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ousand years old Heavenly Demon RAW novel - Chapter 244
244화
사천방이 장강수로채를 남경에서 물리친 지 어느덧 보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처음에는 손 하나 까딱할 수 없을 만큼 엉망이 되었던 사무현도, 이제 슬슬 운신을 할 수 있을 만큼 몸 상태가 회복되었다.
천마신교에서 만들어진 이 뛰어난 육체는 안타깝게도 회복력 또한 상당히 뛰어났으니까.
그래도 무신에게 죽기 직전까지 두들겨 맞았을 때도 사흘이면 회복이 되었는데, 보름이나 꿈쩍도 못 할 정도였다는 것은 그만큼 이번 전투의 부상이 위중했음을 보여 주는 것이었다.
뚜두둑, 뚜둑.
“……끄으응, 아직도 여기저기 다 쑤시네.”
오랜만에 병상이 아닌 자신의 침소에서 숙면을 취한 사무현이 팔꿈치와 무릎 여기저기를 누르며 굳어 있던 관절을 풀어낸다.
그런 사무현의 모습을 지켜보던 천마가 고개를 끄덕이며 감탄사를 흘린다.
“확실히 대단하구나. 처음 네 몸을 보았을 때에는 본교가 쓸데없는 짓을 했나 싶었는데, 막상 옆에서 지켜보고 있자니 아주 괜한 짓을 한 것은 아니었던 모양이다.”
“……뭐?”
“그렇지 않느냐? 금강불괴의 육체야 그렇다 치더라도 그만한 부상을 입고 곧바로 회복되는 육체는 정말…….”
까드득.
“……아무리 그래도 그런 짓까지 한 것은 너무했지. 본좌는 본좌의 후손들을 용서할 수가 없다.”
언제 그랬냐는 듯 황급히 뒷말을 바꾸며 사무현의 시선을 회피하는 천마.
이글거리는 눈으로 그런 놈의 모습을 노려보던 사무현이, 무어라 한 마디 쏘아붙이려는 듯 입을 열었다가 이내 고개를 가로 젓고는 발걸음을 옮긴다.
‘뭐, 사실 틀린 말도 아니지.’
차라리 죽는 게 나을 듯한 고통의 시간을 삼 년이나 견딘 사무현이다.
미쳐 버리는 것이 도리어 쉬웠을 그 상황에서 사무현이 맨정신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마교라는 집단에 대한 분노와 증오심, 그리고 살아남고자 하는 의지의 결과물이었다.
하지만 그렇게 마교라는 놈들에 대한 원한이 뼛속 깊이 새겨진 사무현조차, 수룡왕과의 싸움은 물론 지금의 상황까지도 마교에서 만들어진 육체의 이점을 절실히 느끼고 있었다.
‘의원은 반 년 이상 정양해도 후유증에 시달릴 부상 이라고 했는데.’
뭐라고 했더라?
혈맥 곳곳이 너무 심하게 파열되어 손을 쓰는 것보다 자연 치유에 기대는 편이 나을 정도고, 부러진 뼈마디가 폐와 내장 근육 곳곳을 찌르고 있어 언제쯤 제자리를 찾을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우선 억지로 뼈의 위치를 다시 잡고 회복에 도움이 되는 약재들을 쓰며 상황을 지켜보는 것이 최선이라 했는데, 고작 보름 만에 뼈가 다 붙어 버리는 기염을 토했으니 의원들은 하나같이 자신의 상식을 의심하며 머리를 쥐어뜯었다.
‘그때 그 인간들 얼굴 참 볼 만했는데.’
처음 스스로 몸을 일으켜 찌뿌둥한 몸을 풀고 있는 사무현을 보고, 의원들 몇몇은 자리에 털썩 주저앉으며 할 말을 잃었다.
흡사 귀신이라도 본 듯한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의원들의 모습이 꼭 마치 지금 저놈들 눈빛처럼…….
“……어라?”
아직 동이 트지 않아 검푸른 빛이 감도는 숲속에서 자신을 바라보는 수십 쌍의 눈빛들.
상념에 빠진 채 아무 생각 없이 걷고 있던 사무현이 눈썹을 추켜올리자, 어둠 속에서 웃옷을 벗고 바윗덩어리를 들어 올리던 사도관도들이 얼떨떨한 얼굴로 사무현을 맞이한다.
“형님?”
“방주님?”
“……너희 여기서 뭐 하냐?”
