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ousand years old Heavenly Demon RAW novel - Chapter 28
028화
‘……그래도 생각보다 좀 더 빨리 걸린 감이 있네.’
빌어먹을 하늘 같으니.
언제나 상상하는 것 그 이상을 보여 주는구나.
한 번만 좀 순탄하게 흘러가도록 도와주면 어디 덧납니까? 예?
“잡아라!”
“능선 쪽이다!”
“……시작부터 순탄치가 않구만.”
파바밧!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마교도들의 음성에, 더 생각할 것도 없이 능선을 타고 남쪽으로 내달리기 시작하는 사무현.
이에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감지한 천마가 다급한 음성으로 물어 왔다.
“시끄러! 좀 빠르긴 해도, 어차피 예상했던 상황이었어!”
아무렴 쟤들이 다른 애들도 아니고 그 지독한 마교 놈들인데.
하룻밤을 꼼짝도 못 하고 숲에 머무는 동안 손 놓고 가만히 있었을 리가 없지.
더군다나 이곳은 저들의 안방과도 같은 곳.
사무현의 도주로 정도는 충분히 예측하고 있었을 것이다.
“쟤들은 그때까지 기다려 준대냐? 됐고, 한 가지만 물어보자!”
“내 몸을 베려면, 네가 그때 말한 검강…… 뭐시기만 조심하면 되는 거 맞지?”
“검에서 시커먼 불같이 나오는 그거! 그거만 조심하면 되는 거 맞냐고!”
……시커먼 불?
표현 방법에 어째 많은 문제가 있는 것 같기는 하다만, 뭐 아주 틀린 말은 아니다.
“좋아……! 아니기만 해 봐, 뒈졌어도 뒈질 줄 알아!”
무슨 생각이냐고?
바로…….
“……이럴 생각이지!”
“놈! 멈춰라!”
어느새 저 멀리서 사무현의 앞으로 달려 나온 마교 무사 하나가, 정면에서 검 끝을 겨누며 사무현을 가로막았다.
하지만 자신의 흉부를 향해 날아드는 검을 피할 생각도 하지 않은 채, 사무현은 그대로 달려들어 마교 무사의 몸을 들이 받아버린다.
쾅!
“크헉!”
금강불괴에 이른 사무현의 육신이, 돌진하는 힘을 실어 마교 무사의 검과 육체를 동시에 튕겨 날려 버렸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어느새 등 뒤에서 천마도를 풀어낸 사무현이 바닥에 쓰러져 막 몸을 일으키는 상대의 목을 베어낸다.
촤좌좍!
털썩.
“아오, 젠장! 그래도 아프긴 하네!”
마치 나무 작대기에 몸을 세게 찔린 듯한 통증이랄까?
치명상은 아니지만 검에 찔린 흉부가 욱신거렸다.
‘이 정도로 약해지면 곤란하지.’
고통 따위는 지긋지긋하다 못해 신물이 날 정도로 느껴 봤다.
이 정도의 통증은, 사무현이 삼 년간 겪은 고통에 비하면 통증이라 말하기도 우스울 수준이다.
“잡아라!”
“죽여도 좋다, 절대 놓치지 마라!”
……그래도 한 명씩 오면 참 좋을 텐데.
에이, 융통성 없는 것들.
사무현이 선두에서 달려온 무사의 목을 베어 내는 사이, 어느새 무리를 이루어 포위망을 갖춘 수십 명의 무사들이 그를 향해 달려들었다.
“후우……. 오냐, 누가 뒈지나 해 보자, 이 빌어먹을 새끼들아!”
파밧!
밀집해서 사무현을 가로막는 무사들을 향해, 대담하게 펄쩍 뛰어들며 전력을 다한 일 도를 휘두르는 사무현.
그의 손에서, 지난 시간 동안 쌓아 왔던 모든 것이 폭발했다.
“으라아!”
쩌저정!
사무현의 거친 일 도가, 그의 앞을 가로막고 공격을 펼치던 흑의 무사들의 검과 육체를 한꺼번에 휩쓸어 버렸다.
거의 일백 근에 육박하는 만년한철로 만들어진 희대의 신병 천마도.
거기에 그 무기를 휘두르는 이는 삼 년이라는 시간 동안 최고의 육체를 가지게 된 사무현이다.
