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ousand years old Heavenly Demon RAW novel - Chapter 30
030화
‘……일어나라!’
……시끄럽네, 일어나긴 뭘 일어나.
‘어서 일어나라! 젠장, 의식이 있는 것 다 알고 있다는 말이다!’
……의식?
그게 뭐더라…….
아, 몰라. 피곤해.
‘이런 젠장……! 마교 놈들이 지척까지 따라붙었다! 당장 일어나지 않으면 죽을 수도 있다!’
마교……? 마교가 뭔……!
벌떡!
“으아악! 개같은……! 쿨럭! 새끼들……! 쿨럭! 쿨럭!”
……아우, 기침이야.
뭐가 이렇게 목이 아프고 가슴이 답답하지?
그리고…… 여기는 어디?
“뭐…… 뭐야! 쿨럭! 쿨럭!”
“아, 일어났느냐?”
시원한 계곡 물에 반쯤 몸을 담근 사무현을 향해, 한쪽 손을 들어 보이며 태연하게 인사를 건네는 천마의 모습.
물가에서 조금 떨어진 바위 위에 쭈그려 앉아 손짓하는 놈을 보니, 마치 요단강을 건너 잘 왔다는 말을 하는 것 같은…….
“너 이 새끼……! 내가……! 우웩! 쿨럭! 쿨럭!”
……아우, 뒈졌는데 왜 이렇게 기침이 나오냐.
입에선 물이 줄줄 흐르고…… 물?
“진정하고 우선 거기서 나와라. 물을 꽤나 먹은 것 같으니.”
“쿨럭! 쿨럭! 뭐, 뭐야. 나 살아 있는 거냐?”
“말하지 않았느냐? 죽지는 않을거라고. 하하, 본좌의 계산은 역시나 틀리지 않는구나.”
……빌어먹을 새끼.
저 망할 놈의 웃는 얼굴을 보니 이제야 새록새록 기억들이 떠오른다.
그 빌어먹을 절벽에서 떨어져 물에 빠지던 순간까지도.
……그래도 어찌어찌, 살기는 살았나 보네.
“끄으응……. 힘이 하나도 없네.”
처벅 처벅.
언제까지고 계곡에 몸을 담그고 있을 수는 없으니, 한 걸음 한 걸음을 힘겹게 옮겨 계곡을 벗어났다.
그의 몸이 따뜻한 양지에 자리하기 무섭게, 더 이상 참지 못한 사무현이 그대로 바닥에 뻗어 버리고 만다.
털썩.
“으하아……. 이번에는 진짜 뒈지는 줄 알았네.”
“아, 솔직히 본좌도 이번에는 조금 위험하다고 생각했다.”
“……입 다물어라, 이 뻔뻔한 새끼야.”
“큭큭큭.”
뭐가 그리 즐거운 것인지, 실로 오랜만에 숨죽여 웃음을 흘리는 천마.
어느새 바위에서 내려와 자연스레 사무현의 옆에 걸터앉은 그가, 사무현의 안색을 살피며 말을 이었다.
“뭐, 그래도 생각보다 괜찮아 보이는구나. 혹시나 깨어나지 못하면 어찌해야 하나 했는데, 천만다행이로구나.”
“……왜, 내가 뒈지면 이 몸이라도 가지려고 그랬냐?”
“……그럴 리가 있겠느냐?”
……얀마.
어째 평소보다 대답이 좀 느린 것 같은 건, 내 기분 탓이냐?
이…… 천마 새끼야.
“자……. 아무튼 그렇게 오래 뻗어있을 시간은 없다. 저놈들도 절벽 위에서 이 상황을 모두 보았으니, 분명 다시 추적해 올 거다.
“……그냥 뒈졌겠거니 생각하고 있지는 않을까?”
“네가 금강불괴의 육체였다는 것을 몰랐다면 그랬을 수 있지.”
“……젠장, 하여튼 철두철미한 새끼들.”
하기야, 예전부터 그런 놈들이었지.
아무런 힘도 없는 실험체가 혹시나 탈출할까 봐, 만년한철로 된 사슬로 꽁꽁 묶어 놓고도 보초를 세우던 녀석들.
“끄으응……. 천마신교 사전에는 대충이라는 단어가 없냐?”
“물론이다. 그렇기에 본교가 수천 년의 시간 동안 이렇게 발전에 발전을 이룩…….”
“…….”
“……할 수 있기는 했지만, 가끔은 대충도 필요할지 모르지.”
“……뭔 개소리야, 그건.”
