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ousand years old Heavenly Demon RAW novel - Chapter 285
285화
촤아아악!
털썩.
“끄아아악!”
한 손으로 관절기를 걸기 무섭게, 반대편 손에 수강을 끌어 올려 중화의 팔을 잘라 낸 손익패.
하지만 자신의 오른팔이 잘리고도 중화는 곧장 충혈된 눈을 희번덕이며 손익패에게 반격을 가한다.
“이……! 버러지 같은 것이!”
콰아앙!
분노로 눈이 뒤집힌 중화가 있는 힘껏 내력을 끌어 올려 바닥을 내디딘다.
대지가 갈라지며 튀어 오른 파편이 거친 충격파와 함께 손익패를 후려친다.
쩌저정!
“……!”
촤지이익!
광범위한 충격파와 파편을 몸으로 받아 낸 손익패의 신형이 석 장 가까이 뒤로 밀려난다.
하지만 호신기를 끌어 올리며 두 팔을 교차해 안정적으로 방어했고, 바닥에 안착하기 무섭게 손익패가 재차 중화에게 몸을 날렸다.
스팟!
쩌저정!
“……!”
“큭…… 이 무슨!”
내력이 실린 서로의 장법이 맞부딪치자 중화와 손익패의 몸이 허공에서 멈춰 선다.
완벽한 호각.
본래 내력 면에서는 중화가 우위에 있어야 옳았지만, 한쪽 팔이 잘려 나가며 생긴 부상은 그의 거대한 내력을 뒤흔들어 놓았다.
그 순간, 분노와 당혹스러움이 범벅이 된 중화의 안면으로 손익패의 반대편 손이 날아들었다.
스팟!
촤아아아악!
아슬아슬하게 상체를 뒤로 젖혀 치명상은 피했지만 중화의 얼굴에 네 개의 붉은 선이 만들어진다.
그리고 그중 두 개의 선은 정확하게 중화의 두 눈을 사선으로 내리긋고 있었다.
풀썩.
후두둑.
“으으…… 아아아악! 으아아아악!”
잠깐의 방심과 실수가 만들어 낸 절망.
잠깐 사이에 자신의 모든 것을 잃어버린 중화의 입에서 절규와도 같은 비명이 터져 나온다.
교활하고 막강했던 이가 한순간에 비참한 몰골이 되었지만, 그런 그를 바라보는 손익패의 눈에는 분노와 살기만이 가득했다.
순식간에 바뀌어 버린 전황에, 자신도 모르는 사이 전투를 멈춘 이들이 숨소리조차 죽이고 그들을 지켜보고 있었다.
***
쩌저저정!
쩌정!
넉 자가 넘어가는 푸른 도강을 머금은 염명단주와, 석 자에 이르는 도강을 머금은 흑룡문주가 맹렬한 폭음을 만들어 내며 도초를 연달아 맞부딪친다.
도강의 위력에서 밀리는 흑룡문주가 계속해서 뒤쪽으로 밀려나는 양상이긴 했지만, 정작 그를 몰아붙이고 있는 염명단주의 얼굴도 그리 썩 좋아 보이지는 않았다.
콰과광!
촤지이익!
“큭……!”
“으드득……! 이놈이……!”
염명단주의 일도에 실린 힘을 감당하지 못해 뒤쪽으로 밀려나는 흑룡문주.
하지만 그럼에도 균형을 잃지 않고 곧바로 방어 자세를 취하는 그의 모습에, 염명단주의 얼굴이 보기 좋게 일그러진다.
“놈! 거머리 같이 버티는 실력으로 문주 자리를 꿰차고 있었느냐!”
거칠게 상대를 도발하며 펄쩍 몸을 날린 염명단주가, 과감하게 상대의 거리 안쪽으로 접근하며 일도를 휘두른다.
부웅!
쩌저저정!
서걱!
스걱!
“……!”
방어에만 집중했던 이전까지와는 달리, 염명단주가 조금 선을 넘는 듯하자 흑룡문주도 기다렸다는 듯 반격을 가해 온다.
