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ousand years old Heavenly Demon RAW novel - Chapter 297
297화
“……칫!”
천마의 한마디와 함께 사무현의 감각에도 저 멀리서부터 날아드는 거대한 기운이 잡혔다.
구태여 기운을 숨길 생각도 없다는 듯, 놈은 굉장히 빠른 속도로 거리를 좁혀 오고 있었다.
“대응 한번 빠르네, 망할 새끼.”
동천왕이라는 놈은 치밀하고 영악하며 자신의 안위를 무엇보다 중시하는 놈이다.
그런 놈이기에 괜찮은 기회가 오더라도, 스스로 나서기보다는 수하들을 더 투입하는 방식을 택할 것이라 생각했거늘.
‘자신의 안위를 중시하는 것은 맞지만, 그렇다고 겁을 집어먹는 성격은 아니라는 건가.’
나름대로 압도적인 힘의 차를 보여 주었다고 생각했지만 충분치는 않았던 모양이다.
아니면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지금이 절호의 기회라고 믿었거나.
아무튼 이런 곳에서 동천왕까지 끼어들면 정말로 위험해질 수 있었기에, 사무현은 더 생각할 것도 없다는 듯 천신련의 주둔지로 몸을 날렸다.
파밧!
“놈이 움직인다! 막아라!”
휘휙 휙!
콰과강! 콰과과과광!
“……!”
사무현이 몸을 날리기 무섭게 세 개의 폭탄이 날아들어 우렁찬 굉음을 내며 폭발한다.
제아무리 사무현이 화경의 경지에 이른 고수라고는 하나, 폭탄의 여파를 맨몸으로 받아 내는 것은 위험한 일.
호신강기까지 끌어 올려 폭발을 헤치고 나간 사무현이 그대로 몸을 한 바퀴 회전하며 전방의 적들을 향해 일도를 휘두른다.
쐐애애액!
콰과과과과광!
“크아악!”
“아아악!”
사무현의 도신을 타고 뻗어 나간 강기가 그의 앞을 가로막기 위해 맨몸으로 돌진하던 적들을 향해 쏟아졌다.
폭발로 인해 열린 포위망으로 사무현이 나아가자, 지금껏 의도적으로 널찍한 포위망을 형성하던 이들이 언제 그랬냐는 듯 모여들어 적극적으로 그의 앞을 가로막기 시작했다.
“죽어라, 이 빌어먹을 새끼들아!”
부웅.
샤샤샤샤샤샥!
콰과과과광! 콰과강! 콰과과광!
천마도법의 절기 백룡아.
다급히 펼치느라 온전한 위력을 싣지는 못했지만, 그럼에도 거의 수십여 가닥은 될 법한 강기가 꿈틀거리며 적들을 향해 쇄도한다.
거목도, 바위도, 동료의 시신도.
무엇하나 사무현의 강기 앞에서는 무용지물.
또 다시 수십여 명의 음지 무사들이 목숨을 잃었지만, 이제 저들 또한 꽤나 필사적이다.
어느새 그의 시야를 연막이 가로막자 연막을 뚫고 수십여 발의 비침과 비도가 어지럽게 날아든다.
더군다나…….
샤샤샤샥!
퍼버벅! 퍽 퍼버벅!
어두운 사방 곳곳에서 날아드는 내력이 실린 화살.
물론 일반적인 화살 따위는 사무현의 몸을 뚫지 못하겠지만, 내력이 실린 화살은 금강불괴의 육신을 가진 사무현의 몸에도 분명한 타격을 줄 수 있다.
단지 그것이 치명상이 아닐 뿐.
‘그래도 호신강기를 계속해서 유지할 수는 없다!’
화경의 고수조차 일각 정도를 유지하는 것이 한계인 게 호신강기다.
육체에 타격을 입는 것을 감안하고 호신강기를 지워 낸 사무현이, 한껏 내력을 끌어 올려 전방을 향해 질주하기 시작한다.
파바바밧!
“젠장! 몸으로라도 막아!”
화살과 비침 따위로는 상대를 잡을 수 없다는 것을 인지했는지, 어느새 다시금 근접 무기를 꺼내들며 그의 앞을 가로 막는 음지 무사들.
연달아 내력을 소모한 것이 마음에 걸렸는지 사무현은 더 이상 강기를 흩뿌리지 않았다.
