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ousand years old Heavenly Demon RAW novel - Chapter 21
021화
천마신교 내에 위치한 흑원각(黑原閣).
현재 천마신교의 장로직을 맡고 있는 화상이 거주하고 있는 곳이다.
교내 권력 다섯 손가락에 들어가는 그의 전각에, 이른 아침부터 방문객이 찾아 들었다.
“……연공실로 향했다는 말이냐? 이십여 일 만에?”
“그렇습니다.”
“흐음…….”
칠 대 천마의 감시를 위해 마천관으로 보냈던 수하, 귀적(鬼赤)의 보고에 화상장로가 두 눈을 가늘게 뜬다.
‘연공실로 향한 것 자체는 그리 문제 될 것이 없으나…… 어쩐지 수상쩍군.’
이십여 일 가까이 처소에서 움직이지 않던 칠 대 천마다.
하필 그에 대한 감시를 보완해야겠다고 생각한 이 시점에 움직임이라니.
시기가 너무도 묘하지 않은가?
“혹, 평소와 다른 점은 없었느냐?”
“그리 대단한 것은 아니지만, 이번에는 묵색 태도 한 자루를 가지고 나갔습니다.”
“천마도를……? 음…… 과연…….”
귀적의 대답에, 그제야 이해가 간다는 듯 화상장로가 고개를 끄덕인다.
그간 처소에서 칠 대 천마가 무엇을 준비하고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천마도라는 무기가 손에 들어왔으니 시험을 해 보고 싶을 것이 당연할 터.
그런대로 납득을 하려는 화상장로의 귓가로 귀적의 설명이 이어졌다.
“그리고 보름치 벽곡단과 식수, 각종 영약과 영단들을 챙겨 가셨습니다.”
“벽곡단은 그렇다 치고…… 영약과 영단들까지?”
“예.”
“흐음……. 그건 좀 의외로군. 이미 일 갑자의 내력을 얻으신 이상, 어지간한 영단으로는 성취를 얻기 어려우실 텐데.”
“그리고 또…….”
“뭐가 또 있느냐?”
점점 더해 가는 의문점에 화상장로가 두 눈썹을 추켜올리자, 대답을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망설이던 귀적이 고개를 숙이며 말을 이었다.
“예, 다름이 아니라 마천관에 전시되어 있던 보검 다섯 자루도 함께 가져가셨습니다.”
“보검을? 그건 갑자기 왜?”
“그게…… 쓰실 일이 있다고만…….”
스스로도 이해가 가지 않는지 말꼬리를 흐리는 귀적의 모습에, 더더욱 불신 어린 얼굴로 고개를 반쯤 기울이는 화상장로.
벽곡단과 식수, 영단과 영약, 보검 다섯 자루…….
어떤 식으로 생각해 보아도, 도통 그 용도를 짐작할 수 없다.
“……수하들은 붙여 두었느냐?”
“예. 지시하신 대로, 최대한 심기를 거스르지 않게끔 다섯 정도만 추려서 따라 붙였습니다.”
“다섯이라……. 알겠다. 혹시 모르니, 한 시진 간격으로 이동 경로를 확인해 내게 보고하도록.”
“존명.”
짧은 포권으로 예를 갖춘 귀적이 밖으로 나가자, 홀로 남은 화상장로가 천천히 턱 끝을 매만진다.
‘좀 이상하기는 해도…… 크게 문제가 될 것이라 생각되는 부분은 없는데…….’
이 정도의 일을 태상장로에게 보고할 필요가 있을까?
잠시 고민에 빠졌으나, 화상장로는 이내 고개를 가로저었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건 연공실을 드나들 수 있는 입구는 하나뿐. 어떤 식으로든, 모두의 눈을 피해 교내를 탈출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더군다나 천마의 감시를 위해 보낸 귀적은, 십 년 동안 교내에서 특급 살수로 활동했던 고수.
물론 상대가 정말로 칠 대 천마라면 어렵겠지만, 만일 그를 흉내 내는 어설픈 잡귀라면 결코 귀적의 적수가 될 수 없다.
그것을 떠올리자, 화상장로의 얼굴에 미세하게 남아 있던 긴장감은 이내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다.
***
“……좀 더 옆으로 좀 붙어 봐라.”
“뭐, 이쯤?”
“조금 더 모서리에 바짝. 그래, 거기다.”
“끄응…….”
