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ousand years old Heavenly Demon RAW novel - Chapter 255
255화
동성(桐城).
안휘에 위치한 지역 중 하나로, 독(毒)과 암기(暗器)를 기반으로 한 암시장(暗市場)이 형성된 지역이다.
대부분의 암시장이 그러하듯, 언제 어떤 상황에도 대응할 수 있도록 강한 힘과 지배력이 필수적인 곳.
그리고 현재 이곳은 과거 암천막의 사천살 중 하나였던 동천의 수하, 혈저객(殺貯客) 마라(摩懶)가 지배하고 있는 영역이었다.
그리고 바로 그 동성의 암시장 거리에서, 현재 생각지도 못한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끄으으…… 으으…….”
눈앞에서 벌어진 끔찍한 살육의 현장에, 차마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고 눈물을 흘리고 있는 상인.
이곳 암시장에서 나름대로 잔뼈가 굵은 상인인 부전(部錢)의 앞에서, 온몸을 피로 물들인 흑의인이 자신이 만든 참혹한 풍경을 감상하듯 빙 둘러본다.
시장 상인들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투입된 혈후막(血候幕)의 무사 삼십여 명이, 그야말로 형체도 알아보기 힘들 만큼 갈기갈기 찢겨 널브러져 있었다.
“우…… 우웁……!”
공포심과 끔찍함을 이기지 못한 부전이, 치밀어 오르는 토기에 양손으로 스스로의 입을 틀어막는다.
잠시 후 부전의 손가락 사이사이로 토사물이 흘러내리는 것을 지켜보며, 이 끔찍한 살육을 만들어 낸 흑의인이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물었다.
“……왜 두려워하지?”
“……!”
“내가 너를 죽이겠다고 했나?”
흑의인의 질문에 상인이 눈물을 줄줄 흘리며 고개를 가로젓는다.
마치 한가닥 희망이라도 잡은 듯, 필사적으로 고개를 가로저은 그가 그대로 바닥에 엎드리며 입을 열었다.
후두둑.
“크헉……! 사, 살려……. 뭐, 뭐든지…….”
억지로 막아 두었던 토사물을 내뱉으며 필사적으로 자신의 말을 이어 가는 부전의 머리 위로, 예리하고 서늘한 검신이 놓였다.
쓰윽.
“……두려워하지 말라니까.”
촤아아아악!
후두두둑.
단 한 번의 칼 놀림과 함께, 조금 전까지 부전이었던 사내는 이내 십수 토막이 되어 사방으로 흩뿌려진다.
양손으로 입을 틀어막은 채 구석구석에서 이 광경을 지켜보던 상인들이, 조금 전 부전과 마찬가지로 눈물을 흘리며 토악질을 참아 낸다.
그런 그들을 한차례 빙 둘러본 흑의인이 이번에는 또 다른 상인에게 다가가 묻는다.
“내가 두려우냐?”
“아…… 아닙니다……. 두, 두렵지 않습니다!”
눈물을 줄줄 흘리며 필사적으로 고개를 가로젓는 상인.
그런 그를 내려다보며 흑의인이 묻는다.
“이유는?”
“그…… 그건…… 제…… 제가…….”
필사적으로 머리를 굴리며 상대가 원하는 대답을 찾던 상인의 머리에, 순간적으로 그가 원하는 대답이 무엇인지가 스쳐 지나갔다.
철퍽.
그것을 떠올리기 무섭게 황급히 바닥에 부복한 상인이 떨림을 억누르기 위해 있는 힘껏 목소리를 높인다.
“다, 당신이! 제 주인이시기 때문입니다!”
“……그렇지.”
상인의 대답이 마음에 들었는지 흡족한 미소를 머금은 흑의인이, 고개를 끄덕이며 그를 칭찬한다.
“충성심이 강한 개는 자기 주인을 두려워하지 않는 법이지.”
“……!”
“너희들은 어느 쪽이냐?”
흑의 사내가 상인들을 향해 묻던 그때, 느닷없이 널찍한 상가 거리로 수십에 이르는 무사들이 들이닥친다.
우르르르.
“이…… 이런……!”
“이, 이게 무슨……!”
사방에 널브러진 토막 난 시신들.
아니, 대체 몸의 어느 부위였는지 짐작기 어려운 저 살덩이들을 과연 시신이라 불러도 되는지 알 수 없을 지경이다.
음지의 잔혹함 속에서 자라 온 이들조차도 일순간 발걸음을 멈추게 만드는 그 끔찍한 살육의 현장.
