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ousand years old Heavenly Demon RAW novel - Chapter 236
236화
부웅.
콰과과과과!
“크아아악!”
“아아악!”
사무현의 일도와 함께 뻗어나간 광범위한 도풍이 수백, 수천 개의 도기를 담아 전방을 휩쓸었다.
대지가 뒤집히고 산산이 파괴된 건물의 잔해가 사방으로 비산했지만, 사무현의 얼굴은 그저 시종일관 냉담할 뿐이다.
“큭……! 이, 이런…… 괴물 같은……!
건물 잔해물 사이에서 모습을 드러낸 사독채주가 숨을 헐떡이며 사무현을 노려본다.
처음 멀찍이서 거대한 폭발의 여파가 날아들었을 때는, 누군가 백뢰포 같은 무기라도 터뜨린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하지만 곧 백뢰포조차도 저만한 위력을 내기는 힘들다는 생각이 들었고, 결국 귀적채주가 도착한 후에야 조심스럽게 마을 안쪽으로 움직일 수 있었다.
한데…….
‘설마 저런 괴물이 있을 줄이야……!’
단 일 초.
단 한 번의 휘두름으로 수십에 달하는 수하들이 부상을 입었고 그중 십수 명은 목숨을 잃었다.
이는 처음의 폭발이 바로 저 괴물로 인한 것임을 증명하는 것.
남경에 삼존사무제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보고를 한 상태인데, 아무래도 새롭게 보고를 해야 할 모양이다.
‘남경에 새로운 삼존사무제급 고수가 나타났다!’
적어채를 포함한 장강수로채의 세 개 수채가 이곳 남경에서 괴멸당했다는 이야기.
처음에는 이를 전해 듣고 그들을 비웃기에 바빴지만 이제는 이해할 수 있다.
‘차라리 신호탄을 쏴서 남경에 있는 모든 수하들을 끌어모은다면……?’
……아니, 역시 무리다.
물론 승산이 아주 없지는 않을 것이다.
아무리 무위가 고강하다고 하더라도 한 손으로 여러 손을 언제까지고 막아 낼 수는 없는 노릇일 테니까.
밀집하지 않고 산개한 진형을 갖추어, 상대의 힘이 떨어질 때까지 지긋지긋한 소모전을 이어 가면 분명히 가능성은 존재한다.
하지만…….
‘그런 식이면 이쪽도 십중팔구 괴멸이다!’
장강수로채라는 하나의 집단에 속해 있긴 하지만, 수로채들은 애초에 하나하나 독립된 성향이 큰 집단이다.
만약 수로채라는 이름표를 달고 있기 어려운 수준까지 전력이 손실되면 결국 새로운 다른 수채의 먹잇감이 될 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잔해물 사이로 몸을 숨기고 있던 그때, 먼 거리에서 그들을 바라보고 있던 사무현이 이윽고 움직임을 보였다.
“……아, 숨어서 지원이나 기다리겠다?”
빤히 보이는 저들의 수작에 실소를 흘리며 사무현이 천마도를 머리 위로 치켜든다.
그의 몸 주위로 심상치 않은 기의 파동이 일렁이던 그때.
“잠깐.”
사무현의 행동을 천마의 한마디가 멈춰 세운다.
“……왜?”
“저 버러지들을 한꺼번에 처리하고 싶은 그 심정은 이해한다만, 아까부터 너무 과한 초식들을 쏟아내는 것 아니냐?”
“…….”
“물론 초식 몇 번으로 네가 탈진할 일은 없겠지. 하지만, 네가 상대해야 할 진짜 적은 저들이 아니지 않느냐?”
천마의 말에 사무현의 얼굴이 미묘하게 굳어진다.
“……알고 있어.”
“하면 내력을 아껴라. 저런 버러지들에게 상승초식을 계속 사용해서야 되겠느냐?”
조금 전 사무현이 펼친 것은 천마도법의 만마참풍.
그전에 사용했던 천마멸세도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역시 저런 수적들 따위를 상대하기에는 과한 초식이다.
“아니면 설마…… 이 인근의 수적들의 이목을 끌기 위함이냐?”
천마의 두 번째 질문에 정곡이 찔렸는지, 잠시 침묵을 지키던 사무현이 짧게 한숨을 내쉬며 도를 몸의 중심부에 위치시킨다.
쓰윽.
“쯧……. 역시. 혼자 모든 것을 해결하려 하지 마라. 그럴 거면 사천방은 뭐 하러 데리고 온 것이냐?”
