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ousand years old Heavenly Demon RAW novel - Chapter 233
233화
“죽어라!”
스르륵.
적신무가 무시무시한 기세로 일장을 뻗어 오자, 앞으로 나온 막휘의 왼손이 그의 공격을 흘리기 위해 움직인다.
그 순간 허공에서 부드러운 곡선을 그리며 궤도를 바꾼 적신무가, 막휘의 안면으로 기어이 일장을 꽂아 넣는다.
쩌정!
“큭……!”
상대의 일수가 그의 안면에 박히려는 아슬아슬한 순간, 오른손으로 상대의 공격을 가로막은 막휘가 휘청이며 뒤로 물러난다.
조금만 반응이 늦었다면 지금 일격으로 승부가 갈려 버렸을 것이다.
“칫!”
자신의 공격이 가로막히자 짧게 혀를 찬 적신무가 그대로 막휘의 무릎을 밟고 도약해 막휘의 턱에 일각을 꽂아 넣는다.
쾅!
“크헉!”
생각지도 못한 충격을 받은 막휘의 상체가 뒤로 젖혀지고, 적신무가 재차 막휘에게 일장을 뻗으려는 순간이었다.
“죽……!”
막 한쪽 팔을 내뻗으려던 순간, 알 수 없는 위기감을 느낀 적신무가 황급히 공격을 멈추며 몸을 비틀었다.
촤아아악!
적신무의 옆구리 무복 일부가 찢어지며, 날카로운 수기를 머금은 손익패의 일수가 그를 스치고 지나간다.
“이……!”
한순간이지만 치명상을 당할 뻔했다는 사실에 분노한 적신무가 반대편 손으로 일장을 뻗어 손익패의 등을 후려친다.
쩌엉!
휘리릭!
터덧.
“크르르르……!”
“빌어먹을, 멀쩡하다고?”
보통이라면 내장이 흔들리는 듯한 충격을 받으며 피를 토하고 있어야 할 놈이, 등짝이 조금 따갑다는 듯 잔뜩 인상을 쓰며 그를 노려보고 있다.
어느덧 바닥에 안착한 적신무를 향해 손익패와 막휘가 당장이라도 달려들 듯이 자세를 낮추고 있다.
꽈악.
“……오냐, 어디 한번 해 보자, 이 버러지 같은 놈들!”
쾅!
“이야아아!”
“크아아아!”
서로를 향해 분노를 표출하며 달려드는 적신무와 막휘, 손익패.
모두가 전멸한 섬조문의 장내에서 이들의 혈전이 이어지고 있었다.
***
부웅!
쾅!
……풀썩.
“버러지 같은 놈들!”
권강이 머금어진 거권(巨拳)으로 수적 하나의 머리를 박살 낸 마우평이 두 눈을 부릅뜨며 주위를 둘러본다.
민가 하나를 약탈하던 수적 다섯이, 거대한 마우평을 향해 작살을 쏘아 낸다.
쇄쇄쇅! 쐐액!
투두둥 퉁!
“쯧, 간지럽게!”
스팟!
가볍게 몸 위를 두른 호신기만으로 작살을 모조리 튕겨 낸 마우평이 쏜살같이 움직여 수적 둘의 머리를 주먹으로 내려친다.
부웅!
쾅!
쩡!
“……!”
풀썩. 털썩.
“감히 사천방의 터전인 남경을 짓밟았으니, 누구도 살아 돌아가지 못하리라!”
“괴…… 괴물 같은 놈……!”
어떻게 된 육체인지 날붙이가 도통 통하질 않는다.
거대한 육체에 어울리지 않게 민첩하면서도, 단 일격으로 사람의 머리를 어렵지 않게 분쇄하는 괴력을 드러낸다.
독기 하면 빠지지 않는 장강수로채의 수적들이라지만, 도저히 상대할 방법이 보이지 않는 괴물 앞에서는 당혹스러움을 감출 수 없었다.
“비…… 빌어먹을…….”
“아아악!”
“끄아아악!”
“수적 놈들을 모조리 쓸어 버려라!”
“와아아아!”
설상가상, 사방에서 울려 퍼지는 함성과 수로채 동료들의 비명 소리가 뒤섞여 울려 퍼진다.
이것만으로도 전황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는 명백하다.
수로채의 모든 병력이 집결해 있다면 밀릴 이유가 없겠지만, 약탈로 인해 뿔뿔이 흩어진 상태에서 저런 정예집단을 상대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렇게 전의를 잃은 그들을 향해 마우평이 위협적으로 다가가고 있던 그때.
