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ousand years old Heavenly Demon RAW novel - Chapter 254
254화
털썩.
“아이고, 피곤해 죽겠네.”
오늘도 천신련에 가입을 희망한다며 찾아온 사도 무인들을 정리한 사무현이, 지친 몸을 이끌고 들어와 침상에 몸을 던졌다.
예전 같았으면 영업을 준비하고 있어야 할 시간이었지만,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란 지금 영업은 그들 중 가장 똑똑하다고 할 만한 적월 선배 일행에게 맡겨 놓은 상태였다.
남경 지역 아룡상회 지부장이 된 전추가 사람들을 보내, 그들의 영업과 관리를 세심하게 도와줬기에 가능한 일 이었다.
아무튼 이제 사천방의 일은 사무현이 일일이 간섭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잘 굴러가고 있었다.
다만…….
‘너무 잘 굴러가다 보니, 일이 엄청 커져 버린 게 문제지.’
처음에는 그저 돈을 빌려주고 이자를 받는 일만 하려고 했던 사천방이었지만, 상인들까지 상대하며 그 규모가 커지다 보니 슬슬 그들이 준비했던 자본력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이대로는 회전이 어렵다는 전추의 조언에, 결국 사천방은 일정 기간 돈을 맡겨 두면 기한이 만기되었을 때 이자까지 챙겨 주는 사업을 함께 병행하게 되었다.
어차피 돈을 빌려주고 받는 이자가, 돈을 맡긴 이들에게 돌려줄 이자보다 훨씬 액수가 컸으니까.
그리고 천신련의 입지가 커짐에 따라 인근의 거상들이 하나둘씩 천신련에 보호세를 내며 보호를 받기를 원했고, 천신련에 가입을 원하는 수요도 폭발적으로 늘어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그저 중원 각지에 퍼져 있는 연무학관의 아우들(?)이나 받아들이려 했는데, 점차 한 지역에서 이름을 떨치고 있다고 하는 사도 문파들과 낭인 고수들까지 끊임없이 가입을 청해 왔다.
그렇게 일이 점점 수습이 불가능할 정도로 커지고 있는데, 일이 이렇게 돼 버린 건 전부 다…….
“그래도 오늘은 쓸 만한 녀석들이 꽤 보이더구나.”
……저 천마 놈 때문이다.
“……좋으시지?”
“음?”
“정작 고생은 내가 다 하는데, 뒤에서 그저 지시하며 지켜보고 있으시면 아주 흐뭇하시지?”
“……왜 본좌에게 그러느냐? 이 모든 건 전부…….”
“사천방을 강하게 만들어서 모두를 보호하기 위함이라고?”
“…….”
“그 논리로 사흘 내내 날 설득했던 게 바로 네놈이었지?”
어금니를 부득부득 갈며 노려보는 사무현의 눈빛에, 천마가 슬며시 시선을 회피하며 변명을 늘어놓는다.
“……사천방이 강해진 건 사실이지 않으냐?”
“강해지긴 뭐가 강해져? 저것들이 이제 밖에서 사고 치면 내가 다 수습하러 다녀야 되는데!”
“그래서 사고 치지 못하게 이렇게 교육을 하고 있지 않으냐?”
“그렇지. 그리고 그 교육을 누가 시키는데? 다아 내가 하잖아! 내가!”
“……그렇지.”
“아이고오, 제엔자앙! 편하게 앉아서 떼돈이나 벌면서 잘 먹고 잘사는 게 꿈이었는데! 돈도 잘 벌리고 애들도 좀 다 키워 놨다 싶었더니 이제는 중원 전체로 일을 키워 놓네! 내가 이러려고 천신련을 만들……!”
“……밤에 다시 보도록 하지.”
“뭐? 밤에 왜 다시 봐? 지금 봐, 지금……. 얌마!”
쓰윽.
여느 때처럼 슬그머니 허공에서 자취를 감춰 버리는 천마의 모습에, 결국 한탄을 마무리 짓지 못한 사무현이 씩씩거리며 허공을 노려본다.
그러던 그때, 그의 처소 밖에서 낯익은 인기척이 들려왔다.
저벅저벅.
우뚝.
“형님, 들어가도 되겠습니까?”
“후우……. 여기까지 와 놓고 뭘 묻냐. 들어와.”
“예, 형님.”
벌컥.
짧은 대답과 함께 사무현의 방문이 열리더니, 막휘가 두터운 장부 하나를 들고 들어와 사무현의 방 한쪽에 놓인 탁자에 내려놓는다.
