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ousand years old Heavenly Demon RAW novel - Chapter 199
199화
“흑룡문을 나눠 가지기로 한 게로군……!”
씹어 내뱉는 듯한 흑룡문주의 음성에 귀창문주가 건성으로 고개를 끄덕인다.
“잘 아는군. 그러니 어설픈 협상은 의미가 없다는 말이오. 어차피 오늘부로 흑룡문은 사라지게 될 테니까.”
“후우……. 그래, 그랬군. 하면 고민할 필요가 없겠어.”
귀창문주의 말에 눈을 감고 고개를 끄덕인 흑룡문주가, 잠시 후 형형한 두 눈을 치켜뜨며 자신의 몸과 도신을 일치시킨다.
쓰윽.
“어차피 협상이 먹히지 않는 이상…… 네놈들에게 흑룡문이 왜 지금껏 남경 제일문으로 불렸는지를 가르쳐 주는 수밖에……!”
“흐음……!”
“음……!”
스릉.
쓰윽.
흑룡문주의 기세가 만만치 않음을 느꼈는지, 구호단주가 허리춤의 검을 뽑아 들고 조혈단주도 도신을 고쳐 쥐며 공격 자세를 취한다.
그리고 귀창문주 역시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고는 자신의 화극 끝을 흑룡문주에게 겨누었다.
하나하나가 남경을 대표한다고 말할 수 있는 사도고수들의 대치.
그 숨 막히는 정적 속에서 먼저 몸을 움직인 것은 바로 귀창문주였다.
파밧!
붕붕붕.
양손으로 커다란 화극을 회전시키며 몸을 날린 귀창문주가, 기괴한 경로로 창끝을 꺾어 흑룡문주의 목을 노린다.
이에 냉정함을 유지하며 방어 자세를 취하던 흑룡문주가, 자신의 태도에서 푸른 도강을 끌어올리며 거칠게 귀창문주의 화극을 받아 낸다.
“흐라앗!”
쩌저저정!
“……큿!”
흑룡문주의 일도에 실린 위력을 감당하지 못한 귀창문주의 화극이 뒤쪽으로 밀려난다.
그 틈을 비집고 흑룡문주가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자, 기다렸다는 듯 조혈단주의 도기가 날아들었다.
콰광!
“익……!”
조혈단주의 도기에 반보 정도 뒤로 밀려난 흑룡문주가 침음성을 흘리며 고개를 든다.
귀창문주는 엄밀히 말해 자신보다 반수 정도는 아래로 봐야 한다.
하지만 조혈단주는 제대로 승부를 보려면 목숨을 걸어야 하는 맞수!
도신을 타고 전해지는 저릿저릿한 충격을 떨쳐 내던 그때, 어느새 그가 서 있는 곳 주위에 어둠이 내려앉아 있었다.
“……!”
촤좌좍!
아주 잠깐 한눈을 판 사이, 은밀하게 기척을 감추고 몸을 날린 구호단주의 검격이 그의 어깨를 스치고 지나간다.
이에 입술을 질끈 깨문 흑룡문주가 거칠게 도를 휘둘러 구호단주의 신형을 밀어냈다.
쩌저저정!
촤지지지직.
“……칫!”
흑룡문주의 도격에 실린 힘이 상상 이상이었는지 구호단주의 미간이 슬며시 찌푸려진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수적 우위는 변함없었기에, 언제 그랬냐는 듯 자세를 바로 하며 흑룡문주를 향해 조금씩 거리를 좁혀 온다.
“……썩어도 준치라더니.”
귀창문주의 은은한 감탄.
그 순간, 그들의 중심에 서 있던 조혈단주가 자신의 도를 들어 올리며 목소리를 높인다.
“모두 뭣 하느냐! 흑룡문주는 우리가 맡을 것이니, 쳐라!”
“와아아아!”
조혈단주의 명과 함께 포위망이 좁혀지자, 흑룡문주도 목소리를 높여 이에 대응한다.
“서로가 서로의 등을 맞대고 부채꼴로 대응해라! 절대 흩어지지 마라!”
“존명!”
조혈단주의 명을 받고 몰려드는 이들과 흑룡문주의 명을 받고 방어진을 펼치는 이들.
그렇게, 한때 남경 제일 세력이라 불렸던 흑룡문의 명운을 건 사투가 시작되고 있었다.
***
“형님.”
“…….”
어딘지 모르게 은근히 조르는 듯한 막휘의 음성에, 사무현이 애써 시선을 피해 먼 하늘을 바라본다.
“형니이임.”
“…….”
“아, 형니이이임.”
“아, 왜! 뭐! 왜!”
