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ousand years old Heavenly Demon RAW novel - Chapter 229
229화
털썩.
“……끄아아아악!”
반응조차 제대로 하지 못한 짧은 틈.
이형환위의 신법으로 나타난 사무현이 백신무의 왼팔을 날려 버리자, 백신무는 고통에 찬 비명을 내지르면서도 사무현의 심장을 향해 검을 뻗었다.
하지만.
텅!
사무현의 몸을 감싸고 있는 호신강기가 백신무의 검을 밀어내고, 도리어 사무현의 일각이 백신무의 안면을 걷어찬다.
쾅!
우드득.
휘리리리릭.
쩡!
“……크헉!”
코뼈가 완벽하게 으스러져 함몰된 백신무의 신형이 그대로 흑룡문의 담벼락에 부딪히며 잔균열을 만들어 낸다.
입에서 붉은 피를 흩뿌리며 몸을 떨던 백신무가 이윽고 숨을 헐떡이며 잘려 나간 자신의 왼팔을 빠르게 점혈한다.
터덕 턱!
“끄으윽……!”
고통스러운 신음과 함께 식은땀을 줄줄 흘리고 있는 그의 모습을 무심히 바라보던 사무현이 냉랭히 말을 잇는다.
“……다음은 오른팔.”
“……!”
상대의 경고가 무엇을 뜻하는 바인지 눈치챈 백신무가 다급히 검강을 끌어 올리며 방어 자세를 취한다.
조금 전의 한 수로 확실하게 깨달았다.
상대는 자신이 어설프게 가늠하며 싸울 수 있는 상대가 아니다.
한 합 한 합에 모든 정신을 쏟아 전력을 집중해야 한다.
스팟!
백신무가 온몸의 감각을 끌어 올리기 무섭게 사무현의 신형이 다시금 퍽 하고 꺼지듯 사라진다.
또다시 이형환위의 신법.
하지만 이전과는 달리 백신무도 당황하지 않는다.
눈으로 좇을 수 없을 만큼 빠른 것뿐이지 실제로 공간을 이동하는 건 아니니까.
그리고 역시, 그의 감각에 상대의 거대한 기운이 잡혀 왔다.
‘여기다!’
자신의 머리 위에서 느껴지는 기운에 고개를 치켜들자, 역시나 커다란 묵색 도를 내려치는 사무현의 모습이 백신무의 눈에 들어온다.
“이노옴!”
사무현의 일도를 막아 내기 위해 자신이 펼칠 수 있는 최강의 일검을 휘두르는 백신무.
명색에 장강수로채에서 다섯 손가락에 꼽힌다는 실력자다운 판단이다.
하지만…….
콰과광!
“크읍……!”
실로 오랜만에 전력을 다한 사무현의 도격을 받아 내기에는, 백신무의 검은 너무도 가벼웠다.
쩌저저정!
촤아아아악!
억지로 버텨 내던 백신무의 검이 반으로 부러져 버리며 사무현의 도격이 그대로 백신무의 오른팔을 통째로 잘라 낸다.
순식간에 자신의 두 팔을 잃어버린 백신무가 할 말을 잃은 듯 허망한 얼굴로 비명을 내지른다.
“흐아아아! 아아……!”
쩡!
우드드득.
쿵!
비명을 지르는 백신부의 흉부에 틀어박힌 사무현의 일각.
그러자 조금 전 균열이 일었던 담벼락에 틀어박힌 백신무가, 기어이 담벼락과 함께 무너지며 잔해물 사이에 처박혀 버린다.
콰드드득.
쿠수수수.
***
‘어, 어떻게 저럴 수가…….’
그야말로 일방적이라는 말로도 표현이 불가능하다.
그와 흑룡문 무사 수십여 명을 상대로 괴물 같은 신위를 보여 주었던 저 장강수로채의 백신무가 사천방주 사무현 단 한 사람에게 아무런 저항도 하지 못하고 있었다.
‘……사천방주가 이렇게까지 강했던가?’
그들과는 완전히 다른 격을 지닌 인물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라면, 어떻게든 백신무를 제압하고 이 상황을 바꿔 줄 것이라 믿고 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그들로서는 상대조차 되지 않았던 저 백신무가 설마 저렇게까지 상대도 안 될 것이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명색에 그는, 수룡왕이라는 장강의 왕을 바로 옆에서 모시는 수족 중 하나가 아닌가?
꽈악.
‘그에 비해서…… 나는…….’