“저희야 당연히 새벽 수련 중이었지요.”
“내가 한 달간은 수련하지 말라고 했는데?”
“헤헤, 이 정도가 무슨 수련이겠습니까? 그냥 근육 빠지지 말라고 가볍게 몸풀기 운동이나 하는 거죠.”
사무현의 물음에 언제 그랬냐는 듯 헤헤 웃으며 대답하는 막휘.
……조금 전에 자기 입으로 수련이라고 떠든 건 벌써 잊었나?
“한데, 그러는 형님이야말로 여기는 어쩐 일이십니까? 아직 더 누워계셔야…….”
“뼈는 다 붙었어. 이제 내상만 치료하면 되는데, 그때까지 영 좀이 쑤셔서.”
“뭐…… 다들 똑같네요.”
이 상황이 꽤나 재미있었는지 막휘가 실소하며 고개를 끄덕이자 사무현이 모두를 빙 둘러보며 물었다.
“……익패는 안 보이네? 적월 선배도.”
“두 사람은 한 보름 정도는 더 누워 있어야 한답니다.”
“……보름이나?”
사무현의 부상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사천방도들도 하나같이 작지 않은 부상을 입고 있었다.
특히나 손익패와 적월의 경우 그 부상 정도가 심각했다.
그야 사무현과 함께 중환자로 분류된 몇 안 되는 이들이었으니까.
‘……내가 너무 쉽게 생각했지.’
사신무라는 놈들이 강해 봐야 백신무라는 놈과 비슷한 정도일 거라 생각했다.
막휘와 익패, 그리고 세 선배들이 힘을 합친다면 큰 부상을 당하지 않는 내에서 제압이 가능할 것이라고.
하지만 이는 사무현의 오판이었다.
당시에 백신무는 사무현과의 싸움 이전에, 흑룡문주와 흑룡문도들과의 싸움으로 상당한 내력을 소모한 상태였다.
더군다나 사무현의 무위를 가늠하지 못하고 첫 합부터 한쪽 팔을 내어주는 실수를 저질렀다.
제대로 된 진면목을 보았다 말할 수도 없었던 상대를 기준으로 다른 적들의 수준을 가늠했으니, 이리 큰 부상자가 나오는 것도 당연한 결과다.
‘……어렵네.’
악연이지만 동시에 기연이었던 천마와의 만남, 그리고 무신과의 만남.
이 모든 것들이 사무현을 강하게 만들어 주긴 했지만 한 집단을 이끌어 가기에 사무현은 아직 경험이 부족했다.
사무현의 얼굴이 눈에 띄게 어두워진 것을 확인한 막휘가 그를 위로하듯 넌지시 말을 건넸다.
“형님, 형님의 잘못이 아니십니다.”
“…….”
“그렇게 스스로 자책 마십시오. 다 저희가 부족해서 생긴 일입니다.”
진심이 느껴지는 막휘의 음성에, 멍하니 허공을 바라보고 있던 사무현의 시선이 천천히 그의 얼굴로 옮겨 간다.
그러고는 더 없이 고맙다는 듯 입가에 부드러운 미소를 머금어 보인다.
“막휘야.”
“예, 형님.”
“……나도 알아.”
“아닙니다, 저희가 정말 부족……. 예?”
내가 뭘 잘못 들었나? 하는 표정으로 사무현을 바라본 순간, 막휘는 깨달았다.
자신이 뭔가 굉장히 잘못된 발언을 입에 담고 말았다는 사실을.
턱.
기특하다는 듯 막휘의 한쪽 어깨에 손을 얹은 사무현이 흐뭇한 미소를 머금으며 말을 꺼낸다.
“그래, 너희들의 부족함이 문제였지. 너희가 이미 그걸 알고 반성하고 있었다니 내가 기쁘기 그지없다.”
“아…… 예…….”
“그러니까, 지금 이게 다 조금이라도 부족함을 채우기 위한 발버둥을 치고 있었다는 뜻 아니야?”
“……예?”
어…… 그거야 그렇지.
분명 틀린 말은 아니다.
어쨌거나 수련이란 것은 본디 스스로의 부족함을 채우고 앞으로 정진하기 위함이 아니던가?
다만…… 그런 얘기를 왜 저렇게 불길한 미소를 지으며 하느냐는 것이 문제라면 문제인데…….
“좋아, 내가 내상이 회복되기 전까지는 기다리려 했는데, 너희들의 그 열정을 보고도 모르는 척하는 건 방주로서 도리가 아니지!”
