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ousand years old Heavenly Demon RAW novel - Chapter 304
304화
쩌저적 쩌적.
“크으읍……!”
화경급 고수가 작정하고 전개한 절기가 맞부딪치자 대지에 빠르게 균열이 가 그 파편이 사방으로 흩날리기 시작한다.
자신이 전개한 십사광형도가 조금씩 뒤로 밀려나기 시작하자 북천왕이 믿을 수 없다는 듯 소리친다.
“마, 말도 안 돼는……!”
상대가 천재라는 사실은 인정했다.
처음에는 동천왕의 조력을 믿고 근접전으로 승부를 보려 했지만, 저 천신련주라는 애송이는 언제나 한 걸음 빨리 그의 도초를 읽어 내고 있었으니까.
심지어 화경급 고수 둘을 상대하는 난전에서도 조금의 흔들림을 보이지 않았다는 것은, 상대가 단순히 재능만 가진 애송이가 아니라는 것을 의미한다.
겉모양만 애송이지, 아마도 생사를 오가는 실전을 수도 없이 치러 본 백전노장일 가능성이 농후하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을 감안한다고 해도 지금의 이 상황은 도저히 믿어지지 않는다.
‘어찌…… 고작 이립 남짓한 애송이가 이만한 위력의 강기를……!’
기라는 것은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위력이 천차만별로 갈린다고는 하지만, 동등한 경지의 대결에서 강기의 위력을 결정짓는 가장 큰 요인은 역시나 내력이다.
상대라고 해서 구파일방이나 천마신교의 초상승절학을 익힌 것은 아닐 진데, 대체 어떻게 자신의 독문절기를 이렇게나 쉽사리 밀어낼 수 있다는 말인가?
콰과과과과.
“이……!”
십자광형도의 형체가 금방이라도 파괴될 듯 위태롭게 흔들린다.
한 번 더 절기를 펼쳐 방어하기에는 무리가 따르는 상황.
그때, 저 멀리서 양 손에 머금어진 수강으로 사무현의 강기를 정신없이 찢어발기는 동천왕의 모습이 그의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그 순간.
콰과광!
콰구구구구.
십자광형도를 완전히 파괴하고 그의 신형마저 집어삼키기 위해 팽창해 오는 강기.
이에 퍼뜩 정신을 차린 북천왕이 전력으로 도강을 끌어 올린다.
“으라아아아!”
쩌저저저정!
절규인지 무엇인지 모를 기합과 함께, 동천왕이 그러했던 것처럼 북천왕도 사력을 다해 자신을 뒤덮으려는 사무현의 강기를 찢어발긴다.
그러자 팽창하던 강기가 서서히 그 속도를 늦추더니 이윽고 위태롭게 형태가 흔들리기 시작한다.
그리고 잠시 후.
파아아앗!
콰과과과광!
팽창을 멈춘 사무현의 강기가 밝은 섬광과 함께 대폭발을 일으키며, 동천왕과 북천왕, 그리고 사무현의 신형이 폭발 속으로 자취를 감춘다.
***
부웅.
콰과과광!
수직으로 그어진 수룡왕의 일도가 남천왕이 있던 자리를 지나 대지를 내려친다.
대지에서 큰 균열이 일어나며 남천왕의 균형이 일순간 흔들렸지만, 그 와중에도 갈지(之)자의 형태로 날아든 남천왕의 검초가 기어이 수룡왕의 한쪽 어깨를 스치고 지나간다.
촤아아악!
부웅.
남천왕의 공격에 아랑곳하지 않고 그대로 바닥을 내려쳤던 도를 휘두르는 수룡왕.
딱히 극쾌(極快)를 추구하는 것 같지 않음에도 실로 섬광 같은 일도가 아슬아슬하게 남천왕의 앞 머리칼을 스치고 지나간다.
스팟!
스걱!
촤아악!
수룡왕의 일격을 피해 낸 남천왕이 그대로 섬광 같은 검초를 전개해 그의 두꺼운 팔뚝에 생채기를 만들어 낸다.
찢긴 무복 사이로 붉은 피가 흘러나오자 수룡왕이 미간을 찌푸리며 너덜너덜해진 무복 소매를 거칠게 찢어 낸다.
찌이익.
후두둑.
“……쯧, 쥐새끼 같은 놈.”
