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ousand years old Heavenly Demon RAW novel - Chapter 243
243화
퍼벅!
쩡!
“크아악!”
“크헉!”
우당탕탕.
촤지지익!
“허억! 허억! 해, 해치웠나?”
각기 다른 방향으로 나가떨어진 막휘와 손익패를 바라보며 거친 숨을 몰아쉬는 사내.
미동도 없이 대자로 뻗은 그들의 모습을 바라보며 적신무가 안도의 미소를 머금으려던 그때.
꿈틀.
“……우웨액! 쿨럭! 쿨럭! 제엔자앙, 이러다 진짜 뒈지겠네.”
검붉은 피를 한 움큼 토해 내며 힘겹게 상반신을 일으켜 세우는 막휘.
그 모습을 지켜보는 적신무의 얼굴에 질린다는 기색이 떠오르려던 순간, 반대편에서 나가떨어진 손익패도 비슷한 반응과 함께 몸을 일으킨다.
“쿠에엑! 쿨럭! 쿨럭! 크르르르……!”
“이……! 지긋지긋한 놈들!”
장강수로채 적신무. 아니, 폭혈수귀 주악이라는 별호를 얻은 이후로 이렇게까지 복장이 터지는 상황은 겪어 본 적이 없다.
맞아도 맞아도 다시 일어나는 저 빌어먹을 놈들을 보고 있자니, 한평생 익혀 온 폭혈귀혼장이 진정 제대로 된 무공이 맞는지 회의감마저 들었다.
으드득.
분기를 이기지 못하고 피날 정도로 입술을 짓이겨 깨문 적신무의 두 눈에, 감출 수 없는 짙은 살기가 번들거린다.
“……오냐, 과연 온몸에 구멍이 뚫려도 계속해서 일어날 수 있는지 한번 보겠다!”
스스스.
말을 마친 적신무의 양손에서 푸른 수강이 머금어진다.
‘꿰뚫어 죽이는 것은 내 성미에 맞지 않지만……!’
때로는 취향보다 실리를 취해야 할 때가 있는 법!
적신무가 본격적으로 강기를 운용하겠다는 의도를 드러내자, 입에 고여 있던 피를 마저 뱉어 낸 막휘가 천천히 왼손을 앞으로 내뻗으며 오른 주먹을 옆구리까지 잡아당긴다.
처음과 변함없는 소림의 기본 자세.
이 모습을 지켜보는 적신무의 눈에 스산한 살기가 스친다.
“지겨운 놈.”
파밧!
권법과 장법을 구사했던 지금까지와는 달리 날카롭게 뻗어진 손에 수강을 머금고 달려드는 적신무.
곧이어 적신무의 신형이 유성처럼 막휘를 향해 쏘아져 날아간다.
부웅.
쩌저저정!
막휘의 권강과 적신무의 수강이 맞부딪치며 다시 한번 우렁찬 폭발이 일어난다.
“크읍……!”
막휘가 아무리 단련에 단련을 거듭한 육체라 하더라도, 상대는 그보다 족히 이십 년은 더 오랜 내력을 쌓아 온 장강수로채의 적신무다.
전력을 다한 두 공격이 맞부딪치자 막휘의 주먹이 먼저 뒤쪽으로 밀려난다.
“큭!”
부웅.
맞서서 당해 낼 수 없음을 깨달은 막휘가 재빨리 부드럽게 몸을 회전하며 적신무의 복부에 일각을 꽂아 넣는다.
쾅!
“이노오옴!”
촤아악!
막휘의 일각을 온몸으로 견뎌 내며 반대편 일수로 막휘의 안면을 찌르고 들어오는 적신무.
설마 그가 이렇게까지 저돌적으로 나올 것이라 생각지 못했던 막휘가 황급히 반대편 손을 뻗어 그의 일수를 가로막는다.
쩌저저정!
“크으읍……!”
“크흐흐…… 이놈……! 찢어 죽여 주마……!”
살기 어린 미소를 머금으며 막휘를 밀어붙이는 적신무.
그렇게 그가 절체절명의 순간까지 몰려 있던 그때.
파밧!
“캬아아아아!”
“킥……! 그렇지, 버러지가 올 때가 되었지!”
등 뒤에서 들려오는 손익패의 괴성에 회심의 미소를 머금은 적신무가 막휘의 몸을 일각으로 밀어낸다.
콰앙!
지이이익.
막휘의 몸을 밀어내기 무섭게 손익패의 방향으로 몸을 돌리는 적신무.
어느새 두 눈이 붉게 물든 손익패가, 양손에 조강을 끌어 올리고 그를 향해 우수를 휘두르고 있었다.
