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ousand years old Heavenly Demon RAW novel - Chapter 308
308화
“……!”
자신의 팔이 통째로 뜯겨 나간 믿을 수 없는 현실에 화우명의 입이 떡하고 벌어진다.
그의 입에서 비명이 채 터지기도 전에, 소교주의 남은 한쪽 손이 그의 입을 움켜쥔다.
터덕.
“읍……! 으읍……!”
“어리석구나……. 차라리 싸우다 죽는 쪽으로 방향을 택했더라면…….”
“……!”
“최소한 무인으로 인정은 해 주었을 터이거늘.”
콰드드득.
턱관절이 통째로 부러졌는지 화우명의 턱이 아래로 축 늘어진다.
그러고는 고통에 몸부림치는 화우명의 얼굴에서 손을 떼어 내는가 싶더니, 검은 마기가 깃든 그의 일장이 화우명의 흉부로 날아가 꽂혔다.
쩌정!
“……!”
털썩.
“컥……! 꺼걱……! 끄륵……!”
화우명의 귀와 눈, 두 코와 입에서 붉은 피가 흘러나온다.
비명을 내지르고 싶어도 쉴 틈 없이 흘러나오는 핏물에 막혀 아무런 소리도 낼 수 없다.
여기에 팔이 뽑히고 턱관절이 부러진 통증까지 더해지자 화우명이 고통으로 경련을 일으킨다.
툭.
“그야말로 벌레 같은 죽음이로다.”
화우명의 잘려 나간 팔을 던져 주며 노골적인 조소를 머금는 소교주.
그 모습을 지켜보는 북천왕의 입에서 신음과도 같은 중얼거림이 흘러나온다.
“어…… 어떻게 저런…….”
음지에서도 수많은 이들에게 공포를 느끼게 하기 위해, 혹은 철천지원수를 응징하기 위해 필요 이상으로 끔찍한 고통을 주는 방법들이 존재한다.
사지를 잘라 자결을 못하도록 하는 것 또한 그런 방법들 중 하나.
북천왕 또한 그런 잔혹한 광경을 몇 번이나 봐 온 인물이지만, 저 소교주라 불린 사내의 손속에서는 지금까지 겪어 보지 못했던 섬뜩함이 느껴졌다.
‘행위의 목적이 없다!’
본보기를 위해?
아니면 복수를 위해?
……아니, 어느 쪽도 아니다.
저것은 그저 단순한 기분풀이다.
그의 말대로, 지나가는 벌레를 밟아 죽이는 것 같은 행위.
하지만 실리로 움직이는 음지의 특성상, 저런 비효율적이고 끔찍한 행위를 자신의 기분에 따라 벌이는 이들은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실로 이질적인 존재에 대한 두려움을 이겨 내고자 마른침을 삼키는 북천왕과는 달리, 사무현은 오른손에 쥐어진 천마도에 더더욱 힘을 싣고 있었다.
꽈악.
‘저놈을 저렇게 간단히……!’
물론 동천왕은 사무현에게 있어서도 그리 어려운 상대가 아니다.
천수마공을 익혀 그와 같이 화경의 경지에 오른 괴물이라고는 하지만, 기초를 충실히 다지지 않고 위태롭게 쌓아 올린 탑을 보는 느낌이었으니까.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저렇게 힘 하나들이지 않고 간단하게 죽일 수 있는 녀석은 결단코 아니다.
긴장감과 경계 섞인 사무현의 시선을 받아 내며 죽어 가는 동천왕을 바라보던 소교주가, 이윽고 천천히 고개를 들어 주위를 둘러본다.
“이거…… 기껏 기다린 여흥이 시시하게 끝나 버렸구나.”
“…….”
“설마 벌레들끼리 어울리라고 만들어 놓은 판에 웬 잡종 하나가 끼어 있을 줄이야…… .”
소교주의 시선이 이윽고 사무현에게 향한다.
최대한 아무렇지 않게 그를 마주하려 했지만, 본능적인 두려움과 공포심에 사무현의 천마도가 슬그머니 몸의 중심으로 일치된다.
