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ousand years old Heavenly Demon RAW novel - Chapter 301
301화
“……해서, 음지사왕이 드디어 한자리에 모인 것으로 판단됩니다.”
천신련의 진형 내에 위치한 임시천막.
작전 회의를 위한 자리에서 사문회주가 정보를 통해 얻은 상황을 전달한다.
녹림으로 인해 합류가 늦어지고 있던 음지삼왕의 전력이 동천왕과 합류했다는 것.
이는 드디어 저들이 천신련에게 선공을 펼칠 조건을 갖추었음을 의미했기 때문에, 모두의 얼굴에 심각함이 자리하기 시작했다.
“하면…… 이제 저희도 저들의 움직임을 파악하기 위해 정찰 전력을 투입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옳은 말씀입니다. 지금까지는 불필요한 전력의 희생을 막으려 했지만, 이제 본격적으로 소모전을 각오해야 할 때인 듯합니다.”
남경의 문주들이 한마디씩 던지자, 그들의 대화를 듣고 있던 천신련의 살신귀가 고개를 한쪽으로 기울이며 다른 의견을 던진다.
“소모전이라……. 과연 그렇게 되겠습니까?”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지금까지 동천왕의 행보로 보아, 전력을 잘게 쪼갠 소모전 같은 전략을 펼 위인이 못됩니다. 우리와의 소모전에서 줄곧 큰 피해를 본 만큼, 일시적으로 전력의 우위에 선 이 기회를 놓치려 할 리 있겠습니까?”
“그게 무슨…….”
“쉽게 말해서, 제가 동천왕…… 아니, 음지사왕이라면 당연히 전력의 우위를 기반으로 전면전을 벌이려 할 것이라는 뜻입니다.”
살신귀가 남경의 문주들과는 전혀 다른 관점에서 의견을 제시하자, 여기저기서 술렁임이 일어난다.
살신귀의 의견이 크게 틀리지 않았다는 생각과 동시에, 전면전이 벌어진다면 어떤 식으로든 목숨을 걸어야 한다는 것을 떠올린 까닭이었다.
“하면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지요. 우선은 저들이 전면전을 벌여 오기 전에, 이쪽에서 먼저 유리한 곳에 방어진을 갖춰야 하지 않겠습니까?”
“옳은 말씀입니다. 이곳은 한 면이 장강에 막힌 평지라, 많은 수의 적을 상대로 싸우기에 적합한 지형이 못됩니다.”
“고지(高地)와 엄폐물을 활용할 수 있는 산지로 진형을 옮겨야 합니다.”
살신귀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하나 둘씩 의견을 던지는 이들.
그리고 그들의 의견이 하나로 모이려던 그때, 사무현이 한쪽 손을 들어 올리며 입을 열었다.
“아니요, 방어진을 옮기는 일은 없을 거예요.”
“예, 예?”
“지금……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말씀드린 대로예요. 저희의 전장은 바로 이곳입니다.”
사무현의 단호한 대답에 어안이 벙벙한 얼굴로 그를 바라보는 이들.
그런 그들을 빙 둘러보며 사무현이 말을 이었다.
“익숙지 않은 산지에서는 이런 대규모 병력을 효과적으로 통솔하기 어려워요. 저들도 각기 다른 방향에서 공격을 해올 텐데, 결국 소규모로 찢어지는 난전이 되어 버려 전쟁에서 승리하더라도 상당한 피해를 각오해야 합니다.”
“으음…….”
“일리 있는 말씀이지만…… 그래도 이런 곳에서 전면전으로 맞붙기에는…….”
사무현의 설명에도 말꼬리를 흐리며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이는 이들.
그럴 수 밖에 없다.
드러나는 전력에서부터 유리하다 말할 수 없는 상황인데, 후퇴할 방도가 없는 이런 곳에서 전면전을 벌이는 것은 자살 행위처럼 보일 테니까.
