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ousand years old Heavenly Demon RAW novel - Chapter 231
231화
“……죽게 된다고?”
“그래, 그러니 조금은 더 신중하게…….”
“뭐래? 왜 갑자기 이상한 소리야?”
“……음?”
생각지도 못한 사무현의 반문에 천마의 눈썹이 올라간다.
“이상한 소리?”
“서로 죽일 각오로 싸우는 건데 내가 지면 당연히 죽겠지. 뭘 빤한 소리를 하고 있어?”
……확실히 틀린 말은 아니다.
다만 저런 말을 꺼내는 쪽이 사무현이라는 것이 믿기 힘들 뿐이다.
“……괜찮은 거냐? 넌 본래 위험이라는 것을 극도로 꺼려 하지 않았느냐?”
“그건 그렇게까지 해서 얻는 게 없을 때의 이야기고.”
천마의 물음에 사무현이 고개를 저으며 일축한다.
“지금은 아니야.”
“…….”
“나도 지금까지 보고 배운 게 있어. 강호에서는 내가 가진 것들을 지키려면 별수 없이 목숨을 걸어야 한다는 걸.”
이전과는 다른 각오가 느껴지는 사무현의 음성에, 이윽고 천마의 한쪽 입꼬리가 슬며시 말려 올라간다.
“……뭐, 좋다. 네가 그런 각오라면…….”
“…….”
“하기야, 본좌의 전승자가 한낱 장강의 수적 따위를 두려워해선 안 될 일이지.”
쓰윽.
“……저쪽이다.”
사무현이 향하던 북쪽 방향이 아닌, 북동쪽 방향으로 검지를 펼치며 천마가 말을 잇는다.
“저 방향에 그 수룡왕인지 뭔지 하는 놈이 있다. 다른 곳에서 힘 뺄 것 없이, 곧장 저리로 가면 된다.”
“뭐야, 처음부터 알고 있었어?”
“뭐, 아무리 제약이 따르는 상황이라고는 하나, 본좌의 감각을 피할 수는 없는 일이지.”
사무현의 말에 언제나처럼 거만하게 팔짱을 끼며 턱을 치켜드는 천마.
그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던 사무현이 옅은 미소를 머금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확실히…… 만만한 놈은 아닌가 보네.’
잘못된 방향으로 가는 것을 의도적으로 내버려 두었을 정도면, 적어도 사무현에게 했던 경고가 말뿐이었던 것은 아닌 모양이다.
지금껏 천마가 사무현의 전투에서 위기를 경고했던 것은 두 번.
마교의 화상장로와 맞붙었을 때와 암천막의 동천이라는 녀석과 맞붙었을 때뿐이다.
‘……목숨을 걸어야 한다라.’
자신 있게 말하긴 했지만, 되뇔수록 손발 끝이 저려 오고 가슴이 갑갑해지는 중압감을 완전히 부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그래도 하는 수밖에 없다.’
사파와 사파의 부딪침이다.
남경 전체를 쑥대밭으로 만들고도 무사히 돌아가게 내버려 둔다면, 두 번째 침략이 없을 것이라 장담할 수 없다.
아니, 오히려 죽은 수하들의 복수를 한다는 명분으로 반드시 다시 남경 땅을 밟으려 들겠지.
불필요한 희생을 두 번이나 겪을 바에는 차라리 여기서 결판을 내는 것이 옳다.
그렇게 마음을 다잡은 사무현이 막 북동쪽으로 방향을 틀던 그때.
촤좌좍!
“이, 이 애는 안 됩…… 아아악!”
“흐흐흐, 비키라면 비킬 것이지 어딜 고집을 부리느냐!”
“사, 살려 주십시오! 살려……!”
“……이 빌어먹을 새끼들이?”
자신의 아래에서 벌어지는 학살의 현장이 사무현의 눈에 들어왔다.
쓰러져 피를 흘리고 있는 아비와 아이를 감싸 안고 애원하는 여인.
그리고 그녀를 향해 큰 칼을 치켜들고 있는 검은 옷의 수적 하나!
그 모습을 본 순간 눈이 돌아버린 사무현이 그대로 아래쪽으로 뛰쳐 내려간다.
“자, 잠깐! 어딜 가느냐! 괜한 힘 빼지……!”
파바밧!
부웅!
