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ousand years old Heavenly Demon RAW novel - Chapter 31
031화
쩌저정!
촤악!
어둠 속에서 한 줄기의 도광(刀光)이 번뜩이더니 사무현의 앞을 가로막은 무사가 싸늘한 주검이 되어 흙바닥을 나뒹굴었다.
털썩.
“……빌어먹을, 누구 덕에 이게 무슨 꼴이야?”
막 신호탄을 터뜨린 두 명의 흑의 무사를 베어 넘기며, 사무현이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그리고 그런 사무현을 향해, 천마도 지지 않고 핏대를 세우며 언성을 높인다.
“그건 본좌가 할 말이다! 멍청하게 멈추라는 손짓과 이리 오라는 손짓도 구분하지 못하느냐!”
“이 밤중에 그만한 거리에서 손짓하는 게 보이면 그게 사람이냐? 진작에 말로 했어야지!”
“본좌는 보인다! 본좌는!”
“넌 귀신이잖아, 이 새끼야!”
콰광!
……그렇게 신명나게 티격태격하면서도, 용케 어둠 속의 적들과 교전을 이어 가는 사무현.
하지만 조금 전 신호탄의 영향인지, 처음에는 그리 대단치 않았던 놈들의 숫자가 빠른 속도로 늘어나기 시작했다.
‘젠장, 이러다 포위당하겠네.’
아직까지는 ‘절정고수’인지 뭔지 하는 것들이 보이지 않지만, 앞으로 나타날 녀석들 중에도 없으리라는 보장은 없다.
우선 이곳을 빠져나가야 겠다는 생각에 사무현이 천마를 바라보자, 그가 다급히 한쪽으로 검지를 뻗는다.
“저쪽이다. 조금만 더 가면 고원을 빠져나갈 수 있다.”
“그래……? 좋아!”
파바밧!
천마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사무현이 화려하게 보법을 밟으며 포위망의 사이를 비집고 지나간다.
쾅! 퍽! 퍽!
……중간중간 안 되는 것들은 그냥 받아 버리면서.
“크윽……! 놈이 빠져나가려 한다!”
“퇴로를 차단해라!”
쐐애애액 쾅! 쾅!
사무현이 그들의 미완성된 포위망을 뚫고 고원을 빠져나가려 하는 것을 눈치채자, 저들 중 몇몇이 다급히 하늘로 신호탄을 쏘아 가며 지원을 요청했다.
하지만 이곳은 그야말로 칠흑같은 어둠을 자랑하는 십만대산의 고원.
가뜩이나 피아 식별도 어려운 상황에 난전까지 벌어졌으니, 그 안에서 다수가 일사불란한 판단과 움직임을 보이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그리고 바로 이 부분이, 사무현에게는 상당한 이점으로 작용하고 있었다.
챙, 챙챙!
“크윽! 여기 놈이 있다! 여기……!”
“뭐? 이런 젠장, 너였냐?”
“아, 아니다! 아군이다! 이쪽이 아니다!”
“빌어먹을……! 대체 놈은 어디 있는 거냐!”
사무현을 놓치지 않고 추격하는 이들과, 그를 놓치고 아군과 뒤섞여 버린 이들.
여기저기서 피아 구분의 실수로 칼부림들이 벌어지는 아수라장이 연출되고, 또 일부는 도망치는 사무현을 악착같이 따라붙으며 지원 병력과 합세했다.
샤샤샥!
퍼벅, 퍽!
“앗, 따거! 아우, 이 새끼들이 진짜……!”
치사하게 저 멀리서 비도나 던지고 있다니.
니들이 그러고도 무인이냐?
퍽!
“악! 이건 특히 더 따갑네! 빌어먹을 새끼!”
다른 놈들보다 내공이 다소 특출난 놈이 섞여 있었는지, 유독 아픈 비도 하나가 날아들어 사무현의 등짝을 후려쳤다.
이 새끼, 내가 딴 놈은 몰라도 너는 그냥 안 둔다.
타닷!
“뒈져!”
촤좍!
“크악!”
유달리 아픈(?) 암기를 던진 대가로, 갑작스레 방향을 바꾸어 달려든 사무현에게 세로로 몸이 쪼개져 버린 흑의 무사.
그런데 그 순간, 사무현의 귓가로 다급한 천마의 일성이 울려 퍼진다.
“야! 피해……!”
쾅!
“으헉!”
휘리릭.
쿵.
난데없이 사무현의 안면을 가격한 무형의 검기.