“……걔들이 오려면 늦어.”
“늦으면 기다려라. 언제까지고 너 혼자서 모든 것을 해내려 한다면, 언젠가는 그 누구도 네 뒤를 따를 수 없게 될 거다.”
어딘지 모르게 씁쓸함이 느껴지는 천마의 한마디에 사무현이 흠칫 그를 돌아본다.
하지만 어느새 뒤쪽으로 고개를 돌린 천마는, 저 먼 어딘가를 바라보며 한쪽 입꼬리를 말아 올리고 있었다.
“저 보거라. 기다리면 오지 않느냐?”
“……아.”
두두두두.
“형니이이임!”
“저기다! 방주님이시다!”
저 멀리서 먼지구름을 일으키며 뛰어오는 마우평과 수십에 이르는 사천방도들.
그리고 그들의 옆으로는 생각지도 못한 인물들도 함께하고 있었다.
“귀창문은 뒤처지지 마라!”
“구호단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사천방의 뒤를 받친다!”
“……하.”
헛숨이 절로 흘러나온다.
사천방도들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수적들 하나하나가 버거운 상대일 게 분명한 남경의 문파들마저 돕겠다고 나서다니.
“형님! 혼자 다 해 드시려 하지 마십쇼! 저 중의 반은 저희 겁니다!”
꽈악.
‘……망할 놈들.’
한눈에 봐도 알 수 있다.
평소보다 현저하게 뒤처지는 속도.
멀리서 보아도 군데군데 피투성이로 얼룩진 무복들.
아무리 사천방도들이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강해졌다고는 하나, 수적들의 수준도 지난 적어채와는 그 수준이 다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미 지칠 대로 지친 것들이 자신과 함께하겠다고 기를 쓰고 따라붙고 있다.
그런 그들을 바라보며 가슴 속 깊은 곳에 자리 잡은 냉랭함이 어그러지는 것을 느끼던 그때, 난데없는 오싹한 소름이 사무현의 전신에 번진다.
“……이건!”
“정신 차려라, 저쪽이다.”
천마의 날카로운 한 마디.
이에 사무현이 천마가 가리키는 방향으로 고개를 치켜들자, 북동쪽에서부터 경공술을 펼치며 날아드는 한 사람의 신형이 그의 눈에 들어온다.
그리고 잠시 후…….
“멈추어라아아아!”
인근을 쩌렁쩌렁 울리는, 거대한 내력을 담은 사내의 외침에 사무현을 제외한 모두가 일순간 움직임이 멎었다.
“가아아암히이이이!”
부웅.
쐐애애애액!
약 십여 장 정도의 거리를 두고, 우렁찬 괴성을 내지른 상대로부터 무시무시한 크기의 강기가 날아들었다.
“이런!”
파밧!
저만한 크기의 강기가 저들에게 날아든다면 뒤는 안 봐도 빤하다.
다급히 허공으로 도약해 강기의 궤도를 가로막은 사무현이, 천마도에 도강을 끌어 올리며 날아드는 강기를 내려쳤다.
부웅.
쩌저저저정!
“크으으읍……!”
천마도로부터 전해지는 압력에 자신도 모르게 어금니를 악무는 사무현.
가볍게 베어 낼 수 있을 것이라 여겼던 것은 아니지만 지금 이 강기의 무게감은 신불의 그것에 맞먹는다.
결국 일격에 강기를 베어 내지 못한 사무현의 신형이 그대로 뒤쪽으로 밀려 아래로 추락하기 시작한다.
“혀, 형님?”
“비켜어어어어어!”
추락하는 와중에도 우렁차게 소리친 사무현이, 있는 힘껏 도신을 비틀어 최대한 저들과 멀리 떨어진 다른 방향으로 강기의 궤도를 비틀어 냈다.
파박!
쐐애애액!
콰구구구구구.
마을이 밀집한 곳으로 날아든 강기 덩어리가 거대한 먼지기둥을 만들어 내며 인근을 초토화시킨다.
그야말로 가공할 만한 위력의 강기.
한편 바닥에 안착하고 나서도 석 장 정도 뒤로 밀려난 사무현이 호흡을 가다듬으며 고개를 든다.
그러자 그 순간.
부웅.
쩌저저저저정!
“……!”
어느새 사무현의 바로 앞까지 접근한 거구의 사내가 커다란 도를 머리 위로 치켜들어 그를 향해 내려찍었다.