분노한 사무현의 귓가에 천마의 음성은 이미 들리지 않는다.
거칠게 휘둘러진 천마도를 타고 뻗어 나간 도기가, 저 아래에 서 있는 수적의 목을 향해 날아들었다.
***
“제, 제발 이 애는 살려 주십시오, 제발…….”
“흐흣, 염려 마라. 네 애는 혈강채로 데려가 내 발을 닦는 종으로 써 줄 생각이니!”
“아, 안 돼……! 아아악!”
스걱!
……털썩.
자신을 향해 떨어지는 수적의 큰 칼을 바라보며 두 눈을 질끈 감는 여인.
그러나 잠시 후, 이해할 수 없는 소리가 들려오자 아이를 끌어안고 있던 여인이 슬그머니 실눈을 뜨고 주위를 둘러본다.
“……아?”
목이 잘려 쓰러진 수적의 모습에 여인이 멍하니 눈을 끔뻑인다.
그리고 잠시 후, 그녀의 뒤쪽에서 누군가의 음성이 들려온다.
“괜찮나요?”
“예, 예?”
당황한 여인이 고개를 돌리자, 딱딱하게 굳은 사내의 얼굴이 그녀의 눈에 들어온다.
“누…… 누구신지…….”
“……사천방주입니다.”
“아……!”
다행히 사천방의 이름은 알고 있었는지, 여인의 눈에서 눈물이 왈칵 쏟아지며 안도의 미소가 머금어진다.
“가, 감사합니다! 정말…… 정말 감사합니다!”
‘……감사?’
여인의 인사에 사무현이 천천히 주위를 둘러본다.
남편으로 보이는 사내는 눈앞에서 목숨을 잃었고, 집은 풍비박산이 나 있다.
예닐곱 정도 되어 보이는 여자아이는 양손으로 자신의 입을 틀어막고 어미의 품에서 혼절해 있다.
이런 상황을 어찌 눈물까지 흘리며 감사할 수 있다는 말인가?
‘아아악!’
‘꺄아아악!’
‘흐아앙! 어엄마아! 흐아아앙!’
……꽈악.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사람들의 비명 소리와 아이들의 울음소리.
천마도를 쥐고 있는 사무현의 손아귀에 저절로 힘이 들어간다.
‘짐승만도 못한 것들이……!’
온몸을 부들부들 떨며 사무현이 분노를 집어삼키고 있던 그때.
파바바바밧!
타다다닷.
“혀, 형님!”
“……이, 이런! 썩을 새끼들이!”
어느새 사무현의 뒤를 따라 도착한 사천방도들도 곳곳에서 들려오는 비명 소리를 듣고 분노를 금치 못한다.
그리고 그런 그들을 향해 사무현이 목소리를 높인다.
“사천방!”
“예!”
“지금부터 눈에 보이는 수적 새끼들을, 모조리 쓸어 버려!”
“존명!”
쾅!
모두를 향해 소리친 사무현이 자리를 박차고 전장 한복판으로 몸을 날린다.
그리고 그 뒤를 따라 마찬가지로 무기를 빼어 든 사천방도들이 전투에 가담한다.
“죽어라!”
“빌어먹을 새끼들아!”
콰과과광!
촤아악!
스걱!
“아아악!”
“저, 적이다!”
사천방도들의 것으로 생각되는 분노에 찬 외침과 수적들의 것으로 생각되는 비명 소리들.
아이를 안고 있는 여인은, 한동안 멍하니 앉아 저들이 사라진 방향을 응시하고 있었다.
***
저벅저벅.
쿠구구궁. 쿵.
“……음?”
한쪽 어깨에 관을 메고 발걸음을 옮기던 수룡왕의 미간이 찌푸려지더니, 돌연 남서쪽 방향으로 고개를 돌린다.
그러자 그의 뒤를 따르고 있던 사독채주가 의아한 얼굴로 질문을 던진다.
“어찌 그러십니까? 왕이시어.”
“……이곳 남경에, 삼존 사무제 중 누군가가 들어와 있다는 정보가 있었느냐?”
“없었습니다. 이곳에 오면서도 전보를 통해 남경의 소식을 확인했지만, 그런 내용의 보고는 들은 바가 없습니다.”
“……그래?”
