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ousand years old Heavenly Demon RAW novel - Chapter 312
312화
“과연…… 완벽하게 준비한 계획이라 생각했는데, 이런 식으로 일이 흘러갈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구나.”
“이미 늦었네. 오늘 이 자리에서 너희 모두를 죽이고, 이백 년 만의 마교 발호를 막을 터이니.”
신불의 준엄한 한 마디에 태상장로가 큰 소리로 웃음을 터뜨린다.
“하하하, 교의 발호를 막는다고? 우리의 계획을 눈치채고 역습을 준비한 노력은 가상하지만, 고작 이 정도로 뭐 바뀌는 것이 있을 성싶더냐?”
“아미타불…… 물론 완전히 막을 수 없을지는 모르지만, 그대들을 모두 죽이고 난다면 우리가 흘려야 할 피는 월등히 줄어들지 않겠는가?”
신불의 반문에 알 수 없는 조소를 머금은 태상장로가, 이윽고 느릿하게 한 손을 들어 올리며 입을 열었다.
“역시나 아무것도 모르는구나. 하기야, 이해할 수 있을 리가 없지. 지금의 이 전투는, 앞으로의 전쟁에서 중원이 흘려야 피를 줄여 주기 위한 나의 사려 깊은 배려였거늘.”
“배려?”
태상장로의 궤변에 신불의 미간이 슬며시 좁아진다.
마교도는 본래 생명의 무게 따위를 느끼는 이들이 아니다.
한데 전쟁을 일으킨 저들이 흘려야 할 피를 줄여주겠다니?
신불이 의아함을 느끼고 있던 그때, 태상장로가 이윽고 내력이 실린 우렁찬 목소리로 소리친다.
“음지의 모든 무사들은 들으라! 지금 이 순간부터 저들과의 전면전을 시작한다! 그리고, 살아남은 이들은 대천마신교의 수족으로 인정하겠노라!”
“……!”
“전쟁의 시작이다! 전원, 적들을 공격하라!”
“존명!”
“와아아아!”
태상장로의 외침과 함께 천신련의 진형으로 내달리기 시작하는 음지의 무사들.
처음에는 어찌할 바를 모르고 눈치를 살피던 이들마저, 선두에 서 있는 이들이 달려 나가자 마지못한 듯 그들의 뒤를 따른다.
“아미타불…… 어찌 저런…….”
한순간에 완벽하게 마교도의 편에 서 버린 음지 무사들을 바라보며 신불이 신음하듯 염불을 읊조린다.
아무리 그래도 저들은 한때 암천막의 소속이었던 음지 무사들이다.
비록 음지사왕이 죽은 시점에서 살아남기 위해 마교도들의 명을 받게 되었다고는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완전한 마교도가 되어 전쟁을 치르는 것은 다른 일이 아닌가?
당혹스러움이 역력히 드러나는 신불을 바라보며 태상장로가 흡족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왜, 상식적으로 이해가 가지 않는 상황인가?”
“…….”
“사람은 그렇지 않지만 대중은 생각보다 단순하지. 계산할 틈도 주지 않고 분위기를 몰아가면, 뭐가 맞는지도 모르면서 거기에 동화되어 버리니까.”
두 팔을 벌리며 재미있다는 듯 이야기를 늘어놓는 태상장로.
그런 그를 말없이 노려보는 신불을 향해, 잠시 후 그가 두 눈을 희번덕이며 말을 잇는다.
“물론…… 앞장서서 기폭제 역할을 해줄 몇몇이 필요한 법이긴 하지만.”
“아미타불……! 설마!”
그제야 상황을 짐작한 신불이 두 눈을 부릅뜨며 소리친다.
“저들 사이에도 마교도가……!”
“큭큭, 이미 늦었다!”
쐐액!
신불이 무어라 입을 열 틈도 없이 마기가 뒤섞인 장력을 내뻗는 태상장로.
이에 신불 또한 은백색의 장력을 내뿜으며 그 공격을 맞받아친다.
쩌저저정!
검은 마기와 은백색의 강기가 뒤섞인 그 폭발이 전쟁의 서막을 여는 신호탄이라도 되는 듯이, 음지의 무사들이 거대한 썰물처럼 전장을 향해 달려오고 있었다.
***
“흑룡문주님!”
“음!”
옆에서 들려오는 사문회주의 부름에 흑룡문주가 기다렸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다.
