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ousand years old Heavenly Demon RAW novel - Chapter 309
309화
“뭐라? 사냥?”
자신을 무시하는 듯한 조암 장로의 발언에 수룡왕의 눈썹이 꿈틀한다.
“이 마교 놈이…… 감히 어디서 시건방진 소리를 지껄이느냐!”
분노한 외침과 함께 길쭉한 도강을 뽑아낸 수룡왕이 조암 장로를 향해 일도를 휘두른다.
이에 검붉은 강기를 머금은 조암 장로가 한 팔의 호조로 수룡왕의 도를 가로막는다.
쩌저저정!
“흐음……. 과연. 중원은 이 정도의 수준으로 왕(王)이라 불릴 수 있는 모양이군.”
“뭣……!”
자신의 도가 한 팔에 가로막혔다는 사실에 수룡왕이 두 눈을 부릅뜨자, 조암 장로의 반대편 호조에서 뻗어 나온 네 줄기의 강기가 아래쪽에서부터 수룡왕의 안면으로 쇄도한다.
스팟!
촤아아악!
“……!”
상체를 뒤로 젖히며 거리를 벌리려 했으나, 절묘하게 호조를 비튼 조암이 날 사이로 도신이 빠져나가는 것을 늦추었다.
도의 회수가 늦은 탓에 조암의 강기가 수룡왕의 흉부를 아슬아슬하게 스치고 말았다.
뼈까지 닿은 깊은 상처는 아니었지만, 조금 전 남천왕과의 전투로 입은 상처 위로 새로운 상처가 덧입혀지며 붉은 피가 터져 나온다.
“끝이다.”
“큭……! 감히이!”
콰과광!
비틀거리며 밀려나는 수룡왕을 추격하려던 조암이, 밀려나는 와중에도 반격을 가한 수룡왕의 일도에 뒤쪽으로 밀려난다.
부웅,
촤지이익.
“큭……!”
터더덕.
밀려나며 안착한 조암이 자세를 바로 하는 사이 다급히 혈도를 짚어 지혈하는 수룡왕.
그 모습을 지켜보며, 어느새 다시금 자세를 취한 조암이 짧은 탄사를 흘린다.
“이건 조금 놀랐군. 자세가 무너진 상황에서 이런 도격을 휘두를 수 있다고?”
“후우…… 후우…….”
“흐음……. 과연. 이 정도면 아주 시시한 사냥은 되지 않겠구나.”
만족스럽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 조암이 스산한 미소를 머금으며 수룡왕에게 접근한다.
이에 거칠어진 숨을 최대한 고르며 방어 자세를 취하는 수룡왕.
스스로 공세를 포기한 자신의 모습에 이가 갈릴 지경이었지만 그래도 이 상황은 위험하다.
아무리 정상적인 상태가 아니라고는 하지만, 나름대로 전력을 다한 그의 일도를 어렵지 않게 받아 낼 수 있는 괴물이니까.
‘빌어먹을…… 설마 이런 전개가 되어 버릴 줄이야!’
만약 마교가 개입했다는 사실을 알았더라면 이번 전쟁에 참가하지 않았을 것이다.
속으로 욕지거리를 내뱉는 것도 잠시.
어느덧 거리를 좁혀온 조암과 수룡왕이 본격적인 공방을 나누기 시작한다.
쩌저저정!
“자…… 그럼 어디 이쪽도 시작해 볼까?”
수룡왕과 조암 장로의 대결이 시작되자 구마 장로도 살암과의 거리를 좁혀 온다.
그런대로 진중해 보이는 조암 장로와는 달리, 구마 장로의 눈에는 흥미로움과 기묘한 광기가 일렁이고 있었다.
“이거 재미있구나. 전대 암천막주에 이어 그 후계자까지 내 손으로 죽이게 되다니…….”
“……뭐? 그건 무슨 헛소리냐?”
“이런…… 몰랐느냐? 사천살과 전투 중이던 전대 암천막주를 죽인 이가, 바로 나 구마이거늘.”
두 눈을 희번덕이며 미소를 머금은 구마가, 수강을 끌어 올리며 살암을 향해 말을 잇는다.