콰과광!
“끄으윽……! 뭣들 하느냐! 이 한심한 놈들!”
“부, 부채주님!”
거대한 부월을 휘두르며 담벼락을 부수고 나타난 풍성한 수염의 사내.
한쪽 귀는 온데간데없고 얼굴의 일부는 화상 자국으로 흉하게 일그러졌으며 굵직한 칼자국이 새겨져있는 머리는 반쯤 벗겨져 있다.
사선(死線)을 수도 없이 넘어왔음을 온몸으로 보여 주고 있는 그의 한쪽 손에는, 뚜껑이 열린 술병 하나가 쥐어져 있었다.
“끄윽……. 고작 저런 것들 하나 처리 못 하고, 이런 한심한 놈들 같으니.”
저벅저벅.
그 말과 함께 부월을 어깨에 이고 건들건들 마우평에게 다가가는 사내.
자신보다 머리 하나 정도가 더 큰 마우평을 올려다보며 부채주라 불린 사내가 취기 어린 얼굴로 말을 꺼낸다.
“덩치만 믿고 까부는 것들, 내 손으로 여럿 보냈지. 내가 바로 망성역발산(望城逆拔山) 패월(敗鉞)이다!”
“……역발산?”
“크흣흣, 그런 살덩어리로만 키운 덩치로, 내 일백근(一百斤) 부월을 받을 수 있겠느냐!”
부웅.
그 말과 함께 부월을 휘둘러 마우평의 흉곽을 베어 오는 패월.
거대한 부월에 은은하게 어려 있는 월강(鉞罡)은 그가 부채주의 자리에 괜히 앉아 있는 것이 아님을 증명하는 듯하다.
무지막지한 기세로 날아든 그의 월강과, 권강이 머금어진 마우평의 주먹이 그대로 허공에서 맞부딪친다.
콰과과과광!
“큭……!”
그들의 격돌을 중심으로 퍼져 나온 충격파에 수적들이 미간을 찌푸리며 뒤로 물러난다.
그리고 잠시 후, 부월을 짓누르며 식은땀을 흘리고 있는 패월과 이를 막아 내며 미간을 찌푸리고 있는 마우평의 모습이 그들의 눈에 들어온다.
“끄이이익……!”
“……끄으으으!”
힘과 힘의 대결.
여태껏 단 한 번도 힘으로 밀리는 모습을 보인 적 없던 패월이 우위를 점하지 못하자, 지켜보던 수적들의 얼굴이 경악으로 물든다.
“어, 어떻게 저런……!”
“부채주님과 힘으로 맞서는 인간이 있다니……!”
패월은 혈강채의 부채주다.
수룡왕과 사신무를 제외한다면, 장강수로채 전체를 놓고도 서른 손가락에는 충분히 꼽힐 강자였다.
그런데 그런 그가, 사천방의 방주도 아닌 일개 방도 한 명과 호각을 이룬다는 것은 도저히 믿기 힘든 일이다.
‘사천방인지 뭔지, 대체 어떻게 되먹은 문파야?’
하지만 당황하는 것도 잠시.
어느새 슬그머니 자신의 무기를 꼬나 쥔 수적들이, 부채주를 돕기 위해 은밀히 몸을 움직이던 그때였다.
퍼벅! 퍽!
난데없이 수적들의 가슴을 두꺼운 삼지조(三指爪)가 비집고 나오더니, 잠시 후 두 명의 수적들이 그대로 바닥에 쓰러져 버렸다.
털썩.
풀썩.
“처…… 청사 형님?”
“……어디서 농땡이를 부리고 있나 했더니, 저런 걸 상대하고 있었나?”
“이…… 이런……!”
한눈에 보기에도 범상치 않은 기도를 가진 청사의 등장에 패월의 얼굴이 창백하게 질린다.
눈앞의 녀석을 제압하는 것도 쉽지 않을 상황인데 저 뒤에 녀석까지 합류하면 승부는 불 보듯 빤하다.
“……잡고 있어라.”
“예, 형님!”
청사의 등장에 기세가 살았는지 득의양양한 미소를 짓는 마우평.
이에 창백해진 얼굴의 패월이 다급히 반대편 손에 들고 있던 술병을 내던지고, 막 내력을 집중시키려는 순간.
콰과광!
조금 전 패월이 부수고 들어온 담벼락과 조금 떨어진 곳의 담이 무너지며, 태도를 어깨에 인 백발의 사내가 모습을 드러낸다.
