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ousand years old Heavenly Demon RAW novel - Chapter 278
278화
“저 위가 사천방인가?”
어두운 숲에서 사천방을 포위한 채 한쪽 입꼬리를 말아 올리는 염명단주.
그의 옆에 선 파계승 중화가 고개를 주억이며 염불을 읊조린다.
“아미타불…… 무고한 이들의 목숨이 헤아릴 수 없을 만큼 사라지겠구려.”
“쯧쯧……. 언제까지 그 재수 없는 승려 놀음을 하고 있을 거요? 어차피 죽이러 왔으면…….”
“그 입 닥치시오.”
염명단주의 말에 돌연 살기 어린 눈을 부릅뜨며 그를 노려보는 중화.
그 기세에 눌린 염명단주가 움찔하자 그런 그를 꼿꼿이 노려보며 중화가 말을 잇는다.
“어쩔 수 없이 살생을 하더라도, 최소한 경건한 마음을 갖는 것이 생명에 대한 예의인 것이외다!”
‘……미친 땡중 놈이.’
확신과 광기가 얼룩진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며 말하는 중화의 모습에, 차마 아무런 대꾸를 하지 못한 염명단주가 속으로 욕지거리를 내뱉는다.
단순히 쾌락을 위해 상대를 죽이면서도, 자신은 남들과는 달리 정도를 지키고 있다고 믿는 기이한 신념.
살육의 광기로 인해 소림을 버린 미친 파계승의 모습에 소름이 끼친 염명단주가 애써 그에게서 시선을 떼어 낸다.
그러던 그때…….
“……음?
저 멀리 어두운 숲에서, 언뜻 보기에도 수백에 달하는 무사들이 전투의 의지가 없다는 듯 한 손을 들어 보이며 그들을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공격하지 마시오!”
“우리는 사천방을 빠져나오고 있소! 당신들의 적이 아니니 길만 터 주시오!”
“허……. 아니, 저건 또 무슨 웃기지도 않는…….”
“기다리시게!”
불쾌함에 미간을 찌푸린 염명단주가 무어라 말을 꺼내려는 순간, 한 손을 들어 올린 중화가 억지로 웃음을 참는 듯 입가에 경련을 일으킨다.
“……가련한 중생들이 아닌가. 불필요한 전투를 벌일 이유가 없네.”
“…….”
“그저 저들이 원하는 대로…… 좋은 곳으로 편안히 안내해 주어야지.”
중화의 말속에 숨은 뜻을 읽어 낸 염명단주가, 속으로 코웃음을 치며 고개를 돌린다.
그와 마찬가지로 중화의 뜻을 알아차린 가흑렬과 화묘막주 괴뇌를 포함한 다른 이들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인다.
“큭큭……. 좋다! 지나가라! 모두 길을 터 주거라!”
“길을 터 주어라!”
“존명!”
염명단주와 각 집단 수장들의 외침에, 저들의 앞을 막고 있던 음지 무사들이 양측으로 갈라지며 길을 터 주었다.
이에 안도의 한숨을 내쉰 이들이 조심스레 각자의 무기를 움켜쥐고 포위망을 지난다.
저벅저벅.
……꿀꺽.
‘이렇게나 순순히 비켜 준다고?’
서둘러 발걸음을 옮기며 천신련의 훈련 기수였던 서함(徐咸)이 마른침을 꿀꺽 삼킨다.
혹여나 순순히 보내주지 않는다면 어쩌나 내심 걱정하고 있던 차였다.
어쨌거나 저만한 수를 운용했을 정도면 적어도 사천방을 괴멸시키려 작정하고 온 이들일 테니까.
하지만 역시 저들 또한 불필요한 피해를 감수하고 싶지는 않았던 것인지, 그저 순순히 포위망을 열어 주었다.
‘좋아, 이대로라면…….’
저들의 수가 많다고는 하나 이곳을 빠져나가는 이들의 수 또한 아주 적지는 않다.
그렇게 그들 모두가 저들의 포위망을 지나던 그때.
“아미타불……. 거기 시주들, 잠시만 멈춰 주시겠소?”
“음?”
뒤에서 들려온 승려, 중화의 음성에 발걸음을 옮기던 모두가 고개를 돌린다.