“그래…… 살왕이라는 명성에 걸맞지 못한, 실로 비참하고 한심한 최후였지.”
“……!”
콰과과과광!
구마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살암이 전개한 강기가 매섭게 날아든다.
그런 살암의 강기를 수강으로 가볍게 상쇄시킨 구마가 쇳소리와 같은 웃음을 흘린다.
“킥…… 제법 날카로움은 담겨 있다만.”
쐐애애액!
쩌저저저저정!
기습적으로 구마 장로의 일수가 내뻗어지며, 섬광같이 날아든 검붉은 강기가 살암의 신형을 허공으로 띄운다.
촤지이이이익.
“……큭!”
“거기에 실린 무게감과 속도는, 스승의 반도 따라가질 못하는구나.”
다섯 장 가까이 밀려나 얼굴을 일그러뜨리는 살암을 조소하듯 바라보는 구마.
이에 지그시 입술을 깨문 살암이 곧이어 검강을 끌어 올리며 자리를 박찬다.
쾅!
“죽여 주마! 스승님의 원수!”
쩌저저정!
콰과광!
푸른 검강을 머금은 살암의 검초와, 그의 공격을 여유롭게 받아 내는 검붉은 구마의 수강이 요란한 폭음을 연달아 만들어 낸다.
언뜻 치열한 공방처럼 보이지만, 어느 정도 보는 눈이 있는 이들은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으리라.
저 싸움은 마치 어린아이를 데리고 노는 듯한 구마 장로의 일방적인 여흥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흐, 흑룡문주님. 저희가 뭐라도 해 봐야 하지 않겠습니까?”
한눈에 보아도 불리해 보이는 저들의 전투를 지켜보며 귀창문주가 불안한 듯 말을 꺼낸다.
부상을 당한 까닭인지 방어조차 버거워 보이는 수룡왕과, 거의 일방적으로 놀잇감이 되고 있는 암천막주 살암.
하기야, 당연할 것이다.
강자존의 율법이 지배하는 천마신교에서 당당히 장로의 자리에 오른 괴물들이, 이미 한차례 격전을 벌여 지친 저들을 상대로 밀릴 리 만무하니까.
아마 저들의 전투를 저대로 내버려 두면, 오래 버티지 못하고 목숨을 잃을 것이 너무도 자명했다.
하지만…….
“잠시만…… 기다리게.”
“예, 예?”
씹어 내뱉듯이 어렵사리 말문을 연 흑룡문주가, 온몸을 부들부들 떨며 초인적인 인내력으로 스스로를 억누른다.
“여기서 우리가 움직이면, 저들이라고 가만있을 리가 없지 않은가.”
“하…… 하지만…….”
흑룡문주의 말에, 저 멀리 음지의 무사들을 휘어잡고 있는 마교의 장로를 바라보는 귀창문주.
다른 장로들과는 달리 오랜 세월이 외모에 드러나 있는 그는, 알 수 없는 희열에 찬 얼굴로 전장을 지켜보고 있었다.
“십중팔구 저자도 저들과 같은 장로의 신분일 것이네. 만일 저자까지 합류한다면 상황은 결코 지금보다 나아지지 않을 것이야.”
“하, 하면…… 이대로 보고만 있을 수밖에 없다는 말입니까?”
흑룡문주의 말에 당혹스러운 기색을 드러내며 묻는 구호단주.
하지만 질문을 던지면서도 그 또한 알고 있었다.
그들의 힘으로는 저 괴물 같은 장로들을 막아 낼 수 없다.
결국 지금 그들이 움직이는 것은, 저 불리한 전투를 치르고 있는 이들에게 더 큰 짐을 지우는 꼴밖에 되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고통스러운 침묵이 얼마나 지났을까?
이윽고 마음을 다잡은 듯, 천천히 고개를 끄덕인 흑룡문주가 입을 열었다.
“우선은 지켜보세.”
“…….”
“그리고…… 저 두 분 중, 한 분이라도 위태로운 상황에 놓인다면.”
꽈악.
“그때에는…… 뒤는 생각지 말고 목숨을 걸도록 하세.”
스스로 먼저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분함을 억누르기라도 하듯, 도를 쥔 그의 손아귀에 힘이 더해진다.