그저 일곱 자에 이르는 도강을 끌어 올린 채, 그대로 자신을 막아서는 흑의무사들을 향해 정면으로 충돌하며 질주할 뿐.
콰아앙!
스거걱! 서걱!
첫 합에 사무현의 일도를 받아낸 흑의 무사가 검과 함께 베어져, 반 토막 난 시체가 되어 바닥을 나뒹군다.
그와 함께 양옆에서 옆구리로 날아든 두 자루의 창을 베어 낸 사무현이 섬광 같은 쾌도로 근접한 적들을 베어 버렸다.
촤아아아악!
“이, 이런 괴……!”
서거걱!
제대로 볼 수도, 막을 수도 없는 사무현의 도초에 경악하던 음지 무사 하나가 세로로 잘려 쓰러진다.
조금이라도 가까이 다가가는 족족 동시다발적으로 아군이 죽어 나가자, 공포심을 느낀 몇몇 무사들이 자신도 모르게 뒷걸음질을 친다.
그리고 그 틈을 놓칠 사무현이 아니었다.
쾅!
“비켜라아아!”
서거걱! 촤아아악!
있는 힘껏 자리를 박찬 사무현이 그대로 앞으로 달려들며 두 명의 목을 더 베어 낸다.
어느새 밀집한 삼십여 명의 무사들이 그의 앞을 막아서자, 사무현의 도에서 다시 한번 만마참풍이 전개된다.
부웅.
콰과과과과.
“크아아악!”
“아아아악!”
두터운 거목조차 어렵지 않게 잘라 버리는 위력의 도풍이, 복잡하게 얽히고 섞여 광범위하게 밀집되어 있던 무사들을 휩쓸었다.
사지가 잘려 나가거나 목이 잘려 나간 무사들이 빠른 속도로 늘어나며 진형을 무너뜨리자, 그 틈을 비집고 몸을 날린 사무현이 계속해서 경공술을 펼친다.
파바바밧!
“이노오오옴! 거기서라!”
“……!”
어느새 저 먼 뒤쪽에서 들려오는 쩌렁쩌렁한 외침.
이만한 거리에서 저 정도의 내력을 담아 소리칠 수 있는 자는 저들 중 하나뿐이다.
‘벌써 따라붙었나!’
나름대로 속도를 늦추지 않고 움직이고 있다 생각했는데, 역시 포위망을 뚫으며 도망치는 것에는 한계가 있었다.
그럼에도 조금이라도 더 천신련의 주둔지와 가까워지기 위해 사무현이 전력으로 경공술을 이어 간다.
파바바밧!
“놈! 어딜 감히!”
쐐애애액!
“……칫.”
뒤 쪽에서 무시무시한 속도의 강기가 날아들고 있음을 직감한 사무현이 짧게 혀를 차며 몸을 돌린다.
역시나 그의 몸뚱어리 정도는 가볍게 집어삼킬만한 크기의 강기가 무시무시한 기세로 날아들고 있었다.
스팟!
쩌저저저정!
“……!”
드드드드.
일전에 부딪쳐 보았던 동천왕의 강기.
공력 수발의 면에서는 비효율의 극치였지만 역시 이 강기의 위력만큼은 인정해줄 만하다.
무거운 도를 이용해 날린 강기도 아닌데, 가공할 정도로 응축된 압력이 일반적인 강기를 뛰어넘는 관통력을 만들어 낸다.
사무현의 도강을 갉아먹으려는 듯 발악하던 동천왕의 강기가, 곧 폭발과 함께 소멸하며 사무현의 신형을 뒤쪽으로 튕겨 날아가게 만들었다.
부웅.
촤지이이이익.
“……후우.”
“지금이다! 놈을 쳐라!”
사무현이 바닥에 떨어지자 사방에서 무기를 꼬나쥐고 달려드는 음지의 무사들.
이에 사무현이 재빠르게 방어 자세를 취하는 그때.
쐐쇄쇄쇅!
“……!”
콰과과광! 콰과광! 콰과과광!
난데없이 날아든 십여 가닥의 강기가 사무현이 서 있던 인근을 뒤덮으며, 폭발과 함께 그들의 신형을 삽시간에 집어삼키고 말았다.
***
“크으으……. 다들 기억하냐? 처음 정파 놈들이 우리 앞에 무릎을 꿇었던 그 모습. 나는 그때부터 우리 대표 형님이 어마어마하게 크게 되실 분이라는 걸 믿어 의심치 않았다!”