“먼 길 가시는데, 이것 받으시구려.”
부웅.
그 말과 함께 그들을 향해 웬 검은 구체 하나를 던지는 중화.
어둠 속에서 날아든 그것을 확인하기 위해 모두의 시선이 한데로 모인 그때.
“포…… 폭약……!”
콰과과과과과광!
천지가 뒤흔들리는 굉음과 함께 밀집되어 있던 천신련 훈련 기수들에게 거대한 폭발이 일어난다.
그것을 시작으로 길을 터 주었던 음지 무사들이 포위망을 형성하며 어둠 속에서 공세를 시작한다.
“우모침부터 시작해라!”
샤샤샤샥!
누구인지 모를 외침과 함께 어둠 속에서 눈으로 보이지 않을 정도로 얇은 우모침이 극독을 머금고 그들을 향해 쏟아진다.
폭발에서 살아남은 이들이 다급히 호신기를 끌어 올리자, 우모침에 이어진 비도들이 내력을 싣고 그들을 향해 쏟아진다.
퍼버벅! 퍽!
“크아악!”
“아아악!”
“제, 젠장 모두 정신 차려! 반격해라!”
“투창 준비.”
혼란 속에서 전열을 가다듬으려 애쓰는 이들을 향해 조소를 머금은 염명단주가, 한 손을 들어 올리며 살기 어린 미소를 머금는다.
“쏴라.”
파바밧!
쐐애애액!
퍼버벅 퍼버버벅!
“크아아악!”
“아악!”
호신기로 막을 수 있는 우모침이나 비검들과는 달리 내력이 실린 투창은 어렵지 않게 그들의 호신기와 함께 몸을 꿰뚫었다.
“폭탄도 아낌없이 쓰거라. 가는 길에 어찌 그리 인정들이 없는가?”
부웅, 부우웅.
콰과과과광! 콰과과광!
중화의 한 마디와 함께 기다렸다는 듯 날아드는 폭탄 세례.
사실 아무리 음지라도 성능 좋은 폭탄을 수십, 수백 개씩 소지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이는 잘못 사용하면 관(官)의 추격을 받을 수도 있는 물건이었으니까.
저 중에 제대로 된 폭탄은 두셋 정도.
그 외에는 그저 소리만 요란한 조잡한 가품(假品)이었지만, 무너져 가는 이들의 사기를 꺾기에는 더 없이 안성맞춤이었다.
“사, 살려줘!”
“도, 도망쳐야 돼!”
천신련의 훈련 기수 모두가 아무리 집단전에 익숙하다고 해도, 폭탄이나 독을 집단으로 퍼붓는 이들과 전투 경험이 있을 리 만무하다.
심지어 이들은 애초에 살기 위해 잠시나마 동료였던 자들을 버리고 사천방에서 빠져나온 이들이 아닌가?
그러나 썩어도 준치라, 그중에도 몇몇 살아남은 고수들은 재빨리 냉정한 판단을 되찾았다.
“크윽……. 이, 이대로는 당한다! 모두 정신 차려!”
“공격! 어떻게든 공격해야 된다!”
우왕좌왕하는 이들을 제치고 그들을 포위해 공격하고 있는 음지 무사들을 향해 몸을 날리는 이들.
그런 그들의 앞을 가로막은 것은 각 음지 문파를 이끄는 수장급 고수들이었다.
파밧!
“사지로 알아서 기어 오는구나!”
쩌저저정!
촤아아악!
이글거리는 커다란 도강을 쑥하고 뽑아낸 염명단주의 일도가. 폭발의 여파를 뚫고 날아오른 사파의 고수 참사검(慘絲劍)의 몸을 반으로 가른다.
아무리 그들 모두가 지치고 혼란에 빠져 있던 상황이라고는 하지만, 신기패도(新沂覇刀)라는 이름이 가히 무색하지 않은 무위다.
“이놈 감히!”
“참사검을!”
파밧! 타닷!
지금껏 함께 훈련을 해 온 참사검의 죽음에 분노한 두 사람이 몸을 날린다.
그러자 그들의 뒤에서 상황을 지켜보던 가흑렬이 허리춤의 검에 손을 얹은 채 그대로 몸을 날린다.