턱.
“천신련 칠십오 기수 명단을 추가했습니다.”
“벌써 칠십오 기야? 끄응……. 오늘 내보낸 녀석은 몇 기수더라?”
“이십일 기입니다.”
“도무지 끝이 안 보이네, 끝이.”
사람들을 추가로 받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모두 내보내려면 거의 두 달은 더 고생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제 슬슬 그만 받을까? 이렇게 계속하다가 진짜 녹림처럼 되겠네. 통제도 안 되고.”
“그래서 가입 조항에 써 놓으시지 않았습니까? 사익을 위해 사람을 죽이거나 물건을 강탈하는 자는 천신련에서 제명이라고.”
“……그거로 충분하겠냐?”
“뭐……. 사실 자기 필요할 때만 천신련의 이름을 써먹는 놈들은 분명히 생겨날 겁니다. 혹은 이름을 사칭하는 놈들이 생길지도 모르고요. 슬슬 이것도 대책을 마련하기는 해야 합니다.”
“…….”
“아, 그리고 별채도 좀 모자랍니다. 장원을 증축하거나 새로운 천신련의 가입자들을 훈련시키는 장원을 하나 더 만들면 어떨까요?”
“아니, 뭔 장원씩이나 만들어? 그냥 대충 남경에서 알아서 묵으라고 하지.”
“수련 시작 후 최소 한 달은 제대로 걷지도 못하지 않습니까? 제가 저들이라면, 내려가지 않고 차라리 밖에서 노숙이라도 할 것 같은데요?”
“으으……. 알겠다. 그건 생각 좀 해 볼 테니까 일단 좀 나가.”
“예, 형님.”
한 손으로 이마를 짚고 손사래를 치는 사무현의 모습에, 허리를 숙여 인사를 마친 막휘가 씩 웃어 보이며 문 쪽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사무현이 피곤한 목소리로 그를 부른다.
“막휘야.”
“예?”
“너 어째…… 기분이 좋아 보인다?”
“어……. 좋으면 안 되는 겁니까?”
“……이 자식이.”
막휘의 반문에 피곤한 눈을 부릅뜬 사무현이 침상에서 벌떡 상체를 일으켜 세우며 묻는다.
“이 자식, 예전에 나한테 얻어맞은 거 아직도 담아 두고 있는 거지? 내가 이렇게 다 죽어 가고 있는 게 즐겁지, 아주?”
“에이, 그럴 리가 있습니까? 형님한테 얻어맞는 게 하루 이틀도 아닌데요. 그거 다 일일이 마음에 두고 있었으면 저 진작 속병으로 죽었습니다.”
아……. 그러냐?
그 말을 들으니 어째 미안하기도 하면서도 열 받기도 한 것이, 묘하게 먹이는 것 같은…….
사무현의 표정이 묘하게 일그러지려 하자, 막휘가 재빠르게 말을 덧붙인다.
“그저 사천방이 강해지는 것이 좋은 것이지요. 처음 형님을 봤을 때부터 어느 정도 예상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이렇게 빨리 녹림과 장강수로채에 버금가는 세력을 만드실 것이라고는 생각지 못했습니다.”
“버금가기는 무슨, 아직도 장강수채의 절반이 될까 말까 한데.”
“지금 당장이야 그렇겠지요. 하지만 두고 보십시오. 이대로 수 년 만 더 지나면, 천신련이 녹림이나 장강수로채를 넘어서서 사파 제일 세력이 될지도 모릅니다. 아니, 저는 분명 그렇게 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어…… 그래.
그것 참 대단한 일이긴 하구나.
그건 맞는 말인데…….
“그런데 막휘, 넌 녹림의 후계자 아니었냐?”
“예? 제가요?”
“……아니야?”
“제가요?”
“…….”
“……크흠, 그럼 전 이만.”
각각 암천막과 녹림의 후계자라며 살암과 날 세우던 게 엊그제 같은데, 저 녀석도 참 많이 변했네.
자신을 바라보는 사무현의 눈빛에 헛기침을 한 번 한 막휘가 슬그머니 자리를 피하자, 사무현도 이내 침소에 몸을 누이며 눈을 감았다.
밤에 자는 잠은 사실상 천마 놈과의 수련으로 봐야 하니, 이렇게 아침 수련을 마친 후의 낮잠이 삶의 낙이 된 사무현이었다.
***
“후우……. 다들 수고하셨어요.”
