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ousand years old Heavenly Demon RAW novel - Chapter 292
292화
“……모두 준비되셨소?”
긴장감과 고양감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음성.
결연함이 맴도는 얼굴로 흑룡문주가 모두를 돌아보며 묻자, 그의 뒤에 선 남경의 문주들 대부분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인다.
단 한 사람만을 제외하고.
“저…… 흑룡문주님.”
“왜 그러는가? 사문회주.”
“저기…… 그러니까 말입니다.”
어렵사리 말문을 연 사문회주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질문을 던진다.
“……정말 이래도 되는 겁니까?”
질문을 던짐과 함께 슬그머니 뒤쪽을 돌아보는 사문회주.
그곳에는 도합 오백에 달하는 무사들이, 형형한 안광을 번뜩이며 빈틈없는 전투 대형으로 그들의 명령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제는 천신련이라는 이름으로 하나가 된 남경의 아홉 문파의 무사들이었다.
“왜? 든든하지 않은가?”
“……지금 그런 것을 여쭙고 있는 게 아니지 않습니까?”
애써 그의 시선을 회피하는 흑룡문주의 뒷모습을 샐쭉한 눈으로 바라보며, 사문회주가 답답하다는 듯 말을 잇는다.
“상대는 사천방과 천신련의 훈련 기수들입니다. 적도 아니고, 같은 아군끼리 이래도 되겠느냐는 말입니다.”
“뭐…… 그래 봐야 훈련 아닌가?”
저 멀리에서 그들을 맞을 준비를 하고 기다리는 사천방도들과 천신련의 훈련 기수들을 바라보며 흑룡문주가 조심스레 말을 잇는다.
“이런 훈련이 처음도 아니고…….”
“그때는 무기를 들지 않았었지요.”
정곡을 찌르는 사문회주의 한 마디에 흑룡문주가 움찔한다.
그런 그의 모습을 놓치지 않은 사문회주가 짧게 한숨을 내쉬며 덧붙인다.
“흑룡문주님, 이건 정말 말려야 합니다. 이러다 정말 누구 하나 크게 다치기라도 하면…….”
“아니……. 염려 말게.”
“……예?”
어느새 감정의 동요를 끝냈는지 짧은 한숨을 내쉰 흑룡문주가 담담한 미소를 머금으며 말을 잇는다.
“련주께서 시키신 훈련 아닌가.”
“……!”
“다 잘 될 것이네, 다 생각이 있으실 거야. 우린 그저 최선을 다하기만 하면 되네.”
“……정말요?”
“…….”
사문회주의 물음에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고 그저 미소만 머금고 있는 흑룡문주.
그 모습을 지켜보던 사문회주의 입가에도 어느덧 부드러운 미소가 머금어진다.
‘그냥 다 내려놓으셨구나.’
하기야, 처음 천신련주가 이 훈련을 지시했을 때, 말도 안 된다는 훈련이라며 자신의 목소리를 내던 사천방의 무인이 어찌 되었던가?
시키면 시키는 대로 할 것이지 약한 것들이 말이 많다는 천신련주의 한 마디와 함께, 주먹에 안면을 얻어맞고 다섯 장 가까이 피를 뿌리며 나가떨어지는 그 모습은 모두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겨주었다.
‘……이름이 청사였던가?’
뭐……. 이름 같은 건 그리 중요한 게 아니었다.
그의 희생을 끝으로 더 이상 입을 여는 이들이 없었다는 게 더 중요하지.
무어라 말을 하려고 한 걸음 내딛던 암천막의 살암 공자도 슬그머니 내디뎠던 발을 제자리에 내려놓았는데, 감히 그 누가 한마디라도 입을 열 수 있었겠는가?
“……이보시오, 사문회주.”
턱.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겠다는 듯 고개를 돌린 흑룡문주를 대신해, 구호단주가 부드러운 미소와 함께 사문회주의 어깨에 손을 얹는다.
“까라면 깝시다.”
“…….”
“설마 죽기야 하겠소?”
모든 것을 해탈한 듯한 구호단주의 모습에 사문회주도 천천히 고개를 끄덕인다.
“……준비됐습니다.”
“…….”
“바로 싸우면 됩니까?”
“크흠흠……!”
