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ousand years old Heavenly Demon RAW novel - Chapter 232
232화
촤아아악!
풀썩. 털썩.
붉은 피를 흩뿌리며 두 명의 무사가 바닥에 쓰러진다.
어느새 여기저기 뚫려 버린 포위망을 둘러보며, 무사들의 목을 베어 낸 사내가 짧게 혀를 찬다.
“쯔쯧……. 뭐야, 나름대로 큰 문파인 줄 알고 기대했는데, 고작 이 정도 전력인 건가?”
“이…… 이런 말도 안 되는……!”
위평문주는 눈앞에 펼쳐진 상황을 보며 경악을 금할 수 없었다.
여덟 자 정도 되어 보이는 창 한 자루를 두 손으로 꼬나 쥐고 있는 사내의 모습.
그런 그의 앞에는 수십에 이르는 위평문의 무사들이 힘 한번 쓰지 못하고 싸늘한 주검이 되어 있었다.
“어찌…… 어찌 이런 일이……!”
아무리 개문식에서 사천방주에게 눌린 후 기세가 죽었다고는 하나, 흑룡문을 제외하면 남경 제일 세력에 가장 가까웠던 위평문이다.
아니, 솔직히 말해 적어채주가 두려워 일전을 벌이지 못했던 것이지 흑룡문과 정면으로 맞붙는다면 결코 밀리지 않을 것이라 자부하고 있었다.
한데…….
퍼버버벅 퍽!
몇 번의 섬광이 번쩍이는가 싶더니, 엉거주춤한 자세로 그의 앞을 막고 있던 위평문 무사 셋이 가슴과 복부에 구멍이 뚫려 그대로 바닥에 쓰러진다.
털썩.
풀썩.
“문주라는 것이 언제까지 거기 숨어 있을 생각이냐?”
미소를 머금으며 자신의 창을 한 바퀴 빙글 돌린 사내가, 그를 향해 창끝을 겨누며 말을 잇는다.
“벌벌 떨고 있지 말고 이리 와라. 장강수로채의 청신무가 상대라면 그리 억울한 죽음은 아닐 테니.”
“처…… 청신무……!”
장강수로채의 사신무 중 하나이자, 수로채에 몸을 담기 전까지는 강서창귀(江西槍鬼)라 불리던 괴물!
강서지역을 창 하나로 위진시켰다는 괴물이 자신의 눈앞에 있는 저 사내였다니!
만약 그에 관한 소문의 오 할만 진실이라고 하더라도 지금 그들에게 승산은 없다.
그렇게 도주를 마음먹은 위평문주가 다급히 등을 돌리려는 순간!
촤아악!
털썩.
“크아아아악! 아아악!”
“이런…… 수하들이 이렇게나 목숨을 바쳤는데, 우두머리라는 작자가 등을 보인다고?”
뒤에서 날아든 창기(槍氣)에 의해 허무하게 오른팔을 잃어버린 위평문주를 혐오스럽다는 듯 바라보는 청신무.
팔이 잘려 나간 부위를 붙잡으며 고개를 돌리는 위평문주의 얼굴에는 공포와 절망만이 가득하다.
“이런 것도 문주라는 이름을 달고 있는 것이 우습군.”
“이이…… 으아아아!”
분노가 공포를 이긴 것일까?
하나뿐인 왼손으로 검을 쥐고, 돌연 불나방처럼 청신무를 향해 달려드는 위평문주.
그 모습을 지켜보며 청신무가 자신의 아랫입술을 훑어 낸다.
“그래…… 최소한 그런 오기는 있어야지.”
쐐애액!
퍼버버벅!
“……!”
순식간에 가슴과 복부, 두 다리에 커다란 구멍이 뚫린 위평문주가 경악 어린 두 눈을 부릅뜬다.
그 순간, 위평문주의 안면을 청신무의 창끝이 꿰뚫는다.
퍼벅!
“오섬살신격(五閃殺神擊).”
“…….”
“……너 같은 벌레의 저승길 선물치고는 과한 초식이지.”
속삭이는 듯한 청신무의 음성.
하지만 이미 숨이 끊어진 위평문주의 신형은 허물어지듯 바닥에 쓰러지고 있었다.
……털썩.
“무, 문주님!”
“문주님이……!”
아무리 앞으로 나서지 않고 있었다고 해도 우두머리의 존재는 무시할 수 없다.