“캬아아아!”
스팟!
촤아아악!
천수신공의 특성상 고통을 받으면 받을수록 몸의 야성은 극대화되고 신체 능력은 향상된다.
이 과정에서 이성을 점점 잃어 간다는 치명적인 단점은 존재하지만, 지금 손익패의 상태는 야성과 이성의 경계선에 걸쳐 있는 가장 이상적인 상태!
적신무의 예상을 훌쩍 뛰어넘은 손익패의 일수가 적신무의 오른쪽 어깨 살점을 한 움큼 뜯어내 버렸다.
“큭……! 이 짐승 같은 것이……!”
분노로 얼굴을 일그러뜨린 적신무가, 수강을 머금은 일수로 손익패의 텅 빈 갈빗대 사이를 파고든다.
퍼벅!
뚜두둑.
“카하악!”
“잡것…… 이대로 숨통을 끊어 주마……!”
야성에 지배받고 있는 손익패라고는 하지만 갈빗대가 통째로 부서지는 상황에서도 맨정신을 붙들고 있을 리 만무하다.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두 눈을 뒤집어 깐 손익패의 모습에 막휘가 황급히 몸을 날리려는 순간!
쐐애액!
촤아아악!
“……!”
털썩.
어디선가 날아든 한 줄기 섬광이, 손익패의 갈빗대 사이로 파고들어 있던 적신무의 팔을 통째로 잘라내 버린다.
“……끄아아아악!”
“쯧……. 시끄럽네. 감히 누구 허락도 없이 걜 죽이느니 살리느니 떠들어?”
“……너!”
팔이 잘려 나가 고통에 비명을 내지르는 적신무와, 의식을 잃고 바닥에 쓰러져 버린 손익패.
그리고 잘려 나가 바닥을 나뒹구는 적신무의 좌수.
이 모든 상황을 지켜보던 막휘의 눈에 생각지도 못한 인물이 들어온다.
장원의 담벼락 위에 서서, 양손에 언제라도 내던질 수 있는 커다란 비도를 들고 있는 여인의 모습이.
“……적사!”
“시끄럽게 떠들지 마.”
적신무에게 시선을 고정한 채 냉랭하게 대답한 적사가, 담벼락 위에서 가볍게 몸을 날려 장원에 안착한다.
타닷.
“……저 새끼부터 죽이는 게 먼저다.”
사무현이나 다른 사천방도들과도 제법 인연을 맺은 청사와는 달리, 적사는 사천방 내에서 크게 인연을 맺은 이가 없다.
그러나 오직 하나.
강해지겠다는 일념 하나로 툭 하면 그녀에게 덤벼들던 손익패.
그 특유의 넉살스러운 성격으로 냉랭한 그녀에게도 장난스레 말을 걸어오던 녀석이다.
그런 놈이 저 꼴이 되어 쓰러져 있는 것을 보니 속이 뒤틀리고 머리끝까지 열이 뻗쳐 온다.
“……막휘.”
“어, 어?”
생전 처음 보는, 짙은 살기를 풍기는 적사의 모습에 막휘가 자신도 모르게 말을 더듬었다.
“붙어.”
“…….”
“숨통은 내가 끊는다.”
“……그러지.”
분노와 투지로 불타는 적사의 눈빛과 고통으로 일그러진 적신무를 번갈아 보며 고개를 끄덕이는 막휘.
생각지도 못한 전개이긴 하지만 지금 적사의 개입으로 전황은 확실하게 기울었다.
그녀 하나의 전투 능력은 별개로 치더라도, 체술이 주력인 적신무에게 한쪽 팔이 잘려 나간 것은 더할 나위 없이 치명적이니까.
콰드득.
내력이 실린 일보를 앞으로 내디디며 막휘가 적신무를 향해 싸늘한 냉소를 머금는다.
“안됐지만 넌 곱게 죽긴 그른 것 같다.”
“……!”
“저 여자가, 제 주인을 닮아서 꽤나 악독하거든.”
“……쓸데없는 소리 할 거면 다물어.”
“이…… 이 잡것들이!”
한 마디씩 주고받으며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적사와 막휘의 모습에 적신무가 가늘게 몸을 떤다.
‘빈말이 아니다!’
난데없이 튀어나온 저 적사라는 계집.
언뜻 보기에 무위 자체는 그리 높지 않다.
심지어 느껴지는 기도만 놓고 본다면 그와 맞서던 두 녀석보다도 강하다고 말하기 어렵다.
하지만…….
‘아주…… 제대로 훈련된……!’
자신도 모르게 마른침을 꿀꺽 삼키며 적신무가 적사를 응시한다.
