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ousand years old Heavenly Demon RAW novel - Chapter 281
281화
“아……!”
“남경이다.”
사무현의 한 마디에 막휘가 환한 미소를 머금는다.
이정도 속도라면 동이 틀 때까지도 남경에 닿을 수 없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생각 외로 오히려 출발했을 때보다도 시간이 줄어들었다.
초조함 때문에 느리게만 느껴졌지만, 결국 그들 모두가 한마음이 되어 속도를 높이는 데 성공한 모양이었다.
“좋아! 다들 조금만 더 힘내자! 남경이 코앞이다!”
“막휘.”
“예! 형님!”
“애들 데리고 안전하게 뒤따라와라.”
“예! 형님! ……예?”
무심코 힘차게 대답하던 막휘가 무언가 이상함을 느끼고 눈썹을 추켜올리자, 사무현이 그대로 자리를 박차며 장강으로 몸을 날렸다.
콰과과과과!
“혀, 형님! 형……!”
“……벌써 가셨습니다.”
무시무시한 속도로 경공술을 펼치며 순식간에 점이 되어 사라진 사무현의 뒷모습.
감히 따를 수조차 없는 그 속도에 모두가 두 눈을 끔뻑이던 그때, 입술을 악물고 서 있던 막휘가 돌연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배의 뒤편으로 몸을 날린다.
첨벙!
“마, 막휘 형님!”
“푸웃!”
모두의 외침과 함께, 물속에서 고개만 내민 막휘가 호흡을 가다듬으며 두 손으로 배의 뒤편을 집는다.
턱.
“후우……. 다들 정신 차리고 있는 힘껏 속도를 높여라! 형님의 뒤를 죽을힘을 다해 따라붙는다!”
“아…… 예! 형님!”
“가자!”
촤좌좌좌좌!
우렁찬 외침과 함께 배를 뒤에서 밀며 헤엄을 치기 시작하는 막휘.
지금까지 노를 젓던 다른 이들과 달리 체력을 아껴 두었던 그였기에, 배의 속도는 생각 외로 빠르게 앞으로 나아갔다.
저 멀리 보이는 남경의 불빛을 향해…….
***
콰아앙!
휘리리릭.
쩡!
콰르르르.
포탄이라도 터진 듯한 우렁찬 폭음과 함께, 손익패의 신형이 허공을 가르고 사천방 담벼락에 틀어박힌다.
단단한 담벼락의 일부를 허물어 버리며 잔해 속으로 사라진 그곳을 바라보며, 중화가 천천히 반장을 해 보인다.
“아미타불……. 생각보다는 재미있었소이다.”
체술의 형(形)이 갖추어져 있긴 했지만 그게 제대로 정제되어 있지는 않았다.
마치 짐승에게 무공을 가르친 것을 보는 느낌이랄까?
심지어 얼마나 단련을 거듭한 것인지, 저 말도 안 되는 육체는 자신의 공격을 몇 번이나 견뎌냈다
하지만 거기까지.
소림의 장법을 변형시킨 그의 독문 무공인 파명장(破命掌)이 정확히 복부에 틀어박혔으니, 십중팔구 내장과 혈맥이 다 터져 그대로 숨이 끊어져 버렸을 것이다.
“자, 하면 이제…….”
다른 쪽의 전황을 살피기 위해 고개를 돌리는 중화.
그러자 그리 멀리 떨어져 있지 않은 곳에서 전투를 벌이고 있는 가흑렬과 적사, 그리고 괴뇌와 전투를 벌이고 있는 거한이 그의 눈에 들어온다.
쩌저저정!
촤좌좍!
양손에 든 단검 중 하나로 가흑렬의 뱀 같은 검격을 막아 낸 적사가 반대편 손으로 은사가 달린 비도를 날린다.
가흑렬의 검격에 밀려 뒤쪽으로 밀려나면서도 적사의 비도가 가흑렬의 한쪽 어깨를 스친다.
“큭!”
“윽……!”
적사가 뒤로 물러나기 무섭게 가흑렬이 어금니를 아득 깨물며 스스로 상처 난 부위를 도려낸다.
서걱.
후두둑.
“빌어먹을 년!”
“……퉤.”
내상이 역류했는지 검붉은 피를 뱉어 낸 적사가 다시 방어 자세를 취하고, 가흑렬이 다소 신중하게 몸을 움직이며 그녀의 빈틈을 노린다.
그리고 그들로부터 조금 더 떨어진 위치에서는…….
콰아앙!
콰앙!
“으읍……!”
“으극……!”
촤지직.
촤직.
