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ousand years old Heavenly Demon RAW novel - Chapter 228
228화
후두둑, 후둑.
“허억……! 허억……! 쿨럭!”
호흡이 턱 끝까지 차오르고 입에서는 자꾸만 비릿한 핏물이 흘러나온다.
지나치게 많은 피를 쏟은 탓일까?
온몸에서 느껴지는 통증에는 무감각해졌지만, 점점 흐릿해지는 시야 때문에 여간 불편한 것이 아니다.
“쯧쯧……. 괜찮니? 슬슬 서 있는 것도 버거워 보이는구나.”
흑룡문주의 상태를 바라보며 짧게 혀를 차는 백신무.
왼쪽 어깨에는 검으로 만들어진 구멍 하나가 뻥 뚫려 있다.
무복 곳곳에 헤아리기 힘들 만큼 수많은 검상이 만들어져 있고, 그곳에서 흘러나온 붉은 핏물이 무복을 적시고 바닥에 흘러내리고 있다.
똑, 똑.
“이……!”
대놓고 조롱을 받으면서도 저항조차 하지 못하는 무력감에 흑룡문주가 어금니를 꽉 깨문다.
겉으로 보기에는 당장 쓰러져도 이상하지 않을 중상이건만 그는 쓰러지지 않았다.
그의 정신력이 대단해서가 아니다.
수백 번의 공격을 몸에 허용하면서도 상대가 자신의 급소를 단 한 번도 건드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심지어 지혈할 시간까지 주는 것으로 보아, 자신을 죽이려는 생각 자체가 없는 듯하다.
상대가 관심이 있는 것은 그저…….
“……이제 슬슬 엎드려 빌거나, 도망이라도 좀 쳐 보는 게 어떻겠니? 그럼 내 상처 난 자존심도 조금은 회복이 될 것 같은데.”
“개…… 소리…… 마라……!”
분노로 온 몸을 가늘게 떨며 말하는 흑룡문주.
핏대 어린 그의 눈에, 싸늘한 주검이 되어 쓰러져있는 흑룡문 무사들이 들어온다.
‘어찌하여……!’
자신과 함께 흑룡문을 다시 세우겠다는 뜻을 가지고 함께했던 수하들이다.
심복이자 총관이었던 장우기가 그를 배신하고 적어채주의 편에 섰을 때도, 끝까지 흑룡문주인 자신을 지지해 주었던 이들이다, 한데!
‘왜…… 대체 왜 내가 아직까지 살아 있는 것이냐…….’
적어도 수하들과 당당히 함께 싸우다 죽겠노라 다짐했다.
사파답지 않은, 지극히 이윤적이지 못한 멍청하기 짝이 없는 짓이었지만 이 또한 어떤 의미로는 사파다운 것이라 믿었다.
한데, 그에게 이런 감정을 품게 만들어 준 수하들이 죽었다.
아직 모두가 죽은 것은 아니지만, 이제는 서 있는 자보다 주검이 되어 쓰러진 이를 헤아리는 것이 더 버겁다.
후두둑.
어깨에서 흘러내린 피가 바닥을 적셨지만, 멀쩡한 한쪽 손에 남은 내력을 집중시키며 흑룡문주가 발악하듯 소리쳤다.
“내가 죽을 자리는 이곳이다! 적어도 마지막까지 살아남는 것이 내가 되지는 않을 것이다, 이 개자식아!”
파밧!
말을 마친 흑룡문주가 과감하게 큰 동작으로 도를 휘두르며 백신무의 목을 노렸다.
하지만 역시나, 흑룡문주의 도신이 휘둘러진 순간에는 이미 백신무가 사라지고 난 뒤였다.
부웅.
퍼벅, 퍽!
“쯧쯧, 무심한 문주로구나.”
등 뒤에서 들려온 백신무의 음성에 흑룡문주가 고개를 돌리자, 검으로 흑룡문 무사 하나의 목을 꿰뚫은 백신무가 호기심 어린 얼굴로 그를 돌아보고 있었다.
“이렇게…… 제 수하들이 죽어 나가는데, 저리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으니.”
촤악!
털썩.
“으아아아아! 날 베어라! 나와 싸우라는 말이다, 이 개자식아아아!”
부웅, 부웅.
“어이쿠, 무시무시하구나. 이거 자칫하면 베일지도 모르겠어.”
