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ousand years old Heavenly Demon RAW novel - Chapter 241
241화
쩌저정!
스걱!
촤아아악!
“크읍……!”
후두둑.
공격을 제대로 받아 냈다고 생각했는데, 그럼에도 한쪽 어깨를 아슬아슬하게 스치고 지나간 살암의 일검에 흑신무가 침음성을 흘린다.
무복 곳곳이 붉은 선혈로 얼룩진 그의 얼굴에는 당혹스러운 기색이 역력했다.
그리고 그런 그와는 달리, 마찬가지로 무복 곳곳을 피로 물들고 있는 살암의 얼굴에는 심드렁함이 자리하고 있다.
“이거…… 장강수로채의 사신무 중 하나라고 해서 꽤나 기대했는데…….”
“……!”
“이래서는 적어채주라는 녀석에 비해 딱히 나을 것도 없군.”
“뭐, 뭐라고!”
살암의 한 마디에 흑신무의 얼굴이 와락 일그러진다.
절대로 들을 수 없는 모욕적인 말을 들었다는 듯이.
“허튼소리 마라! 내가 고작해야 채주들 따위와 비슷한 수준이라고?”
“아닌가? 그렇다면 아무래도 내가 그간 너무 강해진 모양이군.”
“으드득……! 이놈, 적당히 실력을 가늠해 보려 했더니 오만함이 하늘을 찌르는구나!”
어금니를 깨물며 분노를 표출한 흑신무가 천천히 호흡을 가다듬으며 자신의 도를 몸의 중심부에 위치시킨다.
그리고…….
스스스.
그의 도신에 다섯 자에 이르는 도강이 만들어지더니, 그를 중심으로 은은한 기의 파동이 퍼져 나가기 시작한다.
“지금부터 장강수로채 사신무의 진면목을 보여 주마! 시건방을 떤 대가를 톡톡히 치르게 해 주마!”
“아, 좋을 대로.”
피부까지 저릿저릿해져 오는 흑신무의 기세를 온몸으로 받아 내며 살암이 스산한 미소를 머금는다.
“그편이 조금이라도 더 내게 도움이 될 테니.”
“……!”
진심이 느껴지는 살암의 읊조림에 흑신무의 전신에 오싹한 소름이 돋는다.
저 암천막의 애송이가 상상 이상으로 강한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까지는 어느 한쪽도 우위를 점했다 말할 수 없는 상태다.
아니, 단순히 부상의 정도만을 놓고 본다면 미세하게나마 앞으로 흑신무 자신에게 유리한 전개가 될 가능성이 높다.
바꾸어 말하면 저 애송이 또한 자신과의 승부에 목숨을 걸어야 한다는 의미!
‘그런데도…… 이 싸움을 성장의 밑거름 정도로 생각하고 있다는 말이냐……!’
이 녀석은 위험하다.
장강에서 하루하루를 목숨을 내어놓고 사는 수적들조차 혀를 내두를 정도의 독기.
지금 이 자리에서 죽이지 않는다면, 두 번 다시 놈의 목을 벨 수 있는 기회 따위는 오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각오를 다진 흑신무가 제 자리에 서서 부드럽게 도초를 전개하기 시작한다.
스스슥.
흑신무의 도가 현란한 곡선을 그리며 움직인다.
그 속도가 얼마나 쾌속한지 순식간에 십여 개의 잔영이 만들어져 살암의 눈을 현혹한다.
바로 흑신무를 이 자리까지 오게 만들어 주었던 그의 독문 도법.
만형살풍도(萬形殺風刀)의 발현이었다.
“타하아앗!”
부웅.
콰과과과.
십여 개의 잔영을 만든 흑신무의 도가 휘둘러지자, 그의 도신을 타고 수십여 줄기의 도기가 도풍과 함께 전방으로 나아간다.
생각지도 못한 익숙한 형태의 초식에 살암의 눈이 커진다.
‘저 초식은…….’
도라는 무기 자체가 극쾌와 극강을 위한 무기이지, 검에 비해서는 변화가 단조로울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 지극히 당연했던 살암의 상식을 완전히 뒤엎어 버린 것이 있었으니, 바로 사무현의 도법이었다.
그리고 지금 흑신무가 전개하는 저 초식은 분명 사무현이 처음 살암을 굴복하게 만들었던 ‘그 초식’과 상당히 유사했다.