천마의 지시대로, 연공실 안쪽의 벽면 구석에 최대한 가까이 몸을 밀착시키는 사무현.
양팔과 두 다리마저 벽에 바짝 가져다 댄, 흡사 벽에 붙은 개구리를 연상하게 만드는 우스꽝스러운 자세다.
그런 그의 모습에 흡족한 듯 고개를 한번 끄덕인 천마가, 그대로 벽을 통과해 어디론가 자취를 감추었다.
“으으…….”
최대한 벽에 바짝 붙어, 떨어지지 않기 위해 신음까지 흘리는 사무현.
그러다 결국, 체중을 지탱하던 두 발가락에 균형을 잃고 벽에서 떨어지고 말았다.
타닷.
스윽.
사무현이 벽에서 떨어지자, 벽을 통과해서 사라졌던 천마가 무언가에 이끌린 듯 벽 안으로 들어선다.
“윽……. 멍청한 놈! 벽에 바짝 붙어 있으라고 하지 않았느냐!”
육체와의 거리 문제로 강제로 끌려 들어온 천마가 사무현을 향해 미간을 찌푸린다.
이에 사무현도, 삐딱하게 고개를 반쯤 꺾으며 당당히 맞받아쳤다.
“그만하면 충분하지 뭘! 고작 밖에 나가서 몇 놈 있나 살피는 게 뭐 그리 오래 걸려?”
“확실하게 해야 할 것 아니냐! 탈출이 걸려 있는데 그것 하나 똑바로 못 하느냐? 고작 벽에 바짝 붙어 있는 것도?”
“그렇게 잘하면 네가 한번 붙어 봐, 인마! 이게 어디 말처럼 쉬운가!”
“하! 본좌가 벽에 붙으면? 네가 벽을 통과해 몇 놈이나 밖에 있는지 알아볼 테냐?”
이 자식이……!
어차피 주도권을 제 놈이 쥐고 있는 것을 알고 있으니, 빈정거리는 미소까지 지어 가며 성질을 긁어 댄다.
처음부터 저런 약 오르는 성격은 아니었던 것 같은데, 대체 누굴 보고 저렇게 바뀐 거지?
“본좌가 도와줄 때 최선을 다하라는 말이다. 다 네 목숨이 걸려 있는 일이 아니냐? 쯧.”
빌어먹을.
내가 너무 오래 살았나?
살다 살다 귀신이 으스대는 꼴을 다 보다니.
‘……됐다. 틀린 말도 아니니, 뭐.’
하지만 벽에 대충 붙어 있는 것도 아니고, 몸의 면적을 최대한으로 벽에 밀착시키려면 균형 잡기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그렇게 또다시 우스꽝스러운 자세로 얼마나 벽에 붙어 있었을까?
벽을 통과해 사라졌다 한참 만에야 다시 모습을 드러낸 천마가 이리 와 보라는 듯 사무현을 향해 손짓을 한다.
“……뭐야, 끝이야?”
“그래. 대충 상황 파악은 마쳤으니, 슬슬 계획을 말해 주마.”
“젠장, 그래. 어디 그 잘난 계획 한번 들어 보자.”
대체 무슨 짓거리를 하려고 이렇게 개고생을 시켰는지!
그렇게 벽에서 떨어진 사무현이 천마의 앞에 가서 쭈그려 앉자, 이미 앉아 있던 천마가 한 손으로 바닥에 보이지 않는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자…… 이렇게 연공실이 있으면, 정문에 세 놈, 그 외에 좌, 우측으로 한 명씩 잠복하고 있다.”
“음……. 숙소에서 탈출하는 것보다는 쉽겠네.”
스무 놈보다는 다섯 놈이 만만할 테니까.
그리고 이런 사무현의 대답에, 천마가 한심하기 그지없다는 듯 그의 얼굴을 빤히 바라봤다.
“……뭐? 아니야?”
“쯧쯧, 생각을 좀 하거라. 이곳 연공실은 총타의 중심부에 위치해 있다.”
“그런데?”
“네가 저놈들 다섯을 소리 없이 제압하기도 쉽지 않겠지만, 설령 제압을 한다 하더라도 이곳에서부터 어떻게 몰래 교를 빠져나려 하느냐?”
“그럼 뭐, 어쩌자고? 뒤쪽엔 아무도 없으니 벽이라도 부숴?”
아, 설마 그러려고 천마도를 가지고 온 건가?