패배가 확실시된 상황에서 자신들의 목숨을 아끼지 않고 산화하는 것.
결국, 그것이 지금 그들이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었다.
***
“……크륵.”
풀썩.
피가래가 끓는 듯한 마지막 숨소리를 끝으로, 생체 기능을 모두 멈춘 동천왕의 몸이 바닥에 힘없이 늘어진다.
사무현의 시선이 말없이 그에게로 향하자 뒷짐을 지고 그를 마주하고 있던 소교주가 느릿하게 입을 열었다.
“저것이 신경 쓰였나?”
“…….”
“시끄러워서?”
꿈틀.
조금 전까지 자신의 수하였던 동천왕을 진심으로 벌레 취급하는 소교주의 발언에, 눈썹을 꿈틀한 사무현이 그를 노려본다.
“한때나마 수하였던 자의 죽음을 그런 식으로 말하나?”
“음? 설마 동정심을 품는 건가?”
“헛소리 마라. 네 손에 죽지 않았다면 내 손으로 죽였을 놈이니까.”
“하면 뭐지? 설마 내 손으로 죽인 벌레를 사람 취급이라도 할 거라 생각했나?”
“…….”
“……확실히 흔히 볼 수 있는 놈은 아니구나.”
사무현의 행동에 고개를 주억인 소교주가 짧은 실소를 흘린다.
“너만 한 재능을 가진 이들은, 자신 이외에 인간들에게 동질감을 느끼지 못하는 법인데 말이다.”
“……그건 너희 같은 마교도 새끼들이나 그렇겠지.”
대화를 이어 가면 이어 갈수록 헛구역질이 날 정도의 분노와 역겨움이 치밀어 오른다.
천마도를 쥔 사무현의 오른손에 핏대가 서기 시작하자, 천마가 낮은 음성으로 경고한다.
“흥분하지 마라. 저런 놈이 상대라면 한순간에 목숨을 잃을 수 있다.”
“……알고 있어.”
“음……?”
사무현이 천마에게 답하는 소리를 들었는지 소교주의 눈이 가늘어진다.
“지금 누구에게…….”
쐐액!
콰과과과광!
소교주가 고개를 갸우뚱하며 입을 여는 순간 사무현의 도가 섬광같이 휘둘러진다.
그가 펼칠 수 있는 최대한의 쾌검.
그리고 잠시 후, 강기가 폭발한 여파 속에서 한 손에 수강을 끌어 올린 소교주의 모습이 그의 눈에 들어온다.
스스스.
“……놀랍구나.”
자신의 손에서 느껴진 무게감을 즐기기라도 하듯, 수강이 머금어진 우수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인 소교주가 사무현에게 시선을 돌린다.
“파괴력, 속도, 순발력…… 심지어 순간적인 판단으로 빈틈을 노리는 과감함까지…… 과연, 이제야 네 정체를 확실히 알겠구나.”
“……뭐?”
“시치미 뗄 것 없다. 근 이백년 간 평화로웠던 무림강호에서, 너만 한 녀석이 갑작스레 나타나는 것은 실로 어려운 일이지.”
다 알고 있다는 듯 히죽 미소를 머금어 보인 소교주가 사무현을 향해 한 걸음 다가가며 입을 열었다.
“네놈의 무기가 도(刀)였기 때문에 혹시나 싶었지만…… 화우명을 상대로 보여 주었던 그 절기만으로도 어느 정도 짐작은 하고 있었다. 네놈은 역시 무신(武神), 그 잡것의 제자였구나.”
“…….”
한순간 상대가 자신의 정체를 떠올렸을까 긴장했던 사무현이 조용히 마른침을 삼킨다.
‘다행히 기억은 못 하는 모양이네.’
하기야, 어찌 보면 당연할 것이다.
우선 당시의 사무현과 지금의 사무현은 외형적으로도 많이 변해 있었다.
당시에는 약관도 되지 않은 나이였기에 지금보다 키나 골격도 더 작았고 얼굴도 더 앳되었을 테니까.
더군다나 환골탈태까지 이룩하는 과정에서 한 번 더 성장이 있었으니, 그 찰나의 기억을 수년씩이나 선명하게 가지고 있지 않은 이상 그를 못 알아보는 것이 당연하다.