구태여 많은 내력을 싣지 않아도, 그가 전력으로 전개하는 천마도법을 받아 내는 것은 마교 평무사들에게 불가능에 가깝다.
하물며 치고 빠지는 전투도 아닌, 어떻게든 그의 전진을 막아야 하는 상황이라면 더더욱……!
콰광!
촤좌좍!
“크아악!”
“아악!”
방어 따위는 안중에도 없이, 오직 앞에 선 모든 적을 베고 나아가는 사무현과 그의 앞길을 막으며 달려드는 마교 무사들의 전투.
시간이 흐를수록 바닥에 마교 무사들의 시신은 쌓여 가고, 사무현이 뒤집어쓰는 피의 양 또한 늘어 갔다.
최소한의 움직임으로 효율적이게 상대를 제압하려 했던 천마와는 정반대의 전투법.
방어가 우선시되는 일반적인 무인들이라면 결코 흉내 낼 수 없는 이 무식한 싸움법은, 우습게도 이런 난전에 너무도 큰 효율을 보이고 있었다.
촤좌좍!
쩌쩌정!
***
‘……이럴 수가.’
답답함과 불안감을 이겨 내지 못하고, 힘을 다 회복하지 못한 채 사무현의 몸 밖으로 뛰쳐나온 천마.
현신화를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피로를 느껴야 하는 상황이건만, 현재 천마의 얼굴에 떠오른 감정은 오직 놀라움뿐이었다.
“비, 빌어먹을! 공격이 통하지를…… 아악!”
“크헉!”
쩌저정!
‘……도기(刀氣)라고?’
사무현의 천마도에 분명하게 어려 있는 반투명한 기운.
분명 저 육체로 단 한 번도 도기를 익힌 적이 없을 터인데, 그의 도신에서 흘러나오는 도기는 너무도 자연스럽기 그지없다.
‘따로 도기를 익힐 만한 시간은 없었으니…… 그저 본능인 건가.’
아직 완전히 그의 것으로 녹여 내지는 못했으나, 그의 단전에 자리하고 있는 일 갑자의 내력.
그리고 과거에 한 차례 무의식적으로 권기(拳氣)를 운용했던 기감(氣感).
더욱이 잡념을 버리고 목숨을 건 사투를 펼치는 와중이니, 어떤 조건들을 보아도 사무현이 도기를 이끌어 내는 것은 그리 이상한 일이 아니다.
다만…….
‘……저런 상황만 아니었다면 말이지.’
기를 움직인다는 것은 고도의 집중력을 요하는 일.
때문에 기를 운용 중인 육체는 작은 충격을 받는 것만으로도, 기혈이 뒤틀리는 등의 치명상을 입을 수 있다.
이는 기를 운용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사무현에게는 더더욱 치명적으로 적용되는 일일 터인데…….
“……집중인가?”
어렵사리 내뱉은 결론.
금강불괴의 육체이니, 사실 저들의 공격 하나하나가 사무현의 육체에 치명상이 될 수는 없다.
하지만 금강불괴의 육체라고 하여 저만한 공격에 통증조차 느끼지 않을 리는 만무(萬無).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도기가 조금도 흔들리지 않는 것은, 결국 그가 통증 따위가 아닌 오직 도초에만 모든 정신을 집중하고 있다는 의미이리라.
‘저 정도의 각오라면…… 우선은 인정할 수밖에 없나.’
모든 잡념은 무시한 채 오로지 ‘베는 것’에만 집중한다.
어떤 의미에서만 본다면, 가장 이상적인 도객(刀客)의 모습이 아닌가?
‘……오냐, 어디 한번 마음껏 날뛰어 보거라.’
아마 스스로는 인지하지 못하고 있겠지만, 무아지경으로 도를 휘두르는 저 와중에 사무현은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그 모습을 지켜보는 천마의 입가에, 그 특유의 흡족한 미소가 머금어진다.
‘네가 과연 천마도법의 전승자가 될 만한 그릇이 맞는지…… 본좌가 직접 지켜봐 줄 터이니.’
***
콰광!
“……!”
풀썩.
“크헉! 허억! 허억!”
……끝났다.