전투가 시작되고 벌써 백여 합은 부딪친 것 같은데, 첫 합에 만들었던 생채기를 제외하고는 남천왕에게서 어떤 상처도 찾아볼 수 없다.
그리고 그에 반해 수룡왕의 몸 곳곳에는 수많은 잔생채기가 가득한 상태.
한번만 제대로 맞추면 순식간에 승기를 잡아 버릴 수 있을 것 같은데 놈은 상상 이상으로 냉정하고 영악하게 전투를 풀어 가고 있었다.
‘그저 허명(虛名)만은 아니라는 건가.’
음지사왕 중 가장 냉정하고 계산적인 성격을 가진 이가 남천왕이라 했다.
암왕과 살왕이 죽고 서천왕은 한쪽 팔이 잘렸으니, 사실상 음지제일검(陰地第一劍)에 가장 가까운 인물.
새삼스럽지만, 상대도 괜히 음지의 왕이라 불리는 것은 아니라는 게 실감된다.
남천왕을 잡기 위해 수룡왕이 다시금 자세를 낮추려는 그때.
“……계속 할 셈인가?”
“음?”
“어차피 무의미하지 않은가?”
그를 향해 방어 자세를 취한 남천왕의 한 마디에 수룡왕의 눈이 가늘어진다.
“무슨 뜻이냐?”
“너는 분명 강하다. 하지만 나와는 상성이 좋지 않아.”
“…….”
“이대로 계속해 봐야 결국 쓰러지는 건 너다. 물론 나 또한 네게 치명상을 가하지 못하니 꽤나 공을 들여야겠지만…… 너 또한 굳이 목숨까지 걸어 가며 저들의 편에 설 이유가 없지 않느냐는 말이다.”
덤덤한 어투로 수룡왕을 설득하는 남천왕.
이에 천천히 고개를 가로 꺾은 수룡왕이 한쪽 입꼬리를 말아 올리며 묻는다.
“과연…… 그러니까 네 말인즉, 이대로 가면 네가 이길 수 있다는 말이로군.”
“네 도초는 눈에 훤히 보이니까.”
“…….”
“파괴력 하나만큼은 인정하마. 아마 선상 전투에서는 쾌검보다 파괴력에 중점을 둔 도법이 위력을 발휘하는 모양이지만…… 이곳은 흔들리는 배 위가 아닌 땅이다. 너 정도의 도초로는 절대로 날 베어 낼 수 없다.”
“…….”
“어찌하겠나?”
최후의 통첩이라도 날리듯 질문을 던지는 남천왕.
이에 잠시 동안 침묵을 지키던 수룡왕이, 이윽고 참을 수 없다는 듯 큰 소리로 광소를 터뜨린다.
“큭…… 큭큭큭…… 크하하하! 으핫핫핫핫!”
“……무엇이 우습지?”
수룡왕의 반응이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슬며시 검 끝을 고쳐 쥐며 남천왕이 묻는다.
그러자 잠시 후, 힘겹게 웃음을 멈춘 수룡왕이 여기저기 너덜거리는 자신의 무복 상의를 한 손으로 찢어내 버린다.
쫘아아악.
“쯧, 이거…… 아무래도 내가 아주 우습게 보인 모양이군.”
흡사 동네 파락호처럼 건들거리듯 말을 꺼낸 수룡왕이, 곧 표정을 굳히며 도를 움켜쥔 손에 더욱 힘을 가했다.
그러자 두터우면서도 강철 같은 수룡왕의 전완근이 역동적으로 꿈틀거리더니, 곧 그의 팔을 타고 흐르던 핏물이 그대로 굳어져 버렸다.
그리고 이런 그의 신체 변화는 몸 곳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벌어지고 있었다.
“이런…… 말도 안 되는…….”
각자의 의지로 살아 움직이는 듯한 거대한 수룡왕의 근육들이, 하나같이 선명하게 갈라지는가 싶더니 곳곳에 만들어져 있던 생채기들을 멎게 만들어 버린 것이다.
이렇게 되면 그가 지금까지 입힌 피해를 일시적으로나마 무용지물로 만드는 것.
물론 저것만으로 상황을 뒤집었다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도저히 인간이 맞는지 의구심이 드는 그 광경에 남천왕이 마른침을 꿀꺽 삼킨다.
