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ousand years old Heavenly Demon RAW novel - Chapter 239
239화
“세…… 세상에……!”
저 멀리서 수룡왕과 사무현을 감싸 안은 폭발을 지켜보던 모두가, 입을 떡 벌린 채 두 눈을 끔뻑인다.
이 자리에는 수많은 이들이 모여 있었지만 그들의 얼굴에 드러난 감정은 대개 비슷했다.
경악, 불신, 경외.
인간의 한계를 벗어 던진 두 초인의 대결에 놀라움을 넘어서 경탄을 흘리지 않을 수 없었다.
‘저, 정말 저들이 우리와 같은 인간이라고?’
‘우, 우리가 저런 사람과 싸우려 했다니…….’
모골까지 송연해지는 기분을 느끼며 모두가 마른침을 삼킨다.
하지만 그들 모두의 얼굴에 깃들어 있던 긴장감은 다소나마 풀어져 있었다.
“사천방주께서…… 이기신 겁니까?”
반쯤 확신을 가진 가명회주의 물음.
막상막하의 싸움에서 조금은 밀리는 듯 보였던 사천방주였다.
하지만 그들의 우려를 비웃기라도 하듯, 그는 곧 가공할 위력의 초상승 무공들을 연달아 펼치며 수룡왕을 궁지로 몰아넣었다.
일도로 장강을 갈라 버린다는 패도의 수룡왕이지만, 인간의 몸으로 저런 공격을 연달아 받고 무사할 리 만무하다.
하지만 가명회주와는 달리, 청사와 마우평, 그리고 귀창문주와 구호단주의 얼굴에는 어딘지 모를 무게감이 깃들어 있었다.
“어찌…… 그러십니까?”
“……느껴지지 않소.”
“예?”
“조금 전까지…… 수룡왕의 기세를 도리어 밀어붙이고 있던 사천방주의 기운이 조금도 느껴지질 않소이다.”
“예, 예?”
귀창문주의 대답에 놀란 가명회주가 두 눈을 추켜 뜨자, 그의 옆에 서 있던 초악문주가 당황한 듯 묻는다.
“하, 하지만 조금 전은 누가 봐도 사천방주가 일방적으로 공격을 퍼붓는 상황 아니었습니까?”
“물론…… 겉으로는 그렇게 보였소만…….”
스스로도 확신할 수 없다는 듯 입술을 질근 깨물던 귀창문주가, 슬쩍 고개를 돌려 청사를 바라본다.
자신보다는, 아무래도 더 오래 사무현을 알고 지낸 이에게서 듣는 대답이 신뢰가 있을 테니까.
그리고 귀창문주의 시선을 느낀 청사가 어두운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확실할 수는 없지만, 한 가지는 보았습니다.”
“보다니, 무엇을 말이오?”
“사천방주는 초식을 끝까지 전개하지 못했습니다.”
“……!”
청사의 말에 경악 어린 눈을 부릅뜨는 이들.
그리고 마우평을 포함한 사천방도들의 얼굴에는 초조함과 심각함의 빛이 어리기 시작한다.
“처, 청사 형님. 그러면 저희가 지금이라도 도우러 가야 하는 것 아닙니까?”
“일단은 기다려라.”
“하, 하지만…….”
“아직은 무엇 하나 속단할 수 없다.”
꽈악.
애써 침착하게 대답하는 음성과는 달리, 어찌나 세게 쥐었는지 청사의 주먹이 새하얗게 질려 부르르 떨리고 있다.
그 역시 지금의 상황에 극도의 초조함을 느끼고 있다는 증거다.
“방주가 위험한 상황이라 판단되면 더 생각할 것도 없이 들어가 구출하는 것이 옳다. 하지만.”
“…….”
“만약…… 아직 둘 사이의 승부가 마무리 된 상태가 아니라면, 도리어 우리의 개입이 방주를 위험으로 몰고 갈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알겠습니다.”
청사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그 어느 때보다 분한 얼굴을 하고 있는 사천방도들.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게 없다.
그들에게 여태껏 베풀기만 한 사무현이, 그들을 지키기 위해 홀로 목숨을 걸고 싸우고 있음에도!
“……염려 마라. 만약, 방주의 목숨이 조금이라도 위험한 상황이 온다면.”
금방이라도 뛰쳐나갈 듯한 모두를 달래기 위함인지, 아니면 스스로를 진정시키기 위함인지.
자신도 모르게 한 발을 앞으로 내디디며 청사가 말을 잇는다.
“……내가 제일 먼저 목숨을 걸 것이다.”