챙!
그렇게 사소한(?) 대화가 마무리되자, 언제 그랬냐는 듯 경건한 얼굴을 한 흑룡문주가 자신의 도를 뽑아 들며 목소리를 높인다.
“모두 전투 준비!”
채챙! 챙!
“분명히 말해 두는데! 검기와 검강의 사용은 금한다! 알겠나!”
“존명!”
“후우……. 모두 돌겨어어억!”
“와아아아!”
우렁차게 울려 퍼지는 함성과 함께, 드넓은 연무장을 가로질러 사천방과 천신련 훈련 기수들의 연합을 향해 달려드는 남경의 천신련도들.
그런 그들을 맞이한 막휘도 이백여 명의 무사들의 선두에 서서 목소리를 높인다.
“모두 살상이 아니라 방어와 제압이 목적임을 명심하고! 방어진을 펼쳐라!”
“존명!”
막휘의 외침과 함께 일사분란하게 방어진을 펼치는 이들.
손익패와 청사, 적사를 중심으로 한 사천방의 조원들이 전방의 삼 면에 서고 그들의 사이사이를 천신련의 훈련 기수들이 메운다.
그리고 곧이어, 달려드는 남경의 무사들과 사천방 연합이 부딪치며 격렬한 전투가 시작됐다.
***
“……흐음.”
어느 한쪽도 밀리지 않고 팽팽한 전투를 벌이고 있는 사천방 연합과 남경의 문파들.
생각 외로 치열한 저들의 전투를 지켜보던 살암이 슬쩍 사무현 쪽을 응시하며 한마디를 던진다.
“남경의 문파들도 이전하고는 비교할 수도 없을 만큼 수준이 올랐구나.”
“뭐…… 그러네.”
살암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사무현이 동의를 표한다.
사실이다.
처음 만났을 때 당시의 남경 무사들의 수준이었다면, 지금의 사천방 연합을 상대로 반 시진도 채 버티지 못했을 것이다.
아무리 수적 우위를 점하고 있고, 제압을 목적으로 해야 하기에 손속에 사정을 두는 것을 감안한다고 해도.
‘제법 열심히 하기는 했나보네.’
지난 몇 년간 남경의 문파들 사이에서도 꽤나 많은 변화가 있었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다.
실제로 천신련도 무사들 수가 이렇게까지 급증하기 전에는, 남경의 문파들과도 몇 번이나 함께 수련을 진행한 적이 있었으니까.
사천방에서 지옥을 맛본 문주들의 귀환으로 하루가 다르게 실력이 늘고 있었는데, 다행히 지난 시간 동안 그 꾸준함을 이어 가는 데 성공한 모양이었다.
“크흠…… 그것도 그런데…….”
“응?”
“그…… 역시 조금…… 위험해 보이는 것 같은데…….”
“뭐?”
“아니……. 저기 좀 봐라.”
두 눈을 부라리는 사무현의 모습에 변명이라도 하듯 황급히 손을 뻗으며 시선을 돌리는 살암.
그와 함께, 밀집되어 싸우고 있던 저들 사이에서 붉은 피가 터져 나온다.
촤아악!
“끄아아악! 야! 누가 검기 썼어!”
“죄, 죄송합니다! 죄송……!”
“죄송은 얼어 죽을! 지금 사람 어깨에 구멍을 뚫어 놓고 죄송? 이리 안 와!”
“으아아! 오지 마십시오! 으아아!”
촤아악!
“야 이! 저기 또 검기 쓴다! 검기 쓰지 말라고!”
“아오! 그러니까 무섭게 다가오지 마시라고!”
“……크흠.”
본격적으로 유혈 사태가 벌어지는 전장(?)을 지켜보며 헛기침을 한번 흘린 사무현이, 슬그머니 천마 쪽으로 고개를 돌리며 입 모양을 벙긋거린다.
‘이 훈련, 괜찮은 거 맞냐?’
“……응? 지금 뭐라고 했느냐?”
‘쟤들 괜찮은 거 맞냐고!’
답답하다는 듯 조금 더 속삭이듯 목소리를 내어 보는 사무현.
하지만 슬그머니 그의 시선을 회피한 천마는 너털웃음을 흘리며 어색하게 말을 돌린다.