“이 몸은 살아생전, 저 천신련주와의 싸움 이전까지 패배를 경험하지 못했다.”
“……알고 있다.”
그럴 테지.
누구라도 수룡왕을 보는 순간, 저자는 태어난 순간부터 지배자의 운명을 타고났다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을 테니까.
저 말도 안 되는 신체로, 타고난 투지와 오만함으로 지금껏 헤아릴 수 없을 만큼 수많은 적을 죽이고 또 죽여 왔을 것이다.
“하나…… 그건 어디까지나 네 상대가 수적들이었기에 가능했던 일. 장강을 벗어난 중원 무림은…… 우리가 활동했던 음지는 그보다 훨씬 더 넓다는 사실을 알아야지.”
“크핫핫핫! 그래, 나를 알지 못하니 그리 생각할 수밖에 없을 테지!”
큰 소리로 웃음을 터뜨리며 고개를 끄덕인 수룡왕이, 곧 섬뜩한 눈으로 남천왕을 노려보며 도 끝을 겨눈다.
“멍청한 놈…… 내가 수룡왕인 이유는, 내가 지금껏 활동한 곳이 장강이었기 때문이다!”
“……뭐라?”
“내가 음지에서 활동했다면 음지는 내 손으로 통일되었을 것이고, 정파에서 났다면 사무제 위에 내가 있었을 것이다! 우물에 있었기에 내가 있었던 것이 아니라, 하필이면 내가 있던 곳이 우물이었을 뿐이다!”
“……!”
자신감을 넘어선 오만함…… 아니, 그것을 훌쩍 뛰어넘은 광오함.
그 모든 것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수룡왕의 외침과 눈빛에 남천왕이 자신도 모르게 한 걸음 뒤로 물러나며 검을 쥔 손아귀에 힘을 준다.
“……괴물 같은 놈.”
결국 남천왕의 입에서 흘러나온 한 마디.
그 순간, 순식간에 어마어마한 기세를 끌어 올린 수룡왕의 일도가 남천왕을 향해 그어진다.
부웅.
쐐애애애액!
수룡왕이 그어 낸 궤적에 따라 허공에서 기다란 강기가 만들어 진다.
그가 만들어 낸 강기가 마치 한 줄기 포탄처럼 남천왕이 있는 곳에 떨어진다.
콰과과과광!
수룡왕의 도격을 정면으로 받아 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지금까지의 싸움으로 이미 깨달은 남천왕이다.
재빨리 허공으로 몸을 날려 수룡왕의 강기를 피해냄과 동시에, 자신을 향해 달려드는 수룡왕의 움직임을 제한하기 위해 다섯 줄기의 강기를 만들어 낸다.
샤샤샤샥!
콰과광! 쾅! 콰과과광!
남천왕이 만들어 낸 강기를 도강으로 쓸어 버리며 그를 향해 접근하는 수룡왕.
한쪽 어깨에 미처 쳐내지 못한 강기가 스쳐 지나갔지만 조금도 신경 쓰지 않았다.
순식간에 남천왕의 앞으로 도착한 수룡왕의 도초가 한 줄기 섬광처럼 그의 목을 향해 날아든다.
스팟!
또다시 일 보(一步) 차이로 허공을 가르는 수룡왕의 도초.
조금 전보다는 빨라졌지만, 여전히 단조로운 그의 도격에 남천왕의 얼굴에도 이내 여유가 깃들었다.
‘그리 달라진 것도 없군.’
아니, 설령 이보다 더 빨라진 극쾌의 도초를 펼친다 해도 이렇게까지 변화가 없이 단조로운 도초라면 얼마든 피해 낼 수 있다.
그를 화경의 경지에 오르도록 훈련을 시킨 당사자는 다름 아닌 살왕.
그리고 지난 사 년간 그가 목표로 하고 수련했던 이는 바로 음지제일도(陰地第一刀)라고 할 수 있는 북천왕이다.
그런 그에게 있어, 그저 강하기만 할 뿐 무리(武理)가 깃들지 않은 수룡왕의 도초는 그저 몸뚱어리만 강한 짐승을 상대하는 것과 크게 다를 바 없었다.
그렇게 수룡왕을 향해 반격을 가하려 검초를 전개하던 그 순간.
스륵.
“……!”