그들의 그런 반응을 예상이라도 했는지, 고개를 한 번 끄덕인 사무현이 진중한 어조로 말을 꺼낸다.
“저들은 음지 출신입니다. 산지와 같은 곳에서 벌이는 난전은 오히려 저들에게 유리한 전개가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요.”
“……확실히 틀린 말을 아니다. 은 엄폐물이 많은 곳에서 벌어지는 집단 난전은 음지의 특기이니까.”
지금까지 침묵을 지키던 살암이 처음으로 입을 열자, 모두의 시선이 한순간 그에게로 집중된다.
“음지와의 집단전을 벌이려면 확실히 네 주장대로 산지보다 평지가 유리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네 작전에는 반드시 전제되어야 하는 조건이 있다.”
“…….”
“전체적인 무사들의 전력은 분명 이쪽의 우위에 있지만 그 모든 것을 뒤집는 것이 바로 절대 고수의 존재다. 음지사왕이라는 화경급 고수들의 전력을 대체 어떻게 감당할 셈이지?”
이 자리에 있던 모두가 집고 넘어가고자 했던 문제를 살암이 지적하자, 모두의 시선이 다시금 사무현에게로 집중된다.
바로 이것이 이 자리에 있던 모두가 듣고자 했던 대답이다.
음지사왕의 존재를 확실하게 잡아내지 않고는 그들에게 승산이 없을 테니까.
그리고 그런 모두의 시선을 받아 내며 사무현이 담담한 어조로 입을 열었다.
“음지사왕은 신경 쓰지 않으셔도 됩니다.”
“…….”
“놈들은 저와 살암이 상대할 테니까요.”
“련주님과…… 암천막주께서 말씀이십니까?”
“두, 두 분이서 그 넷을 전부 상대하신다고요?”
상상도 못 했던 사무현의 대답에 두 눈을 부릅뜨고 그들을 번갈아보는 이들.
하지만 담담한 얼굴의 사무현과는 달리, 살암은 그런 이야기는 전혀 듣도 보도 못했다는 듯 불신 어린 눈으로 사무현을 바라보고 있었다.
“너와 나…… 둘이서 놈들을 상대한다는 말이냐?”
“……련주님, 아무래도 이건 조금 무모한 작전이 아닐까 싶습니다.”
심지어 최소한의 상의조차 되지 않은 듯 보이는 살암의 반응에 흑룡문주가 어두운 얼굴로 말을 꺼낸다.
“저희의 피해를 최소화하시려는 의도는 알겠지만, 두분이서 음지사왕 넷을 모두 감당하시는 것은…….”
“아니요, 정말로 이게 승리를 위한 최선의 방법이라 드리는 말씀이에요.”
흑룡문주의 말을 끊어 낸 사무현이 모두를 향해 진지하게 설명을 이어 간다.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음지사왕 중 하나라도 집단전에 합류한다면 여러분은 감당할 수 없어요. 화경급 고수가 수하들을 앞에 세우고 치고 빠지는 전략을 쓰기 시작한다면, 어느 쪽이 먼저 전멸하는지가 승패를 가르게 될 겁니다.”
“그…… 그런…….”
“하지만 그런 전개는 저들도 바라지 않을 겁니다. 승리한들 얻는 것이 없게 될 테니까요. 결국 음지사왕은 저와 살암이 상대하고, 여러분이 그 외에 음지 전력들을 맡아주시는 게 이 전쟁을 승리로 이끌 유일한 방도에요.”
“하, 하지만…… 두 분이서 대체 어찌…….”
“가능성이 없는 건 아닙니다. 일류급 고수나 절정급 고수들과 마찬가지로, 같은 화경급에서도 위아래는 분명히 존재하니까요.”
확신어린 사무현의 말에 모두가 반신반의한 얼굴로 서로를 바라본다.
