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ousand years old Heavenly Demon RAW novel - Chapter 310
310화
“큭……!”
휘리리릭.
촤지이익.
끈 풀린 연처럼 허공을 날던 사무현이 이윽고 허공을 한 바퀴 돌아 바닥에 안착한다.
아슬아슬한 순간, 천마의 외침을 듣고 도강을 끌어 올렸기에 망정이지, 하마터면 단 한 합으로 승부가 지어질 뻔했다.
“쿨럭……! 퉤!”
어찌어찌 방어를 해냈음에도 강기의 위력을 받아 낸 충격으로 기혈이 역류했다.
딱히 대단한 절기를 사용한 것도 아닌, 만마참풍을 받아 내는 와중에 전개한 평범한 강기인데 이런 말도 안 되는 위력이라니……!
검붉은 피를 뱉어 낸 사무현이 고개를 들자, 강기의 폭풍 속에서도 무복 하나 상하지 않고 서 있는 십삼 대 천마의 모습이 그의 눈에 들어온다.
“도(刀)의 장점을 살리면서 동시에 변화를 꾀한다라……. 제법 쓸 만한 초식이구나. 다른 것은 또 없느냐?”
“후우……. 후우…….”
“없다면 이쪽에서 가지.”
그 말과 함께 십삼 대 천마의 우수가 휘둘러지자, 조금 전 사무현을 공격한 것과 유사한 검붉은 강기가 쏘아져 날아든다.
쐐애애액!
쩌저저저정!
“크으읍……!”
촤지이이익.
이번에는 조금 더 안정적으로 받아 내긴 했지만 사무현의 얼굴은 오히려 처음보다 더 처참하게 일그러졌다.
조금 전과는 달리 눈으로 보고 반응해낸 공격이었다.
날아드는 강기를 베어 내고 반격까지 생각하고 있었으나, 도를 놓치지 않고 가까스로 받아 낸 것이 그가 할 수 있는 전부였다.
실로 압도적인 힘의 차이를 느끼며 어금니를 악무는 사무현의 귓가로 다급한 천마의 음성이 날아들었다.
“정신 차려라! 위다!”
천마의 외침에 사무현이 고개를 치켜들자, 어느새 저 먼 하늘에서 그의 머리 위로 떨어지고 있는 십삼 대 천마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쿵!
“윽……!”
“쯧……. 천마군림보(天魔君臨步)구나.”
불쾌함이 역력한 천마의 음성과 함께 난데없이 거대한 압력이 사무현의 어깨를 짓누른다.
처음에는 그저 단순한 기세 정도일 것이라 생각했지만, 빠른 속도로 대지에 균열이 가기 시작하더니 그를 압박하는 무게가 기하급수적으로 무거워지기 시작한다.
“그대로 있다가는 압사당한다. 강기로 틈을 벌어 최대한 빨리 이 인근을 벗어나라.”
“마…… 말이 쉽지……!”
아닌 게 아니라 정말 당장이라도 압사당할 것만 같은 기분이다.
어느 순간부터는 몸의 일부라고 느꼈을 만큼 가벼웠던 천마도가, 만근거암을 들어 올리는 것만큼 무겁게 느껴진다.
하지만…….
“으으……! 으라아아!”
부웅.
온몸이 부러질 듯한 무게를 이겨 내고 가까스로 일도를 휘두르는 사무현.
잠시 후 그가 전개한 강기가 십삼 대 천마에게로 날아가 폭발을 일으킨다.
쐐애애액!
콰과과과광!
파밧!
강기가 폭발을 일으키는 순간, 잠시나마 몸이 가벼워진 틈을 타 사무현이 황급히 경공술을 펼친다.
그리고 잠시 후, 강기를 상쇄시키고 바닥에 안착한 십삼 대 천마가 어느새 거리를 벌리고 있는 사무현을 바라보며 탄사를 흘린다.
“이거 놀랍구나. 어지간히 노련한 화경급 고수도 군림보를 파훼하는 경우는 드물거늘.”
“후우…… 후우…….”
“설령 무신 그것에게 군림보에 대해 들은 적이 있다 해도 경험해 본 적은 처음일 테지. 천재는 천재라는 말이구나.”
고개를 주억이며 사무현을 평가하는 십삼 대 천마.
이에 호흡을 가다듬던 사무현이 내심 일그러진 미소를 머금는다.
‘천재는 무슨.’
하기야, 어느 누구라도 상상할 수 있을 리 만무하다.