분명 그의 도에는 스치지도 않았건만, 난데없이 그의 앞머리칼이 잘려 나가 허공을 날린다.
무형(無形)의 도기(刀氣)였을까?
당혹스러움에 두 눈을 크게 뜨며 물러나는 남천왕을 향해, 어느덧 수룡왕의 두 번째 도격이 섬광같이 그의 목을 노리고 날아든다.
스팡!
“읏……!”
이번에는 반보(半步)의 차이로 아슬아슬하게 도격을 피해 낸 남천왕.
어리석었다.
눈앞의 상대에만 모든 것을 집중해야 했는데, 자신의 계산을 넘어선 뜻밖의 상황에 집중력을 흐트러뜨리고 말았다.
그리고 그 순간.
주르륵.
목 언저리가 따끔한가 싶더니 곧 그의 목선을 타고 붉은 핏방울이 흘러내린다.
대경실색한 남천왕의 검초가 그대로 섬광같이 수룡왕의 목을 노린다.
촤아아악!
“킥……!”
“뭣……!”
몸을 뒤로 빼서 피하기는커녕 도리어 몸을 비틀며 앞으로 나선 수룡왕.
자칫 목이 꿰뚫릴 수도 있었던 상황이었지만, 결국 목선에 긴 검흔을 만들어 내며 치명상을 빗겨나간다.
그리고 그와 함께 수룡왕의 반대편 주먹이 그대로 남천왕의 몸으로 날아들었다.
콰아아앙!
뚜두둑.
“……!”
갈비뼈가 통째로 부러지는 듯한 소리가 머릿속에 울려 퍼졌으나, 남천왕 또한 산전수전을 모조리 겪어 온 음지의 절대 고수 중 하나다.
상대와 자신 모두 서로에게 치명상을 가할 거리에 들어와 있었기에, 공격을 마친 수룡왕의 턱을 전력을 다해 올려 찬다.
콰아앙!
“큭……!”
이번 공격에는 꽤 충격이 있었는지 수룡왕의 거대한 몸이 비틀거리며 뒷걸음질을 친다.
그와 함께 남천왕의 검이 복잡한 변화를 그리며 수룡왕의 상체를 난도질하기 시작한다.
촤좌좌좍! 촤아악!
“저…… 저런!”
“안돼……!”
어디선가 들려오는 당혹 섞인 외침들.
하지만 남천왕은 알고 있었다.
지금 자신의 검 끝에서는 상대의 뼈를 가르는 결정적인 느낌이 전혀 전해지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얕았다!’
그것을 깨달은 순간, 뒤로 밀려나던 수룡왕이 비릿한 미소를 머금으며 자신의 태도를 고쳐 쥔다.
“킥…… 끝이다.”
“……!”
타닷.
부웅.
한쪽 발로 땅을 내디뎌 균형을 잡기 무섭게, 사선으로 태도를 휘둘러 반격을 가하는 수룡왕.
이 순간만큼은 피할 길이 전무했기에 남천왕도 결단코 하지 않으려던 선택을 하는 수밖에 없었다.
다급히 끌어 올린 검강을 머금은 남천왕의 얇디얇은 검이, 육중한 수룡왕의 태도를 가로막았다.
쩌저저저저정!
뚜두둑.
우렁찬 폭음과 함께 도격을 버텨 낸 남천왕의 신형이 허공으로 붕 뜬다.
가까스로 버텨 내긴 했지만 지금의 공방으로 검을 쥔 오른 손목이 뒤틀려 버렸다.
그리고 설상가상, 거기서 그치지 않고 날아든 수룡왕의 강기가 남천왕을 향해 쉼 없이 쇄도했다.
“이런……!”
쐐애애액!
콰과과과광!
도강과 검강이 만들어 낸 거대한 폭음과 함께, 남천왕의 신형이 끈 떨어진 연처럼 힘없이 나가떨어졌다.
천마가 보여
지은이 : 보용도
발행인 : 손병태
발행처 : ㈜알에스미디어
주소 : 경기도 부천시 부천로 198번길 18 춘의테크노파크 2차 201동 503호
전화 : 032-651-8576
E-mail : [email protected]
ISBN : 979-11-6602-645-4
이 책의 모든 내용에 대한 편집권은 저자와의 계약에 의해 ㈜알에스미디어에 있으므로 무단 복제, 수정, 배포 행위를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