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ousand years old Heavenly Demon RAW novel - Chapter 248
248화
콰아아앙!
휘리리리릭.
촤지이이이익.
“주먹 궤도가 아주 그냥 훤히 보여요! 다음!”
쩌어어어엉!
휘리리리릭.
쿠당탕탕탕.
“아니, 주먹을 보고 뻗으라고! 왜 눈을 질끈 감고 뻗어! 그러니까 못 피하지! 다음!”
대련이 계속될수록 점점 과격해지는 사무현의 어투.
한편 이 모든 장면을 멍하니 지켜보며 사문회주가 두 눈을 끔뻑인다.
“……봐도 못 피할 것 같은데.”
조금 전에 막 나가떨어진 가명회주를 대신해 중얼거리는 사문회주.
이게 진짜 맞는 건가?
보통 대련이라고 하면, 상대의 수를 받아 주고 자신의 수를 보여 주며 무위를 가늠하고 더 나아가 서로의 발전을 도모하는 그런 게 아니던가?
‘그런데 이걸 모두가 자연스럽게 하고 있다니.’
사문회주 자신을 제외한 남경의 문주들 전체가 나가떨어지자, 어느새 사천방도들도 하나둘씩 사무현을 향해 달려들어 나가떨어지길 반복하고 있다.
아마도 그들이 오늘 처음 사천방에서 보았던 그 장면도 이런 과격한 대련(?)의 결과이리라.
“안 덤비십니까?”
“예, 예?”
등 뒤에서 들려온 손익패의 음성에 사문회주가 당황한 듯 그를 돌아본다.
“아…… 저는…… 그게…….”
“저렇게 해서 진짜 강해질까? 그냥 얻어맞고 골병밖에 안 들 것 같은데.”
“…….”
“뭐, 그런 생각 하십니까?”
정곡을 찌른 손익패의 물음에 사문회주가 자신도 모르게 멍하니 고개를 끄덕인다.
사실 그렇지 않겠는가?
실전 같은 대련은 분명 효과가 있겠지만 저렇게까지 실력차가 크게 나면 배움의 기회고 뭐고 없을 것이다.
심지어 무기를 사용한 대련도 아니고 단순한 맨몸 대련이라면…….
그런 사문회주의 생각을 읽었는지 손익패가 어쩐지 자랑스러운 미소를 머금으며 입을 열었다.
“강해집니다.”
“…….”
“무기를 쓰지 않으니, 형님 입장에서는 저희를 안 다치게 제압하려고 힘 조절을 할 필요도 없어지지요. 저희는 화경급 고수의 진면목을 어렴풋이나마 볼 수 있게 되고요. 뭣도 모르고 당하게 되지만 열 번, 스무 번, 쓰러지는 횟수가 늘어날수록 조금씩 내가 어떻게 당하고 쓰러졌는지 인지하게 됩니다.”
“……아.”
“그 횟수가 백 번, 이백 번, 삼백 번이 되면 형님의 움직임이 보이기 시작하고 나와의 차이점이 뭔지 찾을 수 있게 됩니다. 그리고 나중에 적과 맞부딪치게 되면, 아무리 강한 적이라도 형님과 대련하는 것보다는 낫다는 생각을 하게 되고요.”
쓰윽.
그렇게 말을 이어 가던 손익패가 사무현을 향해 한 걸음 내디디며 말을 잇는다.
“그러니까…… 재능이라는 게 쥐뿔도 없는 저조차도, 형님이 시키는 대로만 하면 얼마든지 강해질 수 있다는 겁니다.”
“……아.”
“죽도록 힘든 과정이라도 이겨 낼 용기만 근성만 있다면!”
쾅!
“으라아아!”
자리를 박차고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사무현에게 달려드는 손익패.
상체를 숙이고 낮게 내달리던 그의 몸이, 다시 한번 탄력을 받아 순식간에 사무현의 코앞까지 접근한다.
스팟!
손가락을 반쯤 구부린 채, 사문현의 안면으로 망설임 없이 일수를 휘두르는 손익패.
이에 활처럼 유연하게 상체를 뒤로 젖혀 공격을 피해 낸 사무현이, 반동을 이용해 손익패의 안면으로 일권을 꽂아 넣는다.
스팟!
휘리릭.
그리고 오히려 그런 반격을 예상하기라도 한 것처럼 재빨리 몸을 회전하며 그의 주먹을 흘린 손익패가 팔꿈치를 이용해 되받아치려고 한다.
하지만.
쿵!
손익패의 하체를 후려쳐 그의 균형을 무너뜨린 사무현이, 비틀거리는 그의 흉부로 섬광 같은 일각을 꽂아 넣는다.