최대한 동요를 숨기려 애쓰는 그들을 바라보던 흑의인이, 천천히 피에 젖은 머리칼을 쓸어 넘기며 입을 열었다.
쓰윽.
“막주는 왔느냐?”
“……!”
“설마…… 오지 않았느냐?”
그렇다면 꽤나 실망이라는 듯 미간 사이를 좁히며 묻는 흑의인.
그러자 잠시 후, 무리의 뒤쪽에서 잔뜩 쉰 듯한 거친 사내의 음성이 들려온다.
“지금 뭣들 하고 서 있느냐?”
“……!”
“죽여라!”
스스스슥.
뒤쪽에서 들려온 명령에 정신이 들었는지, 이내 일사분란하게 흩어져 흑의인을 포위하는 이들.
그러자 밀집되어 있던 무사들의 간격이 벌어지며 그들의 뒤쪽에서 우두머리로 보이는 사내와 흑의인이 눈을 마주친다.
소름이 끼칠 정도로 냉정한 흑의인의 눈빛에 사내, 혈저객 마라의 등골이 오싹해지는 순간.
스스스스.
흑의인의 몸이 부드럽게 한 바퀴를 회전하는가 싶더니, 그의 몸과 함께 부드러운 곡선을 그리며 회전한 검로를 따라 거대한 강기가 둥근 원을 그리며 널찍하게 퍼져 나갔다.
그리고…….
스르르륵.
파아아앗!
흑의인의 검이 한번 부드럽게 흔들리는가 싶더니, 반듯한 원의 형태로 퍼져 나가던 강기가 돌연 파도라도 치듯 복잡한 굴곡을 만들어 내더니 폭발하듯 사방으로 흩어진다.
퍼버버벅!
촤아아악!
콰구구구.
폭발한 강기가 그를 포위하고 있던 무사들의 몸을 종잇장처럼 찢어 버리며 인근의 건물들까지 부수어 버렸다.
퍼버벅.
처저적.
“뭐…… 뭣……!”
언뜻 가벼워 보이는 한 수.
그러나 그 한 수가 만들어 낸 위력은 너무도 터무니없었다.
수십에 달하는 혈후막의 무사들이 말 그대로 완벽하게 무력화되었고, 암시장 거리의 건물 곳곳에 사람 머리만 한 크기의 구멍이 수십 개는 만들어져 버렸다.
하지만 흑의인의 검초는 거기에서 끝나지 않았다.
스스스스.
파아아악!
그의 몸 주위로 어지러운 검초가 전개되는가 싶더니, 곧이어 그의 검신을 타고 전개된 강기가 복잡한 그물의 형태로 사방에 뻗어 나간다.
콰과과과광!
촤아아악!
“끄아아아악!”
“아아악!”
“……!”
흔적도 없이 잘려 나간 자신의 사지를 바라보며 끔찍하게 울부짖는 이.
짧은 단발마를 끝으로 생을 마감하는 이.
불행인지 다행인지, 단발마를 지를 틈도 없이 생을 마감해 버린 이.
그리고 거리 곳곳에 먹물처럼 번져가는 검붉은 피와 그 피를 밟고 걷고 있는 흑의인의 모습은 그야말로 악귀라고 말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아…… 아아…….”
순식간에 수하들의 대부분을 잃어버린 혈후막주, 혈저객 마라가 떨리는 신음과 함께 뒷걸음질을 친다.
괴물……. 이건 괴물이다.
인간인 그는 도저히 이 괴물을 당해 낼 도리가 없다.
“네가 막주인 모양이구나. 내 말이 맞느냐?”
“예…… 예!”
“옳지, 대답을 잘하는구나.”
기특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는 흑의인의 모습에 마라는 생각했다.
어떻게든 이 괴물의 심기를 건드려선 안 된다고.
그가 원하는 모든 것을 내어 주어서라도 그를 기쁘게 만들어야 한다고.
털썩.
“무, 무엇을…… 원하시나이까.”
가까스로 정신을 차리고 무릎을 꿇는 마라.
이에 흑의인이 그를 향해 한걸음 다가가며 속삭이듯 말을 꺼낸다.
“그래도 막주라고, 죽은 네 수하들보다는 조금 낫구나. 그래, 내가 무엇을 원할 것 같으냐?”
“그…… 그건…….”
“…….”
아무런 말도 없이 그저 가만히 마라의 행동을 지켜보는 흑의인.
입술을 질근질근 깨물며 그의 시선을 버텨 내던 마라가, 이윽고 마음을 정했는지 그대로 바닥에 이마를 부딪치며 목소리를 높인다.
쿵!