생각지도 못했던 마교의 개입, 그리고 마찬가지로 예상치도 못했던 전설들의 등장.
지금까지 저 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투는 감히 그들이 개입할 수 없는 인외(人外)의 영역이었다.
하지만, 적어도 이 순간만큼은 아니다.
쓰윽.
“천신련 전원! 전투 준비!”
챙! 채챙! 쓰윽.
흑룡문주의 외침과 함께, 이때만을 기다렸다는 듯 천신련의 모든 무사들이 각자의 무기를 꺼내 든다.
“지금 이 순간부터 우리의 적은 마교다! 천신련을, 그리고 더 나아가 중원을 노린 저들을 섬멸하라!”
“와아아아아!”
“사천방이 선두에 선다! 돌격하라!”
“와아아아!”
마치 이때를 기다렸다는 듯, 우렁차게 목소리를 높이며 앞으로 내달리는 막휘.
그런 그의 옆으로 적월과 만패, 나혼수가 따라 달린다.
이에 질 수 없다는 듯 손익패와 적사, 청사가 그 뒤를 따르고 사천방도들과 연무학관의 오십일 기수가 날개를 펼치듯 뒤를 따른다.
그렇게 얼마나 내달렸을까?
이윽고 신불과 태상장로의 전투가 벌어지고 있는 인근에서, 밀려드는 음지의 무사들과 사천방이 정면으로 충돌하기 시작했다.
콰아앙!
***
“빌어먹을……!”
빠른 속도로 전개되는 전쟁을 지켜보며 사무현이 욕지거리를 내뱉는다.
잘만 하면 전면전으로 번지는 것은 막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저들의 우두머리만 쓰러뜨린다면, 나머지는 항복을 종용해 큰 피해 없이 전쟁을 마무리 지을 수 있을 것이라고.
하지만…….
‘결국 실패네.’
천마도를 움켜쥐는 그의 입에서 자소 섞인 미소가 머금어진다.
이렇게 되지 않기 위해 그토록 많은 노력을 했는데, 마지막 순간 마교의 개입으로 모든 것이 무너져 버렸다.
“뭘 그렇게 절망적인 얼굴을 하고 서 있느냐?”
“…….”
“스스로의 부족함을 자책할 시간에 움직여라. 그게 네가 지키고자 하는 이들을 단 하나라도 더 살릴 수 있는 길이다.”
“……잔소리는.”
짧게 중얼거린 사무현이 단아란과 십삼 대 천마 쪽으로 슬쩍 시선을 돌린다.
당장이라도 맞붙을 것만 같았던 기세와는 달리, 이들은 예상외로 거리를 지키고 선 채 가만히 서로를 바라보고 있었다.
‘이길 수 있을까?’
천무신녀는 강하다.
연무학관에서 수도 없이 덤벼들었지만 단 한 번도 그녀의 진면목을 본 적이 없다.
심지어 그를 포함한 무림맹주, 연무학관주, 신불까지 네 명의 화경급 고수들이 덤벼들었을 때에도.
하지만…….
‘……저놈도 괴물인데.’
사무현은 과거 연무학관 때와는 비교할 수도 없을 만큼 강해졌다.
그런 그가 전력으로 맞섰음에도 일방적으로 당했을 만큼, 저 십삼 대 천마의 강함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그런 사무현의 시선을 느꼈는지, 십삼 대 천마와 대치 중이던 단아란이 퉁명스러운 어조로 입을 열었다.
“뭐 하냐? 후딱 안 가고.”
“아…… 그게…….”
“얼른 가. 약해 빠진 게 뒤에 있어 봐야 거슬리기만 하니까.”
“……안 그래도 가려고 했습니다.”
아무래도 잠깐 미쳤던 모양이다.
기억이라고는 두들겨 맞은 게 전부인 인간…… 아니, 괴물을 걱정하다니.
파밧!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 사무현이 자리를 박차고 몸을 날리자, 지금껏 침묵을 지키며 서 있던 십삼 대 천마가 입을 열었다.
“무신의 여동생이냐?”
“오냐, 천무신녀(天武神女) 단아란이다.”
“흐음…… 과연. 난데없이 현경의 계집이 웬 말인가 했는데, 그놈의 여동생이라면 이해가 가는구나. 너라면 분명 그 경지를 개척할 것이라 생각했지.”
단아란의 대답에 무언가 묘한 미소를 머금으며 고개를 끄덕이는 십삼 대 천마.