잠시 후, 짧은 폭음과 함께 나가떨어졌던 사무현이 코끝을 슥 비비며 몸을 일으켰다.
“……젠장, 이거 꽤 아프네.”
“그러니까 목적지로 잘 가다 왜 갑자기 뒤로 빠지느냐?”
“더럽게 아프게 때리는데 그럼 그걸 계속 맞으며 가냐? 니가 좀 더 빨리 말해 줬어야지.”
“본좌였다면 그 정도만으로도 충분히 반응했을 거다.”
……누가 옳고 그른지 따지고 싶지도 않은 유치한 설전이 오가던 그때, 돌연 말을 멈춘 천마가 슬며시 미간을 찌푸리며 한쪽으로 고개를 돌린다.
“봐라. 네놈이 여유를 부리니 저런 것이 따라붙지 않았느냐?”
“……이 정도가 여유 부린 거면 세상은 나태 지옥이겠네.”
“쯧. 아무튼 집중해라. 절정급의 등장이시니.”
“어, 나도 대충 눈치챘다.”
이틀간 이어진 추격전과 전투 속에서, 검기라고 불리는 것에 몇 번이나 얻어맞아 본 사무현이다.
하지만 그때마다 통증은 느꼈을지언정 이렇게 몸이 날아갔던 적은 없었다.
‘……딱 한 번 있었지.’
그 귀적인지 뭔지 하는 절정고수와 붙었을 때, 그때.
‘다행히 이번에는 기절은 안 했네.’
아마도 검강이 아닌 검기에 얻어맞았기 때문일 거다.
아무튼…….
저벅저벅.
스스슥.
가까워지는 가벼운 발소리와 함께, 사무현을 중심으로 형성되어 있던 포위망이 다소 넓게 퍼진다.
그리고 잠시 후, 그 사이로 흑의무사 하나가 모습을 드러냈다.
“……지원이 올 때까지 잠시만 잡고 버티면 되는 것을, 고작 한 놈의 발을 못 묶어 쩔쩔매고 있는 것이냐?”
“죄, 죄송합니다, 조장.”
“쯧, 한심한 놈들.”
수하들로 보이는 이들의 보고를 들은 흑의 무사가 못마땅한 듯 혀를 차더니 사무현에게 다가가 자신의 검 끝을 겨누었다.
“만악대(萬惡隊)의 백인조장, 사혈(死血)이다. 이제부터는 내가 너를…….”
“사혈? 그거 누르면 뒈진다는 혈자리 아니냐?”
천마를 돌아보며 사무현이 묻자, 천마가 한쪽 입꼬리를 꿈틀하며 고개를 끄덕인다.
“……그래, 맞다.”
“거…… 부모님이 뉘신지 이름 한번 대충 지었네.”
“이…… 잡놈이……!”
뿌드드득.
화가 머리끝까지 치솟았는지, 어금니를 꽉 깨문 사혈의 검에 검붉은 검강이 석 자가량 치솟는다.
“화장장로께 가기 전에 사지를 먼저 찢어 놔야 할 놈이구나!”
파밧!
살기를 흩뿌리며 노도와 같이 달려드는 사혈의 모습에, 사무현이 사뭇 진지한 얼굴로 천마도를 치켜세웠다.
‘좋아, 일단 흥분했고.’
전투에 있어 절대 금물인 두 가지가 있으니, 그것은 방심과 흥분이다.
“죽어라, 놈!”
역시나 예상대로 공격이 단순하다.
자신의 어깨로 정직하게 내리쳐지는 놈의 공격에, 가볍게 몸을 비틀며 천마도를 휘두르는 사무현.
그런 사무현의 반응을 예상이라도 했는지, 그의 어깨를 노리고 날아들던 사혈의 검이 허공에서 비틀어지며 사무현의 흉부를 사선으로 그어 낸다.
촤좍!
“……읏!”
순식간에 무복 앞섶이 잘려 나간 사무현이, 짧은 당혹성과 함께 다급히 뒤쪽으로 물러난다.
아슬아슬하게 놈에 대한 공격을 멈추었기에 망정이지, 잘못했으면 이전처럼 한 번에 치명상을 내어 줄 뻔했다.
그렇게 놈의 공격을 한 번 흘려 낸 그 순간.
쾅!
지이이익.
첫 번째 검격 이후 곧바로 날아든 사혈의 일 각이, 사무현의 명치를 걷어차며 그의 몸을 뒤쪽으로 밀어냈다.
