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ousand years old Heavenly Demon RAW novel - Chapter 221
221화
“……부지부장님께선, 정녕 사 대인이 사도일통(邪道一通)을 이룰 수 있으리라 보시는 겁니까?”
사무현이라는 인물이 얼마나 걸출한 인물인지는 그 역시 모르지 않는다.
하지만 숫자만 놓고 보자면 정파의 몇 배에 달하는 사파 무림 역사상, 그만한 인물 하나가 없었겠는가?
수많은 걸출한 인물이 나왔고 또 많은 기대를 받았음에도 결국 해내지 못한 것이 사도일통이었다.
“저는 솔직히 말해, 사천방이 이쯤에서 멈추는 것이 옳다고 봅니다. 여기서 조금만 더 나아가면 필연적으로 장강수로채와 정면으로 부딪치게 될 테고, 각 지역의 패자들과 싸우며 오히려 쇠퇴의 길을 걸을지도 모릅니다.”
“으음…… 그렇지, 그리될 가능성도 아주 배제할 수는 없겠지.”
“그걸 아시는 분이 어찌…….”
“우리는 상인이 아닌가?”
“…….”
“모든 이가 가치 있고 안전하다 판단하는 것에 투자해선 얻는 것이 없네. 투자란 모름지기 남들이 값어치 없고 불가능하다 여긴 것을 발굴해, 그 가치를 만들어 냈을 때 비로소 성공을 거두는 법이지.”
“…….”
“그들만의 힘으로 무리라면, 우리가 있는 힘껏 뒤를 받치면 그뿐 아니겠는가?”
“아…….”
“그나저나…… 이 방도 꽤나 오래도록 정이 들었는데, 이제 떠나면 다시 볼 일이 없겠구나. 허허.”
어느새 너털웃음을 흘리며 자신의 방을 둘러보는 전추.
일 년 전, 사무현에게 모든 것을 투자하기로 했던 스스로의 선택은 결코 틀린 것이 아니었다.
남경 인근을 떠들썩하게 하고 있는 사무현의 모든 행적은, 그가 연무학관을 떠난 후 반년도 채 되지 않은 사이에 벌어진 일.
앞으로도 그로 인해 어떤 일들이 벌어질지,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기대가 되지 않을 수 없다.
‘오랜만에 뵈옵는 것이니, 좋은 선물이라도 하나 준비해 둬야겠구나.’
그와의 재회를 떠올리는 전추의 입가에는 어느새 부드러운 미소가 머금어져 있었다.
***
막 동이 터오는 이른 새벽.
사천방의 연무장에 육십여 명에 이르는 사천방도들이 몸을 풀며 사무현을 기다리고 있었다.
“아우우……. 오늘은 몸 좀 풀 수 있겠구나. 며칠 쉬었더니 근육이 싹 풀려서 갑갑하던 차였는데.”
“형님도 그랬습니까? 저도 가만히 있으려니 좀이 쑤셔서, 방주님 몰래 슬쩍 연공실 가서 운동도 좀 하고 그랬습니다.”
“쯧쯧……. 그래도 안 걸렸냐? 난 혹시나 형님한테 걸릴까 봐 저어기 산 위에서 했는데.”
“거기까지 기구를 다 들고 가셨습니까?”
“뭐 하러? 거기에 바위가 얼마나 많은데. 적당한 거 하나 들고 하체랑 어깨 운동 좀 조졌지.”
“아오, 이것들이 같이하자는 얘긴 안 하고……!”
저벅저벅.
“크…… 크흠흠! 크흠!”
저 멀리서 들려오는 사무현의 인기척에, 선두에 선 막휘가 큰 소리로 헛기침을 흘린다.
그러자 시끄럽던 사천방도들의 술렁임이 이내 잦아들고, 잠시 후 그들 앞에 뒷짐을 진 사무현이 모습을 드러냈다.
“다들 잘 잤냐?”
“예!”
“아직도 아픈 사람은?”
“없습니다!”
“흐음……. 좋아.”
두 눈을 반짝이며 의지를 보이는 사천방도들의 모습에 천천히 고개를 끄덕인 사무현이, 지금까지 없던 진지한 얼굴로 모두를 둘러보며 말을 꺼낸다.
“이번 적어채와의 전투로, 본 방주는 여러분에게 실망했다.”
“…….”
“날 만난 지난 시간 동안 구를 만큼 구르고 강해질 만큼 강해졌다고 생각했는데…… 한평생 도적질이나 하고 산 놈들을 상대로 부상자가 나올 것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사무현의 말에 모두가 어두운 얼굴로 고개를 숙인다.