이전까지도 사실상 승산을 찾아보기 힘든 상황이었지만, 그나마 그들의 마지막 정신적 지주였던 위평문주가 쓰러지자 무사들은 빠른 속도로 전의를 잃어버렸다.
“자…… 이제 너희 차례구나.”
“아아……!”
“도, 도망쳐!”
파바밧!
살아남은 무사는 고작 여덟.
그마저도 뿔뿔이 흩어져 도망치는 위평문의 무사들을 향해 청신무가 비릿한 조소를 머금는다.
“무의미한 짓을.”
스르륵.
창기를 머금은 청신무 창이, 허공에서 부드러운 곡선을 드리며 저들을 향해 휘둘러지려는 순간이었다.
쐐액!
콰과광!
난데없이 허공을 격하고 날아든 한줄기의 검기가 청신무의 창과 맞부딪치며 그의 공격을 멈춰 세웠다
“쯧, 그냥 조금 더 지켜보고 있을 것이지.”
갑작스레 허공에서 날아든 검기에도 전혀 당황하지 않은 청신무가, 창을 거두어들이며 장원 한쪽으로 고개를 돌린다.
“끼어들 것이면 진작 끼어들었어야지…… 왜 이제 와서 승산도 없는데 끼어드는 거지? 비천한 것들의 생각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군.”
“누가 승산이 없다고 했지?”
청신무의 물음에 느긋하게 대답하며 담벼락 위쪽에서 몸을 날리는 한 명의 사내.
그런 그의 뒤를 따라, 함께 담벼락 위에 서 있던 두 명의 사내들이 호위하듯 그의 옆으로 내려앉는다.
탓.
타닷.
“이이제이(以夷制夷)라…… 갚아 줘야 할 빚이 있던 놈과 적이 싸우고 있으니, 결판이 나길 기다린 것뿐인데 말이야.”
사실이었다.
흑룡문 무사의 안내를 받아 귀창문으로 향하던 중, 난데없는 전투 음을 듣고 방향을 틀었는데 그곳이 다름 아닌 이곳 위평문이었다.
위평문주는 개문식 때부터 벼르고 있던 녀석이라, 곧바로 돕기보다 상황을 조금 지켜보고 있었을 뿐이다.
“흐음…… 그래?”
“그리고 한 가지 더.”
스릉.
어느새 허리춤의 검을 뽑아 들며 사내. 적월이 새하얀 이를 드러내며 웃는다.
“적어도 내가 수적의 입에서 비천하다는 말을 들을 정도는 아니란 말이지. 이래 봬도 한때는 사파의 희망이라 불렸던 몸인데 말이야.”
“사파의 희망이라고?”
“하남혈귀 적월.”
“…….”
“사 년 전, 무당의 도월검을 꺾었다는 사파의 기재가 바로 이 몸이시지.”
“……아하.”
적월의 이름을 들어 본 적이 있었는지 청신무의 입꼬리가 미묘하게 씰룩인다.
“그래, 확실히 들어 본 적은 있구나. 무당의 어중이떠중이 하나를 쓰러뜨렸다고 기고만장한다는 애송이의 이름이었지.”
“……이제 곧 소문의 대상이 바뀔 거다. 무당의 어중이떠중이가 아니라, 장강수로채의 사신무 중 하나로 말이야.”
쓰윽.
쓱.
그 말과 함께 적월이 상대에게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자, 그의 양옆에 선 나혼수와 만패도 기다렸다는 듯 자세를 낮춘다.
이에 청신무가 어처구니없다는 듯 적월에게 창끝을 겨누며 묻는다.
“그런 말을 지껄이려면, 적어도 혼자 덤비는 시늉 정도는 해야 하는 거 아닌가?”
“수적씩이나 돼서 정파 같은 소리나 지껄이기는. 목숨을 건 전투에선 어떻게든 살아남는 쪽이 승자 아닌가?”
“큭……. 그래, 틀린 말은 아니구나.”
스스스스.
실소하는 청신무를 중심으로 스산한 살기가 풍기기 시작한다.
“중요한 건 살아남는 거지!”
스팟!
콰구구구.
청신무의 단창이 앞으로 뻗어지자 거대한 돌풍이 적월을 향해 쇄도한다.
그 순간 적월의 검에서 넉 자에 이르는 검강이 머금어지더니, 열십자로 날아드는 돌풍을 갈라냈다.