“하하, 내가 기습이라도 할까 걱정되는 게냐? 그럴 필요 없다.”
“…….”
“네가 대비를 하건 하지 않건…… 너 같은 것의 숨통을 끊는 일은, 지나가는 벌레를 밟아 죽이는 것만큼 쉬운 일이니 말이다.”
보란 듯이 오만한 미소를 머금으며 도발하는 소교주의 한마디에 사무현이 말없이 그를 노려본다.
두려움에 떠는 것도, 이를 감추기 위해 과하게 흥분하는 것도 좋지 않다.
어차피 싸우고자 마음먹었다면 그가 지켜야 할 것은 평정심과 적당한 긴장감뿐.
동요하지 않고 덤덤히 서 있는 사무현의 모습에, 소교주의 입가에 머금어져 있던 미소가 조금 옅어졌다.
“네놈, 정말로 나와 해 보려는…… 음?”
사무현을 향해 한 발을 내디디려던 그때 무언가 의아함을 느꼈는지 소교주의 눈이 가늘어진다.
낯이 익다.
아니, 단순히 낯이 익은 정도가 아니라 분명히 알고 있는 녀석이다.
두려움과 공포가 깔려 있지만, 그 이상의 침착함과 투지가 읽히는 저 눈빛.
저건 절대로 그를 처음 보거나 모르는 이의 반응이 아니다.
‘한데 어째서 기억에 없는 것이지?’
도신을 몸의 중심에 일치시키고 그를 노려보는 빈틈없는 모습.
그의 입장에서 벌레라고 표현하기는 했지만, 사실 저 정도 되는 녀석은 화경급에서도 그리 찾아보기 쉽지 않다.
저만하면 제 아무리 벌레라도 기억에 남아 있을 터인데, 묘하게 낯이 익다는 것 외에는 떠오르는 것이 없다.
“네놈…… 혹여나 나를 본 적이…….”
결국 의아함을 이기지 못한 소교주가 막 질문을 던지려는 순간.
쓰윽.
“오랜만에 뵙소이다, 소교주.”
침묵을 지키고 그들의 대치를 지켜보고 있던 북천왕이, 슬그머니 소교주 쪽으로 다가가 포권을 해 보인다.
“암천막의 멸문 이후로 거의 사 년 만이구려.”
“역시…… 이상한 일이군.”
“무엇이 말이오?”
“너 같은 벌레도 기억 속에 있는데, 어찌 저만한 놈이 내 기억에 남지 않았다는 말이냐?”
무심한 소교주의 모욕에 북천왕의 얼굴이 붉게 달아오른다.
“지, 지금…… 뭐라 하셨소? 벌…….”
스걱.
촤아아아악!
“……!”
수강이나, 강기를 사용한 공격은 아니었다.
그저 북천왕을 향해 그어 내린 가벼운 손짓.
그 순간 북천왕의 목에 선 하나가 그어지더니, 그대로 붉은 피가 분수처럼 뿜어져 나온다.
“컥! 커헉……!”
“멍청한 것. 얌전히 입 다물고 있었더라면 조금이라도 더 살 수 있었을 터인데.”
“……!”
“뭐, 하기야…… 어차피 하잘 것 없는 생이니 조금 더 살아 본들 의미는 없겠구나.”
북천왕을 향해 대놓고 조소를 머금는 소교주.
그 순간, 두 눈에 공포가 어려 있던 북천왕의 얼굴에 분노가 자리하기 시작한다.
터덕.
한 손으로 피가 흘러내리는 목을 움켜잡은 채 부들부들 떨며 도신을 치켜드는 북천왕.
살아남기 위한 발버둥 같은 것이 아닌, 자신을 조롱하고 농락하는 상대에 대한 분노가 그를 지배한다.
“크르륵……! 나를…… 크륵……! 지금까지……! 크륵! 가지고……! 놀아……!”
목의 베어진 상처로 끊임없이 피와 공기가 새어 나왔지만, 분노에 찬 목소리로 한 마디씩 내뱉는 북천왕.
그런 그를 바라보며 소교주가 한쪽 입꼬리를 말아 올린다.