‘……살수(殺手)다!’
저 정도의 거리에서 비검을 날렸음에도 아무런 기척과 살기를 느끼지 못했다.
아무리 그가 살심(殺心)에 눈이 멀어 있었다고는 하나, 바로 옆에서 풍기는 살기 하나 감지하지 못했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그 말은 결국, 저 계집이 평범한 수준의 살수가 아님을 방증하는 것.
한쪽 팔을 잃은 상황에서, 저 막휘라는 녀석과 맞서는 와중에 저만한 살수가 뒤를 노린다면……!
‘……승산이 없다!’
이 몸으로 계속해서 싸우는 것은 자살 행위.
여기까지 생각을 마친 적신무가, 미련 없이 자리를 박차며 그들의 반대편으로 몸을 날린다.
파바밧!
“막아!”
샤샤샥!
“아무렴!”
쾅!
적신무의 등을 향해 섬광같이 날아가는 다섯 줄기의 비도.
이에 전력으로 호신기를 끌어 올린 적신무가 뒤쪽을 향해 일장을 내뻗는다.
부웅.
터덩.
적신무의 일수가 만들어 낸 장풍이 그를 향해 정면으로 쏘아지던 비검 두 자루를 땅으로 떨어뜨린다.
남은 세 자루의 비도가 아슬아슬하게 그를 빗겨나가 허공을 가르자 적신무의 입가에 안도의 미소가 머금어진다.
그러던 그 순간.
휘리리릭.
콰곽!
그를 빗나갔던 비검들이 돌연 방향을 선회하며 서로 교차되는가 싶더니, 이내 보이지 않는 투명한 은사가 적신무의 몸을 휘감는다.
“큭……! 이 무슨……!”
“이놈! 이제 내 차례다!”
파밧!
어느새 적신무의 앞으로 불쑥 나타난 막휘.
이에 당황한 적신무가 수강을 머금은 일수로 막휘의 안면을 향해 내뻗는다.
“으아아! 죽어라, 이노오옴!”
“……쯧.”
스륵.
앞으로 내뻗은 막휘의 좌수가 수강을 머금은 적신무의 손을 부드럽게 한쪽으로 흘려 버린다.
순식간에 자신의 일수가 허공을 가르자 적신무의 눈이 경악과 당혹으로 물든다.
“마지막 방심의 순간을 노리고 있었는데.”
안타깝다는 듯 중얼거린 막휘의 일권이, 그대로 적신무의 흉부로 틀어박혔다.
부웅.
쩌저저정!
콰드드득.
“……커헉!”
갈비뼈가 통째로 부러지는 소리와 함께 적신무의 입에서 검붉은 피가 뿜어져 나온다.
그리고 곧이어, 적사의 은사에 몸이 묶인 적신무가 그대로 맨바닥으로 추락한다.
휘익.
쿵.
꿈틀꿈틀.
“……칵! 쿨럭!”
타닷.
적신무의 앞으로 안착한 막휘가 쓴웃음을 머금으며 쓰러진 그를 내려다본다.
“시종일관 밀리고 있던 차에 이런 말을 하는 게 우습지만, 이렇게 허무하게 결착이 나게 될 줄은 몰랐다.”
“이…… 이이…….”
“뭐…… 아무튼 잘 가라.”
쓰러져서 몸을 꿈틀거리는 적신무의 숨통을 끊기 위해 주먹을 치켜드는 막휘.
그 순간, 어디선가 날아든 날카로운 섬광이 적신무의 목을 베어 낸다.
스걱.
촤아아악.
……풀썩.
“……누구 맘대로 숨통을 네가 끊어?”
어처구니없다는 듯한 적사의 음성에 막휘가 멍하니 두 눈을 끔뻑이며 그녀를 응시한다.
순식간에 적신무의 목을 베어 낸, 은사가 달린 반월도를 회수한 적사가 곱지 않은 눈으로 그의 시신을 한 번 흘기더니 손익패에게로 몸을 돌린다.
“아깝네, 상황만 아니었어도 암천막의 고문이 어떤 건지 가르쳐 줄 수 있었을 텐데.”
저벅저벅.
우뚝.
“……뭐 해? 얘 부축 안 해?”
“아…… 그러지.”
적사의 한 마디에 자신도 모르게 빠른 발걸음을 옮겨 손익패를 안아 드는 막휘.
그렇게 그녀의 뒤를 따르면서 막휘는 한 가지를 확실히 다짐했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저 여자는 절대로 건드리지 말아야지.’
그렇게 적신무를 마지막으로 남경을 쳐들어온 모든 사신무가 목숨을 잃었다.
