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ousand years old Heavenly Demon RAW novel - Chapter 227
227화
파바바밧!
‘더 빨리 움직여야 한다!’
어둠을 가르고 전력으로 질주하는 인형.
조금 전까지 흑룡문주와 함께있던 사문회주가 사천방을 향해 경공술을 펼치고 있었다.
‘지금 당장 가셔야 합니다, 흑룡문주님! 어서 움직이셔야……!’
‘……아니, 아무래도 나는 떠나지 못할 모양일세.’
‘예, 예?’
‘적어채주와 척을 지면서 대다수가 흑룡문을 떠났을 때, 그리고 조혈단의 기습을 받아 절체절명의 위기 때도 목숨을 걸고 나와 함께해 준 수하들이네.’
‘……!’
‘아무리 우리가 사파라지만…… 그런 저들을 방패로 삼아, 내가 어찌 나 하나 살자고 도망칠 수 있겠는가?’
‘흐, 흑룡문주님……!’
‘흑룡문까지 찾아온 것으로 보아, 이미 남경 곳곳에서 움직임이 시작된 모양일세. 자네는 지금 이대로 자리를 뜨도록 하시게.’
말을 마친 흑룡문주가 도를 들고 밖으로 나가려 하자, 어찌할 바를 모르고 당황하던 사문회주가 다급히 그의 어깨를 잡으며 말을 이었다.
‘……버티십시오!’
‘뭐라 했는가?’
‘기왕 이렇게 된 거…… 제가 사천방을 데리고 오겠습니다! 그러니 버티십시오!’
‘……사문회주?’
‘까짓거 수룡왕과 부딪치지만 않으면 되는 거 아닙니까! 불리한 상황 속에서도 함께 사선을 넘은 것은 저 또한 마찬가지인데, 제게만 흑룡문주님을 버리라 말하실 겁니까?’
‘…….’
‘악을 쓰며 버티십시오! 비굴하고 지저분하게라도 우선 살아남으십시오! 진원진기를 끌어 쓰는 한이 있더라도 반 시진 내에는 돌아올 것입니다!’
‘……알겠네.’
‘그럼, 잠시 후에 뵙겠습니다.’
쾅!
말을 마치기 무섭게 사문회주는 흑룡문주의 방을 빠져나와 경공을 펼쳤다.
애초에 정보집단의 특성상, 사문회주의 무공은 신법과 경공술에 특화되어 있다.
다행히 흑룡문과 사천방의 거리는 연합 문파들 중 가장 가까운 거리에 있다.
‘길이고 나발이고, 무조건 최단 거리로 달려야 한다!’
파밧!
이름 모를 건물의 담벼락을 타고, 지붕을 밟아 가며 사문회주가 허공으로 도약한다.
현 상황을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희망을 향해서…….
***
남경의 흑검문.
그곳의 장원 입구를 지키던 두 명의 무사 중 하나가, 남경 외곽 쪽을 바라보며 미간을 좁힌다.
“……음? 저게 대체 뭐지?”
“하아암……. 왜, 어디 불이라도 났는가?”
“……응.”
“……뭐?”
“불났어, 저거 봐.”
동료 무사가 검지로 가리킨 방향에는, 정말로 하늘로 솟구쳐 오르는 여러 개의 검은 연기 기둥이 보였다.
생각지도 못한 장면에 하품을 하던 사내의 눈이 휘둥그레 떠진다.
“아니…… 갑자기 저게 무슨……?”
“내가 지금 잘 못 보는 거 아니지?”
자기가 가리키면서도 반신반의하는 동료 무사의 물음에 사내가 멍하니 두 눈을 끔뻑인다.
“설마…… 수로채에서 습격이라도 온 건가?
“거…… 할 말이 있고 못 할 말이 있지!”
황당하다 못해 끔찍하기까지 한 사내의 추리에 동료 무사가 막 눈살을 찌푸리던 그때였다.
타닷. 탓 타닷. 탓.
“응?”
“뭐야?”
골목 한쪽에서 들려오는 다급한 달음박질 소리.
이에 두 무사가 고개를 돌리자, 한 손으로 땅을 짚고 짐승처럼 뛰어오는 인형이 그들의 눈에 들어왔다.
“뭐, 뭐야 저건!”
“머, 멈춰라!”
온몸에 피 칠갑을 한 사내가 반쯤 눈이 뒤집혀 그들의 앞까지 달려온다.
당황한 두 무사가 각자의 검을 뽑아 들며 경고했지만 상대는 기어이 그들의 정문 앞까지 도착해 그대로 졸도하고 말았다.