서로의 도가 맞부딪치며 양측의 무복 소매가 일 촌 가까이 잘려 나갔으나, 과감하게 위험한 공방을 펼치는 염명단주의 기세에 흑룡문주도 밀리지 않고 맞받았다.
쩌저정! 쩡! 쩌저정!
스거걱! 촤아악!
염명단주의 도 끝이 흑룡문주의 뺨을 스치고 흑룡문주의 도 끝은 염명단주의 어깨를 스친다.
한순간의 실수가 죽음으로 연결되는 아슬아슬한 줄타기에서, 결국 먼저 입술을 깨물며 물러난 쪽은 다름 아닌 염명단주였다.
콰아앙!
타닷.
촤지이이익.
“빌어먹을 놈이……!”
까드득.
어금니를 악무는 염명단주의 입에서 욕지거리가 튀어나온다.
안정적으로 공방을 이어 가려 하면 지독할 정도로 방어와 회피에만 집중하고, 조금 과감하게 들어가 방어를 무너뜨리려 하면 기다렸다는 듯 위태로운 살초로 맞받는다.
물론 어느 쪽으로든 끝까지 가면 그의 승리로 귀결될 가능성이 월등히 높았지만, 한쪽은 상당한 인내와 피로를 감당해야 하고 한쪽은 팔 하나 정도를 내어 줄 것을 각오해야 한다.
결국 이마에 핏대를 세운 염명단주가 분노와 짜증을 담아 조롱하듯 말을 꺼낸다.
“벌레 같은 것이…… 끝까지 가면 승부가 어찌 될지는 빤한 것인데, 악착같이 시간을 버는구나.”
“승부가 빤하다고?”
염명단주의 말에 두 눈을 가늘게 뜬 흑룡문주가, 잠시 후 실소를 흘리며 말을 잇는다.
“재미있는 소리를 하는군. 그 정도 실력으로 그런 말을 내뱉다니.”
“뭐, 뭐라?”
“확실히 네가 나 혼자 싸우기 만만치 않은 상대라는 것은 인정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승부를 호언장담하며 으스댈 정도는 아니라는 말이다.”
“이놈이……!”
비웃음 섞인 흑룡문주의 도발에 염명단주가 도를 강하게 움켜쥐자, 곧 미소를 지워 낸 흑룡문주가 자세를 낮추며 말을 잇는다.
쓰윽.
“아마 삼 년 전의 나였다면 네 상대가 되지 못했겠지. 하지만 적어도 지금의 나는 너 정도에 두려움을 느낄 만큼 나약하지 않다. 지난 시간 동안 내가 목표로 한 도(刀)는 너보다 훨씬 교활하고 날카로웠으니까.”
지난 삼 년 동안, 흑룡문주는 사천방에서 배운 방식 이상으로 스스로를 혹사시키듯 단련해 왔다.
흑룡문도들에게 부끄러운 문주가 되지 않기 위해서.
그리고 마지막까지도 넘어서지 못했던 누군가의 그림자를 넘어서기 위해서.
‘……적어채주.’
흑룡문주의 신분으로 시작해 순식간에 남경제일인이 되었으며, 거기에 만족하지 않고 장강수로채까지 들어가 당당히 채주 자리를 꿰찼던 인물.
비록 사천방주나 암천막주에 미치지는 못했지만, 흑룡문주에게 있어서는 언젠가 반드시 넘어서야 할 벽과 같은 존재였다.
사실 그와 자신 중 누가 흑룡문의 문주에 걸맞느냐 묻는다면, 열 중 아홉은 자신이 아닌 적어채주를 문주 감으로 지목했을 테니까.
그렇게 적어채주의 도를 떠올리며 스스로를 채찍질한 흑룡문주에게, 저 염명단주의 도초는 그다지 위협적으로 느껴지지 않는다.
“자…… 그럼 계속하지. 승부는 아직 나지 않았으니까.”
꺼지지 않은 투지를 고스란히 드러내는 흑룡문주의 서늘한 기세에 염명단주가 자신도 모르게 마른침을 삼킨다.
꿀꺽.
‘한낱 이름 없는 사도 문파의 문주에게 저런 기세가?’