저벅저벅.
“쯔쯧……. 매일같이 술이나 퍼마시더니 퇴물이 다 되었구나, 패월. 고작 저런 잔챙이들을 상대로 고전하고 있는 것이냐?”
“채…… 채주님!”
“……채주?”
사내의 등장에 두 눈을 가늘게 뜬 청사가 그에게로 방향을 틀며 경계를 갖춘다.
건들건들 걸어오는 모습에서도 몸을 움츠리게 만드는 위압적인 기도.
이것만으로도 상대가 결코 자신의 아래가 아님을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었다.
‘백발에 장강수로채의 채주…… 혈강채주인가!’
장강수로채의 상위 서열 중에도 악명이 높다고 알려진 혈강채.
그곳의 주인인 혈강채주는, 적발혈도(赤髮血刀)라는 별호로 불리는 유명한 괴물이었다.
전투가 끝나고 나면 백발이었던 머리가 검붉게 변한다고 하여 붙은 별호!
‘적어채주…… 아니, 그 이상인가?’
자신도 모르게 마른침을 삼키며 청사가 자세를 낮춘다.
살암조차도 목숨을 걸고 베어 냈던 상대가 적어채주다.
그와 비슷한 기도를 풍기는 저 괴물을 지금의 자신이 감당할 수 있을 리 만무하다.
청사의 그런 생각을 읽었을까?
느긋하게 그에게로 발걸음을 옮기던 혈강채주가, 돌연 자리를 박차고 순식간에 그의 앞으로 쇄도한다.
파밧!
“죽어라.”
쐐애액!
쩌저저정!
“크읍……!”
조강을 끌어 올린 삼지조를 겹쳐 도격을 가로막았지만, 일격으로 다리가 굽혀지고 손목까지 무게감이 전해진다.
미처 완벽하게 대비하지도 못한 상태에서 날아든 무거운 일도.
그럼에도 청사가 이를 버텨 낼 수 있었던 것은 이것과는 비교할 수도 없을 만큼 빠르고 무거운 일도를 몇십…… 아니, 몇백 번은 더 경험했던 까닭이었다.
“막아?”
자신의 도격이 가로막혔다는 사실이 불쾌했던지 혈강채주의 얼굴이 일그러진다.
“시건방진……!”
쩡! 쾅!
도신을 비틀어 청사의 균형을 무너뜨리고, 섬광같이 내뻗은 일각으로 그의 흉부를 걷어찬 혈강채주.
이번 일격으로 상대가 피를 토하며 나가떨어질 것을 의심치 않았지만, 의외로 되돌아온 것은 자신의 일각을 견뎌 낸 청사의 반격이었다.
퍼벅!
“크윽……!”
자신의 한쪽 다리에 꽂힌 상대의 삼지조.
이에 고통스러운 침음성을 흘린 혈강채주가 거칠게 도를 휘둘러 청사를 베어 내려 한다.
부웅.
타닷.
아슬아슬하게 도의 거리에서 벗어난 청사가 시큰거리는 손목을 풀어 보이며 한쪽 입꼬리를 말아 올린다.
“큭……. 이거 재밌군. 실력이 반드시 승부와 직결되지는 않는 법이라는 게 이런 걸 보고 하는 말인가?”
“이…… 이놈이……!”
“너 같은 괴물을 어떻게 상대해야 하나 걱정하고 있었는데…… 너한테는 안 된 일이지만, 우린 이렇게 마구잡이식 싸움에 워낙에 길들어져 있어서 말이다.”
말을 이어 가는 청사의 머릿속에, 하루하루가 지옥과도 같았던 사무현과의 훈련 장면이 스쳐 지나간다.
‘제에바알 머리를 써서 생각을 좀 하라고! 생각을! 삼지조의 장점이 뭐야? 도보다 짧지만, 일단 근거리로 붙으면 공격 방법이 무궁무진하다는 거 아니야! 그러니까 상대하고 어떻게 가까이 붙을지를 먼저 생각하라고! 먼저!’
‘그 정도는 나도 안다. 하지만 대체 어떻게 해야…….’
‘보법 수련을 기가 막히게 해서 네가 먼저 붙든지! 그것도 아니면 상대 공격을 막으면서 접근을 유도해야지! 상대가 이렇게 네 머리에 딱 도를 내려쳤어! 그럼 어떻게 막을 거야?’
‘그야…… 한 손으로 막고 한 손으로는 반격을…….’