그들 중 최고수이자 화경급 고수인 사무현이 가능하다 말하는데, 화경의 경지에 오르지도 못한 그들이 불가능하다고 반박을 가하는 것도 우스운 일.
결국 그렇게 모두가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다물던 그때, 무언가를 느꼈는지 돌연 사무현이 고개가 한쪽으로 돌아간다.
그리고 잠시 후…….
“……이건!”
사무현과 같은 것을 느꼈는지 살암 또한 자리에서 몸을 일으키며 그가 바라보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린다.
무언가 일이 벌어졌음을 암시하는 그 심상치 않은 분위기에 막사 내에 있던 모두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진다.
***
“저곳이 천신련이 위치한 곳인가?”
뒤쪽에 장강이 자리한 절벽을 등지고 방어진을 펼친 천신련의 진형을 바라보며 북천왕이 미간을 찌푸린다.
“배수진(背水陣)이라……. 대체 무슨 꿍꿍이를 가지고 있는 거지?”
“그냥 화끈한 것이겠지. 그것도 아니면 미련한 것이거나.”
북천왕의 말에 서천왕이 심드렁하게 대꾸하자, 검의 손잡이를 두드리며 남천왕이 입을 열었다.
“……아니, 의외로 영리한 것일지도 모르지.”
“하, 영리하다고? 저런 진형이?”
“말이 좋아 천신련이지, 결국 손발 한번 맞춰 본 적이 없는 전국 각지에서 끌어모은 오합지졸 연합이다. 배수진을 친다면 적어도 혼자 살아남겠다고 도망치는 이는 나오지 않을 것이라는 계산이겠지.”
“흐음…….”
“그리고…… 저 많은 머릿수를 앞세우고 천신련주가 뒤에서만 숨어 있는다고 한다면, 이쪽도 상당한 손해를 감수해야 한다. 지더라도 절대 허무하게 패하지는 않겠다는 일종의 의지를 보여주는 것일지도 모르지.”
냉정한 남천왕의 평가에 북천왕과 동천왕이 고개를 끄덕인다.
전략적으로 효과적인 전술을 펼칠 진형은 못되지만, 전력의 우위만 믿고 전면전을 벌이는 것은 꺼려지는 진형이다.
승패를 떠나 반드시 큰 손해를 감수해야만 할 테니까.
“하면 결국…… 우리가 먼저 나서서라도 저들의 의지를 무너뜨리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뜻이군.”
스릉.
스스스스.
말을 마친 남천왕이 검을 뽑아 들자 그의 몸을 중심으로 심상치 않은 기파가 일렁이기 시작한다.
“어디 소문이 쟁쟁한 천신련주의 실력이나 한번 볼까?”
꽈악.
“타하앗!”
부웅.
콰과과과과.
남천왕의 검이 일직선으로 휘둘러지자 부채꼴 대형으로 방어진을 갖추고 있는 천신련의 진형으로 거대한 반월형 강기가 날아들었다.
화경급 고수가 마음먹고 전개하는 위력의 강기였지만 천신련의 진형은 조금의 흔들림도 없이 굳건했다.
그 순간…….
쐐애애액!
콰과과과광!
천신련의 방어진 뒤쪽에서 쏘아진 거대한 강기가 남천왕이 전개한 강기와 부딪치며 우렁찬 굉음을 만들어 낸다.
남천왕의 강기를 완벽히 소멸시키고도 위력이 남은 사무현의 강기가, 그대로 음지사왕이 있는 언덕까지 날아들었다.
“크흠!”
챙!
자신이 나설 때가 되었다는 듯, 크게 헛기침을 해 보인 북천왕이 거대한 태도를 꺼내 들었다.
파밧!
쩌저저저정!
자리를 박차고 몸을 날려 날아오는 강기를 도강으로 반 토막내 버리는 북천왕.
하지만 강기의 위력이 생각보다 만만치 않았는지, 북천왕의 신형이 원래의 자리보다 더 뒤쪽으로 밀려난다.
파밧.