풀썩.
“크헉! 허억! 커헉!”
“세…… 세상에…….”
가쁜 숨을 몰아쉬며 눈물을 줄줄 흘리고 있는 사내는 왼팔과 오른 다리가 통째로 잘려 나가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용케 지혈은 했는지 생각만큼 많은 피가 나는 상황은 아니었다.
“어, 어쩌지? 사, 살려야 하나?”
“누군 줄 알고 살려? 일단 보고부터 해야…….”
저벅저벅.
두 무사가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던 그때, 골목 어귀에서부터 느긋한 발소리가 들려온다.
당황한 그들이 고개를 돌리자 같은 인간이라고는 믿기 힘든 거구의 사내가 그들의 눈에 들어온다.
구 척은 되어 보이는 키와 부리부리한 눈.
그리고 덩치에 어울리는 커다란 태도를 한 손에 든 사내는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상대의 오금을 저리게 할 정도였다.
저벅저벅.
우뚝.
존재만으로도 위협적임을 드러내는 사내가 코앞까지 도착하고 나서야, 흑검문 무사들은 자신들의 임무를 떠올릴 수 있었다.
“이, 이곳은…… 흐, 흑검문의 장원입니다.”
“알고 있다.”
용기를 낸 무사의 말에 자연스레 하대하는 사내.
이에 응당 경고 섞인 으름장이 흘러나와야 하는데, 정작 무사의 입에서 흘러나온 음성에는 긴장과 두려움만이 가득하다.
“하, 한데…… 흑검문에는…… 어찌 오신 것인지…….”
“문을 열어라.”
“…….”
“들어가야겠다.”
태어나서 처음 보는 사내에게 받은, 부탁이 아닌 명(命).
하지만 어찌 된 영문인지 도통 화가 나거나 반발심이 치밀어 오르지 않는다.
그저 사내와 흑검문의 사이에서, 두려움에 떨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발만 구르고 있을 뿐.
“……어찌 열지 않느냐?”
완전히 얼어붙어 버린 무사들을 향해 질문을 던진 사내가, 몇 걸음 다가가 그중 하나의 목을 움켜잡는다.
그리고…….
덥석.
뚜두둑.
망설임 없이 목뼈를 으스러뜨려 버린 사내가, 축 늘어진 무사를 한쪽으로 던져 버린다.
그러자 퍼뜩 정신이 든 무사 하나가, 다급히 고개를 끄덕이며 흑검문의 대문을 열어젖힌다.
“무…… 문! 문 열겠습니다! 예!”
벌컥.
자신이 지켜야 할 문을 도리어 적에게 열어 준 흑검문의 무사가, 그대로 바닥에 엎드려 사시나무 떨듯 몸을 떤다.
그런 그의 옆을 무심하게 스쳐 지나가던 사내가, 무사를 내려다보며 미간을 찌푸린다.
“……벌레 같은 놈.”
퍼석!
바닥에 납작 엎드린 무사의 머리를, 강기를 머금은 발로 짓밟아 부수어 버리는 사내.
완전히 머리가 박살 나 즉사한 무사의 시신이 바닥에 늘어지자, 사내가 느긋한 발걸음을 옮겨 흑검문의 장내로 들어선다.
저벅저벅.
“잠깐! 거기 멈춰라! 웬 놈이냐!”
“……놈?”
“침입자다! 모두 나와!”
우르르르.
“……쯧.”
순식간에 자신의 주위를 빙 둘러 포위한 무사들을 둘러보던 사내가, 돌연 폭풍 같은 기세를 뿌리며 주위를 장악한다.
콰과과과과!
“……!”
“흐억……!”
숨조차 쉬기 힘든 중압감이 그들을 억누르자 사내를 포위한 흑검문 무사들의 얼굴이 창백히 질려간다.
그런 그들을 무심한 얼굴로 둘러보며 사내. 수룡왕이 입을 열었다.
“평소 같았다면 모조리 쳐죽였겠다만…… 상황이 상황인 만큼 먼저 한 가지 물으마.”
“…….”
“이곳에 있는 놈들 중 가장 높은 이가 누구냐?”
“내, 내가…… 부, 부문주요.”
이곳에 있는 모두가 힘을 합쳐도 상대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느꼈기 때문일까?
장원에 달려온 이들 중 가장 뒤쪽에 서 있던 사내가, 후들후들 떨리는 다리에 힘을 주며 애써 입을 열었다.
“무, 문주께서는…… 지금 이곳에 안 계시오.”
“안다.”