만약 죽은 수하들이 따르던 이가 자신이 아닌 사천방주였다면…… 아니, 애초에 자신이 사천방주의 반의반만큼이라도 힘이 있었다면 그들 모두를 그토록 허무하게 죽게 만들지는 않았을 것이다.
‘힘없는 지도자는…… 수하들의 목숨을 가치 없게 만들 뿐인 건가.’
스스로에 대한 뼈저린 자책감과, 사무현에 대해 그 어느 때보다도 강하게 솟구치는 경외심.
그 복잡한 감정들을 느끼면서도 흑룡문주는 저들의 전투에서 시선을 떼어 내지 않았다.
그리고 이윽고, 무너진 담벼락의 잔해 속에서 백신무가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
덜그럭.
쿠르르르.
“크헉……! 커헉! 쿨럭! 크헉!”
단 두 합.
사무현의 공격을 두 번 받아 낸 결과라고 하기에는 너무도 처참하게 망가진 백신무.
검을 쥐어야 할 두 팔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져 버렸고, 코는 처참하게 망가져 오직 입으로만 숨을 쉬어야 하는 상황이다.
거기다 조금 전의 일각으로 갈비뼈가 부러졌는지, 숨을 내쉴 때마다 백신무의 입에서 연신 붉은 피가 터져 나온다.
“쿨럭……! 커헉! 마…… 말도…… 안 되는……!”
“다음은.”
움찔.
“……오른 다리.”
싸늘한 사무현의 시선에 백신무의 눈빛이 처음으로 흔들린다.
두 팔을 자른 것으로 끝난 것이 아니었던가?
이제 그저 깔끔하게 그의 목을 베면 끝나는 승부인데, 기어이 남은 사지를 잘라 내겠다고?
‘서, 설마 이놈……!’
두 팔과 두 다리를 자르고, 마지막에 혀를 잘라 자결의 가능성을 막아 버린다.
그렇게 되면 백신무는 그때부터 스스로 살지도 죽지도 못하는 몸이 되어 버리고 말 터!
거기까지 생각에 미치자 백신무가 그대로 등을 돌려 자리를 박차고 경공술을 펼친다.
파바바밧!
‘도망쳐야 한다! 어떻게든 도망쳐야 한다!’
살아도 좋고 죽어도 좋다.
하지만 저 괴물의 노리개가 되는 것만큼은 절대로 사양이다!
그렇게 죽을힘을 다해, 저 멀리 보이는 장강을 향해 경공술을 펼치던 백신무.
하지만 잠시 후 등 뒤에서 들려온 섬뜩한 소리와 함께, 그의 오른 허벅지에서 불에 덴 듯한 뜨거운 통증이 뒤따른다.
쐐애액!
서걱!
털썩.
“……끄아아아악! 카아아아악! 쿨럭! 쿨럭!”
촤지지지직.
결국 한 다리로는 스스로를 지탱할 수 없었던 백신무가, 그대로 바닥을 나뒹굴며 피 기침을 토해 낸다.
“날…… 날 죽여라! 이 괴물……!”
저벅저벅.
“히…… 히이익!”
저 멀리서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사무현의 모습.
그 냉랭하고도 단호한 눈빛을 바라보며 백신무가 사시나무 떨듯 몸을 떤다.
‘자, 자결이라도……!’
저 괴물의 손에는 절대로 죽을 수 없다!
결심을 마친 백신무가 미련 없이 자신의 혀를 깨물려 하자.
퍼버버벅!
“……!”
난데없이 부드러운 바람이 그의 몸을 두드리는가 싶더니, 순식간에 아혈이 봉해진 그가 경악 어린 눈을 부릅뜬다.
“자결은 안 되지.”
저벅저벅.
쓰윽.
“……여기서 네가 한 짓이 있는데.”
어느덧 백신무의 앞으로 상체를 숙이며 속삭이듯 말하는 사무현.
이에 공포에 질린 백신무가 아무런 행동도 못하는 사이 그의 남은 왼 다리를 사무현의 일도가 마저 잘라 낸다.
촤아아악!
털썩.
“……!”
이제는 아무리 고통스러워도 비명조차 지를 수 없게 된 백신무.
어차피 희망이 없음을 알았을까?
어느새 두려움을 잊은 백신무의 두 눈에 분노가 어리자, 그런 그를 무심하게 내려다보던 사무현이 자세를 낮추며 그의 복부에 왼손을 가져다 댄다.
턱.
“눈빛 좋네.”
“…….”
“내가 누군가한테 이걸 쓰게 될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는데……. 너한테 쓰려고 이런 걸 배웠나 보다.”