“아…… 그때 기분 끝내줬지. 그런데, 사실 그때보다 우리 대표 형님이 진짜 멋있었던 적은 따로 있었어! 다들, 대표 형님이 도법 수업 들어오시는 거 본 적 있어? 어? 그게 다, 그 도법 교관 팽 뭐시기랑 대결을 해서 이겼기 때문이잖아! 교관이랑!”
“자자, 다 필요 없고! 나는 우리 대표 형님이, 일대일 대결에서 정파 제일 후기지수라는 무당의 도월검을 박살 냈을 때가 가장 끝내줬다고 본다. 정파에서 천하제일 후기지수라고 밀어주던 양반이 사파한테, 그것도 후배 기수한테 일대일로 졌으니 그런 개망신이 없지!”
“연무학관을 나오신지 얼마나 되셨다고 이렇게 사파 제일 세력을 눈앞에 두고 계시고! 크으…… 나는 우리 대표 형님이 대체 어디까지 오르시려는 건지, 상상만 해도 벌써부터 가슴이 벅차오른다! 가슴이!”
“……그놈들 참, 시끄럽기는.”
비록 전쟁을 앞둔 상황이기는 하지만, 실로 오랜만에 한자리에 모인 연무학관의 오십일 기들.
얼마 안 되는 술을 두고 여기저기서 바짝 흥분한 목소리들이 들려온다.
그리고 우습게도 그 제각기 목소리로 떠들고 있는 이야기의 결론은 하나였다.
“내버려 두십시오, 그래 봐야 결국 다 저희 방주님 자랑 아닙니까?”
막휘의 앞에서 술을 따르며 히죽 웃어 보이는 손익패.
그 역시 오랜만에 동료들을 만난 즐거움 때문인지 오랜만에 미소를 보이며 자리를 즐기고 있었다.
“사실 녀석들이 저러는 것도, 자기들 문파에서는 더 이상 방주님 자랑을 늘어놓을 수 없기 때문일 겁니다. 사파 무림의 최강자이자, 장차 유력한 차기 천하제일인으로도 거론되는 분을 저희가 형님으로 모시고 있는데도 말입니다. 그 입이 오죽 심심했겠습니까?”
“큭큭, 그거야 그렇구나.”
이곳에서는 사무현 앞에 평등한 이들이지만, 어쨌거나 그들은 사파다.
자신들의 영역에 가서는 저렇게 풀어진 모습으로 수다를 떨 수 없으니, 이렇게 허물없는 이들끼리 모인 자리에서나 답답했던 속을 풀고 있는 것이겠지.
그렇게 저들의 정겨운 음성을 듣고 있던 막휘가, 문득 떠오른 듯 손익패를 바라보며 물었다.
“그건 그렇고…… 요 며칠 잘 안 보이던데, 무슨 일 있었냐?”
“예, 예? 일이요?”
“그래. 예를 들어…… 어디서 뭐 좋은 거라도 주워 먹고 왔다거나…….”
“조, 좋은 거라니요? 그런 거 없었습니다, 안 먹었습니다!”
게슴츠레하게 눈을 뜨며 이야기하는 막휘의 말에 황급히 손사래를 치며 부정하는 손익패.
그 모습에 피식 실소를 흘린 막휘가 고개를 끄덕이며 빈 술잔에 술을 따른다.
“염려 마라. 어디 가서 말은 안 할 테니. 고작 며칠 사이에 기도가 또 바뀌었는데, 그 정도도 눈치 못 챌 것 같았냐?”
“아, 아니…… 그게…….”
“형님이 주셨지?”
“…….”
“역시…… 너무 걱정마라. 실은 나도 한번 받아먹었으니까.”
“예, 예? 막휘 형님도요?”
생각지도 못한 막휘의 대답에 놀란 손익패가 두 눈을 끔뻑이며 묻는다.
“대, 대체 뭘 드신 겁니까?”
“글쎄? 아마 너랑 비슷한 걸로 먹지 않았을까 싶은데? 너도 나름대로 절정의 고수인데, 며칠 사이에 그 정도로 효과가 오는 걸 보면 아마도…….”
“혀, 형님도 상급 영단을 드셨습니까?”
“아마도라고 했잖냐, 아마도.”
흘깃 주위의 눈치를 살피며 목소리를 낮추는 막휘.
그제야 자신의 목소리가 조금 컸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는지 손익패도 재빨리 목소리를 낮춘다.