“……재밌군.”
어느새 한쪽 입꼬리를 말아 올린 살암의 검신에 다섯 자에 이르는 검강이 뿜어져 나온다.
상대의 초식이 아무리 대단해도 사무현의 그것에 비할 수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지 않는다.
하지만 적어도, 도저히 받아칠 방법이 보이지 않던 그 거대한 벽에 조금은 가까이 다가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
파바밧!
살암의 검신을 감싸고 있던 검강이 수백 가닥의 검기로 화(化)해 사방으로 흩어진다.
그와 함께 살암의 검신이 흑신무를 향해 휘둘러지자, 허공으로 비산했던 수백 가닥의 검기가 거대한 폭우로 변해 흑신무를 향해 쇄도했다.
스팟!
천뢰살광무.
일전에 사무현에게 펼친 바 있는 최강의 초식.
극성에 이르면 수천 가닥의 강기가 하늘을 뒤덮는다는 초식이지만, 지금의 살암에게는 그저 수백 가닥의 검기를 펼치는 것이 전부다.
하지만, 지금은 그것으로 충분하다.
콰구구구구.
흑신무가 전개한 만형살풍도와 살암이 전개한 천뢰살광무의 초식이 맞부딪치며 사방으로 거친 검기와 도기가 튕겨 날아간다.
촤좌좍! 촤악!
“크으읍……!”
어찌 보면 상당히 유사한 두 초식의 대결.
자신을 향해 날아드는 검기와 도기가 무복 곳곳을 스치며 지나가자, 흑신무가 도막을 만들어 내며 스스로를 보호한다.
“마, 말도 안 되는……!”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지금 대결에서 밀린 것은 자신이다.
지금껏 목숨을 건 승부에서 몇 번이나 그를 구해 준 절기였지만 상대의 절기가 이를 훌쩍 상회하고 있었다.
‘아무리 애송이라도 암천막의 후계자라 이거냐……!’
어금니를 아득 물며 자신의 도막 위로 느껴지는 검기들을 받아 내고 있던 그때였다.
파악!
“……!”
찰나와 같은 순간.
큰 긴장감 없이 검기를 막아내고 있던 그때 흑신무의 눈이 경악으로 물들었다.
검기와 도기가 난무하는 저 폭풍 속에서, 피투성이가 된 검은 형체 하나가 불쑥 튀어나와 그에게 달려들었다.
“뭣……!”
저 안으로 뛰어들고도 살아남았다고?
아니, 설상 운이 좋게 살아남았다고 하더라도 목숨을 건 실전에서 그런 말도 안 되는 수를 쓰는 놈이 있다고?
불신과 당혹스러움을 가슴에 품고 흑신무가 다급히 도막을 거두며 도강을 끌어 올린다.
그 틈에 두 줄기의 검기가 날아들어 흑신무의 한쪽 다리와 한쪽 어깨를 스친다.
퍼벅!
“큽……!”
충돌의 파편으로 날아든 검기였지만, 그것조차 어렵지 않게 피부와 근육을 찢어 놓는다.
순간의 고통에 도강을 끌어 올리는 속도가 아주 조금 흔들린 그 순간.
쩌저저정!
지금까지 보인 적 없던 극강의 일검이 흑신무의 도신을 위쪽으로 쳐낸다.
이런 공격이 올 것을 미처 대비하지 못한 흑신무가 당황하며 뒤로 물러나려 하자, 섬광 같은 쾌속한 찌르기가 그의 두 어깨와 한쪽 뺨을 아슬아슬하게 스친다.
촤좌좍!
“크으읍……!”
치명상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이렇게 중심을 잡지 못한 상태로는 계속해서 공격에 당할 수밖에 없다.
다급히 도를 회수해낸 흑신무가 방어에 집중하자, 지독할 정도의 살기를 풍기는 살암의 공격이 쉴 틈 없이 흑신무의 방어를 두드린다.
콰광! 쾅! 쩌정!
‘버, 버텨야 한다……!’
노도와 같이 자신을 몰아붙이고 있기는 하지만, 저만한 기의 폭풍을 맨몸으로 뚫고 왔으니 녀석의 몸 상태가 온전할 리 만무하다.
