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ousand years old Heavenly Demon RAW novel - Chapter 240
240화
“이……! 제대로 서 있지도 못하는 것이 허세를 부리는구나……!”
“그래도 너랑 달리 두 팔은 쓸 수 있지.”
“이놈! 허튼 소리 마라! 네놈이 더 이상 내력을 운용할 수 없는 상태임을 모를 거라 생각하느냐!”
“큭……. 뭐래? 딱히 숨길 생각도 없었는데.”
피식 웃으며 수룡왕의 말에 대꾸한 사무현이, 어느새 싸늘하게 표정을 굳히며 천천히 한 발을 앞으로 내디딘다.
저벅.
“잔말 말고 덤벼.”
“……!”
“어차피 한 명은 죽어야 끝나니까.”
타다다닷.
말을 마친 사무현이 그대로 수룡왕에게 내달린다.
내력을 한 줌 끌어 올릴 수도 없는 상태인데, 조금 전의 공방으로 갈빗대까지 부러졌다.
하지만 그럼에도 사무현의 움직임은 이전과 별반 다를 것이 없었다.
“죽어라, 이노오옴!
쐐애애액!
내력이 실린 수룡왕의 일각이 사무현의 안면으로 날아든다.
하지만 그런 공격이 들어올 것을 예상이라도 한 것처럼 사무현은 미련 없이 자세를 낮추며 수룡왕의 일각을 피해 냈다.
퍼엉!
허공을 가르는 파공성이 바로 귓가를 스쳐 갔지만, 사무현은 조금의 동요함 없이 몸을 날려 수룡왕의 한쪽 무릎에 일각을 꽂아 넣었다.
콰앙!
“크악!”
뚜둑!
거대한 몸을 지탱하고 있던 그의 한쪽 무릎이 기괴한 방향으로 뒤틀린다.
급한 대로 내력을 집중시켜 완전히 부러지는 것은 면했지만 수룡왕의 몸이 균형을 잃고 비틀거린다.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사무현의 팔꿈치가 수룡왕의 명치 깊숙한 곳에 틀어박힌다.
쩌엉!
“……!”
숨을 멎게 만드는 통증에 입을 떡하고 벌리는 것도 잠시.
가까스로 두 다리로 땅을 딛고 선 수룡왕이 사무현의 복부를 무릎으로 가격하려 한다.
하지만…….
타닷!
도리어 수룡왕의 무릎을 밟고 도약한 사무현이, 그의 눈앞에서 한 바퀴 몸을 회전한다.
휘릭.
콰아앙!
뚜두둑!
“크아아악!”
체중을 실은 사무현의 일각이 수룡왕의 안면에 꽂힌다.
이빨 몇 대와 함께 코뼈가 부러지는 것을 느끼며 뒤로 넘어가려던 순간, 정신을 번쩍 차린 수룡왕이 그대로 상체를 일으키며 사무현에게 박치기를 날렸다.
콰앙!
“큭……!”
설마 수룡왕이 마지막 발차기를 버텨 낼 것이라고는 생각지 못했는지, 갑작스러운 박치기에 당한 사무현이 뒤쪽으로 넘어간다.
그 순간.
덥석.
다급히 양손으로 수룡왕의 무복 앞섶을 움켜쥔 사무현이, 어금니를 악물고 전력으로 상체를 일으켜 수룡왕의 안면을 머리로 들이받아 버린다.
콰앙!
“……!”
뚜두둑.
주춤주춤.
쿵.
기어이 주춤주춤 물러나다 바닥에 쓰러지고 마는 수룡왕.
사실 이번 공격이 그에게 전투 불능의 타격을 입힌 것은 아니다.
외공을 익혔는지 몸 곳곳이 강철처럼 단단하긴 했지만, 수룡왕 자신의 육체 또한 타고난 몸에 단련에 단련을 거쳐 만들어진 결과물이었으니까.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뒤로 물러난 것은, 극심한 통증 속에서 자신이 패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고개를 들었기 때문이었다.
“허억……! 허억……!”
수룡왕을 넘어뜨린 사무현이 거친 숨을 몰아쉰다.
상대를 엉덩방아까지 찧게 만들긴 했지만 치명적인 타격을 입힌 것은 아니다.
‘역시 이대로는 승부가 나지 않아.’