“하하……. 무슨 소리를 하는 건지 본좌는 도무지 들리지 않는구나.”
“……아니, 이 새끼가 그런데?”
이게 지금 누구 애들을 죽이려고!
이마에 핏대가 선 사무현이 한 마디를 더 내뱉으려는 그때, 저 아래에서 기어이 우렁찬 폭음이 울려 퍼진다.
쩌저저정!
“젠장할! 야! 누가 검강 썼어!”
“그쪽이 먼저 권강 쓰셨잖습니까!”
“내가 쓰고 싶어 썼냐! 네가 먼저 검기를……!”
“에라, 씨팔. 모르겠다! 다 덤벼어어!”
……아, 머리야.
어쩐지 잘 흘러간다 싶었는데, 기어이 개판이 나 버린 꼴을 보고 있자니 두통이 올라오는 기분이다.
결국 참다못한 사무현이 살암을 향해 손짓을 해 보인다.
“야, 너도 내려가.”
“내가?”
“네가 내려가서 책임지고 유혈 사태만 안 나게끔 만들어. 검강 쓰는 놈들, 검기 쓰는 놈들은 네가 후드려 까서 기절시키라고.”
“……내가?”
“난 두 번은 같은 말 안 하는데, 어떻게 한번 해 볼까?”
“……가지.”
파밧!
결국 사무현의 협박을 이기지 못하고 전장으로 몸을 날리는 살암.
저 녀석 정도면 중간중간에 손속을 조절하지 못하고 정신 줄을 놓는 녀석들 몇 정리하는 건 일도 아닐 거다.
이제 막 거칠어지기 시작한 상황이니, 약간의 충격만 줘도 제정신을 차릴 테지.
그러니…….
“……이 새끼야, 해명 안 하냐?”
슬슬 이 기가 막힌 훈련을 제안한 원흉, 천마를 향해 두 눈을 부릅뜨는 사무현.
그러자 더는 피할 길이 없음을 깨달은 천마가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변명을 내뱉는다.
“……다들 몰라보게 실력이 늘었구나.”
“…….”
“하하, 사천방도 녀석들이 다치지 않게끔 잘 제압할 것이라 여겼는데 말이다.”
“하…… 그걸 말이라고 하냐, 이 새끼야?”
천마의 변명에 어이가 없다는 듯 헛숨을 내쉬는 사무현.
하지만 그런 것에 아랑곳하지 않는 천마는 되려 한쪽 손을 들어 전장을 가리킨다.
“보거라. 남경 무사들의 수준이 상당히 올라와 준 덕분에, 본래 예상했던 것보다 더욱 실전 같은 훈련이 되고 있지 않으냐?”
어, 그래. 너무 실전 같아서 문제지.
다른 게 실전이냐. 저러다 애들 몇 놈 죽어 나가고 악에 받쳐 싸우기 시작하면 그게 실전이지!
사무현이 하고자 하는 뒷말을 예상했는지 천마가 재빠르게 말을 잇는다.
“살암 녀석을 보냈으니 더 심각한 상황이 생기지는 않을 거다. 그러니 염려 말고 조금 더 느긋하게 상황을 지켜보면 된다.”
“……누가 보면 네가 보내라고 해서 보낸 줄 알겠다, 이 새끼야.”
“사실 본좌도 막 그 말을 하려던 참이었다. 한데 네가 스스로 본좌의 마음을 짐작해 행동하니, 이것이야말로 스승과 전승자의 이심전심 아니겠느냐?”
……그래, 네 말이 다 맞다, 이 천마 새끼야.
결국 천마의 입을 다물게 하는데 실패한 사무현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전장으로 시선을 돌린다.
사실 더 몰아붙이고 싶은 마음도 없지 않았지만 그러기에는 천마의 말이 마냥 틀린 것도 아니다.
‘……어느새 제법 모양새는 갖춰졌네.’
예전 같았으면 막무가내로 돌진해 싸우느라 금세 진형을 무너뜨렸을 녀석들이다.
아무리 격하게 싸우고 두들겨 맞더라도 결국 죽지는 않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녀석들이니까.
하지만 지금은 서로의 사소한 실수로도 대형 참사가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에, 최대한 진형을 유지하며 안정적으로 공방을 벌이고 있었다.
