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ousand years old Heavenly Demon RAW novel - Chapter 24
024화
촤촤좍!
파밧!
“이, 이런…… 모두 집중해라! 포위망을……!”
쩌정!
순식간에 무너지는 진형을 막기 위해 동료들을 독려하던 무사가, 사무현이 휘두른 일 도에 그대로 목과 몸이 분리되어 날아갔다.
그리고 그와 거의 동시에, 사무현의 등을 노리고 날아든 무사의 검이 손목까지 통째로 잘려 허공을 난다.
“왼쪽으로 삼 초식. 정면으로 뛰어들어 오 초식.”
촤좍!
서걱.
쾅!
‘……이럴 수가.’
천마의 말대로 몸을 움직이면 움직일수록, 사무현을 중심으로 형성되었던 포위망은 점점 무너져 가고 주위에는 마교 무사들의 시신들이 쌓여 간다.
이미 저들에게 이 전투는, 사무현을 사냥하기 위함이 아닌 그에게서 살아남기 위한 전투가 되어 있었다.
‘……천마는 천마네.’
하기야, 가만 생각해 보면 오히려 당연한 일이다.
철저한 약육강식의 원칙 아래에 강자지존의 율법을 받든다고 알려진 천마신교라는 집단.
오직 무력으로 그 집단을 지배했다던 저 녀석이, 단순히 일대일 싸움에만 능할 리가 없었다.
아마 과거 그의 삶에서는, 자신이라는 절대 강자를 위협하기 위한 다수와의 싸움이 그리 드문 일이 아니었을 것이다.
“이제 두 놈 남았다. 앞으로 뛰어들며 일 초식, 그리고 등을 돌려서 남은 놈에게 이 초식.”
파밧!
어느새 신뢰로 자리한 천마의 말에 반사적으로 몸을 움직여, 공포에 질린 얼굴로 자신을 바라보는 무사의 머리를 내려치는 사무현.
그리고 곧이어 그가 자연스레 등을 돌리자, 차마 덤비지 못하고 거리를 벌리고 있던 상대가 무언가를 결심했는지 등을 돌려 달아나기 시작했다.
파바바밧!
“어? 저, 저놈……”
“되었다, 그냥 돌려보내라.”
“무슨 소리야? 저러다 동료들이라도…….”
“네가 경공술에 능했다면 잡아 죽이라 말했겠지만, 보법이나 겨우 펼치는 네 수준으로 저놈을 쫓는 것은 무리다. 도리어 새로운 추격자들과의 거리만 좁혀 줄 뿐이지.”
아하…….
이 새끼, 그 짧은 순간에 그런 판단을…….
그런데…… 어째 묘하게 한숨이 팍팍 들어간 것 같은 어투는 기분 탓이겠지?
“흠흠……. 그럼 그냥 튈까?”
“추적자가 붙어도 따라잡기 힘들 만큼 거리를 벌려 두어야 한다. 저쪽 방향이다.”
조금 전의 그 끔찍한 전투가 아무렇지도 않은 것인지, 바닥에 밟히는 시체들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검지를 펼치는 천마.
그런 그의 모습을 새삼스레 바라보는 것도 잠시, 사무현은 곧 그가 가리키는 방향으로 내달리기 시작했다.
***
“이런……. 벌써 늦었는가.”
땅굴을 따라 빠져나오기 무섭게 발견한 두 구의 시신.
이들이 인근을 경계 중이었을 무사들의 시신임을 깨달은 귀적이, 소리 나게 어금니를 깨물었다.
‘이런 잡것들로는 시간을 벌 수조차 없었는가.’
하기야, 아무리 보잘것없는 무위를 지녔다고 한들 상대는 금강불괴의 육체를 가지고 있다.
검기(劍氣)가 먹히지 않는 괴물이 천마도라는 신병을 들고 설치고 있으니, 어지간한 수준의 무사들이 감당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을 터.
‘생각보다 추적이 쉽지 않겠군…….’
수하들을 각기 다른 방향으로 흩어지게 할 계획이었으나, 너무 멀리 흩어져 버리면 발견을 한다 해도 순식간에 제압을 당해 버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물론 귀적쯤 되는 고수라면 그리 문제가 되지 않겠지만…….
“어찌해야겠습니까, 대장?”
