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ousand years old Heavenly Demon RAW novel - Chapter 196
196화
“아니, 사도관주는 본승에게 무슨 원한이 있어 이러는 것이오?”
빨갛게 부어오른 코끝을 만지며 불만스레 목소리를 높이는 신불.
예전 같았다면 웃으며 넘어갔을지도 모르는 일이지만, 연무학관의 휴관 이후 매일같이 단아란에게 얻어터지다 보니 그의 신경은 그 어느 때보다도 예민해져 있었다.
이마에 굵은 힘줄을 세운 신불을 향해, 사도관주가 조심스레 고개를 숙여 보인다.
“죄송합니다. 고문님을 뵈러 급하게 달려오다가 그만…….”
“끄응……. 단 고문은 본승을 두들겨 패고 버얼써 나갔소. 오늘은 얼굴은 좀 덜 맞았다 싶었는데, 기어이 관주가 마무리를 해 주는구려.”
“저, 정말 죄송합니다. 마음이 급하던 차라…….”
어색한 미소를 머금으며 신불이 몸을 일으키는 것을 지켜보고 서 있는 사도관주.
그러던 중, 사도관주의 손에 들린 한 장의 서신이 신불의 눈에 들어왔다.
“응? 한데 그것은 무엇이오?”
“아, 이건 초청장입니다.”
“초청장?”
“예. 제 아들놈이, 사천방의 개문식에 초대하겠다며 초청장을 보내왔더군요. 이 일로 한동안 자리를 비우겠다는 이야기를 전하고자, 고문님을 찾아온 길이었습니다.”
“사천방? 사도관주의 아들이라면, 본승이 알기로 사무현 시주를 따라간 것으로 알고 있소만?”
신불이 의아한 듯 고개를 갸우뚱하며 묻자, 사도관주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다.
“맞습니다. 사무현을 위시한 사도관도들이 세운 문파…… 아니, 방파(房派)라고 하는 게 맞겠군요. 그곳의 이름이 사천방(思天房)입니다.”
“뭐, 뭐라! 사무현 시주가 방파를 세웠다 했소이까?”
사도관주의 말에 두 눈을 부릅뜨며 떡하니 입을 벌리는 신불.
생각보다 훨씬 충격을 받은 듯한 그의 모습에 사도관주의 얼굴에도 당혹스러움이 어린다.
“모르셨습니까? 이미 연무학관에 소문이 쫙 난 일인데…….”
“이런 아미타불! 본승은 전혀 모르고 있었소이다!”
혼자만 모르고 있었다는 사실에 대한 억울함 때문일까?
두 주먹을 불끈 움켜쥔 채 목소리를 높이던 신불이, 돌연 사도관주의 두 손목을 덥석 움켜쥔다.
“사도관주!”
“예, 예?”
“사천방의 개문식에 초청받았다고 하셨소이까?”
“그, 그렇습니다만…….”
“하면 본승도 같이 갑시다!”
“……예?”
난데없는 신불의 청에 사도관주의 두 눈이 휘둥그레진다.
“같이 가다니……. 사천방의 개문식을 말씀이십니까?”
“그렇소이다!”
“하, 하지만…… 신불 스님은 소림의 승려가 아니십니까?”
“어허, 소림 출신이면 어떻소? 방장 자리에서도 내려왔고 소림에서도 쫓겨났는데!”
“그, 그래도 사파의 개문식인데…….”
사도관주가 곤란한 얼굴로 난색을 표하자, 신불은 더더욱 애처로운 얼굴로 간청을 계속했다.
“그 부분은 염려 마시오. 소림의 승려복도 벗고, 내 정체를 숨기고 조용히 다녀오면 되지 않겠소이까?”
“크흠……. 죄송합니다. 아무래도 그건 제 권한이 아닌 듯합니다.”
이대로 가다가는 신불에게 말려 버리겠다고 판단한 사도관주가, 최대한 냉정한 어조로 말을 잇는다.
“정히 가시고 싶으시다면, 사무현…… 아니, 사천방주에게 서신을 보내 보시지요. 그에게 초청장이 온다면 가셔도 괜찮다는 뜻이 아니겠습니까?”
“허어…….”
사도관주가 끝까지 냉정함을 유지하자, 결국 힘없이 그의 손목을 놓은 신불이 천장을 올려다보며 탄식을 흘린다.
“아미타불……. 하면 정녕 그 방법밖에는 없단 말인가?”
“흠흠, 너무 상심 마십시오. 값은 좀 나가지만, 긴급 전서응을 이용하면 시간을 좀 줄이실 수 있을…….”