어쩐지 묘하게 떨떠름한 얼굴을 하고 있던 수룡왕이, 이윽고 강변 쪽으로 다시 발걸음을 옮기며 말을 잇는다.
“사독채주는 들으라.”
“예, 왕이시어.”
“각 채의 채주들에게 내 명을 전달하라. 남경의 쥐새끼들이 개입을 시작한 것 같으니, 남동쪽을 먼저 처리하라고.”
“명 받들겠습니다.”
파밧!
짧게 고개를 숙여 보인 사독채주가 물러나자, 어느새 관심을 지운 수룡왕이 저 멀리 보이는 수룡채로 발걸음을 옮긴다.
삼존 사무제가 이곳에 있는 것이 아니라면 남경의 운명은 바뀌지 않는다.
‘아니…… 설령 삼존 사무제 중 누군가가 이곳에 있다 해도……!’
콰드드득.
자신도 모르게 손아귀에 힘이 들어가자, 수룡왕이 잡고 있던 관 뚜껑의 일부가 모래처럼 바스러졌다.
***
파바바밧!
파파밧!
타다다닷!
“허억! 허억!”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른다.
흑룡문의 무사 위량은 금방이라도 터질 것 같은 가슴을 부여잡고 죽을힘을 다해 사문회 쪽으로 내달리고 있었다.
‘미, 미치겠네, 진짜!
당장이라도 쓰러질 듯 시야가 어지럽게 돌고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쉬거나 속도를 줄일 수는 없다.
그의 안내를 받아야 하는 살암과 적사가 아까부터 의도적으로 그의 속도에 맞춰 경공을 펼치고 있었기 때문이다.
여기서 그가 늦장을 부린다면 그만큼 저들이 살릴 수 있는 동료의 수가 줄어드는 결과를 가져온다.
‘그런 일은 있어선 안 돼!’
한 명의 힘으로 흑룡문을 쑥대밭으로 만든 괴물 같은 존재들이, 아직도 셋이나 더 남경을 휘젓고 다니고 있다.
한 명이라도 더 살려도 모자랄 판에, 자신의 부족함 때문에 도리어 더 많은 이들을 죽게 만들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제엔자앙! 잘못돼도 뒈지기밖에 더하겠냐!’
자꾸만 흘러나오려는 침을 닦아 내며 죽을힘을 다하던 그때, 그의 옆에서 달리던 살암이 무심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더 빨리 뛸 수 있겠나?”
“커헉! 허억! 에…… 예?”
“……무리인 모양이군.”
제대로 대답도 하지 못하고 숨을 헐떡이는 위량을 흘깃 바라보던 살암이, 정확히 사문회 방향으로 검지를 치켜든다.
“저 방향으로 약 오십여 장 거리…… 맞나?”
“허억! 허억! 아…… 아마도…….”
“맞군. 그럼 먼저 가도록 하지.”
“예……?”
콰과과과!
말을 마친 살암이 그대로 속도를 높여 앞으로 사라져 버리자, 고개를 한번 가로 저은 적사가 위량을 향해 짧게 설명을 덧붙인다.
“아마도 사문회가 공격을 받는 중인 모양입니다.”
“……아!”
“저도 먼저 가지요.”
파바바밧!
적사라는 여인도 순식간에 속도를 높여 살암의 뒤를 따르자, 위량의 얼굴에도 서서히 독기가 차오른다.
‘……나도 늦을 수 없다!’
다른 이들도 아니고, 사문회는 모두가 흑룡문에 등을 돌렸을 때도 끝까지 그들과 함께했던 전우다.
비록 전투에 큰 도움은 못 되겠지만 그렇다고 그 혼자 한가로이 뒤처질 수는 없는 노릇.
그의 얼굴은 점점 창백해져 가고 있었지만, 그의 발은 도리어 점점 더 속도를 높이고 있었다.
***
부웅!
촤좌좌좌좍!
“크아아악!”
“아악!”
풀썩.
털썩.
“……쯧.”
일도를 휘둘러 두 명의 사문회 무사들을 베어낸 흑신무가 무심한 얼굴로 주위를 빙 둘러본다.
그의 도기(刀氣)가 만들어낸 굵직하면서도 예리한 도흔이 장내 곳곳에 거미줄처럼 가득하다.
그리고 사방 곳곳에 널브러져 있는 수십 구의 시신들.