‘하기야, 저놈이 그 십삼 대 천마였지.’
칠 대 천마와 무신, 단아란과 같은 인간들을 겪으며 알게 된 사실이 있다.
인간의 한계를 몇 단계나 벗어나 타인과 동질감을 느낄 수 없을 만큼 강해진 그들은, 특별히 깊었던 기억이나 관계가 아니면 대부분 쉽사리 머리에서 지워 버리곤 했다.
아니, 사실 처음부터 관심 자체를 크게 두지 않는다는 게 조금 더 정확한 표현이겠지만.
그렇기에 사무현은 저 소교주…… 아니, 십삼 대 천마가 자신을 기억하지 못할 것이라 생각하고 있었다.
당시 놈이 사무현을 만났을 때는, 그따위는 신경도 쓸 수 없을 만큼 거대한 존재감을 가진 괴물이 한자리에 있었으니까.
바로 초대 천마라는 괴물이…….
그 존재를 떠올리며 잠시 몸을 움츠렸던 사무현이, 이내 눈앞의 상대를 떠올리고 정신을 집중한다.
지금은 엉뚱한 잡념에 휘말릴 때가 아니다.
저 괴물이 얼마나 과거 전성기의 힘을 되찾았는지는 모르지만, 십중팔구 지금의 자신으로는 목숨을 걸어도 승부를 장담할 수 없다.
그렇게 사무현이 정신을 집중하자, 어느새 다시금 두 손을 뒷짐 진 십삼 대 천마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꺼낸다.
“들어와 보거라. 다른 놈들이라면 기회를 줄 것도 없이 죽였겠지만, 그 무신 놈의 제자라면 조금 어울려 줄 마음이 있으니.”
역시…… 그 무신한테 뒈진 새끼라 그런가 생각보다 한이 어지간히 깊은 모양이다.
뭐, 그러면 이쪽은 환영이다.
자신을 얕잡아 보고 즐기겠다 마음먹은 상대라면, 어떻게든 빈틈을 노려 볼 여지가 있으니까.
더 시간 끌 것 없이 내력을 끌어 올린 사무현이, 곧바로 십삼 대 천마를 향해 일도를 휘두른다.
부웅.
콰과과과과.
강기가 뒤섞인 만마참풍이 그 어느 때보다도 쾌속하게 십삼 대 천마를 향해 날아든다.
피할 길이 존재하지 않는 만변(萬變).
상대의 시선이 만마참풍의 화려함에 빼앗긴 그 틈에, 호신강기를 끌어 올린 사무현이 그대로 자리를 박찬다.
쾅!
‘시작부터 전력으로!’
십만대산에서는 무신에게, 연무학관에서는 단아란에게, 그리고 매일같이 이공간에서 천마에게.
그 괴물들에게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두들겨 맞으면서 사무현이 확실히 깨우친 것이 있다.
압도적인 실력 차이가 나는 괴물을 상대로 어설프게 기량을 가늠하려는 잔꾀는 통하지 않는다는 것.
시작부터 전력으로 밀어붙이며 기회를 노리다, 결정적인 순간에 동귀어진에 가까운 공격을 노려 보는 게 유일한 해답이다.
‘살 정도는 얼마든지 내어 준다!’
피투성이가 되더라도 상대의 의표를 찌를 수만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그렇게 만마참풍의 공간 안으로 사무현이 뛰어드는 그 순간.
파앗!
저 안에서 검붉은 섬광 같은 것이 번쩍였다.
“조심해라! 앞……!”
콰과과과광!
천마의 외침을 끊고 날아든 검붉은 강기가 눈 깜짝할 사이에 사무현과 충돌하며 거대한 폭발을 일으킨다.
폭음에 의해 뒤이어진 천마의 목소리가 파묻혀 버리고, 사무현의 신형이 저 먼 뒤쪽으로 힘없이 나가떨어진다.
천마가 보여
지은이 : 보용도
발행인 : 손병태
발행처 : ㈜알에스미디어
주소 : 경기도 부천시 부천로 198번길 18 춘의테크노파크 2차 201동 50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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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6602-6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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