퍼버버벅!
……털썩.
헛기침을 하며 신불을 위로하던 그때, 돌연 부드러운 바람이 그의 몸을 두드리는가 싶더니 사도관주가 그대로 힘없이 바닥에 쓰러진다.
뒤늦게 자신이 점혈당했음을 깨달은 사도관주의 눈에는, 경악과 불신의 기색이 역력했다.
절정에 이른 자신이 반응은커녕 점혈의 기색조차 눈치채지 못하다니!
“아미타불……. 본승도 이러고 싶지는 않았네만, 초청장을 좀 빌리겠네.”
쓰윽.
조금 전까지 애걸복걸하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태연하게 그의 초청장을 챙겨 든 신불이 천천히 그의 목 뒤에 손을 얹는다.
“염려 말고 한 사흘만 푹 자시게. 자네는 굳이 초청장이 없어도 개문식에 갈 수 있지 않은가?”
“……!”
“허허, 본승이 개문식에 가려면 마구니를 속여야 해서 말일세.”
쓰윽.
경악과 혼란이 뒤섞인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사도관주를 안타깝게 내려다보며, 신불이 조용히 그의 목 뒤에 수혈을 짚는다.
의지만으로 점혈에 저항할 수 있을 리 만무했기에 사도관주는 결국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소림의 사고뭉치 신불의 손에 사천방의 개문식 초청장이 들어가는 순간이었다.
***
개문식을 준비하기 위한 한 달의 시간은 빠르게 흘러갔다.
흑룡문주의 주도하에 빈 장원을 마련하고, 남경의 문파들에게 초청장을 만들어 전파했다.
일정에 맞춰 미리 실력 있는 숙수들을 섭외하고, 혹여나 남경 문파들의 호응이 부족할 것을 생각해 흑룡문과 인연이 닿은 민간인에게도 초청장을 아끼지 않았다.
흑룡문이 이렇게 주도적으로 개문식을 준비하는 사이, 사문회는 남경 문파들의 움직임을 면밀히 관찰하며 개문식 준비에 차질이 생기지 않도록 도왔다.
그렇게 이윽고, 모든 준비가 마무리 되고 사천방의 개문식은 꼭 하루를 남겨 두고 있었다.
“흐음…….”
해가 뉘엿뉘엿 저물어 가는 초저녁.
드넓은 장원에 빼곡하게 정렬된 탁자와 의자들, 그리고 곳곳에 위치한 돗자리들과 천막들을 빙 둘러보던 흑룡문주가 이윽고 고개를 돌리며 물었다.
“장원은 저만하면 된 것 같고……. 식기들은 넉넉히 준비되었는가?”
“예.”
“술은?”
“창고에 가득 채워 두었습니다.”
“숙수들은?”
“식재료 확인을 마치고 일찍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내일 묘시부터 음식 준비를 시작하라 일렀습니다.”
흑룡문주의 물음에 대답하는 초로의 노인.
흑룡문의 대소사를 관장하는 총관 장우기(場宇機)의 대답에, 흑룡문주가 이윽고 긴 한숨을 내쉰다.
“하아……. 그래, 자네라면 어련히 잘했겠지. 내 자네만 믿고 있네.”
“……문주님.”
“음?”
“오늘 그 말씀만 꼭 다섯 번째입니다.”
총관 장우기의 한 마디에 흑룡문주가 멋쩍은 미소를 머금는다.
“내가 그랬는가?”
“문주님답지 않게, 많이 불안하신 모양입니다.”
“하하, 어찌 불안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장우기의 말에 너털웃음을 흘린 흑룡문주가, 천천히 고개를 돌려 사천방이 위치한 산을 올려다본다.
“우리의 준비가 미흡하면, 다름 아닌 저 사천방의 이름에 누가 될테니 말일세.”
“흐음…….”
흑룡문주의 말에 두 눈을 가늘게 뜬 장우기가, 그가 바라보는 산 위를 올려다보며 말을 꺼낸다.
“솔직히…… 저는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문주님.”
“무엇을 말인가?”
“비록 적어채주와의 일로 위상을 많이 잃어버리긴 했지만…… 그래도 저희는 흑룡문입니다. 아직까지 남경에 미치는 영향력이 결코 적지 않지요.”
“맞는 말이네.”
“한데 그런 흑룡문이, 왜 신생 문파나 다름없는 사천방의 수하 노릇을 자처하는 것입니까?”
장우기의 질문에 깃든 불만을 느꼈는지, 흑룡문주가 안타까운 눈으로 그를 돌아본다.