“……예?”
“오늘부터…… 아니, 지금 바로 너희들의 부족함을 채우기 위한 특훈에 들어간다!”
“……예?”
아니……. 어쩐지 말이 좀 이상한 방향으로 흐르는 것 같은데?
“이번에야 운 좋게 사상자가 없었지만, 죽다 살아난 놈은 여럿 되지? 다음번에도 이런 싸움이 있으면 살아남을 수 있겠어?”
“…….”
“에이, 안 되지. 이 정도로는 어림도 없지!”
홀로 열을 다해 목소리를 높인 사무현이, 곧 두 눈을 번뜩이며 모두를 둘러본다.
“어디 부러진 놈 아니면 다들 바윗돌 내려놓고 자세 잡아! 대련으로 몸부터 풀고 시작한다!”
“허…….”
“……어쩐지 이렇게 될 것 같더라니.”
할 말을 잃은 듯 서로가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는 사천방도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어느덧 그들 중 가장 먼저 앞으로 걸어나온 막휘가 당당히 자세를 잡으며 목소리를 높인다.
“좋습니다! 제가 먼……!”
콰앙!
휘리리리릭.
쿵.
“……아, 실수.”
오랜만에 힘을 썼더니 조절이 잘 안 되네.
사무현의 주먹에 얻어맞은 막휘가 저 멀리 나가떨어졌으나, 사천방도들은 도리어 기다렸다는 듯 앞을 다투며 사무현에게 나선다.
“형님, 이번에는 접니다!”
“제가 먼저 한 수 배우겠습니다! 으라아아!”
“……얼씨구?”
얘들이 수로채랑 한번 싸우더니 다 같이 간덩이가 부었나?
황당함에 실소를 하는 것도 잠시, 어느덧 한쪽 입꼬리를 말아 올린 사무현이 우렁찬 기합과 함께 주먹을 내지른다.
“으라차!”
콰아앙!
아직도 몸 곳곳에 붕대를 감고 있으면서도 아무렇지도 않게 날뛰는 사천방도들과 사무현.
여느 때보다 도리어 과격해 보이는 수련 속에서도 그들 중 누구 하나의 얼굴에서도 불만이나 싫은 기색을 찾아볼 수 없었다.
조금이라도 더 강해지리라.
그래서, 누구와 맞붙더라도 다시는 동료를 위기에 빠뜨리지 않으리라!
장강수로채와의 싸움으로, 사천방은 그렇게 한 단계 성장하고 있었다.
***
달그락.
“……몸은 좀 어떠십니까?”
“으음……. 이제 많이 괜찮아졌네.”
탁자 위에 놓인 찻잔을 입가로 가져가며 흑룡문주가 대답한다.
하지만 찻잔을 들어 올리고 내리는 과정에서도 미세하게 몸놀림이 불편해 보이는 것은, 아직 그의 부상이 온전히 회복되지 않았음을 단적으로 보여 주는 것이라 할 수 있었다.
그런 흑룡문주의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던 사문회주가 품 안에서 서류 뭉치를 꺼내 흑룡문주 앞으로 내려놓았다.
쓰윽.
“이게 무엇인가?”
“흑검문과 창수단, 우명방이 유지하던 사업 증명서와 장원 서류입니다.”
흑검문과 창수단, 우명방.
이들은 마지막까지 반사천방의 길을 걷던 이들이다.
그런 그들의 사업 증명서와 장원 서류가 사문회주의 손을 통해 자신에게 건네지자, 흑룡문주의 두 눈이 휘둥그레진다.
“아니, 이걸 왜 나에게 주는가? 저들은…….”
“흑룡문주께서 회복에 전념하시는 동안 남경에 많은 일이 있었습니다.”
조용히 쓴웃음을 머금은 사문회주가 그간의 일들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수룡왕과 장강수로채가 남경에서 도주한 뒤, 사문회를 포함한 남경의 모든 문파들은 곧바로 회의에 들어갔다.
사문회에서 판단하기로 수룡왕이 남경에 온 첫 번째 이유는 다름 아닌 그의 동생인 흑강패도의 죽음.
그리고 이 사실을 수룡왕에게 전달할 만한 이는 십중팔구 흑검문뿐이었다.
실제로 수룡왕이 남경에 도착하고 가장 먼저 찾아간 곳이 바로 흑검문이었으니까.