“수, 수고…….”
“하셨습니다…….”
“의…… 의원…… 좀…….”
짧은 인사와 함께 사천방의 저녁 수련을 마치는 사무현.
신참(?)인 칠십오 기까지 합쳐져, 사천방의 널찍한 연무장에는 팔백이 훌쩍 넘는 인원수가 널브러져 있었다.
“그럼 다들, 내일 인시에 뵙겠습니다.”
“이…… 인시…….”
“예, 예에…….”
저벅저벅.
완전히 뻗어 버린 그들을 뒤로하고 사무현이 연무장을 나서자, 완전히 탈진해서 쓰러져 있는 살신귀를 향해 누군가가 다가온다.
“마실 테요?”
“누…… 누구…….”
잠깐 사이에 피골이 상접해진 살신귀가 고개를 들자, 무뚝뚝한 얼굴에 심상치 않은 기도를 풍기는 한 사내가 그의 눈에 들어온다.
그리고 그의 손에 든 죽통(竹桶)에 물이 찰랑이는 것을 확인하자, 살신귀가 황급히 미소를 머금으며 그것을 받아 들었다.
“고, 고맙소.”
“그래, 수련해 보니 어떻소?”
자연스레 살신귀의 옆에 주저앉으며 사내가 묻자, 허겁지겁 물을 들이켠 살신귀가 죽통을 도로 건네며 입을 열었다.
“후우……. 새, 생각만큼 쉽지 않더이다.”
“그래도 첫날부터 당신만큼 버틴 사람은 별로 못 봤소. 그만하면 밖에서 명성깨나 떨쳤을 법 한데…….”
“사천방까지 와서 자랑스레 떠들 이름은 아니오만…… 밖에서는 살신귀라는 별호로 불렸소이다.”
“살신귀……? 들어본 적이 있구려. 음지와 사파를 오가는 대단한 고수라는 이야기는 들었소만…….”
“흐흐, 그건 세상이 잘못알고 있는 이야기지. 나는 처음 검을 잡았을 때부터 쭉 음지의 무인이었소이다.”
“사실이오? 한데 어쩌다 천신련까지 오게 된 것이오?”
흥미롭다는 듯 두 눈을 반짝이며 물어오는 사내의 모습에 살신귀는 대답을 하려다 잠시 망설였다.
아무리 여기 있는 모두가 천신련 소속이 될 것이라고는 하지만, 처음 만난 이에게 너무 많은 이야기를 꺼내는 것이 아닌가 하는 부분 때문이었다.
살신귀의 그런 망설임을 눈치챘는지, 사내가 씩 웃어 보이더니 천천히 몸을 일으키며 입을 열었다.
“나는 사천방도요. 이런 자리에서 말하기 힘든 이야기라면 내 처소에서 술이나 한잔하며 이야기 하십시다.”
“크흠……. 하, 하지만…….”
“이번 기회가 아니면 최소한 석 달간은 술을 입에 댈 기회가 없으실 거요. 굳이 마시고 싶지 않으시다면야 권하지 않겠소만…….”
“흠흠……. 누가 사양을 하겠다 했소? 그저, 초면에 실례가 될까 봐…….”
“이 산 중에 너무 오래 틀어박혀 있었더니, 밖의 이야기를 들으며 술 한잔하는 것이 유일한 낙이오. 가십시다.”
그렇게 처음 보는 사천방도를 따라 비틀거리며 발걸음을 옮기는 살신귀.
그리고 그런 그들의 모습을 연무장 한 구석에서 누군가 조용히 지켜보고 있었다.
***
“……쿨.”
“……생각보다 술이 약한 친구로군.”
텅 빈 세 개의 술병과 바닥에 널브러져 잠에 빠진 살신귀를 번갈아 보던 사내. 청사가, 피식 실소를 흘리며 고개를 가로젓는다.
이미 한계 가까이 체력이 빠져 있던 탓도 있겠지만, 명색에 절정에 오른 고수가 겨우 저 정도에 인사불성이 될 줄이야.
그렇게 잠이 든 그를 처소에 내버려 둔 채 청사가 방문을 열고 나서자, 곧 어둠 속에서 흑의 여인. 적사가 모습을 드러냈다.
쓰윽.
“……이쪽이야.”
“음.”
파밧!
짧게 고개를 끄덕이고 적사의 뒤를 쫓아 경공을 펼치자, 잠시 후 처소의 지붕 위에 걸터앉아 있는 살암의 모습이 그의 눈에 들어온다.
