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ousand years old Heavenly Demon RAW novel - Chapter 238
238화
콰과과광!
촤아악!
“큭……!”
머리 위로 쇄도한 수룡왕의 일도를 받아 낸 사무현의 무복 일부가 찢겨 바닥을 나뒹군다.
어금니를 악물며 수룡왕의 도를 한쪽으로 흘려 낸 사무현이 한 바퀴 몸을 회전하며 일각을 내뻗었다.
쾅!
“윽……!”
지이익.
내력이 실린 사무현의 일각을 호신기로 버텨 내는 수룡왕.
하지만 그것으로는 온전히 충격을 흘려 내지 못했는지 그의 신형이 일 장 정도 뒤쪽으로 밀려난다.
그러나.
“시건방진 놈이!”
부웅.
쐐애애액!
밀려나기 무섭게 분노한 수룡왕이 큰 동작으로 도를 휘두르며 강기를 전개하자, 피하기엔 늦었다고 판단한 사무현이 입술을 깨물며 도강을 끌어 올린다.
쩌저저저정!
촤지지지직.
“크으으읍……!”
수룡왕의 강기를 베어 내지 못한 사무현의 신형이 바닥을 끌며 빠른 속도로 밀려난다.
이윽고 잠시 후, 그의 발뒤꿈치가 한 건물의 잔해더미에 닿을 때 즈음 사무현이 온몸과 천마도를 비틀어 수룡왕의 강기를 튕겨 낸다.
부웅.
“이노오오옴!”
“……!”
콰과과광!
한순간 균형을 잃어버린 사무현의 앞으로 달려와 커다란 태도를 내려치는 수룡왕.
아슬아슬하게 그의 도격을 가로막긴 했으나 더 이상 균형을 잡을 수 없었던 사무현의 몸이 잔해 더미 속에 파묻힌다.
“이대로 끝장을 내 주마!”
살기 어린 두 눈을 희번덕이며 더더욱 거칠게 그의 도를 밀어붙이는 수룡왕.
그 순간 사무현의 천마도에 붉은 화기가 어리더니 우렁찬 폭발과 함께 수룡왕의 도를 잠시 뒤쪽으로 튕겨 밀어낸다.
콰광!
“큽……!”
퍼억!
수룡왕의 도가 허공으로 치솟은 짧은 틈을 타 사무현이 수룡왕의 복사뼈를 걷어찬다.
한순간 균형을 잃은 그가 휘청이자 누운 자세에서 튕기듯 몸을 일으키며 사무현이 일도를 휘둘렀다.
스걱!
서걱!
사무현의 일도가 아슬아슬하게 수룡왕의 목선을 스치고, 수룡왕의 일도는 아슬아슬하게 사무현의 옆구리를 스친다.
허공에서 서로를 마주하며 이를 갈던 이들이 누가 먼저라 할 것 없이 서로를 향해 일각을 내뻗었다.
쾅!
쩡
휘리리릭.
촤지지지직.
지이이익. 털썩.
“크헉……!”
“……큭!”
서로의 공격에 다섯 장 가까이 나가떨어지는 사무현과, 뒤로 밀리다 건물 잔해에 부딪히며 뒤로 넘어지고 마는 수룡왕.
바닥에 쓰러진 채 거친 숨을 몰아쉬는 것도 잠시.
빠르게 숨을 들이마신 이들이 거의 동시에 자리를 박차고 몸을 일으킨다.
파밧.
타닷.
“쥐새끼 같은 놈……! 이리저리 잘도 내빼는구나.”
사무현의 발차기가 꽂혔던 복부 언저리를 매만지며 미간을 찌푸리는 수룡왕의 모습에, 사무현도 천천히 호흡을 고르며 스스로의 상태를 점검한다.
‘내력은…… 오 할 정도…… 몸 상태는…… 싸울 수는 있는 정도인가.’
욱신욱신.
그의 온몸이 이렇게까지 엉망이 된 것이 얼마 만인가?
물론 단아란과의 비무에서는 말할 것도 없이 일방적으로 얻어맞지만, 그녀의 공격에는 살기가 실려 있지 않다.
도리어 사무현이 큰 부상을 당하지 않도록, 두들겨 패는 와중에도 알게 모르게 섬세한 손속이 깔려 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호각을 다투고 있는 이 전투는 서로가 서로의 목숨을 노리는 싸움.