사실 상대는 그냥 도적단은 아니다.
녹림과 쌍벽을 이룬다는 장강수로채의 수적들.
아마 연무학관에 들어가기 전의 사천방도들이었다면 그들을 상대로 도리어 일방적인 학살을 당했을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무엇보다! 나 스스로 많은 반성을 하게 되었다!”
“…….”
“나는 어째서 너희들을 더 강하게 만들 생각을 못했을까? 어째서 현 상황에 안주했을까? 식구라고 생각한 너희들에게, 고작 육체를 조금 더 단련하게 하는 정도로 충분하다 여겼던 내가 부끄러워 견딜 수가 없었다!”
“혀, 형님……!”
진심이 느껴지는 사무현의 연설에 대다수의 사천방도들의 얼굴에 감동의 빛이 번진다.
하지만 막휘를 포함한 몇몇 이들은 사무현의 어투에서 어딘지 모를 싸함을 느꼈는지 딱딱하게 표정이 굳어가고 있다.
그리고 아니나 다를까…….
“그래서! 오늘부터 내가 너희에게 특별히 하나의 ‘무공’을 가르치도록 하겠다!”
“무, 무공을요?”
“형님이 저희한테 직접……?”
생각지도 못한 사무현의 말에 술렁이는 이들.
딱딱하게 표정을 굳히고 있던 막휘와 손익패를 포함한 몇몇도 두 눈을 휘둥그레 뜨고 있다.
오늘부터 지옥 훈련……. 뭐, 이런 말들이 나올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도리어 그들이 반길만한 이야기가 흘러나오지 않았는가?
더군다나 사무현이 그들에게 어설픈 무공을 전수해 줄 리도 만무하니, 분명 그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어, 어떤 무공을 가르쳐 주시려는 겁니까?”
“도법입니까?”
“체술이겠지요?”
“설마 익패 형님이 익힌 천수신공은 아니겠지요?”
다소 들뜬 모두의 질문 속에 미묘한 불안함이 감지되는 한 마디가 흘러나왔지만, 그것은 이내 묻혀 버렸다.
흥분한 모두의 앞에서 애써 덤덤한 얼굴을 하고 있는 사무현의 옆에서, 천마가 더없이 흡족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인다.
“아주 좋구나. 본교의 흑미륵마공(黑彌勒魔功)을 익히려면 저 정도의 열정은 있어야지.”
더없이 만족스러워하는 천마의 반응과 반쯤 흥분되어 시키는 건 뭐든지 할 것 같은 사천방도들의 모습.
그리고 그런 그들의 중심에 서 있는 사무현은 조용히 하늘을 올려다보며 며칠 전 나눈 이야기를 떠올렸다.
***
“뭐라고오오?”
천마와의 한바탕 격전을 마친 사무현의 쩌렁쩌렁한 목소리가 어두운 이공간 가득 울려 퍼졌다.
“이게 진짜 미쳤나! 애들한테 또 마공을 가르치자고?”
“어찌 그러느냐? 누구도 다치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으니, 제대로 된 무공을 가르치고 싶다고 말한 것은 바로 네가 아니냐?”
아니…… 말은 맞지!
애들이 다치지 않도록 하고 싶은 건 맞는데…… 그래도 이건 아니지 않나?
애들한테 전부 본격적으로 마공을 가르치면 이건 그냥 마교랑 다를 바가 없는 거 같은데?
“아니……. 그래도 그렇지, 이제 남경에서 사천방을 모르는 사람이 없을 텐데 애들이 버젓이 마공을 익히고 돌아다니면……!’
“쯧쯧……. 어찌 그리 같은 말을 반복하게 하는지 모르겠구나. 본좌가 여러 차례 말했듯이, 마기를 기반으로 하지 않는다면 마공이나 신공이나 같은 것이다.”
언제나처럼 느긋한 천마의 대답에 사무현이 뒷머리를 벅벅 긁으며 미간을 찌푸린다.
말이야 맞다.
사실 그가 익히고 있는 것도 천마가 창시한 천마도법이고, 손익패가 익힌 무공도 마교에서 손절(?)해 버린 천수마공이라는 마공이다.
이제 와서 마공이니 뭐니 하며 필요한 무공을 익히지 않는 것도 우스운 일이긴 하다.
“아우…… 젠장, 그래서 뭘 가르치려고 하는 건데?”
“흑미륵마공이다.”