사무현을 막기 위해 목숨까지 불사르며 달려들던 한 무리의 광신도들은, 결국 그의 천마도 아래에 싸늘한 시신이 되어 바닥을 나뒹굴고 있었다.
‘……생각보다 더한 것들이네.’
계속해서 베어 가며 전진하면, 결국 제 목숨이 아까워 포위망을 열어 주고야 말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저들은 임무에 실패하느니 차라리 죽겠다는 각오로, 마지막까지 사무현을 가로막으며 달려들었다.
“……목숨보다 중한 것이 어디에 있다고.”
지독한 새끼들.
아무튼 그렇게 발아래에 놓인 시신들에게서 시선을 떼어 낸 사무현이, 잠시 숨을 고르다 다시 능선 쪽으로 달리기를 하려는…….
쐐애애액!
쾅!
“아니, 벌써?”
“쳐라!”
“능선 위쪽이다!”
아니, 너네는 뭐가 그렇게 급하냐.
기왕 매복을 했으면 상대가 올 때까지 기다릴 줄도 알고, 뭐 그래야 되는 거 아니야?
“……망할 것들. 그래, 어디 한번 해 보자.”
남쪽 퇴로를 막고 정면에서 달려오는 수십여 명의 마교 무사들.
그들을 향해 사무현이 천마도를 치켜드는 순간…….
“와아아!”
“놈을 포위해라!”
……뒤에서도 오네.
지금까지는 정면에 있는 놈들만 신경 쓰면 되었는데, 이렇게 되니 머리가 좀 복잡해진다.
뒤에 있는 것들을 먼저 쳐야 되나?
아니면 그냥 가야 할 길에 있는 놈들 먼저?
‘젠장, 언제부터 머리를 썼다고.’
그래, 니들이 어디에서 튀어나오건 나는 내 갈 길만 간다!
남쪽으로……!
“그쪽이 아니다.”
“뭐, 뭐야! 너 언제 나와 있었냐?”
난데없이 그의 옆에서 들려온 천마의 음성에, 깜짝 놀라며 그에게로 고개를 돌리는 사무현.
이에 씩 하고 미소를 머금어 보인 천마가, 남서쪽을 향해 검지를 펴 보인다.
“저쪽으로 가라. 저놈들의 포위망이 네 퇴로를 모두 차단하고 있으니, 저곳밖에 활로가 없다.”
“……저기로 가면 뭐가 나오는데?”
“그런 것을 물을 시간이 있느냐? 아, 벌써 한 놈 왔구나.”
계획에 없던 천마의 말에 사무현이 당황하는 그 사이, 어느덧 정면에서 달려온 무사 하나가 사무현을 향해 일 검을 휘둘렀다.
“이놈……!”
“에라!”
쩌정!
사무현의 일 도에, 기세 좋게 달려든 무사 하나가 반 토막이 되어 맨바닥을 나뒹군다.
그를 시작으로 어느덧 포위망이 근접해 오자, 짧게 입술을 깨문 사무현이 남서쪽으로 내달리기 시작했다.
“놈이 도망친다! 쫓아라!”
‘분명 뭐가 있는 눈친데.’
한 몸에서 동고동락(?) 하며 저 망할 놈과 지낸 것이 석 달이다.
그런 저놈이 명확한 이유를 말하지 않고 무언가를 시킬 때는, 반드시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을 때뿐이다.
‘문제는…… 거기에 뭐가 있건 없건 간에……!’
“이놈! 거기 멈춰……!”
촤좌좍!
‘……지금은 믿는 수밖에 없다는 말이지!’
그를 추격하는 이놈들은, 실력은 대단할 것이 없지만 발놀림 하나만큼은 사무현보다 빠르다.
죽기 살기로 포위망을 돌파하겠다고 마음을 먹기는 했지만, 정상적인 방법으로 저놈들 모두를 따돌리는 것은 어차피 불가능.
결국 어떤 결말이 기다리고 있을지라도 지금은 천마의 말을 믿어 보는 수밖에.
“거기 서라! 이놈!”
“아오, 이 답답한 놈들아! 니들이면 이 상황에……!”
쩌저저정!
“서란다고 서겠냐, 이 새끼들아!”
그렇게 울분을 머금은 사무현의 한 마디와 함께, 그의 천마도가 거침없이 휘둘러져 그의 등 뒤까지 접근한 무사의 오른팔을 날려 버렸다.