귀적의 고심을 읽어 냈는지, 신중한 얼굴로 시신을 살피며 수하 중 하나가 입을 연다.
“시신이 절단된 상태를 보면, 도를 쓸 줄 모르는 놈은 결코 아닙니다. 차라리 좀 시간이 걸리더라도 방향부터 예측하며 차분히 수색하는 편이…….”
“그러다 놈과의 거리가 더 벌어지면 그때는 어찌 감당하려 하느냐?”
“하오나, 지금은 그것이 최선입니다.”
수하의 대답에 귀적이 지그시 입술만 깨물고 있던 그때, 돌연 숲속에서 다급한 인기척이 그들의 감각에 들어왔다.
타다다닷.
“……음?”
“설마……?”
파밧!
혹시나 싶은 생각에, 다급히 경공술을 펼쳐 인기척이 난 숲속으로 뛰어 들어가는 귀적.
그리고 잠시 후, 그의 앞에 피와 땀으로 범벅이 된 흑의무사 하나가 모습을 드러냈다.
사삭.
“이, 이런!”
돌연 자신의 앞에 뛰쳐나온 상대에 놀란 흑의무사가, 다급히 자신의 무기를 치켜들었다.
이에 한순간 미간을 꿈틀했으나, 이내 감정을 다스린 귀적이 표정을 굳히며 낮은 음성으로 말을 꺼낸다.
“무기를 내려라. 화상장로님을 모시고 있는 귀적이다.”
“헉……! 아, 암적일마……. 시, 실례했습니다! 대천마신교의 평무사 호풍(虎風)입니다!”
“예는 멈추고, 지금부터 묻는 말에만 답하거라. 왜 이곳에서 그런 꼴로 나타난 것이냐?”
“보, 본교의 무사들을 공격하고 달아난 정체불명의 괴인과 전투가 있었습니다. 상황이 좋지 않아, 지원을 요청하러 가던 중에…….”
“그가 혹, 검은색 태도를 들고 있더냐?”
“예! 그렇게 기억하고 있습니다.”
까드득.
자신이 예상이 옳았음을 깨달은 귀적이 소리 나게 어금니를 깨물며 두 눈을 번뜩였다.
“놈과의 전투가 있었다고 했지? 하면 안내할 수 있겠구나.”
“아…… 예. 하, 하지만 아마 지금쯤에는 전투가 끝났을 것입니다. 워낙에 좋지 못했던 상황이라…….”
“상관없으니, 당장 뛰어라!”
“존명!”
우렁차게 복명을 내뱉은 흑의무사가, 이내 돌아온 숲속으로 내달리기 시작한다.
이에 귀적이 느긋한 경공술로 그 뒤를 따르자, 그들의 뒤에 서 있던 귀적의 수하들도 바람처럼 그 뒤를 따랐다.
***
쾅!
콰드드득.
두꺼운 목재로 만들어진 탁자가 내려쳐진 힘을 이기지 못하고 반으로 꺾여 주저앉는다.
평소의 모습을 생각하면 결코 믿어지지 않는 태상장로의 격한 반응에, 화상장로가 다급히 고개를 숙이며 그의 눈치를 살폈다.
“이……!”
“…….”
“자네 지금…… 그따위 것을 보고라고 하고 있는 것인가!”
결국 참지 못하고, 수하들이 있는 자리에서 화상장로에게 노기를 터뜨리는 태상장로.
몇몇 수하들이 지켜보고 있음에도 그가 이런 반응을 보인다는 것은, 그만큼 이 일이 감정을 추스르지 못할 만큼 큰 사안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이 모든 것을 잘 이해하고 있었기에, 화상장로 역시 순순히 고개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하……. 드릴 말씀이 없어? 내가 자네를 잘못 보았군! 고작 시키는 일 하나 제대로 해내지 못하고, 이제 와 대책 없이 그따위 말이나 지껄인다는……!”
돌연 자신의 말을 끊고 들어온 화상장로의 전음에, 태상장로의 얼굴이 일그러진다.
“지금 무슨……”
화상장로의 침착한 대답에, 분기를 다소나마 억누르며 언성을 낮추는 태상장로.
이에 화상장로가 전음을 통해 상황을 정리했다.
“……!”
쾅!
화상장로가 하고자 하는 말을 이해한 그 순간, 자신도 모르게 바닥을 내리치며 자리에서 몸을 일으킨 태상장로.
