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ousand years old Heavenly Demon RAW novel - Chapter 274
274화
“……!”
아슬아슬한 순간, 동천왕과 마찬가지로 몸을 비튼 사무현이 그대로 그의 복부에 일각을 내뻗는다.
쩌엉!
한쪽 무릎을 들어 사무현의 일각을 받아 낸 동천왕의 신형이 그대로 뒤쪽으로 밀려난다.
촤지이이익!
“……큭.”
금강불괴의 육체인데다 지금껏 무신과 천무신녀와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체술 대련을 펼쳐 온 사무현이다.
도법(刀法)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한평생 체술을 닦아 온 이들과 비교해도 사무현의 각법은 그 깊이가 크게 밀리지 않는다.
생각보다 더한 위력에 미간을 찌푸린 동천왕이 바닥에 안착함과 동시에 섬광 같은 검초를 전개한다.
부웅.
사사사삭!
동천왕의 일검과 함께 허공에서 다섯 줄기의 강기가 사무현을 향해 날아든다.
마치 짐승의 발톱 자국처럼 거칠게 허공을 찢어발기는 듯한 형태.
이에 사무현도 천하양단의 초식으로 맞대응한다.
부웅.
쩌저저정!
머리 위에서 시작해서 땅까지 내리긋는 사무현의 일도가 그를 향해 날아드는 다섯 줄기의 강기를 일제히 양단해 버렸다.
하지만 동천왕의 악랄한 강기는 중심이 끊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사무현의 신형을 뒤덮었다.
“……이런!”
콰과과과광!
동천왕의 강기가 사무현이 서 있던 땅을 후려치며 거대한 폭발을 일으킨다.
폭발을 틈탄 상대의 반격을 생각하며 사무현이 고개를 들었지만, 다행히 동천왕의 상황도 썩 좋지만은 않았다.
상대의 강기를 잘라 내고도 위력을 잃지 않은 사무현의 강기가 그대로 동천왕을 향해 날아들었기 때문이었다.
“이……!”
쩌저저저정!
지이이익.
전력을 다해 검강을 끌어 올려 대응하는 동천왕.
강기에 실린 힘을 이겨 내지 못한 그의 신형이 뒤쪽으로 밀려나며, 팔뚝과 이마에 굵은 힘줄이 솟는다.
“이이……! 크아앗!”
쩌엉!
콰구구구구.
기어이 사무현의 강기를 한쪽으로 날려 버린 동천왕이 곧바로 사무현을 찾아 고개를 돌린다.
그러자 어느덧 폭발 속에서 모습을 드러낸 사무현과 동천왕이 날카롭게 눈을 번뜩이며 서로를 마주 본다.
파밧!
쾅!
누가 먼저라 할 것 없이 서로를 향해 접근하는 이들.
곧이어 맞붙은 그들 사이에서 무시무시한 근접전이 시작된다.
쩌저정! 쾅! 콰과광!
강기와 강기가 맞부딪치며 인근에 쩌렁쩌렁한 폭음이 쉴 틈 없이 울려 퍼진다.
강기가 서로 부딪힐 때마다 대지가 갈라지고, 잠깐의 틈이 생길 때면 누가 먼저라 할 것도 없이 서로의 급소를 향해 망설임 없이 살초를 전개한다.
살암과는 비교할 수도 없을 정도로 능수능란하게 살검과 환검을 자유자재로 섞어 구사하는 동천왕.
이는 오래전에 검을 섞어 보았던 암천막의 암왕이라는 존재를 떠올리게 만들 정도다.
하지만…….
쩌저저정!
“……큭!”
현란하기 그지없는 동천왕의 초식이 사무현의 단조로운 일도에 의해 가로막혀 버린다.
실체를 알아차리기 힘들 정도의 기괴막측한 변화에도 불구하고 사무현은 냉정하게 흐름을 읽으며 정확한 맥을 최소한의 힘으로 짚어 나간다.
쩡! 쩌저저정!
촤지익!
후두둑.
“큭……! 이놈이……!”
환검의 흐름을 끊고 들어온 사무현의 도격에, 결국 뒤쪽으로 밀려난 동천왕의 한쪽 뺨에서 붉은 피가 떨어진다.
과도한 내력과 체력을 쏟아붓고 있는 자신과는 달리 상대는 지극히 실리적인 전투에 임하고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밀려난 것은 자신임을 깨닫자, 동천왕의 눈에 숨길 수 없는 살기가 번들거린다.