실력과는 별개로 저런 기백을 가진 이를 무시했다가는 어떤 결과를 맞이할지 장담할 수 없다.
싸움의 승패가 반드시 무위의 높낮이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 정도는, 음지에서 수없이 많은 싸움을 겪어 온 그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으니까.
그렇게 잠시 동안 흑룡문주를 노려보던 염명단주가, 이내 피식 실소를 흘리며 방어자세를 취한다.
쓰윽.
“음?”
“놀랄 것 없다. 생각해 보니, 안달 나서 덤벼들어야 하는 쪽은 내가 아니라 네놈이 아니더냐?”
“그건 무슨…….”
염명단주의 말에 눈썹을 꿈틀한 흑룡문주가, 문득 떠오른 생각에 주위를 둘러본다.
쩌저정! 카강! 쾅!
“물러서지 마라! 진형을 유지해!”
“부상자를 안쪽에서 보호해라!”
“……!”
수적으로 열세임에도 불구하고 진형을 유지한 채 최소한의 피해로 전투를 이끌어 가는 흑룡문도들.
두 배가 넘는 수적 열세에도 대등하게 버티고 있는 것은 대단하지만, 부상자가 하나둘씩 늘어나는 흑룡문도들과는 달리 음지 무사들은 다채로운 암기를 사용해 효율적으로 그들을 궁지에 몰아넣고 있었다.
“큭큭……. 용케 잘 버티고 있는 듯 보이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어느 쪽이 불리해질지는 빤한 일.”
“…….”
“자, 어떠냐? 그렇게 계속 여유를 부리고 있을 텐가?”
흑룡문주를 향해 비웃음을 던지는 염명단주.
그 모습을 보며 어금니를 꽉 문 흑룡문주가 막 출수를 하려는 순간이었다.
“이……!”
두두두두.
“……음?”
막 염명단주에게 달려들려는 순간, 그가 밟고 있는 대지 위로 미세한 진동이 느껴진다.
그와 함께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들려오는 수많은 이들의 발소리.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깨달은 흑룡문주의 눈이 커지더니, 곧 그의 입가에 잔잔한 미소가 번지기 시작한다.
“흑룡문주님! 거기 계십니까!”
“구호단은 속도를 더 높여라!”
“귀창문도 지지 마라!”
“이…… 이런!”
멀지 않은 곳에서 들려오는, 만만찮은 내력이 느껴지는 쩌렁쩌렁한 이들의 외침에 염명단주의 얼굴이 창백하게 질린다.
시간이 조금 걸리긴 하겠지만, 상대가 이 흑룡문이라는 녀석들뿐이면 어떻게든 해결할 자신이 있었다.
하지만 만약 여기서 저들의 증원군이 도착한다면 결과는 완전히 달라진다.
“으드득……! 그토록 지겹게도 시간을 끈 이유가 이것이었느냐!”
이상하리만큼 방어에 집중하던 흑룡문주의 전투 방식을 떠올린 염명단주가 이를 갈자, 흑룡문주가 비웃음으로 화답한다.
“착각하나 본데, 서로 살초를 펼칠 때 먼저 몸을 뺀 것도 네 쪽이다.”
“이이……!”
“자…… 이제 내 차례다.”
스스스.
말을 마친 흑룡문주의 도신에서 다섯 자에 이르는 도강이 뿜어져 나온다.
자신의 것과 별반 차이가 없이 커져 버린 그의 도강을 바라보며 염명단주는 깨달았다.
일부러 수세에 몰린 척한 것도, 적당히 그를 긁어가며 위험한 공간에 끌어들인 것도 모두 다 녀석의 노림수들이었다는 사실을.
“빌어먹을……! 모두 흩어져 퇴각……!”
“어딜!”
쾅!
쩌저정!
염명단주를 놓치지 않기 위해 곧장 몸을 날리는 흑룡문주.
순식간에 그의 코앞까지 당도한 흑룡문주가 거친 일도를 휘두른다.
부웅!
쩌저저정!
“큭……! 이놈이!”
콰광! 쾅! 쩌저정!
지금까지 와는 달리 격한 기세로 도초를 교환하는 흑룡문주와 염명단주.
