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ousand years old Heavenly Demon RAW novel - Chapter 303
303화
쩌저저정!
촤좌좍!
스걱!
“큭……!”
“이……!”
살암의 검과 서천왕의 검이 동시에 서로의 어깨를 스치고 지나간다.
무수한 변화를 심은 살암의 환검(幻劍)과 예측 불허의 다양한 각도에서 날아드는 서천왕의 좌수검(左手劍).
서로가 서로의 급소를 노리는 위협적인 검초가 쉴 틈 없이 교환되었지만 이들 중 누구 하나 뒤로 물러나는 이는 없었다.
쩌저저정!
촤지익.
지이익.
검강과 검강이 맞부딪치자 우렁찬 폭음과 함께 밀려나는 살암과 서천왕의 신형.
썩어도 준치라, 검강의 위력 면에서는 훨씬 더 오랜 시간 동안 화경의 경지에 올랐던 서천왕 쪽이 그 빛을 발했다.
“킥……! 이 애송이 놈!”
파밧!
한순간이나마 자신이 우위를 점하자, 자신감을 되찾은 서천왕이 비릿한 조소를 머금으며 살암을 향해 달려든다.
쩌저정! 쩌저정! 콰과광!
팽팽하게 유지되던 균형에서 우세를 점한 서천왕이 본격적으로 살기등등한 기세를 흩뿌리며 살암을 몰아붙이기 시작한다.
예상치 못한 검로로 날아드는 좌수검에 받아 내기 버거울 정도의 검강까지 더해지니, 방어에 집중하는 살암의 몸이 위태로울 정도로 흔들린다.
“살왕의 후계자라는 놈이 고작 이 정도란 말이냐!”
확실하게 승기를 잡았다고 생각한 서천왕이 과감하게 거리를 좁히며 일검을 휘두르자, 수세에 몰려 있던 살암의 검이 돌연 십여 개의 잔상을 만들며 순간적으로 서천왕 시야를 뒤덮는다.
파바밧!
쩌저저정!
촤아악
“큭……! 이놈이!”
시야가 가려진 찰나의 순간 무슨 짓을 한 것인지, 서로의 검이 부딪침과 동시에 서천왕의 왼팔에서 붉은 피가 터져 나온다.
상당히 얕기는 했지만 이는 분명 그의 하나뿐인 팔을 베어 내기 위한 시도.
그의 검력을 완벽하게 방어하지 못한 살암의 입가에서도 붉은 피가 흘러나오고 있었지만, 결국 기세에서 밀린 서천왕이 먼저 뒤쪽으로 거리를 벌린다.
쾅!
타닷.
“이…… 빌어먹을 놈이!”
“……퉤.”
쓰윽.
욕지거리를 내뱉는 서천왕을 향해, 검붉은 피를 뱉어 내고는 다시 검 끝을 겨누는 살암.
상대를 베어 내겠다는 목적 외에는 그 어떤 감정도 지워 버린 듯한 그 모습에서 한순간 살왕의 모습이 겹쳐지자, 서천왕이 지그시 입술을 깨문다.
‘고작 저런 애송이 놈한테서……!’
냉정하게 말해 지금의 살암은 과거의 살왕에 한참이나 못 미친다.
단순한 내력의 차이를 떠나 검초에 대한 이해, 냉정함, 살기. 모든 면에서 살왕과는 비교 자체가 불가능한 수준이다.
한데 그런 애송이의 모습에서 한순간 살왕을 보았고, 그 순간 자신도 모르게 굳어진 몸이 상대의 반격을 허용하게 만들었다.
이 상황에 분노를 느낀 서천왕이 가늘게 몸을 떨고 있을 때, 살암 또한 그보다 더한 분노를 느끼며 입술을 깨물고 있었다.
‘고작 좌수검을 쓰는 서천왕에게도 쩔쩔매는 꼴이라니……!’
물론 암천막이 건재했을 당시 서천은 사천살 중 결코 약한 축에 속하는 이가 아니었다.
하지만 지금의 그는 한평생 검을 사용해 왔던 오른팔을 잃은 상태.