어떻게든 버티고 버틴다면 다음 기회를 노릴 수 있다.
콰광! 촤악! 스걱! 서걱!
‘……다음 기회?’
도저히 멈출 틈을 보이지 않고 다채롭게 날아드는 살암의 공세에 점점 흑신무의 몸이 피로 물들어 간다.
이런 상태로 다음을 기약한다고?
머릿속으로는 방어에 집중해야 한다고 외치고 있었지만, 한 번의 실수로 목숨을 잃을 수 있는 이 지독한 압박감은 산전수전을 다 겪어 온 흑신무로서도 견디기 힘들었다.
결국, 조금씩 조금씩 힘이 빠져가는 살암의 공세를 느끼며 기회를 엿보던 그때.
쓰윽.
‘……지금!’
그를 압박하던 지독한 살기가 사라지며 살암이 공세를 멈추자, 기다렸다는 듯 흑신무가 방어를 멈추고 도를 치켜들었다.
그러자 그 순간.
서걱!
“……!”
보이지도, 느껴지지도 않았다.
아니, 엄밀히 말해 눈으로는 본 것 같으나 몸의 감각이 이를 따라가지 못했다.
자신의 목을 끊어 놓는 끔찍한 감각이 느껴지고, 입가에 검붉은 피를 흘리면서도 조소하고 있는 살암의 얼굴을 보고 나서야 흑신무는 깨달았다.
이 모든 것이, 지극히 의도적인 것이었음을.
“이것이 암천막의 살검(殺劍)이다.”
“…….”
“가거라.”
살암의 마지막 한마디를 들었는지 듣지 못했는지.
그대로 목이 반쯤 잘려 나간 흑신무의 몸이 허물어지듯 바닥에 쓰러진다.
쿵.
“끄…… 끝난 겁니까?”
“세, 세상에…….”
각자의 손에 암기를 들고 살암과 흑신무의 대결을 지켜보던 사문회도들이, 하나둘씩 기관 안쪽에서 걸어 나오며 쓰러진 흑신무의 시신을 확인한다.
설마설마하는 심정으로 살암을 이곳에 안내했던 흑룡문의 무사 또한 이 상황이 믿기지 않는지 어안이 벙벙한 기색이 역력하다.
“저, 정말로 혼자…… 사신무를…….”
“고생하셨습니다.”
어느새 살암의 옆으로 다가와 금창약을 꺼내는 적사.
이에 살암이 미간을 찌푸리며 한쪽 손을 들어 올린다.
“되었다. 그럴 시간에 다른 녀석들을 도와야지.”
“계속 전투를 하기 위해서라도, 상처가 벌어지지 않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는 취하셔야 합니다.”
“……쯧.”
찌이익.
적사의 대답에 짧게 혀를 찬 살암이 자신의 검은 무복을 손으로 찢어 버린다.
어차피 무복 곳곳이 넝마가 되어 있던 덕에, 두어 번 손이 오가고 나니 헤아리기 힘들 만큼 많은 흉터가 새겨진 그의 상반신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쓰윽, 쓰윽.
익숙한 듯 살암의 상체에 금창약을 바르는 적사.
그러는 사이, 덤덤히 서서 치료를 받고 있던 살암이 스스로의 몸을 내려다본다.
‘……고작 사신무 중 하나를 쓰러뜨리고 이 꼴이라.’
사실 ‘고작’이라고 할 만큼 흑신무가 만만했던 상대는 아니다.
적어채주에게는 없었던 상승 초식과 시종일관 감정에 동요되지 않았던 냉정한 판단들.
변화를 주로 하는 도법을 사용하면서도 도초에 실리는 무게와 속도 모두 도리어 적어채주를 상회하는 강자였다.
하지만…….
‘그때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강해졌다고 믿었거늘.’
적어채주의 목을 베며 얻었던 살검에 대한 깨달음과 단기간에 말도 안 되는 수준까지 강인해진 육체.
이제 적어채주 정도 되는 고수와는 몇 번을 싸워도 큰 부상 없이 쓰러뜨릴 자신이 있었던 살암이다.
하지만 결국, 장강수로채의 사신무를 쓰러뜨리는 데에도 이만한 부상을 입어야 하는 것이 지금의 그의 한계였다.
‘……아직도 멀었나.’
