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ousand years old Heavenly Demon RAW novel - Chapter 218
218화
“걸렸구나! 멍청한 놈!”
동료들의 희생을 줄여 보겠다고 무모하게 접근하는 막휘를 바라보며 거우산악이 쾌재를 부른다.
사실 그들의 화살 세례 정도로 저들에게 큰 피해를 입히는 것은 불가능하다.
어차피 화살에 큰 내력을 실을 만큼 빼어난 정예도 아닐뿐더러, 거리까지 벌리고 광범위하게 쏘아 대는 상황이다 보니 저들에게 충분히 대응할 시간이 있으니까.
어찌 보면 그들에게 더 손해인 이 작전을 밀어붙인 이유는, 바로 상대의 이런 반응을 유도한 것이었다.
‘애송이들은 이래서 안 되지.’
하찮은 동료애 따위에 치우쳐 스스로를 위험에 빠지게 만드는 일을 저지르다니!
내던진 그의 철퇴가 순식간에 막휘의 앞까지 당도하고, 거우산악은 막휘의 몸이 그의 철퇴에 맞아 나가떨어질 것을 믿어 의심하지 않았다.
그런데…….
스륵.
파앙!
닿는 모든 것을 분쇄해 버릴 듯했던 그의 철퇴가, 막휘의 가벼운 손짓에 의해 허무하게 허공을 가르고 말았다.
그리고 그와 함께 막휘의 앞 손이, 그대로 철퇴에 이어진 쇠사슬을 움켜쥔다.
덥석.
“두 달 전이었나?”
“이…… 이놈이!”
“그때부터 그리 짧지도, 길지도 않은 시간이 흘렀는데…….”
끼릭.
거우산악의 철퇴에 이어진 쇠사슬을 강하게 움켜쥔 막휘가, 서늘한 미소를 머금으며 말을 잇는다.
“너는 전혀 발전이 없었구나.”
부웅.
그 말과 함께 거우산악의 쇠사슬을 있는 힘껏 잡아당기는 막휘.
그러자 이전과 마찬가지로 쇠사슬을 움켜쥔 거우산악의 몸이 막휘를 향해 당겨져 허공을 날았다.
“이, 이런……!”
“끝이다.”
스륵.
쇠사슬을 놓지 않는 이상 피할 수 없는 상태에서 날아드는 막휘의 일장.
순간 이것을 놓아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했지만, 이내 어금니를 악문 거우산악이 내력을 끌어 올려 마주 일장을 내뻗는다.
“이노오옴!
쩌저저정!
“크흐으읍……!”
뚜둑, 뚜두둑, 뚝.
막휘의 일장과 맞부딪친 거우산악의 손목과 팔꿈치, 어깨의 관절이 차례로 비명을 지른다.
하지만 막휘의 공격은 거기서 끝난 것이 아니었다.
쾅!
거우산악의 복부를 꿰뚫어 버릴 기세로 깊숙이 들어와 꽂히는 막휘의 일각.
몸 안의 장기들이 뒤흔들리는 것은 물론 척추까지 아찔하게 전해져 오는 통증에, 머릿속까지 새하얗게 변하는 것을 느낀 거우산악이 비틀거리며 입을 쩍 벌린다.
“꺼…… 꺼어……!”
“……성장의 계기가 되어 줘서 고맙다.”
“……!”
“잘 가라.”
쾅!
권강을 머금은 막휘의 주먹이 거우산악의 안면을 가격하자, 머리가 박살 난 그의 육체가 힘없이 바닥에 쓰러졌다.
풀썩.
“거…… 거우산악 님이……!”
“저, 저렇게 허무하게…….”
귀곡혈검과 수귀검이 죽은 현재, 적어채의 이인자는 누가 뭐래도 거우산악이다.
한데 그런 그가 사천방주도 아닌 사천방주의 수하로 보이는 이에게 너무도 무력하게 목숨을 잃었다.
설상가상, 배 위에 있던 전력의 상당 부분도 저들에게 밀려 압도당하고 있는 상태……!
‘후, 후퇴해야 하나?’
한순간 기세를 잃은 적어채의 수적들이 어찌할 바를 모르고 주춤하던 그때.
“이놈드으으을!”
내력이 실린 쩌렁쩌렁한 외침과 함께, 안개 속에서 또 한 척의 배가 모습을 드러냈다.