지금까지 악착같이 방어에만 전념했던 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요사스럽고 패도적인 흑룡문주의 공세에, 하나둘씩 상처가 늘어 가는 염명단주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진다.
전력을 다한 자신과 이 정도로 공세를 펼칠 수 있을 정도면, 사실상 호각으로 봐도 무방하지 않은가?
처음부터 끝까지 완전히 상대의 손에 놀아나고 있었다는 사실에 분통을 터뜨릴 지경이었지만, 안타깝게도 염명단주에게 그만한 여유는 허락되지 않았다.
어느새 저 멀리서 모습을 드러낸 세 명의 무사가 그들이 있는 곳으로 돌진해 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저희가 왔습니다! 흑룡문주님!”
“고맙소! 이쪽은 괜찮으니 수하들의 전투를 먼저 도와주시오!”
“알겠습니다!”
흑룡문주의 요청에 즉각 대답한 이들이 곧장 흑룡문의 무사들과 합류해 무시무시한 기세로 염명단의 무사들을 쓸어 버리기 시작한다.
“어딜 감히 겁도 없이 천신련을 건드리느냐!”
샤샤샤샥!
쩌저저정!
창강을 머금은 귀창문주의 창이 탄력적으로 휘어지며 순식간에 다섯 명의 염명단원들의 심장에 구멍을 뚫어버렸다.
그러자 그가 열어놓은 길을 비집고 앞으로 뛰쳐나간 구호단주가 푸른 검강을 머금고 근거리의 적들을 쓸어 버린다.
서거거걱!
쩌저정!
콰광!
“두, 둘 다 절정이다!”
“거리를 벌려라!”
사천방에 속한 무인들을 제외하면 남경에서 다섯 손가락에는 꼽힌다는 귀창문주와 구호단주다.
그들의 돌진을 막아내지 못한 염명단원들이 황급히 거리를 벌리며 흩어지자, 어둠 속에서 날아든 사문회주의 비도가 그들의 급소를 노린다.
퍼버벅! 퍼벅!
“크아악!”
“아악!”
“때가 되었다! 모두 천신련의 이름으로 저 음지의 침입자들을 쓸어 버려라!”
“존명!”
멀리서 들려온 흑룡문주의 외침에 우렁찬 목소리로 답하며 공세에 돌입하는 흑룡문의 무사들.
여태껏 수세적인 방어진을 펼치던 이들이 본격적으로 공세로 전환해 흩어지는 이들의 진형을 붕괴시키기 시작한다.
그리고 시기적절하게, 세 문주의 뒤를 따라 달려온 수백의 무사들이 함성을 내지르며 전장에 합류한다.
“와아아아!”
“놈들을 모조리 쓸어 버려라!”
“이…… 이럴 수가…… 어떻게 이런…….”
“어딜 보고 있는 거냐?”
부웅!
스걱!
급변하는 전장에 당황한 염명단주가 한눈을 파는 사이, 순식간에 그의 앞까지 접근한 흑룡문주의 일도가 염명단주의 흉부를 스친다.
촤아아악!
“크읍……!”
타닷.
섬광같이 날아든 흑룡문주의 쾌도에, 처음으로 공격을 허용한 염명단주가 흉부를 지혈하며 거리를 벌린다.
창백한 얼굴로 입술을 깨물고 있는 그를 바라보며 흑룡문주가 단호한 음성으로 말한다.
“신경 쓰지 말고 집중해라. 너는 어찌 되건 나 홀로 상대해 줄 테니.”
“이…… 오냐! 정히 소원이라면, 기왕 돌아가는 길에 네놈의 목이라도 가져가 주마!”
파밧!
더 이상의 도발은 참아 넘길 수 없었던지 그대로 펄쩍 몸을 날려 흑룡문주를 향해 일도를 휘두르는 염명단주.
이에 흑룡문주도 기다렸다는 듯 몸을 날리며 맞공세로 전환한다.
쩌저저저정!
그들의 도강이 맞부딪치며 인근에 충격파가 울려 퍼지고, 뒤이어 한 치의 물러섬 없는 접전이 펼쳐지기 시작했다.
천마가 보여
지은이 : 보용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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