소암권 괴뇌가 자신의 두 배는 넘어 보이는 거한과 주먹을 맞교환한다.
작은 신체에 어울리지 않는 괴력으로 유명한 그였지만, 상대 역시 만만치 않았는지 서로의 몸이 엇비슷하게 뒤로 밀려난다.
“후우……. 젠장, 조그만 게 힘 한번 세군.”
“이, 이 곰 같은 놈이 감히?”
작다는 것에 대한 열등감으로 무공을 익히기 시작했다는 괴뇌다.
마우평은 별생각 없이 던진 말이었지만, 생각지도 못한 도발을 받은 괴뇌가 이마에 핏대를 세우며 몸을 날린다.
“죽여 주마, 이놈!”
“에라!”
파밧!
팟!
쩌저저정!
전투 방식이 애초부터 비슷한 이들이었기에 어느 한쪽도 뒤로 물러서려 하지 않는다.
이런 승부에서는 먼저 기세가 밀리면 끝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에, 또다시 거칠게 주먹을 주고받으며 팽팽한 난전을 이어간다.
그리고 그런 그들의 전장을 둘러보던 중화의 두 눈이 가늘어진다.
‘의외로군.’
가흑렬과 괴뇌 모두 음지의 한 집단을 책임지는 수장들이다.
염명단주보다도 엄밀히 말해 반수 정도는 더 무위가 높다고 평가되는 이들.
한데 저런 이들이 녹림왕의 후계자도 아닌, 암천막주의 수하와 아무런 이름도 없는 사천방도와 호각을 이루고 있다.
‘그리고 심지어…….’
중화의 시선이 이번에는 무리를 이룬 사천방도들과 그들을 에워싸 공격하고 있는 수하들 쪽으로 향한다.
콰과광! 쾅!
“죽어라! 살암 형님의 원수들아!
“야! 그 새끼는 내 몫이니까 건드리지 마라!”
“흥분해서 나가지 마, 이것들아! 진형 흐트러진다고!”
……꽈악.
자신들의 열 배에 달하는 숫자에 포위당해 있음에도 기세에서 밀리지 않는다.
저들의 무위가 하나같이 대단히 뛰어나기 때문에……?
……아니다.
처음과는 달리 저들의 움직임은 현저히 둔해졌고, 무복 곳곳에서도 선명한 붉은 피가 흐르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분명 몰아붙이고 있는 것은 이쪽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저렇게 버티고 있는 것은, 저들 중 누구도 이 상황에 두려움을 느끼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그들의 모습에 미간을 꿈틀한 중화가 발걸음을 옮기려던 그때.
콰르르르.
무너진 담벼락 잔해 쪽에서 요란한 소리가 들리더니, 곧이어 그의 온몸에 오싹한 소름이 돋아난다.
“……!”
스팟!
무심코 고개를 돌리다 반사적으로 몸을 비튼 중화.
온몸에서 위기를 경고한 순간 본능으로 행한 움직임이었다.
그리고 그 본능은 정확히 그의 목숨을 살려 주었다.
촤아아악!
타닷.
“……큭!”
그의 흉부 앞섶이 다섯 갈래로 거칠게 찢어지더니 그 틈으로 붉은 피가 터져 나온다.
다급히 점혈을 통해 피를 지혈한 중화가 고개를 돌리자, 조금 전 그의 흉부를 훑고 지나간 검은 형체가 그를 향해 고개를 돌리고 있었다.
“……너는!”
“크르르…….”
입에서…… 아니, 몸속 깊은 곳에서 맹수 특유의 끓는 듯한 소리가 흘러나온다.
두 눈은 완전히 붉게 물들었고 상체는 짐승처럼 둥글게 말아 지면에 엎드리다시피 하고 있다.
언제라도 도약을 할 수 있도록 준비 중인 탄력적인 자세.
그리고 그 상대가 조금 전 자신에게 쓰러졌던 손익패라는 녀석임을 깨닫자 중화의 얼굴이 불신으로 물든다.
“이놈이…… 파명장을 맞고도 살아 있다고?”
상대의 육체가 보통이 아니라는 정도는 알고 있었다.
마치 소림의 외공을 익힌 것처럼 강철 같았던 육체.
하지만 그것을 감안한다고 하더라도 파공장을 정면으로 맞았으니 최소한 각혈하고 쓰러져 사나흘 정도는 꼼짝도 하지 못해야 정상이다.
“아미타불……. 아직도 수행이 부족하구나.”
고통 없이 일격에 상대의 숨통을 끊어 놓지 못하다니.
끓어오르는 분노를 잠재우기 위해 염불을 중얼거린 중화가 다시 한번 반장을 앞으로 내밀며 방어 자세를 취한다.