“으핫핫핫! 감히 적어채를 노리고 기습을 하다니! 모조리 장강의 물고기 밥으로 만들어 주마!”
두 팔을 감싸는 커다란 호조를 치켜세우며, 청수채의 뱃머리 위에서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사내.
장강수로채 중 일좌를 차지하고 있는 청수채주의 등장에 적어채 수적들의 사기가 살아났다.
“처…… 청수채가 왔다!”
“사, 살았다!”
“이, 이런……!”
적어채 수적들과 사천방도들의 얼굴에 희비가 엇갈린다.
막휘가 거우산악을 쓰러뜨리며 우위를 확실히 굳히긴 했지만, 아직 완전히 마음을 놓을 단계는 아니었다.
그런데 그 상황에 적어채 못지않은 적이 새롭게 늘어나 버리다니……!
“다들 월선(越船)하라!”
“모, 모두 움직여라! 월선을 막아!”
“예!”
저들까지 배에 합류해 버리면 상황은 다시 뒤집을 수 없다.
설령 어찌어찌 극복해 낸다 하더라도 상당한 인명 피해가 발생하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일일 것이다.
그렇게 그들이 막휘의 외침에 따라 저들의 월선을 막으려 움직이던 그때.
쐐애애액!
난데없이 그들의 뒤쪽에서 거대한 붉은 강기가 쏘아져 날아오더니, 잠시 후 청수채의 선박과 맞부딪치며 대폭발을 일으킨다.
콰과과과광!
“크아아악!”
“아아악!”
순식간에 솟구친 화염과 폭발의 여파로, 청수채의 배 안에서 처절한 비명 소리가 들려온다.
그리고 심지어…….
드드드드드.
배의 외곽에 잔 균열이 이는가 싶더니, 잠시 후 거대한 배가 반 토막으로 갈라지며 서서히 침몰하기 시작한다.
콰구구구구.
“세, 세상에…….”
반으로 갈라진 채 화염 속에서 침몰해가는 청수채의 모습에, 할 말을 잃은 적어채의 수적들이 입을 떡 벌리고 두 눈을 끔뻑이고 있다.
‘씨팔, 우리가 대체 뭘 본 거야?’
청수채는 장강수로십팔채 중 말석에 위치했다.
당연히 저들의 배 또한 다른 장강수로채의 배들에 비해서는 규모도 작고 전투 능력도 부족할 것이다.
하지만…….
‘그래도 명색에 수로채의 배인데.’
배의 능력은 수전(水戰)에서 아주 중요한 요소이니만큼, 그들의 배는 일반 상선 따위와는 견고함의 수준을 달리한다.
어쨌거나 그들은 이곳 장강을 터전으로 살아가는 이들이니까.
그리고 잠시 후, 경악한 모두의 귓가에 차분한 발소리가 들려온다.
저벅저벅.
“……아!”
그제야 강기가 날아온 방향을 떠올리고 고개를 돌리는 적어채의 수적들과 사천방도들.
잠시 후 그들의 눈에, 거대한 묵색 태도를 가볍게 쥐고 발걸음을 옮기는 흑의의 사내가 들어온다.
사무현의 등장이었다.
“혀…… 형님!”
“방주님이시다!”
당혹스러움이 가득했던 지친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언제 그랬냐는 듯 안도 어린 미소를 머금어 보이는 사천방도들.
사무현의 진정한 무위가 적을 향해 펼쳐지는 것을 본 탓인지, 그를 바라보는 사천방도들의 눈빛에는 존경과 자랑스러움이 가득하다.
‘세상에……. 저 인간 같지도 않은 사람이 우리 형님이라니!’
‘장강수로채고 나발이고, 형님 앞에선 아무것도 아니구나!’
“쯧쯧……. 고작 저런 것들한테 쩔쩔매고 있었냐? 이것들이 아직 덜 굴러 가지고…….”
혀를 끌끌 차며 그들의 앞으로 걸어나오는 사무현.
평소 같았다면 사무현의 질책을 꼰대의 그것처럼 받아들였겠지만, 이 순간만큼은 그의 이런 발언도 모두의 사기를 올리는 촉진제 역할을 할 뿐이었다.
“무슨 말씀이십니까! 절대 아닙니다!”