하지만 그럼에도, 아직 완전히 전멸을 시키진 못했는지 여전히 건물 곳곳에서 인기척이 느껴진다.
“……귀찮은 놈들이군.”
그의 도격을 막아낼 만한 놈은 단 한 명도 존재하지 않았다.
그런 것들이 저렇게 뿔뿔이 흩어져 숨고, 도망치며 그의 체력을 야금야금 빼먹고 시간만 끌고 있다.
하필이면 골라도 저런 벌레 같은 것들을 골랐다는 사실에 짜증을 느끼며, 흑신무가 가장 가까운 건물 쪽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저벅.
샤샤샤샥!
흑신무가 한 걸음을 떼어 내기 무섭게, 건물 지붕 쪽에서 다섯 개의 화살이 그를 향해 날아든다.
그와 함께 안쪽에서 커다란 창 한 자루가 그를 향해 쏘아져 날아들었다.
부웅.
스거걱.
흑신무의 일도가 만들어 낸 도풍이 전방의 화살들과 날아드는 창을 깔끔하게 잘라내 버린다.
그의 도풍에 맞지 않은 두 발의 화살은 흑신무과 조금 떨어진 맨땅에 박혀 버렸다.
퍼벅!
“……지긋지긋한 놈들.”
계속해서 이런 같잖은 수단만 쓰는 저들에게 환멸을 느끼며, 흑신무가 막 한 걸음을 더 떼어 내려는 순간이었다.
타닷.
“……누구냐.”
이미 그가 전멸시킨 입구 쪽에서 들려온 인기척에 흑신무가 짜증 섞인 얼굴로 고개를 돌리던 그때.
“……!”
스걱.
촤아아아악!
아슬아슬한 순간, 몸을 비튼 그의 한쪽 어깨를 예리한 검기가 스치고 지나간다.
“……큭!”
타닷.
반사적으로 거리를 벌리며 흑신무가 침음성을 흘린다.
조금도 느끼지 못했다.
눈앞에서 번쩍인 섬광에 본능대로 몸을 비틀었을 뿐.
만약 조금만 대처가 늦었다면 십중팔구 이 공격으로 그의 오른팔이 날아갔을 것이다.
“……생각보다 얕았군. 팔 하나 정도는 못쓰게 만들고 시작 하려 했는데.”
말하는 것과는 달리 그다지 아쉽지 않은 표정으로 흑신무를 향해 다가오는 사내.
싸늘하게 표정을 굳힌 채 그를 바라보던 흑신무가 이윽고 살기 어린 음성으로 입을 열었다.
“설마…… 네놈이 사천방주냐?”
“사천방주라……. 어떻게 갑자기 그런 생각을 했지?”
“어렵지 않은 추측이지. 남경에 진작 너만 한 녀석이 있었다면, 적어채주 혼자 이곳을 잡고 있지는 못했을 테니까.”
“……오호라.”
흑신무의 말에 사내. 살암의 입가에 어쩐지 기묘한 미소가 머금어진다.
“소문이 자자한 장강수로채의 사신무답게, 제법 보는 눈은 있는 것 같다만…….”
“…….”
“잘못 짚었다.”
“……뭐라?”
쓱.
“굳이 따지자면…… 그래, 사천방의 사신무 같은 존재라고 봐야겠지.”
“……사천방주가 아니다?”
어느새 사방을 자욱하게 지배할 정도의 살기를 풍기는 살암을 향해 흑신무가 미간을 찌푸린다.
“너 정도쯤 되는 녀석이?”
“뭐, 영광으로 알거라.”
스팟!
말을 이어가던 살암의 신형이, 돌연 자리를 박차고 순식간에 흑신무의 코앞으로 접근한다.
“천한 수적 따위가, 대암천막주와 검을 섞을 수 있다는 것을 말이다!”
“……이놈!”
콰과과광!
살암의 검강과 흑신무의 도강이 거칠게 맞부딪치며 장내에 충격파가 울려 퍼졌다.
천마가 보여
지은이 : 보용도
발행인 : 손병태
발행처 : ㈜알에스미디어
주소 : 경기도 부천시 부천로 198번길 18 춘의테크노파크 2차 201동 503호
전화 : 032-651-8576
E-mail : [email protected]
ISBN : 979-11-6602-6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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