쓰윽.
“오거라, 무슨 장난질을 하는 것인지는 모르지만 이번에는 확실히 숨통을 끊어 주마.”
“크르르르…….”
쓰윽.
중화의 말에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은 채 바짝 몸을 웅크리는 손익패.
잠깐의 짧은 침묵이 이어지고.
중화의 호흡이 들숨에서 날숨으로 바뀌는 순간 손익패의 몸이 맹수처럼 중화를 향해 도약했다.
파밧!
‘……이건?’
중화의 앞으로 도약한 손익패가 양팔을 머리 위로 치켜든다.
조금 전까지 그와 싸울 때는 전혀 보지 못했던 공격 자세.
아니, 공격 자세라기보다는 그저 맹수가 덮치는 형태에 가까운 자세를 바라보며 중화가 한쪽 눈썹을 추켜올린다.
“아미타불! 무슨 장난질을 하려는가!”
부웅.
쩌저정!
우드득.
손익패의 양손이 내려오기도 전에, 중화의 일장이 그대로 그의 텅 빈 흉부에 날아가 꽂힌다.
상대의 뼈가 부러지는 듯한 감각을 느끼며 중화가 한쪽 입꼬리를 말아 올리려는 그때.
촤좌좍!
촤아아악!
“컥……! 이 무슨!”
분명 상대의 흉곽 뼈를 부수었거늘, 상대는 고통이라고는 느끼지 못하는 것처럼 공격을 이어갔다.
결국 한쪽 어깨와 흉부의 살점이 찢겨져 나간 중화가 당혹스러움을 지우고 분노어린 일성을 내지른다.
“이…… 짐승 같은 것이!”
부웅.
스륵.
분노한 중화의 일권이 손익패의 안면을 노리고 뻗어지자, 그의 상체가 기괴할 정도로 유연하게 휘어져 중화의 주먹을 흘려 낸다.
그리고 동시에 텅 빈 중화의 목으로 다시 한번 일수를 휘두른다.
쩌저저정!
“크읍……!”
촤지이이익!
손익패의 일수를 가로막은 중화의 신형이 처음으로 뒤로 밀려난다.
욱신욱신.
“크음……. 어찌 이런 일이?”
분명 여기저기 상당한 충격을 받았을 텐데, 상대의 움직임은 도리어 처음보다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빨라졌다.
내력도 체력도 십중팔구 바닥을 보이고 있어야 정상이거늘.
옭아매던 사슬을 제거한 짐승처럼, 저 야성적인 모습이 오히려 상대의 본연의 모습처럼 보이지 않는가?
“아미타불……. 그저 짐승 같은 놈이라 여겼는데, 이제 보니 인두겁을 쓴 진짜 짐승이었구나.”
소름이 돋아 내려가지 않고 있던 두 팔을 천천히 내린 중화가 심호흡을 한번 하고는 목소리를 높인다.
“사불련은 들으라!”
“……!”
“너희는 지금 당장 담을 넘어 사천방 내부로 잠입한다! 그리고 필시 사경을 헤매고 있을 암천막주를 찾아 제거하라!”
“존명!”
사사삭.
중화의 명을 받은 백여 명의 무사들이 진형을 이탈하자, 가흑렬과 대치 중이던 적사가 다급히 고개를 돌리며 소리친다.
“안 돼! 막아야……!”
쩌저저정!
촤아악!
“큭……!”
잠깐 한눈을 판 순간 날아든 가흑렬의 일검에, 다급히 두 개의 단검을 교차해 방어해 냈음에도 적사의 뺨에 붉은 선이 쩍하고 그어진다.
후두둑.
“날 앞에 두고 한눈을 팔다니……. 이거 너무 사람의 자존심을 긁어 대는 거 아닌가?”
“이……!”
뒤쪽으로 밀려난 적사가 피를 닦아 내며 입술을 깨무는 그때.
스팟!
촤아아악!
“……!”
난데없이 중화를 내버려 두고 달려든 손익패가, 반사적으로 몸을 돌린 가흑렬의 흉부 앞섶을 찢어 낸다.
“큭……! 이 무슨……!”
“카아아!”
짐승과도 같은 소리를 내며 가흑렬에게 재차 몸을 날리는 손익패.
이에 아직 전열을 가다듬지 못한 가흑렬이 당황한 얼굴로 검을 휘두르려는 순간.
쐐액!
콰아아앙!
휘리리릭.
촤지이이이익.
“……크륵.”
손익패의 측면에서 날아든 은백색의 기공이 그의 신형을 후려쳐 저 멀리 한쪽으로 나가떨어지게 만들었다.