***
어둡다.
그리고 온몸이 무겁고 나른하다.
아주 깊은 잠에 빠져든 것처럼, 혹은 진탕 술에 취한 것처럼 의식이 몽롱하고 흐릿하다.
언제부터 이 상태로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그저 이 편안함 속에 계속 누워 있고 싶다는 의지만이 가득하다.
물속에서 듣는 소리처럼 먹먹하게, 하지만 어딘지 모르게 다급함이 느껴지는 목소리.
어디선가 들어 본 것 같기는 한데…… 누구지?
죽는다……?
아니, 대체 뭐 하는 인간인데 죽네 마네 하는…….
‘……내가 죽어?’
거기까지 생각을 이어 간 사무현이 서서히 기억을 더듬기 시작한다.
그러니까…… 나는 사천방에서…….
“놈은 벌써 일어나고 있다! 이대로 진정 죽을 셈이냐!”
갑자기 선명해진 천마의 목소리가 한순간 사무현의 의식을 깨워 버렸다.
반사적으로 무거운 눈꺼풀을 들어 올린 사무현의 눈에, 사방에 자욱한 먼지와 그 먼지 사이로 보이는 하늘이 들어온다.
콰수수수수,
“……퉤.”
……모래가 입 안에서 버적버적 씹히는 것을 느끼며 침을 뱉어 내자, 침 대신 입 안 가득 고여 있던 핏물이 바닥에 떨어졌다.
그제야 사무현은 자신이 전투 중이었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저, 정신이 들었느냐? 어서 일어나거라, 어서!”
“……윽!”
욱신!
수룡왕의 존재를 떠올린 사무현이 다급히 몸을 일으키려하자, 그의 온몸 곳곳에서 무언가 끊어지는 듯한 통증이 뒤따른다.
정신이 아찔해질 정도의 통증에 신음이 절로 나왔지만 불행인지 다행인지 덕분에 현실감각은 한층 또렷해졌다.
“노, 놈은……!”
“죽었으면 좋겠지만, 안타깝게도 살아 있는 것 같다.”
그답지 않게 한쪽 눈썹을 일그러뜨리며 천마가 말을 잇는다.
“네가 끝까지 초식을 마무리 짓지 못했다. 물론 저놈도 정상적인 상태는 아닐 테지만…….”
“후우…… 알았으니 비켜 봐.”
쓰윽.
힘겹게 천마도를 주워 들며 상대를 찾아 주위를 둘러보는 사무현.
상대의 상태가 어느 정도인지는 모르지만 전열을 정비하기 전에 승부를 내야 한다.
지금의 사무현은 솔직하게 말해 최악만 겨우 면한 상황이다.
그럭저럭 몸은 움직일 수 있는 것 같지만, 몸 안의 기혈이 엉망진창으로 뒤엉켜 내기를 끌어 올리는 것도 버거운 상태였으니까.
그렇게 조금씩 옅어져 가는 먼지 사이로, 이윽고 한쪽 무릎을 꿇어 앉아 숨을 헐떡이는 거대한 인형이 사무현의 눈에 들어온다.
“……찾았다.”
스스스.
터벅 터벅.
무거운 천마도의 도신을 바닥에 끌어가며, 아직 자리에서 일어서지 못하고 있는 수룡왕에게 걸어가는 사무현.
마음 같아서는 자리를 박차고 몸을 날리고 싶었지만 지금의 사무현에게는 그것조차 쉬운 일이 아니다.
그리고 이윽고, 사무현의 인기척을 느꼈는지 검붉은 피를 토해 내고 있던 수룡왕이 천천히 고개를 든다.
그리고, 둘의 시선이 허공에서 맞부딪쳤다.
“너…… 이 새끼……!”
까드드득.
“이…… 이놈이……!”
어금니를 아득 깨물고 살기 어린 미소를 머금으며 발걸음을 옮기는 사무현과, 당혹스러움이 역력한 얼굴로 재빨리 몸을 일으키는 수룡왕.
하지만 그 역시 몸 상태가 온전치는 못했는지, 비틀거리며 힘겹게 자세를 바로잡는다.
“후우…… 후우…….”
“허억……! 허억……!”
산발 된 머리, 도를 쥐고 있던 오른팔은 부러졌는지 아무렇게나 덜렁거리고 있고 온몸은 피 칠갑을 하고 있다.
피에 떡 진 머리카락은 산발이 되어 그의 얼굴을 반쯤 가리고 있고, 넋이 나간 두 눈에는 이 상황에 대한 분노와 혼란만이 가득하다.