아무리 그간 음지의 왕으로서 살아남기 위해 혹독하게 좌수검을 익혀 왔더라도, 과거 사천살이었을 당시의 무위에 비해서는 손색이 있을 수밖에 없다.
‘……반드시 내 손으로 처리한다.’
어차피 이 자리에서 음지사왕 모두를 자신이 처리할 수는 없다.
하지만 적어도, 암천막주라는 이름에 부끄럽지 않게 자신이 맡은 저 서천 하나만큼은 그의 손으로 베어 내야 한다.
그것만이 암천막이 부활했음을 선포할 자격을 얻음과 동시에, 스승이었던 살왕을 위한 최소한의 복수가 될 테니까.
“……뭘 그리 멍하니 서 있는 거냐?”
스스스.
어느새 분노를 억누르고 냉정함을 되찾은 살암이 서서히 살기가 섞인 기세를 내뿜으며 말을 잇는다.
“계속 와라.”
“으드득……! 오냐.”
살암의 도발에 주저하지 않고 앞으로 나서는 서천왕.
어찌나 내력을 끌어 모았는지, 그가 내딛은 대지에 미세한 균열이 만들어진다.
“도륙을 내 주마, 이 애송이 놈아!”
쾅!
쩌저저저정!
분노한 서천왕과 살암이 서로를 향해 달려들며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의 검초가 쾌속하게 교차된다.
지독한 살의와 악의가 뒤섞인 이들의 전투가 지속될수록, 서로의 몸에 빠른 속도로 생채기가 늘어 가기 시작했다.
***
콰콰과광!
거대한 푸른 도강을 머금고 사무현의 머리를 쪼갤 듯 날아든 북천왕의 도가 가로로 누인 사무현의 천마도에 가로막혔다.
우렁찬 폭음과 함께 힘겨루기를 하는가 싶더니, 부드럽게 도신을 비튼 사무현이 그의 몸을 한쪽으로 밀어낸다.
부웅.
쩌저저정!
콰과광!
북천왕의 몸을 밀어내기 무섭게 사무현에게 바짝 달라붙으며 검초를 전개하는 동천왕.
하지만 그의 움직임을 모두 읽고 있었다는 듯, 무심하게 그의 검격을 받아 내는 사무현의 얼굴에는 별다른 감정이 깃들어져 있지 않다.
‘이놈이……?’
일전에 싸웠을 때에는 느끼지 못했던 사무현의 분위기에 검초를 이어 가던 동천왕의 눈이 가늘어진 그 순간.
스팟!
쩌저저저정!
“크읍……!”
난데없이 흐름을 끊고 방어에서 공격으로 전환한 사무현의 일초에 동천왕의 검이 허공으로 치켜 올라간다.
한순간 방어 불능의 상황에 빠진 동천왕을 향해 사무현의 무심한 일도가 내리그어진다.
“안……!”
콰과과광!
촤지익.
사무현의 도격이 동천왕을 베어내려는 찰나, 저 멀리서 날아든 한 줄기의 강기가 사무현의 도를 후려치며 그의 몸을 밀어낸다.
그 틈에 가까스로 자세를 추스르며 방어 자세를 취하려는 동천왕.
그리고 그가 막 자세를 다시 취함과 동시에, 일 장 정도 밀려났던 사무현의 신형이 탄력적으로 바닥을 박차며 그와의 거리를 좁혀 온다.
콰콰과과광!
후두둑.
죽기 살기로 내력을 끌어 올려 사무현의 도격을 가로막았지만, 완벽하게 막아 내지는 못했는지 동천왕의 이마에서 붉은 피가 흘러내린다.
까가각 까가가각.
“끄으읍……!”
가뜩이나 육중한 천마도의 무게에 천마도법의 무리(武理)가 고스란히 실린 사무현의 도격.
검강을 머금고 있음에도 동천왕의 얇은 검신이 금방이라도 부러질 듯 요란한 소리를 내며 흔들린다.
식은땀을 흘리며 이를 악무는 동천왕과는 달리 사무현의 얼굴은 그저 냉담하기만 하다.
“뭐 하고 있냐?”