“혈후막의 막주 마라가, 동성의 새로운 주인을 뵈옵니다!”
“그래, 바로 그것이란다.”
쓰윽, 쓰윽.
피에 젖은 손으로 마라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는 흑의인.
평소라면 굴욕감에 온몸을 떨었을 마라이건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살아남았다는 안도와 새로운 주인에게 인정을 받았다는 기쁨만이 남아 있다.
오래 전 동천 이후로는 느껴 본 적이 없었던 압도적인 공포가, 그의 자존심과 이성을 완전히 마비시키고 있었다.
“제, 제가…… 앞으로 어찌 부르면 되올지…… 여쭈어도 되겠습니까?”
조심스런 마라의 질문에, 천천히 그의 머리에서 손을 떼어 낸 흑의인이 몸을 일으키며 대답한다.
“동천왕(東天王).”
“…….”
“그리 부르거라.”
스스로를 동천왕이라 밝힌 흑의인의 대답에 마라가 전율하며 고개를 숙인다.
저것은 그의 진짜 이름도, 별호도 아니다.
하지만 저 한 마디로, 그가 어째서 이곳 동성에 왔는지 모든 것을 답해 준 것과 다름이 없다.
음지 삼왕(陰地三王)이 아직까지 손을 뻗치지 못했던 중원의 동쪽 지역.
한때 암천막의 동천이 지배했던 그 땅이, 새로운 주인을 맞이하는 순간이었다.
***
“으으으……! 이처어어언!”
짝짝짝.
“크으, 훌륭합니다. 아침 수련은 여기까지!”
“수, 수고하셨…….”
쿵.
“……습니다.”
털썩. 풀썩.
인사도 채 마무리 짓지 못하고 쓰러지는 이들과, 겨우겨우 최소한의 예만 갖추고 바닥에 널브러지는 이들.
사천방의 아침 수련을 처음 경험한 기수들과 이미 몇 차례 경험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적응하지 못하는 기수들을 빙 둘러 바라보며 사무현이 고개를 가로젓는다.
“이번 기수도 체력이 영 아니네.”
“에이, 그래도 이번 기수가 좀 나은 편이지요. 첫 날부터 이천 개를 꼬박 채운 기수는 그렇게 많지 않았습니다.”
“사낭이 부족해서 두 개씩만 들고 했으니까 그렇지. 내가 훈련 도구 넉넉히 챙겨 놓으라고 안했냐?”
“……시정하겠습니다.”
괜히 한 마디 던졌다가 본전도 찾지 못한 막휘가 쭈글해져서 물러나자, 못마땅한 듯 혀를 찬 사무현이 이번에는 사천방도들 쪽으로 시선을 돌린다.
“늬들은 요즘 살 만해 보인다? 죽는소리도 안 내고.”
“……살 만하다고요?”
“……이게요?”
“……죽는소리를 내도 바뀌는 게 없는 걸 아니까 조용한 거죠, 저희 같은 경우에는.”
가만히 서 있을 뿐인데도 경련이 일어나고 있는 팔과 다리를 가리키며 사천방도들이 어이가 없다는 듯 항변하자, 슬그머니 헛기침을 한 번 흘린 사무현이 막 떠올랐다는 듯 살암을 바라본다.
“아 참, 넌 언제 들어왔냐? 어제 새벽까지 안 들어오는 것 같더니.”
“……반 시진쯤 됐다.”
“뭐야, 그럼 외박한 거냐?”
“밖에서도 딱히 잠을 잔 것은 아니지만, 일단은 그렇다고 해 두지.”
“흐음…….”
어딘지 모르게 초췌하고 창백해 보이는 살암의 안색을 가만히 살피던 사무현이, 잠시 후 삐딱한 미소를 머금으며 말을 꺼낸다.
“너, 다쳤지?”
“……음?”
“…….”
“갑자기…… 그게 무슨 말이냐?”
최대한 담담한 얼굴로 반문하는 살암의 모습에, 사무현이 고개를 가로 꺾으며 말을 잇는다.
“어디서 어설프게 말을 돌리지? 대답만 딱 해. 다쳤어, 안 다쳤어?”
“크흠…… 그게…….”
‘이미 나는 진실을 다 알고 있지만, 네가 구라를 치는지 안 치는지 어디 한번 지켜나 보자.’라고 말하는 듯한 사무현의 눈빛에, 살암은 결국 쓴웃음을 머금으며 이실직고할 수밖에 없었다.
“……다쳤다, 조금.”
“오호라아, 조그음?”
“사람마다 기준은 다르니까.”
재빠르게 변명을 덧붙였지만, 이미 사무현의 눈은 가늘어져 있었다.