“이름부터 마공이네!”
“손익패에게 가르친 천수신공도 마교에선 천수마공이라 부르던 것이다. 그러니 녀석들에게도 적당히 흑미륵신공이라고 하면…….”
“그 정도로 퍽이나 의심을 안 하겠다, 퍽이나!”
“그러면 뭐, 적당히 신미륵신공(新彌勒神攻)이라고 해 두거라. 사실 흑미륵마공 자체가 소림의 미륵신공을 최대한 빠르게 대성하기 위해 만들어진 무공이니까.”
“끄으응……. 그래서, 그게 뭐 어떤 무공인 건데?”
“간단하다. 온몸을 강철처럼 만들어 어지간한 공격에는 상처도 입지 않도록 만들어 주는 거지. 일종의 외공이라 생각하면 된다.”
“……그래? 생각보단 평범하네?”
“흑미륵마공을 삼성(三成) 정도만 익혀도 날붙이에 저항력이 생긴다. 오성(五成) 정도면 어지간한 위력의 검기(劍氣)도 견뎌 낼 수 있게 되지.”
천마의 설명에 귀가 솔깃해진 사무현이 두 눈을 끔뻑이며 묻는다.
“대성하면 어떻게 되는데?”
“검기 따위로는 상처도 입지 않게 되고, 어지간한 강기에도 저항력을 가지게 된다. 말 그대로 금강불괴의 육신이 만들어지는 거지. 지금의 너와 비슷하게 말이다.”
오호라……. 저 말 대로라면 생각보다 꽤 괜찮은 무공이다.
아니, 사무현이 정확히 원하고 있던 무공이다.
애들이 혹시나 자기보다 강한 상대를 만나거나 방심한다고 해서 개죽음을 당하지도 않을 테고, 어떤 전투가 벌어져도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을 테니까.
다만…… 한 가지 문득 떠오른 의문점이 있는데…….
“……그런데 이 좋은걸 마교 애들은 왜 안 익히고 있었대?”
“안 익히는 것이 아니다. 못 익히는 것이지.”
“……왜?”
“이게 워낙에 속성으로 익히는 것이다 보니 한 가지 문제점이 좀 있다. 원래라면 긴 시간 동안 단련되어야 할 육체가, 몸 안에서 기혈을 자극해 강제로 단련되는 개념인데…….”
“그런데……?”
“그 과정이 너무 고통스러워서…… 처음에는 그냥 온몸에 근육통이 생기는 정도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통증이 점점 심해져서 나중에는 분근착골 정도는 웃어넘길 수 있을 정도의 통증이 뒤따른다고 하지.”
“분근…… 뭐?”
“쉽게 말해서, 잠도 잘 수 없고 숨만 쉬어도 비명이 끊이질 않을 정도의 통증이 지속된다는 거다. 그 상태에서도 끊임없이 주기적으로 운기(運氣)를 통해 혈맥이 막히지 않도록 해 주어야 하지. 혈맥이 한번 막히면 거기서 흑미륵마공의 연성은 멈추게 되고, 이후 다시는 혈맥을 열 수 없게 된다.”
……세상에.
“그러니까…… 한번 버틸 수 있을 때 최대한 버티고 그 이후로는 더 이상 익힐 수 없다?”
“그래. 본좌도 수하들을 이용해 몇 번인가 시험을 해 보았는데, 대다수의 녀석들이 반 시진 정도밖에 버티지 못했다.”
“그 지독한 놈들이 반 시진밖에 못 버텼다고?”
“그것도 많이 버틴 거지. 처음에는 호기롭게 이걸 익혀 보려는 녀석들도, 대부분 일각 정도면 포기하게 된다. 우선 하루를 넘겨야 일성이라도 진행이 될 것인데, 하루는 고사하고 한 시진을 넘기는 것도 힘드니 진작에 포기해 버리는 것이지.”
“…….”
“본좌가 본 가장 오래 버틴 놈이, 마교에서 특급 살수 출신이었던 녀석이다. 고문에 버티는 훈련을 제법 높은 수준까지 받은 녀석이라 꽤 오래도록 버틸 수 있었지.”
“……걘 얼마나 버텼는데?”
“사흘이다.”
“와…… 사흘?”
남들은 반 시진도 못 버티는 고통을 사흘이나 버티다니.
어떤 의미로는 썩 대단하긴 하다.
“사흘이면 그걸 어느 정도까지 익힐 수 있지?”
“삼성 정도다. 검기에도 저항할 수 있는 수준의 육체를 만들려면 최소 열흘 이상은 버텨 내야 한다.”