부웅.
촤좌좌좍!
세 사람의 신형이 교차되는 중심부에 검은 바람 같은 것이 스치는가 싶더니, 잠시 후 목이 잘린 두 구의 시신이 바닥에 떨어진다.
털썩.
풀썩.
눈에 보이지도 않을 정도의 쾌검으로 두 사람의 목을 잘라 낸 가흑렬이 여유롭게 바닥에 내려앉자, 그와 거리를 좁히려던 이들이 한순간 멈춰서며 마른침을 삼킨다.
“저…… 저런…….”
기세에 압도당해 차마 가흑렬을 덮치지 못하던 그때, 멀리 떨어져 있지 않은 곳에서 또 한 사람의 무인이 절명한다.
콰아앙!
털썩.
“쯧.”
이마부터 턱까지 검흔이 만들어져 있는, 땅딸막한 키에 두툼한 몸뚱이의 사내가 맨주먹으로 한 사람의 머리를 부수어 버리고 가흑렬의 옆쪽에 섰다.
“서…… 설마…… 소암권(小巖券) 괴뇌(怪惱)?”
“이제는 화묘막주(火墓幕主)님이라 불러야지. 못 배운 놈들 같으니.”
괴뇌가 투덜거리자 어느새 그들의 앞으로 걸어 나온 파계승 중화가, 양손에 들려 있는 두 사람의 시신을 바닥에 내던지며 부드러운 미소를 머금는다.
“아미타불……. 너무 그러지 마시오. 양지밖에 바라볼 수 없는 어리석은 중생들이 아니오?”
“크흠…….”
“이럴 수가……. 사불련(死佛聯主)의 중화까지……!”
“오오, 본승을 아시는 분이 계셨소이까?”
자신을 부르며 탄식하는 누군가의 음성에 반색을 한 중화가 반장을 해 보이며 자애로운 음성으로 말을 잇는다.
“다들 염려 마시오. 본 부처가 이 자리에 있는 모두의 명복을 빌어 줄 것이니, 편안한 마음으로 가셔도 좋소이다.”
“이…… 미친 중놈이……!”
한때 소림의 천재로 불렸으나, 살육에 미쳐 파계승으로 전락한 중화의 이야기는 이미 중원에서 유명하다.
더불어, 그가 한때는 강소제일인으로 그 이름을 올렸던 인물이라는 것도…….
“자…… 밤이 그리 길지 않으니, 더 이상 시간 끌 것 없지 않겠소?”
말을 마친 중화가 양손을 단전 앞으로 끌어모으며 은백색의 내기를 응축시킨다.
그러자 잠시 후, 그의 승복이 펄럭이며 거친 기파가 사방으로 퍼져 나가기 시작했다.
스스스스.
“오…… 온다!”
“흐음……. 아미타불!”
파아아앗!
살육과는 도무지 어울리지 않아 보이는 따듯하고도 환한 빛이 순식간에 살아남은 이들을 뒤덮었다.
***
콰구구구구.
“익패 형님, 이 소리 들리십니까?”
“……그래.”
마우평의 물음에 고개를 끄덕인 손익패가, 자신의 피부에 곤두선 솜털을 바라보며 마른침을 삼킨다.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부터 전투가 시작된 모양이구나.”
“어쩌면…… 저들이 생각보다 많은 전력을 소모시켜 줄지도 모릅니다.”
마우평이 희망적인 어조로 말을 꺼내자 손익패가 고개를 가로젓는다.
“아니, 그럴 가능성은 적다.”
“예?”
“그냥…… 느껴져. 저 멀리서 벌어지고 있는 건 그야말로 일방적인 학살이다.”
“저들의 전력이 그 정도라는 말입니까?”
확신이 느껴지는 손익패의 음성에 마우평의 눈이 가늘어진다.
저들이 분명 널찍이 포위망을 형성하고 올라오고 있다고 했는데, 이백이 넘는 무인들이 고작 포위망의 일부를 뚫어 내지 못하고 학살을 당하다니?
“불 냄새……. 아니, 화약 냄새인가……? 그리고…… 독 냄새와 피 냄새……!”
천수신공을 통해 모든 감각을 극대화시킨 손익패가 저 멀리서 느껴지는 것들을 하나하나 읊조리며 어금니를 악물었다.