막무가내로 자신을 향해 달려드는 흑룡문주를 향해 조소를 흘리던 백신무가, 잠시 후 바닥에 쓰러진 시신 한 구를 들어 흑룡문주에게 집어 던진다.
“다만…… 그게 네 부하 놈이라는 게 문제겠지만.”
부웅.
“……!”
퍼벅!
촤지지지직.
차마 수하의 시신을 베어 내지 못하고, 그대로 시신과 충돌해 한쪽으로 나가떨어지는 흑룡문주.
이미 엉망이 되어 버린 육체 탓인지, 그리 크지 않은 충격임에도 그의 입에서 붉은 피가 흘러나온다.
촤악.
“……쿨럭! 쿨럭!”
“하하, 우습구나. 어차피 죽어 버린 것이거늘, 아무리 한때 아끼던 수하였다고는 하나 그걸 베어 내지 못한다고?”
“허억……! 허억……!”
“쯧쯧……. 그래서는 아무것도 지켜 내지 못한단다. 바로 지금처럼 말이지.”
“뭐……?”
촤아아아악!
또다시 들려온 섬뜩한 소리에 흑룡문주가 고개를 들자, 붉은 피를 흩뿌리며 목과 몸이 분리돼 쓰러지는 길량의 모습이 그의 눈에 들어온다.
등 뒤를 잡고 목을 잘라 냈는지, 길량의 몸은 그대로 앞으로 쓰러져 맨바닥을 나뒹굴었다.
풀썩.
휙.
털썩.
“……아.”
뛰어난 녀석이었다.
어려서부터 그가 직접 가르쳤고, 이후에는 스스로 흑룡대주의 자리까지 오른 총명한 기재였다.
만약 스승이 자신이 아닌 적어채주쯤 되는 이였다면 능히 자신을 넘어설 수 있을 재목이었을 것이다.
그 때문에 언제나 마음이 쓰이고, 부족한 스승이라 미안했던 녀석이었거늘…….
‘……아니, 여기서 마음 약해지면 안 된다.’
길량 하나의 죽음으로 무너지기엔 아직 살아남은 흑룡문 무사들이 많이 있다.
문주인 자신이 여기서 무너져 버리면 저들 또한 마찬가지일 터.
우선은 버텨야 한다.
사문회주가 반 시진 안에 어떻게든 돌아오겠노라 약조를…….
‘……반 시진 만에?’
사문회주와의 약조를 떠올리자 흑룡문주의 입에서 허탈한 웃음이 흘러나온다.
사실 그는 알고 있었다.
아마 사문회주 또한 알고 있었을 것이다.
아무리 사문회주가 경공에 능하다고는 한들, 여기서 사천방까지의 왕복 거리를 반 시진 만에는 결코 도달할 수 없는 거리다.
‘……그리고 무엇보다.’
저런 괴물을 상대로 반 시진을 버티는 것이 어찌 가능하겠는가?
자신을 조롱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힘을 조절하고 있는 상대에게, 겨우 이 각을 버티는 것만으로도 절반이 넘는 흑룡문 무사들이 학살당했다.
공격도, 방어도 소용이 없다.
살아남기 위해서 그들이 할 수 있는 길은 단 하나.
오직 도망뿐이다.
“……가라!”
거기까지 생각한 흑룡문주가 치밀어 오르는 감정을 집어삼키며 목소리를 높인다.
“모두 도망쳐라! 단 하나라도! 단 하나라도 살 수 있다면 그것으로 족하다!”
“무…… 문주님.”
“놈은 내가 맡을 것이다! 그러니 어떻게든 도망쳐라!”
“흐흠……. 그렇게 나오시겠다?”
흑룡문주의 말에 한쪽 입꼬리를 말아 올리며 흥미롭게 고개를 끄덕이는 백신무.
그런 그가 절망적인 얼굴로 방어 자세를 취하고 있는 흑룡문 무사들을 빙 둘러보며 보란 듯이 말을 꺼낸다.
“그것참 좋은 수로구나, 아무리 나라도 이 많은 수가 도망치는데 모조리 쫓아 죽일 수는 없을 테지. 살고 싶다면 얼마든지 도망쳐 보거라!”
“……!”
“어차피 난…… 너희 문주와 즐거운 볼일을 보면 그뿐이니 말이다.”
거기까지 말을 마친 백신무가 미련 없이 그들에게 등을 돌리며 흑룡문주에게로 향한다.