가까스로 버텨 내기는 했지만, 상당한 내력이 실려 있던 것인지 복부 전체가 뻐근해져 올 정도다.
……이 새끼, 절정은 절정이네.
“큽……!”
“칠성 공력의 마상각(魔狀脚)을 견뎌 낸다고?”
사무현이 서 있다는 상황이 이해가 가지 않는 듯, 미간을 찌푸리며 계속해서 달려드는 사혈.
이에 사무현이 다급히 천마도를 휘두르려 하자, 검강을 머금은 사혈의 검이 사무현의 도를 가로막았다.
쩌저정!
“큽……!”
“그 어떤 신병이라 한들, 검강을 넘어설 수는 없는 법이지.”
침음성을 흘리는 사무현을 향한 비웃음 섞인 사혈의 한마디.
곧이어 사무현의 도를 가볍게 밀쳐낸 사혈이, 사무현의 흉부에 다시 한번 일 검을 휘둘렀다.
아니, 휘두르려 했다.
덥석.
“읏……! 아니?”
사무현의 도를 떨쳐낸 그 순간, 사무현의 왼손이 검을 쥔 사혈의 손목을 움켜쥐었다.
당혹스러워하는 사혈의 얼굴을 향해, 사무현이 회심의 미소를 머금어 보였다.
“그래. 검강인지 뭔지, 맞아 보니 더럽게 아프긴 하더라.”
“크읍……! 이놈이……!”
“그런데 그거 아냐? 그딴 거 쓰건 안 쓰건, 칼 맞으면 뒈지는 건 다 똑같댄다.”
“……!”
쾅!
살기 어린 사무현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퍼뜩 정신을 차린 사혈이 다급히 사무현의 안면에 일 권을 꽂아 넣는다.
하지만 금강불괴의 사무현이, 급히 내력을 실은 주먹 정도로 밀려날 리 만무.
그 사실을 떠올린 사혈이 다급히 주먹에 권강(拳罡)을 끌어올리려 했지만, 그 전에 섬뜩한 소리와 함께 사무현의 천마도가 그의 허리를 갈랐다.
서걱.
털썩.
“……퉤! 아, 입 다 헐었네.”
새끼가, 갈 거면 곱게 갈 것이지 주먹질은 왜 하냐, 주먹질은?
“자, 위험한 놈은 하나 보냈고, 이제 다시 시작해 봐야지?”
고인 피를 뱉어 낸 사무현이 포위한 적들을 향해 천마도를 겨누자, 한 순간 기세에 밀렸는지 저들의 진형이 주춤한다.
“이, 이런……! 일단 신호탄부터 쏴라!”
쐐애애액! 쾅! 쾅!
“……망할, 또 튀어야겠네.”
저놈들의 포위망을 뚫으면서 확신한 사실이 있다.
이 드넓은 고원에서, 놈들이 사무현의 위치를 전할 방도는 오직 신호탄뿐이라는 사실.
말인즉, 신호탄이 터진 직후 그곳을 벗어나기만 한다면 저놈들 전체에게 포위당하는 최악의 상황은 넘길 수 있다는 의미다.
타닷!
“뒈지기 싫으면 비켜, 이 새끼들아!”
“마, 막아라! 지원이 올 때까지 버텨!”
쩌저정!
비록 상대의 방심과 사무현에 대한 정보 부족이 합쳐진 결과였다고는 하지만, 어쨌거나 절정급 고수 하나를 저승으로 보낸 사무현.
이미 자신들의 상대가 아님을 인지해 버린 마교의 무사들은, 사무현의 천마도에 추풍낙엽처럼 휩쓸려 나갈 뿐이었다.
***
저벅.
“……어디 있느냐.”
짙은 살기가 밴 화상 장로의 음성.
마지막 신호탄이 쏘아진 장소에 도착했으나 놈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이 자리에 남은 것은 십중팔구 일방적이었을 전투의 흔적들.
그리고 그의 손에 붙들려 있는, 아직 생이 끊어지지 않은 이름 모를 평무사 한 명뿐.
“죄, 죄송합니다, 화상장로님.”
“의식이 붙어 있다면 쓸데없는 말에 힘을 쓰지 마라.”
“…….”
“놈은 어디로 갔느냐.”
점차 자신의 목을 조여 오는 화상장로의 손아귀에 사색이 되었지만, 평무사는 최대한 침착하게 자신이 아는 바를 토해 냈다.
“놈은…… 추적을 받으며 남동(南東)쪽으로 향했습니다.”
“남동쪽?”