“방자한 놈……! 어디 언제까지 그리 여유롭게 나올 수 있나 보자!”
콰드득 콰드드득.
동천왕을 중심으로 심상치 않은 기파가 일렁이는가 싶더니, 그의 검신에서 일곱 자에 이르는 검강이 뿜어져 나온다.
그가 상황을 뒤집을 절초를 준비하고 있음을 알아차린 사무현이 두 눈을 가늘게 뜨며 도신을 몸의 중심으로 가져간다.
“킥……! 어디 한번 받아 보거라!”
스스스스.
샤샤샤샤샥!
동천왕의 검초가 현란하게 움직이며 그의 몸을 중심으로 십수 가닥의 유성 같은 강기가 사무현을 향해 뿜어져 나온다.
저 강기 한 가닥, 한 가닥이 지닌 위력에 대해서는 이미 알고 있는 사무현이기에, 그의 도신에 머금어진 도강도 순식간에 일곱 자 가까이 자라난다.
그리고…….
부웅.
콰과과과!
사무현의 일도와 함께 뻗어 나가는 백여 가닥의 강기.
조금 전 싸움에서 보여 주었던 백룡아의 초식이 그를 향해 날아드는 동천왕의 절기와 맞대결을 펼친다.
그렇게 잠시 후, 그들이 서 있는 곳을 중심으로 천지를 뒤흔드는 듯한 우렁찬 폭발이 일어난다.
콰과과과과광!
***
부웅 부웅.
콰아앙!
후두둑.
“후우…….”
권강을 머금은 막휘의 주먹이 음지 무사 하나의 흉부를 꿰뚫어 버린다.
심장을 파괴당한 음지 무사가 피를 내뿜으며 바닥에 쓰러지자, 머리칼에 묻은 피를 닦아 내며 막휘가 주위를 둘러본다.
“살려 두지 않겠다, 이 새끼들!”
“감히 살암 형님을!”
쩌정! 쾅!
촤아악!
“크아악!”
“아악!”
다행히 전황은 사천방이 일방적으로 음지의 무사들을 밀어붙이는 전개다.
화살에 맞은 둘을 포함해 그 누구도 위태로워 보이는 이들이 없다.
그도 그럴 수밖에.
사천방의 전력은 이미 사파의 무력 집단이라는 한계를 넘어선 지 오래니까.
아마 녹림의 최정예라는 황룡채의 산적들을 추려도 사천방의 전력에 미치지 못할 것이다.
물론 머릿수 때문에 지형을 활용한 전쟁 구도로 가면 붙어 봐야 할 일이겠지만.
‘하지만…… 그래도 수가 너무 많아.’
이곳에 온 사천방도들의 수는 고작 스무 명 남짓.
본래라면 사무현이 적의 우두머리를 치는 동안 뒤를 막는 역할 정도를 할 계획이었지만, 이미 저들은 그들이 오는 것을 알고 함정을 파놓고 기다리고 있었다.
매일 같이 해오던, 특히나 근래 들어서는 차라리 죽여 달라는 말이 나올 정도의 훈련을 견뎌 온 그들이 고작 이 정도에서 주저앉을 리는 없겠지만, 결국 사람의 체력에는 한계라는 것이 있는 법.
죽여도, 죽여도 끝없이 달려드는 적들과 싸우다 보면, 반드시 체력이 빠지고 집중력에 빈틈이 생기기 마련이다.
‘젠장, 나도 그럴싸한 기공 정도는 익혀 뒀어야 하는 건데……!’
이럴 때면 홀로 수많은 적들을 학살하는 사무현이나 살암의 절기가 보통 부러운 것이 아니다.
그가 익힌 것은 소림의 무공이니, 어떻게든 신불에게 술이라도 사 주며 가르침을 달라고 구걸이라도 했어야 했는데.
“이야아 죽어라!”
“후우……. 에라!”
콰앙!
잠깐 상념에 잠긴 사이 뒤쪽에서 달려드는 음지 무사의 머리를 주먹으로 부수어 내며, 막휘가 다시금 전장 속으로 합류한다.
“죽어라, 빌어먹을 새끼들아!”
쩌정! 쩡!
권강을 머금은 막휘의 주먹이 저들의 뼈를 부수고 숨통을 끊어 놓는다.
사방이 피 냄새로 자욱한 전장.
도저히 끝이 보이지 않는 저들의 공세에, 막휘를 포함한 사천방도들의 얼굴에는 조금씩 긴장감 어린 기색이 떠오르고 있었다.