그런 그의 모습에 단아란이 미간을 찌푸리며 묻는다.
“뭐야, 너 나 아냐?”
“알 수도 있고, 모를 수도 있겠지.”
“흐음…… 내 명성이 높긴 높은가 보네. 십만대산 촌구석 문파의 소교주가 나를 안다고 할 정도면.”
흥미롭다는 듯 도발 섞인 말과 함께 고개를 끄덕인 단아란이 자신의 검 끝을 그에게 겨눈다.
“실물로 직접 보니 영광이지? 어디 들어와 봐. 천마라는 새끼 모가지 베어 주기 전에, 너부터 먼저 베어 줄 테니까.”
“큭, 그래? 혼자서 충분하겠느냐?”
“너 같은 거 잡는 데 도움까지 받아야 되면 혀 깨물고 죽어야지.”
“……허세를 부리는구나. 조금 전 천신련주를 보낸 것도, 나를 상대로 녀석을 지켜 줄 자신이 없기 때문이 아닌가?”
십삼 대 천마가 어느새 멀어진 사무현 쪽을 응시하며 묻자, 단아란의 입가에 보란 듯한 냉소가 머금어진다.
“허세는 지금 네가 부리고 있는 게 허세지. 둘이 덤비면 못 이길까 봐 얌전히 놔 준 주제에 말 한번 시건방지게 하네.”
“…….”
“왜, 자신 있으면 지금이라도 불러 볼까?”
히죽 웃으며 단아란이 묻자 십삼 대 천마의 눈이 가늘어진다.
“아니…… 굳이 그럴 필요는 없을 것 같구나.”
“거봐, 쫄았…….”
“어차피.”
콰드드득 콰드드득.
단아란의 말을 끊고 내기를 끌어 올린 십삼 대 천마의 주위로 심상치 않은 기세가 흘러나오기 시작한다.
“너희 모두 죽을 운명인즉, 순서의 차이야 아무려면 어떻겠느냐.”
“……하여튼 마교도 새끼들은 예나, 지금이나.”
십삼 대 천마의 말에 피식 실소를 흘린 단아란의 검신에서 일곱 자에 이르는 검강이 쑥하고 뿜어져 나온다.
“입만 열면 센 척하는 건 변하질 않네!”
쐐애애액!
단아란의 일검과 함께 거대한 푸른 용의 형상을 한 강기가 십삼 대 천마를 향해 날아든다.
이에 그 역시 뒷짐을 풀고 우수를 내뻗으며 폭발적으로 검은 마기를 쏘아낸다.
쩌저저저정!
콰드득 콰드득.
단아란과 십삼 대 천마.
두 사람이 내뻗은 강기가 격렬하게 충돌하는가 싶더니, 이윽고 단아란의 푸른 용이 먼저 그 형태를 잃고 주춤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콰과과과.
기어이 단아란의 푸른 용을 찢어발긴 십삼 대 천마의 강기가 그대로 그녀를 향해 날아들기 시작한다.
“거…… 진짜 말도 안 되는 무공이네.”
단아란이 전개하는 강기의 위력은, 구파일방 출신의 화경급 고수들이 전력으로 전개하는 절기의 위력을 가볍게 상회한다.
한데 그런 그녀의 강기를 저렇게 손쉽게 파훼한다는 것은, 화경급 고수들 몇 놈이 모이는 정도로는 저 한 놈이 전개하는 절기를 막지 못한다는 결과가 나온다.
순식간에 자신의 코앞까지 닥쳐 온 검은 마기를 바라보고 있던 단아란이, 돌연 검강의 크기를 아홉 자 가까이까지 늘려 어지럽게 검은 마기를 난도질하기 시작한다.
촤좌좌좌좍!
콰구구구구구.
순식간에 이십여 갈래로 찢긴 검은 마기가 천지사방으로 흩어지자, 잠시 후 멀쩡한 모습으로 나타난 단아란이 십삼 대 천마를 향해 재차 일검을 휘두른다.
스팟!
콰과과과과.
이번에는 조금 전과는 달리 세 마리의 푸른 용이 튀어나와 각기 다른 방향에서 십삼 대 천마를 향해 쇄도한다.
하나하나가 어지간한 절기에 버금가는 위력의 강기.
이를 지켜보던 십삼 대 천마의 전신에서 검붉은 강기가 피어오른다.
콰드득 콰드드득.
아아아아아.