사무현이 화경의 경지에 오른 이후 천마는 툭하면 다른 방식으로 사무현을 몰아쳤다.
때로는 최강의 도객으로.
때로는 체술의 달인으로.
때로는 천마신공을 자유자재로 사용하는 천마신교의 절대자의 모습으로.
그 때문에 지난 수년간 천마신공이라는 무공이 어떤 것인지에 대해서도, 그 무공을 어떻게 상대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수도 없이 겪어 본 사무현이다.
제아무리 상대가 전설적인 괴물이라고 하지만, 사무현을 가르친 저 칠 대 천마라는 놈도 결코 그에 못지않다!
“자…… 하면 어디, 근접전은 어떤지 볼까?”
쓰윽.
스팟!
“왼쪽으로 삼 초식.”
사무현을 향해 자세를 낮추는가 싶던 십삼 대 천마의 모습이 순간적으로 사라진다.
하지만 곧바로 들려온 천마의 음성에 사무현은 망설임 없이 몸을 돌려 전력으로 삼 초식을 전개했다.
쩌저저정!
“……!”
어느새 사무현의 왼편에서 나타나 수강으로 사무현의 도격을 가로막고 있는 십삼 대 천마의 모습.
그가 불신 어린 눈을 치켜뜨는 순간에도 천마의 주문은 계속해서 이어졌다.
“팔 초식을 전개하며 일 초식.”
천마도법의 팔 초식 만근도.
격산타우의 묘리로 상대의 내기를 뒤흔드는 절초와, 하늘 아래에 모든 것을 베어 넘기겠다는 도(刀)의 의지가 깃든 초식이 합쳐져 십삼 대 천마에게 떨어진다.
부웅.
쩌저저저정!
“음……!”
수강을 통해 사무현의 도격을 가로막은 십삼 대 천마의 미간이 슬며시 찌푸려진다.
격산타우를 도법에 적용시킨 수법 자체는 그리 놀라지 않았다.
한낱 애송이가 펼치기에는 꽤나 수준 높은 상승 초식이라 볼 수 있었지만, 이미 그에게 있어 사무현에 대한 평가는 평범한 화경의 고수 이상이라고 여기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이런 격산타우의 초식과 별개로, 수직으로 떨어진 도초의 예리함은 상상 이상이었다.
“이 초, 삼 초, 팔 초식과 삼 초식을 동시에.”
쾅! 콰광! 쩌저저정!
천마의 말이 쉴 틈 없이 이어지고 사무현의 도초 역시 무아지경으로 전개된다.
천마의 주문에 자신만의 해석이나 고민 따위는 넣지 않는다.
그에 대한 굳건한 신뢰 때문일까?
아니, 그런 것이 아니다.
그저 헤아릴 수도 없을 만큼 도를 맞대 온 천마의 의지가 사무현의 의지와 거의 완벽에 가깝게 일치되고 있던 까닭이다.
“하단은 무릎으로 막고 곧바로…….”
콰과광!
쩌저정!
천마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하단을 노리고 날아든 십삼 대 천마의 일각을 무릎으로 받아 내는 사무현.
비록 내력의 차를 이기지 못한 그의 몸이 허공으로 떠올랐으나 사무현의 도는 이미 십삼 대 천마의 안면으로 날아들고 있었다.
서로가 동시에 공방을 교환한 사무현과 십삼 대 천마가, 둘 중 누가 먼저라 할 것 없이 바닥을 박차고 서로를 향해 돌진한다.
쩌저정! 쩡!
“…….”
사무현과 십삼 대 천마의 격전을 지켜보며 어느 순간 말을 멈추고 팔짱을 끼는 천마.
사무현의 도초를 바라보고 있는 그의 입가에 옅은 미소가 머금어진다.
‘……좋구나.’
사무현의 경험과 성장을 위해 매번 다양한 방법으로 그를 몰아붙였던 천마였다.
근래 들어 사무현에게서 무언가 ‘변화’가 시작되었음을 느끼고 있기는 했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 그것을 뚜렷하게 느낀 적이 없었다.
이미 무아지경에 빠진 사무현 본인은 모르겠지만, 그의 도초는 이미 단순한 초식이라는 틀을 벗어나기 시작하고 있었다.
‘이제 정말 머지않았구나.’
아마 저 십삼 대 천마와의 전투는 사무현에게 다음 단계로 가기 위한 깨달음의 실마리를 제공할 것이다.