비록 떨거지이긴 하지만, 바로 얼마 전에 그의 손으로 죽인 이를 잊었을 리 없다.
건성으로 고개를 끄덕인 수룡왕이 부문주가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을 덧붙였다.
“내 아우의 시신을 이곳에서 보관하고 있다고 들었다. 이리 가지고 오거라.”
“아, 아우……라고 하시면…….”
“…….”
“서…… 설마……!”
그제야 상대의 정체를 눈치챘는지 부문주의 얼굴이 경악으로 물든다.
그리고 더 이상 생각할 것 없다는 듯, 그대로 무사들을 헤치고 앞으로 나와 바닥에 부복하며 소리친다.
“흐, 흑검문의 부문주가 수룡왕을 뵈옵니다!”
“수, 수룡왕을 뵈옵니다!”
부문주의 외침에 경악스레 놀란 흑검문의 무사들이 다급히 바닥에 엎드리며 소리친다.
이에 귀찮다는 듯 미간을 찌푸리며 수룡왕이 재차 말을 꺼낸다.
“내 아우의 시신이라 주장하는 것을 가져와라. 이 눈으로 직접 확인하러 왔다.”
“며, 명 받들겠습니다.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자신 이외에 누구에게도 시신을 보이지 말라 명했던 흑검문주다.
하지만 상대도 상대 나름이지, 수룡왕이 자신의 아우가 맞는지 확인하겠다는데 거절이라는 선택지는 존재하지 않는다.
파바밧!
다급히 경공술까지 펼쳐 어디론가 내달린 부문주가, 잠시 후 그의 덩치보다 훨씬 커다란 관(棺) 하나를 받쳐 들고 돌아왔다.
타다닷.
스륵.
쿵.
“여, 여기 있습니다.”
“열어라.”
“예!”
수룡왕의 한 마디에 재빠르게 관뚜껑을 여는 사내.
잠시 후, 서늘한 냉기와 함께 역한 냄새가 풍기더니 관 안에 보관되어 있던 한 구의 시신이 모습을 드러냈다.
수룡왕만큼은 아니지만 분명 거구라고 불리기에 부족함 없는 체격.
어깨 위부터 옆구리까지 강제로 이어 붙인 듯한 붉은 선이 새겨진 사내의 모습을 확인한 그 순간, 수룡왕의 입에서 흑강패도의 이름이 흘러나온다.
“……하월?”
반신반의한, 하지만 심상치 않게 떨리는 음성.
흑검문주라는 자의 수작을 듣고 이곳에 왔을 때까지만 해도, 설마 정말 자신의 아우가 죽어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지 않았다.
핑계가 생긴 김에 남경이라는 도시를 약탈할 겸, 그리고 혹여 있을지 모를 만에 하나의 경우를 생각해 이곳을 찾은 것인데, 지금 싸늘한 주검이 되어 있는 저 시신은 누가 보아도 그의 아우, 귀하월이었다.
“이이…… 감히…… 감히 누가 너를 이 꼴로 만들었느냐아아아!”
쩌저저정!
수룡왕이 울분에 찬 고함을 내지르자 그가 서 있는 바닥을 중심으로 균열이 만들어진다.
참을 수 없는 격정에 온몸을 부들부들 떨던 수룡왕이, 천천히 숨을 고르고는 바닥에 떨어진 관 뚜껑을 다시 닫는다.
그리고…….
쓰윽.
보통 사람이라면 감히 한 팔로 들 수 없을 크기의 관을, 한쪽 어깨에 이고 몸을 일으키는 수룡왕.
그의 두 눈에는 참을 수 없는 살의와 살기가 번들거리고 있다.
“남경의…… 한 놈도.”
“……예?”
“……살려 두지 않겠다.”
부웅.
말을 마친 수룡왕이, 그의 앞에 엎드려 있던 흑검문의 무사들을 향해 그대로 일도를 휘두른다.
뒤이어 그의 도신을 타고 뻗어 나간 거대한 강기가 부문주를 포함한 무사들을 모조리 휘감으며 거대한 폭발을 일으켰다.
파아아앗!
쩌저저저저정!
콰구구구.
밝은 섬광이 한번 번쩍인다 싶더니, 흑검문 내부가 수룡왕의 강기가 만들어 낸 폭발에 휩쓸려 버렸다.
잠시 후 비명 한번 지르지 못하고 주검이 되어 버린 흑룡문 무사들의 시신이, 뒤집히고 무너진 대지와 장원의 잔해물 사이로 모습을 드러낸다.
“……우선 돌아가자꾸나, 아우야.”