촤지이이익.
“큭, 이 무슨……!”
남천왕의 강기와 부딪치며 그 위력이 줄어들었음에도 자신이 뒤로 밀리다니.
불신어린 북천왕의 얼굴을 흘깃 바라본 동천왕이 그의 앞으로 걸어 나서며 자신의 검을 뽑아 든다.
스릉.
“집중해라. 지금 강기를 날린 놈이 바로 천신련주다.”
“으드득……. 저놈이 말이냐?”
어느새 부채꼴 모양의 방어진을 뛰어넘어 앞으로 나서고 있는 한 명의 사내.
거대한 묵색 태도를 치켜든 그가 이윽고 발걸음을 멈추고 그들을 향해 목소리를 높인다.
“나는 천신련주 사무현이다!”
“……!”
“감히 천신련을 공격한 동천왕을 베러 이곳에 왔다! 수하들을 내세워 뒤로 숨을 생각 말고, 내 목을 취하러 왔다면 앞으로 나서 보거라!”
“……저놈이!”
인근 곳곳에 쩌렁쩌렁 울려 퍼지는 사무현의 외침에 음지사왕 모두가 얼굴을 일그러뜨린다.
수하들의 뒤에 숨어 치고 빠지는 전투를 벌일 것이라는 그들의 예상과는 달리, 상대는 오히려 보란 듯 앞으로 나와 그들에게 대결을 청하고 있다.
물론 응하지 않으면 그뿐이지만, 집단전에서 상당히 중요한 부분이라고 할 수 있는 사기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하……! 오냐! 정 소원이라면 당장이라도 그 목을……!”
“침착해라, 북천왕.”
흥분한 북천왕이 이를 갈며 뛰쳐나가려 하자 동천왕이 그를 만류하며 강기를 끌어 올린다.
“어차피 이쪽의 수가 많은데, 도발에 걸려 일대일 승부를 벌여 줄 이유가 없지 않나?”
“……그거 옳은 말이군.”
쓰윽.
동천왕의 말에 함께 희번덕이는 미소를 머금으며 검을 뽑아 든 서천왕이, 그대로 강기를 끌어 올려 검을 휘두른다.
“암천막주도 그렇게 잡았으니까!”
부웅.
콰과과과.
서천왕의 일검과 함께 무시무시한 기세로 뻗어 나가는 강기.
이에 동천왕도 기다렸다는 듯 함께 일검을 휘두르자 두 줄기의 강기가 각기 다른 방향으로 적진을 향해 쇄도한다.
어느 쪽을 막을 텐가!
사무현의 선택을 기다리던 그때, 앞서 나온 사무현의 강기가 동천왕이 쏘아낸 강기를 향해 날아들었다.
쐐애액!
콰과과과광!
“큭, 좋아 걸렸……!”
콰과과과과광!
서천왕의 강기로 인해 저들의 진형이 쑥대밭이 될 것을 예상했지만, 안타깝게도 그들의 바람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저들의 방어진 뒤쪽에서 날아든 한 줄기의 강기가 서천왕의 강기와 부딪치며 완벽한 상쇄를 이루었기 때문이었다.
“이, 이 무슨……!”
화경급 고수가 전개한 강기를 강기로 맞받아쳤다는 것은 저들 또한 동일한 화경의 고수가 존재한다는 의미.
전혀 생각지도 못한 전개에 음지사왕 모두가 당황하던 그때, 이윽고 저들의 뒤에 있던 검은 신형이 허공을 날아 사무현의 옆에 안착했다.
파바밧.
타닷.
“저, 저놈은……!”
멀리 떨어진 그들 모두를 향해 조용히 검신을 겨누고 있는 사내.
익숙한 흑의 무복을 입고 있는 그의 얼굴을 확인한 음지사왕 모두가 한 순간 그대로 굳어져 버린다.
“암천막주……?”
천마가 보여
지은이 : 보용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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