***
쩌저정!
“이놈!”
사무현의 도격을 흘려 낸 동천왕이 곧바로 그의 목을 노리자, 사무현 또한 망설임 없이 동천왕의 한쪽 팔을 베어 내려 도를 휘두른다.
치명적인 부위를 공격받은 쪽은 사무현이지만, 조금이라도 더 빠르게 베어 낼 수 있는 쪽 또한 사무현.
결국 마지막 순간에 동천왕이 아슬아슬하게 팔을 거두자, 사무현의 일각이 기다렸다는 듯 그의 옆구리를 걷어찬다.
콰앙!
휘리릭.
촤지이이익!
“큭……! 이놈, 역시 제법이구나.”
호신기를 끌어 올렸음에도 충격이 가시지 않는 옆구리를 부여잡으며 동천왕이 한쪽 입꼬리를 말아 올리자, 그런 그를 무심하게 바라보던 사무현이 곧 천천히 도를 내리며 묻는다.
“너…… 대체 정체가 뭐냐?”
“……뭐?”
동천왕을 바라보는 사무현의 눈에 알 수 없는 꺼림직 함과 불신의 기색이 어린다.
“처음에는 마교 놈들이 작정하고 보낸 놈이 아닌가 했는데 그러기에는 실력이 지나치게 형편없고…… 정말 그냥 우연히 깨달음을 얻어서 화경에 오른 사파 놈인 거냐?”
“하……. 뭐라? 형편없어?”
이마에 굵은 힘줄이 솟은 동천왕이 살기 어린 미소를 머금으며 자세를 낮춘다.
“시건방진 놈이……. 잠깐 고삐를 느슨하게 쥐었더니 승기를 벌써 가져간 줄 아는구나.”
쾅!
“고삐를 늦추긴 무슨.”
자신을 향해 섬광같이 달려드는 동천왕을 가만히 바라보던 사무현의 두 눈이 차갑게 가라앉는다.
그의 도신이 몸의 정중앙에 위치하는가 싶더니, 곧이어 그를 향해 날아드는 동천왕의 검을 최소한의 경로로 받아 낸다.
쩌저정!
콰아앙!
“큽……!”
촤지직.
큰 동작으로 달려들어 휘두른 동천왕과는 달리 제자리에 선 채로 가만히 도신만을 내뻗은 사무현.
하지만 그 격돌 끝에 침음성을 흘리며 물러선 쪽은 오히려 동천왕이다.
천마도법의 절기 중 하나인 만근도의 위력.
외상과 내상을 동시에 받은 동천왕이 주춤 거리며 물러나자, 그 틈을 놓치지 않은 사무현의 쾌속한 일도가 동천왕의 목선을 노린다.
촤아악!
후두둑.
타닷!
“……큭!”
아슬아슬하게 그의 목선을 스치고 간 사무현의 도기.
그야말로 간발의 차였다.
스스로 찰나의 순간에 목숨을 잃을 뻔했다는 사실을 깨닫자 동천왕이 마른침을 삼키며 불신 어린 눈을 치켜뜬다.
“그런 얼굴 할 것 없어. 아까도 말했듯, 네 실력이 형편없어 그럴 뿐이니까.”
“……!”
경악을 감추지 못하는 동천왕의 얼굴을 무심히 바라보며 사무현이 말을 잇는다.
“강기의 위력이 쓸 만하기는 한데…… 내공만 있는 대로 끌어 쓴 결과물일 뿐, 무의 이치는 담겨 있지 않다. 조금 전 네가 사용한 절기도 상당한 내력을 소모하는 것 같은데, 그런 걸 결정적인 순간도 아니고 고작 반격의 기회를 잡기 위해 사용하다니. 너와 비슷한 수준의 고수들과 싸워 본 경험이 그리 많지 않나 보지?”
“이놈……!”
“심지어 상대를 현혹시키는 화려한 검초에도 결국 살의(殺意)만 깃들어 있을 뿐, 역시 무리는 담겨 있지 않다. 공격을 회피하는 반사 신경이나 임기응변은 제법인 것으로 봐서 실전 경험은 많은 것 같은데, 그 정도 실력으로는 과거 동천의 수준과 별 다를 바 없어 보이네.”
쓰윽.
분노로 온 몸을 가늘게 떠는 동천왕을 냉정하게 바라보며, 사무현이 천천히 자신의 도를 머리 위로 치켜들어 다시 정중앙으로 위치시킨다.