옆에서 그의 말을 듣고 있는 마우평과 사천방도들 까지도.
제아무리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음지라고는 하지만, 폭약과 독을 동원한 전투를 치를 정도면 사실상 전쟁이라고 봐야 하는 것이 아닌가?
“모두들 정신 바짝 차려라.”
“……!”
“적사 누님!”
생각지도 못한 전황에 모두가 긴장하고 있던 그때, 그들의 뒤에서 적사가 모습을 드러냈다.
“저들이 사용하는 모든 무기에는 독(毒)이 묻어 있다고 생각해라. 하지만 목숨을 빼앗는 극독일 가능성은 낮고 십중팔구 마비 독이 발려 있을 거야. 극독이 발려 있으면 실수로 자신의 무기에 베였을 때 치명적이니까.”
“…….”
“마비 독은 심장에 가까울수록 빠르게 몸에 퍼진다. 격하게 움직이면 더 빨리 퍼지게 되지. 그러니 고작 마비 독에 당해서 죽고 싶은 게 아니면, 적의 무기에 베이는 즉시 상처를 넉넉히 도려내고 지혈해라. 그것도 아니면 최대한 빠르게 상대를 처리하고 전장을 뜨든지.”
휘익.
타닷.
말을 마친 적사가 자신의 품 안에서 반투명한 은사를 꺼내더니 그것을 바닥에 빙 둘러 길게 늘어놓으며 말을 잇는다.
“은사 안쪽 경계로 적들이 들어올 때까지 절대 먼저 나가서 싸우지 마. 사천방에서 경험해 본 집단전이나, 연무학관에서 정파 놈들과 싸웠던 비무들을 생각하면 안 돼. 음지와 싸운다는 건 목숨을 건 전쟁을 치른다는 의미다. 저들은 살기 위해 동료의 시신과 목숨도 아랑곳하지 않고 이용할 거고, 갖은 눈속임과 악수도 서슴지 않을 거다. 참고로 시신인 척하다가 지나가는 상대의 발목을 잘라 버리는 경우도 잦으니, 시신처럼 보인다고 해서 함부로 가까이 접근하면 안 돼.”
빠른 속도로 흘러나오는 적사의 조언에 사천방도들이 멍하니 고개를 끄덕인다.
실제로 그녀가 말해주지 않았다면 전혀 고려하지 못했을 부분들이다.
그렇게 그들 모두가 새삼스레 음지와 싸운다는 사실을 인지하며 고개를 끄덕이던 그때.
콰구구구.
쿠구구구.
사천방의 서문과 동문 쪽에서 거의 동시에 은은한 폭음이 울려 퍼진다.
“저쪽은 아무래도 시작된 모양입니…….”
“모두 집중해라.”
무심코 소리가 들려온 방향으로 고개를 돌리려는 이들의 귓가로, 긴장감이 느껴지는 손익패의 음성이 이어진다.
“이쪽도 올 모양이다.”
조금 전까지 전방에서 나던 날붙이 소리나 비명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하다못해 작은 새소리나 벌레 소리마저도 자취를 감추고 침묵이 모든 것을 지배하고 있다.
그리고 잠시 후, 어둠 속에서 검은 구체 하나가 그들을 향해 날아들었다.
쐐액!
콰과과과광!
“윽……!”
“큭!”
구체가 모습을 드러내기 무섭게, 적사의 손에서 뻗어 나간 비도 한 자루가 허공에서 폭탄을 터뜨려 버렸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 여파와 잔해물이 그들이 있는 곳까지 미쳤고, 잠시 후 먼지가 걷히기 무섭게 어두운 숲 곳곳에서 헤아리기 힘들 정도의 많은 흑의 무인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저벅저벅.
우뚝.
“……아미타불.”
곧이어 침묵을 지키며 서 있는 손익패와 사천방도들을 향해 흑의 무사들 사이에서 한 승려가 걸어 나왔다.
천마가 보여
지은이 : 보용도
발행인 : 손병태
발행처 : ㈜알에스미디어
주소 : 경기도 부천시 부천로 198번길 18 춘의테크노파크 2차 201동 50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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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6602-6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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