“…….”
“……지금이 기회인데.”
속삭이듯 중얼거리는 사무현의 한 마디에 동천왕의 눈이 부릅떠진다.
그리고 그와 함께, 동천왕을 구하기 위해 달려든 북천왕의 일도가 사무현의 옆구리를 베어 온다.
“쯧.”
스륵.
북천왕의 기습에 짧게 혀를 찬 사무현이 동천왕의 검을 한쪽으로 흘리며 눈을 돌린 그 순간.
사무현과 대치 중이던 동천왕이 돌연 검을 버리더니 그의 안면을 향해 섬광 같은 일수를 내뻗었다.
콰과광!
쩡!
사무현이 북천왕의 도격을 가로막음과 동시에 동천왕의 일수가 아슬아슬하게 허공을 가른다.
사무현이 거리를 벌렸기 때문이 아니라, 그가 검을 버림과 동시에 사무현의 일각이 그의 복부에 틀어가 박힌 까닭이었다.
휘리릭.
촤지이이익.
“큭……! 이런?”
기다리던 절호의 기회를 노렸다고 생각했는데, 설마 그 상황에서 예상했다는 듯 반격을 가하다니?
복부를 움켜쥐고 고개를 든 동천왕의 얼굴에 불신의 기색이 떠오르고 있는 그때, 어느덧 사무현과의 근접 공방에서 밀린 북천왕의 신형이 서천왕의 반대편 방향으로 튕겨 날아간다.
쩌저정! 쩡! 콰아아앙!
휘리리릭.
촤지이이익.
“……큭!”
허공에서 한 바퀴 회전하며 요란하게 바닥에 착지하는 북천왕의 신형.
그러고도 위력을 완벽하게 흘려내지 못했는지 그의 몸이 조금 더 뒤쪽으로 밀려난다.
곧이어 그가 고개를 들자, 자신을 밀어내고도 동천왕에게 시선을 돌리고 있는 사무현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까드득.
“저……놈이……!”
잠깐의 공방만으로도 상대가 강하다는 사실은 분명히 인지했다.
대체 어떻게 하면 그 짧은 사이에 저 정도로 강해지는 것이 가능한지 이해할 수 없지만, 결국 놈이 천재라는 부류 중 하나라는 것으로 결론지었다.
하지만, 제아무리 천재라고 해도 자신을 앞에 두고 저런 여유를 부리는 것은 참을 수 없다.
자존심이 상한 북천왕이 전의를 끌어 올리고 있는 사이, 사무현은 냉정한 눈으로 동천왕의 변화를 지켜보고 있었다.
“흐음…… 역시, 예상했던 대로구나.”
사무현의 옆에서 게슴츠레하게 눈을 뜬 천마가 동천왕을 바라보며 한쪽 입꼬리를 말아 올린다.
“천수마공이다.”
“음.”
천마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동천왕을 살피는 사무현.
사실 처음 놈과 검을 섞을 때부터 이상했다.
강기의 위력도 상당하고 반사 신경도 빠른 데다가 전투의 임기응변도 나쁘지 않다.
그런데 우습게도 그 모든 움직임 중 가장 어설픈 것이 다름 아닌 검술에 대한 조예.
심지어 변변찮은 상승 초식도 펼치지 못하는 동천왕의 모습에, 혹여나 그의 진짜 무기가 검이 아닌 다른 것이 아닐까 생각했었다.
그리고 그 의문은 바로 얼마 전의 전투에서 확신이 되었다.
사무현을 죽이겠노라 선언한 순간 알 수 없는 위압감과 함께 붉어진 눈을 치켜뜨던 그 모습을 통해서.
지금 이 순간, 숨길 수 없는 맹수의 소리를 내고 있는 저 모습을 통해서.
“마교에서 보냈냐?”
짙은 분노와 혐오가 깔린 사무현의 음성.
이에 동천왕이 대답 대신 새하얀 이를 드러내며 웃자 은밀하게 내력을 집중하고 있던 북천왕의 미간이 좁아진다.
‘……마교?’
“뭐…… 굳이 대답하지 않아도 상관없어.”