“……아무튼 여기서 더 이상 소모할 시간은 없으니, 슬슬 움직여라.”
“그렇지 않아도 움직이는 거 안 보이…… 으극! 허리!”
……아씨, 떨어질 때 자세가 안 좋았나?
가만 보니 허리만 아픈 게 아니라 몸 여기저기가 흠씬 두들겨 맞은 것처럼 아프고, 좀처럼 정상인 곳이 없다.
‘……생각해 보니 맞기는 오질나게 맞았구나.’
도망치고 싸우면서 얻어맞은 걸 합하면 한 백 대쯤은 맞지 않았을까?
……젠장할 거.
‘이쯤 되면 오히려 뒈지는 게 편할 것 같기도…….’
……아니, 다시 생각해 보니 그건 아닌 것 같다.
살고 싶어서 이 개고생을 하고 있는 건데, 이제 와 뒈질 수는 없지.
‘젠장……. 드러워도 살아야지.’
……드러워도.
***
머리 위로 보이는 것은 검푸른 밤하늘만이 전부인 십만대산의 어느 이름 모를 봉의 정상.
그곳에 위치한 커다란 바위 위에서는, 아래쪽에 펼쳐진 거대한 고원이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바로 그 바위에 걸터앉아, 한 사내가 입술을 깨물며 초조하게 어둠 속을 노려보고 있었다.
“……놈의 소식은 아직이냐?”
“예, 장로님.”
까드득.
“……어찌 아직도 소식이 없는 것이냐? 혹, 놈이 고원이 아닌 다른 방향으로 빠져나간 것이 아닌가?”
“그, 그럴 수는 없을 것입니다. 계곡에서 중원으로 통하는 유일한 길은 고원을 지나는 것이옵고, 고원을 지나지 않는다면…….”
“않는다면?”
“……중원과 정반대 방향, 도리어 본교로 되돌아가는 길로 향하게 됩니다. 물론 사이 샛길을 통해 빙빙 돈다면 어떻게든 길이 생길지 모르지만, 이틀 만에 갈 거리가 보름 가까이 늘어지게 될 것입니다.”
“흐음…….”
“어찌 되었건 놈은, 죽건 살건 고원을 택할 수밖에 없습니다. 놈이 어느 길을 택하건, 십만대산에서 저희의 눈을 빠져나갈 수는 없으니 말입니다.”
고명의 논리적인 답변에, 마지못한 듯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는 화상 장로.
하지만 그의 한쪽 손에는, 그가 집고 있던 바위의 잔재가 부스러져 있었다.
“하면 대체 어째서…… 놈의 움직임을 아직도 잡아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냐?”
“놈 역시 상당한 체력을 소진했을 것입니다. 정면 대결로는 승산이 없으니, 인기척을 죽이고 때를 기다리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때를 기다린다라…….”
무언가를 가만히 생각하듯, 한동안 고원을 바라보며 침묵에 잠기는 화상장로.
그러다가 이윽고 생각을 마쳤는지, 고명을 향해 반쯤 고개를 돌린 화상장로가 어금니를 깨물며 그에게 하명했다.
“매복진을 풀어라.”
“예, 예?”
“시간이 없다. 만일 놈이 저대로 버티기에 들어간다면 초대 천마께서 정한 ‘그날’이 먼저 와 버리게 된다.”
“……!”
화상장로의 말에, 그제야 깨달은 듯 퍼뜩 두 눈을 추켜 뜨는 고명.
그러고 보니 그렇다.
놈이 교를 탈출한 지 오늘로 이틀째이니, 초대 천마와의 ‘그날’까지 이제 꼭 사흘밖에 남지 않게 된다.
만일 그때까지 저놈을 잡아내지 못한다면……!
……꿀꺽.
“……찾아라. 포위망은 신경 쓰지 말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동이 트기 전까지 반드시 놈을 찾아내 신호탄을 쏘아 올려라. 단!”
“…….”
“남동쪽만큼은 포위망을 풀지 말고 철저히 지켜라. 그 영역으로 향하는 ‘경계’가 위치한 곳이니 만큼…… 만에 하나라도 놈이 그곳을 통과하는 일은 없도록 해야 할 것이야.”
“걱정 마십시오. 다른 곳보다 배 이상의 무사들을 겹겹이 배치해 두었습니다. 놈이 귀신이 아닌 다음에야, 결코 남동쪽으로는 빠져나갈 수 없을 것입니다.”
“그래야지…… 그래야 할 것이다.”
고명의 대답에 고개를 끄덕이며, 어두운 고원으로 시선을 돌리는 화상 장로.