콰아아앙!
촤지지이이익!
“……큭!”
잠깐이긴 하지만 사무현과 공방을 펼치고, 공격에 당해 나가떨어졌음에도 곧장 몸을 일으키려 애쓰는 손익패의 모습.
이 모든 장면을 멀찍이서 지켜보던 사문회주가 지그시 입술을 깨물며 주먹을 움켜쥔다.
‘……한심하군.’
사천방은 이제 명실상부한 남경 최강의 문파다.
범위를 사파로만 한정 짓자면, 전 무림을 뒤져도 그들에 맞설 수 있는 세력은 한 손에 겨우 꼽힐 정도일 것이다.
어찌 보면 더 이상 위협받을 일이라고는 없을 것만 같은 문파에 속한 이들.
그런 그들조차도, 조금이라도 더 강해지기 위해 저렇게나 발버둥을 치고 있다.
한데 저들이 매일같이 하는 훈련을 석 달조차 버티지 못하겠다고 앓는 소리를 내는 이들이, 도리어 그들의 동료가 되고 싶다고 부탁하고 있으니 이 어찌 한심스럽지 않을 수 있을까?
꽈악.
‘……사파 제일의 고수가 우리에게 기회를 주고 있음에도!’
그는 말하고 있는 것이다.
자신과 진정한 동료가 될 능력이 없다면, 자신이 직접 그 자질을 만들어 주겠노라고.
조용히 스스로의 주먹을 움켜쥐던 사문회주가, 이윽고 마음을 다잡았는지 온몸의 감각에 집중한다.
‘……되는 안 되든 해 본다!’
정보 상인이기 이전에 그 역시 무인이다.
무위가 정체되고 사업이 안정되기 시작하면서부터는 무인으로서의 목표를 잊고 살아왔지만, 가슴 속 깊은 곳에 묻어 둔 무인으로서의 본능을 완전히 망각했을 리 만무하다.
“후우…… 이야아아!”
파바바밧!
그렇게, 용감무쌍하게 사무현을 향해 달려드는 사문회주.
그의 목선을 향해 날카롭게 뻗어진 일수를 내지르려는 순간.
콰아앙!
벼락 치는 듯한 소리가 쩌렁쩌렁 울려 퍼지는가 싶더니, 시야가 어지럽게 돌며 곧 그의 몸이 둔탁한 어딘가에 부딪히는 것이 느껴진다.
쿠당탕탕탕!
……털썩.
“어? 지금 뭐냐? 우리 애들 사이로 뭐 다른 게 섞여 있었는데?”
……아니, 어쩌면 그냥 아무 생각이 없는 건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그렇게, 남경 문주들의 험난한 하루가 지나가고 있었다.
***
“으으…… 끄으으응…… 처어어어언!”
짝, 짝, 짝.
“크으……. 훌륭하십니다. 드디어 내력을 하나도 쓰지 않고, 사낭을 내려놓지도 않고 다 함께 천 개를 채우실 수 있게 되셨네요.”
“허억! 허억! 가, 감사합니다.”
사무현의 박수 소리를 들으며, 식은땀을 뻘뻘 흘리는 남경의 문주들이 환한 미소를 머금는다.
본의 아니게 그들이 사천방에 머문 지(?) 어느덧 보름.
매일 같이 반복되는 지옥 같은 아침 단련과 저녁 수련을 위한 낮잠.
그리고 십수 번의 기절을 반복하는 저녁 대련이 끝나고 나면 하루가 지나가 버린다.
하루하루가 죽을 듯이 힘들었지만, 어차피 산 아래로 내려갈 기력도 없었기에 그들은 반쯤 포기하고 사천방의 방식에 적응해 가고 있었다.
그리고 우습게도 꼭 보름 만에 그들은 도저히 불가능할 것만 같았던 천마보 천 개를 해내는 기염을 토해 냈다.
‘세상에, 오늘은 천 개를 했는데도 서 있을 수 있어!’
‘오늘은…… 오늘은 산 아래로 내려갈 수 있겠어!’
이 지옥 같은 생활을 견뎌 내고 강해져야만 산을 내려갈 수 있다.
어떻게든 살아서 집으로(?) 돌아가고야 말겠다는 일념으로 버텨낸 끝에, 그들의 눈빛에 희망의 빛이 맴돌았다.
“자, 그러면 이제 그걸(?) 받을 자격을 갖추신 셈이네요.”
“예?”
“그거요?”
“익패야, 가져와.”
“예, 형님.”