쩡!
주르륵, 주르륵.
사무현의 한 마디가 끝나자, 복부에서 아릿한 통증이 느껴진다 싶더니 백신무의 입에서 붉은 피가 흘러내리기 시작한다.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부릅뜬 백신무의 두 눈에서도 붉은 피가 흘러내리기 시작한다.
“……!”
눈에서 흐르기 시작한 피가, 잠시 후 칠공(七空)에서 모두 흐르기 시작하더니 이어 그의 몸이 고통을 이기지 못하고 경련하며 뒤틀리기 시작한다.
“……끄륵! 끅!”
계속해서 흘러나오는 피 때문에, 가뜩이나 거칠었던 호흡이 엉망이 되면서 끔찍한 소리가 흘러나온다.
줄줄 흘러나온 눈물과 피가 함께 뒤섞여 바닥을 적시고, 그 모습을 지켜보며 사무현이 냉담하게 입을 열었다.
“궁금하네.”
“……!”
“오래전 내가 겪었던 고통과 지금 네가 겪고 있는 고통…… 둘 중 어느 것이 더 위일지.”
“…….”
“천마의 말대로라면…… 네가 더 끔찍한 고통을 겪고 있어야 하는데 말이야.”
그가 상대에게 펼친 무공은 천마신교의 역류혈마공(易流血魔攻)이라는 무공이다.
상대의 숨통을 빠르게 끊는 데 연연하지 않고 오로지 큰 고통만을 주기 위해 창시된 무공.
처음 천마가 사무현에게 이것을 가르치려 했을 때, 사무현은 이딴 것을 배워 어디다 쓰느냐며 반발했었다.
하지만…….
‘배워 두면 다아 쓸 데가 생기는 법이다. 몰라서 쓸 줄 모르는 것과 쓸 줄 알면서 쓰지 않는 것에는 아주 큰 차이가 있지. 이것만 제대로 배워 두면, 불구대천의 원수를 만나더라도 손을 더럽히지 않고 깔끔하게 복수 할 수 있다.’
당시에는 결국, 조금이라도 빨리 강해지려면 다양한 무공을 익히며 기의 운용에 능숙해져야 한다는 천마의 논리에 따라 이 무공을 배우고 말았다.
당시에는 배워 두기야 하지만, 결코 쓸 일은 없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확실히 배워 놓고 나니 천마의 말처럼 이렇게 쓸 일이 생기는 모양이다.
한편, 고통 속에서도 사무현의 중얼거림을 들은 백신무의 두 눈이 경악으로 부릅떠진다.
‘처…… 천마라고?’
이름만으로도 공포를 가져다 주는 천마신교의 정점.
이백 년 전에 무신에 의해 죽었다고 알려진 괴물의 존재가, 왜 저 사천방주라는 자의 입에서 흘러나온다는 말인가?
‘서…… 설마……?’
겉으로 추정되는 나이를 생각하면 도저히 믿을 수 없는 무위.
대체 어디에서 익힌 것인지 추측이 안 되는, 사파의 것이라고 하기에는 지나치게 패도적인 무공들.
이 모든 것이 머릿속에서 빠르게 맞추어지며 죽음을 앞에 둔 백신무가 한 가지 가정에 도달했다.
‘이…… 이놈……! 서, 설마 그 천마의……!’
후계자.
거기까지 떠올린 순간, 점점 더 극심해지는 고통에 그의 시야가 흐릿해지기 시작한다.
“……너무 억울해할 거 없어.”
풀려버린 백신무의 동공을 바라보던 사무현이 천천히 몸을 일으킨다.
쓰윽.
“네가 지은 죗값에 비해서는 터무니없는 호사(好死)니까.”
“……끄륵.”
“……달게 받아라.”
저벅저벅.
그 말을 끝으로 백신무에게서 등을 돌려 멀어지는 사무현.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백신무의 숨통은 끊어지고 말았다.
죽음 직전까지도 상상도 못 할 고통을 느꼈음을 보여 주듯, 사지가 잘려 나간 그의 온몸은 터져 버린 혈관들로 인해 검붉게 물들어 있었다.
***
타닷.
탓!
“후우……. 벌써 끝난 모양이군.”
백신무를 처리한 사무현이 다시 흑룡문의 장원에 돌아오자, 뒤늦게 살암을 선두로 사천방도들이 속속들이 도착하기 시작한다.
살암과 청사, 적사와 그 뒤를 이어 도착한 적월과 만패, 나혼수 일행.