결국 참다못한 사무현이 버럭 언성을 높이자, 움찔하며 한 걸음 물러난 막휘가 자신의 배를 쓰다듬으며 말을 꺼낸다.
“……배고픕니다, 형님.”
“끄으으응…….”
결국 막휘의 말에 뒷머리를 벅벅 긁던 사무현이, 낡은 의자에서 몸을 일으키며 주위를 둘러본다.
일찍부터 장원에 집결해 대기 중인 사도관도들…… 아니, 사천방도들은 하나같이 굶주린 맹수와 같은 눈으로 사무현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 좀 느긋하게 기다려 봐, 이것들아! 금방 오겠지!”
“그러다 차려 둔 음식을 남들이 다 먹으면 어떻게 합니까! 오늘 맘껏 먹으려고 어젯밤부터 쫄쫄 굶었습니다!”
막휘가 모두의 심정을 대변해서 목소리를 높이자 사무현의 이마에도 굵은 힘줄이 솟는다.
“그럼 지금이라도 뭐라도 먹든가!”
“그렇게 배 채우다가 갑자기 찾아오면 어떻게 합니까! 배부르면 많이 먹지도 못하는……. 꽥!”
쾅!
우당탕탕탕.
사무현의 발길질 한 번에 담벼락까지 나가떨어지는 막휘.
그 모습에 모든 사천방도들이 움찔하자 사무현이 목소리를 높인다.
“이것들이……! 그러니까 누가 굶으랬냐! 어! 그냥 평소처럼 있다가 부르면 가면 되지! 누가 보면 평소에 쫄쫄 굶긴 줄 알겠네!”
“크흠…….”
“흠흠…….”
“내가 분명 오늘 천천히 갈 거라고 미리 얘기……!”
꼬르르르륵.
모두를 향해 힘껏 목소리를 높이던 그때, 사무현의 배 속에서 숨길 수 없는 우렁찬 소리가 울려 퍼진다.
순식간에 모두의 불신 어린 시선이 집중되자, 얼굴을 벌겋게 붉힌 사무현이 헛기침을 하며 시선을 돌린다.
“……크흠!”
“쯧쯧……. 어제 점심부터 하루 종일 굶은 놈이 그런 말을 해서야 설득력이 있겠느냐?”
“…….”
“뭐, 부끄러워할 일은 아니다. 요리라고 부르기도 민망한 음식으로 배만 채우던 놈들이, 숙수들의 요리에 눈이 돌아가지 않을 리 있겠느냐?”
다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이야기하는 천마.
이 새끼야……. 놀릴 거면 놀리고 위로할 거면 위로하고, 하나만 해라, 하나만.
“하아……. 이런 젠장! 생각하니까 열 받네!”
어떻게든 참을성을 가지고 애들을 달래가며 인내해 보려 했는데, 시간이 정오에 가까워질수록 남아있던 인내심의 바닥이 드러나는 기분이다.
“젠장! 등장할 시간이 중요하니 알아서 안내해 주러 오겠다며! 올라오고 있기는 한 거냐!”
“옳소!”
“맞습니다, 형님!”
“그냥 우리가 내려갑시다!”
결국 모두의 앞에서 사무현마저 분노를 표출하자, 기다렸다는 듯 주먹을 치켜들며 환호하는 사천방도들.
이 기세를 몰아 사무현이 막 하산 명령을 내리려던 그때.
“……음?”
사무현의 옆에 서 있던 천마가, 돌연 산 아래쪽으로 시선을 돌리며 한쪽 입꼬리를 말아 올린다.
“오호라……. 이거 꽤나 재미있는 상황이 벌어지는 모양이구나.”
“뭐? 그건 또 무슨…….”
천마의 말에 무심코 고개를 돌리며 감각을 개방하는 사무현.
그리고 잠시 후, 산 중턱에서부터 울려 퍼지는 미세한 전투음이 사무현의 귓가에 들려온다.
쿠궁, 캉. 쿵.
“……뭐야, 이거.”
“예?”
“이……! 빌어먹을 새끼들이 감히 어딜 건드려!”
와락 일그러진 얼굴로 사무현이 몸을 일으키자, 이를 잘못 곡해한 사천방도들이 치켜들고 있던 주먹을 황급히 내린다.
그리고 잠시 후, 사무현의 입에서 모두의 예상을 뒤집는 한 마디가 흘러나왔다.
“다들 전투 준비!”
“예, 예?”
“당장 나를 따라……. 아니, 아니다! 막휘! 살암!”
“예, 형님!”
“뭐냐?”
담벼락 근처에 쓰러져 있다 다급히 몸을 일으키는 막휘와, 망설임 없이 재빨리 앞으로 나서는 살암.