문득 스스로 내뱉고도 대단하다 생각한 발언에 천마의 얼굴을 살피자, 거의 혐오스럽다는 듯한 놈의 눈빛이 사무현의 눈에 들어온다.
흠흠……. 이것도 아니야?
“연공실을 부술 생각을 하다니. 네 허무맹랑한 상상력에 본좌는 감탄했다.”
……화려하게도 비꼬네, 망할 새끼.
“연공실이 어째서 연공실이겠느냐? 극마급 고수들이 펼치는 마공에도 견딜 수 있도록 강하게 설계된 곳이 바로 연공실이다. 그런 곳의 벽을, 도강(刀罡)도 끌어올리지 못하는 네놈이 부순다고? 스스로를 너무 과대평가하는 것이 아니냐?”
“…….”
“그리고 설령 부순다면 그 이후는 어찌 되겠느냐? 아까 말한 대로 들키지 않고 교를 빠져나가야 하는데, 저들이 장님에 귀머거리가 아니고서야 못 보기를 기대하는 것이 더 어렵지 않겠느냐?”
……그래, 내가 다 미안하다, 이 새끼야.
“……그래서, 네 생각은 뭔데? 여기까지 와서 주위를 살피느라 용을 쓴 이유가 있을 거 아니야.”
“방향을 잡으려고 했다.”
“방향?”
“그래. 방향은 정했으니…… 어디 보자, 저 어디쯤부터 시작하면 될 것 같은데.”
아니, 그러니까 방향이 대체 무슨 방향이냐고?
이해가 안 간다는 듯 얼떨떨한 얼굴을 하고 있는 사무현을 바라보며, 어느새 연무장의 한쪽으로 발걸음을 옮긴 천마가 가볍게 자신이 밟고 있는 바닥을 가리킨다.
“여기서부터 시작해라.”
“…….”
“저쪽 방향으로.”
……유일하게 잠복 중인 놈이 없다던 방향을 향해, 한쪽 팔을 쭉 뻗어 보이는 천마.
어…… 설마 지금…… 내가 생각하는 그게 맞는 건가?
“설마 너…… 지금…….”
“그래, 네가 생각하는 그게 맞을 거다.”
……이런 미친 새끼가!
“야 이……! 이게 지금 무슨 소리를 하나 했더니, 뭐? 땅굴을 파라고?”
“그 외에 달리 방법이 있느냐?”
“미친놈아! 여기가 마교도 중심부라며! 어느 세월에 땅굴을 파서 여길 벗어나!”
“그래서 보름치 벽곡단도 얻지 않았느냐?”
“보름치 벽곡단? 야! 한 달이 다 지나가도 거기까진 못 파!”
“하하, 염려 마라. 그래서 천마도가 있지 않으냐?”
천마도?
천마도가 여기서 왜 나와?
……설마?
“잘 파진다, 땅.”
“…….”
“무겁고, 튼튼하고, 날카롭다.”
“…….”
“까.”
그 말과 함께, 더 할 말이 없다는 듯 한쪽으로 걸어가 느긋하게 드러눕는 천마.
허허…… 허허허…….
내가 잠시 정신이 나갔었나?
하다 하다 저 미친 새끼를 믿었다니…….
……이 새끼야, 도는 그냥 베는 무기라며?
“뭐 하냐? 시간 간다.”
“…….”
“연공실에 틀어박힌 놈은 나오기 전까지 보통 안 건드리는 게 일반적기는 하다만…… 그래도 혹시 모르니, 서둘러야 할 것이야.”
그러고는 정말 내 할 일은 다 했다는 듯, 드러누워 기지개까지 켜는 천마.
아아……. 나는 정말로 어리석었구나.
어제 저 새끼 모가지를 딸 수 있을 때, 그야말로 과감히 달려가 사지까지 모조리 절단 내 버렸어야 했는데.
한 번 더 그런 기회가 주어진다면 기필코 저 새끼 대가리를 반으로 쪼개리라 다짐하며, 사무현은 천마도를 집어 들었다.
‘……씨팔.’
뭔가 비상한 방법을 기대했던 스스로가 한심해지긴 했지만, 살려면 어쩌겠는가?
저 망할 놈의 말대로, 사실 이것 외에는 방법도 없는 것을.
괜한 기대로 허송세월을 보낸 스스로를 원망하며, 그렇게 사무현은 천마도를 삽처럼 고쳐 들어 있는 힘껏 단단한 돌바닥을 내리쳤다.