‘그렇지! 그러면 네 한쪽 팔은 잘려 나가고 대가리는 쪼개지겠지! 생각이라곤 하나도 없는 멍청한 대답 잘 들었다!’
‘……아니, 그럼 뭐 어떻게 막으란 거냐?’
‘피하든지, 흘리든지! 둘 다 여의치 않으면 양손을 다 써서 막아야지, 그걸 질문이라고 하냐?’
‘하지만 두 팔이 봉인되면 그다음이…….’
‘너만 두 팔이 봉인됐냐? 상대 무기를 봉인하는 것만 성공하면 어차피 그다음은 체술의 싸움이야. 그런데 삼지조나 호조를 쓰는 놈이 칼을 든 놈한테 체술에서 밀린다? 그럴 거면 그거 쓰지 마!’
그때의 그 잔소리가 청사의 머리와 몸에 단단히 틀어박혔다.
귀에 피가 나도록 잔소리를 듣고, 또 비무를 행하며 이런 모든 상황을 수도 없이 겪고 또 겪어 봤으니까.
체술 자체만으로도 사천방 내에서 독보적인 사무현을 상대하기에는 무리가 있었지만, 매일같이 이어지는 대련을 거듭하며 그의 체술은 나날이 발전에 발전을 거듭했다.
“……안타깝게도 넌, 체술은 삼류인 모양이구나.”
“뭐, 뭐라? 삼류?”
“물론이지. 그게 아니고서야, 공격을 받은 내가 이렇게 말짱할 리 있나?”
“이…… 이 애송이 놈이! 감히 내가 누구인 줄 알고!”
청사의 도발에 온몸을 부들부들 떨던 사내가 자신의 태도에 다섯 자에 이르는 도강을 끌어 올리며 앞으로 한 걸음을 내디딘다.
저벅.
“이놈……! 고작 이정도 부상으로 승기를 잡을 수 있다 여기느냐!”
“적어도 처음보다는 할 만해진 게 확실하지.”
“큭……. 오냐, 어디 세 치 혀가 잘려 나가도 계속 떠들 수 있는지 보겠다, 이놈!”
쾅!
분노로 눈이 뒤집혀 자리를 박차고 달려드는 혈강채주.
한쪽 다리의 부상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한 움직임이었지만, 청사의 눈에는 확실히 보인다.
자신의 무게를 온전히 싣지 못해 현저히 느려진 그의 움직임이.
파밧!
쐐애액!
스걱!
“……!”
신법은 둔해졌지만, 그럼에도 도초만큼은 처음과 비교하기 힘들 정도로 빨라졌다.
눈으로 보고 대비해도 피해 내는 것이 고작!
당황하며 뒤쪽으로 물러나는 청사를 향해, 혈강채주가 비릿한 조소를 머금으며 입을 열었다.
“끝이다, 이놈.”
스팟!
쐐애애액!
놀랍게도 허공에서 도초를 비틀어 버린 혈강채주가 청사를 향해 십여 발의 도기를 전개한다.
“이런 말도 안……!”
쩌저저저정!
경악 어린 청사의 외침과 함께, 그의 신형이 폭발과 함께 자취를 감추어 버렸다.
***
쿠구궁.
“흐음……. 슬슬 여기저기서 제대로 된 놈들이 나오기 시작했나 보구나.”
저 멀리서 들려오는 은은한 폭음.
그것이 청사와 마우평 쪽의 전투임을 눈치챈 사무현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인다.
“어떻게든 되겠지.”
“글쎄……? 본좌가 보기에는 목숨을 걸어야 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만.”
사무현의 말에 고개를 반쯤 옆으로 기울이며 답하던 천마가, 이내 실소하며 사무현이 바라보는 곳으로 시선을 돌린다.
“하기야, 지금은 믿는 것 외에는 달리 도리가 없겠구나.”
“…….”
“이 상황을 앞에 두고 뒤로 돌아갈 수도 없으니 말이다.”
천마의 말에 대답 대신 천마도의 도강을 끌어 올리는 사무현.
어느덧 도심의 중심부까지 들어온 사무현의 주위로는, 백여 명은 훌쩍 넘어 보이는 수적들이 빙 둘러 그를 포위하고 있었다.
천마가 보여
지은이 : 보용도
발행인 : 손병태
발행처 : ㈜알에스미디어
주소 : 경기도 부천시 부천로 198번길 18 춘의테크노파크 2차 201동 50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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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6602-6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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