그런 그들을 향해 사무현이 빠르게 명을 하달한다.
“너희가 애들 다 무장시켜서 따라 내려와! 내가 먼저 움직인다!”
“예?”
“어디로…….”
“방향은 저쪽이다!”
스팟!
그 말과 함께 자신이 가리킨 방향으로 섬광같이 몸을 날리는 사무현.
순식간에 경공술을 펼치며 그가 장원을 빠져나가 버리자, 그 뒤를 멍하니 바라보던 막휘가 모두를 둘러보며 소리친다.
“다들 들었지! 각자 무기 챙겨라! 형님의 뒤를 따른다!”
“예! 형님!”
막휘의 외침에 사천방도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여 각자의 무기를 챙기는 사이, 살암은 사천방도들과 조금 떨어져 있던 청사와 적사에게 손짓을 한다.
“적사, 청사.”
“예!”
“예! 막주님!”
“모두가 함께 움직이면 늦는다. 우리 셋은 먼저 방주의 뒤를 쫓는다.”
“존명!”
살암의 명에 하나가 되어 대답하는 적사와 청사.
잠시 후 그들 셋이 몸을 날리자, 적월도 만패와 나혼수를 한번 바라보고는 그들의 뒤를 따른다.
“우리도 따라붙는다.”
“예!”
파밧!
그렇게 사무현을 제외하면 사천방 전력의 삼 할이라 할 수 있는 이들이 떠나고 나자, 막휘가 무기를 챙기고 정렬해 있는 남은 사천방도들의 선두에서 목소리를 높인다.
“우리도 가자!”
“예!”
드높은 담벼락을 훅훅 넘어 이동했던 다른 이들과는 달리, 정문을 통해 진형을 갖춰 이동하는 사천방도들.
한마디 말은 없었지만 벌써 어느 정도 상황을 이해하고 있었는지, 그들의 눈에는 하나같이 선명한 투지가 일렁이고 있었다.
***
쩌정! 쩡!
촤좍! 촤아악!
“크아악!”
“아아악!”
여기저기 곳곳에서 울려 퍼지는 폭음과 비명 소리.
부채꼴로 서로의 어깨와 등을 맞댄 흑룡문의 무사들이, 그들을 빙 둘러 포위한 세 문파의 공격에 맞서 결사 항전을 벌이고 있었다.
“포기하지 마라! 방어진을 절대로 무너뜨리지 마라! 굳건히 버티다 보면 반드시 기회가 온다!”
“문주께서 아직 쓰러지지 않으셨다! 믿고 버텨야 한다!”
서로가 서로를 향해 목소리를 높이며 독려하는 흑룡문의 무사들.
어차피 이 싸움에서 그들이 물러날 곳은 없다.
설사 항복을 한다 해도, 저들의 뒤에 적어채주가 있는 이상 그들을 그냥 살려 두지는 않을 것이라는 걸 그들 모두가 잘 알고 있었으니까.
그렇게 하나같이 목숨을 걸고 항전한 덕분인지, 아니면 애초에 흑룡문 무사들의 수준이 다른 문파들보다 우위에 있었기 때문인지 이들의 균형은 좀처럼 한쪽으로 무너져 내리지 않고 있었다.
하지만…….
쩌저저정!
촤지지지직.
“……크윽!”
구호단주와 공방을 나누던 도중 날아든 조혈단주의 일도에, 가까스로 방어에 성공한 흑룡문주의 신형이 뒤쪽으로 밀려난다.
하지만 그 틈을 놓치지 않은 구호단주의 일검이 그의 한쪽 어깨를 스치고 지나갔다.
뚝, 뚝.
이미 무복 곳곳이 피로 물든 흑룡문주.
새롭게 벌어진 상처에서 흘러나온 핏물이 무복 소매를 타고 바닥에 떨어진다.
하나하나가 치명적이라 할 만한 상처는 아니었지만, 지속적으로 피를 흘린 까닭인지 흑룡문주의 얼굴에는 극도로 지친 기색이 역력하다.
“후우……. 생각보다 애먹게 만드는군. 과연 흑룡문주시오.”
금방이라도 쓰러질 듯한 모양새로 버티고 선 흑룡문주의 귓가로, 조혈단주의 순순한 감탄사가 이어진다.
“그저 적어채주를 등에 업고 설치는 것이라 생각했는데, 이제 보니 능히 흑룡문을 대표할 만한 실력이구려. 솔직히 놀랐소이다.”
“여유 부리지 마시오, 조혈단주.”