반사적으로 도강을 끌어올린 사무현이 이를 치받자, 그들이 서 있던 곳의 땅에 균열이 일어나며 어마어마한 충격파가 사방을 후려친다.
콰과과과과.
“……네놈이냐?”
서로의 도를 맞댄 채, 살기 어린 음성으로 사내. 수룡왕이 입을 열어 묻는다.
“네놈이 사천방주냐?”
“그래, 그러면 넌…….”
수룡왕 못지않은 살기가 느껴지는 음성으로, 냉소를 머금은 사무현이 말을 잇는다.
“수룡왕이겠구나.”
“오냐, 나를 기다렸느냐?”
사무현의 물음에 한쪽 입꼬리를 말아 올린 수룡왕이 돌연 사무현의 도를 밀어내며 동시에 뒤쪽으로 물러난다.
부웅.
타닷.
촤지지직.
수룡왕의 힘에 의해 뒤쪽으로 밀려난 사무현과, 어느새 거리를 벌리고 서서 사무현을 노려보는 수룡왕.
한편 짧다면 짧은 그들의 접전을 지켜본 사천방도들의 얼굴에는 불신의 기색이 역력하다.
“혀…… 형님이…….”
“뒤로 밀리셨어……?”
여태껏 신불, 단아란과 같은 말도 안 되는 고수들과 싸울 때를 제외하고는 단 한 번도 뒤로 밀린 적이 없던 사무현이다.
도저히 믿기 힘들다는 듯 사천방도들이 두 눈을 부릅뜨고 있는 사이, 구호단과 귀창문의 진형은 심상치 않게 술렁이고 있었다.
“저…… 저자…… 설마…….”
“수…… 수룡왕이야…….”
두려움과 공포심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음성.
신불이나 천무신녀와 같은 존재들을 보고 겪어본 사천방도들은 동요의 기색이 적었지만, 귀창문과 구호단의 무사들은 그야말로 사색이 되어 딱딱하게 얼굴을 굳히고 있다.
그리고 그들만큼은 아니지만 구호단주와 귀창문주의 반응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저…… 저자가…….”
“수룡왕……!”
마주하는 것만으로도 인외(人外)의 존재임을 느낄 수 있게 만든다는 괴물.
무릇 대부분의 소문에는 과장과 허구가 따라붙기 마련이지만, 이 자리에 있는 모두는 같은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다른 이들은 몰라도 적어도 저 수룡왕에 대한 소문만큼은 도리어 부족하게 전해졌을지 모른다고.
모두가 마른침을 삼키며 수룡왕과 사무현의 대치를 바라보던 그때, 이윽고 사무현이 내력을 실어 소리친다.
“다들 뒤로 물러나라!”
“예, 예?”
“혀, 형님, 저희도 같이…….”
“명이다!”
뒤도 돌아보지 않은 채 소리치는 사무현의 명에, 주춤거리고 있던 사천방도들이 입술을 깨물며 포권한다.
“존명!”
“자, 잠깐. 이건 안 될 일이오. 사천방주 혼자서는 역부족…….”
“물러나시지요.”
귀창문주가 다급히 모두를 만류해 보려 입을 열려는 그때, 어느새 부상 탓에 뒤처져 있던 청사가 그의 뒤에서 말을 잇는다.
“저희는 방해입니다.”
“바, 방해라니요. 한 명이라도 많아야 어떻게든…….”
“방해입니다.”
분한 기색이 역력한 얼굴로 대답하는 청사.
이에 귀창문주와 구호단주가 이해할 수 없다는 듯 사무현의 뒷모습을 바라본다.
그들 쪽으로는 시선 한번 주지 않은 채, 오직 수룡왕의 일거수일투족을 응시하고 있는 사무현의 모습.
그 모습을 보는 순간 그들은 본능적으로 깨달았다.
사무현은 지금, 단순히 이기기 위한 전투를 하려 하는 것이 아니다.
‘……지키려는 건가.’
사천방뿐 아니라, 그의 뒤에 선 모두를.
거기까지 깨달은 순간 방해라는 청사의 말이 무슨 뜻인지 이해가 간다.
“물러나시지요, 귀창문주님. 저희는 우선 뒤를 지키는 편이 좋을 듯합니다.”
“……예.”
구호단주의 말에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는 귀창문주.
곧이어 그가 그의 뒤에 선 수하들을 향해 목소리를 높인다.