차라리 잘된 일이라 생각하며, 흑룡문주도 비장한 얼굴로 그에게 도 끝을 겨눈다.
그러자 그 순간.
“……안 됩니다!”
“……음?”
생각지도 못한 한 마디에 백신무가 고개를 돌리자, 조금 전까지와는 달리 형형한 눈빛을 빛내는 흑룡문도들이 그 자리에 서 있었다.
“문주님께서 계셔야 흑룡문도 있습니다! 문주님께서 먼저 피하십시오!”
“옳은 말입니다! 자, 다들 뭐 하고 있나! 우리가 놈을 막아야지!”
“수룡왕의 개새끼야! 흑룡문이 왜 남경의 지배자였는지 가르쳐 주마!”
“……하!”
자신을 향해 무기를 치켜들고 다가오는 흑룡문 무사들의 모습에 백신무가 하늘을 올려다보며 코웃음을 친다.
그러나 잠시 후, 다시 그들을 바라보는 백신무의 얼굴에는 조금의 웃음기도 찾아볼 수 없었다.
“……너희들이 끝까지 내 자존심을 상하게 만드는구나.”
“……!”
“오냐, 소원이면 다 죽거라.”
파밧!
“흩어져! 문주님이 피하실 때까지 시간을 벌어라!”
“아, 안 돼! 다들 도망쳐라! 어서!”
흑룡문주를 탈출시키기 위해 목숨을 걸고 그에게 달려드는 흑룡문도들.
참으로 사파답지 못하고, 또 참으로 사파다운 그 모습을 지켜보며 백신무가 경멸 어린 눈을 흘긴다.
“……버러지들!”
촤좌좌좍!
촤아아악!
“크아아악!”
“아아악!”
“아…… 안 돼! 안……. 쿨럭!”
후두둑.
저들과 함께 싸우기 위해 막 내달리려는 순간, 검붉은 핏물이 왈칵 쏟아지며 다시 또 시야가 흐릿해진다.
과다 출혈로 인한 한계가 온 것일까?
……아니, 그런 것이 아니다.
뚝 뚜둑 뚝.
조금 전과는 달리, 바닥을 적시고 있는 것은 붉은 핏방울이 아니었다.
잔뜩 일그러진 얼굴로 고개를 숙인 흑룡문주.
크고 넓은 어깨를 초라하게 늘어뜨린 그의 뒷모습은 미세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큽……. 크흐흡……. 끄으윽…….”
……죽는다.
모두가 죽고 있다.
자신의 무능력으로, 자신의 부족함으로 저들 모두의 죽음을 그저 지켜볼 수밖에 없다.
“……도와주십시오.”
누구라도 좋다.
이 순간 그를 도울 수 있는 이가 있다면.
자신의 목숨을 대가로라도 저들을 살려 줄 수 있는 이가 있다면, 악마에게라도 기꺼이 목숨을 바칠 수 있다.
그렇게 흐릿해진 시야 속에서 모든 것을 포기하려는 그때!
쐐애액!
콰과과과광!
난데없이 어디선가 날아든 붉은 강기가 흑룡문의 담벼락과 건물을 폭파시켜 버렸다.
“크흡……! 무, 무슨……!”
대지를 뒤흔드는 폭발에 당황한 백신무가, 폭발에서 멀어지기 위해 훌쩍 몸을 날려 뒤쪽으로 멀어진다.
살아남은 흑룡문의 무사들 또한, 폭발의 잔해로부터 몸을 지키기 위해 다급히 각자 무기를 들며 호신기를 끌어 올린다.
하지만 다행히, 폭발의 여파는 그쪽으로 향하지 않았다.
쿠수수수.
저벅저벅.
자욱하게 솟아오르는 먼지.
한 치 앞도 분간할 수 없는 그곳에서, 낯선 발소리가 그들의 귓가에 울려 퍼졌다.
모두의 시선이 한데로 향함과 동시에 낮게 깔린 정적.
그 순간,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퍼뜩 두 눈을 부릅뜬 흑룡문주가 휘적휘적 발걸음을 옮겨 그곳으로 걸어간다.
저벅저벅.
터벅터벅.
휘청이는 균형을 잡기 위해 안간힘을 쓰며 얼마나 걸었을까?
이윽고 먼지 속에서 걸어 나오는 이의 모습을 확인한 순간, 흑룡문주의 몸이 허물어지듯 바닥에 쓰러진다.