“뭐…… 한동안은 저런 식으로 훈련시키면 되겠네.”
“한동안이라면, 대체 어느 정도를 생각하고 있는 것이냐?”
“상황이 무르익을 때.”
천마의 물음에 두 눈을 날카롭게 빛낸 사무현이, 아래의 전장에서 시선을 떼어 내며 저 먼 어딘가를 노려본다.
“여기저기 치고 빠지고…… 언제 어디서 어떤 변수가 일어날지 모르는 그런 긴 전쟁 말고.”
꽈악.
“……한 번에 끝낸다.”
“흐음…….”
주먹을 움켜쥐며 다짐하듯 말하는 사무현의 모습에, 천마가 두 눈을 가늘게 뜨며 턱 끝을 매만진다.
그가 하고자 하는 말은 이해했다.
뒷통수를 맞을 걱정도, 상대를 놓칠 걱정도 하지 않고, 모든 전력을 쏟아 한 번의 전투로 전쟁을 마무리 짓는다.
이는 그가 예측할 수 없는 모든 변수는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의미.
“한데…… 괜찮겠느냐?”
“……뭐가?”
“어느 쪽이 더 옳은 길인지는 알 수 없지만…… 그만한 전쟁이라면 반드시 희생을 치를 각오는 해 두어야 할 텐데 말이다.”
“그건 걱정하지 마.”
“…….”
“그런 놈들한테 죽게 내버려 두지 않을 거니까.”
그 어느 때보다도 강한 결의가 전해지는 사무현의 음성.
이에 팔짱을 끼고 그를 바라보던 천마의 입가에 곧 옅은 미소가 머금어진다.
“……좋구나.”
“…….”
“그런 마음가짐이라면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지. 당장 도부터 들어라.”
“……어?
“하하, 뭘 또 못 들은 척을 하고 있느냐?”
“…….”
“천마도법의 모든 초식, 내공 없이 만 개씩이다.”
“…….”
“어서.”
당장 실시하라는 듯 환히 웃으며 턱 끝을 까닥여 보이는 천마.
이에 빙그레 미소를 머금은 사무현이 해탈한 듯 등 뒤의 천마도를 움켜쥔다.
“……망할 새끼.”
그렇게, 천마의 지휘 아래 천신련주 사무현을 포함한 모두가 극한의 훈련에 들어간다.
동료의 복수를 위해, 동료를 지키기 위해.
음지와의 전쟁을 위해서.
***
쾅!
“지금 그걸 말이라고 하나!”
“흥분하지 말고, 진정하게.”
“지금 진정하게 되었느냐는 말일세! 동천왕과 동맹이라니!”
북천왕을 향해 목에 핏대를 세우며 소리치는 남천왕.
그런 그를 바라보며 태연히 술 한 잔을 기울인 북천왕이, 들고 있던 술잔을 탁자에 내려놓으며 묻는다.
탁.
“뭐, 안 될 이유가 있는가?”
“하……! 내 입으로 우리의 약조를 읊어 주어야 하나!”
“동천왕과 천신련의 전쟁이 끝나면, 그 둘을 모두 제거하고 동쪽 땅을 나눠 갖기로 한다.”
북천왕과 남천왕의 대화에 빈 술잔을 가지고 놀며 끼어든 서천왕이, 잠시 후 그 술잔을 내려놓으며 북천왕을 노려본다.
“이 약조를 뒤집는다는 건…… 우리 셋의 동맹을 깨고 동천왕과 손을 잡고 싶다는 뜻으로 밖에 들리지 않는데…….”
쓰윽.
“……내 말이 틀린가?”
하나뿐인 왼손으로 허리춤의 검을 움켜쥔 서천왕의 물음.
이에 남천왕 또한 북천왕과의 거리를 벌리며 자신의 검으로 손을 가져간다.
음지삼왕이 한 자리에 머물고 있는 공간에 순식간에 서늘한 살기가 휘몰아 쳤다.
천마가 보여
지은이 : 보용도
발행인 : 손병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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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소 : 경기도 부천시 부천로 198번길 18 춘의테크노파크 2차 201동 503호
전화 : 032-651-85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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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6602-6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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