어깨에 관을 인 채, 한 걸음씩 발걸음을 옮기는 수룡왕.
그의 입에서, 흡사 다짐과도 같은 읊조림이 흘러나온다.
“장강에서 널 편히 잠들게 한 후에…… 네 죽음에 관여된 남경의 모든 존재들을 완벽하게 멸하여 주마.”
발걸음을 옮기는 수룡왕의 주위로 폭풍 같은 기세가 휘몰아치고 있었다.
***
“익패 형님.”
“……왜?”
“……살아 있으십니까?”
“……아니, 죽은 것 같다.”
사천방의 대문 앞에 쭈그리고 앉아 검푸른 밤하늘을 올려다보고 있는 손익패와 사천방도 천통(千通).
여기저기 푸른 얼룩이 져 있는 그들의 얼굴은, 한눈에 보기에도 처참한 폭행을 당한 흔적이 역력했다.
오늘 아침 있었던, 사무현 한 명을 상대로 한 무모한 육탄전의 결말이었다.
“……하필 오늘 같은 날 불침번을 서다니, 운도 더럽게 없습니다.”
“……그런 말 마라. 막휘 형님은 이틀 전 불침번이셨다.”
이틀 전이라 함은, 그들이 숨만 쉬어도 느껴지던 고통이 한창 절정을 찍고 있었을 때라는 의미다.
돌연 모골이 송연해짐을 느낀 천통이 가늘게 몸을 떨며 고개를 끄덕인다.
“……저희가 낫네요.”
“그렇지?”
휘이이이잉.
서늘한 바람을 맞으며 얼마나 침묵을 지키고 있었을까?
이번에는 손익패가 먼저 입을 열었다.
“그나저나, 이거 참 신기한 무공이다.”
“무천신공 말씀이십니까?”
“그래. 처음에는 이렇게 아프기만 한데 뭐 도움이 되는 게 있을까 했거든…….”
거기까지 말을 이어가던 손익패가, 돌연 맨주먹으로 사천방의 담벼락을 두들겨 본다.
쿵!
“……내공 하나 싣지 않고 이렇게 두들겨도, 전혀 충격이 느껴지지 않으니 말이다.”
“끄응……. 그게 다가 아닙니다. 솔직히 정오까지만 해도 걷기도 힘든 상태 아니었습니까? 그런데 반나절 만에 벌써 꽤나 살 만합니다.”
찌뿌드드한 근육통을 이기기 위해 양팔을 한 번씩 돌려가며 천통이 말을 잇는다.
“진짜 대단한 건 역시 우리 방주 형님이시지요. 이만한 무공을 알고 계신 것도 모자라서, 저희의 한계를 아주 정확히 알고 두들겨 패지 않으십니까? 딱 죽지 않을 만큼.”
“……확실히 대단하긴 하지.”
“본인이 그렇게 당하며 수행하신 게 아니면 그럴 수가 있나 싶습니다. 물론 무신 님이나 되시는 분께서 이런 무지막지한 방식의 수련을 시키실 것 같지는 않은…….”
“……잠깐. 조용.”
난데없이 천통의 말을 끊어 낸 손익패가 한쪽 손을 반쯤 들어 올리며 미간을 찌푸린다.
그리고 철퍼덕 앉아 있던 자세에서 몸을 낮춰 일으키며 심상치 않은 얼굴로 저 먼 어둠 속을 응시한다.
“……왜 그러십니까? 형님.”
“……넌 안 느껴지냐?”
“느껴지긴 어떤…… 아?”
그제야 저 멀리서 인기척이 들리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천통이 두 눈을 휘둥그레 뜨며 그와 같이 몸을 일으킨다.
“……이 시간에 누구죠?”
“나야 모르지. 딱히 인기척을 숨길 생각도 없는 모양이니, 좀 기다려 보자.”
정확하게 사천방이 있는 곳으로 달려오는 듯한 인기척.
그렇게 얼마쯤 기다리자, 잠시 후 풀숲을 헤치며 인형 하나가 그들의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바스락.
“……어?”
전혀 생각지도 못한 인물의 등장에 손익패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천마가 보여
지은이 : 보용도
발행인 : 손병태
발행처 : ㈜알에스미디어
주소 : 경기도 부천시 부천로 198번길 18 춘의테크노파크 2차 201동 503호
전화 : 032-651-8576
E-mail : [email protected]
ISBN : 979-11-6602-645-4
이 책의 모든 내용에 대한 편집권은 저자와의 계약에 의해 ㈜알에스미디어에 있으므로 무단 복제, 수정, 배포 행위를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