“이제 알았느냐?”
“……!”
“너도, 그리고 다른 사천살들도 암천막이라는 거목을 부러뜨려 중원의 이목을 흔들기 위한 패에 불과했느니라.”
“이……!”
“잠시나마 왕이 되어 즐거웠느냐?”
자신을 향한 명백한 비웃음.
지난 수년간 마교의 힘을 빌어 암천막을 무너뜨렸다는 자괴감을, 스스로의 야망을 실현에 옮겼다는 자부심으로 덮으며 살아왔던 북천이다.
한데 그 모든 것이 결국 저들의 각본에 의해 주어진 감투와 영광이었다니.
“크르르륵……! 추거라아아!”
목과 입에서 피분수를 토해 내면서도, 진원진기까지 끌어 모은 마지막 일도를 휘두르는 북천왕.
화경의 고수가 목숨을 걸고 전개하는 동귀어진식의 공격이니만큼, 그의 도신을 타고 뻗어 나간 강기의 크기는 그 높이만 석 장에 이르렀다.
주변의 나무가 뿌리째 뽑혀 날아가고 사무현조차도 그 무시무시한 기파에 내력을 끌어 올려 버텨야 했을 정도였다.
콰과과과과.
“흐음…….”
뒷짐을 지고 서서 자신을 향해 날아드는 북천왕의 강기를 바라보던 소교주가, 곧 실소와 함께 우수를 내뻗는다.
“너도 가거라.”
파아아앗!
콰과과과과과!
소교주의 우수에서 광범위한 검은 마기가 뻗어 나가는가 싶더니, 이내 북천왕의 강기를 뒤덮으며 인근의 대지를 산산이 파괴하기 시작한다.
콰구구구구구.
“……!”
진원진기까지 끌어 모은 자신의 강기가 검은 마기에 맥없이 밀려나는 모습을 지켜보며 북천왕의 눈이 경악으로 물든다.
암왕과 파마불제가 힘을 합쳤음에도 당해내지 못한 괴물이라는 것은 익히 들어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 둘은 저 괴물을 상대로 일각 가까이를 버텼다 들었는데, 어째서 자신은 고작 한순간을 버티지 못한다는 말인가?
“크륵…… 크라라악!”
한평생 스스로의 힘으로 아무것도 이루지 못했다는 분노.
그리고 자신의 손으로 마교를 끌어들였다는 것에 대한 죄책감과 혐오감에 북천왕이 절규를 토해 낸다.
하지만 그 또한 잠시.
결국 그의 강기를 완전히 소멸시키며 날아든 검은 마기가 그의 몸과 함께 인근을 휩쓸어 버렸다.
콰과과과과과.
강기가 뒤섞인 마기에 의해 북천왕의 신형이 순식간에 갈기갈기 찢겨 사라져 버리고, 곧 그가 서 있던 자리는 나무 한 토막 남지 않은 평지로 변해 있었다.
“천마추혈장(天魔追血掌)에 의한 최후이니, 벌레치고는 썩 나쁘지 않은 죽음이었구나.”
시신조차 남지 않은 북천왕을 향해 무심하게 중얼거리는 소교주.
잠시 후 다시 뒷짐을 진 그의 시선이 조금 전보다 긴장감이 느껴지는 사무현에게로 향한다.
“하면 이제 너 하나가 남았는데……. 어떠냐?”
“……무엇이 말이냐?”
“네놈과는 분명 안면이 있는 것 같은데…… 내게 자비라도 구하기 위해 스스로 정체를 밝혀 볼 생각은 없느냐?”
“……말 같지도 않은 소리.”
“그래, 그리 말할 것이라 생각했지. 나는 꽤 감이 좋은 편이라서 말이다.”
사무현이 단칼에 거절하자 그럴 줄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는 소교주.
하지만 잠시 후 다시 사무현을 바라본 그의 얼굴에는 알 수 없는 분노와 혐오감이 깃들어 있었다.
“너처럼 겁 없고 고집스러운 눈을 가진 종자들은…… 대부분 죽기 직전까지도 고개를 빳빳이 세우는 법이니까.”