털썩.
“어어?”
“저…… 저분은……”
“사, 사천방주……!”
경악, 희열, 안도, 불신.
모든 감정이 뒤섞인 얼굴로 그를 바라보는 흑룡문도들을 빙 둘러본 사무현이, 어느덧 자신의 앞에 엎드려 있는 흑룡문주를 향해 다가간다.
그리고 그를 일으켜 세우려는 듯 조용히 허리를 숙이려는데.
“……십시오.”
바닥에 엎드린 채 흘러나온 흑룡문주의 울음 섞인 한 마디에 사무현의 움직임이 멈춘다.
“……도와주십시오.”
“…….”
“끄흑……. 흑룡문을……. 제 수하들을…….”
“…….”
“크으읍……. 살려 주십시오……. 사천방주님.”
쿵!
그 말과 함께, 있는 힘껏 이마를 땅에 가져다 박는 흑룡문주.
그의 붉은 피가 바닥을 적시고, 흘러나온 눈물이 핏물과 뒤섞여 흐른다.
격정을 이기지 못하고 흐느끼는 흑룡문주를 바라보며 사무현이 조용히 두 주먹을 움켜쥔다.
꽈악.
“……거기까지 하세요, 흑룡문주님.”
“…….”
“……충분합니다.”
“크흐흡……. 크흑……. 으으흐흐흑.”
사무현의 대답에 이윽고 마음의 안도가 되었는지 그대로 바닥에서 오열하기 시작하는 흑룡문주.
그의 몸이 들썩임에 따라 헤아리기 힘든 수많은 상처에서 쉴 틈 없이 핏물이 흘러나온다.
그 상처만으로도, 상대가 얼마나 그를 의도적으로 데리고 놀았는지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다.
더불어…….
까드드득.
‘……얼마나 죽기 살기로 버텼는지도!’
아마도 자신의 몸 따위는 개의치 않았을 것이다.
단 한 명이라도 더 살리는 것.
자신이 마지막에 살아 있는 한 사람이 되어선 안 된다는 것.
오직 그 하나만을 목표로 움직였기에 흑룡문주가 아직까지도 버티고 서 있을 수 있었던 것이리라.
사무현 자신조차 버틸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는 끔찍한 상처를 입고서도.
쓰윽.
저벅저벅.
그 어느 때보다도 차갑게 식은 얼굴로, 흑룡문주를 지나쳐 발걸음을 옮기는 사무현.
그의 서슬 퍼런 살기에 놀란 흑룡문도들이 자신도 모르게 주춤거리며 그의 앞을 비켜선다.
그리고 잠시 후, 사무현과 백신무의 시선이 맞부딪친다.
“……네가 사천방주냐?”
믿을 수 없다는 듯, 불신과 경악이 섞인 백신무의 음성.
그는 절정의 극에 가까운 고수다.
적어도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저자가, 자신보다 하수인지 아닌지를 판단하는 눈은 충분히 갖추고 있다.
한데…….
‘……가늠할 수가 없다.’
오싹하다?
아니, 그 정도가 아니다.
상대의 실력은 가늠할 수 없는데, 온몸의 감각은 어찌할 바를 모르고 완벽하게 얼어붙어 있다.
도망을 치라 말하는 것도, 싸우라 말을 하는 것도 아니다.
그가 이런 감정을 느꼈던 것은 태어나서 단 한 번.
그때는 분명…….
‘……수룡왕을 처음 만났을 때!’
자신도 모르게 마른침을 삼키며 굳어 있는 백신무를 향해, 싸늘한 조소를 머금으며 사무현이 말을 꺼낸다.
“……우선은 왼팔.”
“……음?”
스팟!
사무현의 말에 무어라 입을 열려는 순간, 그와 다섯 장 정도 거리를 두고 있던 사무현의 신형이 순간적으로 흐릿해진다.
그리고 곧이어, 눈 깜짝할 사이에 그의 앞에서 나타난 사무현이 섬광 같은 일도로 그의 왼쪽 어깨를 베어 낸다.
촤아아아악!
천마가 보여
지은이 : 보용도
발행인 : 손병태
발행처 : ㈜알에스미디어
주소 : 경기도 부천시 부천로 198번길 18 춘의테크노파크 2차 201동 503호
전화 : 032-651-85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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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6602-6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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