푹!
‘……어?’
퍼석.
……뭐지? 하필 좀 약한 곳을 건드렸나?
푹!
퍼석.
푹!
퍼석.
어어……? 뭐야, 이거?
돌이야, 두부야?
“잘 까지지?”
“…….”
“……계속해라.”
놀란 사무현의 모습을 지켜보며, 보란 듯이 미소 짓고 있는 천마.
그 모습이 썩 약오르기는 하지만, 이거…… 어쩌면 정말로 가능할지도 모른다!
“씨팔, 그래, 한번 해보자! 까짓것!”
이공간에서는 의미 없는 칼질도 만 번씩 해 댔는데, 살기 위해 삽질이 대수냐?
“우어어어!”
퍽! 퍽! 퍽!
“하하, 잘한다, 잘해.”
어디선가 사람 속을 벅벅 긁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지만…… 무시하자.
아무튼 그렇게, 드넓은 연공실에 사무현이 만든 흙무더기가 빠른 속도로 쌓이기 시작하고 있었다.
***
“……오늘도 별다른 소식이 없느냐?”
“예.”
“들리는 소리나, 충격 따위는?”
“없었습니다. 무엇을 하는 것인지 모르지만, 조용하기 그지없습니다.”
“흐음…….”
칠 대 천마의 연공실을 감시하라 명한 수하의 보고에, 암적일마(暗積一魔) 귀적의 미간이 좁아졌다.
‘아무래도 이상하군.’
칠 대 천마가 연공실에 틀어박힌 지도 벌써 보름이다.
가지고 들어간 벽곡단과 식수도 거의 떨어져 가고 있을 텐데, 안에서는 마공 특유의 충격음은 물론 아무런 소리도 들려오지 않고 있다.
‘혹…… 정말로 장로님의 우려대로 사라져 버린 것은……?’
아니, 아닐 것이다.
연공실의 입구는 하나뿐이고, 안으로 들어선 이상 소란 없이 나올 방법은 다시 정문을 통과하는 방법뿐이다.
‘그렇다면 단순히 심법을 수련 중에 있는 것일까?’
구태여 심법 수련을 위해 벽곡단과 보검까지 챙겨 가며 연공실에 들어갈 이유가 있을까?
이런저런 생각을 해 봐도, 도통 그럴싸한 추측이 떠오르지 않는다.
‘이쯤에서 슬슬 확인을 해 봐야 하는가.’
연공실에 들어간 무인을 방해하는 것은, 아주 특수한 상황을 제외하고는 절대 해선 안 되는 금기사항.
하지만 적어도 이번에는 이쪽에서 한 가지 명분을 갖고 있다.
‘처음 지급했던 벽곡단이 마침 떨어질 시기지. 게다가 초대 천마님과의 약속도 이제 닷새밖에 남지 않았다.’
두 가지 명분을 들먹인다면, 적어도 그가 아직 연공실에 있는지 정도는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 지금은 그것으로 충분하다.
“고명(高冥).”
“예.”
“너는 지금 곧장 창고로 가, 사흘치 벽곡단과 식수를 챙기거라. 그리고 그대로 칠 대 천마께서 계시는 연공실로 가거라.”
“연공실에 말씀이십니까?”
“그래. 강제로 연공실에 들어갈 수는 없는 노릇이니, 문 앞에 대고 말씀드리거라. 화상장로께서 전하라 하신 것이 있어 찾아왔다고 말이다.”
“만약, 허가하시지 않으시면 어찌해야 합니까?”
“안에 계시는 음성만 들어도 상관없다. 어쨌거나, 연공실 내부에 잘 계시다는 것은 확인해야 한다.”
“알겠습니다.”
“만약 모습을 보이시거든 벽곡단과 식수를 전해 드리거라. 그리고, ‘그날’이 닷새 남았다는 말씀도 함께.”
“화상장로님께는 보고드리지 않아도 괜찮겠습니까?”
“장로께는 일을 마친 후 곧장 보고드릴 것이다. 뒤는 내가 책임질 터이니, 염려 말고 움직이거라.”
“존명.”
천마가 보여
지은이 : 보용도
발행인 : 손병태
발행처 : ㈜알에스미디어
주소 : 경기도 부천시 부천로 198번길 18 춘의테크노파크 2차 201동 503호
전화 : 032-651-85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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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6602-6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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