도격을 받아 낼 때마다 압력을 이겨 내지 못한 그의 무복 곳곳이 찢겨 나가고 산발이 된 머리칼이 허공을 노닌다.
그럼에도 지금까지 사무현이 버틸 수 있었던 것은 호신기를 두르지 않고도 날붙이 따위는 버틸 수 있는 강인한 육체 덕분이었다.
부활할 천마를 위해 마교가 심혈을 기울여 만든 금강불괴의 육체.
‘……그런 몸인데.’
전투에 최적화된 육체와 십만대산에서의 지옥 같은 시간 덕분에 사무현은 여태껏 체격과 관계없이 누구와의 힘 대결에서도 밀려 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저 수룡왕이라는 놈은 다른 건 몰라도 힘에서만큼은 말 그대로 사무현을 압도하고 있었다.
‘놈의 말대로…… 잔재주로 버티는 것도 여기까지다.’
단순히 무식하게 휘두르는 것 같지만, 우습게도 녀석의 도격 한 번 한 번에는 천마가 그토록 잔소리를 퍼붓던 ‘벤다’는 이치가 충분하리만큼 실려 있었다.
지금까지는 공격을 흘리거나 체술을 섞어 가며, 정 안 될 때는 화기까지 끌어 올리며 상대해 보았지만 시간이 갈수록 근소하게나마 뒤처지고 있는 쪽은 사무현이다.
‘이대로는 안 돼.’
흐름을 바꿔야 한다.
다소 무모하게 보일지라도, 나중에 천마 녀석에게 지독한 잔소리를 들을지라도 해내야만 한다.
자신의 목숨을 담보로 한, 무모하기 짝이 없는 외줄 타기를.
스스스스.
생각을 마친 사무현의 몸 주위로 심상치 않은 기의 파동이 요동치기 시작한다.
천마도의 도신에 푸른 강기와 붉은 화기가 뒤엉켜 팽창하기 시작하자, 천마의 눈이 슬며시 가늘어진다.
“지금…… 뭘 하려고 하는 것이냐?”
“……어차피 이대로는 안 되잖아.”
“……완전한 오답이라고는 할 수 없다만, 하겠다면 각오를 단단히 해 두는 게 좋을 거다.”
“…….”
“끝을 못 내면 네가 죽는다.”
선고와도 같은 천마의 한마디.
이에 천천히 고개를 끄덕인 사무현이 금방이라도 뛰어들 듯 자세를 낮춘다.
사무현이 본격적으로 남은 힘을 개방하기 시작하자, 승부를 띄우려는 의도를 눈치챈 수룡왕의 입가에 비릿한 조소가 머금어진다.
“잔재주로는 안 되겠으니 슬슬 밑천을 드러낼 셈이냐?”
“……간다.”
누구에게 하는지 모를, 다짐과도 같은 사무현의 중얼거림.
그와 함께 사무현의 신형이 자리를 박차고 수룡왕을 향해 쏘아져 날아간다.
쾅!
“오거라!”
사무현의 각오를 느낀 수룡왕도 일곱 자에 이르는 거대한 도강을 끌어 올리며 앞으로 걸어 나선다.
어떤 잔재주를 부리건 신경 쓰지 않는다는 듯, 느긋하게 앞으로 걸어 나오는 그의 얼굴에는 스스로에 대한 과신이 묻어나고 있다.
“베어주마!”
“……천마도법 팔 초식.”
수룡왕에게 들리지 않을 만큼 작은 소리로 읊조린 사무현이, 화기가 머금어진 천마도를 치켜들어 수룡왕을 내려친다.
“만근도.”
콰과과과강!
“읍……!”
작정하고 전력으로 운용한 화기의 위력에 수룡왕의 도가 뒤쪽으로 밀려난다.
하지만 그 순간, 수룡왕의 도신을 타고 침투한 사무현의 내력이 격산타우의 수법으로 수룡왕의 내력을 뒤흔든다.
“큭……! 이놈이!”
밀리지 않기 위해 도강에 더더욱 내력을 불어 넣으면서도, 동시에 몸 안에 침투한 사무현의 내력까지 억누르는 수룡왕.