“총관인 자네마저 그리 생각하는가?”
“사천방주라는 자의 무위가 대단하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습니다. 그 나이마저 어리다고 하니, 어쩌면 미래에는 정말로 남경 제일의 고수가 되어 있을지도 모르지요.”
사실 사무현의 무위는 현재 수준만으로도 남경 제일인이라 칭하기에 모자람이 없다.
일대일 대결에서 적어채주를 압도하고 한쪽 팔을 잘라 버린 장본인 이니까.
하지만 흑룡문주는 굳이 이 부분을 지적하지 않고 장우기의 말을 들어주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아직은 흑룡문이 이렇게까지 숙이고 들어갈 단계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어쨌거나 저들이 남경에 자리를 잡으려면, 오히려 저들이 먼저 흑룡문의 도움을 필요로 해야 하는 입장 아닙니까?”
“흐음……. 그러니까 자네는, 우리가 꼭 저들의 동아줄을 잡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게로군.”
“솔직히 말씀드리면 그렇습니다.”
“하아……. 무슨 말인지 알겠네. 자네가 그리 생각할 정도라면, 다른 수하들의 생각은 굳이 안 들어 봐도 훤하겠군.”
총관의 이야기를 들은 흑룡문주가 답답한 얼굴로 하늘을 올려다본다.
그들 중 가장 자신의 뜻에 우호적인 총관이 저런 반응이라면, 다른 이들은 아마 이 이해할 수 없는 처사에 불만이 쌓일 대로 쌓여 있을 것이다.
“문주님, 기존 흑룡문 전력의 태반이 빠져나갔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남은 이들이 있지요. 그들이 무엇 때문에 흑룡문에 남았겠습니까?”
“…….”
“흑룡문에 대한 자부심입니다.”
문주를 향한 총관의 음성에는 진심 어린 걱정이 깃들어 있었다.
“한때 남경을 그들이 좌우했다는 자부심. 그리고 언젠가는 반드시 원래의 위치를 되찾을 것이라는 희망. 한데 이토록 문주님께서 누군가에게 숙이시는 모습을 보이신다면, 겨우 마음을 잡고 남아 있는 이들마저도 돌아설까 우려되옵니다.”
“……무슨 말을 하는지 내 모르지 않네.”
장우기의 말에 천천히 고개를 끄덕인 흑룡문주가 다시금 사천방이 위치한 산 쪽으로 고개를 돌린다.
“하지만…… 믿어 보게.”
“…….”
“나는 저 사천방을 따르는 것만이, 흑룡문이 과거 이상의 위세를 회복할 유일한 방도라고 믿고 있으니.”
“……문주님.”
장우기의 시선을 받으며 말없이 어두운 산 위를 올려다보는 흑룡문주.
그렇게 그들 사이에 적막이 내려앉던 그 순간…….
“준비는 잘 되고 있습니까?”
“음……. 다녀왔는가? 사문회주.”
지금까지의 정보를 확인하러 갔던 사문회주가 돌아오자, 흑룡문주가 고개를 돌려 그를 응시한다.
“어떻게, 무언가 좀 얻은 게 있으신가?”
“저들의 움직임에 대해 긴히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잠시만 자리를 만들어 주시지요.”
“음……. 그러세. 총관, 자리를 비켜 주겠는가?”
“알겠습니다, 그럼.”
흑룡문주의 부탁에 고개를 한번 숙여 보이고는 그대로 등을 돌려 어디론가 멀어지는 장우기.
하지만 그러는 사이, 그의 두 눈은 흑룡문주와 사문회주 쪽을 향해 날카롭게 빛나고 있었다.
***
저벅저벅.
“하아…….”
긴 한숨을 내쉬며 어두운 길을 걸어가는 청의 무복의 사내.
그는 조금 전까지 흑룡문주와 이야기를 나누고 온 사문회주였다.
‘피곤하구나.’
흑룡문주가 빈 장원을 알아보고 개문식을 준비하는 동안, 사문회주는 남경의 크고 작은 사파 세력들의 움직임을 파악하고 있었다.
그 결과, 개문식을 선포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위평문주의 행방이 세 시진 정도 묘연했다는 점.
그리고 얼마 전까지 위평문과 조혈단, 흑검문의 무사들이 은밀하게 몇 차례 회동을 가졌다는 점들을 알아냈다.
‘그리고 오늘은, 흑검문과 조혈단 무사들의 일부가 구호단과 귀창문(鬼槍門)으로 움직였다.’