스팟!
쩌저저저정!
촤지이익.
말이 끝나기 무섭게 사무현을 향해 휘둘러지는 소교주의 일수.
강기나, 수기(手氣)를 전개한 것도 아닌데 사무현의 몸이 뒤쪽으로 밀려나며 그의 무복 일부가 잘려 나간다.
처음과는 달리 미세하게 사선으로 도신을 기울이고 있는 사무현의 모습에 소교주가 이채를 머금는다.
“오호라, 이거 제법이구나. 고작 화경 따위가 심검(心劍)에 반응을 보였다고?”
“…….”
“흐음…… 이것 참, 어차피 모두 죽일 계획인데도 네 정체는 썩 궁금해지는구나.”
턱 끝을 매만지며 고민된다는 듯 중얼거리던 소교주가, 문득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는 듯 한쪽 입꼬리를 말아 올리며 입을 열었다.
“태상(太上), 조암(助暗), 구마(具魔).”
스스슥.
“부르셨습니까, 소교주이시여.”
소교주의 한마디에 그림자처럼 허공을 날아 그의 뒤에 부복하는 세 명의 장로들.
마교의 장로라는 이름이 무색하지 않게, 어둠 속에서 그들의 움직임을 제대로 읽어 낸 이는 저 수 많은 이들 중 사무현 하나뿐이었다.
“아무래도 나는, 시간이 얼마가 걸리든 저 천신련주라는 녀석의 정체를 들어 봐야겠다.”
“…….”
“저놈의 입에서 스스로의 정체가 나오기 전까지…… 이 일대에서 살아 있는 불신자의 흔적을 지우도록.”
“존명!”
소교주의 말에 하나 된 목소리로 답하는 마교의 장로들.
그러고는 그대로 허공으로 솟구쳐 흩어진 이들 중 둘은, 각각 수룡왕과 살암의 앞에 섰다.
타닷.
탓.
그 둘과는 달리 음지 무사들의 진형 앞에 떨어진 장로, 태상이 양팔을 펼쳐 보이며 음지 무사들을 향해 소리친다.
“모두 듣거라! 음지사왕은 죽었고, 지금부터 천신련과 대천마신교(大天魔神敎)의 전투가 벌어질 것이다.”
“……!”
“지금부터 교의 불신자들은 모두 죽음을 맞이할 것인즉, 살고 싶다면 어느 쪽에 속할지를 택하라!”
조금 전 소교주 만큼은 아니지만 실로 방대한 내력이 실린 태상장로의 외침.
이에 음지 무사들이 술렁이며 서로의 눈치를 살피기 시작하자, 그들 중 가장 앞에 선 무사들을 바라보며 태상장로가 입을 열었다.
“천마재림!”
“…….”
“만마앙복!”
광기 어린 미소를 머금고 그들을 똑바로 바라보는 태상장로의 모습에, 결국 그와 눈이 마주친 음지 무사 하나가 바닥에 부복하며 목소리를 높인다.
“처, 천마재림! 만마앙복!”
“천마재림! 만마앙복!”
한 명의 무사가 굴복하자, 이후는 더할 나위 없이 빠르게 허물어졌다.
음지사왕 중 둘이 저 소교주라 불린 이에게 너무도 손쉽게 목숨을 잃는 것을 보았다.
이미 천신련과의 싸움에 밀려 기세를 잃은 그들에게, 상상할 수 없는 막강한 힘을 가진 존재는 공포를 넘어선 경외심을 가지게 만들기 충분했다.
그렇게 순식간에 음지의 무사 모두를 휘하에 넣은 태상장로가 천신련을 돌아보며 히죽 미소를 머금는다.
이제 자신이 할 일은 다 마쳤다는 듯이.
“잘 되었군……. 하면 어디, 슬슬 사냥을 시작해 볼까?”
태상장로의 일이 마무리되자, 수룡왕의 앞에 선 장로, 조암이 양손의 호조에서 검은 마기를 뽑아낸다.
천마가 보여
지은이 : 보용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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