물론 이를 당장에 잡을 수 없겠지만, 적어도 벽을 넘는 시기를 상당히 앞당길 수는 있을 것이다.
‘다소 위험하더라도…… 최대한 앞당겨야만 한다.’
십삼 대 천마는 지금의 사무현에게 있어 실로 감당하기 힘든 적이다.
하지만, 사무현이 현 무림에서 살아남기 위해 넘어야 할 마지막 벽은 저런 반푼이 따위가 아니다.
‘……초대(初代).’
천마신교를 세우고 천마신공이라는 희대의 무공을 만든 절세 고수.
이 자리에 그가 아닌 십삼 대가 온 것은 사무현에게도 칠 대 천마 자신에게도 큰 행운이다.
만약 사무현의 앞에 선 것이 초대였다면, 사무현은 제대로 된 저항도, 깨달음을 얻을 기회도 얻지 못하고 목숨을 잃고 말았을 테니까.
물론 십삼 대와의 싸움도 위험한 것은 마찬가지였지만 초대에 비할 바는 결코 아니었다.
‘좋아…… 어디 마음껏 몰아붙여 보거라.’
흡족한 미소를 머금으며 십삼 대를 바라보는 천마.
그런데 그 순간, 줄곧 한 손으로만 사무현의 도격을 받아 내던 십삼 대 천마가 돌연 오른발을 들어 대지를 박찬다.
콰과과광!
쩌저정!
“……!”
심삼 대 천마의 진각이 만들어 낸 기파가 사방으로 퍼져 나간다.
그 순간 이에 밀린 사무현의 신형이 허공에 뜨자, 지금껏 뒷짐을 지고 있던 십삼 대 천마의 일장이 그대로 사무현의 복부로 날아든다.
쩌저저정!
“……커헉!”
일장이 복부에 꽂히자 사무현의 입에서 검붉은 피가 터져 나온다.
그리고…….
부웅.
콰당탕탕.
촤지이이이익.
다섯 장 가까이 허공을 날아 바닥에 나가떨어진 사무현이 긴 자국을 만들며 뒤쪽으로 밀려난다.
단 한 번의 타격임에도 꽤나 심각한 충격을 받았는지, 비틀거리며 몸을 일으키는 와중에도 사무현이 피를 토해 낸다.
“욱……! 쿨럭! 쿨럭!”
“이거…… 어처구니가 없는 놈이로구나.”
쓰러진 사무현이 아닌, 자신의 좌수를 내려다보고 있는 십삼 대 천마.
공격을 받는 와중에도 반격을 펼쳤는지, 그의 무복 소매가 세 치 가까이 잘려 나가 있었다.
“적당히 즐겨 보려 했는데…… 아무래도 내가 잘못 생각한 모양이구나.”
드드득 드드드득.
고개를 끄덕이며 중얼거린 십삼 대 천마를 중심으로 돌연 대지에 균열이 일어나기 시작한다.
“그다지 인정하고 싶지는 않지만…… 너 같은 종자들은 어설프게 짓밟았다가 반드시 후환이 되기 마련이지. 즐기는 것은 이쯤에서 마무리 지어야 할 모양이구나.”
“허억……! 허억……!”
콰드드득. 콰드드득.
거친 숨을 몰아쉬며 사무현이 몸을 일으키자, 십삼 대 천마의 우수를 중심으로 심상치 않은 검은 마기가 집중되기 시작한다.
그가 멸천장(滅天掌)을 준비하고 있다는 것을 눈치챈 칠 대 천마가 사무현을 향해 경고한다.
“내력을 가다듬고 집중해라. 멸천장이다.”
“후우…… 후우…….”
북천왕을 흔적도 없이 날려 버린 추혈장에 비해, 공격의 범위는 좁지만 위력만큼은 족히 두 단계나 나아간 무공이 바로 멸천장이다.
저 정도 되는 녀석이 저렇게 공력을 끌어 모으고 있다는 것은, 이것으로 승부를 끝내겠다는 의미다.
“후우…….”
다음 한 합에 목숨을 걸어야 한다는 것을 깨달은 사무현이 긴 호흡을 내뱉고 자신이 전개할 수 있는 최강의 절기를 준비한다.
스스스스.
사무현의 몸을 현란한 도초가 감싸 안는다.
도초를 중심으로 뻗어 나간 강기가 유형화된 막을 만들어 내고, 서서히 그 크기가 커지기 시작하며 인근의 대지가 균열을 만들기 시작한다.