어느새 그의 몸에서 퍼지는 스산한 살기에, 고명은 그저 고개를 숙인 체 마른침만 삼키고 있을 뿐이었다.
***
“아우, 좀이 쑤셔 뒈지겠네.”
“조용히 해라. 어디에서 놈들의 귀가 열려 있을지 모른다.”
“……그래, 미안하다.”
……젠장.
보통 이런 머쓱한 건 천마 놈의 담당이었는데.
하지만 장장 다섯 시진을 찬 바닥에 엎드려 나뭇잎을 뒤집어쓰고 있다면, 그 누구라도 이런 불평 섞인 한마디를 하지 않고는 못 배길 거다.
‘……일단 이대로 계속 버텨야 한다는 말이지.’
이대로 계속해서 버티면 결국에는 포위망을 풀고 수색에 나설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천마의 지론.
상대의 포위망이 흐트러지는 그 순간만이, 사무현이 이곳 고원을 탈출할 수 있는 유일한 기회다.
“……이 악물고 참아라. 어떻게든 고원만 빠져나가면, 네놈이 그토록 원하던 중원과 지척이니.”
평소답지 않은 천마의 독려에,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눈을 감는 사무현.
하지만 사무현은 알고 있다.
이곳 십만대산을 벗어난다고 한들, 신강일대는 마교의 영향력이 강하게 미치는 곳.
제아무리 과거에 비해 그 위세가 죽었다고는 하지만, 신강일대를 빠져나가기 이전까지는 긴장을 늦출 수 없을 것이다.
‘그래도 이곳만 빠져나간다면…… 어떻게든!’
그렇게 애써 마음을 다잡으며 천마도의 손잡이를 매만지고 있던 그때, 천마의 의아한 음성이 사무현의 귓가에 들려온다.
“으음?”
“왜, 뭔데?”
“……이거, 생각보다 참을성이 없는 녀석들이구나.”
“설마…….”
“그래. 아무래도, 슬슬 지루하던 시간은 끝난 것 같구나.”
……꿀꺽.
“조용히 음영에 섞여 움직여라…… 숨소리조차 죽이고.”
***
서벅 서벅.
어두운 숲속.
십만대산 내에 고원이라 불리는 이곳은 유독 우거진 산세로 인해 달빛조차 잘 스며들지 않는다.
대낮에도 주위가 어두우니 한밤중에는 피아의 식별조차 쉽지 않은 것이 당연한 곳.
그런 곳을 축시가 다 되어 가는 시각에 수색을 하고 있으니, 아무리 수색대의 수가 많아도 좀처럼 쉽지 않은 일이었다.
‘아무리 장로라고 해도, 결국 수색 일에는 깜깜하군.’
천마신교의 평무사로 십오 년을 보낸, 나름대로 이런 일에 잔뼈가 굵은 추영(追影)은 내심 치솟는 불만을 억누른 채 건성으로 어두운 풀숲을 헤치고 다녔다.
서벅 서벅.
‘한낮에 더 많은 인원을 투자해도 될까 말까 한데, 이 시각에 쓸데없이 인력을 낭비하다니.’
한밤중에 이런 고원을 수색하는 것이야말로, 오히려 숨어 있는 이를 도와주는 꼴이라는 것을 어찌 모른다는 말인가?
‘만약 그놈이 어둠 속에 숨어 있다가 기습이라도 하면, 비명도 못 지르고 당하고 말걸?’
나무처럼 보이던 것이 알고 보니 사람이고, 사람처럼 보였던 것이 알고 보면 나무인 곳이 바로 한밤중의 숲이다.
만약 그 장로라는 이가 한밤중에 십만대산을 좀 돌아다녀 보기라도 했다면 이런 말도 안 되는 임무를 지시하지는 않았을 것을…….
“추영 선배님, 진형에서 너무 멀어지시면…….”
“거기까지. 신참 주제에 뭘 안다고 떠들어?”
“그래도 이곳은…….”
“백날 그렇게 오와 열을 지켜가며 수색 해봐라. 그 날쌘 놈을 찾아낼 도리가 있는지. 쯧쯧…… 내가 짬을 헛먹은 줄 아냐?”
“아…… 예.”
“난 저쪽으로 알아서 훑어보고 올 테니, 한 시진 뒤에 여기서 다시 보자.”
저벅저벅.
그렇게 뭣도 모르는 신참 하나를 갈궈 버리고는, 느긋한 걸음으로 어두운 숲속을 홀로 걷는 추영.
