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ousand years old Heavenly Demon RAW novel - Chapter 246
246화
저벅저벅.
인시가 가까워지는 이른 새벽.
아직 동이 트지 않은 조용한 산길을 아홉 명의 인물들이 걸어 오르고 있었다.
이들은 바로 남경을 대표하는 사도문파들의 수장들.
흑룡문주를 위시한 사문회주, 귀창문주, 구호단주, 초악문주, 회명단주, 가명회주, 월검단주, 호반문주가 바로 그들이었다.
“사천방이 남경 외곽의 흉가를 장원으로 쓴다는 이야기는 익히 들었는데, 직접 가 보는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어딘지 모르게 설렘과 긴장감이 느껴지는 미소를 머금으며 월검단주가 입을 열었다.
그러자 흑룡문주의 바로 뒤에서 걷고 있던 구호단주가 고개를 끄덕이며 그의 말을 받았다.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아마도 흑룡문주님과 사문회주님을 제외하면 이 중 사천방의 장원에 가 본 분은 없을 것입니다.”
“사천방이 흉가를 보수하는 일을 흑룡문과 사문회에서 적극적으로 도왔다고 들었습니다. 허허, 어떤 곳인지 벌써부터 기대가 됩니다.”
“너무 큰 기대는 하지 마십시오. 나름대로 장인들을 불러 손을 본다고 봤지만, 그래도 터가 터인지라…….”
사문회주가 어색한 미소를 머금으며 답하자, 귀창문주가 슬쩍 화제를 돌린다.
“그나저나, 사천방주의 인품이 생각할수록 대단한 것 같습니다. 사천방에게 적대적이었던 문파들까지 아무 대가 없이 포용을 해 준 것도 그렇고, 또 이렇게 직접 무공을 봐주겠다고 하시는 것도 그렇고 말입니다.”
“인품만 대단하겠습니까? 저는 아직도 사천방주님과 수룡왕의 대결이 눈앞에 생생합니다. 당시에 느꼈던 전율이 떠오르면, 밤중에 잠을 설칠 지경이니까요.”
“일전의 일이 여기저기 퍼지면서, 요즘은 사천방주님을 흑도왕(黑刀王)이라 부른다고 하더군요. 수룡왕을 꺾으면서 사파제일도(邪派第一刀)임을 증명한 것과 다름없지 않겠습니까?”
귀창문주의 말에 이어 가명회주와 회명단주가 연달아 그를 칭찬한다.
그럴 수밖에.
남경 제일인이자, 이제는 사파 제일인에 가장 가깝다는 말까지 나오는 이가 바로 현 사천방주인 흑도왕 사무현이다.
그런 그가 남경의 사도문파들과 연합을 만드는데 동의해 준 데 이어, 그 연합을 만드는 조건으로 도리어 상당히 파격적인 요구를 제시했다.
이는 바로 사천방주가 직접 그들을 단련시켜 주겠다는 것!
사천방주 정도 되는 절대 고수에게 배울 만한 기회는 무림인에게 있어 한평생 한두 번도 오기 힘든 기회다.
수천, 수만 명의 무인들 중 두어 명이나 겪는 기연이랄까?
특히나 절대 고수의 수가 거의 없다시피 한 사도무인들에게는 기회가 그야말로 전무(全無)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런데 그만한 고수가 그들을 직접, 그것도 최소한 석 달 이상 지도해 준다고 하니 입이 귀에 걸리지 않을 도리가 없었다.
“혹여 저희가 너무 늦은 것은 아니겠지요?”
어떻게 계산을 해도 인시 전에는 도착하게끔 움직이긴 했지만, 설레고 기대되는 마음에 괜스레 발걸음을 서둘러 보는 이들.
그리고 잠시 후, 저 멀리서 사천방의 장원이 보이자 흑룡문주가 입을 열었다.
“저곳입니다, 저기가 사천방의 장원…….”
“끄아아악!”
“……입니다.”
흑룡문주의 말을 비집고 들려오는 고통스러운 비명 소리에 모두의 눈이 휘둥그레지며 서로를 응시한다.
“아니, 지금 이건 무슨……?”
“서, 설마 습격이라도 있었던 것 아니오?”
“어서 가 봅시다, 어서요!”