“이야아, 그 정도가 조금이면 제대로는 대체 얼마나 다쳐야 하는 거지? 슬슬 궁금해지려고 그러네.”
“아니, 그게…….”
“따라와.”
“…….”
“앞으로 다치고 싶어도 안 다치게 만들어 줄게.”
저벅저벅.
그 말을 끝으로 등을 돌려 장원으로 들어가는 사무현.
이에 망했다는 듯 두 눈을 질끈 감는 살암을 힐끔 보던 막휘가, 한쪽에 서 있던 손익패에게로 고개를 돌린다.
“아무래도 의원 불러야겠다.”
“그렇게 크게 다치신 겁니까?”
“아니, 크게 다칠 예정인 것 같아서.”
“…….”
“얼른.”
***
스스스슥.
샤샤샤샥!
복잡한 변화를 담은 현란한 검초가 허공을 노닐다 사무현을 향해 쏟아진다.
냉정한 눈으로 그 복잡한 변화의 검기를 바라보던 사무현의 일도가 수직으로 치켜 올라가며 복잡하게 엉킨 변화를 끊어 놓는다.
쩌저저정!
순식간에 변화를 이어가던 검초가 끊겨 버렸지만 살암의 공세는 늦춰지지 않았다.
사무현의 도가 움직인 찰나의 순간, 아무런 기척도 담지 않은 살암의 살검이 그의 흉부를 노린다.
쩌저저정!
“얼씨구? 목이 아니라 몸을 노려?”
“……!”
순식간에 도를 역으로 고쳐 쥐어 살암의 살검을 받아 낸 사무현이 피식 실소를 흘린다.
“내가 이런 거에 혹시나 당할까 봐 걱정된다, 그거지?”
“…….”
“크으……. 감동이네, 감동이야. 이거 지나친 친절함에 내가 감사 인사를 아주 제대로 드려야겠네.”
미소를 지음과 동시에 이마에 굵은 힘줄을 만들어 낸 사무현이, 그대로 거대한 도강을 만들어 내며 살암의 검신을 후려친다.
쩌저저저정!
“……!”
“이러니까 처맞고 다니지! 이러니까!”
콰아아앙!
살암의 복부로 사무현의 일각이 틀어박히자, 곧 그의 신형이 포탄처럼 쏘아져 날아가 연공실 바닥을 나뒹굴었다.
우당탕탕탕.
촤지이익.
“……큭!”
“요즘 살검에 기척 좀 죽일 수 있게 됐다고, 그게 누구도 막지 못하는 일격 필살쯤 되는 것처럼 생각하나 본데.”
보란 듯이 한쪽 입꼬리를 말아 올린 사무현이, 천마도를 어깨에 걸치고 건들건들 살암을 향해 다가온다.
“이래서 주기적으로 한 번씩 두들겨 패 놔야지. 하여튼 우물 안 개구리들이 콧대만 높아져가지고.”
“이……!”
다가오는 사무현을 향해 다급히 몸을 일으킨 살암이 방어 자세를 취하려는 순간.
쩌어엉!
“컥……!”
보지도, 느끼지 못한 순간 살암의 머리 위로 둔탁한 사무현의 도가 떨어졌다.
이는 분명한 살검의 묘리.
한데 이것을 어떻게 사무현이 쓸 수 있다는 말인가?
충격에 비틀거리는 와중에도 살암이 불신 어린 얼굴을 하자, 새하얀 미소를 머금은 사무현이 현란하게 천마도를 휘두르며 말을 잇는다.
“왜, 살검 쓸 줄 아는 게 너밖에 없을 줄 알았냐?”
“어…… 어떻게……!”
“오호라, 진짜 그런 줄 알았나보네? 그래, 마침 잘 됐다. 어떻게 교육하면 다시는 안 처맞고 다닐까 싶었는데, 오늘은 어디 살검…… 아니, 살도로 뒈지기 직전까지 맞아 보자.”
“이……!”
자존심을 제대로 건드리는 사무현의 협박에 어금니를 악문 살암이 검을 움켜쥐고 몸을 일으킨다.
다른 모든 것에서는 이길 수 없을지라도, 적어도 살검에서만큼은 밀릴 수 없다!
필사의 의지를 담은 살암의 일격이 허공을 가르며 사무현을 향해 날아들었다.
쩌저정!
천마가 보여
지은이 : 보용도
발행인 : 손병태
발행처 : ㈜알에스미디어
주소 : 경기도 부천시 부천로 198번길 18 춘의테크노파크 2차 201동 50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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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6602-6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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