저 말문을 열자, 그의 옆에 나란히 걸어가던 흑룡문주가 짧은 한숨을 내쉬고는 답한다.
“애초에 쉬운 길이라고 생각한 것도 아니지 않은가?”
“그렇기는 합니다만, 개문식이 자칫 독으로 작용하지 않을까 우려되는 부분도 없지 않습니다.”
말을 이어가는 사문회주의 얼굴에 깊은 수심이 깃든다.
“사천방에 적대적인 세력이 열네 곳이나 되니……. 혹여나 저들이 작정하고 개문식을 망치려 든다면…….”
“염려 말게. 그래서 우리가 이렇게 직접 개문식을 추진하는 것 아닌가?”
사문회주의 근심을 덜어 주려는 듯 흑룡문주가 힘을 실어 말을 잇는다.
“적어채와 척을 지며 예전의 위상은 잃었지만, 그래도 흑룡문은 흑룡문일세. 한때 남경 제일 세력이었던 우리가 주도하는 개문식을, 저들이 어찌 함부로 훼방 놓을 수 있겠는가?”
“그거야 그렇습니다만…….”
“자자, 괜한 근심 말게. 자네에게 미리 말은 안했지만, 실은 위평문주(位平門主)와 조혈단주(調血團主)에게도 사람을 보내 두었네. 그들은 한때 나와 호형호제를 하던 사이이니, 다른 이들이 경거망동하지 못하도록 은연중에 우리를 도와줄 걸세.”
“예? 위평문과 조혈단에 말입니까?”
이 말은 예상 외였는지 사문회주의 두 눈이 휘둥그레진다.
“그들이 정말 도와주겠습니까? 흑룡문이 일선에서 물러났으니, 적어채와 어떻게든 연을 이어 보려 발버둥을 치고 있을 텐데요.”
“물론 공식적인 입장이야 그렇겠지. 하지만 지금껏 이어 온 나와의 인연도 마냥 무시할 수만은 없을 것이네. 돈도 조금 찔러 주었고 말이지.”
“예? 돈을요?”
놀란 사문회주가 두 눈을 크게 뜨자, 흑룡문주가 씁쓸한 미소를 머금으며 말을 잇는다.
“이미 한번 나와의 대화 자리를 거부했던 이들이 아닌가? 공개적으로는 나와 얽히는 것이 껄끄럽겠지만…… 돈까지 받았으니 내 부탁을 모르는 체하지는 않을 것이네.”
“……흑룡문주님.”
“어허, 그런 눈으로 보지 말게. 흑룡문이 당장 위세를 잃은 것은 인정하지만, 장기적으로 더 큰 도약을 위한 준비 과정일 뿐일세. 이는 사문회도 마찬가지가 아닌가?”
흑룡문주의 너스레에, 사문회주의 입가에도 결국 못 이기겠다는 듯 미소가 머금어진다.
“……옳은 말씀입니다.”
당장은 남경에 드리워 있는 장강수로채의 그림자를 밀어내지 못하겠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결국 남경의 질서는 사천방을 중심으로 세워질 것이다.
그때가 되면 지금 그들의 선택이 옳았음을 남경의 모든 이들이 알게 되리라.
“좋습니다. 하면 저도 초악문주와 회명단주를 따로 만나 보겠습니다. 공식적으로는 저희를 돕지 못하겠지만, 적어도 저들의 분위기에 동조하지는 말아 달라고 말이지요.”
“괜찮겠는가? 괜히 그들과의 관계마저 껄끄러워지면 사문회는…….”
“염려 마십시오. 과거 남경 제일 세력이었던 흑룡문과, 훗날 남경 제일이 될 사천방이 함께 할 텐데 무엇이 걱정이겠습니까?”
“하하, 그 또한 맞는 말일세.”
기분 좋은 웃음을 흘리며 산길을 내려가는 흑룡문주와 사문회주.
그렇게 멀어져 가는 그들의 뒷모습을, 드높은 거목 위에서 한 사내가 지켜보고 있었다.
***
“흐음……. 뭐야, 그런 거였어?”
사문회주와 흑룡문주의 대화를 모두 들은 사무현이, 옅은 미소를 머금고 멀어지는 저들의 뒷모습을 바라본다.
‘왜 저렇게까지 개문식을 준비하겠다고 나서나 했더니…….’
아무래도 남경에는 그들에게 적대적인 세력이 많은 모양이다.
이곳에서 따로 악행을 저지른 일은 없었으니, 그 적어채주인지 뭔지 하는 녀석을 벤 것과 관련이 있는 모양이다.
“……천마야.”
“왜 그러느냐?”
“내가 벴었던 그 적어채주인지 뭔지 하는 놈이, 장강수로십팔채라는 곳에 속한 녀석이었다고 했지?”
“본좌가 기억하기로는 그렇다.”
“흐음……. 걔들 많이 센 애들인가?”
사실 장강수로십팔채라는 이름은 사무현도 몇 번이나 들어 본 적이 있다.
다른 사파의 세력들과는 달리, 강호에 속하지 않은 일반인들도 널리 알고 있는 몇 안 되는 세력 중 하나니까.
호기심 어린 사무현의 물음에 천마가 한쪽 입꼬리를 말아 올리며 답한다.
“장강에 사는 잡것들이다.”
……망할 놈.
그거참 대단히 도움이 될 만한 대답이구나.
“……잡것들이 무서워서 그 많은 사파들이 눈치를 본다고?”
“뭐, 잡것들 사이에도 우열은 있는 법이니까.”