타다닷.
당황하며 황급히 경공술을 펼쳐 사천방으로 향하는 이들.
아마도 그런 것은 아닐 것이라고 사문회주가 막 말을 꺼내려 했으나, 흑룡문주가 그의 어깨를 잡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되었네, 한번 직접 가서 보는 것도 그리 나쁜 경험은 아니겠지.”
“아…….”
흑룡문주의 말에 사문회주가 고개를 끄덕이며 저 멀리 올라가는 이들의 뒷모습을 바라본다.
저들의 머릿속에 그려져 있는 사천방의 분위기는, 저 장강수로채의 수적들을 쓸어 버리던 용맹하고도 근엄한 모습들뿐일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많이 다르지.
사파답지 않게(?) 위계질서는 찾아볼 수 없고, 사실상 절대 권력자인 사천방주를 제외하고는 모두가 주먹 앞에 평등한 이들.
그리고, 때와 장소 따위 가리지 않고 단련에 단련을 거듭하는 이들.
과연 사천방에 도착해서 저들이 어떤 표정을 지을지 떠올리며, 조용히 그들의 뒤를 따라 밟는 흑룡문주와 사문회주였다.
***
파바바밧!
“사천방이 보입니다!”
비탈진 산길 위에 보이기 시작한 사천방의 장원을 가리키며 가명회주가 소리치자, 두 눈을 반짝인 귀창문주가 고개를 끄덕이며 그의 말을 받았다.
“음, 이제 다 온 모양…….”
쐐애애액!
쾅!
“……아?”
막 비탈진 산길을 오르고 평지에 도착한 순간, 바람을 가르며 날아간 무언가(?)가 그들을 지나쳐 거목에 충돌했다.
……뭐지?
설마 진짜 습격이라도……?
당황한 그들이 재빠르게 고개를 돌리자, 거목 아래에서 몸을 꿈틀거리고 있는 인형 하나가 그들의 눈에 들어온다.
“어…….”
“저건…….”
“녹림왕의…….”
할 말은 많았지만 그들은 모두 말을 마무리 짓지 못하고 입을 다물었다.
차마 녹림왕의 후계자가, 거적대기처럼 엉망이 되어 나가떨어져 버렸다고는 말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결국 그들 모두의 말을 최대한 어렵사리 마무리 지은 것은 그나마 그들 중 머리 회전이 빠르다고 자부하는 구호단주였다.
“그…… 많이 다치신 것 같소이다만…….”
“으음…….”
“어, 어디로 옮겨야 하는 것은 아닌지요?”
“글쎄요…… 그보다 이분이 왜 이렇게 됐는지를 먼저 알아봐야…….”
그제야 조금 정신이 든 모두가 하나둘씩 주위를 둘러보며 상황을 파악하려 한다.
그리고 곧이어, 여기저기 막휘와 별다를 바 없이 널브러진 사천방도들의 모습이 그들의 눈에 들어온다.
그리고, 쓰러진 이들의 정중앙에서 마주하고 있는 두 사내의 모습도.
“허억! 허억!”
온몸이 흙투성이가 된 채로 거친 숨을 몰아쉬는 사내의 모습은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애처롭기 그지없어 보였다.
그리고 그런 사내의 맞은편에 선 사내의 얼굴에는 흥미로움과 여유로움, 심지어 상대를 향한 비웃음마저 어우러져 있었다.
“얼씨구? 벌써 지치셨네? 그런 정신력과 체력을 가지고 어디 암천막 재건을 하시겠어?”
“……어.”
“응?”
“죽어……. 죽으란 말이다, 이 빌어먹을……!”
콰아앙!
휘리리리릭.
쿠당탕탕탕 촤지이이익..
사무현을 향해 두 눈을 뒤집어 까고 달려들었던 살암이, 섬광 같은 주먹 한 방에 여섯 장 가까이 튕겨 날아가더니 곧 죽은 듯이 축 늘어진다.
‘……아니, 저건 진짜 죽은 거 같은데?’
모두의 머릿속에 합리적인 의심이 들고 있던 그때, 사천방 전원을 홀로 쓰러뜨린 것처럼 보이는 사내가 혀를 차며 모두를 둘러본다.