“예, 남동…….”
콰드득.
보고를 이어 가던 평무사가, 한순간 감정의 동요를 조절하지 못한 화상장로의 손에 목숨을 잃었다.
벌떡.
“이런, 빌어먹을……!”
파밧!
주검이 되어 버린 평무사는 아랑곳하지 않은 채, 벌떡 몸을 일으킨 화상장로가 그대로 남동쪽으로 경공술을 펼쳐 날아간다.
‘침착해라. 벌써 고원을 빠져나갔을 리는 만무하다!’
마지막 신호탄이 쏘아진 지는 일각도 채 지나지 않았다. 놈이 아무리 빨리 움직인다고 한들, 남동쪽의 포위망을 쉽게 뚫고 달아날 수는 없을 터.
그래, 지금이라면 아직 늦지 않았을 것이다.
‘만일…… 만일 놈이 경계에 접어들었다면……!’
빠드드득.
……아니, 그런 결말은 생각해서도 안 된다.
지금 그가 해야 할 일은, 모든 감각을 동원해서라도 기필코 놈을 찾아내는 것뿐!
그렇게 정신없이 화상장로가 남동쪽으로 달리던 그 순간.
쐐애애액.
쾅. 쾅.
‘……놈! 거기더냐!’
고원의 남동쪽 끝자락에서 쏘아 올린 한 줄기의 신호탄.
그것을 확인한 순간, 화상장로의 신형이 한 줄기 섬광이 되어 어둠 속을 쏘아져 날아갔다.
***
촤좌좍!
……풀썩.
“허억! 허억! 아, 진짜 더럽게 많네!”
“벌써 지치면 곤란하다. 괜찮은 거냐?”
“후우……. 네 눈엔 지금 이게 괜찮아……!”
쩌저정!
“……보이냐!”
털썩.
사무현을 포위한 채 계속해서 밀려드는 천마신교의 무사들.
베어도 베어도 자꾸 나타나는 놈들을 무시하고 달렸는데, 어느새 그를 포위한 무사의 수가 족히 삼십여 명에 가깝게 늘어났다.
“헉! 헉! 어디서 저렇게 계속 나타나는 거야?”
“그러니까 빨리 이곳을 빠져나가야 한다! 새로운 신호탄을 보고 자꾸 몰려드는 것이 아니냐?”
“놈을 막아라! 절대 고원을 빠져나가게 해서는 안 된다!”
더는 사무현을 빠져나가게 해서는 안 되겠다고 생각했는지, 저것들도 슬슬 목숨을 버려 가며 물고 늘어지는 상황.
이쯤 되니 아무리 사무현이라도 체력적으로 지치지 않을 도리가 없다.
그리고…….
‘……빌어먹을 절정 새끼들.’
조금 전 평무사들 사이에 섞여 달려든 절정급 고수 한 명이, 사무현의 옆구리에 얕지만 확실한 검상을 남겨 버렸다.
사혈인지 뭔지 하는 녀석에게 얻어맞은 복부에서도 아직 통증이 느껴지는데, 옆구리에서 흘러나오는 출혈도 사무현을 보다 빠르게 지치게 만들고 있다.
“힘들겠지만 집중해라. 조금 전에 신호탄이 터졌으니, 계속 머물고 있다가는 또 새로운 놈들이 들이닥칠 거다.”
“……알고 있어, 그 정도는.”
신중한 천마의 음성에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금 천마도를 치켜세우는 사무현.
그런데 그 순간, 돌연 그의 뒤쪽에 서 있던 천마가 한쪽으로 고개를 돌리며 놀란 듯 두 눈을 추켜 떴다.
“……이런!”
“뭔데, 또!”
저 소리가 들리고 난 후에 뒤가 좋았던 적이 없다.
가뜩이나 안 좋은 상황에, 대체 또 무슨 일이 벌어지려고?
“……뛰어라.”
“뭐라고? 어딜…….”
“물을 시간에 일단 뛰……!”
쐐애애애액!
콰과과과광!
난데없는 한 줄기의 검붉은 섬광이 번쩍이더니, 맹세코 태어난 이후 가장 강력한 충격이 사무현의 전신을 후려쳤다.
천마가 보여
지은이 : 보용도
발행인 : 손병태
발행처 : ㈜알에스미디어
주소 : 경기도 부천시 부천로 198번길 18 춘의테크노파크 2차 201동 503호
전화 : 032-651-8576
E-mail : [email protected]
ISBN : 979-11-6602-6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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