“……애들 보고 그냥 죽으란 얘기네.”
“죽지는 않는다. 그냥 뼈를 깎고 살을 깎는 것보다 조금 더 심한 고통을 버텨 내며 틈틈이 운기를 하기만 하면…….”
“……천마야.”
“응?”
“……그런 걸 보고 죽는다고 하는 거야.”
“…….”
사무현의 진심 어린 한 마디에 조용히 입을 다무는 천마.
아무튼 그날, 그렇게 사천방도들의 흑미륵마공 수행은 결정되었다.
***
“배우겠습니다!”
“가르쳐 주십시오!”
“드디어 저희도 익패 형님처럼 강해질 수 있는 겁니까?”
사무현에게 무공을 배운 손익패가 단기간에 얼마나 강해졌는지를 기억하는 사천방도들이다.
이제 자신에게 그 기회가 왔다고 생각했는지 하나같이 열의에 넘치는 얼굴들.
그런 그들을 빙 둘러보며 사무현이 말을 꺼낸다.
“정말 배우고 싶냐?”
“예!”
“차라리 죽는 게 낫겠다 싶을 만큼 고될 텐데?”
“괜찮습니다!”
“전투에서 칼 맞아 죽는 거보다 수련이 힘든 게 낫습니다!”
일말의 망설임 없이 자신 있게 답하는 이들.
그들을 빙 둘러보던 사무현이 이윽고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꺼낸다.
“지금부터 너희에게 전수할 무공은 무천신공(武天神功)이라는 무공이다.”
“오오……!”
“무천신공……!”
사무현이 밤새 고민해서 만든 이름을 들은 모두의 눈에 더더욱 짙은 기대감이 번진다.
무천신공이라니!
이름부터가 이미 범상치 않은 무공이 아니지 않은가?
“크흠……. 이 무천신공이라는 무공은 인고의 고통을 견뎌 낼 수 있는 정신력을 가진 이들만 익힐 수 있는 무공이다. 차라리 죽는 것이 나을 것 같은 지옥 같은 고통을 수반하지만, 이 모든 고통을 이겨 내면 어지간한 창칼에도 상처하나 나지 않는 육체…… 금강불괴를 이룰 수 있지.”
“그, 금강불괴를요?”
“세, 세상에…….”
도저히 믿기 힘들다는 듯 두 눈을 부릅뜨고 웅성거리는 이들.
그런 그들을 바라보며 사무현이 한마디 말로 쐐기를 박는다.
“나 역시 이 무공을 익혔다! 내 ‘스승님’께서 직접 가르쳐 주신 무공이지.”
이 한 마디가 결정타였다.
사무현의 스승이 누구인지, 일전에 천무신녀와의 전투에서 저들도 얻어들은 것이 있으니까.
“스, 스승님께 배운 무공……?”
“형님의 스승님이라면 분명……?”
“크흠……! 지금부터 내가 한 명씩 도인해 줄 테니, 줄을 서서 앞으로들 나와라. 단!”
“…….”
“어떤 일이 있어도 최소 나흘은 버티겠다는 의지가 있는 녀석만 받겠다. 알겠지? 어떤 일이 있어도!”
스산하면서도 강한 어조로 분명하게 경고하는 사무현.
이에 서로의 얼굴을 한번 돌아본 사천방도들이, 잠시 후 순서를 뺏길세라 순식간에 내달려 사무현의 앞에 서려 한다.
“야야! 비켜! 내가 먼저잖아!”
“이 새끼들이? 나보다 약한 놈은 다 뒤로 서!”
“사천방에 위아래가 어딨습니까? 방주 형님이랑 조장 형님들 밑으로는 다 똑같지!”
“방주님이라고 불러야지, 방주 형님은 또 뭐야, 이 새끼야!”
……잠시 후 자신들이 겪게 될 고통을 알지 못한 채 싱글벙글(?) 웃으며 줄을 서는 사천방도들.
그런 그들을 차마 계속해서 바라보고 있을 수 없었기에 사무현은 가만히 저 먼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애꿎은 그들의 운명을 위로라도 하듯,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이 맑고 깨끗하기만 했다.
천마가 보여
지은이 : 보용도
발행인 : 손병태
발행처 : ㈜알에스미디어
주소 : 경기도 부천시 부천로 198번길 18 춘의테크노파크 2차 201동 503호
전화 : 032-651-8576
E-mail : [email protected]
ISBN : 979-11-6602-6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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