“쯧쯧, 이것들이 다들 엄살만 늘어 가지고. 상대가 내가 아니라 장강수로채라고 생각해 봐라! 너희들이 지금 그렇게 뻗어 있을 수 있을 것 같냐? 얼른 안 일어나!”
“끄으으…… 나, 나 좀…… 부축해 줘…….”
“난…… 말할 힘도…… 없다…….”
사내의 닦달(?)에 쓰러진 채 신음과 눈물을 흘리는 사천방도들.
그런 그들의 모습에 남경의 문주들 모두가 짠하다는 감정이 무엇인지 느끼고 있던 그때.
“다들 여기서 뭐 하는가?”
“……아, 흑룡문주님!”
“어? 다들 언제 오셨어요?”
뒤늦게 올라온 흑룡문주의 모습에 모두가 고개를 돌리는데, 저 멀리서 인기척을 느낀 사무현이 그들을 향해 서며 목소리를 높인다.
“다들 이쪽으로 오세요! 생각보다 일찍들 오셨네!”
“아…… 예!”
“지, 지금 가겠습니다.”
사무현의 부름에 헐레벌떡 달려가는 남경의 문주들.
잠시 후 흑룡문주를 포함한 그들 아홉이 사무현의 앞에 일렬로 서자, 사무현이 뒷짐을 지고 선 채 미소 지으며 인사를 건넨다.
“와, 아홉 분이나 오셨네요? 남경에 사도문파가 총 몇 군데나 있지요?”
“현재 기준으로는 아홉이 전부입니다. 여기 모인 모두가 그들을 대표한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그럼 한 분도 안 빠지신 거네요.”
사문회주의 말에 흡족하게 고개를 끄덕인 사무현이, 흑룡문주를 돌아보며 묻는다.
“제가 했던 말, 분명히 빠짐없이 전달하셨지요?”
“말씀이라 하시면…….”
“일단 참석할 거면, 석 달은 죽어도 버텨야 한다고요.”
“아, 물론입니다. 모두 그 정도 각오는 하고 온 이들입니다.”
“크으……. 패기 좋으시네. 이거 벌써부터 기대가 되네요.”
‘……기대가 된다고?’
사무현의 말에 몇몇 이들이 고개를 갸우뚱했지만, 딱히 이에 질문을 던지는 이는 없었다.
“자, 그러면 앞으로 다들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오늘부터 하루도 빠짐없이 석 달만 버티시면, 여러분이 사천방과 연합을 이룰 자격을 갖추셨음을 인정하겠습니다. 다들 자신 있으십니까?”
“예!”
“크으……. 좋습니다.”
생각 이상으로 열정이 넘치는 수강생들(?)의 모습에 사무현이 격하게 고개를 끄덕인다.
“수련은 하루에 두 번 진행될 겁니다. 인시부터 진시까지, 그리고 신시부터 해시까지. 새벽에는 육체 단련이 주를 이룰 예정이고, 밤에는 실전과 같은 대련을 통해 경험을 쌓는 데 주력할 계획입니다. 알겠습니까?”
“예!”
“좋습니다. 자, 그러면 육체 단련부터……. 근데 이것들이 아직도 퍼질러 자고 있네? 후딱 안 일어나!”
“끄으으…….”
“으으…….”
“못 일어나는 놈들은 오늘 하루 밥 없다.”
선언하는 듯한 사무현의 말에, 꼼짝도 못 하겠다는 듯 뻗어 있던 사천방도들이 기적처럼 몸을 일으키며 비척비척 그들이 서 있는 곳으로 걸어온다.
“거봐, 하면 되는구만.”
“……살암 형님은 못 일어나시는데요?”
“……어?”
손익패의 한 마디에 당황한 듯 살암 쪽을 응시하는 사무현.
그의 말대로, 죽은 듯이 늘어져 있는 그는 완전히 의식을 잃어버렸는지 미동조차 하지 않고 쓰러져 있다.
“……크흠, 뭐 어쩔 수 없지.”
멋쩍은 듯 헛기침을 한 번 한 사무현이 짤막하게 덧붙인다.
“저건 오늘 굶으면 되고. 자, 그럼 문주님들 오실 때까지 몸들 풀었으니까, 슬슬 아침 단련을 시작해 볼까? 다들 도구 챙겨라.”