아마 내일 있을 개문식을 앞두고 사파의 핵심 세력들의 뜻을 모으려는 것이 분명하다.
상위 다섯 개 세력의 뜻이 하나로 모이면, 나머지 세력은 자연스레 그들의 뜻에 따를 수밖에 없을 테니까.
‘부디 허튼 짓거리를 하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사실 저들 다섯 세력의 힘이 합쳐진다고 해도, 사천방과 흑룡문이 힘을 합치면 최소한 평수 이상을 이룰 수 있다.
그가 파악하기로 현재 사천방이 가진 전력은 남경 전체 사파 세력의 오 할에 맞먹는 수준이니까.
하지만 그렇다고 개문식을 저들과의 전쟁터로 만들 수도 없는 일이니, 지금으로서는 저들의 행동 하나하나에 집중하며 그에 맞는 대응을 해 나가는 것이 최선이었다.
‘그래도 개문식만 성공적으로 끝나면, 이 팽팽한 힘의 균형이 조금이나마 이쪽으로 기울 테니…….’
지금 당장이야 적어채의 그림자가 커 보이겠지만, 막상 눈앞에서 사천방의 힘을 실감하고 나면 저들 중 조금씩 흔들리는 자가 생길 것이다.
그렇게 복잡한 생각들을 정리하며 골목길을 돌려는 그때.
“……!”
우뚝.
조용히 발걸음을 옮기던 사문회주가, 무언가 이상함을 깨닫고 발걸음을 멈추었다.
……꿀꺽.
‘……매복!’
그의 감각에 잡힌, 최대한 기척을 감추고 있는 십여 명의 인원들.
사문회로 통하는 가장 빠른 길에 이만한 인원이 매복하고 있다는 것은, 저들이 노리고 이가 누구인지 분명하게 보여 주는 것과 다름없다.
스슥.
그의 감각에 잡힌 이는 십여 명이지만, 실제로 얼마나 더 많은 수가 준비되어 있는지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이다.
사문회주의 무위는 고작해야 절정에 겨우 걸쳐 있는 정도의 수준이니까.
그렇게 그가 자연스레 몸을 돌려 돌아온 길로 빠져나가려는 순간.
“가던 길로 갈 일이지, 어딜 돌아가시는가?”
“……!”
그의 앞쪽에서 들려온 귀에 익은 음성에 사문회주가 입술을 꽉 깨물며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그곳에는, 지금의 그에게 최악이라고 할 수 있는 존재가 그를 맞이하고 있었다.
“……흑검문주!”
“오랜만일세, 사문회주.”
짧게 고개를 끄덕이며 인사를 마친 흑검문주가, 한쪽 입꼬리를 말아 올리며 말을 잇는다.
“사문회주씩이나 되는 이가 호위 하나 없이 돌아다니다니……. 우리 뒤를 밟느라 영 남는 인력이 없는 모양이군.”
“……제게 무슨 볼일로 오신 것입니까?”
흑검문주의 등장에도 꽤나 침착하게 상황을 파악하려는 사문회주.
흑검문주는 남경 내에서 다섯 손가락에 든다고 알려진 절정 고수다.
흑룡문주 정도 되는 이라면 모를까, 자신의 능력으로는 어차피 그를 당해 내거나 따돌리지 못한다.
그럴 것이라면 차라리 하나라도 정보를 더 얻어 내어 저들의 목적을 파악해야 한다.
“딱히 흑검문과 분쟁을 벌인 일이 없는데…… 피차 오해가 있는 것이라면 대화로 풀도록 하시지요.”
“흐흐, 오해라니? 그런 것 없네. 우린 그저 자네의 신변에 볼일이 있어 온 것뿐이니까.”
흑검문주가 비열한 웃음을 흘리며 그를 조롱하는 사이, 어느덧 골목 곳곳에서 튀어나온 무사들이 빙 둘러 그를 포위하고 있다.
“그렇게나 좋은 머리를 가지고 있다면…… 모를 리가 없겠지? 이 상황에 자네가 빠져나갈 방도는 없네, 그러니…….”
스릉.
“……얌전히 따라오기만 한다면 크게 다치는 일은 없을 걸세.”
어느새 허리춤의 검을 뽑아 드는 흑검문주의 모습에, 사문회주도 은밀하게 소매 안에 감추어진 비도를 움켜쥐었다.
쓰윽.
천마가 보여
지은이 : 보용도
발행인 : 손병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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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소 : 경기도 부천시 부천로 198번길 18 춘의테크노파크 2차 201동 50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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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6602-6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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