하지만 겉보기와 달리 사무현만큼 큰 내상을 입지는 않았는지, 유일하게 멀쩡한 왼팔로 치켜세우고 있는 그의 도신에는 반투명한 도기가 일렁이고 있었다.
‘한 놈은 속이…… 한 놈은 겉이 정상이 아닌가…….’
한눈에 서로의 상태를 확인했는지 사무현과 수룡왕의 입에서 전혀 다른 말이 흘러나왔다.
“……공평하네.”
“말도 안 되는……!”
희미하게 미소를 지으며 앞으로 걸어 나서는 사무현의 모습과, 경악 어린 얼굴을 하고 멍하니 서 있는 수룡왕의 모습.
그리고 이윽고, 힘겹게 천마도를 치켜세운 사무현이 새하얀 이를 드러내며 경고한다.
“……간다.”
“……!”
타다다닷!
자리를 박차고 몸을 날릴 힘이 없어, 그대로 천마도를 치켜든 채 정면으로 내달리는 사무현.
이에 불신 어린 눈으로 그를 응시하던 수룡왕이, 입술을 깨물으며 일도를 휘두른다.
“으아아아! 죽어라 이 괴물 같은 노오오옴!”
부웅!
쩌저저저정!
“크으으읍……!”
부웅.
수룡왕의 일도에 실린 내력을 감당하지 못한 사무현의 몸이 그대로 뒤쪽으로 날아간다.
겉으로 드러난 큰 부상은 없지만, 겨우 서서 걸을 수 있는 정도의 상태.
그런 몸으로 아무리 큰 부상을 입었다 하나, 사무현과는 달리 내력을 운용할 수 있는 수룡왕을 당해 낼 수 있을 리 만무했다.
하지만…….
촤지지익.
“……크헉! 허억!”
쓰러져 나뒹굴지 않고 가까스로 바닥을 끌며 안착한 사무현이 숨을 헐떡이며 수룡왕을 노려본다.
처음에 비해 조금도 꺾이지 않은 살기와 투지가 고스란히 전해지자, 사무현을 밀어내는 데 성공한 수룡왕이 도리어 주춤 뒤로 물러난다.
“어…… 어째서…….”
지금껏 그를 마주한 이들은 첫 만남부터 그에게 두려움을 느끼고 있었다.
그와 제대로 맞서는 이들도 드물었지만, 설령 억지로 맞서는 용기를 냈다고 해도 그와 도를 부딪치기 무섭게 꼬리를 말기 급급했다.
한데 어째서 저 애송이 녀석은, 도기 하나 끌어 올리지 못할 만큼 엉망이 된 몸으로 한 발자국도 물러나지 않는다는 말인가?
“이…… 이 내가…….”
까드드득.
장강수로채에 들어온 이후로 지금껏, 그가 누군가를 상대로 스스로 뒷걸음질을 친 적이 있었던가?
자신보다 더 강하고 더 명성이 높은 적이라 해도 뒷걸음질을 쳐 본 적이 없는 귀하패다.
스스로도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 벌어진 자신의 행동에 수룡왕의 몸이 부들부들 떨리기 시작한다.
“너 같은 애송이가! 감히 누구 앞에서……!”
“……거기까지.”
목소리를 높이며 분노를 표출하는 수룡왕을 향해, 사무현이 서늘한 음성으로 말을 잇는다.
“다시 간다.”
“이…… 이이……!”
파바밧!
제 자리에 선 채 몸을 떨고 있는 수룡왕을 향해 다시 한번 자리를 박차며 내달리는 사무현.
조금 전의 짧은 공방으로 알게 된 것이 있다.
내력을 끌어 올릴 수 없지만, 그럼에도 이 승부에서 크게 불리한 부분도 없다.
그에게는 저 수룡왕조차 가지지 못한 것이 있으니까.
팟!
허공으로 펄쩍 뛰어 천마도를 머리 위로 치켜든 사무현이, 수룡왕의 머리로 지금의 그가 할 수 있는 최강의 초식을 전개한다.
천마도법 일 초식, 천하양단.
“이노오옴!”
쩌저저정!
격분한 기색을 여지없이 드러내며 수룡왕이 사무현의 천마도를 쳐낸다.
베어 낸다는 이치를 그대로 담고 있는 사무현의 일도.
하지만 그의 상대도 타고난 힘과 재능으로 장강수로채를 지배하던 수룡왕 귀하패다.
더군다나 사무현과는 달리 내력을 운용할 수 있으니, 정면 대결에서 사무현이 우위를 점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부웅.
촤지지지지직.