“저런 것들 진작에 쓸어 버릴 수 있었습니다!”
“형님께서 오실 동안 느긋하게 상대한 것뿐입니다! 이제 뒤에서 편히 기다리시면 됩니다!”
“……뭐야? 왜 갑자기 의지들이 넘쳐?”
예상외의 반응에 사무현이 고개를 갸우뚱하는 그때, 안개 속에서 청수채의 뒤를 이은 또 한 척의 배가 모습을 드러냈다.
쏴아아아아.
“이놈드으을! 감히 적어채를 건드리다니! 우리 흑곤채가……. 어어?”
청수채의 뒤를 이어 모습을 드러낸 흑곤채.
조금 전 청수채주와 마찬가지로 뱃머리 위에서 커다란 부월(斧鉞)을 들고 서 있던 흑곤채주가, 그들의 앞에서 침몰하고 있는 청수채의 배를 확인하곤 두 눈을 부릅뜬다.
“아…… 아니…… 청수채가 대체 왜……?”
“얼레, 벌써 하나 더 왔어? 꽤나 근성 있는 것들이네.”
흑곤채를 발견한 사무현이 실소를 흘리며 도를 어깨에 걸치자, 막휘가 퍼뜩 정신을 차린 듯 모두를 독려하며 목소리를 높인다.
“형님께서 흑곤채를 쓰러뜨리기 전에, 우리가 먼저 적어채를 정리한다! 모두 공겨어어억!”
“와아아아아!”
“가자아아아!”
“……얼씨구?”
막휘의 외침과 함께 기다렸다는 듯 내달려 어정쩡하게 서 있던 적어채의 잔당들을 쓸어 버리는 사천방도들.
한편 그 모습을 어처구니없다는 듯 지켜보던 사무현이 천마에게로 고개를 돌리며 묻는다.
“자기들 싸움에는 참견하지 마라……. 뭐, 그런 말이지? 저거.”
“뭐…… 결과론적으로 보면 그런 것 같기는 하다만.”
저들의 모습을 재미있다는 듯 지켜보던 천마가, 곧 어딘지 모르게 아련한 미소를 머금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이럴 때는…… 못이기는 척 장단에 맞춰 주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구나.”
“……왜 그러냐? 안 어울리게.”
사실 사무현의 생각도 천마와 같았다.
자신에게 짐이 되고 싶지 않다는 의지.
그들 스스로가 사무현에게 자신들이 해낼 수 있음을 보여 주겠다는 의지.
그 마음이 괜스레 기특해서라도, 못이기는 척 저 장단에 맞춰 주려 했었다.
“너도 드디어 사람 된 거냐?”
“글쎄…… 그냥 뭐…….”
팔짱을 끼고 서서 저들을 바라보던 천마가 은근슬쩍 말꼬리를 흐린다.
‘옛 생각이 나는구나.’
옛 마교의 수하들도, 천마의 명이라면 죽는 길이라도 마다하지 않던 이들이 부지기수였다.
천마대주가 그러했고, 호법대주가 그러했으며, 마지막 순간 그가 내쳤던 마뇌가 그러했다.
그들은 천마의 명이라면 주저하지 않고 목숨을 바쳤으나, 천마에게 있어 그들은 단순히 부리는 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하나 이 녀석들은 다르다.’
서로가 서로를 믿어 주고 있다.
사무현도, 사천방도들도.
어찌 보면 그저 각자의 이익과 편의를 위해 관계를 맺은, 흔하디흔한 사파 무리처럼 보일지도 모르지만 저들의 유대감은 분명 특별하다.
‘……조금 아쉽기는 하구나.’
그의 생애에는 저런 관계를 맺어 본 적이 없었다는 것이.
그 누구와도, 저런 눈빛을 주고 받아 볼 수 없었다는 것이.
“야야, 무슨 생각 하냐? 아까부터.”
“……음?”
“정신 차리라고.”
천마의 앞에서 손까지 휘휘 저어 보이는 사무현의 모습에, 어느덧 상념에서 벗어난 천마가 두 눈을 깜빡인다.
“이제야 정상으로 돌아왔네.”
“……무슨 소리를 하는 거냐? 본좌는 계속 멀쩡했다.”
“아아, 아무렴, 어련하시겠어.”