하지만 결국 양쪽 모두를 완벽하게 해낼 수는 없었기에, 수룡왕의 신형이 점차 뒤쪽으로 밀려난다.
지이이익.
부웅.
콰과과과과!
물러나는 수룡왕을 향해 사무현의 두 번째 초식이 전개된다.
천마도법 칠 초식, 만마참풍.
수백 수천 번의 변화를 담은 도풍 안에, 푸른 강기와 붉은 화기가 뒤섞여 장관을 연출한다.
“얕은 수를!”
부웅.
쩌저저저저정!
일전에는 단 한 번의 도격으로 베어 냈던 만마참풍이다.
하지만 만근도를 받아 내기 무섭게, 화기까지 함께 운용한 만마참풍을 베어 내는 것은 수룡왕으로서도 쉬운 일이 아니다.
결국 만마참풍을 완벽하게 베어 내지 못한 수룡왕이, 다급히 호신강기를 끌어 올리며 그를 베어 내려는 수백 개의 강기들로부터 스스로의 몸을 보호한다.
콰과광 쾅! 촤좌좌좍!
“크으으읍……!”
후두두둑.
호신강기를 끌어 올리고 도막(刀幕)까지 치면서 만마참풍을 견뎌냈다.
하지만 모든 강기를 온전히 막아 내지는 못했기에 수룡왕의 몸 곳곳에서 붉은 피가 떨어지기 시작한다.
“이…… 찢어 죽……!”
쐐애액!
콰구구구구.
자신도 모르게 욕지거리를 내뱉으며 고개를 치켜들던 수룡왕이, 눈 앞에 펼쳐진 경악스러운 상황에 두 눈을 부릅뜬다.
그의 몸 정도는 어렵지 않게 집어 삼킬 만한 거대한 크기의 화룡이, 큰 입을 떡하니 벌리고 그를 향해 날아들고 있었다.
‘위험하다!’
본능적으로 위기를 감지한 수룡왕이 전력으로 도강을 끌어올린다.
그러자 수룡왕의 주위로 기파를 이겨내지 못한 대지가 갈라지기 시작한다.
콰드드드.
“크아아압!”
부웅.
쩌저저저저저적!
하늘이라도 갈라 버릴 듯한 기세로 휘둘러진 수룡왕의 일도와 함께, 거대한 강기가 뻗어 나가 사무현의 화룡과 충돌한다.
무신 단월혁을 통해 배운 과거 혈교의 절기.
화룡진멸도(火龍進滅刀)가 전력으로 펼쳐져 수룡왕을 짓누른다.
콰드드득 콰드드득.
“끄으으으윽……!”
주르르륵.
후두둑.
수룡왕의 입에서 검붉은 피가 흘러나온다.
그와 함께 조금 전 만마참풍에 의해 베어졌던 상처들에서 붉은 피가 뚝뚝 흘러나와 바닥을 적시기 시작했다.
드득, 드드드드.
수룡왕의 강기와 화룡이 만들어 낸 충격파로 대지가 갈라져 파편이 허공으로 솟구친다.
그리고 압력에 의해 갈라지고 바스러져 한 줌 모래로 화(化)한다.
“개…… 개 같은……!”
어금니를 악물고 다시 한번 자신의 도를 머리 위로 치켜든 수룡왕.
화룡을 막아 내고 있는 그의 강기가 소멸되기 직전, 한 번의 일도가 더 내리그어지며 새로운 강기가 사무현의 화룡을 밀어낸다.
쐐애액!
쩌저저정!
***
“크으읍……!”
주르륵.
화룡의 압력을 이겨 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수룡왕과 마찬가지로, 무시무시한 기공의 대결 속에서 사무현도 검붉은 피를 물처럼 쏟아내고 있었다.
화기와 강기를 동시에 사용하는 것은 지금의 사무현에게도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런데 만근도에 이어진 만마참풍, 거기에 화룡진멸도까지 무리한 기의 운용을 연달아 펼치며 과도한 내력을 쏟아부었다.
하나하나 절기라 부르기에 부족함이 없는 초식들이니 그 효과는 더할 나위 없었지만, 그것만으로도 사무현의 몸 상태는 이미 엉망이 되어 가고 있었다.
까드득.
‘그런데 그걸 버틴다고?’