콰과과과과.
“음……?”
멸천장을 준비하는 십삼 대 천마의 눈이 묘하게 가늘어진다.
강기가 복잡한 난회전과 응집을 반복하며 인근의 대자연의 기를 흡수하고 서서히 팽창해 나아간다.
저것이 도(刀)법이라는 것에 차이가 있기는 했지만, 저 기의 운용은 분명 그가 알고 있는 천마신공 최강의 절기와 기묘하게 닮아 있었다.
“……마지막까지 찝찝하게 만드는 놈이로구나.”
묘하게 이질감이 느껴지기는 했지만 십삼 대 천마는 이내 상념을 지웠다.
무신의 제자라는 놈이, 천마신공의 천마멸세를 견식해 보았을 리 만무하니까.
저것은 그저 무신이 그의 천마멸세를 겪고 만든 비슷한 무공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생각을 마친 십삼 대 천마가 그대로 우수를 내뻗으며 멸천장을 전개한다.
“죽어라.”
쐐애애애액!
쩌저저저저저정!
“크읍……!”
사무현이 전개하던 멸세천마도의 강기 위로 십삼 대 천마의 멸천장이 날아들었다.
우렁찬 폭음과 함께 대지가 산산이 파괴되며 두 기운의 힘겨루기가 시작됐다.
콰지지직. 콰지지직. 콰드드득.
“멸천장을 버티고 있다고?”
불신으로 부릅떠지는 십삼 대 천마의 눈.
아니, 저것은 단순히 버티고 있는 정도가 아니다.
그가 잘못 본 것이 아니라면 저 강기는 분명 멸천장의 기운을 찢어발기며 팽창하고 있다.
그리고 그것을 확인하기 무섭게, 십삼 대 천마의 좌수에서 검은 마기가 끌어 올려진다.
스스스스.
“……음? 저놈?”
십삼 대 천마의 예상치 못한 기의 움직임을 감지한 칠 대 천마가 두 눈을 가늘게 뜬다.
설마 지금껏 고고한 척 체면을 세우던 녀석이 밑도 끝도 없이 전력을 다하겠다는 뜻인가?
칠 대 천마가 이상함을 감지한 그 순간, 십삼 대 천마의 눈에는 짙은 살기가 흐르고 있었다.
‘죽여야 한다.’
저 강기의 대결을 보는 순간 확신이 섰다.
저놈은 반드시 이 자리에서 죽여야 할 놈이다.
그것도 최대한 빠른 시간 내에.
이건 어설픈 체면을 지키며 지체할 일이 아니다.
거기까지 생각을 마친 십삼 대 천마의 좌수가, 팽팽한 힘겨루기를 하는 두 기운의 격돌을 향해 내뻗어졌다.
“저, 저 버러지 같은 것이!”
일촉즉발의 상황에 칠 대 천마의 입에서 당혹성이 흘러나온다.
그리고 그와 함께, 십삼 대 천마의 입에서 비릿한 조소가 머금어진다.
“끝이다.”
“안 돼!”
두 천마의 희비가 교차하던 그 순간.
쐐애애액!
콰과과과광!
“……!”
난데없이 어디선가 날아든 한 줄기의 푸른 강기가, 십삼 대 천마가 전개하던 멸천장의 강기를 상쇄시키며 우렁찬 폭발을 일으켰다
“큭……! 어떤 놈이 이……!”
반사적으로 강기가 날아든 방향으로 고개를 돌리던 그 순간, 무언가를 느낀 십삼 대 천마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진다.
“이 기는…….”
“하…… 이거 뭐, 내가 살수도 아니고, 기척까지 죽여 가며 접근하느라 답답해 뒈질 뻔했네.”
저 멀리서 들려오는 선명한 여인의 음성에 십삼 대 천마의 얼굴에 놀라움의 기색이 번진다.
천마가 바라보는 방향에서는, 한 자루의 검을 아래로 늘어뜨린 여인이 건들거리는 발걸음으로 그를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누가 우리 오라버니 제자 건드리랬냐?”
“…….”
“뒈지려고.”
새하얀 이를 드러내며 악동 같은 미소를 머금고 있는 여인.
천무신녀 단아란의 등장이었다.
천마가 보여
지은이 : 보용도
발행인 : 손병태
발행처 : ㈜알에스미디어
주소 : 경기도 부천시 부천로 198번길 18 춘의테크노파크 2차 201동 503호
전화 : 032-651-85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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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6602-6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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