뒤이어 막휘가 이끄는 사천방도들까지 모두 도착하자, 막휘와 손익패의 등에 각각 업혀 온 두 명의 인물이 바닥에 엎드려 기침과 토악질을 시작한다.
“우웩! 우웨에엑!”
“쿨럭! 쿨럭! 커헉!”
“……저분들은 왜 저러시냐?”
대답해 보라는 듯 사무현이 시선을 주자, 뒤쪽을 한번 흘깃 돌아본 막휘와 손익패가 어깨를 으쓱하며 입을 열었다.
“가벼운 멀미를 좀 하셨나 봅니다.”
“그렇게 빨리 뛰지는 않았는데, 어디가 좀 불편하셨던 모양입니다.”
“…….”
토악질과 기침을 하는 와중에도 이쪽으로 눈을 흘기는 이들을 보니, 여러모로 항변하고 싶은 말이 많은 모양이다.
하지만 지금은 그들의 상태를 살펴줄 만한 때가 아니었기에, 사무현이 이내 무덤히 한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흐, 흑룡문주님! 괜찮으십니까!”
“사…… 사문회주님…… 쿨럭!”
그의 상태를 살피며 어쩔 줄 모르는 사문회주의 모습에 흑룡문주가 피 기침을 토하면서도 옅은 미소를 머금어 보인다.
“가…… 감사합니다…… 사, 사문회주께서 흑룡문을 살렸……. 쿨럭! 쿨럭!”
“제, 제가 한 것이 아닙니다.”
흑룡문주의 말에 면목 없다는 듯 고개를 숙이며 사문회주가 말을 이었다.
“제가 산비탈을 오르기 시작할 때 즈음, 이미 사천방에서 상황을 알고 내려와 주던 길이었습니다.”
“예, 예? 어, 어떻게 그럴 수가…….”
“아뇨, 정확히 상황을 알고 있었던 건 아니에요.”
사문회주와 흑룡문주의 대화를 듣고 있던 사무현이 끼어들어 틀린 부분을 정정해 주었다.
“수룡왕인지 뭔지 하는 새끼가 남경을 치려 한다고 전해 들었거든요, 저쪽에 계신 저분한데.”
“저…… 저분이요?”
사무현의 말에 흑룡문주가 고개를 돌리자, 겨우겨우 호흡을 가다듬고 옷매무새를 정돈한 중후한 나이대의 사내가 그들에게 예를 갖춰 보인다.
“아룡상회의 남경지부장으로 발령받아 온 전추라고 합니다. 사천방주님과는 전부터 인연이 있었는데, 우연히 장강수로채의 야욕을 미리 알게 되어 사천방주께 상황을 보고하러 올라간 차였습니다.”
“가, 감사합니다. 지부장께서 흑룡문을 구하셨습니다.”
“크흠흠, 무슨 말씀을……. 저는 그저, 제가 아는 상황을 사천방주께 보고한 것이 전부입니다. 아래에서 사문회주님을 만나 흑룡문이 공격받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기에, 너무 늦지 않게 이리로…….”
무심코 대답하며 장내를 둘러보던 전추가, 돌연 입을 다물고 어두운 표정으로 고개를 숙인다.
장내에 가득한 무사들의 시신.
아무리 보아도 산 자보다 죽은 자가 더 많은데 어찌 저들을 보고 늦지 않았다 말할 수 있겠는가?
그렇게 그들 사이로 어색한 침묵이 찾아들려는 그때, 문득 생각이 떠올랐는지 사무현이 입을 열었다.
“그나저나, 수룡왕이 죽었으니 이제 상황은 마무리된 거라고 봐야 하나요?”
“예? 수룡왕이라니……. 아!”
그제야 아직 상황이 끝난 것이 아님을 깨달은 흑룡문주가 두 눈을 부릅뜨며 다친 몸을 일으켜 세운다.
“조, 조금 전 그자는 수룡왕이 아닙니다! 수룡왕을 호위하는 사신무 중 하나에 불과합니다!”
“……뭐요?”
“다, 당장 주위 문파들도 살펴봐야 합니다. 저 자가 이곳에 왔다면, 적어도 흑룡문처럼 공격을 받은 문파가 최소한 세 문파는 될 것입니다!”
흑룡문주의 이야기를 들은 사무현의 고개가 황급히 사천방도들에게로 돌아간다.
천마가 보여
지은이 : 보용도
발행인 : 손병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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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소 : 경기도 부천시 부천로 198번길 18 춘의테크노파크 2차 201동 50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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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6602-6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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