스스스.
어느덧 동천왕을 향해 완전히 돌아선 사무현이 본격적으로 위압적인 기세와 살기를 드러내기 시작한다.
“아니라고 해도 죽일 거니까.”
쾅!
쩌저저정!
그 말과 함께 자리를 박차고 몸을 날린 사무현의 도가 일곱 개의 잔영을 만들어 내며 동천왕의 몸을 사선으로 베어 나간다.
천마도법의 칠형만개도(七形滿開刀).
한 방향의 사선으로 베어지는 듯 하던 일곱 개의 잔영이 돌연 각기 다른 궤도를 그리며 동천왕을 노린다.
“캬아아!”
쩌저정! 쩌정! 콰구구구.
촤좌좍!
촤악!
“……!”
양손에 수강을 머금고 사무현의 칠형만개도를 일일이 받아치는 동천왕.
기어이 강기로 만들어진 잔영 속에서 진짜 사무현의 천마도를 받아 낸 동천왕이, 그대로 사무현의 도를 밀쳐 내며 안쪽으로 거리를 좁힌다.
“캬아아악!”
콰앙!
막무가내로 접근하는 동천왕의 복부로 강한 일각을 내뻗는 사무현.
하지만 조금 전과는 달리 한쪽 무릎을 치켜든 동천왕이 사무현의 일각을 받아 낸다.
그리고 그대로 크게 일수를 휘둘러 사무현의 흉부를 거칠게 찢어발긴다.
쩌저정!
촤아아악!
“……!”
부웅.
촤지이이익.
전투가 시작된 이후, 두 명의 화경급 고수를 상대로 시종일관 우위를 점하던 사무현의 몸이 처음으로 뒤쪽으로 밀려났다.
그리고 잠시 후, 사무현의 무복 앞섶이 찢어지며 그 사이로 붉은 피가 흘러내린다.
“……맞을수록 빨라진다는 걸 깜빡 잊었네.”
“비켜라 동천왕!”
콰과과과과.
사무현이 밀려난 순간이 기회라 판단했는지, 지금까지 어마어마한 내력을 끌어모으고 있던 북천왕이 자신의 도를 머리 위로 치켜세우며 소리친다.
“내가 끝낸다! 타하앗!”
콰구구구구구.
북천왕이 일도를 내리긋자, 무시무시한 기의 폭풍을 동반한 거대한 십(十)자 형태의 강기가 대지를 가르며 사무현에게 날아든다.
북천왕이 자랑하는 절기인 십사광형도(十死光形刀)의 발현이었다.
“어설프게 내력을 아낀다고 시간 끌지 마라. 장기전으로 가면 네 쪽에서 먼저 지치고 말 테니.”
“……알고 있어.”
천마의 조언에 가볍게 고개를 끄덕인 사무현이, 이윽고 날아드는 강기를 바라보며 도초를 전개하기 시작한다.
스스스스.
사무현의 몸을 중심으로 어지러운 도초가 전개되는가 싶더니, 잠시 후 그 위로 강기가 덧씌워지며 사무현의 몸을 강기의 막이 감싸 안았다.
동시에 그의 몸 주위로 생성되는 기파를 이겨 내지 못한 대지가 갈라지며 그 파편이 허공으로 떠오르기 시작한다.
“……크윽!”
사무현이 무슨 짓을 하려는 것인지 눈치챈 동천왕이 두 눈을 부릅뜨며 다급히 양손에 수강을 끌어 올린다.
그리고 그 순간, 사무현의 강기가 사방으로 팽창하며 인근의 모든 것을 파괴하기 시작한다.
천마도법의 절기 멸세천마도.
칠대천마가 만들어 낸 최강의 절기가 북천왕의 절기와 맞부딪치며 굉음을 동반한 섬광을 만들어 낸다.
파아아앗!
콰과과과과과광!
천마가 보여
지은이 : 보용도
발행인 : 손병태
발행처 : ㈜알에스미디어
주소 : 경기도 부천시 부천로 198번길 18 춘의테크노파크 2차 201동 503호
전화 : 032-651-85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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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6602-6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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