“……크헉!”
후두두둑.
또다시 수룡왕의 도격에 의해 뒤로 밀려난 사무현의 입과 코에서 붉은 피가 떨어져 나온다.
하지만 그럼에도, 다시 수룡왕에게 고개를 치켜드는 사무현의 눈에는 여전히 전의가 불타고 있다.
“크읍……! 이놈……!”
사무현의 도격을 밀쳐 냈음에도 불구하고, 육체의 부상이 만만치 않았는지 수룡왕이 미간을 잔뜩 찌푸리며 숨을 헐떡인다.
그런 그를 바라보며 사무현이 다시 달려들 준비를 갖추려는 순간.
“이…… 애송이 노오오옴!”
쾅!
조금 전과는 달리, 마치 악이라도 쓰듯 소리치며 수룡왕이 사무현에게 달려들었다.
부웅.
쩌저저저정!
휘리리릭.
콰지지직.
“크읍……!”
수룡왕의 일도를 받아 내지 못하고 밀려난 사무현의 몸이 바닥에 나자빠진다.
그런 그를 향해 수룡왕이 재차 몸을 날리며 분노 어린 음성으로 일갈한다.
파밧!
“이노오옴! 내가 바로 수룡왕이다! 네까짓 게 어디서 감……!”
쐐애애액!
말을 이어 가며 도를 휘두르려는 그때, 사무현의 손에 들려 있던 천마도가 수룡왕의 안면으로 날아들었다.
이에 대경실색한 수룡왕이 다급히 도신을 비틀어 사무현의 천마도를 쳐낸다.
쩌저정!
“크으읍……!”
다급히 궤도를 바꾸느라 어깨가 빠질 듯한 통증이 뒤따랐지만 수룡왕의 입가에는 미소가 번졌다.
도객이 도를 버렸다.
녀석 딴에는 위기를 넘기기 위한 마지막 승부수를 띄운 모양이지만, 이미 이것으로 승부는 난 것이나 다름…….
“이야아아아!”
“……뭣!”
왼팔에 들린 도가 아직 저 멀리 젖혀져 있던 그때, 자신의 도를 내던지며 수룡왕에게 몸을 날린 사무현의 신형이 그의 품속으로 날아들었다.
콰아아앙!
“……!”
비록 내력은 실리지 않았지만, 금강불괴의 육신을 가진 사무현의 주먹이 수룡왕의 안면에 틀어박혔다.
그리고…….
뚜두두둑.
“끄아아아아악!”
유일하게 멀쩡했던 왼팔에서 느껴지는 끔찍한 통증에 수룡왕이 목이 찢어져라 비명을 내지른다.
상대의 주먹에 얻어맞고 온몸의 힘이 풀린 그 찰나의 순간, 수룡왕의 왼팔을 휘감은 사무현이 관절기를 걸어 그의 팔꿈치를 역으로 부러뜨려 버렸다.
왼팔에 들려 있던 그의 도가 바닥에 떨어지자, 분노에 악이 받친 수룡왕의 일각이 사무현의 흉부를 걷어차 버린다.
쐐액!
콰아앙!
휘리리릭!
촤지이이이직.
“……크헉!”
욱신욱신.
갈비뼈가 부러진 것일까?
숨조차 쉬기 힘든 고통에 헛숨을 들이쉬면서도 사무현은 이를 악물고 몸을 일으켰다.
‘……이까짓 통증.’
아무것도 아니다.
그 빌어먹을 마교 놈들에게 당했던 때를 생각한다면……!
“크으으……. 쿨럭! 쿨럭!”
피 기침을 몇 번이나 토해 내면서도 비틀비틀 몸을 일으키는 사무현.
한편 두 팔이 완전히 부러진 수룡왕은 믿을 수 없다는 얼굴로 그의 행동 하나하나를 지켜보고 있었다.
“어떻게…… 대체 어떻게…….”
“후우……. 후우…….”
“계속…… 일어나는 것이냐…….”
불신이 가득한 수룡왕의 음성.
그런 그를 향해 한 걸음을 내디디며 사무현이 말을 꺼낸다.
“이제…….”
저벅.
“이제 진짜 시작이다……. 이 장강의 물고기 새끼야.”
여전히 짙은 살기를 풍기는 사무현의 한 마디에 수룡왕의 눈이 세차게 흔들렸다.
천마가 보여
지은이 : 보용도
발행인 : 손병태
발행처 : ㈜알에스미디어
주소 : 경기도 부천시 부천로 198번길 18 춘의테크노파크 2차 201동 50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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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6602-6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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