어이가 없다는 듯한 사무현의 물음에 어깨를 으쓱하며 천마가 말을 잇는다.
“본좌의 기준에는 결국 다 똑같은 잡것이다. 마음만 먹는다면 본좌 혼자서도 쓸어버릴 수 있으니까. 하나…….”
“…….”
“만약 본좌가 아니라 같은 잡것들 입장에서 본다면 꽤나…… 상대하기 까다로운 놈들이 될지도 모르지.”
“까다롭다고? 왜?”
“강에서 사는 놈들이니 수공(水攻)은 기본적으로 익히는데, 그것을 기반으로 강이라는 지형지물을 이용한다. 장강에서 놈들과 싸우는 것은, 구파일방이나 오대세가쯤 되는 놈들에게도 쉬운 일은 아닐 거다.”
“겨우 강이라는 게 그렇게까지 문제가 된다고?”
“생각해 보아라. 물에 한번 빠지면 운신이 자유롭지 못할 텐데, 그런 상황에 물속과 머리 위에서 내력이 실린 작살과 화살들이 쏟아진다. 그것을 어찌 다 해결할 것이냐?”
“…….”
“심지어 배라는 무기를 가지고 있으니 화포 같은 화기도 동원할 가능성이 있다. 그러니 호신강기를 쓸 수 있는 화경급 고수가 아니면 상대하기 까다로울 수밖에 없지.”
“아…….”
그제야 이해가 가는지 사무현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인다.
확실히 물속에서는 운신이 자유롭지 않을 테니, 자신보다 하수를 상대 하더라도 위험한 상황에 빠질 수 있을 것이다.
“그럼 육지에서 싸우면?”
“그때는 그냥 머릿수만 많은 잡것들이지. 녹림과 무엇이 다를 게 있겠느냐?”
“흐음…….”
결국 장강이 아니면 두려워할 이유가 없다는 말이네.
그런데 왜 남경처럼 커다란 지역의 사파들이 그렇게까지 눈치를 보는 걸까?
어차피 장강에서 마주하는 것만 아니라면 크게 위협적인 상대도 아닌듯한데 말이다.
‘하기야…… 장강을 바로 옆에 끼고 있는 곳이니, 눈치를 안 볼래야 안볼 수가 없나.’
아무튼 천마가 저렇게까지 말하는 것으로 보아, 사무현이 처음 생각했던 것보다는 훨씬 큰 규모의 세력인 모양이다.
‘그런 놈들을 따르는 녀석들의 기를 눌러 주어야 한다라…….’
방법은 둘 중 하나다.
첫째는 사천방이 장강수로채 위에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
하지만 이는 단기간에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천마의 말대로, 장강까지 나가 놈들과 싸우기에는 이쪽도 위험을 감수해야 하니까.
그렇다면 남은 방법은…….
“……우리도 서둘러야겠네. 개문식 준비를 하려면.”
“음? 개문식 준비는 저 녀석들이 한다고 하지 않았느냐?”
“에이, 말이 그렇지. 상황을 다 알았는데 어떻게 준비를 저 사람들한테만 다 맡기겠냐?”
거기까지 말하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머금은 사무현이, 사천방의 장원 쪽으로 몸을 돌렸다.
“아무튼 가자. 우리 애들 기죽지 않게, 미리미리 준비해둬야지.”
파밧!
그 말과 함께, 어둠 속에서 나무를 박차고 몸을 날리는 사무현.
그가 떠나고 나자, 숲속에는 이내 고요한 적막이 찾아들었다.
***
스스스.
‘……과연.’
모두가 잠든 시각.
조용한 방 안에서, 막휘는 홀로 가부좌를 틀고 앉아 명상에 잠겨 있었다.
그의 머릿속에서는 얼마 전 거우산악과의 싸움이 생생하게 떠오르고 있었다.
‘내가 실로 부족했구나.’
당시에는 완벽한 승리라고 생각했다.
상대 철퇴를 받아 내고 쇠사슬을 당겨 접근전으로 유도하는 것.
그리고 그 결과 호쾌한 승리를 거두었지만, 당시 막휘의 오른쪽 손목은 탈골이 된 상태였다.
때문에 만약 상대가 근접전에 능한 이였다면 도리어 패하는 것은 막휘 자신이 되었을 것이다.
‘임기응변에 기대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사무현이 그에게 했던 말이 머릿속에 떠오른다.
하면 어찌했어야 했을까?
자신을 향해 날아들던 그 철퇴를, 주먹이 아니면 무엇으로 받아 낼 수 있었을까?
‘그 또한 흘렸어야 했다.’
흘리지 못할 것이라 여겼던 것은 그가 스스로를, 자신의 무(武)를 믿지 못했던 까닭이다.
유능제강(柔能制剛).
부드러움은 곧 강함을 제압할 수 있어야 하는 법.
그 강함의 형태가 낯설고, 그 크기가 크다고 하여 이치가 어긋나는 일은 벌어져선 안 된다.
부족한 것은 그저 이치를 온전히 이행하지 못하는 스스로의 기량이 부족한 것일 뿐.
그렇게 명상 속에서 잡아낸 현기가 막휘를 무아지경으로 몰고 가고 있는 그때.
벌컥.
“야, 막휘야!”
“…….”
때아닌 사무현의 등장과 함께, 명상에 빠져 있던 막휘의 얼굴이 와락 일그러졌다.
천마가 보여
지은이 : 보용도
발행인 : 손병태
발행처 : ㈜알에스미디어
주소 : 경기도 부천시 부천로 198번길 18 춘의테크노파크 2차 201동 50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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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6602-6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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