스거걱.
콰구구구.
갈라진 돌풍의 일부가 나혼수와 만패에게로 날아들자, 나혼수는 호조에 깃든 조강으로, 만패는 권강으로 각각 돌풍을 분쇄하고 갈라 낸다.
그와 함께, 적월의 신형이 유성처럼 청신무에게 쏘아져 날아간다.
파밧!
쩌저저정!
쾅!
쩌저정!
“흠……!”
창날 끝에 머금어진 창강으로 적월의 검강을 받아 내는 청신무.
상대의 검격에서 느껴지는 무게감이 생각 이상이었는지 그의 미간 사이가 좁아진다.
“이거…… 생각보다 검의 무게감이 제법이구나.”
“크읍…… 너도 매일 나처럼 살면 이렇게 될 수밖에 없을 거다……!”
어금니를 아득 갈며 상대의 창을 밀어붙이고 있었지만 적월의 얼굴은 보기 좋게 일그러져 있었다.
언뜻 말장난 같은 대화를 주고받고 있었지만, 첫 합에 승기를 가져오기 위해 나름대로 은밀히 준비했던 일격이었다.
그의 전력을 다한 일검을, 상대는 저 긴 창으로 너무도 여유롭게 받아 내고 있었다.
‘이 정도 근거리에서도 상대가 우위에 있다면……!’
거리를 두고 싸운다면 필패다!
심지어 나혼수, 만패는 자신보다도 더 좁은 거리에서 싸워야 하는 이들!
어떻게든 전투의 초반부에 승기를 굳혀야 한다는 생각에 적월이 모든 내력을 끌어 올려 청신무와의 대치를 이어 간다.
그리고 그 순간.
파밧!
탓!
적월이 상대를 붙잡아 둔 틈새를 놓치지 않은 만패와 나혼수가 양측에서 청신무를 노리고 달려든다.
이에 적월이 새하얀 이를 드러내며 미소를 머금자, 청신무의 한쪽 입꼬리가 기묘하게 말려 올라간다.
“……이래서 애송이들이란.”
“……!”
스륵.
상대의 한 마디에 무언가 알 수 없는 서늘함이 적월의 등골을 스쳐 지나가고, 돌연 창끝을 돌려 적월의 검을 흘려 버린 청신무가 적월의 복부에 일각을 꽂아 넣었다.
쩡!
“큽……!”
한순간 그를 포위한 모두와 적절한 거리가 벌려지자, 청신무의 창이 맹렬히 회전하며 그의 몸을 감싸 안는다.
붕붕붕부웅.
회전하는 창 놀림에 따라 거대한 돌풍이 형성되어 청신무의 몸을 감싸 안는다.
그리고 곧이어, 돌풍을 꿰뚫고 십여 다발의 섬광이 적월과 만패, 나혼수를 향해 쏘아져 날아든다.
“……!”
콰과과과과!
촤악!
쩌정!
쾅!
“크읍……!”
“윽!”
“큽……!”
촤지직!
촤악!
지이이익!
두 팔을 교차하여 가로막은 만패와, 호조에 머금은 조강으로 공격을 튕겨 낸 나혼수.
그리고 검면으로 공격을 가로막은 적월까지 모두 다 이 장 정도 뒤쪽으로 밀려나 있다.
특히나 정면에 서 있던 적월의 경우 양어깨와 무복에는 거칠게 찢겨 나간 듯한 흔적이 만들어져 있었다.
욱신욱신.
“……큭!”
검을 쥐고 있는 손아귀와 손목이 시큰하게 저려올 정도다.
지금 건 단순한 찌르기가 아니다.
전사경의 묘리를 싣고 있었는지 하마터면 검을 놓치고 그대로 몸의 중심부를 내어 줄 뻔했다.
‘그런 공격을 한 호흡에 몇 차례씩이나……!’
나혼수와 만패의 얼굴에도 경악의 빛이 역력하다.
어찌어찌 받아 내기는 했지만 그들 셋의 협공이 이토록 허무하게 무력화될 것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심지어…….
“이런…… 외공을 익히고 있었느냐?”
“……!”
“적어도 두 팔 정도는 으스러뜨려 버릴 계산이었는데…… 이거, 손속에 너무 여유를 두었던 모양이구나.”
히죽 웃어 보이며 부드럽게 창을 회전시켜 보이는 청신무.