이로써 사천방을 대표로 한 남경의 문파들과 수룡왕이 이끄는 장강수로채의 전쟁이, 사천방의 승리로, 남경의 승리로 완전히 마무리되는 순간이었다.
***
장강수로채의 습격으로 남경이 입은 피해는 실로 컸다.
강변에 위치한 북쪽 지역은 말 그대로 폐허가 되었고, 죽거나 다친 양민들의 수는 상세히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였다.
하지만, 그 큰 전쟁을 치르고도 남경의 전체적인 분위기는 그리 절망적이지 않았다.
‘남경을 침입한 장강수로채가 초토화되었다!’
‘사천방주에게 패한 수룡왕은 목숨만 겨우 건져 도망쳤고, 사신무들을 포함해 두 수채가 괴멸했다!’
사파의 가장 큰 세력 중 하나라는 장강수로채를 격퇴했다는 사실.
무림맹이나 다른 누구의 손을 빌리지 않고, 오롯이 남경의 힘만으로 승전(勝戰)을 했다는 사실에 남경의 분위기는 한껏 고조되어 있다.
거기에 새로 아룡상회의 지부장으로 부임한 전추가, 북쪽의 폐허를 재건하고 전쟁의 피해자들을 구휼하겠다고 나서자 남경은 더더욱 빠르게 활기를 찾았다.
그리고 그 전추가 사천방주와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다는 소문까지 더해지자, 사천방에 대한 남경 전체의 민심은 그야말로 하늘을 찌를 듯했다.
“……그러니, 당연히 저렇게 사천방 앞에 사람들이 몰릴 수밖에 없지 않겠습니까?”
온몸을 붕대로 칭칭 감고 병상에 누워 있는 사무현을 향해, 늙은 의원 하나가 부드러운 미소를 머금으며 설명을 덧붙인다.
“사천방은 남경의 구원자나 다름없으니 말입니다.”
“끄으응……. 아니……. 구원자고…… 뭐고…….”
고통에 신음을 흘리며 미간을 찌푸리는 사무현.
그런 그의 귓가로, 사천방 밖에서 울려 퍼지는 우렁찬 환호성이 계속해서 들려온다.
“와아아!”
“사천방 만세에!”
“사천방주 만세에!”
“……아니, 진짜 좀!”
결국 참다못한 사무현이 버럭 목소리를 높인다.
“누가 좀 나가서 조용히 시켜 보라고! 나 환자라고, 환자!”
“크흠흠……. 형님, 환자가 조용히 시키라고 하는데 어떻게 합니까?”
사무현의 외침을 들은 사천방도 하나가 마우평에게 고개를 돌리며 질문을 던진다.
그러자, 병실 앞에서 팔짱을 끼고 삐딱하게 서 있는 마우평이 못 들을 소리를 들었다는 듯 귀를 후벼파며 퉁명스레 대답한다.
“대사천방주님의 명령은 듣겠지만, 환자의 명령은 들을 수 없다 전하거라.”
“……들으셨지요?”
“야! 이……! 내가 사천방주다, 이것들아!”
“크흠흠, 형님. 오해하지 마십시오, 저희는 그저 사천방주님의 가르침을 따르는 것뿐입니다.”
“뭐, 뭐라고?”
“대사천방에! 환자의 발언권은 존재하지 않는다!”
“…….”
“……아닙니까?”
불과 얼마 전에 자신이 내뱉었던 말이 스스로에게 돌아오자, 할 말을 잃은 사무현이 멍하니 입을 벙긋거린다.
“크흠……. 명을 내리시려거든 얼른 다 나으셔서 환자복을 벗고 내려 주십시오. 전 그럼, 약이 준비되었는지 확인을 하러 가야 해서 이만.”
쿵.
저벅저벅.
그렇게 문을 닫고 멀어져 가는 마우평의 인기척에, 멍하니 그가 사라진 자리를 보고 있던 사무현이 천장을 올려다보며 앓는 소리를 흘린다.
“……이거 내가 호랑이 새끼들을 키웠구나.”
하지만 대부분의 후회는 언제나 그렇듯 아무리 빨라도 늦은 법이다.
허탈한 얼굴로 눈을 감는 사무현과, 그런 사무현을 알게 모르게 훔쳐보며 자랑스러운 미소를 머금는 사천방도들.
그리고 그런 모두를, 팔짱을 낀 천마가 한쪽 벽에 비스듬히 기대어 바라보고 있었다.
천마가 보여
지은이 : 보용도
발행인 : 손병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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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소 : 경기도 부천시 부천로 198번길 18 춘의테크노파크 2차 201동 50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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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6602-6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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