만마참풍을 버텨 내는 것까지는 어느 정도 예상했던 상황이다.
하지만 화룡진멸도를 버텨 내는 건…… 아니, 저렇게 화룡을 밀어내기까지 할 줄은 솔직하게 상상도 하지 못했다.
“거기까지다! 상대도 정상은 아니니 조금이라도 내력을 다스려서 소모전으로 끌고 가라!”
다급함이 느껴지는 천마의 외침이 사무현의 귓가에 들려온다.
이성적으로 듣는다면 분명 옳은 소리다.
여기서 더 이상 어설픈 초식을 전개해 봐야 놈에게는 먹히지 않을 공산이 크지만, 만약 실패로 돌아가게 된다면 사무현은 손 하나 까딱하기도 힘들 만큼 엉망진창이 되어 버릴 테니까.
하지만…….
꽈악.
‘……답지 않은 소리나 지껄이기는!’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다.
천마는 지금, 사무현이 한계에 다다랐음을 인지하고 그의 목숨을 염려하고 있다.
이건 말 그대로 외줄 타기.
다음 한 수에서 승부를 내지 못한다면 사무현에게 더 이상 기회는 없을 테니까.
그렇지만, 사실 천마 놈이 진짜 하고 싶은 말은 저것이 아닐 것이다.
까드득.
‘끝까지 간다!’
어차피 죽고 죽이는 싸움이니까.
거기까지 생각을 마친 사무현이 자리를 박차고 소멸해 가는 화룡을 향해 몸을 날린다.
파밧!
콰과과과과광!
“크헉! 허억! 허억! 쿨럭!”
촤아아악!
사무현이 몸을 날림과 동시에 우렁찬 폭발을 일으키며 소멸해 버리는 화룡.
가까스로 스스로를 지켜 내는 데 성공한 수룡왕 귀하패가 거친 숨과 함께 한 움큼 피를 토해 낸다.
“크윽……! 놈…… 어디서 이런……!”
스스스스.
“……음?”
입가의 피를 닦으며 귀하패가 힘겹게 숨을 고르려는데, 폭발의 여파로 일어난 먼지들이 기이한 움직임을 만들어 낸다.
마치 무언가에 의해 강제로 밀려나듯, 거대한 회오리바람과 함께 하늘로 솟구치는 먼지들.
그리고 잠시 후, 눈앞까지 자욱하던 먼지가 흩어지며 수룡왕의 눈에 경악스러운 장면이 들어온다.
드드드드드.
“저, 저건……!”
사무현을 중심으로 삽십육방을 현란한 도초가 감싸 안고 있다.
그리고 그 도초를 타고 만들어진 강기, 그리고 붉은 화기가 그의 몸을 중심으로 금방이라도 터질 듯 팽창하고 있었다.
콰구구구구.
“이, 이놈이……!”
까드드득.
있는 힘껏 어금니를 깨무는 사무현의 입에서 붉은 피가 줄줄이 흘러나온다.
천마도법 십이 초식, 멸세천마도.
“가라.”
피를 머금은 사무현의 조용한 읊조림과 함께, 그의 몸을 감싸 안은 강기가 삼십육방으로 뻗어 나가기 시작한다.
콰과과과과과과!
“아니……!”
피할 수도, 달리 뭘 해 볼 틈도 없이 순식간에 날아드는 붉은 강기.
이에 다급하게 도강을 끌어 올린 수룡왕이 전력으로 일도를 내지른다.
쩌저저저저정!
파아아아아앗!
“마, 말도 안…… 끄아아아아아!”
찢어질 듯한 비명을 내지르며, 새하얀 섬광 속으로 자취를 감추어 버리는 수룡왕.
그 모습을 끝으로 초식을 펼치던 사무현의 입에서 붉은 피가 분수처럼 뿜어져 나온다.
촤아아악!
“……!”
순식간에 흐릿해져 오는 시야.
이제 정말 한계임을 깨달은 사무현이 천마도를 놓치며 그대로 바닥에 쓰러진다.
털썩.
콰과과과과과과광!
그와 함께 사무현과 수룡왕이 서 있던 대지를 중심으로, 반경 이십여 장에 이르는 인근이 거대한 폭발에 휘말렸다.
천마가 보여
지은이 : 보용도
발행인 : 손병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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