사무현의 말에 고개를 숙여 보인 손익패가, 장원 안으로 뛰어 들어가더니 잠시 후 커다란 철제 상자를 들고 나타난다.
저게 대체 뭘까?
불안함과 호기심이 반반 섞인 남경의 문주들 앞으로, 손익패가 철제 상자를 내려놓았다.
쿠우웅.
“…….”
……꿀꺽.
……뭔진 몰라도 범상한 물건은 아닐 것만 같은 무게감.
그리고 잠시 후, 손익패가 철제 상자 안에 든 물건을 꺼내 문주들에게 건넨다.
그것은 묵색 빛이 맴도는 커다란 족쇄(?) 형태의 장신구였다.
“받으시지요. 한 분이 네 개씩 가져가시면 됩니다.”
“어…….”
“이게…….”
“……대체 뭡니까? 사천방주님.”
“아, 그거요?”
두려움에 떨고 있는 남경 문주들의 질문에, 사무현이 자신의 무복 소매를 걷어 보이며 입을 열었다.
“보시다시피, 수련 도구예요.”
“……예?”
“뭐, 팔찌나 발찌 같은 일종의 장신구로 보셔도 되는데, 그냥 저희는 수련 족쇄라고 부르고 있어요.”
“족……쇄요……?”
“예, 이제부터는 그걸 착용하시고 생활하시면 되요.”
사무현의 말에 얼떨떨한 얼굴로 족쇄 하나를 받아 드는 흑룡문주.
그 순간, 그 심상치 않은 무게감에 그의 허리가 휘청인다.
“으헛!”
“에헤이, 엄살 부리시기는. 그 정도로 무거운 건 아닌데.”
“무, 무거운 게 아니라니요? 어림잡아 사십 근은…….”
“하나에 겨우 삼십 근이에요, 삼십 근. 사십이라니, 과장이 너무 심하시네요.”
“…….”
“아, 염려 마세요. 그거 착용하고 생활하실 땐 내공 쓰셔도 돼요. 내공은 어디까지나 수련하실 때만 안 쓰시면 돼요, 수련하실 때만.”
“……세상에.”
한쪽에 삼십 근씩 네 개.
도합 백이십 근의 무게를 버티면서 생활을 하라니.
아무리 해도 이건 아니다 싶었는지 귀창문주가 조심스레 한쪽 손을 들어 올리며 입을 열었다.
“저…… 이, 이건 조금 과한 것 같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러면 밥도 못 먹을 것 같은…….”
“예? 겨우 삼십 근으로요?”
“겨, 겨우요?”
“야, 너희들 게 몇 근이지?”
사천방도들을 바라보며 사무현이 질문을 던지자 그들 중 몇몇이 자신의 족쇄들을 보이며 입을 열었다.
“저희 건 하나에 사십 근입니다. 조장 누님과 형님들은 오십 근이고요.”
“자, 들으셨죠?”
“…….”
“아, 참고로 제 건 백 근.”
사무현마저 자신의 족쇄를 보이며 덧붙이자, 남경 문주들은 결국 눈물을 머금고 삼십 근짜리 족쇄를 찰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날 아침 수련이 끝난 후 그들은 유난히 더 깊고 깊은 단잠을 맛볼 수 있었다.
***
“자, 오늘 하루도 수고하셨습니다.”
“수…… 수고…….”
“하셨…….”
저녁 수련을 마친 후, 제대로 인사조차 하지 못하고 처참하게 널브러진 남경의 문주들.
하루하루 성할 날이 없는 그들을 안쓰럽다는 듯 바라보며 사천방도들이 먼저 장원으로 들어간다.
명색에 한 문파의 문주인 그들의 자존심을 살려 주기 위해, 사천방도들이 해 줄 수 있는 최대한의 배려였다.
“……크흡!”
결국, 그들 모두가 들어가고 나자 구호단주의 눈에서 굵은 눈물이 흘러나온다.
그러자 익숙한 듯 부드러운 미소를 머금은 사문회주가 구호단주를 바라보며 그를 위로한다.
“울지 마십시오, 구호단주님.”
“크흡…… 사, 사문회주…… 나…… 주, 죽을 것 같소…….”
“……우실 체력 있으시면 살 만하신 겁니다.”
“…….”
따뜻한(?) 위로로 구호단주의 눈물을 막아 버린 사문회주가, 그대로 흑룡문주에게 고개를 돌리며 묻는다.
“흑룡문주님.”
“……왜 그러시오?”
“……이건 정말 아니지 않습니까?”
“…….”
사문회주의 직설적인 물음에 모든 문주들의 시선이 흑룡문주를 향한다.