그 모습을 지켜보는 적월과 만패, 나혼수가 동시에 마른침을 꿀꺽 삼킨다.
‘우리 셋 다, 그 기괴한 신공을 익히지 않았더라면…….’
사흘 만에 고통을 이기지 못하고 포기했던 신공.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그들의 육체는 놀라울 정도로 강해졌다.
어지간한 도검에도 상처 하나 나지 않았고 육체의 회복력 또한 놀라울 정도로 상승하게 되었으니까.
만약 그들이 이 신공을 익히지 않았다면 지금의 공격으로 십중팔구 심각한 부상을 입었을 것이다.
“……집중해라, 만패, 나혼수.”
이마에 흐르는 식은땀을 느끼며 적월이 낮은 음성으로 경고한다.
“상대는 강하다.
“예, 형님.”
“……예!”
적월의 경고에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전의를 불태우는 나혼수와 만패.
그렇게, 남경의 한쪽에서 또 하나의 싸움이 시작되고 있었다.
***
쩌저정!
쾅!
“크헉!”
“크아아아!”
휘리리리릭 쿵!
촤지지지직.
널찍한 장원.
긴 머리를 휘날리는 사내가 양손을 좌우로 뻗은 채 주위를 둘러보고 있고, 그의 공격에 당한 막휘와 손익패가 각각 석 장 가까이 나가떨어져 침음성을 흘리고 있었다.
“비, 빌어먹을……! 내가 체술에서 밀리다니.”
“크르륵……! 크르르르……!”
상대의 일장이 꼽혔던 복부를 매만지며 미간을 찌푸리는 막휘와,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하고 거칠게 호흡하는 손익패의 모습.
진작부터 천수신공을 활용하고 있었는지 그의 두 눈은 붉게 물들어 있었지만, 지친 기색이 역력한 그들과는 달리 장내의 중심에 서 있는 사내의 호흡은 편안하기 그지없었다.
“……쯧, 귀찮은 놈들이구나.”
폭혈수귀(爆血手鬼) 주악(住惡).
장강수로채의 사신무 중 하나인, 적신무라는 이름으로 불리기 전까지 그가 강호에서 불리던 이름이었다.
별호만으로 알 수 있듯, 사람의 육체를 어렵지 않게 폭사시켜 버리는 그의 폭혈귀혼장(爆血鬼魂掌)은 공포의 대명사로 알려져 있었다.
한데…….
“내 폭혈귀혼장을 버티는 육체라니…….”
이것이 문제다.
아무리 호신기를 두른다고 해도 최소한 지독한 내상에 움직일 수 없어야 정상인데, 대체 무슨 외공을 익힌 것인지 그의 장법을 정통으로 맞고도 버티고 서 있다.
거기다가 두 놈 모두 상당한 체술을 익힌 놈들이라 한 번의 공격을 성공시키는 데에도 상당한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한 놈은 흡사 짐승…… 한 놈은 흡사 소림…….’
한 놈은 고양잇과 맹수들이나 보여줄 법한 기상천외한 몸놀림으로 의외성을 만들어 내고, 한 녀석은 흔들리지 않는 바위처럼 정공법으로 그를 공격해 옥죄여 온다.
따로따로 상대한다면 그리 어렵지 않을 상대인데, 저 두 놈이 마치 한 몸이라도 된 것처럼 협공을 맞춰 오니 그라도 모든 긴장을 끌어 올리지 않을 수 없다.
‘……그나마 잔챙이들을 모두 처리했으니 망정이지.’
섬조문이라고 했던가?
문주를 포함해서 달려드는 이곳의 무사들을 모두 처리하는 데는 일각밖에 걸리지 않았다.
하지만 만약 그놈들이 살아 있었을 때 저것들까지 합세했다면, 자칫 이곳이 그의 무덤이 되었을지 모른다는 생각을 떨치기 힘들다.
까드득.
“……애송이 놈들이!”
고작 이립도 되어 보이지 않는 어린 것들에게 이렇게 고전하고 있다는 것은 그의 자존심이 허락지 않는다.
다시 한번 기세를 끌어 올린 적신무가 순식간에 한쪽에 서 있는 막휘에게로 달려든다.
천마가 보여
지은이 : 보용도
발행인 : 손병태
발행처 : ㈜알에스미디어
주소 : 경기도 부천시 부천로 198번길 18 춘의테크노파크 2차 201동 50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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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6602-6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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