어차피 저렇게 해서 잡히지도 않을 놈을 수색하느라 진을 빼느니, 차라리 근처 몸을 숨기기 좋은 자리에 드러누워 시간이나 보내는 것이 낫다.
십오 년 평무사 생활을 통해 얻은 교훈이었다.
“어디 보자……. 오, 저기가 좋겠네.”
보통 저렇게 큰 바위와 나무가 함께 우거진 곳은, 코앞까지 가도 사람이 있는지 없는지 식별하기 어렵기 마련이다.
그래, 수색을 하려 해도 저런 곳을 수색해야지.
이 멍청한 놈들.
“으챠……. 이곳이 명당이……. 음?”
……기분 탓일까?
어쩐지 바위 옆에 서 있던 나무 한 그루가 조금 움직인 듯한…….
서걱.
……아.
이것 봐, 이런 곳에 숨어 있으면 진짜 안 보인다니…….
풀석.
그렇게 자신의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한 채, 추영은 목과 몸이 분리되어 찬 바닥을 나뒹굴었다.
***
“어우……. 걸리는 줄 알았네.”
“감이 제법 좋은 놈이로구나. 만약 혼자 온 것이 아니었다면 제법 위험할 뻔했다.”
이름 모를 마교 무사의 시신에서 이내 시선을 떼어내며, 사무현이 슬며시 주위를 살핀다.
“다시 조용해졌는데?”
“음……. 적어도 이 인근에서는 더 느껴지는 기척이 없다. 다시 본좌가 앞서갈 테니, 기척을 내지 않도록 조심하며 따라오거라.”
그러고는 사무현을 앞서 어둠 속을 헤치고 움직이는 천마.
한 치 앞에 있는 돌덩이들도 잘 분간이 가지 않는 어둠이지만, 천마에게 이 정도는 그리 큰 불편 요소가 되지 못한다.
더욱이 사무현의 눈에는 보이지만 다른 이들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이점마저 있으니, 이 고원이라는 장소는 그들에게 상황적 열세를 극복할 최고의 장소가 아닐 수 없다.
‘……개똥도 쓸데가 있다더니.’
귀신도 쓸데가 다 있네.
그것도 꽤나 다용도로.
그리고 잠시 후, 다섯 장 정도 사무현을 앞서간 천마가 주위를 한 번 살피더니 그에게 손짓을 해 보였다.
사사삭.
십만대산 내의 어두운 고원.
사무현과 천마가, 실로 은밀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
까드득.
까드드득.
이제는 습관적으로 바위를 후벼 파는 화상장로의 모습에, 그의 옆에 선 고명이 초조한 얼굴로 고원을 훑어본다.
벌써 수색을 시작한 지 두 시진.
이미 동이 튼 지도 오래인데, 여전히 고원에서는 아무런 신호탄도 쏘아져 올라오지 않고 있다.
‘설마…… 정말로 놈이 다른 길을 택한 것은……?’
아무리 고원이 넓다고는 하지만, 거의 천 명에 달하는 무사들이 수색을 펼쳤는데 아직도 소식이 없다는 것은 조금 의아한 일이다.
내심 초조한 마음을 애써 감추며 상황을 지켜보던 그때, 화상 장로의 스산한 음성이 고명의 귓가에 들려온다.
“……어째서 소식이 없다고 생각하느냐, 고명?”
“그…… 그것이…….”
“만에 하나 말이다.”
“…….”
“놈이 이미 저 고원을 빠져나간 상태라면…… 네놈은 반드시 내 손에 죽을 것이다. 놈을 잡건, 잡지 못하건 말이야.”
“…….”
진심이 느껴지는 화상 장로의 음성에, 딱딱하게 굳어진 얼굴로 침묵을 지키는 고명.
그런데 그 순간, 돌연 고원의 한쪽 끝에서 기다렸던 신호탄이 터져나왔다.
쐐애애액.
쾅! 쾅!
“저건……!”
“시, 신호탄입니다! 놈이 고원의 끝에서……!”
파바밧!
고명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그대로 허공을 밟으며 경공술을 펼쳐 날아가는 화상장로의 신형.
극마지경에 오른 고수답게 그의 몸은 순식간에 신호탄이 쏘아진 방향으로 멀어져 갔다.
“……아!”
화상장로의 신법에 놀라 굳어 있는 것도 잠시.
저 신호탄에 자신의 목숨이 걸려 있다는 사실을 떠올린 고명도, 곧 전력을 다한 경공술을 펼쳐 화상장로의 뒤를 따랐다.
천마가 보여
지은이 : 보용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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