“저도 정보상이기 이전에 무인입니다. 죽을 것 같다고 하소연을 하긴 했어도, 강해지기 위해 이 정도 고통을 감내할 수는 있다고 생각했었습니다.”
“……한데, 지금은 아니라는 말이오?”
“이제부터는 몸이 못 버팁니다.”
사문회주의 음성이 조금씩 진지해지기 시작했다.
“비록 사천방주님께 감히 비할 수 없을 만큼 부족한 저이지만, 이거 하나만큼은 장담할 수 있습니다. 몰아치는 수련 뒤에 회복할 시간이 없으면, 이건 수련이 아니라 도리어 몸을 망치는 지름길입니다.”
“으음…….”
사문회주의 말에 흑룡문주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인다.
이는 그 또한 동감하는 바이니까.
“솔직하게 말해 어제까지는 저희 모두, 운기조식 정도로 몸을 회복시킬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 족쇄를 찬 이상 이제 생활하는 모든 순간순간을 수련으로 봐야 합니다. 회복할 수 있는 시간이 너무 부족합니다.”
“……사문회주의 말이 맞습니다. 솔직히 요즘은 운기조식을 해도, 몸의 회복력이 전 같지 않습니다.”
“이제 슬슬 한계입니다. 아무리 사천방주님의 뜻을 따르고 싶어도, 몸이 버틸 수 있는 한계점이 지나고 있습니다.”
사문회주의 말에 기다렸다는 듯 참아 왔던 이야기를 꺼내 드는 남경의 문주들.
결국 그들의 말에 반박할 수 없음을 깨달은 흑룡문주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고 만다.
“……모두의 뜻은 잘 알겠소.”
“하, 하면…….”
“결론부터 말하자면, 나는 모두가 그만두더라도 사천방주님께 계속해서 수련을 청할 생각이오.”
“예, 예?
“흑, 흑룡문주님……!”
생각지 못했던 흑룡문주의 단호한 대답에 남경 문주들의 얼굴이 당혹스러움으로 물든다.
그리고 그런 그들을 향해 흑룡문주가 냉정한 얼굴로 말을 잇는다.
“혹, 눈앞에서 수하들이 죽어 나가는 것을 본 적이 있으시오?”
“어…… 그야…….”
“……없지는 않겠지요.”
그들도 명색에 사파 세력을 이끄는 우두머리들이다.
목숨을 건 크고 작은 전투를 여러 차례 겪어 본 이들.
설마 그 과정에서 수하들의 죽음 한번, 동료들의 죽음 한번을 보지 못한 이는 없을 것이다.
“나 역시 여러 번 보아 왔소. 하지만, 그중에서도 이번만큼 스스로가 증오스럽고 한심스러워 견딜 수 없었던 적이 없었소. 어째서인 줄 아시오?”
“…….”
“나만 믿고 있는 수하들의 죽음 앞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었기 때문이오.”
“…….”
“복수도, 도망도, 심지어 함께 싸우다 죽는 것조차 할 수 없었소. 결코 닿지 않을 것을 알면서도, 희망도 없는 칼질이나 하며 죽어가는 수하들의 모습을 지켜보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일의 전부였소.”
흑룡문주의 진심이 담긴 음성에 모두가 어두운 얼굴로 침묵을 지킨다.
흑룡문이 사신무에 의해 어떤 일을 겪었는지는 이미 그들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었으니까.
그가 당시 어떤 심정을 느꼈을지는 당사자가 아니고서야 감히 이해한다 말할 수 없는 부분이다.
“나는 두 번 다시 같은 일을 겪고 싶지 않소이다. 그러니 내가 가진 상식으로 이해가 가지 않더라도, 어떻게든 발버둥이라는 것을 쳐볼 생각이오. 하지만…….”
거기까지 말을 이어 가던 흑룡문주가 천천히 자리에서 몸을 일으키며 모두를 돌아본다.
“하나 그렇다 하여, 모두에게 저와 같은 선택을 강요할 수는 없는 일이니…… 적어도 모두의 뜻을 대변하는 일 정도는 해 드리겠소이다.”
“아……!”
흑룡문주의 대답에 이내 환한 얼굴이 되는 남경의 문주들.
그들에게서 몸을 돌려 사천방의 장원으로 향하는 흑룡문주의 얼굴에는 짙은 수심이 어려 있었다.
천마가 보여
지은이 : 보용도
발행인 : 손병태
발행처 : ㈜알에스미디어
주소 : 경기도 부천시 부천로 198번길 18 춘의테크노파크 2차 201동 503호
전화 : 032-651-8576
E-mail : [email protected]
ISBN : 979-11-6602-6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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