체술에서는 분명 그가 우위를 점할 수 있을 것이라 여겼지만, 갈비뼈가 부러져 움직임이 자유롭지 않은데다가 내력을 실을 수 없다는 제약이 너무나도 크다.
설상가상 상대의 신체 조건은 사무현을 월등히 능가하고 있지 않은가?
만약 사무현이 금강불괴의 육체가 아니었다면 서로 도를 놓은 상황에서 승부는 갈렸을 것이다.
‘결국 끝을 보려면……!’
방법은 하나뿐이다.
생각을 마치기 무섭게, 사무현이 무언가를 찾아 주위를 둘러본다.
그리고 잠시 후, 땅에 떨어져 있는 수룡왕의 도가 사무현의 눈에 들어왔다.
파밧!
그것을 확인하기 무섭게 재빨리 몸을 움직이는 사무현.
한편 그가 무엇을 하려는지 눈치챈 수룡왕이 대경실색하며 다급히 자리를 박차며 몸을 날린다.
쾅!
“안 돼!”
양팔이 부러져 육탄전으로도 우위를 점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인데, 상대의 손에 도가 들린다면 결과는 뻔하다!
다행히 도는 수룡왕에게서도 멀지 않은 위치에 있었고, 내력이 온전했던 까닭에 자리에 먼저 도착한 이는 다름 아닌 수룡왕이었다.
“이노오옴!”
쐐액!
콰아앙!
도가 떨어진 곳에 도착하기 무섭게, 아슬아슬하게 손을 뻗는 사무현을 있는 힘껏 걷어차 버리는 수룡왕.
그의 일각에 빙그르르 회전하며 허공을 난 사무현이, 잔해물 사이로 나가떨어진다.
콰수수수.
“후우…… 후우……!”
이것으로 되었다.
도착이 늦었음에도 불구하고 어떻게든 도를 취하려 했다는 것은, 상대 또한 한계에 다다랐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
‘내가 이겼다!’
혹여나 녀석이 회복할 시간을 벌세라 자신의 도를 한쪽으로 치워 낸 수룡왕이 사무현이 떨어진 잔해물 쪽으로 몸을 날린다.
파밧!
“끝이다, 이노옴!”
입가에 승리의 미소를 머금은 수룡왕의 몸이 무시무시한 속도로 사무현이 떨어진 잔해물 위로 쏘아져 내려간다.
콰과과광!
***
“안 돼!”
자신도 모르게 비명을 내지른 마우평이 반사적으로 앞으로 뛰쳐나가려 한다.
그 순간 한쪽 팔을 앞으로 뻗은 청사가 마우평의 움직임을 가로막는다.
“기다려라!”
“비키십시오! 이 상황에 무슨……!”
“안 끝났으니 기다리라는 말이다!”
고개를 돌려 두 눈을 부릅뜨고 마우평을 쏘아보는 청사.
이에 당황한 마우평이 주춤거리자 다시 전장으로 고개를 돌린 청사가 낮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내가 잘못 본 게 아니라면…… 저건 방주가 원했던 상황인지도 모른다.”
“예? 그, 그게 무슨…….”
“지금 방주가 떨어진 저 자리에 뭐가 있었는지 잊었느냐?”
“……예?”
청사의 말에 더더욱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두 눈을 끔뻑이는 마우평.
그러나 청사는 대답 대신 숨소리조차 죽이고 전장의 상황에 모든 신경을 집중하고 있다.
그런 그의 모습에 마우평을 포함한 모든 사천방도들, 그리고 남경의 모든 문파의 문주들이 마른침을 삼키며 전장으로 시선을 집중시킨다.
곧이어 잠시 후…….
콰르르르.
무너진 잔해물 사이로, 거대한 수룡왕의 인형이 먼저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잠시 후…….
“……아!”
수룡왕에 이어 힘겹게 몸을 일으키고 있는 사무현의 인형.
잠시 후 그의 모습을 확인한 순간, 사천방도들을 포함한 모두의 입이 떡하고 벌어졌다.
***
“흐으……. 쿨럭! 쿨럭!”
마지막 그를 짓밟은 수룡왕의 일각을 온몸으로 받아 낸 까닭에, 얼굴이 엉망진창이 된 사무현이 검붉은 피를 기침과 함께 토해 낸다.
그리고 잠시 후, 피투성이가 된 채 고개를 든 사무현이 수룡왕을 바라보자 그는 도저히 믿기 어렵다는 듯 자신의 몸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이…… 이놈…… 설마 일부러 이곳으로…….”