그가 서 있는 대지가 요란한 소리를 내며 갈라지더니, 마치 여인의 울부짖음과도 같은 소름 끼치는 공명음이 울려 퍼진다.
“이거, 옛 생각이 나려 하는구나.”
파아아앗.
쩌저저저저저정!
천마신공의 절기인 천마멸세가 빠른 속도로 팽창하며 단아란이 전개한 세 마리의 청룡과 맞부딪친다.
인간의 한계를 벗어 던진 두 괴물의 부딪침으로, 인근의 대지가 산산이 파괴되어 가기 시작한다.
***
콰아앙!
“……!”
막휘의 주먹에 흉부를 꿰뚫린 음지 무사 하나가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절명해 바닥에 쓰러진다.
그러자 동료의 시체를 무기 삼은 음지 무사 셋이 각기 다른 방향에서 막휘를 향해 긴 세검을 찌르며 들어온다.
“흥……!”
이제는 제법 익숙한 저들의 전투 방식에 막휘가 자연스레 뒤쪽으로 거리를 벌리려는 순간이었다.
턱!
“엇?”
그가 움직이려는 순간 막휘의 등에 누군가의 몸이 닿았다.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리자 막휘 못지않게 당황한 듯한 천신련 무사가 두 눈을 휘둥그레 뜨고 목소리를 높인다.
“아, 앞입니다! 앞!”
“아……!”
막휘의 당혹스러운 일성과 함께 그의 몸을 찌르고 들어오는 세 자루의 세검.
피할 길이 없음을 깨달은 막휘가 호신기를 끌어 올리려는 순간.
파밧!
쩌저정!
난데없이 막휘의 머리 위로 솟아오른 손익패가 수기(手氣)를 날려 막휘를 공격해 들어오던 세검 중 두 자루를 반으로 잘라 낸다.
그렇게 잠깐의 여유를 되찾은 막휘가 재빨리 남은 한 자루의 세검을 각법으로 걷어찬다.
쩡!
“고맙다, 익패야!”
콰앙!
균형을 잃고 비틀거리는 음지 무사의 안면에 일권을 꽂아 넣은 막휘가, 그대로 양손을 장(掌)으로 바꿔 나머지 두 음지 무사의 안면에 박아 넣는다.
쩡! 콰앙!
휘리리릭.
털썩.
쿵.
“후우…….”
“조심하십시오, 막휘 형님. 수가 너무 많아서 움직이기가 쉽지 않습니다.”
어느새 막휘의 옆에 선 손익패가 창백한 얼굴로 말을 꺼낸다.
천수신공을 대성해 오감이 극도로 발달한 그였지만, 무복 곳곳은 이미 수차례의 공격을 허용하고 넝마나 다름없게 변해 있었다.
‘운신의 폭이 좁다는 게 이렇게 불편한 일이라니.’
차라리 아군의 수가 적었다면 이렇게까지 불편하지 않았을 것 같은데, 조금만 몸을 움직여도 공간이 나오질 않으니 적들의 공격에 대처하기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집단전을 수도 없이 치러본 막휘가 이 정도인데, 집단전 경험이 없는 일반적인 무림인들이라면 이 상황에 더 큰 당혹스러움을 느끼고 있을 것이다.
“계속 가시지요, 형님. 전투가 한창입니다.”
“음.”
손익패의 재촉에 고개를 끄덕인 막휘가 양 주먹에 권기를 끌어 올리며 앞으로 나선다.
여기저기에서 비명 소리와 날붙이들이 부딪치는 소리가 요란하다.
한 명의 적이라도 더 쓰러뜨리는 것만이, 그들의 동료를 하나라도 더 살릴 수 있는 길이 될 것이다.
그렇게 막휘가 막 한 걸음을 떼어 내는 순간.
“모두 물러서라!”
저 뒤에서 들려오는 쩌렁쩌렁한 외침에 막휘를 포함한 모두의 고개가 뒤쪽으로 돌아간다.
파바바밧.
붉은 화기가 타오르는 거대한 태도를 치켜든 채, 경공술을 펼치며 그들을 향해 날아오는 사무현의 모습.
잠시 후, 어느 정도 거리가 가까워지자 사무현의 일도가 힘차게 허공을 향해 그어진다.
천마가 보여
지은이 : 보용도
발행인 : 손병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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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소 : 경기도 부천시 부천로 198번길 18 춘의테크노파크 2차 201동 50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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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6602-6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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