천마의 말에 고개를 가로저은 사무현이, 언제 그랬냐는 듯 회심의 미소를 머금으며 천마도를 머리 위로 치켜든다.
“아무튼 한눈팔았다가 후회 말고, 잘 봐 둬라.”
화르륵.
말을 마친 사무현의 천마도에 붉은 화기가 일렁이기 시작한다.
사무현이 심상치 않은 내력을 집중시키고 있음을 증명이라도 하듯, 붉은 화기의 크기는 순식간에 팽창해 사무현의 키를 훌쩍 뛰어넘을 만큼 거대해졌다.
그리고 그 모습은, 저 멀리 위치한 흑곤채주의 눈에도 들어왔다.
“저…… 저건 설마……!”
흑곤채주의 얼굴이 창백하게 질리며 경악으로 물든다.
일곱 자…… 아니, 여덟 자는 돼 보이는 크기의 거대한 붉은 기운.
처음에는 그저 단순한 화기공(火氣攻)의 일부일 것이라 생각했지만 아니다.
그 어떤 화기공이 저렇게까지 선명한 무기화가 된 형태를 만들 수 있다는 말인가?
‘……강기다!’
그것을 확신한 순간, 흑곤채주가 다급히 고개를 돌리며 모두를 향해 소리친다.
“배, 뱃머리를 돌려라! 지금 당자아앙!”
“예, 예? 갑자기…… 여기서 말입니까?”
“쓸데없이 떠들 시간에 배 돌려라! 어서어어어!”
“이미 늦었어.”
흑곤채주의 외침을 들은 사무현의 입가에 악동 같은 미소가 머금어진다.
“뒈져라, 이 새끼들아!”
부웅.
쐐애애애액!
“아, 안 돼……!”
자신의 몸을 뒤덮을 정도로 거대한 크기의 붉은 강기.
마치 하늘에 붉은 선이 그어진 것 같은 모양새로, 강기가 흑곤채의 배 위로 떨어진다.
그의 부월에 다급히 강기를 끌어 올려 보았지만, 이것이 무의미한 저항이 될 것이란 건 너무도 자명했다.
“……썩을.”
콰과과과과광!
조금 전 청수채와 마찬가지로, 어마어마한 폭발과 함께 화염에 휩싸여 버리는 흑곤채.
결국 반으로 쪼개져 버린 배가 침몰하기 시작한다.
콰수수수수.
화르륵 화르륵.
“……어떠냐?”
득의양양한 미소를 머금으며 천마를 향해 묻는 사무현.
언뜻 스스로를 내세우고 자랑하려는 듯한 말투지만, 그 눈빛 안에 들어 있는 기대감과 긴장감을 읽어내지 못했을 천마가 아니다.
이에 보란 듯이 고개를 갸우뚱해 보인 천마가, 오른손을 들어 흑곤채의 잘린 단면을 가리키며 입을 열었다.
“결론적으로만 말하자면…… 저건 화기(火氣)의 폭발력에 의존한 공격이었다. 그 증거로 잘려 나간 배의 단면적이 거칠고 투박하지. 아무리 먼 거리에 있었다고 해도, 네가 어떤 기운을 얼마만큼 사용했건 도에 베인 단면적에는 거침이 없어야 한다.”
“…….”
“……하나.”
천마의 냉정한 평가에 사무현이 쓴웃음을 머금던 그 순간, 보일 듯 말 듯 한 미소를 머금으며 팔짱을 낀 천마가 느긋하게 말을 이어간다.
“저만하면 적어도…… 도객이라 부르기에는 부끄럽지 않은 실력은 갖추었다 말할 수 있겠지.”
“아…….”
“하하, 물론 본좌의 전승자로서는 여전히 부끄러움은 가져야 하겠지만 말이다.”
여느 때와 다름없는 자기자랑으로 마무리되는 천마의 칭찬(?)에 사무현이 흐뭇한 미소를 머금어 보인다.
‘빌어먹을 새끼.’
기왕 칭찬해 줄 거 좋게좋게 끝나면 어디가 덧나나?
아무튼 그렇게 사무현이 천마와 투닥거리는 사이, 어느덧 적어채의 잔당들도 사천방들에 의해 정리되어 가고 있었다.
천마가 보여
지은이 : 보용도
발행인 : 손병태
발행처 : ㈜알에스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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