이 기습에는 제법 충격을 받았는지 고개를 흔들며 비틀비틀 몸을 일으키는 손익패.
그리고 어느새 가흑렬의 옆으로 다가온 중화가 살짝 거칠어진 숨을 고르며 말을 꺼낸다.
“아무래도 저 짐승은 함께 상대해야 할 모양이외다.”
“으드득……! 감히……!”
자신의 흉부에서 철철 넘쳐흐르는 피를 지혈하며 가흑렬이 중화에게 분노의 눈길을 돌린다.
“뭐 하는 거요! 적어도 자기 상대는 묶어둘 수 있어야지!”
“흐음……. 틀린 말은 아니오만, 가흑렬 시주의 입장에서는 오히려 본승이 와서 다행이라 해야 하지 않소이까?”
“뭐요?”
“스스로의 꼴을 한번 보시오.”
비웃음이 느껴지는 중화의 한 마디에 가흑렬의 얼굴이 붉어진다.
손익패의 기습 이전에도 이미 적사와의 전투로 몸 곳곳에 상당한 상처를 입은 그였다.
어느 곳 하나 치명상은 없었지만, 모든 무기에 독이 발린 살수와 맞서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은 일.
사실 이대로 계속 가다가는 그가 먼저 출혈로 인해 쓰러질 가능성이 더 높았다.
“……만만히 볼 계집이 아니오. 암수(暗手) 외에도 근접전과 체술에 상당히 뛰어나오.”
“알고 있소. 그러니 함께하자는 것이외다.”
“……빌어먹을 새끼들이.”
저들의 대화를 듣던 적사가 어금니를 악물며 비도를 움켜쥐자, 어느새 완전히 몸을 일으킨 손익패가 적사의 앞을 가로막는다.
저벅저벅.
우뚝.
“너…… 지금 뭐 하냐?”
“……가십시오.”
“뭐?
잔뜩 쉰 음성으로 한 마디를 내뱉은 손익패가, 붉어진 눈으로 음지 무사들이 뛰어넘어간 담벼락을 돌아본다.
그제야 그가 앞을 막아선 이유를 깨달은 적사가 단검을 쥔 손을 가늘게 떨며 입을 열었다.
“여기서…… 나 혼자 가라고?”
“……위험합니다.”
“위험한 건 네가……!”
“살암…… 형님.”
아직 야성에 이성을 모조리 빼앗기기 직전의 상태였는지, 한 마디 한 마디 힘겹게 말을 이어 가는 손익패.
이에 적사가 차마 움직이지 못하고 가늘게 몸을 떨자, 손익패가 힘겹게 한마디 말을 덧붙인다.
“지키십시오.”
“…….”
“……제발.”
꽈악.
간절함이 느껴지는 손익패의 한 마디에, 입술을 피가 날 정도로 깨물고 있던 적사가 결국 장원으로 몸을 돌린다.
청사가 의약당을 지키고 있긴 했지만, 저만한 숫자의 음지 무사들이 상대라면 결코 살암을 지켜 낼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으므로.
“……죽지 마라.”
파밧!
“저 계집……!”
바램인지 부탁인지 모를 한 마디와 함께 적사가 몸을 날리자, 가흑렬이 다급히 검을 고쳐 쥐며 그녀의 뒤를 따르려 한다.
그러자.
“크르르르…….”
짐승의 경고음과 같은 소리를 내며 손익패가 한 걸음 다가오자 가흑렬이 자신도 모르게 몸을 움찔하며 한 걸음 뒤로 물러선다.
“아미타불……. 실로 눈물겨운 장면이 아닐 수 없소이다.”
기세에 밀린 가흑렬과는 달리 중화는 한쪽 입꼬리를 말아 올리며 기껍다는 듯 손익패를 향해 나아간다.
“본승이 원했던 것이 바로 이런 상황이기는 하나…… 설마 정말로 이런 선택을 할 줄은 몰랐소. 아무튼 덕분에 일이 보다 수월하게 풀릴 것 같구려.”
“……빨리 끝냅시다.”
전력상의 우위를 점하고도 뒤로 물러난 수치 때문이었는지, 가흑렬이 언제 그랬냐는 듯 맹렬한 살기를 풀어내며 검 끝을 손익패에게 겨눈다.
이에 자세를 더더욱 낮추며 금방이라도 달려들 태세를 취하는 손익패.
팽팽하게 진행되던 사천방과 음지의 전투가 조금씩 한쪽으로 기울어지기 시작하고 있었다.
천마가 보여
지은이 : 보용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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