***
“……이게 대체 어찌 된 일이냐?”
사십여 명에 달하는 추적대가 전멸한 격전의 현장.
멀찍이서 쏘아진 신호탄을 확인하기 무섭게 이리 달려왔건만, 설마 그 짧은 시간 내에 이 많은 이들을 베고 도주했을 줄이야!
“젠장, 어디로 향한 거지? 분명 추적대가 더 붙었을…….”
쩌정. 쩡.
“……음?”
어디선가 저 멀리서 들려오는 미세한 폭음.
그 순간, 그와 함께 움직인 추적조원 중 하나가 남서쪽의 숲에서 뛰쳐나오며 소리친다.
“이쪽입니다! 전투의 흔적이 흑사곡(黑死谷)으로 향하고 있습니다!”
“뭐? 흑사곡으로?”
대원의 말에 순간 긴장의 끈이 풀렸는지, 어처구니없다는 듯한 실소를 흘리는 고명.
잠시 후 그의 입가에는 이전에 없던 회심의 미소가 머금어져 있었다.
“미련한 것이 스스로를 궁지로 몰았구나. 회무(回無), 우혈(友血), 너희는 인근 매복대에게 흑사곡으로 포위망을 좁히라 전해라!”
“존명!”
“그리고 외유(畏遺), 너는 그대로 화상장로께 가서 현 상황을 전하거라.”
“존명!”
“흐흐, 빌어먹을 놈. 이곳의 지리도 모르는 놈이 도망쳐 봐야 손바닥 안이지. 나머지는 나를 따라라! 매복대 수준으로는 놈을 막기 힘들 테니, 우리가 직접 놈을 사냥할 것이다.”
“존명!”
***
촤좌좍!
스걱!
“크헉!”
“헉! 헉! 일루 드루와! 일루 드루와 봐! 이 광신도 새끼들아!”
어느새 커다란 고목을 등에 지고, 그를 포위한 십여 명의 무사들을 향해 위협적으로 천마도를 휘두르는 사무현.
남서쪽으로 내달리면서 거의 오십 명은 더 베어 넘긴 것 같은데, 아직도 살아남은 저놈들은 좀처럼 사무현의 발목을 붙잡고 놓아주지를 않는다.
“접근하지 마라! 놈의 등 뒤만을 노리면서 발을 묶어야 한다!”
쐐애애액!
쾅!
……쓸데없이 똑똑한 새끼들.
정면으로 맞붙어서 안 된다는 것을 깨달았는지, 어느 순간부터 저렇게 거리를 벌리고 야금야금 사무현의 체력만을 갉아먹고 있다.
멈춰 서서 싸우려 하면 거리를 벌리고 신호탄을 쏴 대니, 떨쳐 내기가 여간 성가신 것이 아니다.
‘……차라리 덤비면 다 베어 버릴 텐데, 빌어먹을.’
그렇게 거친 숨을 몰아쉬며 사무현이 주위를 경계하고 있는 그때, 미간을 찌푸리며 현 상황을 지켜보던 천마가 돌연 무언가를 느꼈는지 한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 이런.”
“뭐, 뭐야? 뭔데?”
제발 놀라지 말고 말부터 해라, 말부터.
“……아무래도, 저것들을 뿌리치고 갈 만한 여유는 없을 것 같구나.”
“……뭐?”
“절정급이 따라붙고 있다. 수는…… 다섯 정도.”
이런, 젠장 또 다섯이야?
“설마 그중 하나는 또 특별하게 세냐?”
“음……. 일전의 그놈만큼은 아니지만…… 네가 감당하기 버거운 상대라는 것은 분명하지.”
……젠장.
그런 놈이 하나라도 문제인데, 다섯이면 이런 지친 몸으로는 절대 승산이 없다.
“이제부터 이것들이 따라붙는 건 신경 쓰지 말고 계속 달려라. 그곳에 활로(活路)가 있다.”
사뭇 진지한 천마의 음성에, 어느새 표정을 굳힌 사무현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인다.
천마가 보여
지은이 : 보용도
발행인 : 손병태
발행처 : ㈜알에스미디어
주소 : 경기도 부천시 부천로 198번길 18 춘의테크노파크 2차 201동 50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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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6602-6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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