“저희 말고도 누가 더 받았을까요?”
“모르지. 너, 나 아니면…… 살암 녀석 정도가 유력하긴 한데…….”
“사, 살암 형님도요?”
“확실하진 않고, 유력하다고, 유력. 그게 아니면 그놈이 어떻게 저 나이에 화경의 경지에 올랐겠냐? 아무리 형님이 신경 써서 수련을 봐주셨다고 해도.”
“그…… 그럴 수가…….”
막휘의 말에 충격을 받았는지 얼떨떨한 얼굴로 그를 바라보는 손익패.
하급 영단이야 능력만 있으면 돈을 주고 구입할 수 있다고 하지만, 상급 영단이라면 돈을 주고도 구하기 힘든 기물이다.
어지간한 거상들도 막대한 값을 치르고야 겨우 한두 개 손에 넣을 수 있을까 말까 한 물건인데…….
‘……설마, 전추 부상회주님이?’
삼 년 전 아룡상회의 남경지부장으로 발탁되어 들어온 후, 전추는 천신련의 위상을 등에 업고 과감하게 여기저기 큰 사업을 벌이고 다녔다.
그와 천신련주 사무현이 협력 관계에 있는 막역한 사이라는 소문이 퍼지자, 그가 손을 뻗는 사업마다 여기저기서 투자의 손길을 내밀었기 때문이다.
아무리 이름 있는 정도 문파와 손을 잡더라도 음지와 사파의 방해를 받기 마련이지만, 장강수로채까지 꺾고 광범위한 사파 연합세력을 만들어 가고 있는 천신련의 이름 앞에 싸움을 걸 세력은 존재하지 않았으니까.
결국 전추는 남경지부장에 부임한 지 이 년 만에, 남경지부장과 동시에 아룡상회의 부상회주 자리를 꿰차는 쾌거를 이루었다.
이후로 사무현의 부탁이라면 간이나 쓸개라도 빼어 주는 시늉을 할 정도였으니, 그라면 사무현의 명으로 상급 영단을 구해 오는 것이 가능할 것도 같았다.
손익패가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있는 사이, 막휘가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술잔을 내려놓는다.
탁.
“참 신기하신 분이다.”
“예?”
“아무리 이해하려 해도, 나 같은 그릇으로는 이해할 수 없으니 말이다.”
“…….”
“……너무도 크신 분이다.”
“……예, 저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막휘의 고백에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를 표하는 손익패.
그렇게 그들 모두가 말로 표현하기 힘든 감정을 느끼고 있던 그때였다.
파바바밧!
펄럭!
“막휘, 지금 당장 밖으로 나와라!”
“……뭐야, 살암이냐?”
난데없이 임시 막사를 열어젖히며 소리치는 살암의 모습에, 미간을 찌푸린 막휘가 짜증스레 입을 열었다.
“네가 뭔데 나더러 나오라 마라…….”
“련주가 없어졌다!”
“하는…… 뭐라고!”
쾅!
“그게 무슨 소리냐!”
당혹스러움이 역력한 얼굴의 막휘가 자리에서 일어나자, 살암도 그 못지않게 창백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말한 대로다. 련주가 한 시진 즈음 전부터 보이지 않는데, 발자국이 찍힌 방향으로 보아 아마도 혼자…….”
쿠구구궁.
“……적진으로 간 모양이다.”
“이런…… 미친 형님이!”
결국 참다못해 욕지거리를 내뱉은 막휘가, 할 말을 잃은 듯 멍하니 입을 벌리고 있는 모두를 향해 목소리를 높인다.
“뭐하냐 이것들아! 당장 일어나! 형님의 뒤를 따른다!”
“조, 존명!”
“제엔장! 제발 좀 생각이란 걸 하고 움직여 달라는 말입니다! 형님!”
양손으로 머리를 부여잡고 괴로워하는 막휘와, 그런 막휘를 바라보며 긴 한숨을 내쉬는 손익패.
어쩌면…… 그들이 사무현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단순히 그의 그릇이 크기 때문만은 아닐지도 모른다.
그렇게, 한밤중에 예정에도 없던 달음박질을 시작하는 연무학관의 오십일 기 동기들이었다.
천마가 보여
지은이 : 보용도
발행인 : 손병태
발행처 : ㈜알에스미디어
주소 : 경기도 부천시 부천로 198번길 18 춘의테크노파크 2차 201동 50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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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6602-6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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