그렇게 수적을 남경에 끌어들인 죗값을 묻기 위해, 사문회를 포함한 모든 문파들은 곧장 흑검문으로 들이닥쳤다.
하지만 그곳은 이미 쑥대밭이 되어 있는 상태였고, 그들과 우호적 관계를 유지하던 창수단과 우명방은 자신들이 가진 모든 것을 포기하고 남경에서 도주했다.
“수적들을 끌어들인 흑막은 알아서 남경을 떠난 것 같지만, 그들이 남기고 간 세력과 재산을 어찌해야 하는지 말들이 많았습니다. 가장 많이 나왔던 의견은 이번 전투에서 가장 큰 역할을 한 사천방에게 귀속시키는 것이었는데…….”
“……거절인 모양이구려.”
“예. 최근 사천방주께서 회복이 되셨다는 이야기를 듣고 찾아갔는데, 사천방의 사업이 너무 잘 돼서 다른 곳까지 손을 뻗칠 여력이 없다고 하더군요.”
“이해가 되는군. 그럴 만도 하지.”
사문회주의 말에 미소를 머금으며 고개를 끄덕이는 흑룡문주.
이번 수적들의 침략으로 피해를 본 양민들의 수는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다.
당장 아룡상회가 나서서 구휼을 했다고는 하지만, 그들이 경제적 활동을 다시 시작하고 자립을 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목돈이 필요하다.
하지만 집도 잃고 갈 곳도 없는 양민들에게 누가 돈을 빌려주겠는가?
그런 와중에 장강수로채를 물리친 영웅들이, 남경에 사는 사람이라면 누구에게나 적당한 이자에 돈을 빌려주니 아마 사천방에는 한동안 손님이 미어터지지 않는 날이 없을 것이다.
“해서 저희 모두가 고민한 결과, 이번 남경전투에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문파에게 지원하는 것이 옳다는 결정을 내렸습니다. 모쪼록, 흑룡문의 재건을 위해 요긴히 써 주십시오.”
“으음…….”
사문회주의 말에 씁쓸한 미소를 머금으면서도 고개를 끄덕이는 흑룡문주.
아직 그의 눈 앞에서 무기력하게 죽어 가던 흑룡문도들의 모습이 그의 눈에 선하다.
고작 이런 재물을 받는다고 그들의 상처가 치유되지는 않겠지만, 살아남은 이들에게 적절한 보상을 해 주고 다시 흑룡문을 일으켜 세우려면 사실 거절할 수가 없는 제안 이었다.
“……고맙네. 내 이 재물은 흑룡문과 남경 전체를 위해 사용토록 하겠네.”
“그래 주시면 더할 나위 없을 듯합니다.”
사문회주가 기꺼운 미소를 머금으며 서류들을 건네자, 그것을 받아 챙긴 흑룡문주가 문득 떠오른 듯 화제를 돌렸다.
“한데, 사천방주님은 완전히 쾌차하신 건가? 부상이 꽤나 심하셨다고 들었네만…….”
“말도 마십시오. 낮에는 미어터지는 손님을 받고, 해가 저물면 사천방의 연무장에서 기합 소리가 끊이질 않는다 합니다. 아무튼 대단한 분입니다.”
“하하, 그래. 그러니 그 정도의 고수가 되실 수 있었던 게지. 우리도 마땅히 본받아야 할 일이네.”
너털웃음과 함께 진심 어린 감탄을 흘리는 흑룡문주.
그런 그를 바라보던 사문회주가 돌연 목소리를 낮추며 말을 꺼낸다.
“실은…… 사천방과 관련하여 흑룡문주님께 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었습니다.”
“무엇인가? 말해 보시게.”
“이번 일로 인해 남경과 장강수로채는 완전한 적대적 관계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또한, 지금 남경이 사천방을 중심으로 하나가 되어야 한다는 것은 모두가 다 아는 사실일 겁니다.”
“그렇지.”
“해서 드리는 말씀인데…….”
어쩐지 그답지 않게 뜸을 들이던 사문회주가, 곧 흑룡문주에게 상체를 기울이며 두 눈을 반짝인다.
“사천방주께, 남경 사파들의 연합(聯合)을 청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천마가 보여
지은이 : 보용도
발행인 : 손병태
발행처 : ㈜알에스미디어
주소 : 경기도 부천시 부천로 198번길 18 춘의테크노파크 2차 201동 503호
전화 : 032-651-85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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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6602-6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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