암천막의 재건과 복수를 떠올리면 아직도 갈 길이 아득하다.
그렇게 자소 섞인 미소를 머금으며 저 먼 허공을 바라보고 있던 그때, 각기 다른 방향에서 은은한 폭음이 연달아 들려온다.
쿠구구궁.
쿠궁.
“……그만하면 되었다, 적사.”
그제야 아직 전쟁이 끝난 것이 아님을 떠올린 살암이 검을 쥔 오른손에 힘을 주며 말을 꺼낸다.
“너는 동쪽으로 가 보거라.”
“예?”
“남은 두 놈이 이놈과 비슷한 수준이라면, 막휘 녀석들이나 선배들 쪽은 목숨이 위태로울 거다.”
거기까지 말을 마친 살암이 천천히 검을 고쳐 쥐며 서쪽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이런 것들에게 당하게 두지 말도록.”
“존명.”
살암의 명에 짧게 고개를 숙이고는 동쪽으로 몸을 날리는 적사.
그렇게 그들이 찢어지자, 이들의 모습을 지켜보던 사문회도들이 서로를 바라보다 다급히 양쪽으로 찢어진다.
타다다닷.
“자, 잠깐! 저도 같이 가겠습니다!”
어느새 홀로 남은 흑룡문의 무사까지 살암의 뒤를 따라붙으며, 사문회의 장원에는 싸늘한 흑신무의 시신만이 남아있었다.
***
쩌저정!
쩡!
콰앙!
“크읏!”
“으헉!”
“큽……!”
촤지이익!
촤악!
타닷.
세 번의 창격에 각기 다른 방향으로 밀려난 적월과 만패, 나혼수가 얼굴을 일그러뜨린다.
상대는 하나다.
심지어 그들과의 싸움 전에, 위평문이라는 작지 않은 문파를 홀로 멸문시켜 버렸다.
한데 하나같이 절정의 경지에 올라 있는, 함께 연수합격을 펼치면 살암마저도 곤혹스럽게 만드는 그들 셋이 겨우 눈앞의 한 명을 당해 내지 못하고 있었다.
“이놈…… 살암 그 녀석보다 강하겠는데요?”
“아무리 사신무라지만, 어떻게 이런…….”
당혹스러움이 고스란히 묻어나오는 나혼수와 만패의 음성에 적월이 지그시 입술을 깨문다.
장강수로채의 사신무라는 이름을 얕잡아 볼 생각은 없었다.
하지만 결국 그래 봐야 사파.
제아무리 악명을 떨치고 있다 하더라도, 구파일방이나 오대세가에서 이름을 떨치는 고수들보다는 한 수 접어 줄 수밖에 없는 수준일 것이라 생각했다.
한데 지금 그들의 앞에 있는 이 자는, 연무학관에서 그들을 가르쳤던 교관들과 비교해도 약해 보이지 않는다.
“쯧쯧……. 장강수로채라고 다 같은 실력을 가지고 있지 않은 법인데, 사신무라고 해서 다 고만고만한 실력일 것이라 생각했다는 말이냐?”
한심하다는 듯 혀를 끌끌 차며 청신무가 한쪽 입꼬리를 말아 올린다.
“나는 수로채의 사신무로 몸담기 전에도 강서창귀로 불렸던 몸이다. 바꿔 말하면, 남경 같은 일개 도시가 아닌 강서 전역에서 명성을 떨쳤다는 말이지.”
“……큭!”
“자, 어디 얼마든지 덤벼 보거라. 격의 차이라는 게 무엇인지 내 가르쳐 줄 터이니.”
히죽 웃으며 적월을 향해 창끝을 들이미는 청신무.
그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던 적월이, 이윽고 짧게 혀를 차고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인다.
“별수 없군……. 만패, 나혼수.”
“예, 형님.”
“상대가 상대이다 보니…… 지금부터는 목숨 걸어야 할 것 같다.”
“……형님, 설마.”
“귀혈진(鬼血鎭)이다.”
의미심장한 적월의 한 마디에 나혼수와 만패의 눈이 날카롭게 번뜩인다.
천마가 보여
지은이 : 보용도
발행인 : 손병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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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소 : 경기도 부천시 부천로 198번길 18 춘의테크노파크 2차 201동 50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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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6602-6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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