그러고는 마치 귀신이라도 떠올린 듯 창백한 얼굴로 숨을 몇 번 헐떡이더니, 입술을 질근 깨물다 다급히 주위를 둘러본다.
“괴악(傀惡)! 괴악은 거기 있는가!”
벌컥.
“찾으셨습니까?”
태상장로의 외침이 끝남과 동시에, 처소의 문을 열고 모습 드러낸 흑의 사내.
그가 들어서기 무섭게 태상장로가 다급한 음성으로 그에게 하명했다.
“당장 내 권한으로 움직일 수 있는 모든 병력을 이끌고 ‘그 영역’의 경계선으로 가라! 그 어떤 쥐새끼도 발을 들이지 못하도록 지금 당장 움직이도록!”
“존명!”
태상장로의 명이 끝나기 무섭게 순식간에 자리에서 모습을 감추는 괴악.
그가 사라지자, 화상장로에게 고개를 돌린 태상장로가 단호한 어조로 말을 꺼냈다.
“자네도 직접 움직이게! 만에 하나라도 그런 일이 벌어진다면, 자네나 내 목숨으로 해결될 일이 아닐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하게!”
“그리하겠습니다.”
그렇게, 누가 먼저라 할 것 없이 서둘러 처소를 빠져나가는 화상장로와 태상장로.
그들의 얼굴에는 여태껏 없던 긴장감이 짙게 드리워져 있었다.
***
‘……이해할 수 없군.’
삼십여 명 가까이 되는 시신들이 널브러진 처참한 전장의 흔적.
하나같이 일격에 깔끔하게 베어진 그들의 시신을 살피며, 귀적의 얼굴에는 불신과 의아함이 깃들었다.
‘정말 이 모든 것이, 연공실의 바닥을 파면서까지 탈출을 도모한 실험체가 저지른 일이라고?’
일 대 다수의 싸움이라는 것은, 그 수준에서 실력의 차이가 많이 난다고 해도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사방이 막혀 있으니 움직임은 제한되고, 어쩌다 하나를 베어 낸다고 해도 곧장 사각에서 공격들이 날아든다.
‘단순히 금강불괴라는 이점 때문인가?’
상대의 검격이 자신을 해할 수 없을 것이라는 자신감.
그것이 이 믿기 힘든 상황을 만들어 낸 것일까?
아니, 그것만으로도 어쩐지 석연치가 않다.
하나같이 치명상을 입고 죽어 간 시신들에서는 격렬하게 저항했던 전투의 흔적이 조금도 느껴지지 않는다.
이런 것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저들보다 월등히 높은 전투의 경험과 이해도가 필수적이다.
그렇게 조용히 상념에 잠겨 있는 귀적의 귓가로, 수하 중 하나의 음성이 들려왔다.
“이쪽으로 빠져나간 듯합니다! 발자국과 흔적들이 보입니다!”
“남쪽이라……. 여러모로 최악의 방향을 골랐군.”
처음 땅굴이 파였던 방향은 정확히 천마신교의 서쪽을 향하고 있었다.
이곳까지 온 도주로 또한 마찬가지.
하지만 결국 놈의 도주로는, 그들이 우려하던 방향으로 향하고 말았다.
“모두 듣거라! 놈이 떠난 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흐르지 않았다! ‘경계’에 닿기 전에 잡을 수 있도록, 이쪽도 전력으로 추적하도록 한다!”
“존명!”
“그리고 사평(私平), 너는 우리의 추적 방향과 놈의 도주로를 화상장로께 가서 보고해라. 혹여라도 놈이 ‘경계’를 넘지 못하도록, 미리 본교의 무사들을 풀어 놈의 도주로를 원천 차단해야 한다.”
“존명!”
“서둘러라! 일이 잘못되면, 그 누구도 살아남을 수 없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니.”
파밧!
상황의 중압감을 고스란히 전달하는 귀적의 한마디를 끝으로, 전장에 모였던 이들이 각자의 방향으로 순식간에 흩어졌다.
이들 중 오직 그들을 안내했던 흑의무사 하나만이, 이 상황이 이해 안 되는 듯 어안이 벙벙하게 주위를 둘러보고 있을 뿐이었다.
***
“허억! 허억! 야, 이제 좀 걸으면 안 되냐?”