“귀창문은 모두 최대한 뒤로 물러나라! 사천방주님의 전투에 방해되지 않도록!”
“구호단도 물러나라!”
“조, 존명!”
귀창문주와 구호단주의 명에 그들이 뒤쪽으로 물러나자, 여태껏 제 자리에 서서 사무현을 노려보던 수룡왕이 한쪽 입꼬리를 말아 올린다.
“괜찮겠느냐?”
“뭐?”
“하나라도 더 고기 방패로 앞세워야, 조금이나마 네가 살 가능성이 생기지 않겠느냐는 말이다.”
“……하!”
수룡왕의 말에 코웃음을 친 사무현이 곧 짙은 혐오감이 어린 눈으로 그의 얼굴을 응시한다.
“개소리하고 있네.”
“……뭐라?”
“너희 수적 새끼들은 저 하나 살자고 식구를 방패막이로 세우나 본데……. 미안한데 내 기준에서 그건 사람 새끼가 아니거든.”
“……내가 개새끼라는 말이군.”
“아니, 정정해야겠다. 개새끼들도 그런 소리는 안 할 것 같네. 그리고 두 번째로…….”
쓰윽.
“꼭 내가 누구한테 질 것처럼 말하는데.”
수룡왕을 향해 도 끝을 겨눈 사무현의 입가에서 새하얀 어금니가 드러난다.
“내가 사람 새끼한텐 질 수 있어도, 너 같은 새끼들한테는 안 지지. 그러려고 칼질 배운 줄 아냐?”
“흐음……. 과연 오만하구나.”
사무현의 도발에도 전혀 기분이 상하지 않는지 도리어 턱 끝을 매만지며 미소를 머금어 보인 수룡왕이 느긋이 고개를 끄덕인다.
“그럴 수 있지. 네 나이대를 가정한다면 너 역시, 나나 천무신녀와 비슷한 종자인 모양이니 말이다.”
“……뭐?”
“타고나길 다르게 타고난 자들.”
“…….”
“태어난 순간부터, 누군가를 지배하고 원하는 모든 것을 손에 넣을 수 있는 권한을 가지고 태어난 자들! 네놈 또한 그런 부류이니, 그토록 오만한 것도 이해가 가는 부분이다. 하나…….”
스스스스.
콰드득, 콰드득.
말을 이어가는 수룡왕의 전신에서 소름 끼치는 기세가 흘러나오며, 그를 중심으로 한 대지가 갈라지기 시작한다.
“하늘 위에 하늘이 있음을 알지 못했으니, 네 운명은 여기에서 마무리될 모양이로구나.”
“……까고 있네.”
명백한 비웃음이 섞인 사무현의 한 마디가 수룡왕의 귀에 틀어박혔다.
“뭐라?”
“네가 천무신녀를 아냐?”
수룡왕의 말을 곱씹으며 피식피식 실소를 흘리는 사무현.
하지만 이내, 다시 수룡왕과 마주한 사무현의 얼굴에는 그 어떤 웃음기도 찾아볼 수 없었다.
“그리고 네가 뭔데.”
까드드득.
“네까짓 게 뭐라고 누구 위에 군림을 운운해? 뒈지고 싶어서?”
“……이놈.”
사무현의 계속된 도발에 슬슬 부아가 치밀어 올랐는지, 수룡왕의 눈썹이 추켜 올라가며 그의 작은 동공이 점처럼 작아진다.
“……죽여 주마.”
쾅!
“죽이기는 지랄!”
쾅!
쇄도하는 수룡왕에 맞서 함께 몸을 날리는 사무현.
어느새 그의 천마도에는 푸른 도강과 뒤섞인 붉은 화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쐐애액!
쐐액!
콰과과과광!
유성처럼 서로를 향해 쏘아져 날아간 수룡왕과 사무현.
그들의 일도가 맞부딪치며, 인근에 우렁찬 폭발음이 울려 퍼졌다.
천마가 보여
지은이 : 보용도
발행인 : 손병태
발행처 : ㈜알에스미디어
주소 : 경기도 부천시 부천로 198번길 18 춘의테크노파크 2차 201동 503호
전화 : 032-651-8576
E-mail : [email protected]
ISBN : 979-11-6602-645-4
이 책의 모든 내용에 대한 편집권은 저자와의 계약에 의해 ㈜알에스미디어에 있으므로 무단 복제, 수정, 배포 행위를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