호흡이 조금 거칠어졌을 뿐 아직 여유가 느껴지는 조혈단주와는 달리, 그에게 경고하는 귀창문주의 안색은 창백하기 그지없었다.
무복 곳곳에 붉은 피가 묻어 있는 그의 모습은 한눈에 보기에도 꽤나 격전을 치른 흔적이 역력했다.
“아직 끝난 것이 아니니.”
사뭇 냉정하게 말을 내뱉으면서도 귀창문주는 그를 곱지 않은 눈으로 흘겨봤다.
그들 중 명백한 최고수임에도, 조혈단주는 먼저 앞장서서 싸우려는 법이 없었다.
그와 구호단주가 손발을 묶어두면, 그제야 한 번씩 끼어들어 결정타를 날리려 할 뿐.
그의 그런 불만을 느꼈는지 조혈단주가 피식 실소를 흘리며 대꾸한다.
“그리 예민하게 굴지 마시오. 끝까지 발버둥 치도록 천천히 희망의 끈을 조여 가는 것도, 나름 즐겁지 않소이까?”
“이……! 조혈단주……! 네놈이 어찌 감히……!”
온몸을 부들부들 떨며 분노어린 눈으로 그를 노려보는 흑룡문주.
적어채주가 두려워 자신을 치는 것까지는 이해한다.
어쨌거나 그들은 사파니까.
약자를 위해 강자에 맞서는 행위는 사파와 어울리지 않으니까.
하지만, 지금 저건 자신에게 분명한 악의가 느껴지는 발언이 아닌가?
“내가…… 내가 네놈에게 무언가 잘못이라도 했다는 말이냐!”
참다못한 흑룡문주가 목에 핏대를 세우며 따져 묻자, 조혈단주의 두 눈에 안타까움이 스쳐 지나간다.
“저런……. 그것을 정녕 몰랐단 말이오?”
“으드득……! 그래! 어서 말해라! 내가 네게 무엇을 그리 잘못했는지!”
흑룡문주의 머릿속에 있는 조혈단주와의 기억은, 함께 술을 마시고 웃고 떠들며 의리를 다지던 기억들뿐이다.
서로에게 칼을 겨누어야 하는 이 상황은 이해하지만, 어째서 그가 자신에게 저런 적의를 드러내는지는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다.
분노로 떨리는 흑룡문주를 향해, 조혈단주가 비릿한 조소와 함께 말을 잇는다.
“그냥 재미있기 때문이오.”
“……뭐라?”
“한때 나보다 높은 곳에 있었던 자를 밑으로 끌어내려, 바닥까지 구르며 엉망이 되어 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
“…….”
“이보다 더한 구경거리가 세상에 어디에 있겠소이까?”
“……하!”
생각지도 못했던 조혈단주의 대답에 흑룡문주의 입에서 헛웃음이 흘러나온다.
‘지금껏 저런 잔혹한 성품을 숨기고 있었는가?’
……아니, 어쩌면 딱히 숨긴 것이 아니었을지 모른다.
서로가 적이 되기 이전까지는, 조혈단주의 잔혹함을 딱히 위협적이라 여기지 않았을 테니까.
‘……내가 어리석었구나.’
설마 저 녀석도 그 적어채주와 비슷한 부류의 인간이었을 줄이야.
허탈함이 가득한 얼굴로 하늘을 올려다보면 흑룡문주가, 이윽고 천천히 고개를 내려 조혈단주를 응시한다.
쓰윽.
“……알겠다.”
“흐음……?”
“더 이상 말은 필요 없겠군……. 와라.”
“……기꺼이.”
어느새 다시금 기세가 살아난 흑룡문주의 모습에 군침을 삼킨 조혈단주가, 그를 향해 달려들 기세로 천천히 자세를 낮춘다.
승산 따윈 없었지만 그럼에도 전의를 불태우는 흑룡문주.
그리고 이윽고, 조혈단주가 바닥을 박차며 흑룡문주에게 몸을 날리려는 순간이었다.
“죽여……!”
쐐애애액!
콰과과과광!
“……아?”
난데없이 어디선가 날아든 한 줄기 섬광이 조혈단주가 서 있던 곳에서 폭발을 일으켰다.
이 이해할 수 없는 상황에 흑룡문주가 두 눈을 끔뻑이던 그때, 잠시 후 귀에 익은 사내의 은은한 음성이 그들의 전장에 울려 퍼진다.
“지금부터 아무도 움직이지 마라.”
“……!”
“뒈지기 싫으면.”
천마가 보여
지은이 : 보용도
발행인 : 손병태
발행처 : ㈜알에스미디어
주소 : 경기도 부천시 부천로 198번길 18 춘의테크노파크 2차 201동 50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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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6602-6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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