“쯧쯧. 고작 그걸 뛰고 그리 힘들어하느냐?”
“헉! 헉! 뭐라고, 인마?”
천마의 말에 발끈한 사무현이 달리기를 멈추고 거친 숨을 몰아쉬며 그를 응시했다.
“거의 반 시진은 안 쉬고 뛰기만 했는데, 그거 가지고 고작?”
“무인에게 반 시진 달리기면 고작이라 말하는 게 맞지. 본좌를 봐라, 말짱하지 않느냐?”
“넌 붕붕 떠서 날아다니잖아, 인마!”
그렇다.
이 천마라는 놈은 달리기를 하지 않는다.
한 일 촌쯤 땅바닥에서 떨어져, 말 그대로 귀신처럼 붕붕 떠서 날아다닌다.
그러니 주야장천 맨바닥을 뛰는 나만 힘들 수밖에.
아니, 그 전에 귀신이라 힘들지도 않으려나?
……아무튼!
“너도 뛰어, 인마! 불공평하게!”
“본좌는 귀신이라 굳이 뛸 필요가 없다.”
“그럼 나한테 고작이라고 하지나 말던…… 쿨럭! 쿨럭!”
아우……. 화내는 것도 숨차네.
아무튼 그래도 좀 발을 멈추고 나니, 약간이지만 호흡이 돌아오는 것 같다.
그렇게 이마에 흘러내리는 땀방울을 닦아 내는 사무현의 귓가로, 문득 심각해진 천마의 음성이 들려왔다.
“이런……. 벌써 따라붙었나?”
“뭐, 뭐라고?”
“아무래도 네놈의 소원이 이루어진 모양이다. 당장 더 달릴 필요는 없겠구나.”
……달릴 필요 대신 싸울 필요가 생긴 것 같은데?
어처구니없다는 듯 천마의 얼굴을 바라보면서도, 사무현은 어느새 등 뒤에 가로로 메고 있던 천마도를 풀어 오른손에 쥐었다.
“후우……. 이번엔 몇 놈인데?”
“다섯이다.”
“오호, 그렇게 많지는 않네?”
다행이다, 쉬엄쉬엄 처리해도 되겠네.
“그런데 그 다섯 놈 하나하나가, 조금 전 싸웠던 놈들하고는 비교할 수 없게 강한 놈들이다.”
……젠장할, 그럼 그렇지.
답지 않게 술술 풀려 간다 했다.
“그럼…… 이번엔 좀 빡세겠네.”
“그리고 무엇보다 그놈들 중에…… 이런, 벌써 왔구나.”
아니……. 뭔데?
궁금하게 왜 말을 끊어?
세상에서 제일 열 받는 게 궁금하게 해 놓고 말 끊는 놈이랑, 또 하나는…….
“놈이다!”
사사삭!
……상념을 채 정리할 틈도 없이, 순식간에 사무현을 중심으로 널찍한 포위망을 펼치는 네 명의 무사들.
그들의 얼굴이 어쩐지 낯이 익다는 사실을 떠올리는 그 순간, 사무현의 앞으로 또 하나의 낯익은 얼굴이 모습을 드러냈다.
저벅저벅.
우뚝.
“후우……. 오랜만입니다, 칠 대 천마.”
어……. 저놈을 어디서 봤더라?
……아!
‘……마천관에 가끔 보이던 그놈이구만.’
이름은…… 기억이 잘 안 난다.
귀척……? 구적……? 뭐 그런 이름이었던 것 같은데…….
아무튼 마천관을 지키던 놈들의 대장 정도 되어 보이는 직책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런 놈이 여기까지 왔다는 말은, 그 장로인지 뭔지 하는 것들도 지금쯤 이 상황을 모두 알고 있다는 말이겠지.
“흠흠, 오랜만이네?”
“칠 대 천마……. 아니, 이제 그냥 실험체라고 부르도록 할까?”
“……좋을 대로.”
……어차피 지들 맘대로 부를 거면서, 뭐.
사무현이 건성으로 고개를 끄덕이자, 귀적이 소리 나게 어금니를 깨물며 허리에 찬 검에 오른손을 올렸다.
천마가 보여
지은이 : 보용도
발행인 : 손병태
발행처 : ㈜알에스미디어
주소 : 경기도 부천시 부천로 198번길 18 춘의테크노파크 2차 201동 50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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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6602-6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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