어깨 위부터 옆구리까지 사선으로 내려오는 붉은 실선.
그곳에서 흘러내린 핏물이 쉴 새 없이 그의 몸을 타고 바닥으로 흘러내리고 있다.
그리고 그의 맞은편에 선 사무현의 오른손에는, 수룡왕의 피를 묻힌 천마도가 묵색 도광을 번뜩이며 예기를 발하고 있었다.
“후우……. 고작 이 정도로 뭘 그렇게 당황한 얼굴이냐?”
“……!”
“……아직 안 끝났는데.”
저벅.
엉망이 된 얼굴로 미소를 머금으며 한 걸음 앞으로 내딛는 사무현.
사실이다.
그가 내지른 일도는 수룡왕의 몸을 완전히 베어내지 못했고, 도리어 내기가 실린 발길질에 더 큰 부상을 입은 쪽은 사무현이었다.
당장이라도 쓰러질 듯 시야가 흔들리고 귓가에는 알 수 없는 소음만 울려 퍼지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그런 몸을 하고도 앞으로 걸어 나오는 사무현의 기세에, 수룡왕의 얼굴에 드디어 생전 느껴 본 적이 없던 낯선 감정이 자리하기 시작한다.
지금껏 그가 겪어 본 적 없는 상대.
한평생 무적이라 자부하며 살았던 자신이 죽음을 맞이할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나자, 가뜩이나 동요하고 있던 수룡왕의 심장이 걷잡을 수 없이 빠르게 뛰기 시작한다.
“……안 돼.”
속삭이는 듯한 중얼거림.
그 순간, 금방이라도 도약을 준비하기 위해 자세를 낮추며 사무현이 천마도를 몸의 정중앙에 위치한다.
쓰윽.
“다음 한 합.”
“…….”
“그거로 마무리 짓자.”
승부를 마무리 짓겠다는 의지가 고스란히 담긴 눈빛.
그와는 달리 수룡왕의 작은 동공에는 그답지 않은 두려움의 빛이 점점 더 짙게 드리우고 있다.
꿀꺽.
“간다.”
파밧!
그 말과 함께 수룡왕을 향해 몸을 날리는 사무현.
전력으로 도약한 사무현이 천마도를 머리 위로 치켜들었다.
‘한 합이라면 역시 이거지.’
천마도법 일 초식, 천하양단.
스스로의 몸조차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상태에서, 자신의 모든 것을 후회 없이 쏟아부을 수 있는 방법은 오직 이것뿐이다!
한편 자신을 향해 빠른 속도로 날아드는 사무현의 모습을 바라보던 수룡왕이, 오른 다리에 남아있는 내력을 집중시킨다.
콰드드득.
그의 오른발이 밟고 있던 대지가 내력에 의해 미세한 균열을 만들어 낸다.
분명 내력 하나 담아내지 못하는 상대와 비교하면 불리할 것도 없는 상황!
하지만 그럼에도 수룡왕의 얼굴에서는 그 어느 때나 넘치던 오만함과 자신감을 찾아볼 수 없다.
그의 얼굴에 떠올라 있는 감정은 오직 하나, 생에 처음으로 느껴 보는 죽음에 대한 두려움뿐.
자신을 향해 빠른 속도로 떨어지는 사무현을 바라보며 일각을 내뻗으려던 그 순간, 등골이 오싹해져 오는 소름을 느낀 수룡왕이 본능적으로 발을 거두며 뒤쪽으로 몸을 날린다.
그리고…….
촤아아악!
아슬아슬하지만 공격 거리는 벗어났을 것이라 생각했던 수룡왕이다.
하지만 곧이어 그의 이마부터 배꼽 언저리까지 전해지는 화끈한 통증에 수룡왕의 두 눈이 경악으로 부릅떠진다.
타닷.
어깨부터 옆구리까지 사선으로 베어졌던 상처 위로, 이마에서부터 수직으로 내려오는 붉은 실선 하나가 더 만들어졌다.
바닥에 안착해 믿을 수 없다는 듯 자신의 몸을 내려다보던 수룡왕이, 이윽고 고개를 들어 일그러진 얼굴로 자신을 바라보는 사무현을 마주한다.
“네놈…… 내력이…….”