타닷.
“막주님을 뵈옵니다.”
“그래, 어찌 되었느냐?”
살암이 그에게 슬쩍 고개를 돌리며 묻자, 청사가 고개를 숙인 채 보고를 시작했다.
“막주님의 말씀대로였습니다. 놈은 암천막의 합비(合肥) 지부장까지 올랐던 인물로, 암천막이 붕괴되고 동천이 죽고 나자 그곳에서 자신의 세력을 펴고 활동을 이어 가고 있었습니다.”
“역시…… 한데 그만한 녀석이 어찌 이곳까지 흘러왔다더냐?”
“그게…… 안휘 지역에 위험한 놈이 나타났다는 소문이 돌았답니다.”
“위험한 놈?”
“예, 한 달 쯤 전에 ‘괴물’ 하나가 등장해 하남의 음지를 통째로 손아귀에 넣었다는 소문이 퍼졌답니다.”
“하남의 음지 전체라……. 쓸 만한 놈인 모양이군.”
“그런데…… 다소 과장된 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로부터 꼭 보름 만에 산동까지 모조리 통합해 버렸다고 합니다.”
“보름 만에 산동 전체를?”
“예.”
“그건 좀…… 믿기 힘든 이야기군.”
청사의 보고에 슬며시 미간을 찌푸리는 살암.
지금의 살암 또한, 마음만 먹으면 한 지역의 음지를 정벌하는 게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물론 생각지도 못한 고수가 존재한다면 시일이 길어질 수 있겠지만, 음지의 특성상 자신보다 강한 고수라고 하여 쓰러뜨릴 방도가 없지 않을 테니까.
이 모든 것들을 고려해 봤을 때, 산동정도 되는 영역의 음지를 모두 손에 넣으려면 못해도 반 년 정도의 공을 들여야 가능하다.
‘과거의 암천막이라면 가능한 일이었겠지만…….’
……아니, 엄밀히 말해 지금도 그런 일이 가능한 이들은 존재한다.
압도적인 힘으로 저항하는 모든 음지의 세력을 쓸어 버릴 수 있는 존재들.
이름을 대는 것만으로도 불필요한 저항 없이 세력을 흡수할 수 있는 존재들.
‘……음지 삼왕.’
한때 암천막의 사천살이라 불렸던 자들이라면……!
거기까지 생각을 이어 가던 살암이 적사에게로 고개를 돌리며 명을 내린다.
“적사.”
“예, 막주님.”
“남경에 뿌리내린 모든 정보력을 동원해서 음지 삼왕의 동태를 파악하라, 최대한 상세하게.”
“존명.”
“청사, 너는 하남과 산동 지역을 통합했다는 녀석에 대한 정보를 얻어라, 최대한 빨리.”
“존명.”
쓰윽.
청사와 적사의 복명을 들으며 살암이 천천히 몸을 일으킨다.
차가운 밤바람을 맞으며 한 걸음 앞으로 내딛는 살암을 향해 적사가 물었다.
“오늘은 어디로 가십니까?”
“화현(和縣)이다.”
“화현이라면……. 안휘가 아닙니까?”
“그래.”
“아직…… 상황에 대한 정보도 없이 안휘로 발을 들이미는 것은…….”
“적사.”
조심스러운 적사의 조언에, 냉랭한 얼굴로 고개를 돌린 살암이 말을 잇는다.
“암천막주라는 자가, 확인되지도 않은 적이 두려워 사천방이라는 그늘 아래 숨어 있기를 원하느냐?”
“…….”
“……오늘은 혼자 다녀오도록 하마.”
파밧!
말을 마친 후 어둠 속에서 훌쩍 몸을 날려 사라지는 살암.
그 모습을 지켜보는 적사와 청사의 얼굴에 근심의 빛이 어린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그들이 현재 살암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한시라도 빠르게 정보를 얻는 것이었으므로, 그들 또한 곧 자리를 박차고 어딘가로 모습을 감추었다.
천마가 보여
지은이 : 보용도
발행인 : 손병태
발행처 : ㈜알에스미디어
주소 : 경기도 부천시 부천로 198번길 18 춘의테크노파크 2차 201동 503호
전화 : 032-651-8576
E-mail : [email protected]
ISBN : 979-11-6602-645-4
이 책의 모든 내용에 대한 편집권은 저자와의 계약에 의해 ㈜알에스미디어에 있으므로 무단 복제, 수정, 배포 행위를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