“예!”
사무현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분주하게 움직여, 어디선가 큼지막한 바윗덩어리들을 주워 오는 사천방도들.
그 생소한 광경에 문주들이 두 눈을 끔뻑이자, 사무현이 친절하게 한쪽을 가리키며 설명을 덧붙인다.
“여러분들은 저어기에 있는 사낭을 가져오시면 됩니다. 한 분당 네 개씩.”
“네 개씩이요?”
“예, 얼른 가져오세요.”
“아…… 예.”
사무현이 가리킨 사천방의 담벼락 아래에는, 한 무더기 사낭이 정돈되어 쌓여 있었다.
잠시 후 일 인당 네 개씩 사낭을 안아 든 그들이 자리로 돌아오자 사무현이 모두를 둘러보며 목소리를 높인다.
“오늘의 시작은 하체! 천마보 훈련으로 시작한다!”
“예!”
“가볍게 천 개부터! 시작!”
“하나아!”
“두우우울!”
“세에에엣!”
우렁찬 기합과 함께, 하나 된 듯 정확한 자세로 마보 자세에서 일어나는 동작을 연이어 취하는 사천방도들.
일 인당 자신의 상체보다 도리어 커 보이는 바윗덩어리를 들고 움직이는 그들의 모습에 아홉 문주가 짧은 탄사를 흘린다.
“허어, 대단들 하군요.”
“저만한 것을 들고 천 개씩이나…….”
“하체의 단련도 확실하겠지만, 바위를 지탱해야 하니 결국은 전신의 힘을 고루 쓰게 되겠군요.”
각자 나름대로 사천방도들의 수련에 대해 의견을 던지는 남경의 문주들.
그런 그들을 향해 사무현이 고개를 돌린다.
“자, 보셨지요? 오늘은 첫날이니까 그 사낭을 안고 천 개부터 시작할게요. 가급적 구령도 맞추시고.”
“알겠습니다.”
“자, 그럼 시작하세요, 시작!”
“하나!”
“둘!”
“세엣!”
“잠깐잠깐! 멈추세요!”
한 손을 흔들며 문주들의 구령을 가로막은 사무현이 삐딱하게 고개를 가로 꺾으며 미간을 찌푸린다.
“지금 다들 뭐 하세요?”
“예?”
“어…… 저희가 뭔가 실수라도……?”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두 눈을 끔뻑이는 이들을 향해 사무현이 답답하다는 듯 사천방도들을 가리킨다.
“거참, 아실 만한 분들이. 쟤들을 보고 똑같이 따라하시라니까요? 똑같이!”
“어…… 그러니까…… 어떤 것을……?”
“내공이요, 내공! 지금 내공 쓰셨잖아!”
“……예?”
“내공을…… 쓰면 안 됩니까……?”
자신의 귀를 의심하는 듯한 문주들의 물음에 사무현이 당연하다는 듯 두 눈을 크게 뜨며 반문한다.
“그럼, 육체 단련하는 데 내공을 쓰면 돼요?”
“……아.”
“순수한 육체의 힘만으로 한계를 극복해야지, 힘들겠다 싶으면 내공을 써 버리면서 무슨 육체가 단련되기를 바라는 거예요?”
사무현의 말에 모두가 불신 어린 눈으로 사천방도들을 바라본다.
설마 지금, 저 커다란 바윗덩어리를 들고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면서도 내공을 쓰지 않고 있다고?
모두가 반신반의한 눈으로 사천방도들을 응시하자, 도리어 천마보 훈련을 이어 가던 사천방도들 중 몇몇이 의아하다는 듯 그들을 보며 수군거린다.
“진짜 고작 저거 가지고 내공 쓰시려 했나 본데?”
“에이, 설마? 그래도 명색에 문주님들인데…….”
“우리도 처음에는 사낭 두 개로 시작했잖아?”
“새파랗던 우리랑 문주님들이 같나?”
“……아무래도 내공 빼면 별반 다를 바도 없나 본데?”
수군거리는 사천방도들의 중얼거림을 들을 때마다 모두의 얼굴이 점점 더 붉게 물들어 간다.
천마가 보여
지은이 : 보용도
발행인 : 손병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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