“후우…… 그게 빗나가네. 명색에 수룡왕이라는 놈이, 다 죽어 가는 놈 칼이 무서워서 뒤로 빠져?”
꽉 다문 어금니 사이로 검붉은 피를 줄줄 흘리면서도 살기 어린 눈으로 수룡왕을 노려보는 사무현.
거의 불가능할 것만 같았던 내력을 억지로 운용해 도기(刀氣)를 끌어내었는데, 저 영악한 놈이 마지막 순간에 뒤쪽으로 몸을 빼 버렸다.
결국 공격은 실패로 돌아갔고 가뜩이나 엉망이었던 몸은 더더욱 망가져 버렸다.
‘진짜 마지막 힘으로 펼친 일도였는데.’
피를 얼마나 흘린 건지 시야가 어질어질하고 점차 의식이 흐트러지기 시작한다.
과연 그가 앞으로 한 번 더 승부를 걸어볼 수 있을까?
‘……그래도 하는 수밖에 없지.’
어차피 이대로 기절하면 돌아오는 건 죽음뿐이다.
어차피 죽기 살기라는 의지로 사무현이 한 걸음을 더 앞으로 내디딘 순간.
저벅.
“……마.”
“……뭐?”
“오지 마……. 오지 말라는 말이다! 이 괴물 같은 놈아!”
콰앙!
그 말과 함께, 사무현을 향해 있는 힘껏 일각을 내뻗는 수룡왕.
그러자 날카롭게 쇄도한 각풍(脚風)이 사무현의 신형을 후려친다.
콰앙!
“큭……!”
촤지지지직.
금강불괴의 육체로 이 정도에 충격을 받을 리는 없지만, 제 몸을 가누기도 힘든 상황에 받은 공격이라 이조차도 견뎌 내기 버겁다.
이대로 쓰러져 버리고 싶은 충동을 이겨내며 가까스로 사무현이 상반신을 일으켜 세우는데…….
파바바밧!
“……어?”
사무현 쪽은 쳐다보지도 않고, 부러진 두 팔을 흔들며 전력으로 경공을 펼쳐 달아나는 수룡왕의 뒷모습이 그의 눈에 들어온다.
“비켜! 비키라는 말이다! 이 빌어먹을 것들아!”
그의 뒤에 진을 치고 있던 수적들을 향해 소리치며 갈라지는 틈 사이로 질주하는 수룡왕 귀하패.
태어나 처음으로 느낀 공포와 두려움은 그의 이성적 판단을 완전히 마비시켜 버렸다.
아니, 어쩌면 괜한 싸움에 목숨을 걸고 싶지 않다는 지극히 이성적인 판단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렇게 멍하니 도망치는 수룡왕의 뒷모습을 바라보고 있던 그때, 퍼뜩 정신을 차린 사무현이 고개를 돌려 저 멀리 있는 사천방도들을 향해 소리친다.
“뭐하냐 이것들아! 싹 다 쓸어 버려!”
“조, 존명!”
파바바밧!
손 하나 까딱할 수 없는 사무현의 외침에, 지켜보던 사천방도들과 남경의 문파들이 일제히 자리를 박차고 경공술을 펼친다.
사천방을 필두로 달려드는 거대한 군세(群世)에, 우두머리가 패한 수적들이 창백하게 질린 얼굴로 등을 돌린다.
“퇴, 퇴각! 퇴각해라!”
“수적 놈들이 도망친다!”
“한 놈도 놓치지 마라!”
“수적 놈들이 다시는 남경의 땅을 밟을 수 없도록 확실하게 쓸어 버려라!”
너나 할 것 없이 무사들의 사기를 드높이기 위해 목소리를 높이는 남경 문파의 문주들.
그렇게 전황이 완벽하게 뒤집힌 것을 확인한 사무현이 긴 한숨을 내쉬며 눈을 감는다.
주위가 부쩍 소란스러워진 것 같다고 느끼면서, 곧 그의 의식은 완전한 어둠 속으로 빠져들어 갔다.
사천방주 사무현이, 이왕(二王) 중 하나인 수룡왕 귀하패에게 승리를 거두는 순간이었다.
천마가 보여
지은이 : 보용도
발행인 : 손병태
발행처 : ㈜알에스미디어
주소 : 경기도 부천시 부천로 198번길 18 춘의테크노파크 2차 201동 503호
전화 : 032-651-8576
E-mail : [email protected]
ISBN : 979-11-6602-6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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