부드럽고도 간결한, 그저 기본 방어 자세를 취하기 위한 움직임.
하지만 그럼에도 어쩐지 그 안에서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무게감과 깊이가 느껴진다.
……꿀꺽.
사무현의 분위기가 바뀌었음을 본능적으로 느낀 동천왕이 마른침을 삼키는 사이, 그런 그를 향해 가르침과도 같은 말들이 계속해서 이어진다.
“의지가 초식을 지배하면 도(刀)는 중심을 잃는다. 길을 잃고 헤매는 도에는 예리함은 있을지언정 무게가 실리지 않고, 무게가 실리지 않은 도는 그저 날붙이일 뿐 무리를 담을 수 없다.”
“하……! 지금 내게 도법을 가르치기라도 하겠다는 뜻이냐?”
“만류귀종(萬流歸宗).”
“…….”
“도는 그저 베는 것. 검 또한 결국 베고 찌르는 것을 벗어나지 못하니 결국 이 이치를 벗어날 수 없다. 이 기본적인 이치가 네 검에 실려 있지 않다는 것은, 지금까지 네가 닦아 온 무의 길이 어떤 것인지 보여 주지.”
스스스스.
어느덧 말을 이어 가는 사무현의 몸 주위로 심상치 않은 기의 파동이 일렁인다.
온몸에 소름이 끼칠 정도의 위압감에 동천이 식은땀을 흘리며 입술을 깨문다.
느껴진다.
그와 같은 화경의 고수이지만, 저 천신련주라는 녀석은 자신과 질적으로 완전히 다른 존재다.
자신이 그저 크기만 부풀린 해변 위의 모래성 같은 존재라면, 상대는 태산 같은 무게감을 품고 있는 거암이다.
그 둘이 부딪친다면 결과는 너무나도 뻔한 것.
이것을 인지한 동천왕을 향해 사무현이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간다.
저벅.
“오로지 목적만을 위한 검을 휘두른 너는 내 도를 받아 낼 수 없다. 아마도 나뿐만 아니라 다른 음지삼왕이라는 놈들을 감당하기도 쉽지 않겠지. 너를 보낸 곳이 마교라면 너처럼 어설픈 뜨내기를 보낼 리 없으니, 결국 내가 더 알아내야 할 것은 없다는 걸 알았다.”
“……!”
“자……. 그럼 이제 죗값을 치를 시간이다.”
말을 마친 사무현의 자세가 낮추어 지며 동천왕을 향해 접근하려는 순간이었다.
“……큭!”
“…….”
“큭큭큭……. 크흐흐흐……. 하하하, 아핫핫핫핫.”
조금 전까지 딱딱하게 굳어 침음성을 흘리고 있던 동천왕이, 돌연 박수까지 치며 웃음을 터뜨린다.
“하하하, 과연. 이거 내가 너를 너무 무시했던 모양이구나.”
“……신경 쓸 거 없어, 어차피 결과는 같을 테니.”
“아니, 우리의 싸움은 여기까지다.”
사무현의 말에 비릿한 미소를 머금은 동천왕이 느긋하게 한쪽 손을 들어 올린다.
그러자 그의 저 먼 뒤쪽에서 족히 이백은 훌쩍 넘어 보이는 흑의 무사들이 모습을 드러낸다.
“……대체 저것들은 왜 대기하고 있나 했더니, 결국 부르는구나.”
애초에 저들의 매복을 눈치 채고 있던 사무현이 심드렁한 얼굴로 중얼거리자, 동천왕이 비릿한 조소를 머금으며 말을 꺼낸다.
“난 이만 가 볼 것이다. 너는 이들이나 잘 상대해 보도록.”
“내가 저런 것들에 발목 잡혀 너를 잡지 못할 거라 생각하나?”
“아아, 물론 너는 저들에게 발목이 잡히지 않겠지. 하지만 저 아래에 있는 네 수하들은 어떨까?”
“……!”
그제야 동천왕이 하고자 하는 말을 깨달았는지 사무현의 눈이 날카롭게 번뜩인다.
“이 새끼……!”
“큭큭……. 이제야 본인의 처지를 눈치챈 모양인데, 참고로 네가 모르고 있는 사실을 하나 더 말해 줄까?”
“…….”
“아마도 지금 지금쯤…… 네 도움을 절실하게 필요로 하는 이들이, 너를 쫓아온 저들뿐만은 아닐 것이다.”
천마가 보여
지은이 : 보용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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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6602-6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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